본문 바로가기

전쟁군사이야기

일본은 어떻게 군국주의 국가가 되었나?<8>(http://blog.daum.net/mybrokenwing)

8) 새로운 건함 경쟁 시대와 영국의 고민


- 제 1 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의 영원한 라이벌, 영국과 독일 사이에 치열한 해군 건함(建艦)경쟁이 전개되었다. 
- 독일 제국의 황제 빌헬름 2 세와 해군장관 알프레트 폰 티르피츠(Alfred von Tirpitz)는 영국 해군에 대항할 수 있는 전력을 건설한다는 것을 목표로 해군 확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영국과 독일의 건함 경쟁..(단위: 배수량/톤)


- 이런 국가적 푸쉬를 바탕으로 1914년, 1차 대전 개전 직전까지 독일 해군은 7척의 드레드노트(Dreadnought)급 신형 전함, 5척의 순양전함, 21척의 순양함과 20척의 구식 전함, 그리고 40척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 세계 제 2 위 규모로 도약했고, 영국 해군 대비 약 60%의 전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영국은 당연히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이에 맞서는 해군 확장을 추진했다. 
- 그렇게 두 앙숙, 영국과 독일 사이에서 건함 경쟁이 시작되어 양국의 긴장을 계속해서 증가시켰고, 결국 이 지랄은 제 1 차 세계 대전 발발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벌어진 양국의 돈지랄..건함 경쟁..사진은 독일 해군 전함 헬고란드(SMS Helgoland)..


- 이후 1차 세계 대전이 독일의 항복으로 일단락되며 스카파플로(Scafa Flow) 자침으로 대변되는 독일 해군의 몰락으로 이어졌지만, 그 직후 새로운 건함경쟁이 이번에는 일본과 영국, 미국이라는 3국 사이에서 대두되었다. 
- 제 1 차 세계 대전의 승전국이자 전통적인 해양 패권국이었던 영국과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2대양을 가진 미국, 그리고 태평양에서 새롭게 튀어나온 일본, 이 3대 해양국은 지중해의 이탈리아와 현저하게 군비가 축소된 독일, 그리고 오랜 전쟁으로 인해 피폐하고 약화된 프랑스와는 달리 막강한 해군국으로써의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났어도 각국의 건함 경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 1차 대전을 거치며 신흥 경제대국이자 거대 해군국으로 변모한 미국은 세계 제일주의를 표방하며 신형 대형함 건조에 착수하였고, 일본은 배가 째지는 줄 알면서도 신형 전함 8척, 순양전함 8척으로 구성된 88함대의 건설에 주력하며 양국 모두 거함 거포주의를 채택, 1차 대전 당시 주력함이던 드레드노트급 전함의 배수량 30,000톤을 훨씬 상회하며 40,000톤을 향해 내달렸다. 
- 군함의 대형화에 따른 막대한 건조 비용과 유지비의 증가를 각국 정부가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쉽게 간과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가상 적국의 함대 보유상황에 대해 눈치를 살살 보면서 기존의 건조 계획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돈 지랄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오늘날의 군비 지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것이었다.



    일단 찍고 보자~~!! 일본 해군 나가토급 전함 무츠(위)와 미 해군 콜로라도급 전함 워싱턴...


- 특히, 일본에서는 88함대를 구성하는 전함 8척(나가토(長門)급 2척, 카가(加賀)급 2척, 키이(紀伊)급 4척) 중 초도함 나가토 급이 주포 무장 41cm(16인치) 포탑 4기(8문)이었던 반면, 포탑 수를 1기 더 증가시켜 5기 10문을 장착, 당시 세계 최대의 주포를 10문 탑재한 중무장에 더해 선체 규모와 배수량 또한 크게 증가시켜 배수량이 39,979톤이나 되는 카가급 전함의 건조까지 진행시켜, 훗날 계획이 완성되면 약 103척에 이르는 각종 신형 함정의 건조 비용은 접어두고 그 유지비만도 전체 국가 예산의 3분의 1에 달할 만큼 어마무시한 것이었다.
- 거기다 카가급 전함의 후속으로 4척 건조가 계획되었던 키이급 전함(키이(紀伊), 오와리(紀伊), 쓰루가(駿河), 오우미(近江))은 비록 착공되지는 못했지만 42,600톤의 배수량에 16인치 주포 10문을 장착한 대형함으로, 그 건조 비용만도 척당 3,725만 엔, 4척 총액 1억 4,900만 엔으로 이는 당시 일본 국가 예산의 10%에 달했다(간단하게 비교하면 우리나라 2017년 예산이 400조니까 40조를 군함 4척 만드는데 쓴다는 얘기다.. 유지비 같은 거 빼고..)



                       일본 해군의 나가토급 전함의 후속함이던 카가급 전함..


- 미 해군 또한 해군 확장 계획인 다니엘스 플랜을 바탕으로 1917년에서 1919년 사이에 주력함만 콜로라도급 전함 4척, 사우스 다코타급 전함 6척, 렉싱턴급 순양전함 6척, 오마하급 순양함(Omaha class Cruiser) 10척 등 각종 신형 함정들이 일제히 건조에 들어갔다.
- 한편, 말이 3국간의 건함 경쟁이지 당시 최대의 해양 대국이자 1위의 해군국 영국은 이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열 뻗쳐 뚜껑이 홀랑 열릴 지경이었다.
- 영국 해군의 오래된 해양 전력 확보 전통, 즉 해군력 2위와 3위를 합친 전력과 동등한 전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은 제 1 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까지 유지되고 있는 듯 보였고, 실제 영국 해군이 이 시기에 보유 또는 건조중인 주력함은 48척에 달했다.



        아무리 그래도 5대양을 호령하던 영국 해군이 하루 아침에 자빠질 수준은 아니었으나...


- 하지만 문제는 일제히 이 시기 건조에 들어간 미국과 일본의 신형 주력함(일본 16척, 미국 16척)에 맞서 자신들의 전통과 해양 전략대로라면 신형 전함과 순양전함 32척을 건조하여야 된다는 얘기인데, 황망하게도 당시 영국에게는 그럴 여력이 전혀 없었다.
- 당시 영국 해군이 보유한 최신예 전함이라는 놈은 제 1 차 세계 대전 중인 1914년에 8척이 발주되었다가 그마저도 3척이 취소되고 마지막 함인 라밀리즈(HMS Ramillies)가 전쟁 중인 1917년 9월에 취역한 리벤지급 전함(Revenge class battleship) 5척이었다.

- 순양전함 또한 대전 중이던 1916년 9월 전후로 취역한 레나운(Renown)급 순양전함 2척(레나운(HMS Renown), 리펄스(HMS Repulse))과 4​​척 건조가 예정되었다가 몽땅 취소되고 달랑 1척만 살아남은 후드(HMS Hood)가 그들이 가진 최신예 함이었다.


         당시 영국 해군의 최신예 전함은 1917년 9월에 취역한 리벤지급 전함 라밀리즈였다..


- 전쟁으로 인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영국 해군의 함대는 숫자로 따지자면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였지만, 대부분이 구식화, 노후화된 것들로 당시 새롭게 건조되던 미영의 중무장 신형 주력함들에게 맞서 우세 또는 동등한 위력을 보이기에는 당연히 후달렸다.

- 실제 1919년 초 시점에서 영국 해군이 보유 또는 건조중인 주력함 48척 중, 15인치(381mm) 주포를 탑재한 함정은 불과 13척 뿐이었고, 앞선 대전의 전훈을 도입한 신형 함정은 단 1척도 없었다(하긴.. 있는 것도 갖다 버릴 판에..-_-;;)
- 거기에다 영국 해군의 순양전함 전력은 전함 전력보다 구식화의 비중이 더 커서 15인치 주포를 장비하고 30노트에 가까운 속력을 낼 수 있는 순양전함은 후드와 레나운급 순양전함 2척을 합해 달랑 3척에 불과했다.



         15인치 주포를 장비하고 30노트 속력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양전함 레나운..


- 하지만 일본 해군이 1920년 12월, 건조에 착수한 아마기급(天城) 순양전함 4척은 영국 해군의 전함조차 상회하는 41,000톤의 배수량을 가진데다(물론 전함과 순양 전함의 배수량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당시 영국 해군의 최신예 리벤지급 전함의 배수량은 달랑 29,000톤..) 16인치 주포 10문을 장착하고 30노트의 최대 속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 더 골때리는 건 미 해군이 1920년 8월부터 건조에 들어간 렉싱턴 급 순양전함(Lexington -class battlecruiser.. 2번 함인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 먼저 건조에 착수..)으로 총 6척이 건조예정이던 이 신형 순양전함은 배수량 43,500톤의 덩치에 16인치 주포 8문, 최대 속력은 33.3노트에 달했다(배수량이 10,000톤 넘게 차이가 난다는 건 아예 체급이 다르다는 얘기다..2차 대전 당시 중순양함 배수량이 10,000톤을 약간 상회했으니..) 



                      1920년 8월부터 건조에 들어간 미 해군의 렉싱턴 급 순양전함..


- 물론 영국 해군 또한 얼어 죽어도 존심은 있어서 일본과 미국에 대항하여 계속 우세를 유지한다는 생각은 있었고, 비록 전쟁이 끝나며 이에 따른 전력의 축소가 불가피했지만 일본과 미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신형 주력함 건조로 인해 영국 해군의 지위가 더욱 떨어질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항하는 신형 주력함 건조 계획을 세우기는 하였다.
- 약 48,500톤의 배수량에 18인치 3연장 함포 3기(총 9문)를 전방에 집중 장착하고 23노트의 속력을 발휘하는 전함 4척을 건조한다는 이 계획은 N3급 전함(N3-class battleship) 건조 계획이라 명명되었다.
- 또한 노후화되어 있는 순양전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배수량 48,400톤, 18인치 3연장 함포 3기, 32노트의 고속을 발휘하는 G3급 순양전함(G3-class battlecruiser) 4척 건조 계획 또한 마련되어 1921년에서 1922년 사이에 전함과 순양전함을 합쳐 8척의 주력함을 건조한다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N3급 전함과 G3급 순양전함(위).. N3급의 설계 사상은 후에 넬슨급 전함(아래)으로 이양..


- 하지만 1920년대 초, 영국은 1차 세계 대전의 막대한 전비 지출로 인해 재정이 절벽에 처해 있던 시기이며, 새로운 군비 지출에는 수없이 많은 반대가 존재하였으므로, 미일 해군의 신형함 대량 건조에 맞설 전통적 전략인 신형함 32척 건조는 둘째치고, 새롭게 제안된 달랑 8척의 주력함 건조 계획조차도 끝까지 완성될 수 있을지 지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 예전에는 5대양을 아우르며 전 세계 바다를 지배하던 영국 해군이 이런 궁상스런 상황에 내몰리고, 미국 해군에게 세계 제 1의 해군국 자리를 빼앗기는 것에 더해, 자칫하면 아시아에 있는 똘마니 취급하던 일본 해군에게마저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자 당장 영국 정부 내에서는 싸이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일본X들에게까지 따라잡힐 지도 모른다...


- 물론 그런 거러지같은 상황을 모면하려면 열강 각국에 호소하여 협상을 통해 군비를 축소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보였지만, 당시 영국 정부로써는 그런 소리를 자신들이 먼저 내뱉는다는 것은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아무리 그래도 가오가 있지..-_-;;;)
- 이에 당시 영국 총리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David Lloyd George)는 한 가지 꼼수를 내었고 그것은 바로 이제 전쟁은 지긋지긋하다는, 당시 전 세계에 팽배해진 평화 희망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었으며, 이런 국제 여론을 이용하기로 한 그는 1920년 12월 24일, 영국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세계의 어떤 지역이든, 대규모 군비를 지속하는 것은 반드시 모든 국가를 빈곤과 파국으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라며 미국에 대해 군축 협상의 필요성을 에둘러서 슬그머니 어필했다.



               햐..말은 해야겠는데 자존심은 열라 상하고...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


- 당시 미국 대통령 워렌 G. 하딩(Warren G. Harding)은 국민의 부담 경감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인물이었기에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비의 대폭적인 삭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영국이 저런 식으로 나오는데 이를 옳다구나 하며 덥석 받아드릴 리는 결단코 없었다.
- 따라서 로이드 조지의 저런 은근슬적한 하소연을 들었다고 미국이 "우린 혈맹이니 당연히 그렇게 해 드려얍죠~"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할 리가 만무해서, 미국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예산 삭감의 명분을 찾음과 동시에 자신들의 고민을 해소시켜줄 조건을 영국에게 쓰윽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영일동맹의 파기였다(그래서 국제 관계에 혈맹따윈 없다는 거..약점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파고든다..) 


<다음 편에 계속>


 


<사진출처>

http://blog.livedoor.jp/irootoko_jr/archives/850162.html
http://ggy128.deviantart.com/art/Naval-power-pre-WWI-1902-279151264
http://tc.wangchao.net.cn/baike/detail_1155602.html
http://www.metropostcard.com/war7a-l.html
http://www.shipbucket.com/forums/viewtopic.php?f=12&t=5500
http://forum.worldofwarships.eu/index.php?/topic/20485-post-ww1-battleship-desig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