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25-5-26)/장보성.자본시장연구원
<요 약>
금년 4월의 시장 불안 이후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의 위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트럼 프 행정부의 감세안으로 인한 재정 악화 위험, 급진적인 환율 및 금융 정책 강행 가능성, 연준의 독 립성 약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미 국채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커진 것이 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독일 국채 등 대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한편, 유럽 연합(EU)의 공동 채권 발행에 대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EU 공동 채권이 발행된다면, 안전자산 공급자로서 미국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변화는 미국 정부에 대한 시장 의 규율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 용>
금년 4월, 미 국채시장에서는 헤지펀드의 유동성 위험이 부각되면서 일주일 사이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약 50bp 급등하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 이후 진정되 기는 했지만, 미국의 정책 방향이나 경제 지표에 따라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실 정이다.
Summers(2025)는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미국 국채시장이 마치 신흥국과 같은 모습을 보이 고 있다고 논평한 바도 있다.1)
1) Summers, L., 2025, Top economist Larry Summers: U.S. Treasuries were trading ‘like those of an emerging market nation’, Forbes 참조
그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차적으로는 스왑 스프레드나 베이시스 거래 전략을 운용 하는 헤지펀드의 포지션 청산이 최근 시장 불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러한 단편적 인 측면만을 조명한다면, 당시의 금리 급등은 편향된 기대2)를 따른 투자 실패가 촉발한 일시적 가격 조정으로 여길 수도 있다.
2) 헤지펀드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보완 레버리지 비율(Supplementary Leverage Ratio: SLR) 규제가 단기간 내에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미 국채 가격이 상승(금리가 하락)하는 방향에 대규모로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Bloomberg, 2025. 4. 9, Tariffs turbocharge collapse of favored hedge-fund rates bet).
하지만, Krugman(2025), Eichengreen(2025) 등 학자들3)과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4)은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의 위상이 약화되었다는 시각을 가지고 보다 근본적인 측면의 문 제를 제기하고 있다
3) Krugman, P., 2025, Tariff-induced recession risk, Goldman Sachs Top of Mind 및 Eichengreen, B. 2025, Sterling’s past and the dollar’s future, Project Syndicate 참조
4) CNBC, 2025. 4. 9, Investors flee to German bonds as Trump tariffs spark Treasury sell-off; Financial Times, 2025. 4. 9, US Treasuries sell-off deepens as ‘safe haven’ status challenged; Reuters, 2025. 4. 18, PIMCO bearish on dollar, long-term Treasuries as US safe-haven status wavers 참조
Brunnermeier et al.(2016)5), Bletzinger et al.(2022)6) 등에 따르면, 안전자산은 신용도와 유동성 이 높고, 위기 시에도 그 가치가 유지되며 구매력이 안정된 통화를 기초로 발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5) Brunnermeier, M.K., Langfield, S., Pagano, M., Reis, R., Van Nieuwerburgh, S., Vayanos, D., 2016, ESBies: Safety in the tranches, European Systemic Risk Board Working Paper Series 21.
6) Bletzinger, T., Greif, W., Schwaab, B., 2022, Can EU bonds serve as euro-denominated safe assets? ECB Working paper series No 2712.
통상 미국의 장단기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발생 시 대체 투자처로 인식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된 2020년 3월, 현금 확 보를 위한 금융기관들의 투매(dash for cash)와 가격 급락이 발생하면서 미 국채시장도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그리고 최근 다시 발생한 불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미 국채시장의 취약성이 커 진 데 따른 결과로 판단되는데, 아래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자세히 논의하도록 하겠다.
1. 미 국채시장의 취약성 증가 배경
미 국채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주요한 한 가지 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금년에 만료되는 감세와 일 자리 법(Tax Cuts and Jobs Act: TCJA)을 영구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TCJA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폭의 법인세 인하 조치로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왔는데,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TCJA가 영구화될 경우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향후 10년간 10%p, 30년간 47%p 추가 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와 같은 채무 부담 증가 우려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8월에는 피치(Fitch), 금년 5월에는 무디스(Moody’s)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특히, 무디스는 금번 하향 조정에서 TCJA로 인한 세수 감소 문제를 지적하 였는데, 이는 미 정부 부채를 향후 10년간 총 4조 달러(이자 비용 제외)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하였다.7)
7) https://ratings.moodys.com/ratings-news/443154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미국은 3대 신용평가기관 모두에서 최고 등급을 상실했고 글로벌 안전자 산이라는 미 국채에 대한 수식어도 무색해지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급진적인 금융 및 환율 정책을 강행할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불안 요인 중 하나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ouncil of Economic Advisers) 의장 인 Miran은 미국 제조업 재건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미 달러화 가치하락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서 몇 가지 실행 전략을 제시하였다.8)
8) Miran, S., 2024,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 참조
그중 하나는 관세와 안보 문제로 압박하여 주요국들의 통화 가치 상승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다자간 협정(Mar-a-Lago Accord)이나 양자 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Miran(2024)은 이를 위해 여타 국가가 외환보유고(foreign exchange reserve)에서 미 국채 등 달러 화 자산을 축소ㆍ매각하도록 유도9)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9) Miran(2024)은 그 실행 방안 중 하나로 대통령이 국제경제긴급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을 활용하여 상대국의 미 국채 보유에 대해 수수료(user fee)를 부과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미 국채 보유 구성을 보면, 미국외 국가가 대외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금액의 비중(2025년 2월 국채 발행 잔액 대비 기준)은 약 14%로, 이는 민간 투자자들의 비중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 국채시장의 불안이 이보다 훨씬 작은 규모10)의 일부 헤지펀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환보유 주체들에 대한 압박은 미 국 채시장에 혼란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
10) 미 재무부 금융연구청(Office of Financial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미 국채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규모는 약 3조달러(2024 년 말 기준, 이하 동일)이며, 이 중 최근 불안의 진원으로 생각되는 베이시스 및 스왑 스프레드 거래 등 상대가치(relative value) 전략 헤지펀드의 전체 규모는 약 1조달러로 추정된다(Financial Times, 2025. 4. 25, How the Treasury market got hooked on hedge fund leverage). 2024년 말 기준 미국 외 국가들이 대외준비자산으로 보유한 미 국채는 약 3.8조달러로 상기 해지 펀드 규모의 4배에 가깝다.
또한, 각국이 대외 준비자산을 다각화하면서 미 달러화 자 산의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와중에(<그림 1>)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유인 약화를 자초할 경우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그림 1> : 생략 (첨부 논문파일 참조)
아울러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강해졌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년 4월 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 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는 한편, 행정부는 직간 접적으로 연준의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Miran(2024)은 달러 약세 유도를 목적으로 연 준이 외국 국채를 중심으로 해외 통화표시 자산을 매입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정부의 간섭은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이중책무(dual mandate)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연준의 독립성 약화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적절한 대응 을 어렵게 하고, 연준의 정책 신호나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함으로써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하하 여 채권 시장의 혼란을 높이게 될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파월 의장 임기가 종료되는데 후임 의장이 친 행정부적인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한다면 미 국채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2. 대안 모색과 시사점
미 국채에 대한 투자유인이 약화되면서 금과 같은 실물자산이나 독일 국채와 같은 고신용 국채에 대 한 선호가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성격상 미 국채에 대한 대체성이 큰 독일 국채는 트럼 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발표된 4월 2일 이후에도 가격이 상승(수익률이 하락)하고, CDS 프리미 엄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미 국채와는 뚜렷한 대비를 나타낸다(<그림 2> 및 <그림 3>).
<그림 2> /<그림 3> : 생략 (첨부 논문파일 참조)
이러한 현 상은 투자자들이 법치주의에 보다 충실하고 경제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를 찾는 데 따른 결과로도 해석된다.11)
11) Financial Times, 2025. 4. 19, German bonds rise with euro as investors head for Europe’s haven 참조
다만, 규모를 비교하면 2025년 3월 말 기준으로 독일 국채의 발행 잔액은 약 1.8조유로로, 28조 달러를 넘어서는 미 국채시장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미 국채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 부재한 실정이다. 하지만 미 국채시장의 반복된 불안과 취약성으로 인해 글로벌 안 전자산 시장이 점차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EU의 공동 채권 (European common bond 또는 EU bond) 발행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공동 채권 발행은 이전에도 건의된 바 있지만12), Draghi(2024)13) 이후 그 필요성에 대 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12) Bank of France, 2021, A European safe asset: New perspectives, Bulletin 234/6; Bloomberg, 2024. 1. 26, ECB’s Panetta sees common safe asset as crucial for Europe 등 참조
13) European Commission에서 2024년 9월 발간된 보고서로 ‘The Draghi report’로 불리며 원제목은 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이다.
Draghi(2024)는 유럽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로 권역의 공공재 투자를 확 대하는 한편, 해당 지출에 연계한 공동 채권의 발행을 제안하였다.
이는 일차적으로 공공재 투자에 수 반된 부채를 EU 국가들이 상호 분담(mutualization)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비단 그뿐 만 아니라, 공동 채권은 높은 신인도와 유동성이 뒷받침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 수준의 발행보다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성이 큰 방안으로도 평가된다.14)
14) Janse, K.A., Beetsma, R., Buti, M., Regling, K., Thygesen, N., 2025, Gaining efficiencies by financing European public goods together, Vox EU 참조
다만, 전술한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EU 회원국들의 이해관계 등 공동 채권의 발행을 제약하는 몇 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
Janse et al.(2025)은 공동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목적(EU 내 공공재 공급) 에 적합한 용도로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회원국들의 의구심을 그 한 가지로 들었다.
그리고 국가에 따 라 공공재로부터의 수혜 정도나 부채 부담이 차별적일 수 있다는 점, 국가 부채의 전반적 확대로 각국 의 조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슈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행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EU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SURE(Support to mitigate Unemployment Risks in an Emergency)와 NGEU(Next Generation EU)라는 임시 프로그램을 통해 고신용의 공동 채권 을 발행한15) 경험이 있고, 지금이 발행(상설화)의 적기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 그 검토가 빠르게 진행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15) SURE(2020~2022년)에서는 1,000억유로, NGEU(2021~2026년)에서는 8,069억유로 규모로 공동 채권이 발행되었는데, 동 채권의 신용등급은 최고 수준(피치: AAA, 무디스: Aaa, S&P: AA+)에 가깝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국에 대한 정치ㆍ경제적 신 뢰 하락과 EU의 대폭적인 공동 방위비 증대 계획 등 여러 이유로 EU가 공동 채권을 상설 발행해야 한 다는 제안이 계속되고 있다.16)
16) Bloomberg, 2025. 2. 19, How the EU can capitalize on America’s economic chaos; Reuters, 2025. 2. 26, Markets eye new wave of joint European bonds in rush to boost defence; Bloomberg, 2025. 4. 23, US chaos is an opportunity Europe should seize; Financial times, 2025. 5. 5, Trump has created a chance for the euro to rival the dollar 등이다
또한 금년 3월말에는 EU 거시건전성 감독의 최고 협의기구인 유럽 시 스템 리스크 위원회(European Systemic Risk Board)의 이사회에서도 그 필요성을 적시한 바 있다.17)
17) https://www.esrb.europa.eu/news/pr/date/2025/html/esrb.pr250403~02f9ee518f.en.html
이처럼 EU 공동 채권 발행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정치적ㆍ실무적인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 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까지는 EU 공동 채권이 자리 잡은 국제 금융시장의 모습에 대해 명확히 그려 보기가 쉽지 않 다.
다만, 기본적으로는 강력한 대체 수단이 공존함에 따라 미 국채 금리가 미국 경제 상황과 정부 정책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지리라 예상된다.
영국 트러스 총리의 실각이나 트럼프 행정 부의 상호 관세 유예에서 국채시장의 불안이 중요한 역할18)을 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러한 금융지 형의 변화는 미국 정부에 대한 시장의 규율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즉, 안전자산 공급자로서 독 점력이 약화됨에 따라 미국 정부가 합리성과 일관성을 견지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