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 꿈을 통한 자기애의 변화과정에 대한 연구: Freud와 Kohut의 정신분석 이론을 중심으로 /조영진.서울장신大
Ⅰ. 서론
창세기에 기록된 요셉(Joseph)의 꿈 이야기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 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정도로 매우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요셉이 살았던 시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고대 사회에서 꿈은 단순히 개인의 내면적 산물로 치부되지 않았다. 특히 권력자나 종교 지도자와 같은 사회적 핵심 인물들의 꿈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예견하는 신적 계시로 간주 되었다.
성경에 등장 하는 요셉의 꿈 이야기는 이러한 고대 사회의 꿈 이해를 대표하는 상징적 사례(박영원, 2015; 송희영, 2019; 장석정, 2018; 최규호, 2017)라고 할 수 있다. 요셉의 이야기는 그가 꾼 꿈에서 시작된다.
그는 형제들을 상징하는 곡 식단이 자신에게 절하는 꿈과 해와 달, 열한 별이 자신에게 절하는 꿈, 이렇 게 두 차례에 걸쳐 특별한 꿈을 꾸게 된다(창 37:5-11).
이 꿈들은 오늘날 까지도 신학적, 신앙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자주 인용된다 (임병진, 2013; 하경택, 2014).
특히 요셉의 꿈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삶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설교자들이 요 셉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해 왔 다(홍철화, 2000).
하나님께서 요셉에게 주신 꿈은 절망의 현실을 이겨내고 반드시 도달해야 할 미래라는 믿음을 주는 ‘깃발’과 같았고, 이는 하나님이 계획하신 구원의 시작일 뿐 아니라 삶을 성공적으로 만들 희망의 상징이었 다는 해석과 이를 통한 주제와 설교가 바로 그것이다.
요셉의 꿈은 단순히 그의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고난과 회복, 성공이라는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상징으로 기능한다.
성경 은 요셉의 이야기를 통해 요셉의 꿈이 결국 성취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 한 요셉의 이야기는 ‘꿈꾸는 사람’, ‘꿈을 성취한 사람’, ‘꿈을 품고 고난을 이겨낸 사람’, ‘하나님이 주시는 꿈을 품는 사람’ 등과 같은 설교의 주제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나름의 영향을 주었다.
요셉의 이야기에 대한 이러한 해 석들은 신앙적, 목회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연구자는 과연 요셉이 어린 시절 꾼 꿈을 평생 잊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었으며, 노예로 팔려 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오직 그 꿈을 마음에 품 고 미래를 확신하며 살아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 진다.
17세의 어린 요셉(창 37:2)이 갑작스럽게 형제들에 의해 미디안 상인 들에게 팔리고, 그들에 의해 낯선 이방 땅 애굽에서 노예로 팔려 가는 상황 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이 오직 꿈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모두가 자신에게 절 하는 그 미래를 이루실 하나님에 대한 신앙 때문이었다고 단순하게 결론짓 는 것은 지나치게 평면적인 해석일 수 있다.
자신의 꿈이 보여주는 내용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절망적 현실 속에서, 단지 ‘하나님의 은혜’와 하 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이라는 신앙적 고백만으로 그 모든 시간을 버텨냈다 는 설명은 요셉의 복합적 내면과 인간적 고뇌를 충분히 설명해 내지 못한다.
단순히 고난을 잘 참고 견디기만 하면 하나님이 꿈을 이루어주신다는 식의 해석은 자칫 신앙적 삶의 서사를 지나치게 단순하고 빈약한 이야기로 축소 시키고 우리가 늘 마주하는 현실에서 오히려 내게는 이루어지지 않는 하나 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에 절망하게 하는 부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요셉은 어떻게 부잣집 사랑받는 아들의 삶에서 노예로서의 삶 에 적응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러한 삶을 가능하게 했을까, 그러한 삶을 감당하도록 한 심리적인 힘은 그에게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 게 적용되었을까?
이를 위하여 연구자는 요셉에 관한 성경 속 이야기들을 요약하고 그의 삶의 여정에 요셉이 가지고 있었던 자기에 대한 이해와 요셉 이 꾸었던 꿈은 어떻게 그의 삶에 적용되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해석 과 해석의 근거가 되는 단서를 찾고, 이를 Freud와 Kohut의 이론에 적용하 여 요셉이 꿈이 궁극적으로 그의 삶의 과정에 어떻게 이해되었고 적용되었 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물론 그 고난의 과정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 가 자신으로 하여금 그러한 꿈을 꾸게 하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을 의 지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하나님을 신뢰하 고 의지할 수 있게 한 요셉의 내부에 있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나왔 을 것인가는 조금 다른 이해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는 요셉이 자신을 무엇으로 또는 어떻게 정의했느냐라는 주제와 더불어 요셉의 꿈이 그의 삶의 여정에 무엇이었고 그래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의 여정에 어 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셉의 꿈에 관한 이러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꿈과 상징과 문학적, 신학적 이해 등을 통한 보다 깊이 있는 다각적 접근과 학문적 논의 의 필요성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요셉의 꿈 이야기에 대한 연구는 주로 신학 적 해석과 문학적 상징 분석, 신앙적 해석에 집중되어왔다(김유기, 2023; 왕 소청, 2008; 이린나, 2015; 이승구, 2003; 이재준, 2019; 장석정, 2018; 정 영수, 2003; 정혜연, 2023; 최규호, 2016; 황성연, 2015; 홍혁, 2011).
또한, 가족치료 이론이나 Jung의 분석심리학, 자기심리학 등을 통해 요셉의 이야기 를 개성화 과정, 자기대상 통합 과정이라는 시각으로 분석하기도 하였다(고 은주, 2008; 김미경, 2011; 민정열, 2009; 배요한, 2013; 안윤경, 오지희, 김용태, 2016; 오미경, 2020; 최윤아, 2023; 최지현, 2019).
그러나 요셉의 꿈은 그 주류라 할 수 있는 신학적, 문학적, 신앙적 해석 과 더불어 꿈이라는 소재가 중심이라는 차원에서 꿈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 하는 심리학적 접근도 의미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
한 이해와 그 꿈이 요셉의 평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할 수 있다.
꿈이 개인의 무의식적 욕망과 자아 성장 과정이라는 Freud(1986/2024)와 Kohut(1977)의 심리학적 관점은 요셉의 꿈에 대한 이해와 그 꿈이 요셉의 평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할 수 있다 .
이는 곧 요셉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꿈이 정말 무엇을 의미하고, 그의 꿈이 그의 삶 에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에게 어떻게 작용하였을까에 대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의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Freud의 꿈 해석 이론을 중심으로 요셉의 꿈을 재해 석하고 나아가 요셉의 전 생애 속에서 그의 꿈이 가지는 의미를 자기애와 자기대상이라는 Kohut의 자기심리학을 중심으로 이해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요셉의 꿈이 단순히 신앙적 성공담이나 미래에 관한 신적 예 언의 실현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지탱해 준 자기애적 힘이었으며, 고난과 성장 과정 속에서 자기이해를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새 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 연구는 요셉의 꿈에 대한 기 존의 신학적, 문학적, 신앙적 해석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하고, 나아가 꿈을 꾸 는 인간 요셉의 심리적 현실과 무의식적 욕망에 대한 조금 더 깊이 있는 통 찰을 제공할 것이다.
II. 이론적 배경
1. Freud의 꿈의 해석
Sigmund Freud(1986/2024)의 꿈 이론은 정신분석학의 기초를 이루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인간의 무의식과 정신작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Freud는 꿈이 단순한 비현실적 상상이 아니라, 억압된 무의식적 욕 망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꿈을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 라고 표현하면서, 꿈이 무의식을 탐색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고 강조하였 다(Freud, Strachey, & Freud, 1953).
Freud(1915)에게 있어 꿈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충족되지 않은 소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 꿈속에서 상징적으로 실현되며, 이 과정에서 그가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심리적 긴장이 완화된다.
예를 들어 갈증이 난 사람이 물을 마시는 꿈을 꾸는 것은 단순한 욕구 충족 의 사례지만, 보다 복잡한 경우에는 억압된 성적 욕망이나 공격적 충동이 변 형되어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Jones, 1949).
그렇지만 꿈은 단순히 소망을 그대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검열(censorship)의 과정을 거치 기 때문이다. 검열의 가장 기본적 목표는 잠에서 깨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도하게 자극적이거나 꿈을 깰 만큼의 충격적 서사와 내용은 검 열을 통해 제지된다.
이는 잠을 자는 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삶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로 Freud가 제시한 검열의 심리적 목적은 자아(ego)가 무의식 의 원초적 욕망(id)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방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이 의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욕망은 그대로 드러나 지 못하고 왜곡되고 위장된 행태로 꿈에 나타나게 된다(Freud, 1986/2024).
Freud는 꿈의 내용을 명시적 내용(manifest content, 표면적 내용)과 잠 재적 내용(latent content, 무의식적 의미)으로 구분하였다(Freud, 1986/2024, 125-154).
명시적 내용은 꿈꾸는 사람이 깨어난 후 기억하는 표면적인 이야 기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의식적인 욕망과 갈등이 담긴 잠재적 내용이 존재 한다(Freud et al., 1953). 따라서 꿈의 명시적 내용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잠재적 내용 즉, 무의식적 욕망을 구분하는 것은 꿈을 해석하는 데 있어 매 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Fisher & Greenberg, 1985).
무의식적 욕망은 종 종 사회적 규범이나 자아의 검열에 의해 억압되지만, 수면 상태에서는 자아 의 통제가 약화 되어 이 욕망이 꿈이라는 형태로 표출된다.
이러한 욕망은 주로 성적 충동이나 공격성 같은 본능적 요소가 많다고 Freud는 보았다.
잠재적 내용이 명시적 내용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꿈작업(dream-work) 이라는 무의식적 심리 기제가 작동한다.
Freud는 꿈작업의 주요 메커니즘으 로 압축(condensation), 전치(displacement), 상징화(symbolization), 2차 수정 (secondary revision) 등을 제시하였다(Freud et al., 1953).
압축은 여러 가 지 복합적인 욕망이나 심리적 요소가 하나의 상징이나 사건으로 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압축되어있는 하나의 꿈속 인물이나 사물이 사실은 여러 감정과 욕망을 동시에 담고 있을 수 있다(Strachery, 1955).
전치는 중 요하거나 위협적인 감정이 덜 중요한 대상이나 사건으로 옮겨지는 것을 의 미한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권위적인 상사에 대한 꿈으로 나타나는 것 등 을 생각할 수 있다(Fenichel, 1945).
상징화는 무의식적 욕망이 구체적인 상 징으로 표현되는 과정이며, 보통 뱀, 열쇠, 문 등은 종종 성적인 의미를 상징 한다고 Freud는 해석하였다(Freud, 1916-1917/2020).
2차 수정은 비논리적 이고 단편적인 꿈의 내용을 깨어난 후 회상할 때 일관성 있는 이야기로 재 구성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꿈의 본래 의미를 왜곡시키기도 하지만 (Kris, 1950), 무의식의 내용을 완전히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꿈 해석을 통 해 해석이 가능한 상태로 남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Freud는 꿈이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았다.
억압된 욕 망이 꿈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충족됨으로써 정신적 긴장이 해소되고, 수면 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Freud et al., 1953).
이는 꿈이 단순한 무의식 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 정신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꿈은 무의식적 갈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어 정신분석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내면 심리를 탐색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환자가 꿈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던 무의식적 감정을 떠올리거나, 그동안 억눌 러왔던 욕망을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며 이를 통하여 치료자는 비로 소 환자의 무의식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Freud의 꿈 이론은 이후 다양한 학문적 비판과 발전을 거쳤다.
Hobson 과 McCarley(1977)는 꿈이 무의식적 욕망의 표출이 아니라 뇌의 활성화 과 정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부산물이라는 활성화-종합 가설(activation-synthesis hypothesis)을 제시하며 Freud 이론에 반대하였다.
또한 Domhoff(2003/2011)는 꿈이 주로 일상 경험과 관련된 인지적 활동이며, Solms(2000)는 꿈과 REM 수면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신경과학적 연 구를 발표하였다.
더 나아가, 현대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에서는 꿈이 기억 정리, 학습 강화, 감정 처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 고 있다.
이는 Freud의 이론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은 아니며, 꿈이 다층적인 의미와 기능을 지닌다는 점을 시사한다.
Freud의 꿈 이론은 꿈을 무의식적 욕망과 갈등의 상징적 표현으로 규정 하고, 이를 해석함으로써 인간 심리의 심층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러한 꿈에 대한 Freud의 이론은 현실에서는 충족되기 어려 운 인간의 소망을 만족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검열의 과정을 거치며 왜곡되고 위장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을 드러나며, 이를 해석함으로 억눌려 왔던 무의식에 접근하여 자신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한다는 점에서 요셉의 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2. Heinz Kohut의 자기대상
Kohut은 대상관계이론의 한 축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학자이며 자기심 리학(self-psychology)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자기심리학(self-psychology)에 서 설명되는 자기대상(self-object) 개념은 Freud의 정신분석이론 이후 다양 한 학자들을 통해 대상관계이론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과연 자아가 어떻게 형성되고 또한 그것이 인간의 내면에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이해를 독특하게 설명한 개념이다(Kohut, 1971/1999).
자기대상 (self-object)이란 개인의 자아 통합과 안정, 발달에 중요한 외부 인물들을 의미한다(Kohut, 1977).
Kohut의 새로운 관점은 정신분석의 초점을 본능 (drive)이나 충동 해석에서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관계적 맥락에 대한 공감 적 이해로 이동시켰다는 점이다(Strozier, 2009).
자기심리학에서 자기대상은 단순히 독립된 타인이 아니라, 개인의 자아 확장에 의미 있게 기능하며 심리적으로 중요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존재들 이다.
자기대상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공감적으로 반응해줌으로써 통합된 자아를 형성하고 유지하도록 돕는다(Kohut, 1984/2022). Kohut에 의하면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자기대상이 필요하다.
이를 자기대상의 세 가지 주요 기능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거울반응(mirroring), 이상화(idealization), 쌍둥이 관계(twinship 또는 alter ego)라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 쌍둥이 자기대상으로 표기한다.
거울 자기대상은 마치 거울처럼 자신을 반영해 주는 대상이다.
특히 아 동기 동안 거울 자기대상이 제공하는 인정과 확인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부 모나 중요한 타인이 아이의 존재와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반영해 줄 때, 아 이는 자신이 소중하고 유능한 존재라는 감각을 내면화한다.
이런 인정은 긍 정적인 자존감과 통합된 자아상을 형성하게 한다(Kohut, 1977).
그러나 적 절한 거울 반응을 받지 못하면 자아가 분열되거나 손상되어, 무가치감이나 나르시시즘적 상처에 취약해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거울 자기대상은 여전히 중요하다.
사람들은 배우자, 친구, 동료 등과의 관계에서 인정과 칭찬을 통해 자존감을 유지하고 자아의 안정을 꾀한다.
이상화 자기대상은 이상적 부모상이라고도 불린다.
아동은 부모와 같은 자기대상을 강하고 유능하며 안정적인 존재로 인식하여 친밀한 관계를 맺음 으로써 그 대상이 가지는 안정감과 힘을 자신 안에 내면화해 심리적 지지를 얻고 나아가 자아의 탄력성을 키운다(Kohut, 1977).
이상화 자기대상이 결 핍되면,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불안과 무능감에 시달릴 수 있으며, 이런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권위적이거나 강한 인물을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
성인기에도 사람들은 종종 멘토나 리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을 이상화하 면서 안정감을 얻고자 한다.
쌍둥이 자기대상은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타인과의 유사성이나 소속감을 경험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공통점이나 일체감을 통해 개인은 사회적 연결감을 느끼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는다(Kohut & Stepansky, 1984/2009). 쌍둥이 자기대상이 부족하면, 사람은 고립감을 느끼고 소외감을 경험하게 된다. 성인기에도 사람들은 친구, 배우자, 동료 등과의 친밀감을 통 해 자신이 혼자가 아니며, 사회적 관계망 속에 있다는 안정감을 얻는다.
Kohut에 의하면 이러한 자기대상 경험이 결핍되거나 방해받으면, 자아 발달이 멈추거나 손상된다.
어린 시절 자기대상 경험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 들은 과장된 자아상(과대 나르시시즘), 타인의 인정에 대한 과도한 의존, 만 성적인 공허감 등과 같은 문제를 보일 수 있다(Mollon, 2001).
Kohut은 이 러한 자기대상 욕구는 평생 지속되며, 인간은 삶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통해 자아의 통합과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Kohut은 자신의 이론인 자기심리학을 통한 치료가 손상된 자아를 회복 하는 교정적 자기대상 경험(corrective self-object experience)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내담자의 감정과 경험에 공감적으로 반응하며, 내담자의 존 재를 인정하고 안전감을 제공하는 치료자를 통한 치료적 자기대상 경험은 사람에게 손상된 자아를 재구성하고, 보다 안정되고 자율적인 자아를 형성하 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Kohut & Stepansky, 1984/2009).
이러한 자기대상은 어린 시절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Kohut은 강조했는데, 그렇기에 사람은 인생 전 반에 걸쳐 배우자, 친구, 동료, 멘토 등과의 관계를 통해 자아의 안정감과 통 합감을 유지하게 된다.
Freud가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나르시시즘에 대 한 부정적인 관점은 Kohut에게 와서 변화되었는데 이는 나르시시즘적 성향 이 단순한 병리가 아니라 어린 시절 자기대상 결핍에 대한 보상적 반응이라 고 보았기 때문이다(Mollon, 2001).
이러한 자기대상에 대한 Kohut의 주장 은 요셉의 자기애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III. 요셉의 꿈과 자기애적 성장에 관한 이해
1. Freud의 꿈 해석과 요셉의 자기애에 대한 고찰
Freud의 꿈 이론을 성경 창세기 37장에서 등장하는 요셉의 이야기(창세 기 37장)에 적용하여 분석하면, 요셉이 꾼 꿈과 그의 심리 상태를 보다 심층 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요셉은 자신이 형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되는 꿈을 반복해서 꾸었는데, Freud에 의하면 이는 단순히 미래에 일어날 어떤 일에 대한 예언이라기보다는 무의식 속 자기애적 욕망(narcissistic desire)의 반영으로 해석된다(Freud, 1914/1957).
자기애는 Freud가 인간의 마음을 설 명할 때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특히 자아 형성 초기 단계에서 자신에 대한 이상화와 타인보다 우월 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신학적, 문학적,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되어 온 요셉의 꿈 이야기를 정신 분석학적 시각, 특히 Freud의 관점을 통해 보면, 요셉의 심리적 내면과 가족 관계 속에서의 위치에 대한 그의 무의식적 욕망을 볼 수 있다.
요셉이 꾼 두 가지 꿈, 즉 곡식단의 꿈과 해와 달과 열한 별의 꿈은 전통적으로 요셉이 먼 훗날 형제들과 부모 위에 군림하게 될 것이라는 미래에 이루어질 예지적 의 미로 해석되어왔다.
그러나 Freud의 관점에서 이 꿈들을 살펴보면, 이는 단 순히 미래 사건에 대한 예지적인 의미가 아니라, 요셉의 무의식 속에서 형성 된 자기애적 욕망과 인정 욕구가 꿈의 상징을 통해 표현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곡식단의 꿈에서 요셉의 곡식단이 형제들의 곡식단보다 우뚝 서고, 다른 곡식단들이 요셉의 곡식단에 절하는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요셉이 가족들보 다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은 요셉이 자 신의 형제들 사이에서 느낀 경쟁심과 열등감,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 자신 이 인정받고 존경받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가족 내의 권력의 핵심에 있었지만, 더 많은 시간을 형제들과 함께 하여야 했고 그렇기에 실제 요셉이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사랑받지 못하고 질투의 대상이 되는 약자이었다.
그로 인해 요셉은 형제들 사이에서 소외감과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꿈에서는 그 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무의식적 소망의 충족을 이루 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 내에서의 갈등과 위계질서는 요셉의 무의식에 깊이 각인되었고, 그것이 꿈이라는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특히 곡식단이라 는 상징은 농경사회에서 생존과 번영의 핵심 요소였기 때문에, 요셉이 자신 의 곡식단이 형제들의 곡식단보다 높이 서는 장면은 단순한 권력욕을 넘어 생존에 대한 우위와 당시의 경제력이라 할 수 있는 자원의 지배권에 대한 무의식적 욕망을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꿈인 해와 달, 그리고 열한 별이 요셉에게 절하는 꿈은 이러한 욕망이 더욱 확대된 형태로 나타난다.
해와 달은 부모를 상징하고, 열한 별 은 형제들을 상징한다.
요셉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가족 전체를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기를 열망했으며, 부모까지도 자신에게 복종하게 된다는 과장된 자기애적 상상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기애적 상상이란 스스로 를 모든 대상에게 사랑받을 만한 완벽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며 이는 Freud(1966/2003)가 말한 이상화된 자아 이상(ideal ego)과 관련되는데 요셉 은 자신의 이상적 자아상을 꿈속에서 실현 시키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요셉에게 꿈은 현실에서는 만족하지 못했던 인정 욕구와 권력욕구라는 무의식적 소망을 충족시켜 주었던 것이다.
태양과 달이라는 자연적이고 영속적인 존재를 자기 앞에 복종하게 하는 상징은 요셉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전능감(omnipotence)의 표현이며 이는 유아기의 전능 환상에서 비롯된다.
유아기의 전능감은 세계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고 믿는 것이며 환경에 대한 무의식적 통제욕구를 의미한다.
이는 곧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감각이 꿈이라는 무의식의 공간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해와 달이라는 상징은 단순히 부모에 대한 권력관계를 넘어, 부모로부터 완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유아적 욕구가 꿈속에서 재현된 것으로 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요셉이 어머니 라헬을 일찍 여의고 성장했다는 점 에서 더욱 강화된다.
요셉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결핍감과 그로 인한 전능적 보상심리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래서 더욱 부모의 사랑이 절실했던 요셉에게 꿈은 태양과 달이 자신에게 절하는 과장된 형상 으로 무의식적 자기를 드러내고 있다.
요셉에게는 단순한 권력욕만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결핍과 그것을 채우고자 하는 심리적 기제가 함께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요셉이 이러한 꿈을 형제들에게 이야기했다는 점은 단순히 자신의 비전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형제들에게 과시하고 그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행위이며 강한 자기애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Freud는 자아와 초자아의 관계에서 자아 가 이상화된 자기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경우, 자기애적 성향이 두 드러진다고 보았다(Freud, 1914/1957).
결국 요셉의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형제들의 반감을 키웠고 형제들에 의해 팔려 가게 되는 결과를 비극적 결과 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요셉의 꿈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은 요셉의 꿈이 단순히 요셉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넘어 가족이라는 집단 속에서 형성되는 여러 역학 관 계와 얽혀 있음을 드러낸다.
요셉이 꾼 꿈은 가족 안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싶은 이상적인 위치를 반영하지만, 그 이면에는 형제들과의 갈등, 부모에 대 한 애착, 그리고 자신이 가족 모두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깊은 내면 의 소망이 교차한다.
이러한 요셉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들은 가족 내의 다양 한 환경에서 드러나지 못하고 깊이 억압되었다가 꿈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 현된 것이다.
검열(censorship)은 요셉의 꿈에도 작동되어(Freud et al., 1953) 무의식 적 욕망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를테면 자 신의 우월함에 대한 욕망이 가족 구성원들을 상징화한 곡식단과 하늘의 별 들로 표현된 것을 들 수 있다.
우월함에 대한 요셉의 욕망은 현실에서는 물 론이지만 꿈에서도 결코 구체적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Freud는 또한 꿈이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았다(Freud et al., 1953).
매일의 삶에서 요셉은 착하고 연약한 존재로 자신을 드러내어 자기 내면의 권위와 인정 욕구를 숨기고 있지만 꿈은 그 억압된 욕구를 곡식단과 별이라는 단순한 상징으로 드러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억압된 욕망이 꿈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충족됨으로써 정신적 긴장이 해소되고, 수 면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꿈이 단순한 무의식의 산물이 아니 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꿈은 인간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 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정신적 긴장을 유지하고 수면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전치된 꿈의 상징을 해석하는 꿈 작업은 인간의 무의식적 갈등을 간접적으 로 드러내도록 작용하여 정신분석 치료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심리를 탐색 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한, 요셉이 이후 애굽의 총리가 되어 형제들과 재회했을 때 보인 관대 함 역시 꿈에서 나타난 자기애와 연결해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자기애적 욕 망이 강하게 드러났던 요셉은, 오랜 고난을 거치며 자아가 성숙해졌고 결국 형제들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초기 자기애가 보다 성숙 한 형태의 자기애(self-love)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Freud는 인간의 자기애가 건강하게 전환되었을 때, 타인에 대한 사랑과 포용으로 이 어질 수 있다고 보았는데(Freud, 1914/1957)
이는 요셉의 이야기에서 드러 나는 요셉이 가지고 있었던 자기애의 건강한 변화를 통한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요셉의 꿈은 단순한 미래 예언이 아니라,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던 자기애적 욕망과 인정 욕구의 상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요셉은 가족 내에서 우월한 위치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과 부모의 사랑 을 독차지하고자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심리를 꿈을 통해 드러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무의식적 긴장을 해소하고자 했다.
요셉의 꿈에 대한 Freud적 해석은 성경의 이야기를 인간의 심리에 대한 차원에서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2. 요셉의 생애와 자기애적 성장 과정: 하인즈 Kohut의 자기대 상을 통한 고찰
Kohut의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은 정신분석적 맥락을 벗어나지는않지만, 요셉이 자기애적 상처를 경험하고 자기대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기 애적 성숙을 이루는 과정으로 그의 생애를 새롭게 해석하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
요셉은 어린 시절 아버지 야곱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으나, 형제들의 질투와 미움을 사 결국 애굽으로 팔려 가는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고 난을 이겨내고 애굽의 총리가 되어 가족과 화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요셉 의 심리적 변화와 성장은 Kohut의 자기심리학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다.
자 기심리학은 요셉이 자기애적 상처를 경험하고, 자기대상(selfobject)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기애적 성숙을 이루는 과정으로 변화되어 가는 그의 생애를 새롭게 해석하는 틀을 제공해 준다.
Kohut(1971)은 인간이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대상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자기대상이란 자아를 강화해주는 중요한 타인을 의미하며, 거울자기대상, 이상화자기대상, 쌍둥이 자기대상의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이 세 가지 자기대상 경험이 균형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개인 은 온전한 자아감을 형성하게 된다.
요셉은 어린 시절 아버지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강한 거울 자기대상 을 경험했다.
야곱은 요셉에게 채색옷을 입히며 그를 특별한 존재로 인정했 다(창세기 37:3).
이러한 경험은 요셉의 자기애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 으나, 동시에 형제들과의 관계에서 쌍둥이 자기대상 경험의 결핍을 초래했 다.
형제들 사이에서 동등한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한 요셉은 내면적으로 고 립되었고, 결국 형제들의 분노와 질투를 받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결핍은 요셉이 꾼 꿈에 반영된다.
자신의 곡식단이 형제들의 곡식단 위에 서고, 해 와 달과 별이 자신에게 절하는 꿈(창세기 37장)은 요셉의 과대자기 (grandiose self)가 무의식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Kohut, 1971; Siegel, 1996).
이는 자아 강화를 위해 과장된 방식으로 인정 욕구를 충족하 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과대자기는 곧바로 자기애적 붕괴로 이어진 다.
형제들의 배척과 애굽으로 팔려 가게 되는 과정은 요셉에게 자기대상의 갑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하게 했다.
아버지라는 강력한 거울 자기대상과 이상화 자기대 상, 그리고 형제들과의 관계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쌍둥이 자기대상이 동시 에 무너진 것이다.
이에 따라 요셉은 자기애적 상처를 입었고, 노예 신분으 로 전락하면서 자아감은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Kohut(1971)은 이러한 자기 대상 상실이 인간의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무력감, 공허감, 우울로 이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acich(2018)에 따르면, 자기대상 경험이 결핍되었 을 때 나타나는 무력감은 자아 구조 형성에 장기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자기대상 상실로 인해 요셉의 자아는 위기에 처했으며, 이 시기는 자 기애적 취약성을 극심하게 경험한 단계로 볼 수 있다. 요셉은 이 시기에 깊 은 외로움과 무력감을 경험했을 것이며, 이는 자기대상 경험 부재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요셉은 애굽에서 점진적으로 자기애적 회복의 과정을 경험한다.
보디발의 집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주인의 신뢰를 얻는 과정은 다시금 보디 발을 통해 거울 자기대상 경험을 제공했다.
보디발은 요셉의 성실함과 능력 을 인정해 그의 자아감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했다.
Kohut(1977)은 인간이 자기대상 경험을 통해 다시 자기를 강화할 기회를 얻게 되면, 상처받은 자아 도 점차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셉은 노예 신분이라는 열악한 상황에 서도 자기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아를 지탱하고 조금씩 회복의 과정으로 만 들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금 보디발의 아내로 인해 요셉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며 또다시 자기애적 좌절을 경험한다. 이 시기 요셉은 자기대상 경험이 거의 차 단된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보디발의 집에서와 같은 그의 성실성은 감 옥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관계망을 형성하게 된다. 동료 죄수들의 꿈을 해석해주며 요셉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이는 제한적이나마 또다시 요셉에게 거울 자기대상 경험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Kohut(1971)은 인간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약간의 수용과 인정받음의 경험을 통해 자아를 유지하고 회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요셉에게 적용한다면, 요셉에게 있어 감옥에서의 작은 인정받 음의 경험들은 자아의 붕괴를 막고 다시금 회복할 힘을 제공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요셉의 자기애적 성숙은 바로 왕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전환점을 맞는다.
바로 왕이 요셉의 꿈 해석 능력을 인정하고 그를 총리로 등용해 가는 과 정은 요셉에게 강력한 이상화 자기대상 경험이 되었다.
바로 왕은 요셉에게 이상화 자기대상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권위를 상징하는 바로 왕은 요셉에게 자기 능력을 인정받고 자아를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Kohut(1977)은 이상화 자기대상을 통해 인간은 안정감과 자기 효 능감을 얻고, 내면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요셉은 총리라는 책임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과대자기가 현실적 자아감으로 전환되었고, 지도 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자기애적 욕구가 성숙한 형태로 승화되었다.
기근으로 인해 곡식을 구하러 애굽으로 온 형제들과의 재회는 요셉의 자 기애적 여정을 완성하는 결정적 장면이며 쌍둥이 자기대상의 경험을 제공했 음을 알 수 있다.
과거 같았으면 요셉은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고 자기를 버리고 이토록 고난의 삶을 살아가게 한 원인을 제공한 형제들에게 철저히 복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며, 그들과 본질적으로 같다 는 느낌을 통해 소속감과 정체감 또는 자기통합감을 가지게 한 쌍둥이 자기 대상의 경험은 그로 하여금 형제들을 용서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가지게 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요셉이 외부의 인정에 집착하던 과 대자기를 벗어나 내면적으로 안정된 성숙한 자기애(self-love)를 이루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요셉은 더 이상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적 가치와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족이라는 자기대상과의 재회는 요셉에게 궁극적인 심리적 통합 경험을 제공했으며 무 엇보다도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야곱과의 재회는 요셉에게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거울 자기대상과 이상화 자기대상의 경험을 제공했으며, 이는 궁극적 으로 요셉이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심리적 통합 경 험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Kohut, 1971). 결국 요셉의 생애는 자기애적 상처와 상실, 그리고 자기대상 경험을 통 한 회복과 성숙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아버지의 편애와 형제들의 배척 속에서 과대자기를 형성했던 요셉은, 애굽에서의 자기대상 경험을 통해 현실 적인 자아감을 회복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그는 가족과의 화해를 통해 성숙한 자기애를 이루게 된다.
Ⅳ. 심리적 힘의 근원으로서 요셉이 꾸었던 꿈의 역할 에 대한 논의
이 연구는 요셉의 꿈이 단순히 신앙적 성공담이나 신적 예언의 실현이 아닌 심리학적 배경에서의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목 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이를 위하여 Freud와 Kohut의 이론을 통해 정신분 석학적인 요셉의 변화를 해석해 보았다.
이를 통하여 연구자는 요셉의 꿈이 요셉의 삶에 대한 요셉의 꿈이 가진 역할에 대한 좀 더 깊은 논의를 진행하 고자 한다.
1. 요셉의 이야기 속에 내재 된 심리적 힘의 근원
연구자는 이 연구를 통하여 요셉의 생애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성장과 주 체적 자립의 과정을 앞서 논의한 Freud와 Kohut의 이론과 이를 통한 해석 으로 일정 부분 설명해 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요인들을 극복 하고 그토록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었던 더 근본적인 심리적 원천이 무 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중요하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로서 생명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인격적 존재였다(Westbrook, 2003).
이러한 환경에서 요셉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을 것이고, 초기 자 기애의 붕괴는 더욱 심화되었을 것이다.
심리학적 전제를 가지고 이 시기 요 셉을 본다면 그의 심리적 생존 전략은 자기애적 회복이 아닌 생존 본능의 발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Porges, 2011/2022).
요셉은 극단적 무기력과 심리 적 둔감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소한의 적응 행동에 의존했을 것이다 (van der Kolk, 2015/2020).
인간은 생존을 위해 때때로 심리적 마비 (psychic numbing)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자신을 보호 하려는 본능적 반응이기 때문이다(Herman, 1992/2022).
그렇다면 무엇이 과연 요셉으로 하여금 이러한 생존의 고통과 심리적 마비를 경험하였음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세워갈 수 있 게 하였을까?
연구자는 그 심리적 근원을 초기 자기감의 잔재, 주체성의 회 복, 영적 확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초기 자기감의 잔재는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특별한 사랑을 받으 며 성장하면서 형성된 심리적 자산이다.
야곱은 요셉에게 채색옷을 입히며 그를 형제들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요셉에게 자신이 소 중한 존재이며 특별하다는 긍정적 자기감(self-esteem)을 형성하도록 했다 (Kohut, 1977).
Kohut & Stepansky(1984/2009)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인정과 지지를 받은 경험이 아이의 자기감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 며, 이는 이후 삶에서 큰 상처를 입더라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하는 심리 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초기 자기감은 개인의 정체성과 자 기 가치의 뿌리가 되어 극한 상황에서도 무너짐을 방지하는 심리적 보호막 이 된다(Wolf, 1988).
요셉이 노예로 팔려 가고 감옥에 갇혀 인간 이하의 대 우를 받는 상황에서도 완전히 자포자기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나 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를 통해 가지게 된 긍정적 자기감이 내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 석할 수 있다.
실제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과 지지를 충분히 받은 사람들이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 존 엄성을 유지하며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는 결과를 볼 수 있다(Levine, 2014).
또한 임상심리학에서는 초기 애착 관계가 평생의 심리적 안정감에 큰 영향 을 미친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Bowlby, 1988/2014).
둘째, 주체성(self-agency)의 회복은 요셉이 극심한 고난 속에서도 자신 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Bandura(1997)는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경험할 때, 주체적인 자아가 강화된다고 설명하였다.
요셉은 보디발의 집에서 처음에는 단순한 노예였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여 결국 집안의 모든 일을 관리하는 위치에 올랐다(창 39:4-6).
이는 요셉이 수동적이고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선 택이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감옥에서도 그는 간수장의 신뢰를 얻어 죄수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 았고(창 39:22), 술 맡은 관원장과 떡 굽는 관원장의 꿈을 해석해준 사건(창 40:8-13)은 자신의 지혜와 통찰력을 발휘하여 실질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드 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요셉의 노예로서의 정직하고 최선을 다 한 삶의 결과는 결국 요셉의 ‘자기 효능감’을 강화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근 거가 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Nelson Mandela는 27년간의 수감 생활 중에서 도 동료들과 학습 모임을 조직하고 감옥 안에서 작은 정원을 가꾸며 주체적 인 삶의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의 인간성을 지키고, 궁극적 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도자로서 자유를 이끄는 힘을 키워나갔다 (Mandela, 1994/2006).
미국의 인권운동가 Davis(1981/2022) 또한 부당한 체포와 수감 생활 중에서도 글을 쓰고 사상적 논쟁을 지속하며 자신을 주체 적인 존재로 유지하였다.
이처럼 요셉 또한 고난 속에서 주체적인 행동과 성 공 경험을 통해 자아의 힘을 회복해갔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영적 확신은 요셉이 자신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을 통해 심리적으로 지탱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였다.
창세 기에는 요셉이 노예로 있을 때와 감옥에 갇혔을 때 반복적으로 ‘하나님이 요 셉과 함께하셨다’(창 39:2, 21)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요셉은 자신이 처한 비 참한 현실이 전부가 아니며, 더 큰 계획과 의미가 있다는 영적 믿음을 가지 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보디발의 아내가 유혹했을 때 요셉의 말을 통 해 확인될 수 있다.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 까”(창 39:9)라고 말한 것은, 그가 자신의 삶을 단순한 인간적 성공과 실패 의 차원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Frankl(1984/1984)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인간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발견할 때 가장 극심한 고통도 견딜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Martin Luther King Jr. 역시 인종차별의 현실 속에서 신앙을 바탕으로 비폭력 운동을 지속 하며 자신의 사명을 끝까지 지켜냈다(King, 1998).
가난과 인종차별을 이겨 낸 미국의 방송인 Oprah Winfrey는 신앙에 대한 확신이 자신의 정체성과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Gardner, 1995/2006).
요셉 의 영적 확신도 이와 유사하게, 그가 인간적인 절망을 넘어 자신의 삶에 대 한 궁극적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셉의 생애에서 나타난 자기애적 성장 과정은 생존 본능과 자기애 회복 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체적 자아로 나아가는 인간 발달의 역동성을 보여준 다.
생존 본능은 인간이 극단적 상황에서 기능적 최소 상태를 유지하게 하지 만, 자아가 온전히 회복되기 위해서는 외부의 인정과 성공 경험을 통한 자기 애적 복구가 필수적이다.
즉, 생존 본능이 인간을 보호한다면, 자기애적 회복 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주체적 자아가 형성되며, 이 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성숙 한 자아로 나아가게 한다(Siegel, 1996).
2. 창세기 42장 9절에 등장하는 요셉의 꿈
요셉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렇다면 그토록 그를 절망에서 버티게 하고 끝 내 현실적 성취에 이르게 하는 동력이 되었을 꿈을 요셉은 늘 마음에 기억 하고 그렇게 매일 마음에 되새기는 꿈을 통하여 그렇게 만들어 주실 하나님 을 평생 기대하고 신뢰하며 삶을 살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연구자는 이러한 고민의 과정에 문득 창세기 42장 9절을 마주하게 되었다.
요셉이 그들에게 대하여 꾼 꿈을 생각하고(Then he remembered his dreams about them, NIV) 이 구절은 요셉이 양식을 구하러 자기 앞에 엎드러 절하는 자기 형제들 을 만났을 때 과거 자신의 꿈을 떠올린 장면으로 성경에 묘사되었다.
여기에 쓰여진 히브리어 동사 “זכר)za·kar)”는 “기억하다”라는 뜻인데, 그 ‘기억’이 ‘늘 기억하고 있었다’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때 서야 갑자기 떠 올랐다’라 는 의미인지를 문맥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히브리어 동사의 문맥적 이해는 몇 가지로 이를 해석할 수 있게 하는데 일단은 계속 의식 속에 두고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안식일을 기억(◌זָ ורֹ◌ כ֛(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출애굽기 20장 8절에서의 기억이라는 히브리어 동사가 동일하다는 것을 통해 지지받는다.
그러나 또한 기억하다는 히브리어 동사는 어떤 계기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거의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경우에도 사용되었는데 “하나님이 노아와 그 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가축을 기억하사(ר◌ּכֹ ז◌ְ◌ּיִ◌וַ“(라는 창세기 8장 1절 말씀이 그것이다.
이 구절에서 기억은 노아가 방주에서 오랜 시간 기다 린 후 하나님의 어느 순간 구원의 때를 떠올리셨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Wenham(1994)과 Sarna(1989), Alter(1981/2015)는 기본적으로 요셉이 형제들을 본 순간 과거에 자신이 꾼 꿈을 상기하게 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 였다.
이는 요셉 이야기 전체를 심리적 내면의 긴장과 무의식적 흐름으로 전 제하여, 요셉이 형제들을 만난 그 순간을 무의식 깊은 곳에 있었던 과거의 꿈이 갑자기 재활성화되는 상징적 전환점으로 보는 것이다.
요셉은 잊고 있 었다고 생각했지만, 형제들과의 조우는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묻어둔 꿈과 갈등을 다시 끌어 올렸다.
사실 창세기 42장 9절은 어떤 계기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거의 일을 다시 떠올리는 일회적 사건의 경우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단순하다.
이 는 요셉이 계속해서 꿈을 기억하고 마음에 곱씹으며 그 삶을 살았다는 내용 이 성경에 전혀 기록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요셉에게 형제들이 나 타난 현실적 사건은 과거의 기억을 자극해서 자신이 오래전에 꾸었던 꿈을 갑자기 기억하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창세기 42장 9절은 히브리어 표현과 문맥상 ‘그 순간 떠올렸다’는 일회적 회상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던 것이 의식으로 올라왔다는 정신분석적 해석과도 연결 지을 수 있는 배경이 된다.
‘표면적으로 잊고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여전히 남아 있던 꿈이 현실 자극에 의해 다시 활성화되었다’는 정신분석적 해석은 무의식적으로 요셉의 삶에서 그의 꿈은 자기애적 자아를 지탱하고 있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해 준다(Walsh, 1983; Wax, 1998).
이는 곧 요셉의 꿈이 단순한 미래의 예언 이 아니라 그의 무의식에서 자아의 정체성 형성과 성장 과정에 중요한 심리 적 힘으로 작용했음을 의미하며, 삶의 위기와 다양한 만남의 순간마다 그 꿈이 내면에서 작용하여 방향을 제시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Freud(1986/2024)는 자신의 저서인 꿈의 해석에서 무의식에 관하여 이 야기하며 무의식에서는 어떤 것도 끝내 질 수 없고 어떤 것도 과거가 되거 나 잊혀지지 않는다(Nothing can be brought to an end in the unconscious; nothing is past or forgotten)고 말하였다.
이는 인간의 심리구조에 서 무의식이 과거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저장하고, 그것이 후에 다양한 방식 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의식은 단순히 억압된 욕망과 충동을 담 고 있는 저장소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심리 적 기반이 될 수 있다(Freud, 1933).
요셉이 꿈(곡식 단이 절하는 꿈, 해와 달과 별이 절하는 꿈)은 단순한 권 력에 대한 욕망의 표현이 아니라, 그가 내면적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신 하게 하는 토대가 되었고, 그것은 요셉의 생각지 않은 고난의 그의 자아를 지탱하는 무의식적 힘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셉 은 애굽으로 팔려가 노예가 되었을 때 의식적으로는 절망적 상황에 있었지 만,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을 하나님의 보호 안에 있는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 고 이러한 내면의 확신을 유지했을 것이며, 이는 그가 아버지 야곱에게 편애 를 받으며 형성한 자기애적 감각과, 아버지로부터 늘 들었을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꿈을 통해 경험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무의식적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의식의 요소는 요셉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자아 지탱 기능(supportive mechanism for the self)을 수행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기애의 병리 적 형태가 건강한 자기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을 일컫는 kohut의 자기애적 전 환(narcissistic transformation)개념은 이를 뒷받침 하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개인이 자기대상(self-object)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고, 이를 기 반으로 자아가 성장한다고 보았던 Kohut(1971)의 관점에서 본다면 요셉에게 노예와 감옥생활에서의 자기대상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무의식 속에 남아 있 는 자기애적 이미지는 여전히 자아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 다.
그가 어릴 적 받았던 아버지의 사랑과 꿈에서 경험한 위대한 미래상 은 자기대상의 결핍을 보완하는 무의식적 요소로 작용 하여 그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유지할 수 있도 록 해주었다.
Kohut은 건강한 자기애의 형성이 자기대상(self-object)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는데, 요셉의 경우 이러한 자기대상이 초기에는 아버 지 야곱이었지만, 이후에는 자신이 환경 속에서 만들어내는 성공 경험 자체 가 자기대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그 의 자기애적 힘이 의식적인 현실에서 손상되었을지라도, 무의식 속에서는 지 속적으로 보존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적절한 환경 속에서 다시 의식적으 로 복원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요셉은 노예로 팔려가는 상황에서도 자신 이 단순한 노예가 아니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유지했으며, 이 무의식적 자기 감각이 현실을 버티고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요셉의 꿈은 단순한 미래 예언이 아니었으며, 그의 기억 속에 반드시 가 야 하고, 이루어져야 하는 인생의 미래로 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요셉 의 꿈은 그의 무의식 속에서 자기정체성과 자기애를 지탱하는 중요한 심리 적 힘으로 작용했다.
요셉의 꿈은 무의식적으로 자기애적 자아를 강화했으며 이는 그로 하여금 극한의 상상치 못한 다양한 환경을 마주할 때마다 이를 견디어 내고 궁극적으로 극복해 내도록 돕는 매우 중요한 삶의 근간이 되었 다.
Ⅴ. 결론 및 제언
요셉의 꿈은 표면적으로는 그의 미래를 예고하는 예언적 성격을 지닌 것 으로 보이지만,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그의 무의식이 표현된 형 태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표현된 무의식은 요셉의 정체성 형성과 건강한 자기애의 형성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심리적 요소로 작용하였다.
요셉 의 무의식의 경험과 이를 통해 형성된 자기애는 그의 의식적인 현실에서는 부정당하고 억압되었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여전히 그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 탱하는 요소로 남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요셉이 예측할 수 없었던 그 리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고통과 고난의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 공한다.
그의 꿈은 단순한 미래 예언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매우 소중한 배경으로 존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하여 연구자는 Freud의 꿈 해석과 Kohut의 자기심리학을 통해 요셉의 심 리적 성장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그의 꿈이 자기대상 역할을 수행하며 심리 적 회복과 성숙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요셉의 꿈은 그의 무의식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심리적 힘으로 작용했으며, 삶의 위기와 다양한 만남의 순간마다 그 나름의 역할을 감당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심리학과 신학적 해석이 상호 보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무엇보다도 성경 인물의 심리적 이해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기독상담의 현장에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무기력,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내담자에 대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지탱하고 심리적 힘을 얻도 록 도울 수 있는 신학적, 심리학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연구는 요셉의 꿈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하지만 신학적 해석과의 조 화라는 주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고, 수많은 심리학자 가운데 오직 Freud와 Kohut의 이론만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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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이 연구는 창세기 37-50장에 나타난 요셉의 꿈과 그의 생애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분 석하였다.
요셉의 꿈은 단순한 미래 예언이 아니라, 그의 자기애적 자아를 지탱해 준 상 징적 자기대상(self-object)으로 작용하였다. 아버지의 편애로 강화된 요셉의 자기애는 꿈 을 통해 심리적으로 유지되었고, 이는 형제들과의 갈등, 노예 생활, 감옥살이 등 극심한 상실과 좌절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이 되었다.
특히 창세기 42장 9절에서 형들을 만 났을 때 꿈을 떠올리는 장면은 억압된 자기대상이 외부 자극으로 재활성화된 사건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요셉의 꿈은 신적 계시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 과정에 자기 애적 자아를 지탱해 준 상징적 자기대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성서 인물 해석 에 신학적, 문학적, 신앙적, 목회적 관점뿐만 아니라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접목함으로써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주요어: 요셉, 꿈, 자기애적 성장, 프로이트, 코헛, 자기심리학, 심리적 힘
ABstract
A Study on the Transformation of Narcissism through Joseph’s Dreams: A Psychoanalytic Approach Based on the Theories of Freud and Kohut
Cho, Young Jin / Seoul Jangsin University
This study analyzes Joseph’s dreams and life in Genesis 37–50 from a psychoanalytic perspective. His dreams are interpreted not as mere prophecies but as a symbolic self-object that unconsciously supported his narcissistic self. Reinforced by his father’s favoritism, Joseph’s narcissistic self was sustained through the self-object function of his dreams, allowing him to endure severe experiences such as betrayal, slavery, and imprisonment without psychological collapse. His recollection of the dreams in Genesis 42:9 is understood as the reactivation of a repressed self-object triggered by external stimuli. This suggests that the dreams functioned not only as divine revelations but also as an internal structure that upheld his idealized self during psychological development. By applying psychoanalytic theory, this study provides a deeper understanding of Joseph’s inner world and contributes to the interpretation of biblical figures beyond theological, literary, and pastoral approaches.
■ keywords: Joseph, dreams, narcissistic development, Freud, Kohut, self-psychology, psychological strength
접수일: 2025년 2월 21일, 심사완료일: 2025년 4월 12일, 게재확정일: 2025년 5월 13일
한국기독교상담학회지 제36권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