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크레딧 산업의 전망과 과제(25-6-20)/김나율.금융연구원
<요 약>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 세부 이행 규칙이 합의되면서, 탄소 감축 실적(크레딧)의 공급과 거래가 가능한 국제 탄소시장이 출범하 고 탄소 크레딧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됨.
UN 주도 국제 탄소 크레딧 등장 으로 자발적 탄소시장과 규제적 탄소시장 간 상호 연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글 로벌 공급망에서 스코프 3와 잔여 배출량에 대한 상쇄 수단으로 고품질 탄소 크레딧 사 용이 고려되고 있음.
최근의 국제사회 변화와 보조를 맞추어 우리 정부도 기후테크 기 업의 국제 탄소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며, 국제 탄소 크레딧과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연계를 검토하고, 수요 기업을 위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탄소 크레딧 산업 육성 을 위한 제도 마련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음.
<내 용>
■ 2024년 11월에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협정 (Paris Agreement)에 기반을 둔 제6조(국제 탄소시장)의 세부 이행 규칙에 최종 합의함에 따라 서 국제 탄소시장이 본격 출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됨.
● 파리협정은 COP21에서 채택된 국제 기후변화협약으로, 제6조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당 사국 간 자발적 협력 체제를 규정하고, 이 규정에 따라 발급된 탄소 크레딧을 제6조 크레딧이 라고 명명함.
* 제6.2조는 당사국 간 자율적 협력에 관한 규정이며, 탄소 감축 실적(Mitigation Outcome, MO)이 발생한 국가의 정부가 해당 실적을 ITMO(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로 전환하여 다른 나 라와 거래하는 데 관계된 내용을 담고 있음.
* 제6.4조는 UNFCCC 감독기구가 관리하는 국제 탄소 크레딧 메커니즘인 PACM(Paris Agreement Crediting Mechanism)에 관한 규정이고, 이 절차에 따라 인증된 감축 실적은 제6.4조 크레딧(A6.4ER)으로 발급되 어 거래됨.
■ COP29의 결과,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신뢰성 높은 국제 탄소시장이 등장하고 제6조 크레딧 수 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향후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 확대와 탄소 크레딧 산업 의 성장이 기대됨.
● 종전까지 국제 탄소 크레딧 메커니즘은 국제기구, 각국 정부, 비영리 단체 등으로 파편화되어 서로 다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자발적 탄소 감축을 검증하여 크레딧을 발급해 왔기 때문에 통 일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지만, COP29 이후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 대됨.
● 탄소 크레딧 수요는 규제 목적의 수요와 자발적 목적의 수요로 분류됨.
* 규제 목적의 탄소 크레딧 수요: 배출권거래제(ETS)나 탄소세 등 국가 규제 정책, 그리고 국제항공 탄소 상 쇄 · 감축 제도(CORSIA)와 같은 산업별 의무 감축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수요, 파리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의 수요 등
* 자발적 목적의 탄소 크레딧 수요: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표명한 기업의 수요 등
● UNFCCC의 관리하에 ITMO 허가 및 이전 절차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고 PACM에서 발 급된 제6.4조 크레딧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면, 탄소 크레딧 수요가 자발적 목적을 넘어 규 제 목적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
* 파리협정 당사국 195개국 가운데 168개국이 제출한 최신 NDC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협정 제6조의 자발적 협력 수단 중 하나 이상을 자국 NDC 달성에 사용할 계획이 있거나 혹은 계획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국가가 과거 68%에서 82%로 증가1)
1)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2024),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under the Paris Agreement: Synthesis report by the secretariat.
* 2035년 NDC를 제출한 19개 당사국(2025년 3월 기준) 가운데, 9개 국가(브라질, 스위스, 싱가포르, 안도 라, 에콰도르, 우루과이, 일본, 잠비아, 쿠바)가 제6조를 통한 자발적 협력 수단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 혔고, 7개 국가(영국, UAE, 뉴질랜드, 마셜군도, 몰디브, 세인트루시아, 캐나다)는 향후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힘.
■ 최근 EU가 탄소 감축목표 달성 수단의 유연화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수행된 탄소 감 축 실적인 제6조 크레딧이 EU의 NDC 달성에 사용될지 여부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에 서 수입기업의 상쇄 실적으로 인정될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탄소 크레딧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
●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는 2040년까지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연화 조치로 제6조 크 레딧 사용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2)
2) Reuters (2025.04.07.), “EU considering international CO2 credits to meet new climate goal, sources say”
● 블룸버그는 유럽위원회가 CBAM 시행을 앞두고 EU 밖에서 인정된 탄소 상쇄 실적에 대한 처 리 방식을 검토한 결과, 제6조 크레딧 허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함.3)
3) Bloomberg (2024.12.05.), “EU assessing role of UN’s carbon offsets program in border levy”
● EU의 CBAM이 탄소의 감축과 제거 활동에 의한 제6조 크레딧을 모두 인정할 경우, 규제 목적 의 기업 수요가 증가하여 시장 활성화가 더욱 촉진될 수 있음.
■ 한편, 온실가스 관리 대상이 글로벌 공급망 전체로 확대되는 국제적 추세에서 스코프 3 배출량과 잔여 배출량을 상쇄할 목적으로 탄소 크레딧에 대한 기업의 자발적 수요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있음.
● 스코프 3 배출량은 기업의 가치 사슬에서 발생한 간접 배출량이고, 잔여 배출량은 생산활동을 하는 기업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감축한 이후에도 남아있는 탄소 배출량임.
* 스코프 1 배출량은 기업의 직접 생산활동으로 야기되는 탄소 배출량, 스코프 2 배출량은 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지칭
● 자발적 탄소시장 이니셔티브(VCMI)는 2025년에 발간한 “Scope 3 Action Code of Practice”에서 탄소 크레딧을 이용해서 스코프 3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함.
* 제한 조건: (수량) 스코프 3 배출량 격차 중에서 감축경로 배출량(trajectory emissions)의 25% 이내, (시기) 2040년까지 한시적으로, (품질)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위원회(ICVCM)의 CCP 라벨을 획득한 크레딧 혹은 파리협정 제6.4조 크레딧만 인정
●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는 2025년에 발표한 “SBTi Corporate Net-Zero Standard” 개정 초안에서 EAC(Environment Attribute Certificate)는 탄소 크레딧과 에너지 · 상품인증서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이 중 탄소 제거 크레딧은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허용함.
● 2025년에 프랑스는 잔여 배출량에 대해 자발적 탄소 무결성 위원회(ICVCM)의 CCP 라벨 크레딧이나 제6.4조 크레딧과 같은 고품질 탄소 크레딧만 사용하겠다는 “Carbon Credit Charter”를 발표하고, 이에 17개 글로벌기업이 서명함.
■ 현실적으로 국제 탄소 크레딧의 인증 메커니즘이 상당히 파편화되어 있어 크레딧마다 신뢰도와품질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크레딧의 성격이나 품질에 대한 상세 정보를 파악해서 목적에 부합하는 것을 활용해야 하고, 향후 사용한 탄소 크레딧에 대한 정보 공개에 대비해야 함.
● 2025년 2월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금융규제 당국 12곳 중 10곳이 향후 탄소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한 탄소 크레딧 정보를 요구할 계획이며, 이 중 9곳은 단순히 탄소 크레딧 사용 여부뿐 아니라 크레딧에 대한 상세 정보까지 요구할 계획에 있음.4)
4) Sayuri Shirai (2025), Survey Findings: Asian Financial Regulators on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Standards and Voluntary Carbon Credits, ADB Institute Policy Brief. 22
* 요구할 정보(금융규제 당국 수): 자발적 탄소 크레딧 여부(3곳), 파리협정 제6조 준수 여부(2곳), ICVCM의 CCP 라벨 인증 여부(5곳), 자연 혹은 기술 기반 크레딧(8곳)
● 2곳의 금융규제 당국은 ICVCM으로부터 CCP 라벨을 획득한 고품질의 탄소 크레딧 사용을 권장할 계획에 있음.
■ 정부는 기후 변화 대응을 새로운 산업 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로 인식하고, UN 주도로 재편되는 글 로벌 탄소 크레딧 산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산업 여건을 고려하여 탄소 크레딧 산업 육성을 위한 선제적 준비에 착수할 필요가 있음.
● 탄소 경쟁력 확보가 기업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탄소 크레딧 수요 증가가 기 대됨에 따라 국내 기후테크 기업의 국제 탄소시장 진출 지원이 확대되고 있음. *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부터 기후테크 기업의 해외진출 비즈니스 성공모델을 발굴하고, 확산을 지원하 는 ‘생태산업개발 해외진출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여 지원하고 있음.
* 또한 2025년부터는 G2G 방식의 대규모 국제탄소감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기존 B2G 방식의 사업 지원 규모를 확대하며, 사업자 선정 요건을 완화하는 등 국내기업의 국제 탄소시장 진출도 지원을 시작함.
● 탄소 크레딧에 대한 수요가 저품질에서 고품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과도기적 국 제 탄소시장에서 수출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정 부는 자발적 탄소 크레딧 수요에 대한 국제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제공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함.
● 수출기업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허용되는 탄소 크레딧 조건을 고 려하여 ETS에서 상쇄 배출권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자발적 탄소 크레딧의 범위를 명확 히 제시하고 전환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음.
* 현재 우리나라 ETS에서는 자발적 탄소 크레딧 사용을 불허하며 파리협정에 근거한 크레딧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상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