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

영국 국채시장 불안 사례의 배경과 시사점(25-6-7)/송민기.금융연구원

jn209 2025. 6. 28. 08:46

<요 약>

 

▶ 2022년 영국의 국채시장 위기를 초래했던 근원적인 취약성은

  (1) 국채 금리가 재정건전성 우려에 대해 반응하는 민감도가 과거보다 높아졌고,

  (2)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펀드의 부채연계투자 (Liability-Driven Investment LDI) 운용전략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졌던 데 있는 것으로 분 석됨.

 

▶ 영국 국채 금리의 재정건전성 민감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의료비 · 연금 관 련 재정지출의 지속적인 증가추세와 더불어 고령화된 인구구조에 따른 대규모 코로나19 대응 비 용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 영국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펀드들은 인구구조 변화로 신규가입 · 추가적립이 중단된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미래 부채 부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고수익 자산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자 LDI 전략 의존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됨.

 

▶ 현저한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국가에서는 영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LDI 펀드를 비롯 한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과 유동성에 대한 관리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비은행금 융기관의 레버리지와 파생상품 거래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필 요가 있음.

 

▶ 저출산 · 고령화로 인해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위기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필요가 있음.

 

 

<내  용>

저출산 · 고령화와 관련된 위기감은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 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영국이 2022년에 경험했던 극심한 국채시장 불안 사례는 인구구조 변화가 초 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유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들 어 영국 국채 금리가 독일보다 큰 변동성을 나타내며 상승한 현상도 2022년 사건의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많은 국가들은 영국 국채시장 불안 사례를 상세히 분석하여 장기적 대응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1. 2022년 영국 국채시장 불안 사례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는 2022년 9월 23일에 총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였다.

애 초 계획되었던 법인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동시에, 주택 구입 인지세와 소득세는 인하하는 것이 주 된 내용이었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환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파운드당 1.03 달러 수준까지 폭락하였고,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단 3영업일만에 140bp만큼 급등하였다.

이 처럼 이례적인 국채 금리 급상승은 또 다른 연쇄반응의 뇌관에 불을 붙였다. 당시 영국의 퇴직연금 펀 드들은 단기자금시장 기반의 높은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부채연계투자(Liability-Driven Investment; 이하 LDI) 전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대규모 파생거래 손실이 발생하면서 마진콜 압박을 받았고, 단기자금 시장에서는 국채의 담보가치가 하락함 에 따라 높은 레버리지를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퇴직연금 펀드들은 기존 포지션을 청산하고 국 채를 투매(fire sale)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국채 금리가 재차 급등하면서 마진콜을 추가 로 발생시키는 악순환이 초래되었다.

결국 영국 중앙은행이 한시적인 대규모 국채 매입 조치를 시행하 는 한편, 트러스 정부가 감세안을 철회한 뒤에야 극심한 국채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영 국 국채시장에 대한 신뢰는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영국 국채 금리는 소위 ‘멍청이 위험 프리미엄’1) 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 Luce, E. (2025.4.14.), “Trump, Truss and the ‘moron premium’,” Financial Times, https://www.ft.com/conten

 

 

2. 영국 국채시장 불안의 표면적 촉발 요인과 누적된 취약성

 

2022년 영국 국채시장 불안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원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사례를 누적된 취약성(vulnerability)과 촉발 요인 (trigger)으로 구분해서 분석하는 IMF의 접근방식2) 을 따르자면, 영국 정부의 감세안은 촉발 요인에 해 당된다.

보다 중요한 과제는 근원적인 취약성을 파악하는 것인데,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 취 약성은 국채 금리가 재정건전성 우려에 대해 반응하는 민감도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 취약성은 퇴직연금 펀드의 LDI 운용전략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두 가지 취 약성 모두 그 기저에는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이 존재한다.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건정성 악화 저출산 ·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부정적 영향은 이미 잘 알려진 사 실이다.

IMF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구구조 변화는 주로 의료비와 연금 관련 지출을 통해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며, 3) 두 항목의 재정지출 규모는 G20 선진국의 경우 2050년까지 GDP 대비 25% 수준으 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나타낼 전망이다.4)

이는 영국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현실이다.

의료비 관 련 영국의 공공지출 규모는 1955년 기준 국민소득 대비 2.8% 수준이었으나, 2019년 기준으로는 7.3% 수준으로 확대되었다.5)

연금 관련 공공지출은 2019년 기준으로 복지 부문 재정지출의 55%를 차지하 였으며,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6)

 

  2) IMF (2010), “The IMF-FSB Early Warning Exercise: Design and Methodological Toolkit,” IMF Policy Paper, International Monetary Fund.

  3) IMF (2016), “How to Assess Fiscal Implications of Demographic Shifts: A Granular Approach,” Fiscal Affairs Department How-toNote 2/2016, International Monetary Fund.

  4) IMF (2019), “Group of Twenty: Macroeconomics of Aging and Policy Implications,” G-20 Background Not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5) Boileau, B., I. Stockton, and B. Zaranko (2024), “How have the size and shape of the UK state changed?,” Institute for Fiscal Studies, Report 320.

  6) OBR (2019), “Fiscal risk report,” 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한편,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충격은 영국의 재정건전성을 한층 더 악화시켰다.

2020-2021 회계연도에 영국의 GDP 대비 공공부문 순차입 규모는 15%의 이례 적인 수치를 기록하였고, 2022∼2025년 기간에도 5% 내외 수준이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2019년 기 준 80% 수준이었던 영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97%까지 상승하였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영국으로서는 노인 요양시설 지원, 중환자실 및 대규모 백신 접종 프로그램 운영, Long COVID 후유증 치료 등에 많은 재원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7)8)

국가 간 비교연구에서도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은 국 가일수록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규모가 컸던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9)10)

인구구조 변화 관련 재정지출 규모의 현저한 증가는 영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높였고, 국채 금리 가 과거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3.인구구조 변화와 퇴직연금 LDI 의존도

 

영국 국채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던 LDI 운용전략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배경 에도 인구구조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영국 하원 노동 · 연금위원회는 분석한다.11)

기대수명 의 증가를 뒤늦게 인지한 기업들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대한 신규가입을 받지 않기 시작했고, 나아 가 기존 가입자들의 추가 적립까지 중단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비중은 2006년 12%에서 2022년 기준 51%로 확대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곧바로 신속하게 축소된 것 은 아니다.

IMF의 사후분석에 의하면 LDI 위기가 발생했던 2022년 시점까지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의 운용자산 규모가 전체 사적연금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던 것으로 평가된다.12)

한편, 인구 구조 변화는 퇴직연금의 운용 여건을 악화시키는 저금리 기조에도 영향을 미쳤다.13)

 

   7) NAO (2024), “NHS Financial Management and Sustainability,” National Audit Office.

   8) Fotaki, M., A. Horton, D. Rowland, D. Ozdemir Kaya, and A. Gain (2023), “Bailed out and burned out? The financial impact of COVID19 on UK care homes for older people and their workforce,” Warwick Business School.

   9) Li, S.K., and X. Liang (2021), “Determinants of the Fiscal Support of Governments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Frontiers in Public Health, 8:637557,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ublic-health/articles/10.3389/fpubh.2020.637557/full 

 10) Emmanouilidis, K., P. Golitsis, and K. Khudoykulov (2024), “On the determinants of the Fiscal Policy Response to COVID-19 idence from Robust Estimation and country outlier detection,” Theoretical Economics Letters, 14(2), p.679-688.

  11) House of Commons Work and Pensions Committee (2023), “Defined benefit pensions with Liability Driven Investments,” House of Commons Work and Pensions Committee 7th Report.

  12) Chen, R., and E. Kemp (2023), “Putting Out the NBFire: Lessons from the UK’s Liability-Driven Investment (LDI) Crisis,” Working Paper No. 2023/210, International Monetary Fund.

  13) IMF (2023), “The Natural Rate of Interest: Drivers and Implications for Policy,” World Economic Outlook, April 2023, International Monetary Fund.

 

금리가 낮아지면 퇴직연금 미래 부채를 할인한 현재가치는 커지는 반면, 자산운용 수익률은 낮아지는 어려움이 발생한 다.

신규가입이나 추가 적립이 중단된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로 운용 여건마저 악화됨에 따라 퇴직연금 펀드들은 단기자금 시장 기반의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LDI 전략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되었다.

LDI 전략은 기본적으로 금리 변화 등에 따른 미래 부채 가치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동시에 자 본 효율성을 높여 고수익 자산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금리 하락에 따른 부채 부담 증가 위 험을 회피해야 하는 LDI 펀드들은 금리 하락 시 가치가 상승하는 파생상품을 주로 활용한다.

이와 더 불어 RP 시장에서 장기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여 레버리지를 높이는 운용방식을 통해 자산 듀레 이션을 효율적으로 매치시키는 전략도 병행한다.

다만, 퇴직연금의 LDI 운용방식에는 금리 상승에 대 한 내재적 취약성이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들이 부득이하게 LDI 의존도를 높이게 된 데에는 인구구조 변화가 상당 부분 기여하였다.

 

4.정책적 시사점

 

저출산 · 고령화에 따른 현저한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국가들은 영국의 국채시장 불안 사례를 타 산지석으로 삼아 LDI 펀드와 같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과 유동성에 대한 관리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위기상황에 준하는 금리 변동 시나리오 하에서도 투자손실 및 담보가치하락 에 따른 유동성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완충여력 확보가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비은행금 융기관의 레버리지와 파생상품 거래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시스템 리스크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IMF도 영국 국채시장 위기를 계기로 이를 권고한 바 있다.14)

 

     14) IMF (2023), “Nonbank Financial Intermediaries: Vulnerabilities amid Tighter Financial Conditions,” 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April 2023, International Monetary Fund.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구구조 변화로 장기간 누적된 취약성이 금융불안을 초래했던 영국 사례를 먼 나라 혹은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유사한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 IMF 연 구결과15) 에 의하면, 연금 펀드에 내재된 취약성이 금융불안을 초래할 개연성은 영국만의 예외적 상황 이 아니라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이다.

 

  15) IMF (2025), “Pension Funds and Financial Stability,” Global Financial Stability Notes, International Monetary Fund.  

 

누적된 취약성이 미래 시점 에서 가시화되면 자연스럽게 정책대응 추진력이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이다.

영국 중앙은행이 2018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LDI 전략의 광범위한 활용이 금융위기를 초래할 잠 재적 위험에 대해 경고한 바 있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할 때까지 충분한 정책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영국 하원 노동 · 연금위원회의 사후조사에서 확인되었다.16)

 

    16) House of Commons Work and Pensions Committee (2022.12.14.) “Oral evidence: Defined benefit pensions with liability-driven investment, HC 826,” https://committees.parliament.uk/oralevidence/12446/html/

 

현재 저출산 · 고령화와 관련 된 위기감은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 대한 논의를 통해 주로 표출되는 경 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충분히 포괄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다른 형태의 위기에 대한 경 각심도 요구된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위기의 전개 양상을 설명할 때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 오른다』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를 인용하곤 한다.

영국의 사례는 인구구조 변화가 초래하는 위기 역시 그러한 유형으로 발생할 개연성을 시사한다: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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