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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일심불성’론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김성철.금강대

I. 서론

II. 원효의 불성관 - 일심불성론

III. 이전 논사들의 불성 개념에 대한 원효의 입장

IV. 제5사와 제6사설의 문제

V. 일심사상의 경전적 증거에 대하여

VI. 결론

 

 

❚한글요약

본고의 목적은 원효의 『열반종요』에 나타나는, 원효 이전 논사들의 불성관에 대한 원효의 비판적 취급 방식과 그 전거를 중심으로, 원효의 불성관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원효는 『열반종요』 「불성문」에서 선대의 여러 논사들의 견해를 여섯 가지 설 로 정리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선대 이론의 정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을 이용하여 원효 자신의 일심불성론의 체계성을 보여주려는 주도면밀한 시도 였다. 이 과정에서 제시된 원효의 일심불성론은 『기신론』의 일심 개념에 기반하 여 『열반경』 및 이전 논사의 견해를 통합적으로 설명한 것이었다. 이러한 통합적 설명에 사용된 원효의 방법은 포괄주의[會]와 상대주의[通]에 기반하고 있다. 이어서 원효가 새롭게 제시하는 제5사와 제6사의 견해 및 그 견해에 대한 전 거로 인용된 문장들을 살펴보았다. 흥미롭게도 제5사와 제6사 견해의 경증으로 인용된 논서의 핵심 문장은 실제로는 동일한 『유가사지론』 문장이었다. 이 동일 한 문장이 제5사 견해의 증거로 인용될 때는 알라야식의 법이종자를 증명하는 문장으로, 제6사 견해의 증거로 인용될 때는 아마라식의 진여불성으로 해석된 것이다. 본고는 이를, 산스크리트 원전의 원래 의미 및 한역 과정에서 변용되는 과정 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고찰하였다. 그 결과 제5사의 경우는, 원래 수행자의 자 질과 성향을 의미하는 종성 개념이 알라야식 도입 이후 법이종자로 발전하고, 그 법이종자가 원인이라는 의미의 불성 개념으로 간주된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는 지론사의 불성 개념에서 유래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제6사의 경우 동일한 종성 개념이 『보성론』의 독특한 번역과정을 통해 ‘진여’ 개념으로 간주되고, 그것이 바로 불성이라고 간주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원효 불성 개념의 핵심인 ‘일심’ 개념의 전거로 인용된 『능가경』 경문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경문은 『기신론』에서 설하는 2문을 가진 ‘일심’이 아니라 삼매의 동의어로서 ‘일심’임을 확인하였다.

본고는 이러한 고찰을 통해 원효의 독특한 불성관이 인도불교 전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아시아 불교전통의 산물이자 새로운 출발점이었음을 보여준다.

주제어 열반종요, 불성, 일심, 일심불성론, 종성, 보성론, 유가사지론

 

I. 서론

본고의 목적은 원효의 『열반종요』 「불성문」을 중심으로 원효의 불성관과 관련 하여, 그의 논의 방식과 그 근거에 관한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열반종요』는 다른 경전에 대한 종요류와 마찬가지로 『대승열반경』의 핵심교리 를 정리한 것이다. 이에 더해 『열반종요』는 열반과 불성에 대한 원효 이전의 여러 견해들을 통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점은 특히 「불성문」 <출체문>에서 현저 하다. 곧 원효는 <출체문>에서 불성에 관한 여러 견해를 망라하고, 그 자신의 입 장에 서서, 그 주장들 사이의 상호관계, 그리고 원효 자신의 불성 개념과의 관계 등을 밝혀 불성 개념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효는 잘 알려진 화쟁과 회통의 방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 다. 이 화쟁과 회통의 방식, 특히 「불성문」에 나타난 회통의 방식은 일견 서로 불 일치하거나 모순되어 보이는 『대승열반경』의 경문을 조화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러한 불일치하거나 모순되어 보이는 경문은 원효 이전의 여러 논사 들 견해의 근거가 되고 있다. 경문을 회통하는 과정과 이 문장들에 근거한 이전 논사들의 주장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원효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불성 개념을 해석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이해 방식의 의 도와 의미를 재평가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이전 논사의 주장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원효가 새롭게 언급하는 두 논사 의 주장과 그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는 문장, 그리고 원효 자신의 불성 개념인 일 심불성론의 근거와 관련한 문제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원효의 독특한 불성관이 인도불교 전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아시아 불교전통의 산물이자 새로운 출발점이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II 원효의 불성관 - 일심불성론

『열반종요』 「불성문」 서두는 불성에 관한 원효 이전 여러 논사들의 견해를 소 개하면서 시작한다.

원효는 불성에 대한 선대 논사들의 여섯 견해를 열거한 후, 자신의 독자적인 불성관을 제시하고 있다.

원효는 앞서 열거한 여러 논사들의 불 성 개념이 부분적으로만 옳다고 간주한다.1)

 

     1) 『열반종요』(TD38) p.249b12-25, “此諸師說 皆是[皆]非 …… 所以諸説 皆非皆是”  

 

그리고 자신이 제시하는 일심 개념이야말로, 여타 논사들이 제시하는 불성 개념의 국지적 타당성을 넘어, 전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성의 본질은 바로 일심(一心)이다. …… 만약 조건[緣]에 따라 [일]심을 논하 면, [일심은 여섯 논사가 주장하는] 표면적 마음[起]도 되고 잠재적 성향[伏]도 되 며, 심리현상[法]도 되고 사람[人]도 되며, 속제(俗諦)도 되고 진제(眞諦)도 되며, 원인도 되고 결과도 된다.2)

 

원효는 선대의 여러 논사들이 불성을 원인이나 결과 등 특정한 조건 아래 있는 일심의 특수한 측면만을 강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원효가 불성이라고 간 주하는 일심은 그 특수한 측면에 한정되지 않고,3) 원인과 결과 등 모든 측면을 다 포괄하는 개념이다. 불성을 일심이라고 간주하고, 다른 논사의 불성관에 대해서는 부분 타당성만 인정하는 원효의 견해는 『열반종요』의 결론부에서 다시 한 번 나타난다. 『열반 경』의 경문을 특정한 기준에 따라 동일한 의미로 모아 분류하는 부분인 ‘회의동 (會義同)’이 그것이다. ‘회의동’에서는 『열반경』에서 설해진 다양한 불성 정의를 다섯 가지 기준에 입각하여 분류한다. 다섯 가지란 첫째 성정문(性淨門)의 상주불성, 둘째 수염문 (隨染門)의 무상불성, 셋째 현재의 결과[現果], 넷째 미래의 결과[當果], 다섯째 일심 이다. 이 중 첫째와 둘째는 원인의 측면을, 셋째와 넷째는 결과의 측면을 설한 것 이다. 다섯째는 원인과 결과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원효는 이 다섯 가지 불성의 의미로 『열반경』에 설해진 불성 개념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고 한다.4)

 

     2) 『열반종요』(TD38), p.249b19-24, “佛性之體 正是一心 …… 約縁論心 爲起爲伏 作法作人 爲俗 爲眞 作因作果” ; 이하 본고에서 『열반종요』 번역은 모두 은정희 외(2017)와 박태원 외(2019)를 참조하였다.

     3) 『열반종요』(TD38), p.249b2-23, “所以就心論心 非因非果 非眞非俗 非人非法 非起非伏”

     4) 『열반종요』(TD38), p.253c17-23. 

 

이 어서 마지막 일심까지 설하는 『열반경』 경문을 모두 해설한 뒤, 다섯 번째 일심과 이전의 불성 개념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앞서 설명한 네 가지 측면 곧 [수]염과 [성]정이라는 두 가지 원인[이라는 의미 의 불성 개념]과 미래와 현재의 결과[라는 의미의 불성 개념]은 그 본질상 별개가 아니고[其性無⼆] 다만 일심[의 두 가지 측면]일 뿐이다.5)

인용문은 앞의 네 가지 불성 개념이 모두 다섯 번째 일심 개념에 포괄되는 하 위 개념임을 명확히 한다.

앞의 네 불성 개념은 청정과 염오, 원인과 결과라는 측 면에서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지만, 일심은 그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최상위 개념이다. 이 점에서 앞의 네 개념과 다섯 번째 일심 개념에는 명확히 위계가 존 재한다. 이를 간략히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1) ‘회의동’의불성개념

⑤ 일심  원인           성정문                ① 상주불성(진여불성)

                                수염문                ② 무상불성(보불성)

              결과   현재불의 공덕(現果)  ③ 현과불성

                       중생의 가능성(當果)   ④ 당과불성 

 

문제는 이와 같은 포괄적 일심 개념은 『열반경』에서는 설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열반경』 안에서 일심이라는 단어가 한 차례 나타나지만, ‘열심히’ ‘집 중하여’ 정도의 의미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6) 일심이라는 용어가 전문술어로 서 『열반경』 전체의 불성 개념이나 원효 이전 논사의 불성 개념을 포괄할 만한 의 미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7)

 

      5) 『열반종요』(TD38), p.254b28-29, “前説四門 染淨⼆因 當現⼆果 其性無⼆ 唯是一心”

      6) 예를 들면, 남본 『열반경』(TD12), p.621c4-6, “汝等於是第一義中 應勤精進一心修習”과 같다.

      7) 『열반종요』의 일심 개념의 기원은 직접적으로는 『대승기신론』인 것으로 보인다. 원효는 『기신론』 의 일심 개념을 주석하면서 그 경전적 전거로서 『능가경』의 문장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능가경』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무리한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룬다.

 

이 사실은 일심불성론이 직접적으로 『열반경』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원효는 다른 경론에 근거한 일심 개념으로 『열반경』을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열반경』에 기반한 직접적 근거도 없이 어떻게 『열반경』에 나타나 는 불성 개념을 일심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가? 원효는 말한다.

 

일심의 본질[性]은 오직 붓다[佛]만이 체득할 수 있으므로 이 [일]심을 불성(佛 性)이라 한다. [『열반경』의 문장들은] 여러 기준에 따라 이 동일한 일[심]의 본질을 [부분적으로] 드러낼 뿐이다.8)

 

원효는 마치 인도불교 전통에서 발음의 유사성을 이용하여 의미를 확장하는 ‘유사어원학(nirukta)’9) 방식을 차용이라도 하듯, 일심 개념을 불성 개념으로 확장 하고 있다.

 

       8) 『열반종요』(TD38), pp.254b29-255a2, “一心之性 唯佛所體 故説是心 名爲佛性 但依諸門 顯此 一性”

       9) 인도의 유사어원학(nirukta) 전통에 대해서는 강성용(2010) ; 이영진(2016) 참조. 

 

다시 말해 성문이나 보살이 아닌, 오직 붓다[佛]만이 일심의 본질[性] 을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일심을 불성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어의해석을 통해 원효는 『열반경』에는 나타나지 않는 일심불성론을 제창하고 있 다.

원효는 이 일심 개념으로 『열반경』에 나타나는 불성 개념뿐 아니라 인도와 동 아시아에서 형성되고 발전해 온 불성 개념의 역사 전체를 포괄하고자 하는 웅대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III. 이전 논사들의 불성 개념에 대한 원효의 입장

앞서 언급했듯이, 『열반종요』 「불성문」 서두는 불성에 관한 원효 이전 여러 논 사들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불성문」 은 다시 6문으로 나뉜다. 원효는 먼저 여섯 논사의 견해를 <출체문>에서 다룬다. 이어지는 <인과문> 이하 <견성 문>, <유무문>, <삼세문>에서는, 기본적으로 『열반경』 경문을 중심으로 원인 및 결과 측면의 불성(<인과문>), 불성을 보는 수행 단계(<견성문>), 수행 단계에 따른 불성의 존재 여부(<유무문>), 시간에 따른 불성의 귀속 여부(<삼세문>) 등을 다룬다. 그 후 마지막 결론으로 <회통문>을 설정하고 경전에 나타나는 다양한 측면의 불 성 논의를 정리한다.

<회통문>은 다시 서로 다른 문장과 의미를 개별적으로 조 화롭게 해석하는 ‘통문이(通⽂異)’와 문장은 다르지만 의미는 동일한 구절을 특 정한 기준 아래 모은 ‘회의동’으로 나뉜다. 이 ‘회의동’ 부분이 일심불성론을 다시 한 번 천명하는 「불성문」의 결론부를 이룬다.

<출체문>이 제시하는 여섯 논사는 제1사 축도생(竺道生, 355~434), 제2사 승민(僧 旻, 467~527), 제3사 법운(法雲, 467~529), 제4사 양무제(梁武帝, 464~549), 제5사 신사(新 師) 곧 현장(⽞奘, 600~664) 학계(법상종), 제6사 진제(眞諦, 499~569) 학계(섭론종)10)이다.

선대 논사의 주장을 여섯 논사로 정리하는 방식은 길장(吉藏, 549~623)의 『대승 현론』과 혜균(慧均, 6세기 말~7세기 초)의 『대승사론현의기』의 분류 방식, 특히 후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지적되어 있다.11) 원효는 『대승현론』의 11사의 견해 혹은 『대승사론현의기』의 10사의 견해를 6사설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 다.

우선 이를 한눈에 확인하기 쉽도록 표로 비교해 보자.12)

 

    10) 은정희 외(2017), p.265. n.1169 참조.

    11) Plassen(2007), pp.41ff. ; 최연식(2009), pp.62ff. 특히 p.65f. Plassen(2007), p.43은 『대승사론현 의기』가 원효의 화쟁사상에 미친 영향을 언급한 후, 첫 4사의 명칭과 사찰이 『대승사론현의기』 와 일치하는 점을 근거로 원효가 『열반종요』를 집필할 때 『대승사론현의기』를 알고 있었다고 지 적하고 있다.

    12) ⾦星喆(2013), p.87f.은 『대승현론』과 『대승사론현의기』를 삼론약장과 함께 비교하는 표를 작성 하였다. 본 논문에서 『대승현론』과 『대승사론현의기』의 비교에는 이를 참조하였다. 

 

                  <표2) 원효이전논사의불성개념>

          열반종요13)                                    대승사론현의기14)                                                대승현론15)

     논사 불성의 본질                                    논사 불성의 본질                                                   논사 불성의 본질

① 도생 당유불과(當有佛果)                       ① 도생 당과(當果)                                                  ⑧ 당과

② 승민 현유중생(現有衆生)                        ⑦ 승민 중생                                                           ① 중생

③ 법운 염고구락(厭苦求樂)                        ⑥ 법운 피고구락(避苦求楽)                                   ⑤ 피고구락

④ 양무제 심신(心神)                                  ④ 양무제 진신(眞神)                                               ⑥ 진신

⑤ 신사 아뢰야식 법이종자 (法爾種⼦)        ⑨ 지론사 제8무몰식 (無沒識)    자성 청정심         ⑦ 아리야식 자성청정심

                                                                    ⑩ 섭론사  제9무구식 (無垢識)    자성 청정심                                                    ⑥ 진제 아마라식 진여해성 (眞如解性)        ⑨ 지론사 제8무몰식 (無沒識)    자성 청정심

                                                                    ⑩ 섭론사  제9무구식 (無垢識)    자성 청정심

                                                                   ② 영정(令正) 득불지리(得佛之理)                           ⑨ 득불지리

                                                                   ③ 소량(⼩亮) 진여성리(眞如性理)

                                                                   ⑤ 소안(⼩安) 명전불후(冥傳不朽)                            ④ 명전불후

                                                                  ⑧ 유(柔)법사, 지장(智臧) 통: 가실(假實)                   ② 6법(5온, 假人) 

                                                                                                           별: 심식(心識)                    ③ 심(心)                        

                                                                                                                                                      ⑩ 진제

                                                                                                                                                      ⑪ 제일의공 

 

        13) 『열반종요』(TD38), pp.248a8ff.

        14) 『대승사론현의기』(X74), pp.91b7~93a18. ; 최연식(2009), pp.45-46 참조.

        15) 『대승현론』(TD45), pp.35b19ff. ; 후지이 교코(2015), pp.308-309 참조. 

                             

표에서 명료하게 드러나듯이, 원효는 『대승사론현의기』의 10논사 중 ②③⑤ ⑧을 제외하고, ⑨ 지론사 설을 현장 계통의 신학설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유사 하거나 불명료한 개념을 원효의 입장에서 통합하여 이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곧 『대승사론현의기』의 ②와 ③은 『열반종요』의 ⑥으로 통합하고, 『대승사론현 의기』 ⑧ 가실과 심식은 각각 『열반종요』의 ②와 ④로 통합한 것이다. 『대승사론 현의기』 ⑤ 명전불후 개념 또한 『열반종요』에서는 ④ 심신 개념에 통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론사의 불성 개념을 현장 계통의 신사로 대체한 이유도 『대승사론현의기』 에서 지론사와 섭론사의 견해를 묶어 자성청정심이라고 설하고 있기 때문이라 고 추측할 수 있다. 혹은 원효 당시 세력을 확장해 가던 법상종의 설을 포함하여 비판적으로 다룰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 유는, 현장계 설에서 주장하는 종자 개념을 보충해 넣는다면, 전체 6사의 견해를 정연한 체계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이 는 원효 자신의 불성관인 일심불성론의 전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와 같이 원효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이러한 통합과 정리작업을 수행하 였다. 그 목적이란 여섯 논사의 설로 정리된 견해가 원효 자신이 내세우는 일심 불성 개념의 한 측면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효는 <출체문> ‘서제설(序諸說)’에서는 여섯 논사의 불성 정의를 그 근거가 되는 경론의 문장과 함께 제시한 후, 이어지는 ‘판시비(判是非)’에서는 먼저 여러 설의 옳고 그름을 총괄적으로 논한다.

이때 제시하는 기준이 현재와 미래, 진제 와 속제, 사람과 법, 표면적 마음과 잠재적 성향이다.16)

 

      16) 『열반종요』(TD38), p.249b15~19. 

 

이 기준에 따라 각 논사 의 설을 정연하게 정리하고, 각 논사의 견해는 이 기준에 따른 어느 한 측면만 강 조한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원효가 주장하는 일심이라는 의미의 불성은 각 논사가 주장하는 모든 측면들을 갖고 있지만, 그 논사들의 주장은 일심불성의 한 측면만 나타낼 뿐이다.

따라서 각 논사의 설은 부분적으로만 옳을 뿐, 전체적으로는 그르다.17)

 

      17) 『열반종요』(TD38), p.249b12~14, “此諸師説皆是非 所以然者 佛性非然非不然故 以非然故諸 説悉非 非不然故諸義悉是”

 

나아가 원효는 좀 더 구체적으로 각 논사의 설을 변별한다. 곧 일심에는 청정 한 측면과 염오된 측면이 있는데, 제6사의 설은 전자에, 앞의 다섯 논사의 주장은 후자에 해당한다. 염오된 측면은 역순으로 본래 갖추어진 깨달음의 종자(제5사) 로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미래의 불과(제1사)를 얻는 과정으로 배치된다. 이를 표 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여섯논사와그 견해(序諸說) 옳고그름의총괄적 설명(判是非-總說) 구체적 변별(判是非-分別) 원효의 불성 논사 주장내용 인/과 진/속 인/법 기(起)/복(伏) 염/불염 정의 제1사 당유불과 결과 (미래) -- - 결과[를 획득할 수 있 는 중생의 가능성] 염 일심 제2사 현유중생 원인 (현재) 속제 인 - 처처수생(處處受生) 제3사 염고구락 법 상심(上心 /起) 원인 제4사 심신 신해성(神解性) 제5사 아뢰야식 법이종자 종자(伏) 불유훈성(不由熏性) 제6사 아마라식 진여해성 진제 - - 불염 표3) 불성에대한여섯논사의견해와일심불성론 이와 같이 보면, 원효는 이전 논서들의 견해를 그 순서까지 정교하게 고려하 여 배치한 것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 여섯 논사의 견해를 구분하는 기준은 앞 서 살펴본 ‘회의동’에서 분류한 것에서 현재불의 공덕(現果)을 제외한 것과 정확 히 일치한다. 곧 원인과 결과를 나누고 원인을 다시 성정문과 수염문으로 나눈 것이 ‘회의동’의 분류법이라면, <출체문>에서는 수염문을 좀 더 세분하여 배치 한 것이다. 그리고 수염문은 성불의 가능성인 법이종자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드 러난 지적능력[神解性]과 고통을 싫어하고 행복을 바라는[厭苦求樂] 작용을 갖춘  표면적 의식이 되고 이를 원인으로 하여 중생이 미래의 불과를 얻는 과정으로 설 명된다.18) 이것은 ‘회(會)’라는 방법을 『열반경』 경문 분류뿐 아니라 원효 이전 학 설에 대한 분류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전 학설과 관련하여, 원효 자신의 일심불성론과 다른 논사의 불성론에는 명 확한 위계가 존재한다. 곧 여섯 논사의 견해는 일심불성의 한 측면을 드러내는 하위 개념이고, 자신의 일심불성론은 여섯 논사 모두의 견해를 포괄하는 상위개 념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견해를 상위에 놓고 타자의 견해를 하위에 놓는 태도 를 종교학에서는 ‘포괄주의’라고 부른다. 원효의 ‘회(會)’는 일종의 포괄주의 입 장으로 간주할 수 있다. 반면, 하위에 놓인 여섯 논사 사이의 우열은 현저하게 발 견되지 않는다. 그것은 <회통문>의 다른 한 방법인 ‘통문이(通⽂異)’에서 서로 다 른 의미의 경문을 우열을 논하지 않고 조화롭게 해석하는 방식의 반영이다. 이를 ‘통(通)’이라고 한 것이다. ‘통’이라는 방법처럼 여러 견해를 동등하게 대하는 태 도는 ‘상대주의’로 불린다. 원효의 ‘회통’이라는 경전 해석 방식과 그 응용으로 서 타 학파에 대한 이해 방식은 바로 이 포괄주의[會]와 상대주의[通]가 결합한 모 습이다. ‘판시비’의 결론부이자 <출체문> 전체의 결론 부분에서, 원효가 『열반 경』의 경문을 들어서 제시하는 코끼리와 맹인의 비유는 이러한 포괄주의자로서 원효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19)

 

       18) 이러한 배치의 틀은 ‘회의동’ 부분의 성정문과 수염문이라는 용어, 그리고 ‘판시비’ 부분에 나 타나는 본각이라는 용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대승기신론』의 성정본각과 수염본각 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 이는 무엇보다 원효 자신이 이와 관련하여 『기신론』을 언급 하고 있는 것으로부터도 확인된다. 『열반종요』(TD38), p.249b25~c2, “於中分別者 於一心法有 ⼆種義 一者不染而染 ⼆者染而不染 染而不染一味寂靜 不染而染流轉六道 …… 起信論中 廣顯是義 此者眞諦三藏之義” ; 은정희 외(2017), p.269, n.1181) ; 박태원 외(2019), p.294, n.619 참조. ‘此者眞諦三藏之義’까지를 불염이염과 염이불염에 대한 설명으로 보아야 할 것이 다. 김호귀(2005), p.127도 이러한 이해 방식을 보이고 있다.

      19) 『열반종요』(TD38), p.249c15~19, “由是義故 六師所説 雖皆未盡 佛性實體 隨門而説 各得其 義 故下⽂説 如彼盲人各各説象 雖不得實非不説象”

 

코끼리 전체를 의미하는 일심불성론과 코끼리의 코나 다리, 꼬리만을 더듬어서 알고 그것을 코끼리 전체의 모습 곧 불성이라고 제시하는 다른 논사의 불성론 사이에는 분명한 위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괄주의적 분류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원효는 선대 논사의 견해를 오히려 자신의 일심불성론의 체계와 구조를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하는 능수능란 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포괄주의는 상대방의 견해에 ‘칼을 감 춘 꽃다발’을 주며 ‘우아하고 세련되게 부정’20)하는 면모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 아야 할 것이다. 이제 아래에서는 원효가 추가한 제5사와 제6사설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IV. 제5사와 제6사설의 문제 앞서 보았듯이, 원효는 진제의 학설과 더불어, 신사(新師) 곧 현장계 유식설을 자신의 불성 논의에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계 유식학파의 학설을 진제 학설 이전에 배치함으로써 현장계 유식학파의 불성설을 진제의 학설보다 낮은 단계에 위치시킨다. 중국의 현장계 유식학파에서는 동아시아의 불성 논쟁에 대 응하여 자신들의 불성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원효가 언급하는 것은 이와 같이 중국의 현장계 유식학파에서 상정하는 불성의 본질이다. 제5사는 아뢰야식에 있는 법이종자(法爾種⼦)가 불성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열반경』에서 “불성이란 모든 [붓다의] 최고의 보리[를 획득하기 위한] 중도의 종 자다”라고 한 것과 『유가사지론』에서 “성종성(性種姓)이란 [보살들의] 특별한 6 처이다. [그것은] 그와 같은 양상으로 무한한 과거로부터 흘러온 것으로서 본래 획 득해 있는 것이다”21)라고 한 것과 같다. 이 생각은 신사(新師) 등의 견해다.22)

 

      20) 포괄주의가 ‘꽃다발 속의 칼’이라는 표현은 윤영해(2000)에게서, ‘우아한 부정’의 방식이라는 것은 도르지 왕축과 사적 대화에서 빌려왔다.

      21) 『유가사지론』(TD31), p.478c13~15, “本性住種姓者 謂諸菩薩 六處殊勝 有如是相 從無始世 展轉傳來 法爾所得” ; 다만, 원효는 신역 『유가사지론』에서는 ‘本性住種姓’이라고 번역한 것 을 ‘性種性’이라는 구역의 용어로 바꾸어 인용하고 있다.

       22) 『열반종요』(TD38), p.249b4~8, “第五師⾔ 阿頼耶識法爾種⼦ 爲佛性體 如此經⾔ 佛性者 一 切諸阿耨菩提中道種⼦ 瑜伽論云 性種性者 六處殊勝 有如是相 從無始世 展轉傳來 法爾所 得 此意新師等義”

 

원효가 제시하는 신사의 견해는 『성유식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서는 훈습에 의해 새로 발생하는 종자가 아니라, 본래부터 존재하는[本有]의 ‘법이 종자(法爾種⼦)’라는 개념을 설한다.23) 한편, 자은 기(基)는 『법화현찬』24)에서, 불 성을 이성(理性)과 행성(⾏性)으로 구분하고, 행성에 의거하여, 『유가사지론』이 성 종성을 설한 것으로 간주한다.25) 키츠카와에 따르면, 이 개념은 『대승현론』의 지론사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행불성 곧 성종성은 일반적으로 아뢰야식이 본 래 갖고 있는 무루종자를 의미한다는 것이다.26)

『성유식론』에서 설한 아뢰야식 의 본유종자 개념이 이후에는 행불성으로서 아뢰야식의 무루종자와 동일한 것 으로 간주된다. 원효가 제시하고 있는 불성으로서 법이종자란, 바로 이 현장계 유식학파에서 주장하는 행불성의 의미에서 아뢰야식의 무루종자인 것이다. 원효가 신사의 설로 지론사의 설을 대체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 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인용문 중에도 나타나듯이, 경증으로 현장역 『유가사지론』을 제시하 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제5사설의 주창자로 제시되는 신사(新師)란 현장계 유식학 파를 가리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27)

 

    23) 『성유식론』(TD31), p.8a29~b2, “又諸有情既説本有 五種性別故 應定有法爾種⼦ 不由熏生”

    24) 『법화현찬』(TD34), p.656a25~b2, “然性有⼆ 一理性勝鬘所說如來藏是 ⼆⾏性楞伽所說如來 藏是 前皆有之後性或無 談有藏無說皆作佛 依善戒經地持論中 唯說有⼆ 一有種姓 ⼆無種 姓 彼經論云 性種姓者 無始法爾 六處殊勝 展轉相續 此依⾏性有種姓也”

    25) 기(基)가 언급하는 『선계경』과 『지지론』은 모두 『유가사지론』의 구역이다.

    26) 키츠카와(2013), p.195 참조. 이어서 키츠카와는 “유식종의 이행이불성설의 형성에는 중국에 있어서 그 당시까지 전해져 온 불성의 교리와 오성각별의 흐름을 잇는 현장 계통의 설이라는 양 면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27) 박태원 외(2019) p.286, n.603 참조. 

 

원효는 제5사와 제6사의 설을 제시한 후에는 각각 『열반경』과 그 외의 논서 하 나를 인용해 그 경증으로 삼고 있다. 제5사의 경우에는 신역 『유가사지론』의 한 문장을 인용한다. 이 문장은 산스크리트본이 현존하므로 그 원문을 확인할 수 있 다.

 

종성(gotra)이란 무엇인가? 요약하면 종성은 두 가지다. 본래 상태(prakṛtistha) 의 종성[本性住種姓]과 개발된(samudānīta) 종성(習所成種姓)이다. 그 중에서 본 래 상태의 종성은 보살이 가진 특별한 6처(ṣaḍāyatanaviśeṣa)이다. 그것은 그와 같은 양상으로 무한한 과거로부터 연속적으로 흘러온 것이고 본래 획득해 있는 것 (dharmatāpratilabdha)이다. 그 중에서 개발된 종성은 이전에 선근의 수습으로 획 득한 것이다. …… 나아가 그 종성은 종자(種⼦, bīja)라고도 하고, 계(界, dhātu)라 고도 하고 본성(性, prakṛti)이라고도 한다.28)

 

이 구절은 『유가사지론』 <보살지>의 첫 품인 「종성품」에서 종성을 정의하는 구절이다. 「종성품」에서는 중생이 가진 선천적 성향과 자질 및 능력을 본래상태 의 종성, 후천적으로 획득한 것을 개발된 종성이라고 규정한다. 이 종성 개념의 구체적 내용은 “특별한 6처(ṣaḍāyatanaviśeṣa)”로 규정된다. 다시 말해 보살에게는 보살의 성향과 자질 및 능력에 걸맞은 “특별한 6처”가 있으며, 이는 성문이나 범 부에게도 각각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별한 6처”라는 술어는 『유가사지론』 <성문지>에서도 역시 거의 동일한 내 용으로 종성을 정의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나아가 <성문지>에서 종성은 “특별 한 소의/신체(所依/lus las khyad par/*āśrayaviśeṣa)”29)라는 용어로도 정의된다.30) 한편, 『구사론』에서도 범부와 성자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번뇌가 발생할 수 없 는 성자의 신체를 설명하면서 “특별한 소의/신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31) 일 반적으로 ‘소의(所依)’라고 한역되는 산스크리트 ‘āśraya’는 18계 체계에서는 6 처와 동일시된다. 나아가 『구사론』에서 ‘소의’는 물리적 신체 그 자체를 가리키 거나 물리적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개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32)

 

      28) BoBh, p.3,1-6, “tatra gotraṃ katamat. samāsato gotraṃ dvividham. prakṛtisthaṃ samudānītaṃ ca. tatra prakṛtisthaṃ gotraṃ yad bodhisattānāṃ ṣaḍāyatanaviśeṣaḥ. sa tādṛśaḥ paramparāgato ’nādikāliko dharmatāpratilabdhaḥ. tatra samudānītaṃ gotraṃ yat pūrvakuśalamūlabhyāsāt pratilabdham. …… tat punar gotraṃ bījam ity apy ucyate dhātuḥ prakṛtir ity api” ; 번역은 김성철 (2011), p.37f. 및 안성두(2015), p.46f. 참조. 번역에서 밑줄로 표시한 부분의 한역은 각주 21) 참조.

     29) “특별한 소의(=신체)”라는 번역어와 “*āśrayaviśeṣa”는 티베트어역 ‘lus las khyad par’에 근거 한 것이다. 한역 ‘附在所依’를 환범하면 ‘*āśrayasaṃniviṣṭa’가 된다. āśrayasaṃniviṣṭa라는 단어 를 ‘附(布)在所依/附屬所依’로 한역한 예에 대해서 대해서는, 勝呂(1982), p.62 ; ⼭部(1990), p.75, n.20 참조.; 김성철(2011), p.41. n.9 참조.

    30) 김성철(2011), p.41f. 참조.

    31) AKBh, p.63,18-2, “āśrayaviśeṣād etat sidhyati / āśrayo hi sa āryāṇāṃ darśanabhāvanāmārgasāmarthyāt tathā parāvṛtto bhavati yathā na punas tatpraheyāṇāṃ kleśānāṃ prarohasamartho bhavati / ato 'gnidagdhavrīhivad abījībhūte āśraye kleśānāṃ prahīṇakleśa ity ucyate /”; 김성철(2011), p.43. n.14 참조.

    32) Yamabe(1997), p.198 참조. 

 

이 점에서 “특별한 6처”와 “특별한 소의/신체”는 동의어로 보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33) 이와 같이 『유가사지론』의 종성 개념은 수행자가 선천적으로 갖추고 있는 정 신적 육체적 자질과 성향을 의미하였다. 이러한 종성 개념이 알라야식 도입 이후 에는, 알라야식에 본래부터 존재하는 종자[法爾種⼦] 개념으로 치환된다. 이렇게 치환된 종성 개념이, 앞서 보았듯이, 동아시아 불성론의 맥락에서는 성종성(性種 性) 곧 성불의 가능성으로서 불성 개념으로 이해된 것이다. 원효는 이와 같은 발전 과정을 거친 종성 개념의 경증으로서, 아직은 그와 같 은 발전 단계를 거치지 않은 『유가사지론』의 문장을 신사의 불성 개념의 경증으 로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원효가 제시하는 법이종자 개념이 인도 유가행파 문 헌에서는 불성 개념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불성과 동일시 되는 성종성 개념의 기원은 앞서 언급했듯이 『대승현론』에 나타나는 지론사에게 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어서 원효는 제6사의 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제6사는 [인식대상이라는 측면에서는] 진여이고 [인식주체의 의미에서는] 해 성인 아마라식이 불성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열반경』에서 “불성이란 제일의공이 고 제일의공이란 지혜이다”라고 한 것과 『보성론』에서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른 그 진여성(及彼眞如性)’34)이라고 한 것은 『육근취경』35)에서 ‘6근이 이와 같이 무 한한 과거로부터 온 것이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제법의 본질이다’라고 설한 것 이다”하고 설한 것과 같다.36)

 

     33) 이상 특별한 6처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김성철(2011), pp.41-44 참조.

     34)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른 그 진여성’이란 번역은 한역 ‘及彼眞如性’을 산스크리트본 『보성론』의 원문 “tadgotrasya tathāgamaḥ”와 대조하여 번역한 것이다. 곧 ‘及彼’는 ‘tathāgamaḥ’에, ‘彼眞 如性’은 ‘tadgotrasya’에 대응하는 역어라고 이해하여 번역했다. 이 가운데 ‘彼’는 ‘tad’와 ‘tathā’ 양자 모두의 번역어로서 이중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한국어 번역에 서는 ‘彼’를 두 번 번역하였다.

     35) 高崎(1989), p.301, n.2는 『육근취경』이라는 경전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인용되고 있는 문장은 제5사가 인용하는 『유가사지론』의 문장과 동일하다.

     36) 『열반종요』(TD38), p.249b8-11, “第六師云 阿摩羅識 眞如解性 爲佛性體 如經⾔ 佛性者名 第 一義空 第一義空 名爲智惠 寶性論云 及彼眞如性者 如六根聚經説 六根如是 從無始來 畢竟 究竟 諸法體故” 

 

제6사가 진제 혹은 진제의 학계인 섭론종을 가리킨다는 것은 앞서 이미 언급 하였다. 이 사실은 제6사의 설이 진제 문헌에서 유래하는 아마라식이라는 용어 와 해성(解性)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아마라식을 대상과 주체 라는 측면에서 진여와 본각으로 간주하는 것 또한 『대승기신론』의 영향을 받은 섭론종의 설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37)

따라서 제6사의 설을 진제 계통의 섭론종 의 설로 이해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견 이해하기 힘든 것은 명백히 섭론종 계통의 불성관을 제시하면서, 진제역 『섭대승론석』이나 진제역 『불성론』이 아닌, 『보성론』 문장을 제시하는 점 이다. 나아가 이 『보성론』 문장이, 앞서 제5사의 전거를 제시하는 데서도 보았듯 이, 과연 제6사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전거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 의 여지가 남는다. 아마도 원효는 한역 『보성론』 문장에 나타나는 ‘진여성’이라는 단어에 착안하 여 이 구절을 전거로 제시하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산스크리트본 『보성론』 문장 에서는 아마라식이라는 용어는 물론, 아마라식의 객관적 측면으로서 진여라는 개념도 나타나지 않는다. 산스크리트본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보성론』의 이 구절은 여래장의 네 동의어 중 하나인 ‘여래’를 설명하면서 나타난다.

여래장의 네 동의어란 ① 법신, ② 여래(tathāgata), ③ [4]성제, ④ 열반이다. 이 동의어들은 각각 ① ‘붓다의 덕성과 불 가분인 것’, ② ‘그 종성이 그와 같이 전래해 온 것(tadgotrasya tathāgamaḥ)’, ③ ‘허위 와 기만의 성질이 없는 것’, ④ ‘처음부터 본성상 적정한 것’을 의미한다.38)

 

    37) 섭론학파의 심식설에서 제9아마라식이 인식대상으로는 진여, 인식주체로는 본각의 측면을 갖 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요시무라, 김성철 역(2016[2014]), p.247ff. 참조. 여기서 원효는 인식 주체의 측면으로 본각 대신 해성이라는 용어를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시비’ 부분에서 제 6사설은 “眞如佛性”으로 되어 있다. 『열반종요』(TD38), p.249c2~3, “第六師説眞如佛性”. 이 하 본문에서는 이 단락이 불성에 관한 논의임을 고려하여 ‘진여불성’이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서술한다.

    38) RGV, p.55, 12-13, “① buddhadharmāvinirbhāgas ② tadgotrasya tathāgamaḥ/ ③ amṛṣāmoṣadharmitvam ④ ādiprakṛtiśāntatā//86//” ; 『보성론』(TD31), p.835b25-26, “佛法不相 離 及彼眞如性 法體不虚妄 自性本來淨” 

 

여기 서 ② ‘그 종성이 그와 같이 전래해 온 것’이 원효가 인용하는 한역 『보성론』에서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른 그 진여성(及彼眞如性)”이라고 번역된 문장이다. 다시 말하면 ‘진여성’이라고 번역된 단어는, ‘진여’라는 한역어의 일반적 산스크리트 원 어인 ‘tathatā’가 아니라, ‘종성(gotra)’인 것이다. 따라서 이 문장에서 아마라식의 객관적 측면으로 진여 개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효가 제시한 『보성론』 문장을, 다시 한 번 산스크리트본에 기초하여 번역하 면 다음과 같다. [두 번째 여래(tathāgata)란] 그 종성 [즉] 본성이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전래해 왔다는 의미이다. 그것을 의도하여 [<보살지>에서] “[본래상태의 종성은] 6처의 특별한 양태(ṣaḍāyatanaviśeṣa)이다. 그것은 무한한 과거로부터(anādikālika) 그와 같은 양상으로(tādṛśa) 연속적으로 흘러온 것이고(paramparāgata) 본래 획득해 있 는 것(dharmatāpratilabdha)이다”라고 설해졌다.39) 『보성론』의 주석은 먼저 ‘종성(gotrasya)’을, 유가행파 문헌에서 종성의 동의어 로 인정되는 ‘본성(prakṛter)’이라고 행간주석(glossary)의 방식으로 환언하고 있다. 이어서 게송의 ‘그와 같이 전래해 온 것(tathāgama)’은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전래 해 온 것(acintyaprakāra-samudāgama)’으로 재서술된다. 따라서 이 주석은 ‘그와 같이 전래해 온 것(tathāgama)’을, ‘[법신의] 종성(=본성)이 그와 같이(=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전래해 왔다’는 의미에서 여래(tathāgata)의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 다.40) 한역 『보성론』은 『육근취경』의 문장이라고 명명한, 실제로는 제5사가 인용하 는 『유가사지론』과 동일한 이 문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인용된 것이다. 곧 ‘여래 (tathāgata)’의 의미라는 말의 의미는 ‘그와 같은 양상으로 연속적으로 흘러온 것 (tādṛśaḥ paramparāgato)’이라는 의미에서 설해졌다는 것이다.41)

 

     39) RGV p.55,15-17, “tadgotrasya prakṛter acintyaprakāra-samudāgamārthaḥ / yam adhikṛtyoktam / ṣaḍ-āyatana-viśeṣaḥ sa tādṛśaḥ paraṃparāgato 'anādikāliko dharmatāpratilabdha iti /” ; 김성철 (2011), p.56f. ; 김성철(2012), p.392. 참조.

    40) 티베트어역 『보성론』(中村(967), p.109)은 게송의 ‘āgama’와 주석의 ‘samudāgama’를 모두 ‘thob pa’로 번역하고 있다. 한편, 高崎(1989), p.96f.는 전자를 ‘도달’, 후자를 ‘성취’로 번역한 다. 하지만, <보살지>를 인용한 의도라는 측면에서 게송의 āgama는 원래 의미인 ‘전래’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김성철(2011), p.57, n.55 참조.

    41) 김성철(2011), pp.568 ; 김성철(2012), p.392 참조. 

 

이와 같이 원문의 본래 맥락을 이해한다면, 이 구절의 원래 의미가 제6사의 진 여불성설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유가사지론』은 진여(tathatā)가 아니라 종성(gotra)의 의미를 설하고 있을 뿐이고, 『보성론』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에서 여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시아불교의 맥락에서 이 구절은 위에서 서술한 방식으로 이해되 지는 않은 듯하다. 오히려 동아시아불교의 주류 전통은 원효와 마찬가지로 위 『보성론』 구절을 진여의 의미로 간주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헌이 법장의 『오교 장』(676~678 경 찬술)이다. 『오교장』에서는 대소승 경론에 나타난 종성 개념의 차이 를 논하는 과정에서, 원효가 인용한 바로 이 『보성론』 구절을 인용하고, 이를 “진 여의 궁극적인 이치를 취해 성종성(性種性)으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 한 관점을 종교(終敎)의 입장으로 규정한다.42) 『열반종요』의 찬술 시점은 불확실하며,43) 『오교장』과 직접적 영향 관계도 확 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미 7세기말 동아시아 불교계에 종성 혹은 불성 개념을 진여로 간주하는 것은 정착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보성론』의 종성(gotra)을 ‘진여성’44)이라고 번역한 한역 용어상의 문제에서 유래된 것이 다.45)

 

     42) 『화엄교의일승분제장』(TD45), p.479c10-15, “取彼畢竟眞如理 以爲性種性也 …… 此與瑜伽 所説名同 但彼約始教 …… 寶性論中 約此終教 以事從理深細而説故” ; 반면 원효가 인용한 『유가사지론』의 문장은 대승시교의 입장으로 규정한다.

     43) 원효 저작의 저술 연대에 관해서는 남동신(2022), pp.165-170 참조.

    44) 김경남(2009), p.54ff.은 산스크리트 ‘tathatā’의 번역어를 ‘眞如’라고 확립한 것은 보리류지의 역업에서 유래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보리류지는 대응어가 없는 경우에도 진여라는 말을 삽 입하여 번역하거나 동일성을 의미하는 samatā도 진여라고 번역하여 혼란을 초래하였다. 이러 한 경향은 보리류지가 처음에 늑나마제와 함께 번역한 『보성론』에도 나타난다. 진여라는 역어 가 대응하는 원문이 없을 경우에도 삽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gotra’를 ‘眞 如性’이라고 번역한 경우에도, ‘性’만 ‘gotra’의 번역어이고, ‘眞如’는 대응하는 단어가 없이 삽 입되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45) 한역 『보성론』과 『불성론』이 종성(gotra)을 진여불성 혹은 진여성으로 번역한 사례에 대해서는 김성철(2013), p.75ff. 참조. 그는 『보성론』이 종성(gotra)을 진여불성 혹은 진여성으로 번역하여, 동아시아에서 종성을 무위로 간주하는 견해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원효가 『보성론』을 제6사의 전거로 인용한 것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제6사의 주장인 진여불성론의 전거 로 『보성론』의 문장을 제시하는 것 역시 인도불교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동아시아불교 전통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V. 일심사상의 경전적 증거에 대하여

앞서 언급했듯이, 원효는 그의 『열반종요』에서 일심의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자 명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이미 원효의 다른 저작에 나타난 일심 개 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 선행저작이 『대승기신론』에 대 한 그의 주석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원효의 일심사상에 대해서는 이 미 많은 선행연구가 있으므로, 본고에서 일심사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지는 않아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는 『기신론』의 일심사상과 그에 대한 원효의 이해가 원효 불성관의 고갱이인 일심불성론을 이룬다는 사실만 다시 한 번 상기해 두고 자 한다. 곧 심진여문과 심생멸문이라는 두 측면을 가지며, 모든 법을 포괄하는 『기신론』 일심 개념을 불성과 동일시한 것이 『열반종요』의 일심불성론인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일심 개념을 뒷받침하는 경전적 증거다.46) 원효는 『기신론』의 주석에서, 이러한 일심 개념을 증명하는 경전으로 보리유지역 10권 『능가경』을 인용하고 있다. 적멸이라는 것은 일심이라 하고, 일심이란 여래장이라 한다.47) 이어지는 원효의 설명에 따르면, “적멸이라는 것은 일심이라 하며”라는 문장 은 심진여문을 해석한 것이며, “일심이란 여래장이라 한다”는 심생멸문을 해석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신론』 심진여문은 『능가경』의 일심이 가진 적멸의 측 면이고, 심생멸문은 일심이 가진 여래장의 측면인 것이다.48)

 

    46) 이하, 일심을 증명하는 『능가경』 인용문에 대한 논의는 김성철(2019), p.123-125에서 가져온 것 이다.

    47) 『기신론별기』(TD44), p.227a21-22) ; 『기신론소』(TD44), p.206c13~14), “寂滅者名爲一心 一心 者名如來藏”

    48) 『별기』(T44), p.227a22-24 ; 『소』(TD44), p.206c14~16.

 

이 『능가경』 문장은 산스크리트 원문과 티베트어역을 통해 그 원래의 맥락과 의미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다음 인용문은 원효의 인용 문장을 포함한 전체 단락 을 산스크리트 원문으로부터 번역한 것이다.

 

또 [비불교도와 범부 수행자들은] 자신의 분별의 대상을 집착한 후 존재[法]와 비존재[非法]를 분별한다. 그러나 존재와 비존재를 끊는 방식으로 행하지 않는다. [오히려 존재와 비존재를] 분별하고 확장하여 적정을 획득하지 못한다. 이 [적정 이란] 하나의 대상[을 가진 마음 곧 삼매의] 이명(異名, adhivacana)이다. 이 [하나 의 대상을 가진 마음]은 여래장 곧 자신의 개별적인 성스러운 지혜의 대상에 대한 이해(praveśa)로서 그 때문에 최고의 삼매가 발생한다.49)

 

이 원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적정의 이명으로 간주되는 일심(一心) 의 원어이다. 보리류지가 “일심(一心)”으로 번역한 산스크리트 단어는 마음을 의미하는 ‘citta’ 등이 아니라, 집중의 대상을 의미하는 ‘eka_agra’이다. 나아가 이 단어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여금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게 하는 심 리 작용’을 가리키는 ‘심일경성(心一境性, citta_eka_agratā)’ 곧 ‘삼매’50)를 의미한다는 것은 문맥상 명확하다. 바로 이 삼매가 존재와 비존재의 분별을 끊는 적정(한 역에서는 적멸)인 것이다. 이것이 원효가 인용한 문장에서 전반부의 의미이다. 나아가, 원효가 인용한 『능가경』 문장의 후반부에서 일심과 동일시되는 ‘여래 장’은, 산스크리트본에서는 “개별적이고 성스러운 지혜의 대상”이라는 구절로 부연 설명되면서, 이를 대상으로 하는 “최고의 삼매가 발생한다”는 구절로 마무 리된다. 곧 적정이라고도 표현되는 바로 이 삼매는 다름 아닌 여래장을 대상으로 하는 삼매이며, 여래장을 대상으로 하는 삼매가 최고의 삼매라고 불린다는 것이 다. 『능가경』 구절의 원래 의미가 이렇다면, 여기서 일심이란 원효가 해석하는 적 멸과 여래장이라는 두 측면을 가진 일심일 수는 없을 것이다.51)

 

    49) LAS p.20,17-21,5, “api ca* svavikalpagrahaṇaṃ pratigṛhya dharmādharmaṃ prativikalpayanti / na ca dharmādharmayoḥ prahāṇena caranti vikalpayanti /** puṣṇanti /** na praśamaṃ pratilabhante / ekāgrasyaitad adhivacanaṃ / tathāgatagarbhasvapratyātmāryajñānagocarasyaitat praveśo yasmāt*** samādhiḥ paramā jāyata iti //” ; 산스크리트 원문 교정 및 번역은 김성철 (2019), p.123, n.62 참조.

    50) AKBh p.54,23-24, “samādhiś cittasyaikāgratā /”

    51) 김성철(2019), p.124. 나아가 김성철은 이 구절 이외에도 보리류지역 『능가경』에서는 ‘일심’이 라는 번역어가 모두 네 곳에서 나타나지만, 그 원어는 각각 “cittamātra”, “svacittamātra”, “punaḥ punaḥ”, “ekacitta”로서 모두 『기신론』의 일심 개념에 해당하는 용어로는 볼 수 없다고 지 적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원효의 일심사상의 근원을 『능가경』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일심 사상은 『대승기신론』을 넘어 직접 『능가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52)

 

    52) 『기신론』의 일심 개념과 관련하여 李尚曄(2022)은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에 걸쳐 형주와 장안 에서 활동한 僧衛의 「⼗住経含注序」에 나타난 일심 개념에 주목한다. 그는 중국불교의 일심 개 념이 인도불전 문헌에 보이는 일심(ekacitta)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는 선행 연구를 지적하고, 『기신론』이 「⼗住経含注序」에 나타난 일심 개념을 발전시켰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나아가 『열반종요』에 나타나는 일심불성론이 『대승기신 론』의 일심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그의 일심불성론 또한 직접적인 인도불교적 기원을 갖는다고 보기는 힘들다. 불성에 관한 원효의 독창적 사유는 인도불교적 사유를 넘어서, 동아시아불교적 변용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변용을 더욱 촉진한 것이었다.

 

VI. 결론

이상으로 『열반종요』 「불성문」 중 <출체문>에 나타나는 원효 이전 논사의 불 성관에 대한 원효의 비판적 취급 방식과 그 전거를 중심으로 원효의 불성관을 둘 러싼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았다. 원효는 이전의 여러 논사의 견해를 여섯 가지 설로 정리하고 있다. 이것은 여 섯 가지 설을 이용하여 원효 자신의 일심불성론의 체계성을 보여주려는 주도면 밀한 시도였다. 여기서 제시된 원효의 일심불성론은 『기신론』의 일심 개념에 기 반하여 『열반경』 및 이전 논사의 견해를 통합적으로 설명한 것이었다. 이러한 통 합적 설명에 사용된 원효의 방법은 포괄주의[會]와 상대주의[通]에 기반하고 있 다. 이어서 원효가 새롭게 제시하는 제5사와 제6사의 견해 및 그 견해에 대한 전 거로 인용된 문장들을 살펴보았다. 흥미롭게도 제5사와 제6사의 견해의 경증으 로 인용된 논서의 핵심 문장은 실제로는 동일한 『유가사지론』 문장이었다. 이 동 일한 문장이 제5사 견해의 증거로 인용될 때는 알라야식의 법이종자를 증명하는 문장으로, 제6사 견해의 증거로 인용될 때는 아마라식의 진여불성으로 해석된 것이다.

본고는 이를, 산스크리트 원전의 원래 의미 및 번역 과정에서 변용이라는 측 면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해 보았다. 그 결과 제5사의 경우는 원래 정신적 신체적 자질과 성향을 의미하는 종성 개념이 알라야식 도입 이후 법이종자로 발전하고 이 법이종자가 원인이라는 의미의 불성 개념으로 간주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는 지론사의 불성 개념에서 유래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제6사의 경우 동일한 종성 개념이 『보성론』의 독특한 번역과정을 통해 ‘진여’ 개념으로 간주되어 인용 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원효 불성 개념의 핵심인 ‘일심’ 개념의 전거로 인용된 『능가경』 경문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경문은 『기신론』에서 설하는 2문을 가진 ‘일심’이 아니라 삼매의 동의어로서 ‘일심’임을 확인하였다.

본고의 고찰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다. 곧 원효가 인용하는 인도전적을 산스크리트나 티베트어역을 통해 가능한 한 그 원래의 의미를 확인하는 작업의 중요성이다.

이 작업은 원효가 구사하는 개념의 형성사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인도불교적 사유를 넘어서는 원효의 독창성과 그 연원을 명확히 밝히는데 필수불 가결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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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논문 및 기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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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Some Problems Concerning on Wonhyo's Theory of Buddha Nature as One-Mind Kim, Seong-Cheol This article examines some issues surrounding Wonhyo's theory of Buddhanature, focusing on his critical treatment of the previous masters' theory of Buddha-nature in his Doctrinal Essentials of the Nirvāna Sūtra. Wonhyo organizes the views of the predecessor masters into six theories. This organization was a deliberate attempt to show the systematicity of his own theory of Buddha-nature as One-Mind through the use of the six theories. Wonhyo's theory of Buddha-nature as One-Mind, as presented here, is an integrated explanation of the Mahāyāna Nirvāna Sūtra and the views of the previous teachers. It is based on the One-Mind concept of the Awakening of Faith. Wonhyo's method for this integrative explanation is based on Inclusivism [會] and Relativism [通]. Then, with the texts cited as evidences, I examine Wonhyo's new interpretation of the views of the Fifth Master and the Sixth Master. Interestingly, the same sentences from Yogācārabhūmi are the key sentences cited as evidence for the views of the Fifth Master and the Sixth Master. These same sentences are interpreted as proving the *dharmatābīja of Ālayavijñāna when cited as evidence for the Fifth Master's view. They are interpreted as proving the Buddha-nature as Tathatā of Amālavijñāna when cited as evidence for the Sixth Master's view. In terms of the original meaning of the Sanskrit texts and their transformation in translation, I critically examine these sentences. In doing so, I suggest that in the case of the Fifth Master, the concept of gotra, which originally meant mental and physical qualities and dispositions, developed into *dharmatābīja after the introduction of Ālayavijñāna, and that this *dharmatābīja was regarded as Buddha-nature as Cause, and that it was derived from the Di lun school (地論宗)'s concept of Buddha-nature. For the Sixth Master, I examine how the concept of gotra, meaning the same mental and physical qualities and dispositions, was considered to be the concept of ‘tathatā’ in the Chinese translation of the Ratnagotravibhāga. Finally, I examine a phrase from the Laṅkāvatāra Sūtra which was cited as an evidence for Wonhyo's concept of Buddha-nature as One-Mind. And then I point out that the ‘eka_agra’ in this sutra is a synonym for samādhi, not One-Mind with two aspects as taught in the Awakening of Faith.

 

Doctrinal Essentials of the Nirvāna Sūtra, Buddha Nature, One-Mind, Buddha Nature as One-Mind, Gotra, Ratnagotravibhāga, Yogācārabhūmi

 

❙논문투고일 : 2023. 6. 10❙심사완료일 : 2023. 7. 2❙게재확정일 : 2023. 7. 7

 佛敎學報 第102輯 

 

원효의 &lsquo;일심불성&rsquo;론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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