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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에 나타난 윤회의 의미 분석 -- 융합으로서의 윤회 --/정상교.금강대

 

국문 초록

오시이마모루 감독의 1995년작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는 인간이 방대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전자두뇌[소위 전뇌(電腦)]를 탑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에 접속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의 이동이 가능한 시대를 배경 으로 한다. 이러한 전뇌가 해킹되어 정신활동의 대표적 기능 중 하나인 기억이 조 작된다면 자아의 정체성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을까? 작품에서는 전산 프로그램 으로 개발된 인형사(人形師, Puppet Master)가 등장하는데 그는 방대한 정보를 획 득한 어느 시점에서 자아를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생명체임을 주장한다. 이렇게 기술의 발달로 기억이라는 정보의 이동이 한계를 벗어날 때 개별 존재는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감독은 이와 더불어 생명체의 필수요건 중 하나인 종족 번식의 의미에까지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작품은 존재의 정체성을 고스 트(Ghost)로 표현한 뒤, 개체의 특성을 물려주는 종족 번식은 고스트의 융합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융합을 통한 새로운 존재의 탄생은 불교를 포함한 인도철학의 중요 이 론인 윤회론과 강한 접점을 갖는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작품 속 고스트의 의미를 분석하여 고스트가 어떻게 윤회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고찰한다. 그 결과 고스 트는 불멸의 영혼(ātman)보다 불교가 제시한 심적 작용에 가까워 보이는데, 특히 전생의 식(識), 혹은 중유(中有)의 작용과 유사성이 있음을 분석한다. 또한 고스트 간의 융합으로 발생한 존재는 융합 이전의 상태를 기억할 수 없다는 점 등을 통해 본 작품이 윤회론을 통해 해석될 수 있음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주제어 : 불교, 공각기동대, 윤회, 고스트, 융합 

 

 

 1. 들어가는 말

1995년 일본에서 제작된 오시이마모루(押井守, 1951~ ) 감독의 ‘공각기동대(攻殼機動 隊): Ghost in the Shell’는 시로마사무네(士郞正宗, 1961~ )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1)

본 작품은 상업 영화의 오락성은 물론 매트릭스의 모티프가 될 정도로 깊은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어 재패니메이션(Japan과 animation의 합성어) 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Ghost in the Shell’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본 작품은 육체를 상징하는 껍질 (shell)속에 자리한 정신(ghost) 2)의 의미에 관하여 질문을 던진다.

 

      1) 시로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는 3권으로 이루어졌고 제1권의 부제가 이다. 공각기동 대는 극장판, TV판,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실사판으로 나눌 수 있다. 극장판으로는 1995년작 ‘공각 기동대(Ghost in the Shell)’, 2004년작 ‘이노센스’, 2008년작 ‘공각기동대 2.0’, 2011년작 ‘공각대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2013년작 공각기동대 ARISE, 그리고 그 후속편으로 2015년작 ‘공각기동대 신극장판’이 개봉되었다. 그리고 2017년 헐리웃에서 루퍼트 샌더스(Rupert Sanders) 감독에 의해 실사(實 辭) 영화인 이 제작되었다. 또한 TV판은 2002년에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S.A.C)’으로 부터 2004년, 2006년에 소위 S.A.C시리즈가 제작되었다. https://ja.wikipedia.org/wiki/攻殼機動隊(검색일자: 2021. 10. 5.) 본문에서 <공각기동대>는 오시아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작품을 지칭한다.

       2) Ghost의 특징에 대해서는 본 논문의 ‘고스트(ghost)의 의미’에서 논의한다. 

 

그런데 감독은 육체 를 부서짐의 가능성이 연상되는 껍질(shell)로 표현하였듯이, 육체보다는 정신과 정신 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과 정신 작용이 자아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는지를 묻기 위해 껍질인 육체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2029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한다. 즉,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간의 두뇌도 전자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뇌의 일부분만이라도 인간의 뇌로 남아있다면 소위 전뇌화(電腦化) 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그는 ‘인간’으로 분류된다. 그 외의 신체 기관은 자동차 타이어 갈 듯 얼마든지 사이보그 바디(body)인 의체(擬體)로 교체가 가능하다. 만약 사고 등의 이유로 육체가 파손되어도 인간의 뇌가 남아있다면 전자두뇌에 개인의 모든 기억과 또 다른 정보들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뇌(電腦)는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어 타자와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이러한 SF(Science Fiction)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통해 <공각기동대>는 신체적 한계는 물론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정보가 이동할 수 있는 배경을 제시한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smartphone)이라는 전자장비로 24시간 네트워크에 접속해 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전자장비를 전뇌 속으로 집어넣은 <공각기동대> 의 설정은 비록 SF 영화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전자장비와 네트워크를 떠난 삶에 대한 설정이 더 비현실적인 SF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각기동대>가 아직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인 1995년 작품임을 감안하면, 더 나아가 그 원작인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는 1991년 작품임을 감안하면, 미래 모습에 대한 정확 한 예측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본 작품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망 상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곧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 높은 사건에 대 한 물음일 것이다. 감독은 그래서 미래를 ‘가장’하여 현재의 질문을 던진다. 즉, 전뇌가 정신활동의 중 요한 기능 중 하나인 기억을 보존해서 전달한다면 자아의 정체성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는가? 영화 내용과 관련하여, 기억이 동일하면 동일인이고 기억이 다르다면 다른 사 람으로 봐야 하는가? 그렇다면 방대한 data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자아를 인식하 는 어떤‘것’(전산 프로그램)이 출현한다면 그는 하나의 독립적 자율적 존재로 인정될 수 있는가? 그리고 감독은 이와 같이 ‘존재’의 범위가 확대된다면 생명체의 정의(定義)는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는가를 연쇄적으로 파고든다. 이렇게 생명체의 정의가 확대될 때 본 작품은 생명 규정의 필수요건 중 하나인 종족 번식의 가능성, 즉 탄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그리며 새로운 유형의 탄생을 실험적으로 제시한다. 바로 이 새로운 탄생 에서 본 작품은 불교를 포함한 인도철학의 중요한 기둥인 환생, 즉 윤회론과 강한 접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공각기동대>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탄생을 생명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하나의 요인으로는 보고 있지만 윤회론과 연결하여 분석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본 논문은 <공각기동대>에 관한 선행 연구들의 성찰을 기반으로 하며 특히 기존 연구들이 다루지 못한 윤회론의 관점에서 탄생의 의미를 고찰한다.

 

2. 선행 연구 분석

<공각기동대>가 던지는 철학적 물음에 대해서는 발표 당시부터 다양한 학술적 조 명이 이루어졌는데 그 주제는 자아정체성을 둘러싸고 기억과 존재의 의미를 묻는 성 찰이 주를 이뤘다. 여기서는 작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획득을 위해 선행 연구를 살펴보도록 한다.3)

최돈일은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다음과 같이 3종으로 분류하여 그 들의 존재론적 의미를 고찰한다. 첫째,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인간의 뇌가 기계장치 와 결합 된 사이보그로서 순수 인간을 기반으로 자기 주체성을 지닌 실존적 존재이다. 둘째, 네트워크에서 탄생하여 코드명 2501로 불리는 해커프로그램인 인형사(人形師, Puppet Master)는 순수한 자유의지와 주체적 결단에 의해 자기 존재를 선택하는 새로 운 종의 존재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이 두 존재가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체의 번식 생 태계를 제시한 존재로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논자는 본 작품이 첨단 테크놀로지 사회 에서 인간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묻고 있다고 진단한다.4)

홍은숙도 먼저 캐릭터의 유형을 구분한다. 주인공 쿠사나기가 상징하는 사이보그, 정보의 네트워크에서 탄생한 인형사, 그리고 사이보그와 인형사의 융합으로 탄생한 3 가지 유형의 생명체를 근대적 휴머니즘의 한계를 벗어난 시대의 예시로 제시한다. 이 를 통해 논자는 <공각기동대>가 근대 휴머니즘을 해체하고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절 대적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오히려 과학기술에 의한 인간과 사회의 개조 역시 해 체 대상으로 보는 포스트휴먼(post human)으로서 인간 개념의 확장이 가능한 작품으 로 검토한다.5)

김재인 역시 작품의 주요한 키워드인 고스트와 전뇌의 의미를 고찰하여 자아정체성과 쿠사나기와 인형사의 결합이 갖는 의미를 분석한다.6)

김수연은 <공각기동대>를 ‘비인간’이 ‘인간’을 위협하는 대결적 모습으로 그리는 인 간 우위의 ‘상투적’ 휴머니즘적 텍스트가 아닌 기술과 영혼의 결합을 그리는 작품으로 본다.7)

 

      3) 선행연구의 배열의 기준은 작품의 내용 파악이 용이한 연구를 먼저 제시하고 이어지는 연구들은 가급적 유사한 주제별로 묶어서 소개한다.

     4) 최돈일 2019, 101-118.

     5) 홍은숙 2018, 225-254.

     6) 김재인 2017, 290-307.

     7) 김수연 2015, 111-129. 

 

이를 통해 이 작품이 인간의 착각과 오만함을 바로 잡으려는 포스트휴머니즘의 해체정신과 맞닿아 있음을 함께 고찰한다. 또한 쿠사나기가 여성임에도 여성적이 지 않고 섹슈얼리티가 부각되지 않는 ‘포스트휴먼퀴어(queer)’인 이유는 본 작품이 고 정되고 억압된 이념을 해체하려는 목적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대현은 쿠사나기라는 사이보그를 인간의 사본(寫本)으로, 인형사는 인간이 만든 정보가 뭉친 사본으로, 그리고 인형사와의 합일은 인간과 기계를 초월한 새로운 시뮬 라크르로 규정한다.8)

그리고 김경신은 등장인물들의 존재 양태인 기억 저장 프로그램 과 사이보그 바디의 발전으로 인해 경계가 사라진 미래의 인간과 생명의 정의를 묻고 있다.9)

김희진은 <공각기동대>라는 Science Fiction이 보여주는 기억 저장 기술의 발전에 의한 인간과 생명의 정체성 문제를 언급하고,10)

서수정 역시 <공각기동대>를 기술 발달로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계를 그리는 작품으로 분석한다.11)

손창희는 기존 영화들에서 등장하는 사이보그들이 남성이고 ‘남성적’이었음에 비해 <공각기동대>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므로 이를 통해 과학기술이 기억의 영역 을 넓혀줄 때 개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묻는다. 결국 인형사와 쿠사나 기의 결합인 기계와 인간의 합일은 기존 영화들이 다루듯 인간성 상실이 아니라 테크 놀로지로 인한 진화와 해방적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았다.12)

유지나는 <공각기동대>를 구성하는 내러티브의 구조(사건 발생--해결의 정보획득--위 장된 정보 발견--더 큰 갈등 발생--반전)와 배경으로 등장하는 ‘홍콩적’ 도시의 의미를 테크 노--오리엔트(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일본화된 것으로 가정)로 설명한다. 그리 고 역시 기억이 담보하는 자기정체성의 문제를 살펴본다. 이어서 쿠사나기는 사이보 그지만 ‘완벽한’ 여성의 육체가 강조되고 그와 결합하는 인형사는 남성 목소리로 표현 되므로 <공각기동대>가 갖는 젠더의식의 한계를 지적한다.13)

 

     8) 김대현, 이태구 2015, 187-203.

     9) 김경신 2010, 116-132.

    10) 김희진 2019, 147-173.

    11) 서수정 2007, 150-159.

    12) 손창희 2006, 53-69.

    13) 유지나 2004, 357-376. 

 

조현범은 작품 분석을 조금은 다른 시각을 통해 시도한다. 즉, 인류가 원초적으로 가진 ‘초월성’으로 상징되는 신화적 서사 구조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고찰한다. 본 작품에서 쿠사나기의 이름이 일본 신화 속 무기의 호칭 등으로 등장한다 는 것과, 쿠사나기가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때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장면은 물이 모든 생명의 원천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쿠사나기와 인형사의 결합은 대립적인 것들의 역설적인 합일(coincidentia oppositorum)로 해석한다.14) 김선희는 인간과 컴퓨터의 융합으로 사이보그가 탄생할 때 개인의 영생과 동일성 이 담보될 수 있는지 검토한다. 이를 위해 먼저 물리적 신체를 벗어나지 않는 사이보 그와 신체의 경계를 벗어난 사이보그로 분류한다. 후자는 물리적 신체적 경계를 넘어 컴퓨터에 의해 생성된 사이버공간으로 확장된다. 이와 같이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어 타자의 생각과 융합하거나 컴퓨터의 통제를 받을 때 개인의 동일성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논자는 개인의 동일성 유지가 아니기에 영생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다.15)

박성완은 본 연구가 추구하는 윤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주인공 인형사와 쿠사나기를 식(識)과 윤회, 그리고 해탈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번뇌가 있는 한 쿠사나기의 윤회는 필연적이지만 그만큼 해탈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반면에 인형사는 정보프로그램으로서 윤회의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욕망과 번뇌로 부터의 해탈은 가능하다고 진단하였다.

결국, 인간의 신체가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미래에도 불교의 가르침은 유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덧붙인다.16)

 

      14) 조현범 2003, 237-257.

      15) 김선희 2005, 171-191.

      16) 박성완 2021, 63-86.

 

이상의 선행연구에서 <공각기동대>의 메세지를 다음과 같이 고찰할 수 있다. 즉, 기억이라는 정보가 전뇌(電腦)라는 첨단 장비로 인해 보존 능력은 물론 네트워크와의 연동성이 극대화되어 이동이 용이해질 때 자아정체성을 어떻게 담보할지를 묻는다. 작품에서는 한 주체의 기억을 다른 누군가의 전뇌로 옮겼을 때, 또는 전뇌가 해킹되어 기억이 삭제되거나 주입될 때 새롭게 ‘탄생’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부각된다. 특 히 주인공 쿠사나기와 인형사의 결합으로 인한 재탄생은 기술 발달로 인한 기계와 인 간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분석된다. 그런데 쿠사나기와 인형사의 결합으로 인한 재탄생에는 자아 정체성과 관련된 중 요한 개념인 고스트(ghost)가 등장한다. 즉, 전뇌 등에 의해 기억의 복사, 창조 및 이 동이 가능할 때, 감독은 자아를 자각하는 기능을 가진 고스트의 역할을 심도 깊게 묘 사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개체가 융합하여 새로운 존재로 탄생하였다면 기존의 고스 트들은 어떤 역할과 변화를 갖는가? 여기서 고스트 개념과 기능은 윤회론 속에서 해 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고스트의 의미를 분석한 후 <공각기동대>로 해석할 수 있는 윤회론을 고찰한다. 

 

3. 고스트(ghost)의 의미 분석

이상 간략히 살펴보았듯이 <공각기동대>의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은 사이보그 바디에 다소간 인간의 뇌가 남아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뇌를 가지고 있는 쿠사나기 모토코(草薙素子)와, 그녀가 쫓고 있는 인형사라 불리는 해커이다. 쿠사나기 는 내무성(內務省) 직속의 대테러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공안(公安) 9과’ 소속의 리더로서 팀원들과 해킹 범죄를 일으키는 인형사를 쫓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형사는 사람이 아 니라 외무성(外務省)이 ‘프로젝트 2501’이라는 명칭하에 비밀리에 개발한 불법 해킹 프 로그램임이 밝혀진다.

그런데 ‘프로그램’인 인형사는 자아를 자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해 줄 수 있는 사이보그 바디에 들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인형사 : 여기 온 것은(사이보그 바디에 잠입한 것은--논자 해설) 내 자신의 의지, 하나의 생 명체로서 정치적 망명을 희망한다.

외무성 담당자 : 생명체? 웃기는군! 넌 그저 자기보존 프로그램일 뿐!

인형사 : 그렇다면 당신들의 DNA도 자기보존을 위한 프로그램에 불과해. 생명은 정보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정체 같은 거지. 인간은 유전자라는 기억 시스템을 가지고, 사람은 그저 기억에 의해 개인이 되는거야. 설령 기억이 환상과 동의어라 할지라도 인간 은 기억으로 살아가는 거지.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하게 했을때 당신들 은 그 의미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 했어야 했어.

외무성 담당자 : 궤변이다. 아무리 그래봤자 네가 생명체라는 증거는 없어.

인형사 : 누구도 그것은 증명할 수 없지. 현대 과학은 아직 생명을 정의하지 못해.

내무성 담당자 :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외무성 담당자 : 설령 너가 고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범죄자에게 자유는 없어. 망명처를 잘못 골랐군. … 중략 …

내무성 담당자 : 인공지능(AI)인가?

인형사 : 인공지능은 아니다. 내 코드명은 프로젝트 2501, 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발생한 생명체다. (밑줄, 논자) 

 

이 장면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형사라는 존재가 처음으로 수사망에 포착되어 수면 위로 드러난 곳으로 <공각기동대>의 핵심 주제가 담겨있다. 모든 정보가 네트워 크화 된 개인의 전뇌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대, 인형사는 하나의 해킹 프로그램으로 태어났다. 그 어떤 시공간적 제한도 없이 정보의 바다를 다니며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 한 인형사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육체는 사이보그 바디로 대체 가능한 시대이고 전뇌에 인간의 뇌와 비교 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이제 자아의 정체성은 육체가 아닌 ‘나’를 타인과 구별해 줄 수 있는 기억을 통해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 인형사는, 인 간의 DNA가 기억을 통해 연속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가진다면 자신 역시 기억--어떻 게 보면 인간보다 더욱 정확하고 방대한--을 전승하므로 인간과 같은 생명체일 수 있 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기억과 자아정체성의 문제는 이미 많은 선행 연구들이 언 급하였으므로 이하에서는 윤회론과 관련하여 인형사가 자아를 자각하게 만든 고스트 (ghost)의 의미에 한정해서 논의를 진행한다. “Ghost in the Shell” 17)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스트는 본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단어이다.

 

      17) 작품의 원작 만화가 시로 마사무네는 제목을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 1905~1983)의 철학적 심리학을 다룬 The Ghost in the Machine(1967)에서 따왔다고 한다. 쾨슬러는 길버트 라일(Gilbert Rayle, 1900~1976) 데카르트의 철학에 붙인 표현(“기계속 고스트라는 도그마”)를 인용한 것이다. 김재인 2017, 291. 

  

분명한 것은 고스트는 물질인 육체를 상징하는 Shell과 달리 비물질적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이 작품 안에서도 대부분 이 단어를 ‘ゴースト(고스트)’ 그대로 부르고 있고 가끔 고스트를 대신해 영혼의 의미를 가진 ‘たましい(타마시이, 魂)’를 동의어로서 쓰고 있다.

 

쿠사나기 : 저 의체에 고스트가 들어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지?

바트 : 장난감 인형에도 타마시이(たましい, 魂)가 있다고들 하잖아! 또한 쿠사나기가 고스트조차도 전뇌에서 발생한 인공적인 존재가 아닌지 의심하는 장면에서도 고스트와 동의어로써 타마시이의 사용을 볼 수 있다.

쿠사나기 : 전뇌 자체가 고스트를 낳고 타마시이(たましい, 魂)를 키우는 것이라면 그때는 뭘 근거로 자신을 믿어야만 할까?” 

 

영화의 설정에 의하면18), 사이보그 바디나 전뇌에는 고스트가 발생할 수 없음에도 실제 고스트와 ‘같은 것’이 인형사의 사례를 통해 현실화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 아에 대한 자각과 자유의지가 생겨난 인형사는 생명체로서 망명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는 정보의 바다에서 발생했지만 자신이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다. 하지만 고스트(ghost)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인 뇌는 차치하고 프로그램에 불과할 뿐이므로 다른 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형사에게 자유의지가 생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뇌과학자 김대식에 따르 면, 팔을 들겠다는 생각만으로 우리는 팔을 들어 올릴 수 있지만 이 상태는 절대로 가 능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팔을 들어 올리는 과정은 물질적 과정이 고 에너지가 소비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그 인과과정은 추적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정신에서 나오는 자유의지는 물질적 현상이 아니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 같지도 않 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비물질적 과정이 어떻게 물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물 질적이지 않은 무언가가 물질적인 것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유일하게 자유의지밖에 없 다.19) 따라서 인형사에게 자유의지가 생겼다면 이는 물질에 대비되는 비물질적 과정의 생성이고 고스트는 명확하게 비물질적 영역의 작용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소위 ‘과학적’으로 여전히 규명하기 힘든 비물질적 영역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 흔히 종교적 색채가 강한 영혼과 같은 불멸의 존재와 의식·무의식 등과 같은 정신(마음) 작용을 동일시한다. 그런데 영혼은 신비롭고 영구적인 어떤 실 체라 믿는 것이지만 정신(마음)작용은 고통, 쾌락, 분노, 사랑 같은 주관적 경험의 흐 름이다.

따라서 정신 작용의 흐름은 영구적이지 않다.20)

 

       18) 작품에서는 고스트를 탐지하고 해킹하는 기술까지 이미 개발된 상태다. 인간의 뇌를 스캔해서 고스트가 탐지가 되면 그에게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고 고스트가 없다면 그 사람은 죽은 채 움직이는 철학적 좀비 다. 그래서 이 미래사회에는 인간의 생물학적 뇌와 컴퓨터를 결합하는 전뇌화가 성행하지만 뇌를 100% 디지털화 할 수 없다. 존재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스트가 존재하는 뇌의 부위를 남겨두어야 한 다. 쿠사나기 역시 전뇌화와 사이보그 바디를 가지고 있지만 생물학적 뇌를 20% 정도 남겨놓고 있다. 고 스트를 복사할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하므로 고스트 복사는 법적으로 금지된다. 만약 고스트를 복사하더라 도 복사된 유사고스트에는 정보 손실이 발생하므로 진짜 고스트로 작용할 수 없게 된다. <(1) 나의 영혼은 존재하는 실체인가? : 공각기동대 해석 리뷰(1995 극장판)> https://www.youtube.com/watch?v=vR8BMrC1-lA (검색일자: 2021. 11. 1.)

       19) 김대식 2016, 62.

       20) 유발하라리, 김명주 옮김 2020, 152-153. 

 

비물질적 영역에 대한 이러한 두 가지 고찰은 고대인도 사상 안에서도 나타나는데 베다를 신봉하는 정통파와 이에 비판적인 비정통파인 불교를 대표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의 경우, 베다 전통에 따르면 아트만(ātman)에 대비된다. 이는 호흡의 의미에서 출발해 살아있는 것의 근저에 있는 어떤 것을 나타내는 개념이었다. 여기에 철학적 의 미가 더해져 모든 기능이나 신체의 통합체인 개체의 인격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 다. 후대에 사상적 내용은 더욱 발전하여 아트만은 지각이나 사고의 주체이고 모든 기 능은 아트만이 욕망하는 대로 보거나 듣게 된다고 한다. 21) 불교의 경우 물질세계는 물론 정신세계의 경우에도 불변의 내재자나 초월적 존재 의 작용과 권능을 부정함은 주지하는 바이다. 절대자를 배제한 불교는 수행에서 얻어 지는 마음의 분석을 통해 정신 영역을 탐구하였고 여기서 고통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추구한다. consciousness의 번역어로 채택된 의식(意識)의 경우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외부 정보를 인식하고 확인하며 그에 반응하고 있다는 자각’을 의미한다. 불교 용어로 서 의식은 6식인 안이비설신의에서 생기는 식(識) 중, 의(意)로 인해 생기는 식(識)이라 는 더욱 구체적인 정의가 있다. 마음 중에서도 특히 어떤 대상을 파악하는 인식기관으 로 작용할 때의 마음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특정 대상을 마음속에 떠올리고 그 생각 에만 전념할 때는 안식도 이식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저 의로 인한 식만 발생한다. 이 러한 6식으로서의 마음과 그에 따른 여러 정신작용 중, 번뇌는 업을 낳고 윤회의 원인 이 된다.22) 그렇다면 고스트는 영혼 개념일까? 아니면 마음 작용과 같은 정신 작용에 속할까? 사실 본 작품은 고스트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고스트가 인식 작용에 관여하는지에 대 해서는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본 작품은 고스트의 매우 특별한 기능 하나를 보여준다. 자아를 자각한 인형사는 생명체로서 필수요건은 종족번식과 죽음을 맞이하 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 그에게 사이보그 바디와 전뇌를 가지고 자유롭게 정보의 네 트워크를 유행(遊行)하였던, ‘자신과 닮은’ 쿠사나기가 포착되었다.23) 생명체로서의 종 족번식은 다양성의 확보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데24), 이때 인형사가 찾은 방법은 쿠사나기와의 융합(ゆうごう, 融合)이다.

 

      21) 淺野孝雄 2014, 08.

      22) 사이토 나루야, 사사키 시즈카 공저, 이성동, 박정원 공역 2012, 60-66.

      23) 인형사 : 드디어 너와 채널을 연결할 수 있게 되었군.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지. 쿠사나기 : 나를? 인형사 : 너가 나를 알기 이전부터 나는 너를 알고 있었다. 너가 엑세스한 여러 가지 네트의 흔적을 더듬 어 9과의 존재도…

     24) 인형사 : 나는 스스로를 생명체라고 하였지만 현 상태로는 그것은 아직 불완전한 존재에 지나지 않아. 왜냐하면 내 시스템에는 자손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으로서의 기본 과정이 존재 하지 않기 때문이야.

쿠사나기 : copy를 남기잖아?

인형사 : copy는 copy일뿐. … 중략 … 무엇보다 copy는 개성이나 다양성이 생기지 않는다. 더욱 존재 하기 위해서는 복잡다양화해가며 때로는 그것을 버린다. 세포가 대사를 반복해서 다시 태어나고 노화하 고 그리고 죽음을 맞이할 때 대량의 경험 정보를 지우고 유전자와 모방자만을 남기는 것도 파국에 대한 방어기능이다.

쿠나사기 : 그 파국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성과 움직임을 가지고 싶은 것이군? 그런데 어떻게? 

 

따라서 이하에서는 고스트의 의미를 기반으로 융합에서 나타난 윤회론적 해석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4. 융합과 윤회

쿠사나기의 고스트에 접속한 인형사의 고스트는 쿠사나기에게 융합의 의미를 설명 한다.

 

인형사 : 너와 융합하고 싶다

쿠사나기 : 융합?

인형사 : 완전한 통일이다. 너와 나도 다소 총체(總體)는 변화하겠지만 잃는 것은 아무 것 도 없다. 융합 후 서로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밑줄 논자)

쿠사나기 : 융합한다고 한들, 내가 죽을 때는? 유전자는 물론, 모방자25)로서도 남을 수 없을텐데?

 

      25) ‘모방자’라고 나오는 자막도 있고 이를 번역하지 않는 자료도 있어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지만 논자 역시 모방자(模倣者?模倣子?)로 추측된다. 

 

인형사 : 융합 후 새로운 너는 곳곳에 나의 변종을 넷트에 흘리리라. 인간이 유전자를 남 기듯이. 그리고 나도 죽음을 맞이해. … 중략 …

쿠사나기 : 하나 더, 내가 나로 남을 수 있는 보장은?

인형사 : 그런 보장은 없어. 사람은 끝없이 변화하는 존재이며 너가 지금의 너 자 신으로 남으려는 집착은 너를 계속 제약할 것이다. (밑줄, 논자)

쿠사나기 :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나를 선택한 이유는 ?

인형사 : 우리들은 닮은 존재들이다. 흡사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실체와 허 상과 같이… 들어라, 나에게는 나를 포함한 방대한 네트가 접속되어 있어.

 

이상의 대화에서 알 수 있는 융합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융합은 완전한 통일체가 되는 것

(2) 융합 후 서로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함

(3) 융합 전의 ‘나’로 남지 않음 즉

각기 다른 존재가 갖는 고스트의 융합으로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고, 서로를 인식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융합 전의 ‘나’의 모습은 없어진다.

그 이유에 대해 인형사는,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변하지 않으려는 시도 자체가 자신을 제약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 한다. 여기서 고스트의 불변성은 부정된다.

융합 당시의 총격(銃擊)으로 쿠사나기의 사이보그 바디는 파손되었지만 다행히 인형사와 쿠사나기의 고스트가 융합 된 전뇌는 쿠사나기의 동료 바트에 의해 회수되었 다.

그 후 바트는 인형사와 융합 된 쿠사나기의 전뇌에 다른 사이보그 바디를 결합시 켜 주었다.

그 결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융합으로 인해 새로운 고스트와 육체를 가진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탄생한다.

영화의 배경으로 수태(受胎)의 과정이 탄생에서 제거되는 시대가 제시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육체에 기존의 고스트가 융합된 탄생이라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융합의 3가지 특징은 환생(還生, transmigration) 혹은 재생(再生, reincarnation)의 의미를 가진 윤회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윤회(輪廻, saṃsāra)는 함께 흐르다, 건너다의 뜻으로 다른 생에서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아직 남아있는 까르만(karman, 業)을 가지고 이 지상의 다른 곳에 가게 된다. 남아있는 까르만이 새로운 생을 결정짓고 이것이 다하면 윤회는 소멸하고 해탈을 맞이 한다. 소수의 철학 학파를 제외하고는 불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고대 인도 사상은 윤회와 해탈의 사고를 받아들였다.26) 물론 고타마 붓다는 무아(無我, anātman)의 입장을 견 지했으므로 윤회의 주체가 무엇인가 하는 점27)에 있어서 여타의 인도 사상가들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26) 호진 2015, 26-28.

      27) 윤회의 주체에 관하여 붓다 재세시에서부터 이를 오해한 제자들이 존재했다. 초기 경전인 『갈애멸진의 긴경』(Mahā-taņhāsaṅkhaya Sutta) 붓다는 식(識)이 윤회한다고 알고 있는 사띠를 질책하며 윤회는 조건 따라 일어남(paṭicca-samuppanna)임을 강조한다. 대림스님 2012, 206-207, 각주 170. 

 

이로 인해 불교 내부에서는 매우 복잡한 이론이 발전하였다.

이에 대한 논의는 본 연구의 목적과는 방향이 다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어쨌든 윤회에 있어 전생의 사후(死後)와 재생 사이의 순간을 전생 마음의 찰나멸 상속으로 보건 중유(中有)로 보건, 전생 업의 운반체28)가 다음 생의 육체적 부모의 DNA와 결합한다고 본다면 융합의 3가지 특징을 윤회로 치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 다.

 

          28) 미국 버지니아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이며 의사인 이안 스티븐슨(Ian Stevenson, 1918-207)은 『전생을 기 억하는 아이들(Children who remember previous lives)』(1987)을 통해 환생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 연구서에서 환생 관념을 가진 고대 인도인들 이외에도 전 지구적으로 환생 사상이 존재했음을 밝히고 있다.

고대 서양의 철학자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가 환생을 인정한 문구를 인용하고 있는 점은 물론, 심지어 크리스트교 내부에서도 서기 553년 제2회 콘스탄티노플 회의까지도 환생 관념은 묵인되었다고 한다.

그는 3~5세 사이의 아이들중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의 사례가 있음을 알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전생의 기억’ 중 전생에 살던 주소나 가족의 이름이 특정되어서 조사 및 비교 가 가능한 경우만을 수록하였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가 수백, 수천 년 전 어느 마을의 왕자 였었다는 말은 조사하기 어렵지만, 아이의 나이를 고려해 볼 때 수년전 국내 어느 도시의 누구로 살았었 다고 하면 이는 곧 바로 검증이 가능하다. 그리고 검증할 때도 조작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금전적 보상 을 하지 않는 등, 비록 전생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지만 환생을 이야기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만큼은 최대 한 객관적으로 채록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론에서 자신이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에 대해 2,000건 이상의 사례를 조사했 지만 이를 통해 지구상 수십억 인구가 모두 환생했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것은 과학자인 그 가 환생에 대해 더욱 객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제2권은 힌두교와 불교를 믿는 인도인들과 달리, 윤회 관념이 거의 희박해진 유럽인들의 사례만 모아 놓은 것을 보아도 그 가 조사한 사례는 특정 종교나 전통의 편견에서 벗어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터키 남부의 어느 도시에 태어난 터키인은 전생에 한국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이었음을 기억한다고 수록하고 있다. 본 저서에서 이안 박사는 전생 기억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이러한 조사를 기반으로 ‘과학자’로서는 드 물게 뇌가 의식의 전부일 수 없고 뇌가 마음 활동을 만들어내기 보다 오히려 마음의 기능을 하기 위한 일 부 도구가 뇌가 아닐까 하는 견해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텔레파시는 물론 ‘어머니들의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 정도로 듣던 태몽에 대해서도 그것이 현실화 된 사례를 수록하고 있다.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흉터(母斑) 역시 전생의 어떤 사건, 예를 들어 흉기에 의한 상처였음을 아이들의 기억을 통해 알려준 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기억은 전생의 생활이 주를 이루고 이생과 다음생의 중간 단계에 대한 기억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간 단계에 대한 기억을 가진 아이들 역시 조사하여 수록하고 있음을 볼 때면 흡사 불교 경전에서 중유(中有, antarābhava)가 어떻게 현생의 부모를 찾아 가는 지에 대한 이야기와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그의 조사는 불교에 ‘편향된’ 필자에게 매우 큰 의미를 던져주는데 많은 환생 사례를 조사한 그에게도 전생과 이생을 이어주는 중간적 무언가에 대한 의문은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였다. 그는 제1권 제11장 ‘환생에 관계하는 가능성 있는 프로세스의 고찰’에서 ‘무엇이 환 생하는가’라는 소제목 하에, “환생했다고 추정되는 자에게는 이미지 기억, 행동적 기억, 신체적 흔적이라는 3 요소가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데 전생과 현생의 사이에 그것이 하나로 되어있지 않은 것은 나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로부터, 그 요소(혹은 표상)는 어떤 종류의 중간적 매개체에 종속되어있는 것 같음 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중간적 매개체가 가진 다른 요소에 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전생에서 이생으 로 어떤 인격의 심적 요소를 운반하는 매개체를 사이코포어(psycophore, 心搬體--일어역에서 이 단어로 번 역함)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심반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어떻게 배열되어있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육 체가 없는 인격이 어떤 종류의 경험을 쌓고 활동을 정지하지 않다고 하면 심반체는 변화해 나아가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환생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다소 변화하는지도 모른다…”(359). 그는 과학자로서 영혼(soul)이라는 단어가 주는 종교적 뉘앙스를 피하기 위해 그 자신이 전생과 이생을 연결하는 어 떤 심적·정신적 연결체를 고안할 정도로 환생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것이 있음을 강하게 추론하고 있다. Ian Stevenson, 笠原梅雄 譯, 2002.

 

 (1) 윤회는 전생의 식(혹은 중유)과 이생의 물질적 DNA가 완전한 통일체가 되는 것29)

 

           29) 논자가 제시한 융합과 윤회의 등치 관계에 대해 문현공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였다. 즉, 윤회 는 A라는 존재가 가진 전생의 식(중유)과 이생의 육체적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적 DNA가 결합하므 로 본 작품처럼 인형사와 쿠사나기의 두 존재의 식(고스트)이 결합하여 다시 새로운 사이보그 바디(물질) 와 결합하는 것은 윤회의 전통적 모습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는 매우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언급 하였듯이 본 작품에서 육체(shell)는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소모품이므로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또 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쿠나사기와 인형사의 융합으로 새로운 존재가 탄생했음에도 동료 바트는 그(혹은 그녀)를 쿠사나기로 상정하고 대화를 이어간다. ‘새로운 존재’ 역시 자신이 과거에 쿠사나기였음을 인지하고 있다. 즉, 육체를 가지고 있는 쿠사나기에 인형사의 고스트가 결합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도 있 다. 물론 이것은 작품이 스토리의 치밀함에서 다소 벗어난 결과이다. 또한 우제선 교수는 윤회는 시작도 끝도 없이 진행되므로[無始無終] 쿠사나기와 인형사의 결합은 그 둘 로부터 시작한다는 시작점이 명확하기에 윤회와 등치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주었다. 이 역 시 반론이 있을 수 없는 정확한 지적이다. 그저 조금 더 확장된 해석을 하면 인형사는 방대한 정보를 바 탕으로 생겨난 존재다. 따라서 그의 고스트를 발생시킨 정보는 인형사만의 것이 아니라 이미 인형사 이전 에 존재하던 수많은 이들이 생성한 업력의 정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쿠사나기의 고스트를 있게 한 기 억 혹은 정보 역시 그녀가 전뇌를 갖기 이전에 존재하던, 쿠사나기만의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쿠사나기 와 인형사의 융합은 그 두 존재에서부터 시작이 아니라 그 둘 이전에 존재하던 정보들이 그 둘로 인해 결 합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 윤회 후 전생의 식(혹은 중유)이 전생의 자신을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함

 (3) 윤회 전의 전생의 식(혹은 중유)로 남지 않음

 

윤회론에 있어 중요한 사상적 토대 중 하나는 업보의 전승이므로 상술하였듯이 업력의 계승자, 윤회의 주체의 문제가 불교 사상 내부에서 복잡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이상의 세 가지 특징을 보면 전생과 이생의 완전한 단절로 느껴질 수 있어 인형사와 쿠사나기가 행한 업력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감독이 윤회 론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답 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새로운 존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읊는 대사는 전생과 새로운 생의 연결로 해석할 수 가능성을 부여한다. 새로운 존재는 빛들이 꼬리 를 물고 질주하는 광활하게 펼쳐진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그 유명한 마지막 대사를 이어간다.

 

이제 어디로 갈까? (さて, どこへ行くかしらね?)

네트는 광대하구나! (ネットは廣大だわ!)

 

인형사가 쿠사나기의 고스트와 조우했을 때 그는 그녀에게 서로가 융합 후 자신의 변종을 넷트에 퍼트릴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제 새로운 존재는 인형사도 쿠사나기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존재가 인드라망으로 무한히 연결된 우주에서 융합 이전의 존재 로부터 비롯된 변종을 흘리면서 새로운 관계의 설정--업력의 생성--이 자유의지를 통해 시작됨을 알려준 것은 아니었을까.

 

5. 나가는 말

이상 <공각기동대>의 인형사와 쿠사나기의 융합을 통해 윤회론과의 접점을 살펴 보았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므로 이에 대한 선행연구는 상당히 많이 축적되어 있었다.

대부분 기억과 자아정체성, 그리고 생명의 정의를 다루는 논문이 많았고 인도철학· 불교적 맥락에서의 윤회와 해탈에 관한 연구는 최근 발표된 박성완(2021)이 유일했다.

박성완은 정보 프로그램으로서 인형사의 윤회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논자는 육체의 의미가 사이보그 바디로 대체되어 최소화 되는 시대라면 주인공들이 갖는 고스트의 기능과 작용을 통해 윤회의 가능성을 고찰해 보았다.

해킹 프로그램으로서 탄생한 인형사는 방대한 정보를 획득 한 후 자아를 자각하는 고스트가 발생하였다.

영화 설정 상, 하나의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 인형사에게는 생길 수 없는 일이지만 비물질적 영역에 속하는 고스트는 분명 작동하였다.

따라서 고스트는 믿음으로 뒷받침되는 영원불멸의 영혼과, 의식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마음 작용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분류는 고대인도 사상 내부에서도 발견되는데 전자의 경 우 아트만 사상을 발전시킨 불교 이외의 학파들이 해당되고 후자의 경우 아트만을 부정한 불교가 해당된다.

작품 안에서 고스트의 불멸성이 부정되는 것으로 보이고--물론 고스트가 불교가 정의하는 마음의 움직임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따라서 고스트와 고스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존재의 탄생에 대한 가능성이 열린다.

이 융합이라는 지점에서 윤회론과 접점이 고찰된다.

즉, 융합(윤회)은 이전 생과 다음 생이 통합되는 것이고, 이전 생과 다음 생이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며, 이전 생의 ‘나’ 라는 존재로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업력의 보존이라는 문제는, 네트는 광대하다고 찬탄한 마지막 대사에서 보인다.

즉, 새로운 존재로 탄생한 그는 광대한 인드라망으로 연결된 이 우주에서 이전 생의 변종--업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 설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으로 암시된다.

 

│참고문헌│

2차 자료

논문

김경신. 2010. 「Sci-Fi 애니메이션영화 <공각기동대>에 나타난 미래지향적 욕망의 정신분석적 고 찰-라캉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학술대회자료집』: 116-132. 김대현, 이태구. 2015.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시뮬라크르 연구-1995년 공각기동대, 2015년 공 각기동대 신극장판을 중심으로」. 『영상문화콘텐츠연구』 15: 187-203. 김선희. 2005. 「사이보그와 개인동일성의 문제-컴퓨터와의 융합을 통하여 우리는 영생할 수 있는 가?」. 『철학』 85: 171-191. 김수연. 2015. 「<공각기동대>의 현재성과 포스트휴먼 퀴어 연구」. 『비교문화연구』 40: 111-129. 김희진. 2019.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1995)에 나타난 SF 상상력」. 『한국문예비평연 구』 63: 147-173. 박성완. 2021. 「사이보그와 AI의 윤회와 해탈 가능성 검토-<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와 인형사의 경우-」. 『종교연구』 81-1: 63-86. 서수정. 2007.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현대 사이보그’ 특성-<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를 중심으 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7-4: 150-159. 손창희. 2006. 「다나 J.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페미니즘 시각으로 분석한 사이보그 캐릭터 연구-<공 각기동대>, <이노센스>의 여성캐릭터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연구』 2-1: 53-69. 유지나. 2004. 「정보의 바다에서 사이버그는 무엇을 꿈꾸는가?-<공각기동대>를 다시 읽는다-」. 『영 화연구』 24: 357-376. 조현범. 2003. 「디지털 니르바나 : 사이버 공간과 초월의 상상력-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중심 으로-」. 『종교연구』 30: 237-257. 최돈일. 2019. 「<공각기동대>의 캐릭터 존재성 연구」. 『만화애니메이션연구』 54: 101-118. 홍은숙. 2018. 「The Ghost in the Shell에 나타난 인간지능과 인공지능」. 『인문연구』 85: 225-254.

저서

김대식. 2016.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간 VS 기계』. 서울: 동아시아.김재인 2017.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서울: 동아시아. 대림스님 2012. 『맛지마 니까야 2』. 김해: 초기불전연구원. 사이토 나루야, 사사키 시즈카 공저, 이성동, 박정원 공역. 2012. 『불교와 과학, 진리를 논하다』. 서 울: 운주사. 유발하라리, 김명주 옮김. 2020. 『호모데우스』. 서울: 김영사. 호진. 2015. 『무아 윤회 문제의 연구』. 서울: 불광출판사.

외국서적

Ian Stevenson, 笠原梅雄 譯. 2002. 『前世を記憶する子どもたち』. 東京: 日本敎文社. 淺野孝雄. 2014. 『古代インド仏敎と現代腦科學における心の發見』. 東京: 産業図書.

인터넷 검색 자료

https://ja.wikipedia.org/wiki/攻殼機動隊(검색일자: 2021. 10. 5.) <(1) 나의 영혼은 존재하는 실체인가? : 공각기동대 해석 리뷰(1995 극장판)> https://www.youtube.com/watch?v=vR8BMrC1-lA(검색일자: 2021. 11. 1.)

 

│Abstract│

Analysis of the meaning of reincarnation in the ‘Ghost in the Shell’Reincarnation as Mergence

Sangkyo JUNG (Professor, Division of Buddhist Humanities, Geumgang Univ.)

Mamoru Oshii’s ‘Ghost in the Shell’, presents an era in which information can be moved without any restrictions because it can be freely distributed via a network that is like an Electronic Brain. In this time, how can the identity of the self be guaranteed if the Electronic Brain is hacked and memory, one of the representative functions of mental activity, is manipulated? In the work, a puppet master, in the form of a computer program, becomes aware of itself at some point when it acquires vast amounts of information. And it insists that (s)he is a live creature. How can individual beings be defined when the movement of information (or memory) goes beyond their boundaries due to developing technology? The work also asks questions about the regulation of species reproduction. The director pportrays beings as Ghosts. And then presents the procreation of races that passes on the characteristics of individuals, as a merging of Ghosts. The birth of a new existent being through this convergence resembles reincarnation, an important theory of Indian philosophy, including Buddhism. Therefore, this study first analyzes Ghost as an entity and examines how Ghosts can be interpreted within reincarnation theory. Results Findings show that Ghosts seem to be closer to the perceptual faculty suggested by Buddhism than the immortal soul (ātman), and it is  deduced that there is a similarity to the action of the consciousness of the past life or the action of the antarābhava (中有). In addition, it is suggested that this work can be interpreted as a type of reincarnation theory based on the fact that the existing, which arises from the mergence between Ghosts, cannot remember its state before the mergence.

keywords : Buddhism, Ghost in the Shell, reincarnation, Ghost, mergence.

 

2022년 2월 23일 투고 2022년 4월 1일 심사완료 2022년 4월 6일 게재확정

불교학 리뷰 vol.31

공각기동대에 나타난 윤회의 의미 분석 - 융합으로서의 윤회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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