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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에 나타난 유교와 도교의 상대적 영향력/박서령.한중대

 I. 서론

II. 문인화에 나타난 유교와 도교의 상대적 영향력

    1. 道를 구현하는 방법 : 유위 Vs. 무위

    2. 자기의 존재하는 방법 : 집단성 Vs. 개체성

    3. 자기수양의 방법 : 채움 Vs. 비움

III. 결론

 

I. 서론

문인화는 ‘지적인 정신성을 위한 예술’로서 그 가치는 ‘참된 인간다움의 창조성’을 위한 공 부와 수양으로 압축되고, 그 진정성은 ‘참 나를 만기 위한 작업과정’으로서 도덕적(자연 적) 심성에 근원한다. 본 연구자는 문인화는 知性과 人性의 수양을 궁극목적으로 하는 ‘필 묵의 정신적 훈련’이라는 관점이다. 즉 문인화가들은 시각적으로 구현된 정신적 표상 안에서 자기에 대한 성찰을 하며, 참된 인간다움으로 거듭나기를 지향한다. 문인화는 유교적 관념을 기본입장으로 하였다. 문인화는 유교적 지식인의 신분 그룹으로부 터 용어가 시작되었고, 시(詩)·서(書)·화(畵)는 知性과 人性을 갖추기 위한 필요조건으로서 문 인화 덕목의 필수적인 심미요소로 제시되며, ‘필묵의 정신적 훈련’의 주요 요소가 된다. 즉 서 예적인 필선과 시정적인 필묵의 조화로서 지성적인 예술을 성취하고자 하였다. 한편, 문인화 는 도교의 상대적인 자연관을 수용하여 ‘참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참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철학적 인식에서 자기수양적인 심미관으로 지향해 나간다. 본 연구는 문헌고찰을 통한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하고, ‘道를 구현하는 방법, 자기의 존재 하는 방법, 자기수양방법’으로 나누어 문인화에 나타난 유교와 도교의 상대적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는 겻을 주목적으로 한다.

 

1. 道를 구현하는 방법 : 유위 Vs. 무위

문인화에 나타난 유교의 영향은 유위로써 요약될 수 있다. 즉 필묵의 정신적 훈련을 통해 배우는 마음과 기르는 마음을 실천하여 ‘문기의 예술정신’을 만들어내는 유위라 고 볼 수 있다. 문인화에서 문기의 예술정신에 대한 관념은『論語』에 ‘문질빈빈(文質彬 彬)’1)으로 요약된다. 즉 문과 질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학문적 수양과 그 사람 의 됨됨이 말하자면 시각적으로 표상되는 그림의 이미지가 서로 다르지 않아야 함을 의 미한다. 다시 말하면 ‘그림은 곧 그 사람이다’ 하여, 그린 사람의 도덕적ㆍ윤리적 인품이 투사된다는 것이다. 유교는 인간이면 누구든 도덕수양을 하면 성현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2)

즉 공부를 통 해 道를 배우 고, 德을 기른다는 것이며, 수양을 통해 도덕적 인격으로 완성될 수 있다 는 것이다. 유교에서 文은 道로 가는 방법이자, 자기의 원리를 파악하는 방법이었으며. 공부는 공자의 ‘극기(克己) 및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이었다.3) 공부는『論語』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공부의 개념은 논어 첫머리에서 ‘공부의 기쁨’4)의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고, 공자(기원전 551~479)는 전 인생의 경험을 통하여 10대부터 70대5)때까지 각 단계에서의 학문을 실천한 결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공자는 70대에서는 ‘마 음이 움직이는 데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라고 하여 공부를 함으로서 자기조절이 자유로운 상태 즉 자기 다스림의 능력이 생겼다는 내용으로서 공부의 궁극목적을 제시 하고 있다. 유교에서 자기 다스림은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수양으로서 도덕수양의 덕목 중에 가장 높이 평가되고, 극기복례는 仁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나부터 바로 잡는 절제의 수양덕목으로 통한다. 말하자면 공자는 유교의 전체명제로 통하는 ‘道에 뜻 을 두고 德에 근거하고 仁에 의지하며 禮에 노닐어라’6)라는 명제 하에서, 내안의 공부로서만이 예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論語』「雍也」“子曰 質勝文則野요 文勝質則史니 文質이 彬彬然後에 君子이니라.”

       2) 민주식,「작품과 인품: 동양예술에서의 예술과 인격의 관련양상」,『동양예술』28호, 2015, p.88

       3) 서복관, 유일환 역,『중국 인성론 사』, 을유문화사. 1995, p264

       4)『論語』「學而」“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5)『論語』「爲政」“子曰 五十有五而志于學 하고, 三十而立하고, 四十而不惑하고, 五十而知天命하고, 六十而耳 順하고, 七十而從心所浴호되 不踰矩호라”

       6)『論語』「述而」“子曰 志於道하며 據於德하며 依於仁하며 遊於藝니라” 

 

이러한 유교적 관념을 바 탕으로 하는 문인화 또한 공부를 중시하며 개인의 인격수양과 절제된 감성의 도덕윤리 학적인 심미를 추구하였다. 절제된 감성은 시정적인 심미 원리의 조형성에 관심을 두었 고, 윤리학적 심미는 비덕(比德)의 소재를 선택하여 意을 부여하고 필묵을 통한 정신력 과 조절력을 위한 훈련으로 나아갔다. 즉 유교적 문인화는 사군자의 소재 및

군자적 속성의 소재<도4>7), 구곡도 형식(도1)의 작품8)등을 통하여 격물치지로서 지성과 인성이 조화 된 나를 완성하며 道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도1>/<도4>:생략(첨부 논문파일 참조)

 

반면 문인화에 나타난 도교의 영향은 무위로써 요약될 수 있다.

무위는 노자의 ‘현소포박 (見素抱朴)’9)의 無爲自然관으로 요약된다. 도교는 문질을 인위적 윤리(倫理)로 보고, 자연의 순리(順理)를 더 중시하여 자연 상태 그대로 드러나도록 맡기는 것을 도라고 간주하였다.

말하자면 인간이 배우고 기름(養)은 공부와 같은 유위의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처럼 자연의 순리10)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문질의 인위적인 꾸밈, 인위적인 설명 등을 버리고11) 자연스럽게 자연성을 본받아 무욕의 무위로서 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12)

 

      7)『論語』,「雍也」,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論語』「子罕」第9, 27章,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알 수 있다(子曰 歲寒然後에 知松柏之後彫也니라.)”‘세한삼우(歲寒三友)’추사의 <세한도(歲寒圖)〉라는 작품은 자신의 생활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서의 비덕을 작 품화 한 것이다.

     8) 1592년 이성길(李成吉,1562~?)작의 <무이구곡도(1592년)>는 현재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에서 전 래된 작품을 보고 신중하게 모사한 것이다. 구곡도는 주희를 기리는 주자성리학자들 사이에서 주자가 경영 한 무이정사와 무이구곡을 주제로 한「무이구곡도」제작에서 시작된 그림이다. 武夷九曲圖는 주자와 같이 이름난 명현들이 자연을 벗 삼아 수기하던 거소와 주위의 실경들을 후학과 후손들의 정신적 고향으로 추앙 되어 제작된 것이다. 그림의 내용은 ‘道로나아가는 순서’ 즉 체험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상적 인간성을 실현 하고 완성하기 위한 단계를 구체적 사물로 형상화 시키며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율곡의「고산구곡도」 (圖2)는 작자미상으로「무이구곡도」로부터 영향을 받아 그린 것이다.

      9)『老子』19장, “見素抱朴, 少私寡欲.”

     10)『老子』25장, “人法也,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11)『老子』48장, “爲學日益, 爲道日損.”

     12)『老子』51,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도2>: 생략(첨부 논문파일 참조)

 

도교의 무위자연관은 문인화의 조형양식과 예술심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무위의 버리기와 자연의 자연스러움은 절제된 감성의 윤리학적 심미의 심상화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무위자연성은 공자가 70대에 실천되었던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해도 법도에 어 긋나지 않는다.’는 것과 유사하게 필묵은 숙련되고 體化된 자연스러움의 道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2. 자기의 존재하는 방법 : 집단성 Vs. 개체성

 

문인화에 나타난 유교는 시와 그림이 결합된 형식을 취함으로써 문인화를 그리는 시간을 휴식하는 여가시간으로 활용하였다. 여가 활동은 개인 활동 보다는 주로 집단 활동으로 이루 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 작업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통처럼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13) 시 (詩)·서(書)·화(畵)의 집단 활동을 통해 철학을 공유하고 타인과의 조화를 시도한 것이다. 유교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공자는 인간을 하나의 개체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삶 속에서 유 기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나와 타인이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14) 따라서 공동체 를 떠나서 자아를 성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개인보다는 집단에 우선순위를 두 었고, 개인의 이해관계보다는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한 의무, 복종, 질서, 조화, 안정 등과 같은 덕목을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였다15). 이러한 덕목은 일상생활에서 인(仁)·의(義)·예(禮)·지 (智)라는 도덕적 규범으로 자리 잡고 사회구성원은 도덕적 규범을 실천함으로써 일종의 사회 화과정을 거쳐 종국에는 도덕사회라고 하는 이상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16). 유교는 예 술이 예술로서의 실질적인 미를 갖추는 것으로, 그것이 사회와 도덕에 대해 어떠한 의의와 효용을 갖는 지를 중시한다.17) 따라서 문인화에 나타난 집단활동은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 자 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이해와 소통으로 반영된 나로서 드러내게 된다.18) 유교적 문인화에서 개인은 집단활동과 인간관계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도 4>19) 공부의 과정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조건적인 개인으로 보았다. 반면 도교는 집단성보다는 개체성을 더 중시한다. 노자도덕경에 나타난 궁극적 지향점은 인간의 개체성 회복이다. 개체성 회복은 인간이 각자 가진 개성에 따라 산다는 것을 의미하 는데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조건인 것이다. ‘자기통제력, 자기조절력, 사회적 관 계’라는 공동체적인 규범을 강요하는 것은 개체성을 말살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도교는 무 엇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통한 개인의 개체성 회복을 도의 지향점으로 보고 있다20). 도가 철 학의 핵심은 무위자연의 道와 절대 자유의 경지인 遊를 담아내고자 한다.21

   

        13) 남치우,「雅會文化를 통해서 본 문인사대부예술인식의 현대적 變奏」,『동양예술』24호, 2014, p.141.)

        14) 홍승표,「노인복지에 대한 동양사상적 접근의 필요성」,『사회과학논총』30(2), ,2011, p.147-168.

        15) 김기현,「유교의 사회복지 정신」,『사회복지연구』44(1), 2013, p.217-237.

        16) 이미애,「노자 도덕경에 나타난 사회복지사상:정부 관리의 기술을 중심으로」,『한국행정사학지』, 제39호, 2016              17) 민주식,「유교의 관점에서 본 한국미」,『동양예술』 31호, 2016, p.130.

        18) 박서령,「문인화예술정신론의 고찰을 통한 인성적 예술치료로서 문인화의 유용성 및 가치 탐색」,『예술심 리치료연구』제11권 제3호, 2015.

       19) 추사의 세한도 작품은 추사가 제주도 유배시절에 蕅船 李尙迪(1803-1865)에게 자신의 처지와 이상적과의 의리를 표현한 것으로, 일상의 고매한 인품을 그대로 녹여 文으로 표현하고, 제자와의 관계성, 의리와 지조 등이 質로 드러나게 했다.(심영옥,「공자의 문질빈빈심미관과 조선시대 문인화론의 관계성 연구」,『동양예 술』32호, 2016, p276)

        20) 이미애, 위의 책, 2016.

        21) 정정옥,「문인화의 도가 미학적 고찰」,『동양예술』 32호, 2016, p.318. 

 

 遊의 경지에 대 해서는 남송의 예사(倪思, 1147-1220)의 말로부터 조민환이 정리한 것을 빌리면 ‘자유롭고 즐 거운 삶은 예법이나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유 자적하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삶으로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얽어매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22)

 

<도3 >김정희 「부작란도」 <도5> 송 전 소식 「고목죽석도」 <도4> 김정희「세한도」:생략(첨부 논문파일 참조)

 

 자유로움은 벗어남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즉 개체는 자연대로 드러나는 ‘그대로의 존재성’ 으로 존중되는 것을 수용하고, 자유의 경지는 내가 나를 규정하고, 나를 묶고 있는 굴레로부 터 벗어나야 하는 것으로 진정한 자유는 내가 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인 것이다. 이 러한 ‘벗어남’과 ‘자유로움’ 대한 일탈의 사유는 도교적 문인화에서 해방과 초탈의 사유로 나 아가며 은일(隱逸)적인 삶23)과 더불어 逸의 심미에 영향을 주었다. 逸의 심미는 인위적인 꾸 밈, 설명, 기교적인 것을 거부하고, 어떤 경계가 없는 자유로움과 순수성, 자연성을 조형적 특 징으로 한다. 또한 일격은 탈 규구적 심미의식24)과 독창성의 개념25)으로서 자신의 마음에 기 탁하여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유희하고자 한다.

<도3>26)<도5>27) 특히 일의 심미를 대변하는 ‘대교약졸’28)은 어리숙하고, 서툰 듯한 표현으로 도교적 문인화에서 간략한 필선과 최소한의 필묵만을 사용하여<도3><도4><도5><도6>29)29순수한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정신적 의지로 반영되었다.

 

     <도3><도4><도5><도6> ; 생략(첨부 논문파일 참조)

 

        22) 조민환,「仲長統 낙지론을 통해본 은사의 삶」,『동양예술』 25호, 2014, p.359.

        23) 조민환, 위의 책, 2014

        24) 정정옥, 위의 책, 2016, p324

        25) 윤여범,「동양회화에 나타난 창의성의 개념」,『동양예술』28호, 2015, p.217.

        26) 추사의 작품〈부작란도(不作蘭圖)〉는 작품의 제목이 ‘난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듯이 실제의 ‘난’이 아닌 추사의 삶 속에서 체득한 내면적인 순수한 조형언어로 표현된 마음의 ‘난’으로서, 자신만의 난으로 승 화시킨 것이다.

        27) 미불은 소식의 <고목죽석도>를 보고 소식의 울적함을 간파했다. ‘소식이 그린 고목은 가지와 줄기가 마치 규룡처럼 꾸불꾸불하고 돌의 준은 굳세고 또한 매우 괴기하여 마치 그의 가슴속에 맺혀있는 울적함 같다.’ (갈로, 강관식역,『중국회화이론사』, 1989, p. 288) 라 하여 소식이 자신의 감정에 기탁하여 그린 것임을 말 해주고 있다.

         28)『老子』45장, “大巧若拙”

         29) (도3)(도4)(도5)(도6) 작품들은 오로지 자신의 마음에 기탁하여 형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묵점’, 단순한 필선과 같은 기초조형만으로 최대한 간략하게 표현하여 자신만의 창조적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이것은 유교의 조건적인 나로서 반영되는 것에 상대되는 무조건적인 나로서 내면의 순수성 곧 자연성과 마주하고자 하는 의지로 意를 전달할 수 있는 만큼만 꼭 필요한 필선 및 필묵만을 사용하여 필선과 필묵을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줄이는 것으로 조형화 되었 다. 이러한 간일簡逸의 간소(簡素)한 표현은 문인화에서 필선의 숙련성과 순수한 근원성, 생 명의 근원성의 사유 표현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간소함은 문인화가들에게 기교적이고 정밀 함을 거부하는 문인화의 정의에 부합되었고, 문인화의 시적 조형방식의 간략함 추구와도 통하는 것이었다.

 

3. 자기수양의 방법 : 채움 Vs. 비움

 

문인화에 나타난 유교는 채움을 중시한다. 채움은 공부와 넓은 견문30)으로 꽉 들어찬 ‘농축 된 문기’31)를 의미한다. 문인화에서 필묵과 문기의 관계는 참된 인간다움의 진정성을 시각적 표상으로 조형화 하는 작업에 있다. 즉 문인화는 자기수양적인 필묵의 정신적 훈련으로서 필 묵의 응축된 표현을 통해 절제되고 농축된 사유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면 적묵법은 내면적인 성실을 보다 중시하고 있는 입장에서 무언가를 반복하여 쌓는 것이다.32)

즉 화면을 채우는 필선의 두터운 이미지를 통해 ‘응집된 농묵’으로서 밀도감, 깊이 감을 증가시켜 농축된 문기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도6><도7>33) 이것은 詩書禮樂의 수양을 통한 외면적인 수식인 文과 내면적인 도덕성을 말하는 質이 어우러지는 상태인 彬彬을 이상적으로 조화하여 추구하는 것34)이다.

유교적 문인화에서 내면의 성실성 및 진실성의 강조는 ‘회사후소(繪事後素)’35)로 요약된다. 회사후소는 문질빈빈과 함께 구제적인 도덕적 심미의 실천범주로 제시되었던 것으로 그 범주 는 美와 人性을 동일시하는 관념으로서, 시각적으로 표상되는 그림의 이미지가 마치 그 사람 을 대면하는 것처럼 그려져야 함을 말한다. 회사후소는 공자의 ‘말을 잘하고 얼굴 빛을 잘 꾸 며 남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 가운데 어진 자가 드물다’36)라는 내용과 역으로 말한 ‘강직하고, 더디고 둔함이 仁에 가깝다.’37)는 내용으로부터 의미를 파악하면, 문질빈빈에서 문이 질보다 앞서면 ‘거칠거나 겉치레’38)가 된다고 하는 것처럼, 繪가 素보다 앞서면 믿음이 안가니, 素 즉 내면의 성실성이 우선한 다음에 繪(그림)가 드러나야 진실성이 있다는 것이다.39)

 

    <도6><도7>  : 생략(첨부 논문파일 참조)

 

           30)『論語』「述而」“子曰 蓋有不知而作之者아 我無是也로라 多聞하여 擇其善者而從之하며 多見而識之가 知之 次也니라”, 하여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기억하는 것이 아는 것의 다음이고 지에 이르는 과정이다.

           31) 심영옥,「공자의 문질빈빈심미관과 조선시대 문인화론의 관계성 연구」,『동양예술』 32호, 2016, p.276.

           32) 박서령,「문인화예술정신론의 고찰을 통한 인성적 예술치료로서 문인화의 유용성 및 가치 탐색」, 『예술 심리치료연구』제11권 제3호, 2015.

           33) 반복된 미점조형으로 이루어진 미불작품과 검은 현색 적묵으로 이루어진 정선 작품에서 느껴지는 필묵의 응축된 밀도감은 높은 정신적 사의로 표출 된다.

         34) 심영옥,「공자의 문질빈빈심미관과 조선시대 문인화론의 관계성 연구」,『동양예술』 32호, 2016, p.261.

         35)『論語』「八佾」; 子夏問曰, 巧笑倩兮, 美目盼兮, 素以爲絢兮. 何謂也? 子曰, 繪事 後素.曰 禮後乎, 子曰 起 予者, 商也 始可與言詩己矣.

        36)『論語』「學而」 “子曰 巧言令色이 鮮矣仁이니라”

        37)『論語」「子路」; “程子曰, 子曰 剛毅木訥, 近仁.”

        38) 심영옥, 위의 책, 2016, p.324.

        39)『論語』「八佾」“子曰 人而不仁이면 如禮何며 人而不仁이면 如樂何” 

 

이 내용을 필묵과 바탕의 관계로 말하자면 필선(문)과 바탕(질)의 어느 한쪽이 모자르거나 많으면 바탕 과 부드럽게 연결시킬 수 없어 거칠어지고, 어느 한쪽이 두드러지면 혼란스럽거나 내용(意)이 없어 보여 꾸민 듯 장식적으로 보 일수 있다. 그러므로 필선은 알맞게 채워야 하고, 바탕 공 간은 알맞게 남기거나 밝게 처리하여 서로가 의미 있게 드러나 意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드러나는 형식보다 내면적인 도덕성 곧 내안의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문인화에서 그 성정에 응축된 사유적 의미와 공간을 음미하려는 관념성을 중시하는 것이다.40)

결과적으로 유교적 문인화에서 농묵과 적묵의 채움의 필묵법은 정신적수양이 되고, 필묵과 바탕의 부드럽게 어울림의 표현은 농축된 문기와 참된 인성의 조 화와 균형의 미의식으로 치환되어 지성적인의 인성의 도덕수양의 덕목으로 體化되고자 하는 것이다.<도7><도11> 반면에 도교는 비움을 중시한다. 자연은 인간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서로 얽혀 있는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도교의 자연관은 비움을 통해 동양의 정신과 문화예술 을 발전시키는 근간이 되어왔다.41) 비움은 노자의 허정무욕(虛靜無慾)42)으로 요약된다. “노자 의 생각에 따르면 象(사물의 형상)은 반드시‘道’를 체현해야 하며, 허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습이 없는 모습, 실물이 없는 형상’을 이루어야 한다.”43)고 하여 도교는 유교에서의 文(墨) 으로서 채움에 상대적인 허상(虛像)으로서의 비움을 강조한다. 그리고 “완전히 비우고 아주 조용함을 지키라.”44)는 내용으로 自然人 인간을 덮고 있는 인위적인 것들을 제거해 나가야 순수하고 맑은 인간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허상적이고 무욕적인 허정은 도교 적 문인화에서 虛와 淡에 대한 심취를 불러일으켜 주었고 깊고도 높은 정신세계의 무한성으 로 표상되었다. 즉 허의 심상은 비움의 심상으로서 ‘필묵에 의해 우연히 남겨진 공간 또는 처 음부터 의도적으로 남긴 빈 공간’이라는 여백공간에 대한 다양한 심미의식을 불어넣어 주었 고, 담의 심미는 초탈된 정신세계의 무한성으로 확장되고, 조형적으로는 안개, 구름 등의 추 상적인 소재를 취하여 담묵으로 표현하면서 고요하고, 맑은 모습으로 표상되었다. 구체적으로 작품에서는 ‘쓸쓸하고 담박한(蕭條澹泊)’45) ‘안개가 자욱한’, ‘담백하고 맑은46)’등의 내용으로 표현되었다.

<도8><도9><도10> 이러한 허와 담은 여백과 소(疏)의 심미로 나아가면서 지성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인화에 철학적 인식의 지성의 승화로 작용되었다. 즉 다양한 관점, 상상, 사고의 확장을 수용하게 함으로서 간일의 표현과 함께 최고의 정신적 경지로서 지향되었다.

더 나아가서 조형적으로 소밀(疏密)<도9><도11>, 허실(虛實), 흑과 백이라는 대립되는 조형 <도7>47)의 조화에 대한 차원 높은 정신적 심미의식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시정적 정취의 극 치를 표출하는데도 영향을 주었다.

 

   <도8><도9> <도10><도11> :  생략(첨부 논문파일 참조)

 

        40) 심영옥, 위의 책, 2016, p.261.

       41) 김아라,「한ㆍ중ㆍ일 전통재료의 현대적 응용에 관한 연구」,『동양예술』 25호, 2014, p.42.

       42)『老子』16장, “致虛極, 守靜篤.”

       43)『老子』14장, “無狀之狀 無物之象.”劉偉林, 沈揆昊『중국문예심리학사』. 동문선, 1999, p.43.

       44)『老子』16장, “致虛極, 守靜篤.”, 『老子』45장, “躁勝寒, 靜勝熟.”

       45) 宋의 歐陽修(1007~1072)는 歐陽修,『歐陽文忠公文集』,「鑑畵」, “蕭條淡泊, 此難畵之意 畵者得之, 賢者未必 識也, 故飛走遲速, 意淺之物易見, 而閑畵嚴靜, 趣遠之心難形, 若乃高下向背, 遠近重複, 此畵工之藝爾 非精鑑 之事也.”

       46)『老子』35장, “道之出口, 淡乎其無味.”

      47) 謙齋 정선(鄭歚, 1676-1759)은 적묵의 기법을 많이 사용한 화가인데 인왕제색도(仁王劑色圖)<도6>는 적묵의 바위와 담묵의 안개의 대비로 농담의 대비를 표현하고 있다. 허와 실을 통일된 일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III. 결론

문인화에 나타난 유교와 도교의 상대적 영향력의 내용을 정리하면, 유교의 도는 유한한 범위 안에서 드러내는 구체적인 자연이었다면, 도교의 는 무한하고 추상성의 자연이었다.

즉 유교는 유위의 공부와 수양을 통해 도를 구현하고 나를 만들어 가고자 하였으며, 도교는 自 然性을 본받아 自然人으로서의 나를 깨닫고자 하였다.

또한 유교는 인의예지라는 공동체적인 규범을 지향하며 집단성안에서 조화로 드러내는 조건적인 나다움으로 가고자 하였으며, 도교 는 개체의 개성과 자유를 중시하는 무조건적인 자연 그대로의 존재성으로 존중하고자 하였 다.

그리고 채움과 비움으로서 나를 수양하는 관점은 달랐지만 채움은 지성적인 인성의 덕목 으로 體化되고, 비움은 초탈된 정신세계의 무한성으로 확장되었다.

즉 문인화는 유교와 도교 의 상대적인 영향력에서 도교의 자연성, 개성, 허의 관념을 유교적인 숙련성, 나다움, 지적가 치로 수용하며,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에서 현실을 벗어나지 않은 반 유토피아적인 도덕적 이 상을 지향하였다.

또한 원리와 근원, 밝음과 순수성, 겸손과 맑음, 검소와 소박, 성실과 고요함 등의 개념을 도덕과 절제의 윤리적인 정신적 표상으로 연결하여 통일을 꾀하고자 하였다.

다시 정리하면 문인화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도덕적 이상의 궁극 명제는 참된 인간다움의 道의 구현으로서 道는 간단하고, 참된 나는 간단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간단함은 핵심을 파 악하는 고도의 지적사유로 지향되었고, 이에 대한 시각적 표상은 逸과 簡, 虛와 淡의 심상화 로 집중되었으며, 이것은 윤리도덕적인 틀 속에서 이루어진 절제된 감성의 서예적이고, 시적인 조형방식의 ‘필묵의 정신적 훈련’으로 귀인 되었다.

즉 문인화는 필묵을 통해 그림이 어떻게 절제되고, 어떻게 시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사유로부터 도덕적 심성의 참된 나를 만나기 위한 창조적 작업 과정이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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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문 

남 치 우 (성균관대)

본 논문은 유교사상과 도교사상의 차이가 문인화로 명명되는 동양회화예술론에 어떻게 적 용되고 있는지를 상호 비교하는 논문이다. 다만 서화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고, 대략적으로 두 사상적 차이가 작품에 어떠한 흔적으로 남겨져 있는지를 세 가지로 분 류하고는 있다. 흔적을 곧바로 사상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단서는 문인화가 “유교적 관념을 기본입장”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며, 그 근거로 문인화의 용래가 유교적 지식인의 신분 그룹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필묵의 정신적 훈련”이라는 카테 고리 안에서 흔적을 살펴보고 있으며, 그것은 곧 ‘인간다움의 회복’ 문제로 예술을 당위시킨다. 논문완성의 도움을 준다는 논평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아래로 졸렬한 몇 가지 질문 을 던진다. 논자는 두 사상간의 간극을 ‘도, 존재, 수양’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구별해서 각각 그 특징 을 분석해내고 있다. 특히 내용적으로 방법, 즉 ‘도 구현방법’, ‘존재 방법’, ‘수양 방법’적 차 원에서 접근했다. 달리 말하면, 예술작품에 도가 담겨져 있어야 하고, 나를 존재케 해야 하므로, 나의 수양정도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유교인과 도교인들이 달랐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논자는 유교는 개인보다는 집단에 우선시하고, 개인의 이해관계보다는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한 의무, 복종, 질서, 조화, 안정 등의 덕목을 더 중시했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공동체의 일 원이라는 조건적인 개인이 탄생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유교적 관점에서 창작된 문인화작품은 외부(집단)의 힘에 함몰된 그림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마지막으로 논자는 “문인화는 유교와 도교의 상대적인 영향력에서 도교의 자연성, 개성, 허 의 관념을 유교적인 숙련성, 나다움, 지적가치로 수용하며,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에서 현실을 벗어나지 않은 반 유토피아적인 도덕적 이상을 지향”한다고 정의한다. 이 점은 유교와 도교가 서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양자를 연결하는 주요 개념이 자연에 대 한 인식이라고 본다.

논자의 표현으로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은 반 유토피아’이다.

양자간의 차이를 구분하는 핵심적 판단 기준을 자연인식에 두고 있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자연에 대한 어떠한 인식적 차이가 사상적 분기를 이루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2017유교문화연구소 동계학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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