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모음
※가을 밤의 애상적 분위기가 물씬한 작품이다.
방 안에는 은촉불이 타고 있고, 방에는 화사한
그림 병풍이 둘려 있다.
그녀의 손에는 가벼운 비단 부채가 쥐어져 있다.
한 눈에도 매우 넉넉한 귀족풍의 규방을 떠올릴 수 있다.
★ 추일작(秋日作. 가을날 짓다) - 정철(鄭澈)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산 속의 빗줄기가 밤새 대숲을 울리고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풀 벌레 소리 가을되니 침상에 가깝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흐르는 세월 어찌 멈출 수 있으랴
白髮不禁長(백발부금장)-흰 머리만 길어지는 걸 막을 수 없구나
★ 별퇴도선생(別退陶先生.퇴계선생과 이별하며)정철(鄭澈)
追到廣陵上(추도광릉상)-뒷쫓아 광릉에 이르렀거늘
仙舟已杳冥(선주이묘명)-선주(仙舟)는 이미 떠나 아득하고나.
秋風滿江思(추풍만강사)-가을바람 이는 강가에
그리움만 가득하나니
斜時獨登亭(사시독등정)-지는 해에 홀로 정자에 올라라.
★ 한산도(閑山島) - 이순신(李舜臣)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물 나라에 가을 빛이 저무니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가
높이 날아가네.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근심하는 마음으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밤에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새벽달빛이 활과 칼을 비추네.
★ 登高 - 두보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가을 바람이 소슬하고
하늘은 맑아 한결 드높고 원숭이 울음소리는
처량하게 들리는데,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맑은 강변 白沙洲(백사주)에는
물새들이 제 보금자리인 양 날아든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우수수 지는 낙엽은, 져도
져도 한없이 자꾸만 떨어지는데,
不盡長江滾滾來(불진장강곤곤래)-무진장으로 흐르는 강물은
, 흘러도 흘러도 다함이 없이 있고 이어서 오는구나.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객지 만리를 유랑하며
가을을 슬퍼하여 내내 나그네의 몸이 되니,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한평생 허구헌 노심(勞心)과
병고(病苦)로 지친 몸이 친구도 없이 홀로 대에
올라 답답한 가슴을 헤쳐 보려고 한다.
艱難苦恨繁霜빈(간난고한번상빈)-간난에 시달려 서리같이
센 귀밑털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것을 몹시 슬퍼하나니,
燎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늙고 영락(零落)한
봄임을 생각하매
또 한 잔 탁주잔을 들어 한스러운 마음을 달래려 한다.
★ 금강산 잡영(金剛山雜詠) - 정철
穴網峯前寺(혈망봉전사)-혈망봉 앞에 절이 있어
寒流對石門(한류대석문)-치운 물이 석문이랑 대하고 있네.
秋風一聲笛(추풍일성적)-가을 바람 속에 피리 소리 하나가
吹破萬山雲(취파만산운)-만산의 구름을 뚫나니.
★ 연구(聯句) - 정철
秋雲低薄暮(추운저박모)-가을 구름은 저물녘 나직도 한데
別意醉中生(별의취중생)-이별의 정은 취중에 이네.
前路崎嶇甚(전로기구심)-갈 길은 기구하기만 하니
相留多少情(상류다소정)-서로 머물고 싶은 다소의 정이여.
★ 송강정(松江亭) - 정철
明月在空庭(명월재공정)-달빛은 빈 뜰 안에 가득한데
主人何處去(주인하처거)-주인은 어디 갔나.
落葉掩柴門(낙엽엄시문)-낙엽은 사립문을 덮어 버리고
風松夜深語(풍송야심어)-바람은 소나무에서 밤새도록 속삭이네.
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소세양판서를보내면서)황진이
月下梧桐盡(월하오동진)-달빛에 오동잎이 다지고
霜中野菊黃(상중야국황)-서리에 들국화 황금빛이 되다.
樓高天一尺(누고천일척)-누각 높이가 하늘이 한 자이고
人醉酒千觴(인취주천상)-사람은 천 잔 술에 취했도다.
流水知琴冷(유수지금랭)-유수(流水)는 거문고 소리와
응하여 차고
梅花入笛香(매화입적향)-매화는 피리 소리와
어울려 향기롭다.
明朝相別後(명조상별후)-내일 아침 이별하고선
精興碧波長(정흥벽파장)-내 정회(情懷)는
푸른 물결이 되어 흐르리라.
※조선조 여류시인으로서, 허난설헌(許蘭雪軒)
과 비견할만한 인물은
황진이 한 사람 뿐이라고 높히 평가되고 있으며,
한시에는 허난설헌에게 양보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시조에 있어서는 황진이가 독보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고 했다.
★청산리벽계수(靑山裡碧溪水) - 황진이
靑山裡碧溪水(청산리벽계수)-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莫誇易移去(막과이이거)-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不復還(일도창해부부환)-일도창해
(一到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明月滿空山(명월만공산)-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暫休且去若何(잠휴차거약하)-쉬어 간들 어떠리
★박연폭포 (朴淵瀑布) - 황진이
一派長天噴壑(롱일파장천분학롱)-한 줄기 물줄기
하늘에서 골짝에 떨어져
龍湫百?水叢叢(용추백인수총총)-용추못 백 길되는
물줄기 용솟음 치는구나
飛泉倒瀉疑銀漢(비천도사의은한)-날아 오른 샘물은
거꾸로 쏟아진 은하수인듯
怒瀑橫垂宛白虹(노폭횡수완백홍)-성난 듯 한 물결이
흰 무지개처럼 드리웠구나
雹亂霆馳彌洞府(박난정치미동부)-날리는 우박, 치닫는
우뢰소리 골짝에 가득 차고
珠聳玉碎徹晴空(주용옥쇄철청공)-구슬같이 치솟아
옥같이 부셔져 하늘까지 이른다
遊人莫道廬山勝(유인막도려산승)-나그네여, 여산의
폭포만 좋다고 말하지 말라
須識天磨冠海東(수식천마관해동)- 이 천마산 폭포가
해동의 제일임을 알아야 하리
★ 감추회문 (感秋回文) - 이지심(李知深)
散暑知秋早(산서지추조)-더위도 사라지고 가을이 되니
悠悠稍感傷(유유초감상)-이시름 저시름 마음 상하네
亂松靑蓋倒(난송청개도)-푸른 그늘 거꾸러져 일산 펴든듯
流水碧羅長(유수벽라장)-물소리 조랑조랑 흘러 가노니
岸遠凝煙皓(안원응연호)-연기는 멀리멀리 희게 어리고
樓高散吹凉(루고산취량)-다락은 높고 높아 서늘하구나
半天明月好(반천명월호)-반넘어 기우른 밝은 저달이
幽室照輝光(유실조휘광)-소리 없이 방안에 비치어 오네
★ 사시(四時) - 도연명 (陶淵明)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봄 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가을 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겨울 산마루엔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네.
★ 영회(詠懷) - 정철 (鄭澈)
三千里外美人在(삼천리외미인재)-삼천리나 먼 밖에
그리운 님 계시온데
十二樓中秋月明(십이누중추월명)-열 두 누각엔
가을 달이 밝도다.
安得此身化爲鶴(안득차신화위학)-어찌 이
몸 화하여 학으로 될 수 있다면
統軍亭下一悲鳴(통군정하일비명)-님 계신 통군정
아래 한 번 슬피 울어나 볼 것을.
감로사차운(甘露寺次韻.감로사의운을 따라)김부식(金富軾)
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속된 세상 사람은 오지 않는 곳에
登臨意思淸(등임의사청)-올라와 바라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山形秋更好(산형추경호)-산의 모습은 가을에도 또한 좋고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강물 빛깔은 밤이면 더욱 밝다.
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흰 물새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외로운 배는 홀로 가기 가볍다.
自慙蝸角上(자참와각상)-부끄러워라,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반평생 동안 공명 찾아 허덕였구나.
절을 찾아서 자신이 살아온 반생을 돌아보며 더욱 높은 정신
세계를 지향하려는 뜻을 담았다.
첫 연에서 속된 사람과 정신이 맑은 경지를 대비해 보여주고,
둘째 연에서 정신이 맑은 경지에서 보는 산의 모습과
강물 빛깔이 봄보다는 가을이,
낮보다는 밤이 더욱 좋다고 하여,
세속적 입장보다 한 차원 높은 세계가 있음을 표현하였다.
셋째 연에서 맑고 높은 경지를 풍경에 투사했는데,
그것은 흰 물새처럼 높이 날고 외로운 배 같이
가벼운 경지라는 말이다.
끝 연은 또 지나온 자기 생애에 대한 한탄이다.
달팽이 뿔처럼 좁은 세상에서 권세를 차지하고자
분투해 온 자신의 일생을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구축한 기반을 부정하고
은둔하지는 않았으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탄일 뿐이다.
★ 도의사(도衣詞) - 설손
皎皎天上月(교교천상월)-희고 흰 하늘에 떠 있는 저 달이
照此秋夜長(조차추야장)-이 가을 긴긴 밤을 비춰주니라.
悲風西北來(비풍서북래)-슬픈 바람은 서북으로부터 불어오고
??鳴我床(실솔명아상)-귀뚜라미는 나의 평상 틈에서 우니라.
君子遠行役(군자원행역)-임은 먼 곳에 가서 나라를 지키고
賤妾守空房(천첩수공방)-아내는 쓸쓸히 빈 방을 지키니라.
空房不足恨(공방불족한)-빈 방을 지키는 것이
족히 한이 되는 것은 아니나
感子寒無裳(감자한무상)-임이 추운 곳에서 옷이 없어 떠는
것이 걱정이 되니라.
★ 강릉경포대 (江陵鏡浦臺) - 안축(安軸)
雨晴秋氣滿江城(우청추기만강성)-비 개니 가을
기운 강언덕에 가득하고
來泛扁舟放野情(내범편주방야정)-다가오는 조각배는
한껏 소박한 정취로다.
地入壺中塵不倒(지입호중진불도)-땅은 병속에 들어
티끌도 이르지 못하고
天遊鏡裏畵難成(천유경리화난성)-하늘은 경포 속에
노니 그리기 어렵도다.
烟波白鷗時時過(연파백구시시과)-아지랭이 물결에 흰
갈매기만 때때로 오가고
沙路靑驢緩緩行(사로청려완완행)-모랫길엔 나귀가
느릿느릿 가는구나
爲報長年休疾棹(위보장연휴질도)-늙은 사공
보고 힘든 삿대길 쉬게 하고
待看孤月夜深明(대간고월야심명)-홀로 뜬 달
바라보니 밤 더욱 밝구료.
★ 음주(飮酒) - 도연명(陶淵明)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변두리에 오두막 짓고 사니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날 찾는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하나 없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묻노리, 어찌 이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니,
사는 곳도 구석지다네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 따며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편안히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산기운은 저녁 햇빛에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나는 새들도 서로 더불어
둥지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이러한 자연 속에 참다운
삶의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말로 표현하려해도 할 말을 잊었네
★ 주중야음(舟中夜吟) - 박인량(朴寅亮)
故國三韓遠(고국삼한원)-고국인 삼한 땅은 멀고
秋風客意多(추풍객의다)-가을 바람에 나그네의
회포는 많기도 하다.
孤舟一夜夢(고주일야몽)-외로운 배에 실은 하룻밤 꿈길
月落洞庭波(월락동정파)-달도 진 동정호에 물결이 인다.
★ 홍경사(弘慶寺) - 백광훈 (白光勳)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가을 풀이 우거진
고려 시대의 남은 절에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낡은 비석에는 당시의 이름난
선비를 글귀만 남았도다.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천 년 세월이 흐르는 물같음이 있으니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떨어지는 저녁 해에 떠 가는
구름만 바라보고 있노라.
★ 한아서부경(寒鴉栖復驚) - 김시습
楓葉冷吳江(풍엽냉오강)-단풍잎은 오강에 싸늘도 한데
蕭蕭半山雨(소소반산우)-우수수 반산엔 비가 내리네.
寒鴉栖不定(한아서부정)-갈가마귀 보금자리 정하지 못해
低回弄社塢(저회롱사오)-낮게 돌며 사당 언덕 서성거리네.
渺渺黃雲城(묘묘황운성)-아스라히 먼지 구름 자욱한 성에
依依紅葉村(의의홍엽촌)-안타까이 붉은 잎 물들은 마을
相思憶遠人(상사억원인)-먼데 있는 그대가 그리웁구나
聽爾添鎖魂(청이첨쇄혼)-네 소리 듣자니 애가 녹는다.
★ 화학(畵鶴) - 이달(李達)
獨鶴望遙空(독학망요공)-한마리 학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夜寒拳一足(야한권일족)-밤은 찬데 한 다리를 들고 서있네.
西風苦竹叢(서풍고죽총)-참대 숲에 서풍이 불어오더니
滿身秋露滴(만신추로적)-온 몸에 가을 이슬 뚝뚝 듣누나.
★산중(山中) - 이이(李珥)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약초를 캐다가 문득 길을 잃었는데
千峯秋葉裏(천봉추엽리)-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었네.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산승이 물을 길어 돌아가고
林末茶烟起(임말차연기)-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가 피어나네.
★ 차추흥 (次秋興) - 조영석
幽居寥落對秋山(유거요락대추산)-쓸쓸히 숨어사는
형편에 가을산 대하니
濃淡雲霞戶?間(농담운하호유간)-창틈 새로 보인
구름과 놀 농담이 뒤섞였다
五世祖孫傳宅里(오세조손전택리)-오대째 살아온 이마을 저택
一溪兄弟共門關(일계형제공문관)-시내를 사이한
형제간들 대문을 함께 했다
老來轉覺書中味(노래전각서중미)-늙으막에 바뀐
생각 책 속 진리 음미하고
暑退方蘇病後顔(서퇴방소병후안)-더위 가시자
병마에서 되살아났네
晏起早眠吾事辨(안기조면오사변)-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내 형편 생각하고
較量霜曉진원班(교량상효진원반)-서리친 새벽 조회에
치닫던 때와 비교해보네.
★ 노상(路上) - 이제현
馬上行吟蜀道難(마상행음촉도난)-말을 타고 가면서
촉도난을 읊으니
今朝始復入秦關(금조시복입진관)-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진관에 다시 드네
碧雲暮隔魚鳧水(벽운모격어부수)-파란 구름 이는
저녁은 어부수 저쪽이요
紅樹秋連鳥鼠山(홍수추련조서산)-단풍나무
가을은 조서산에 잇닿았네
文字剩添千古恨(문자잉첨천고한)-문자(文字)는
천고 한을 보탤 따름인데
利名誰博一身閒(이명수박일신한)-명리가
그 누구의 한가함을 널렸던가
今人最憶安和路(금인최억안화로)-대지팡이
짚새기로 편안한 차림
竹杖芒鞋自往還(죽장망혜자왕환)-스스로 오고감이 생각나네.
★ 소상야우(瀟湘夜雨) - 이제현
楓葉蘆花水國秋(풍엽노화수국추)-단풍잎과
갈대꽃 수국의 가을인데
一江風雨灑扁舟(일강풍우쇄편주)-강바람이
비를 몰아 작은 배에 뿌리네
驚回楚客三更夢(경회초객삼경몽)-놀라 돌아오니
고달픈 나그네의 한밤중 꿈을
分與湘妃萬古愁(분여상비만고수)-이황 여영의 만고의
시름으로 나누어주네.
★ 소상야우(瀟湘夜雨) - 진화(陣화)
江村入夜秋陰重(강촌입야추음중)-강촌에 밤이 들어
가을 그늘 무거운데
小店漁燈光欲凍(소점어등광욕동)-조그만
주막에 고깃불 얼겠다.
森森雨脚跨平湖(삼삼우각과평호)-빗발이
주룩주룩 편편 호수 걸렸는데
萬點波濤欲飛送(만점파도욕비송)-만 방울 파도는
날아갈 듯 하는구나.
竹枝蕭瑟碎明珠(죽지소슬쇄명주)-바삭바삭
댓가지 밝은 구슬 부수듯하고
荷葉翩翩走環汞(하엽편편주환홍)-연잎사귀
푸득푸득 둥근 수은 굴린다.
孤舟徹曉掩蓬窓(고주철효엄봉창)-밤새도록
외론 배 봉창을 닫아놓아
緊風吹斷天涯夢(긴풍취단천애몽)-바람 부는
하늘가 꿈을 끊어 버린다.
★ 규원(閨怨) - 허난설헌(許蘭雪軒)
月棲秋盡玉屛空(월서추진옥병공)-달 밝은 누각
가을은 가고 방은 텅 비었네
霜打廬洲下暮鴻(상타여주하모홍)-서리 내린
갈섬에 기러기 내린다.
瑤琴一彈人不見(요금일탄인부견)-거문고 타고
있어도 임은 보이지 않고
藕花零落野塘中(우화영락야당중)-연꽃은 연못으로
한 잎 두 잎 떨어지네.
★ 추강만도(秋江晩渡) - 백균(伯均. 명나라 시인)
落日歸棹緩(낙일귀도완)-지는 해에 느릿느릿 돌아가는 배
瘡江秋思加(창강추사가)-푸른 강에는 가을빛 더욱 깊어
雙鱗上荷葉(쌍린상하엽)-짝지은 물고기 연잎 위로 뛰고
一雁下빈花(일안하빈화)-마름꽃 마름밑으로
날아드는 외기러기
★ 추석루거(秋夕樓居) - 오융(吳融. 당 시인)
月裏靑山淡如畵(월이청산담여화)-달빛 속의
푸른 산 그림과 같고
露中黃葉颯然秋(노중황엽삽연추)-이슬 맞은
단풍잎 삽연한 가을
危欄倚편都無寐(위란의편도무매)-높은 난간에
의지해 잠 못 이룸은
祗恐星河墮入樓(지공성하타입루)-은하수가 다락
위로 떨어질까바
★ 추야산거(秋夜山居) - 시견오(施肩吾. 당 시인)
幽居正想飡霞客(유거정상손하객)-고요한 곳에 머물러
있으니 찬하객이 된 듯
夜久月寒珠露滴(야구월한주로적)-깊은 밤 싸늘한
달빛 구슬이슬 방울지네
千年獨鶴兩三聲(천년독학양삼성)-천년 외로운
학이 두세 번 울면서
飛下巖前一枝栢(비하암전일지백)-바위앞 잣나무
가지에 날아 앉는다
★ 추야우음차고운(秋夜偶吟次古韻) - 고산 윤선도
秋夜소篁動曉風(추야소황동효풍)-가을 밤 새벽 바람에
성긴 대 흔들리고
一輪明月掛遙空(일륜명월괘요공)-둥그런 밝은 달이
아득히 하늘에 걸렸는데
幽人無限滄浪趣(유인무한창랑취)-유인은 물결같이
사는 정취 흥겨워서
只在瑤琴數曲中(지재요금수곡중)-요금을 끌어 당겨
당겨 몇 곡조 퉁겨본다
★ 추야우중(秋夜雨中) - 최치원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가을바람 쓸쓸하고 애처로운데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세상에는 알아줄이 별반 없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창밖에 밤은 깊고 비는 오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잔불만 고요히 비추어 주네
★ 가을(秋) - 진온(陳溫. 고려 시인)
??微微著痰霜(구체미미저담상)-섬돌위에
쌀쌀한 무서리 내려
?衣新護玉膚凉(겹의신호옥부량)-겹옷을
새로 지어 차려 입었네
王孫不解悲秋賦(왕손불해비추부)-가을이
처량함을 왕손은 모르는지
只喜深閨夜漸長(지희심규야점장)-색씨방에
밤이 길어 좋다구 하네
★ 추일(秋日) - 권우(權遇. 조선시대 시인)
竹分翠影侵書榻(죽분취영침서탑)-대그림자
시원하게 서탑에 들고
菊送淸香滿客衣(국송청향만객의)-국화는
향기로이 옷속에 차네
落葉亦能生氣勢(낙엽역능생기세)-뜰 앞에 지는
잎 무어 좋은지
一庭風雨自飛飛(일정풍우자비비)-쓸쓸한 비바람에 펄
★ 국화불개창연유작(菊花不開?然有作)
- 서거정(徐居正. 조선시대 시인)
佳菊今年皆較遲(가국금년개교지)-국화는 무슨일로 더디피련고
一秋淸興?東籬(일추청흥만동리)-올가을 좋은흥도 늦어만 가네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서풍은 왜이리도 무정하온지
不入黃花入?絲(불입황화입빈사)-귀밑에 서릿발을 재촉하느니
★ 추일영회(秋日詠懷) - 정회원(鄭恢遠. 조선시대 시인)
光陰忽忽歲將추(광음홀홀세장추)-세월은 어느듯 해가 거의 다하고
萬里□愁獨依樓(만리□수독의루)-만리밖 나그네 애를 끓이오
鏡裏紅顔非昔日(경이홍안비석일)-거울속 비친얼골 옛날 아니고
?邊華髮又今秋(빈변화발우금추)-살쩍머리 센터럭 벌서늙었네
寒蟬읍露求高樹(한선읍로구고수)-가을매미 찬이슬에 얼어 울고요
旅雁隨風落遠洲(여안수풍락원주)-든기러기 바람따라 물에 앉으니
??幾年歸未得(초창기년귀미득)-그린고향 가지못함 몇해이런가
故園松桂夢中幽(고원송계몽중유)-꿈속에 보던동산 그윽하구나
★ 추야작(秋夜作) - 김연광(金鍊光. 조선시대 시인)
小窓殘月夢初醒(소창잔월몽초성)-고이든잠 깨어보니
새벽달 창에 들고
一枕愁吟柰有情(일침수음내유정)-쓸쓸한 이내심사
벼개머리 젖어지네
却悔從前輕種樹(각회종전경종수)-이럴줄 모르고서
나무심어 놓았는가
滿庭搖落作秋聲(만정요락작추성)-우수수 지는소리
애 더욱 끓이느니
★ 걸국화(乞菊花) - 해원군 이건
(海原君 李健. 조선시대 시인)
淸秋佳節近重陽(청추가절근중양)-가을이라
중양절 가까워지니
正是陶家醉興長(정시도가취흥장)-따는 바루
새술추;게 마실적일세
相見傲霜花滿체(상견오상화만체)-섬돌위 국화곱게 피었으려니
可能分與一枝香(가능분여일지향)-한가지 좋은향기 나눠주시오
★ 추사(秋思) - 김효일 (金孝一) 조선시대 시인
滿庭梧葉散西風(만정오엽산서풍)-오동잎
바람따라 우수수 지는소리
孤夢初回燭淚紅(고몽초회촉루홍)-겨우든잠 깨고보니
촛불 홀로 눈물지네
窓外候蟲秋思苦(창외후충추사고)-창밖에 섬돌밑에
귀두라미 슬피울어
泮人啼到五更終(반인제도오경종)-시름하는 사람함께
잠못들고 새는구나
★ 추야(秋夜) - 유계(兪棨. 조선시대 시인)
秋天寥落夜凉多(추천요락야량다)-가을하늘
텡비우고 가을밤 쌀쌀한데
月色雲容澹似波(월색운용담사파)-달빛에
물이들은 구름마저 조촐쿠나
莫遣西風催玉露(막견서풍최옥로)-이제로
바람높아 찬이슬 맺게되면
恐殘窓外小塘荷(공잔창외소당하)-곱게핀
연꽃송이 시들을가 저어하네
★ 추야우중(秋夜雨中) - 최치원(崔致遠)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가을 바람에 오직 괴로이 읊나니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온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적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깊은밤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불 앞 외로운 마음 만리를 달리네.
★ 추경(秋景) - 최석항 (崔錫恒) 조선시대 시인
秋山樵路轉(추산초로전)-숲속으로 구비도는 가을산길이
去去唯淸風(거거유청풍)-가도가도 푸른안개 그것뿐이네
夕鳥空林下(석조공림하)-잘새는 빈수풀로 날아내리고
紅葉落兩三(홍엽락양삼)-고은단풍 두셋잎 떨어지누나
★ 추야(秋夜) - 윤치 (尹治. 조선시대 시인)
老樹荒岡響遠聞(노수황강향원문)-바람은 숲을
울려 멀리로서 들려오고
深夜霜意亂黃雲(심야상의난황운)-밤들어 하늘차니
서리아마 내리겠네
汀洲客雁如相語(정주객안여상어)-물가에 뜬기러기
떼를지어 소리할제
月在西峰缺半分(월재서봉결반분)-서산머리 지는달
반만걸려 떠있구나
★ 추야(秋夜) - 박영 (朴英. 조선시대 시인)
西風吹動碧梧枝(서풍취동벽오지)-서풍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밤
落葉侵窓夢覺時(낙엽침창몽각시)-오동잎 지는소리 잠이깨였네
明月滿庭人寂寂(명월만정인적적)-밝은달 뜰에가득 고요하온데
一簾秋思候蟲知(일염추사후충지)-슬피우는 귀뚜라미 가을알리오
★ 산행(山行) - 석지영(石之嶸. 조선시대 시인)
斜日不逢人(사일불봉인)-해지도록 만나는이 한사람없고
徹雲遙寺磬(철운요사경)-구름밖에 풍경소리 들려만오네
山寒秋己盡(산한추기진)-날씨차고 가을이미 저물어가니
黃葉覆樵徑(황엽복초경)-단풍들어 지는잎 산길을 덮네
★ 추야월우명(秋夜月又明) - 사도세자(思悼世子)
繡簾捲盡畵樓頭(수렴권진화루두)-그림같은 다락머리
주렴걷고 앉았으니
坐看金風木葉流(좌간금풍목엽류)-가을바람 불어오며
지는잎 물에떴네
萬星碧소如海日(만성벽소여해일)-별을 뿌린 하늘위에
뚜렸이 솟은달은
年年高著不曾休(년년고저불증휴)-해마다 높이걸어
떨어질 줄 모르네
★ 추일전원(秋日田園) 이서구(李書九.조선시대 시인)
柴門新拓數弓荒(시문신척수궁황)-사립문밖
묵밭새로 일어냈으니
眞是終南舊草堂(진시종남구초당)-종남산
기슭이 옛터전일세
藜杖閒聽田水響(려장한청전수향)-지팡이
꽂아놓고 물고를보고
筍輿時過稻花香(순여시과도화향)-대바구니
손에들고 들러나가네
魚梁夜火歸寒雨(어량야화귀한우)-고깃불
찬비속을 젖어돌오고
蟹窟秋煙拾早霜(해굴추연습조상)-계연기
된서리에 얼어서렸오
始信鄕園風味好(시신향원풍미호)-이제겨우
시골재미 알게되었으니
百年吾欲老耕桑(백년오욕노경상)-앞으론
농사지어 늙으려하오
★ 창헌추일(蒼軒秋日) - 범경문(范慶文. 조선시대 시인)
歸雲映夕塘(귀운영석당)-가는구름 못물위에 떠러저뜨고
落照飜秋木(락조번추목)-저녁노을 나뭇가지 걸려붉었네
開戶對靑山(개호대청산)-창을여니 푸른산 우뚝서있어
悠然太古色(유연태고색)-언제든지 옛모습 그대로일세
★ 추회(秋懷) - 이채 (李采. 조선시대 시인)
秋來病起減腰圍(추래병기감요위)-병든모 가을들어
몸집마저 여위는데
倦枕看山繞翠微(권침간산요취미)-벼개를 돋우비고
산만바라 누었구나
黃葉村深人不到(황엽촌심인불도)-단풍잎 짙은마을
오는사람 하나없고
雀羅終日掩柴扉(작라종일엄시비)-새그늘 종일토록
사립위에 쳐놓았네
★ 추침(秋砧가을 다디미소리)정학연(丁學淵조선시대 시인)
百濟城高一雁飛(백제성고일안비)-허무러진 성터위로
외기러기 나르는데
憶郞秋夜減腰圍(억랑추야감요위)-가을밤 임그리워
가는허리 더야위웠네
西關北塞無征戌(서관북새무정술)-북쪽새방 무사한지
수자리 간이없고
只是忠州敲客衣(지시충주고객의)-밤을새어 뚜디는건
싹다듬이 소리구나
★ 추침(秋砧가을 다디미 소리)정익용(鄭益鎔조선시대 시인)
手製郞衣草色新(수제랑의초색신)-풀빛파릇 좋을적에
봄노리 하신다고
香塵투了五陵春(향진투료오릉춘)-차려입고 가신그옷
곤때묻어 더러울걸
春閨一別無消息(춘규일별무소식)-한번훌적 떠나신님
소식마저 아득한데
만作秋燈不寐人(만작추등불매인)-가을밤 새워가며
옷다듬어 무얼하나
★ 추일산중즉사(秋日山中卽事)
왕석보(王錫輔조선시대 시인)
高林策策響西風(고림책책향서풍)-나무 숲 우수수
바람앞에 울부짖고
霜果團團霜葉紅(상과단단상엽홍)-과실모두 서리멎어
잎새함께 붉엇구나
時有隣鷄來啄栗(시유인계래탁율)-이웃 달가 모아들어
널은 서속 쪼아먹되
主人看屋臥庭中(주인간옥와정중)-주인은 모르고서
뜰위에서 잠만자네
★ 추흥(秋興) - 강난향(姜蘭馨. 조선시대 시인)
獨抱琴書久掩扉(독포금서구엄비)-고(琴)를뜯고 책을
보며 조용하게 살아가니
迂儒心事世相違(우유심사세상위)-시꺼러운 세상형편
마음서로 맞질않네
伊來病骨知寒早(이래병골지한조)-병들고 약한몸이
추위일직 알게되어
八月中旬己授衣(팔월중순기수의)-팔월도 반못가서
철옷구며 입었으니
추만출혜화문(秋晩出惠化門정대식(丁大寔조선시대 시인)
小靑門外市塵空(소청문외시진공)-소청문밖 내달으니 먼지잠자고
驢背斜陽艶艶紅(려배사양염염홍)-나귀등에 지는햇볕 곱게비치네
野菊溪楓霜意近(야국계풍상의근)-단풍붉고 국화곱게 피어있어서
十分秋色畵圖中(십분추색화도중)-가을풍경 그림인듯 황홀하구나
★ 추야유감(秋夜有感) - 작자미상
陽江館裡西風起(양강관리서풍기)-나그네마음 처량할제
가을바람 불어와서
後山欲醉前江淸(후산욕취전강청)-산취한듯 붉었는데
강물만은 맑았구나
紗窓月白百蟲咽(사창월백백충인)-사창에 달이밝고
귀뚜리도 슬피울제
孤枕衾寒夢不成(고침금한몽불성)-외로울사 벼겟머리
꿈도자로 못이루네
★ 창암정(蒼岩亭) - 추향(秋香. 장성기생. 조선시대)
移棹蒼江口(이도창강구)-노를저어 강어구에 배를 대이니
驚人宿鳥飜(경인숙조번)-자든새 놀라깨어 펄펄나르네
山紅秋有迹(산홍추유적)-가을은 나뭇잎에 곱게물들고
沙白月無痕(사백월무흔)-밝은달 모래밭에 떠러져희네
★ 추사(秋思)취죽(翠竹.안동권씨 여종-家婢-조선시대)
洞天如水月蒼蒼(동천여수월창창)-파란달빛
차거웁게 쌀쌀하온데
樹葉簫簫夜有霜(수엽소소야유상)-나뭇잎 지는소리 처량하구나
十二상擴簾人獨宿(십이상렴인독숙)-비단주렴
드린속에 혼자누으니
玉屛還이繡鴛鴦(옥병환이수원앙)-원앙침 함께하는 임이그리워
★ 가을(秋) - 작자미상
颱風襲萬里(태풍습만리)-태풍이 불어와 사방을 덥치고,
暴雨日增流(폭우일증류)-사나운 비는 날마다
더욱더 흘러 내리네.
野毁人心愁(야훼인심수)-들녘은 무너져 사람의 마음
근심스러운데,
唯실亂醒秋(유실난성추)-오직 귀뚜라미 시끄러워
가을이 옴을 알았네.
★ 가을(秋) - 운곡 원천석
殘暑逼軒楹(잔서핍헌영)-남은 더위가 난간을 핍박하건만
滿野秋光天降祥(만야추광천강상)-들에 가득한 가을빛이
상서로운 조짐인지
雨過餘熱遞新?(우과여열체신량)-비가 지나자 남은
더위가 서늘하게 바뀌었네
露華初重夜生?(로화초중야생량)-이슬 꽃이
막 내려 밤이면 서늘해지네
天衢漂渺氣凝祥(천구표묘기응상)-아득한 하늘
거리에 상서로운 기운이 어리어
河漢無波夜色?(하한무파야색량)-은하수는 물결 없고
밤 빛은 서늘하네
蟬老燕歸風颯颯(선로연귀풍삽삽)-매미는 늙고 제비는
돌아가 바람도 쓸쓸한데
?弔藜床序已秋(충조려상서이추)-명아주 평상에 벌레
우니 벌써 가을인가
聲緊孤梧金井畔(성긴고오금정반)-오동나무 우물가에
벌레소리 들리자
中秋氣候稍淸寒(중추기후초청한)-한가위 날씨가
차츰 맑고 서늘해져
月從山頂湧銀槃(월종산정용은반)-달은 산꼭대기에서
은 쟁반으로 솟아오르네
九月九日天光淸(구월구일천광청)-구월 구일에
하늘빛이 맑아
菊澗楓林又一秋(국간풍임우일추)-국화꽃
단풍나무가 또다시 가을일세
山庄雨夜 산장우야 산장의 비오는 밤 高兆基 고조기
昨夜松堂雨 작야송당우 어제 밤에 송당에 비 내리고
溪聲一枕西계성일침서 서쪽 시냇물 소리를 누워서 들었네.
平明看庭樹 평명간정수 새벽 뜰의 나무들을 바라보니
宿鳥未離棲 숙조미이서자던새는 아직
둥우리를 안 떠났네.
- 贈思峻上人 - 사준 스님에게
智異雙溪勝 (지이쌍계지리산엔 쌍계사가 명승이고
金剛萬瀑奇 (금강만폭기)
금강산엔 만폭동이 기묘하다는데
名山身未到 (명산신미도) 명산에는 못가본 이 신세
每賦送僧詩 (매부송승시)
매번 스님 송별시나 짓고 있구나
佛日庵 불일암 서산대사시
深院花紅雨 심원화홍우 깊은 절에 지는 꽃은 붉은 비요
長林竹翠煙 장림죽취연 긴 숲에 대나무는
파란 연기로다 翠물총새,비취색
白雲凝嶺宿 백운응령숙 흰구름은
산위에 엉기어 자고
靑鶴伴僧眠 청학반승면 푸른 학은 스님과
함께 졸고 있네
無題(무제圓嶠 李匡師(원교 이광사)
百鳥棲皆穩 백조서개穩
새들은 모두 깃들어 평온한데
孤蛩響獨哀 고공향독애
홀로 슬픈 귀뚜라미(메뚜기) 소리.
片雲依石在 편운의석재
조각 구름은 돌에 의지해 있고
孤月照鄕來 고월조향래
시골을 비춰 오는 외로운 달.
夜景 金昌業 죽천선생시
輕雲華月吐 가벼운 구름이 아름다운 달 토해내고
芳樹澹烟沈 꽃다운 나무엔 맑은 안개 잠기도다.
夜久孤村靜 밤 깊어 외딴 마을은 고요한데
淸泉響竹林 맑은 샘물소리 대나무 밭에 울리네
終南望餘雪(종남망여설) 祖詠(조영, 699~762)
終南陰嶺秀(종남음령수) 빼어난 종남산
그늘진 산마루
積雪浮雲端(적설부운단) 눈 덮여,
흐르는 구름 위로 단아하다
林表明霽色(림표명제색) 아름다운 숲,
풍광이 밝게 드러나니
城中增暮寒(성중증모한)
성 안은 해거름 추위가 더해진다.
설곡, 江口 강구 강어귀
移舟逢急雨(이주봉급우)
배를 돌리다가 소나기를 만나니
倚檻望歸雲(의함망귀운)
난간에 기대고 가는 구름 바라보네.
海濶疑無地(해활의무지)
물은 하도 드넓어 끝이 없나하였더니
山明喜有村(산명희유촌)
산이 밝아지니 반갑게 마을이 있네.
客夜惜別2(객야석별)-나그네와 밤에 아쉽게
이별하다-松江 정철(鄭澈)
孤燈落寒燼(고등락한신) :
외로운 등불 차가운 재에 떨어지고
缺月送淸光(결월송청광) :
이지러진 달은 맑은 빛을 보내는구나
把酒復怊悵(파주부초창) :
술잔 잡고 다시 슬퍼하노니
論情誰短長(론정수단장) :
정을 논한다면 누가 더 길고 짧을까.
過古寺 -- 淸虛休靜 (과고사 --청허휴정)
花落僧長閉 (호락승장폐)
꽃 지는 옛 절문 오래 닫혔고
春尋客不歸 (춘심객불귀)
봄 따라온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른다.
風巢搖鶴影 (풍소요학영)
바람은 둥우리의 학 그림자 흔들고
雲濕坐禪衣 (운습좌선의)
구름은 앉은 중의 옷깃을 적신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 서산대사시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불수호난행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今日我行跡 금일야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뒷사람의 이정표가(길이) 되리니...
題香山僧軸 (제향산승축) 이제 양녕대군
山霞朝作飯 (산하조작반) 산산허리 도는
안개 아침 짓는 연기인가
蘿月夜爲燈 (라월야위등) 넝쿨 사이 걸린
달은 밤 밝히는 등불이네
獨宿孤庵下 (독숙고암하)
나 홀로 고적한 암자에서 자고 나니
惟存塔一層 (유존탑일층)
탑하나 저만치 홀로 서있네
花雨 서산대사
白雲前後嶺(백운전후령)
앞 뒤 산봉우리엔 흰구름 떠 있고
明月東西溪(명월동서계)
동서로 흐르는 시내엔 밝은 달 떠있네
僧坐落花雨(승좌락화우)
스님 앉은 곳에 꽃비 떨어지고
客眠山鳥啼(객면산조제)
객이 잠드니 산새가 운다
郵亭夜雨(우정야우)
나그네 집 밤비 - 崔致遠(최치원)
旅館窮秋雨 려관궁추우
나그네 집 깊은 가을비는 내리고
寒窓靜夜燈 한창정야등
창 아래 고요한 밤 차가운 등불
自憐愁裏坐 자련수리좌
가엾다 시름 속에 앉았노라니
眞箇定中僧 진개정중승
내 정영 참선하는 중이로구나.
過邸舍聞琴 --淸虛休靜
(과저사문금 -- 청허휴정)
白雪亂織手 백설란직수
눈인 듯 고운 손 어즈러이 움직이니
曲終情未終 곡종정말종
가락은 끝났으나 情은 남았네.
秋江開鏡色 추강개경색
가을江 거울빛 열어서
畵出數靑峯 화출수청봉
푸른 봉우리 두엇 그려낸다.
이매창 시
春冷補寒衣춘냉보한의 봄이 왔지만 아직
바람 차가워 엷은 옷을 꿰매는데
紗窓日照時 사창일조시 갑사 비단 창에
부드러운 햇빛 비치고 있네
低頭信手處 저두신수처 머리 숙여
마음가는대로 손길 맡기니
珠淚滴針絲 주루적침사 구슬 같이
흘리는 눈물 실과 바늘 적시누나
제 목 : 심진3(尋眞3)-이매창(李梅窓)
遠山浮翠色 원산부취색 먼 산에 푸른 빛 감돌고
柳岸暗煙霞 유안암연하 버드나무 언덕은
물안개 자욱하다
何處靑旗在 하처청기재 어디 곳에 주막이 있는가
漁舟近杏花 어주근행화 고기잡이
배 살구꽃 가까이 돌아오네.
건덕강에서 묵으며-맹호연(孟浩然;689-740)
移舟泊煙渚 이주박연저 배를 저어
안개 낀 물가에 대어놓으니
日暮客愁新 일모객수신 날 저물어
나그네 수심 새로워라
野曠天低樹 야광천저수 들이 넓어
하늘이 나무로 내려오고
江淸月近人 강청월근인 강은 맑아 달이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네
蘭草 李白(唐)
爲草當作蘭 위초당작란 풀이 되려면
난초가 되어야 하고
爲木當作松 위목당작송 나무가 되려면
소나무가 되어야지
蘭幽香風遠 란유향풍원 난초의
그윽한 향기는 바람에 멀리 날고
松寒不改容 송한불개용 소나무는
추워도 그 용모를 고치지 않는다.
四時 - 도연명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 물은 온
사방 연못마다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
기이한 봉우리에 많기도 하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 달 높이
떠 밝게 비추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고갯마루
외로운 소나무 빼어나도다
圃隱鄭夢周 春興 (포은 정몽주 춘흥 )
春雨細不滴 춘우세부적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아니 하더니
夜中微有聲 야중미유성 밤 되자 가느다란
소리 나도다
雪盡南溪漲 설진남계창 눈이 다녹아 남쪽
시냇물 불어 나겠고
草芽多少生 초아다소생 수 많은 새싹도
이미 얼마나 돋았는고
尤菴 宋時烈 書贈無量村(華陽洞外)人(
우암송시렬 서증무량촌(화양동외)인 )
流水桃花在 류수도화재 흐르는 물에
도화꽃 둥둥 떠 오니
桑麻雨露多 상마우로다 상마에 우로가
많았음을 알겠노라
俗傳無量號 속전무량호 전설에 전하여
오는 무량촌을 부르며
知是武陵訛 지시무릉와 이 곳이 무릉도원으로
여기게 하는구나
山中 - 李珥 율곡
採藥忽迷路 채락홀미로 약을 캐다 홀연히
길 잃고 보니
千峰秋葉裏 천봉추엽리 가을 단풍 천봉오리
(봉우리) 산속이라오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산속 스님 물을
길러(길어) 돌아가더니
林末茶烟起 임말다연기
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오르네
王昭君 其二 -- 李白 (왕소군 기2 -- 이백)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으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자연히 옷이 헐렁거리니
非是爲腰身 (비시위요신)
허리를 가늘게 하려는 것은 아닌데.
受刑詩 成三問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둥둥둥 북소리 사람의
목숨을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 고개 돌려 바라보니
해는 기울어 가는구나.
黃泉無一店(황천무일점) 황천길엔 머물
주막 하나 없을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 밤은
그 누구의 집에서 잘꼬?
昔遊 이백 옛적에
昔者與高李 그 옛날 고적 이백과 함께
晩登單父臺 단부대에 올랐네
寒蕪際碣石 시든 잡초 무성한 비석엔
萬里風雲來 만리 풍운이 휘몰아치네
失題其二 오솔길은 秋史 金正喜
藥徑通幽窅 약경통유요 오솔길은 깊고
먼 곳으로 나있고
蘿軒積雲霧 라헌적운무 칡덩굴 처마에
안개 구름 쌓이네
山人獨酌時 산인독작시 산사람 저 홀로
대작할 적에
復興飛花過 복여비화과 꽃잎이 날아가다
술잔과 마주치네
竹裏館 -- 王維 (죽리관 -- 왕유)
獨坐幽篁裏 (독좌유황리) 홀로 대숲 속에 앉아
彈琴復長嘯 (탄금복장소) 거문고를 타다가
휘파람도 불어본다
深林人不知 (심림인부지)
깊은 숲에 찾아오는 사람 없고
明月來相照 (명월래상조)
밝은 달만 서로 비추네.
讀罷楞嚴 -- 淸虛休靜
(독파릉엄 --청허휴정)
風靜花猶落 (풍정화유락)
바람 자도 꽃은 오히려 지고
鳥鳴山更幽 (조명산갱유)
새 울어도 산은 더욱 그윽하네
天共白雲曉 (천공백운효)
하늘과 더불어 흰구름 밝아오고
水和明月流 (수화명월류)
물은 밝은 달과 함께 흘려가네.
靜夜思(정야사)
(고요한 밤의 생각) 李白(이백)
狀前看月光(상전간월광)
침상 앞에서 달빛을 보니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얼핏 땅위에 서리 내린 듯하여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고개 들어보니 산 위에 달이 있어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고개 숙이며 고향을 생각하네
普德窟 보덕굴 이제현
陰風生岩谷 음풍생암곡 바위틈에서 찬바람 불어오고
溪水深更綠 계수심갱록 계곡물은 깊어서 푸르네
倚杖望層巓 의장망층전 지팡이 짚고 절벽을 바라보니
飛첨駕雲木 비첨가운목 처마가 구름 속에 떠 있네
松都懷古 草樓先生詩 權韐
雪月前朝色 설월전조색 눈 같이 흰 달은
고려의 빛이요,
寒鐘故國聲 한종고국성 싸늘한 종소리는
고국의 소리라
南樓愁獨立 남루수독립 남쪽 누각에 근심스레
홀로 서 있으니,
殘郭曉雲生 잔곽효운생 허물어진 성곽 저편에서
저녁 연기가 피어 오르네
獨坐敬亭山(홀로 경정산에 앉아) - 李白 詩
衆鳥高飛盡 중조고비진 뭇 새들 높이 날아
사라진 푸른 하늘에
孤雲獨去閑 고운독거한 한 조각 하얀 구름
유유히 떠서 흐르네
相看兩不厭 상간양불염 서로 마주 보아도
물리지 않음은
只有敬亭山 지유경정산 오로지 경정산
너뿐인가 하노라
詠竹(제목) 洪柱世 선생시
澤畔有孤竹 택반유고죽 택반의 성긴 대만
빼난 듯 푸르고,
霜梢秀衆林 상초수중림 하루밤 된서리에
만산의 잎은 질세라.
斜陽雖萬變 사양수만변 서산에 지는 해
요리조리 변하건만 ,
終不改淸陰 종불개청음 언제나 맑은
그늘 끝내 변하지 않구나
閨情 (규정 - 제목) 李玉峰
有約來何晩 유약래하만 왜 안 오는가 약속했는데.
庭梅欲謝時 정매욕사시 다 지려 하는 뜰의 매화
忽聞枝上鵲 홀문지상작 문득 들리는
나뭇가지의 까치 소리에
虛畵鏡中眉 허화경중미 부질없이 그리는
거울속의 눈썹
暮春 강지재당(姜只在堂:기생) 저무는 봄날에
이름은 담운(澹雲)
殘花眞薄命 잔화진박명 시드는 꽃은 정말 박명하구나
零落夜來風 영락야래풍
간 밤의 바람에 다 떨어져버리네
家僮如解惜 가동여해석 아이 종들도 애석함을 아는가
不掃滿庭紅 불소만정홍 뜰에 가득한 붉은
꽃잎 쓸지 않는구나
山 氣(산기) : 산 기운 - 許穆 詩
陽阿春氣早 양아춘기조 양지바른 언덕이라
봄기운도 빨리 왔나보다.
山鳥自相親 산조자상친 산새들이 어느
사이엔가 절로 서로 친해졌네.
物我兩忘處 물아양망처 짐승이나 사람이나
양쪽에 제 곳을 잊어 버렸으니,
始覺百獸馴 시각백수순 비로소 온갖 짐승이
순치되어 가는 것을 느꼈네.
안중근? 이백시?
五老峰爲筆 오로봉위필 오로봉(五老峯)
으로 붓을 삼고
靑天一丈紙 청천일장지 푸른 하늘
한 장 종이 삼아
三湘作硯池 삼상작연지 삼상(三湘)의
물로 먹을 갈아
寫我腹中詩 사아복중시 뱃속에 담긴 시를쓰련다.
춘효(春曉) 孟浩然
春眠不覺曉 춘면불각효 봄 잠에서 날 새는
줄을 몰랐더니
處處聞啼鳥 처처문제조
곳곳에서 새들 지저귀는 소리 들리네,
夜來風雨聲 야래풍우성 간밤에 비바람 치던 소리에
花落知多少 화락지다소 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배신월(拜新月)초승달에 절하고-이단(李端)
開簾見新月 (개렴견신월) : 주렴 걷고 초승달 보고
便卽(卽便)下階拜 (편즉하계배) :
바로 섬돌에 내려가 절한다
細語人不聞 (세어인불문) :
속삭이는 말은 아무도 못듣는데
北風吹裙帶 (북풍취군대) :
북풍은 치마끈에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