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지쳐 시들 때 호젓이 찾아가는 메밀꽃밭
슴슴한 눈물도 씻어내리고
달빛 요염한 정령들이 더운 피의 심장도
말갛게 씻어 준다
그냥 형체도 모양도 없이 산비탈에 엎질러져서
둥둥 떠내려오는 소금밭
아리도록 저린 향내
먼 산 처마끝 등불도 쇠소리를 내며
흐르는 소리
한밤내 메밀꽃밭가에 가슴은 얼어 표주박이 되고
더운 피의 심장이 흰 소금을 쓰고
영하 몇 십도의 표주박을 따라가다
무슨 짐승처럼 엎드렸다
밤새도록 아리고 저린 내 가슴은
빈 물동이
시린 향내로만 찬물 가득 긷는다
찬물동이 이고 눈물도 웃음도 굳어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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