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느끼다 병신년(1536, 중종31)
맑디맑은 새벽이라 아무런 일이 없어 / 淸晨無一事
옷깃을 헤친 채 서헌에 앉았더니 / 披衣坐西軒
어린 종놈 뜨락을 쓸어 내고 / 家僮掃庭戶
다시금 고요히 사립문을 닫누나 / 寂寥還掩門
그윽한 섬돌엔 가는 풀이 자라나고 / 細草生幽砌
꽃다운 동산엔 좋은 수목 흩어졌네 / 佳樹散芳園
살구꽃은 비 온 뒤에 드물고 / 杏花雨前稀
복사꽃은 밤사이에 한창이라 / 桃花夜來繁
향기로운 눈인양 붉은 벚꽃 나부끼고 / 紅櫻香雪飄
은빛의 바다인양 흰 오얏꽃 굽이치네 / 縞李銀海飜
고운 새들 스스로 자랑이나 하는 듯 / 好鳥如自矜
아침의 햇살 아래 무어라 우짖누나 / 間關哢朝暄
빠른 세월 잠시도 머무르지 않나니 / 時光忽不留
그윽한 회포는 애달프기 짝이 없어 / 幽懷悵難言
서울에서 삼 년째 새봄을 맞이하매 / 三年京洛春
옹색하기 마치도 멍에 맨 나귀같아 / 局促駒在轅
실없어라 마침내 무슨 이익 있었던가 / 悠悠竟何益
조석으로 생각하니 나라 은혜 부끄럽네 / 日夕愧國恩
우리 집은 맑디맑은 낙동강 주변이요 / 我家淸洛上
희희낙락 즐거운 한가로운 마을이라 / 煕煕樂閒村
이웃들은 모조리 봄 농사에 나가고 / 隣里事東作
닭과 개가 집에 남아 울타리를 지킨다오 / 雞犬護籬垣
고요한 책상머리 서책들은 쌓여 있고 / 圖書靜几席
봄 안개는 나지막히 강과 들을 감돌리라 / 烟霞映川原
시냇물에 노니는 건 고기와 새들이요 / 溪中魚與鳥
소나무 아래에는 학이며 잔나비들 / 松下鶴與猿
즐거울사 그 산골에 살아가는 사람들 / 樂哉山中人
나도야 돌아가 술이나 마시련다 / 言歸謀酒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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