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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삼성 - 화이자 '빅딜'/한경(5/12)

‘삼성-화이자 빅딜’을 통해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백신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화이자를 잡기 위한 각국 정부와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들의 뜨거운 경쟁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승기를 잡으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의약품에서 백신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화이자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어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정부도 한시름 놓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물량의 일부를 국내에 조기에 공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 간 ‘백신 스와프’ 성공

화이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빅딜’은 글로벌 시장에서 민간 기업 사이에 백신 스와프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지만 전 세계 백신 수요가 몰리면서 생산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화이자의 애로사항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화이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택한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화이자 백신 양산을 맡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송도 3공장 생산능력은 18만L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생산능력은 62만L로 늘어나 글로벌 CMO 시장 점유율이 약 30%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 2위인 스위스 론자(28만L)를 크게 앞선다.

글로벌 백신 허브 ‘급부상’

코로나 백신 생산 허브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 생산을 맡았고 휴온스 한국코러스 등은 러시아 백신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까지 하게 되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 종류도 다양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스푸트니크 백신은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몸속에 전달하는 바이러스벡터, 노바백스는 죽은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몸속에 집어넣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이 중요한 백신을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한국의 CMO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 때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와 같은 mRNA 방식이다.

한미약품 녹십자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최근 한국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위탁생산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 신속 허가 내줄 듯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화이자 백신을 사용할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생산설비가 적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받아야 한다. 밸리데이션(validation)이란 절차다. 의약품 제조공정의 개발 단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일관성 있고 지속해서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각국 규제당국이 평가하는 과정이다. 백신 제품 허가는 화이자가 받아야 하지만 공장 생산설비에 대한 승인은 C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따로 받아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른 CMO들보다 밸리데이션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보통 밸리데이션 기간을 1~2년으로 잡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상황인 것을 감안해 정부가 제조시설 허가 절차를 최대한 당겨서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위탁생산하는 백신 가운데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화이자와 국내 백신 물량 확보를 두고 계속해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CMO가 있는 국가에 백신 물량을 우선 공급해온 경우가 많아 국내 물량 확보가 더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