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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마끼르띠(Dharmakīrti)의 언어인식 효용론79) - 아뽀하(apoha)론을 중심으로 -/배경아.금강대

한글 요약

다르마끼르띠는 언어인식을 언어관습에 기반한 세계라고 보았던 디그나가의 견해 를 계승하면서도 개별대상에서부터 언어인식을 통한 개념지에 이르기까지의 인과관 계를 강조함으로써 언어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결론적으로 다르마끼르띠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언어인식의 효용성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첫 째, ‘동일한 결과를 갖지 않는 것의 배제’라는 방식으로 실재하는 개별대상에서 지각, 언어지에 이르기까지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언어인식은 인과효력을 갖는 개별상 과의 간접적인 인과관계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둘째, 잠재인상을 활성화하 여 ‘타자의 배제’라는 방식으로 언어표현을 대상과 결합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인간의 ‘의도’이다. 의도에 의해 언어관습의 취사선택이 이루어지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 행에 착수하게 된다. 다르마끼르띠는 대상인식의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 에 인식 내부의 잠재인상을 활성화하는 인간의 의도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목적을 달 성시키는 언어인식의 효용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주제어: 다르마끼르띠, 아뽀하, 언어지, 잠재인상, 인과효력

 

1. 머리말

불교인식론논리학파에서는 바른인식으로 지각과 추리 두 종류만을 인정한다. 궁극적으로는 이 중에서 지각만이 바른 인식이지만 언어지(śābda)에 해당하는 추리 또한 착오와 의심이 없다면 바른인식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쁘라마나 전통 에서는 지각의 대상인 개별상만이 궁극적인 실재이기 때문에 인과효력을 갖는 개별상과 언어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 디그나가(Dignāga ca. 480–540)의 경우에는 언어인식과 개별상의 연결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 르마끼르띠(Dharmakīrti ca. 600-660)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대의 관련 분야 학자들은 다르마끼르띠가 언어지(śābda)를 어떤 관점 에서 이해했는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를 거듭해 왔다. 이는 새로운 학설이나 발견이라기보다는 다르마끼르띠의 언어인식론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 혹은 어떤 점에 더 중점을 두고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카츠 라는 다르마끼르띠의 언어인식론을 인간의 인식 과정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과 정으로 보면서 그 중심에 인간의 언어관습이 있다고 보았다. 틸레만스는 다르마 끼르띠 언어인식론의 특징을 개별상에서부터 언어인식에 이르기까지의 직간접 적인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하였다. 이 외에도 뛰어난 연구들이 있지 만 필자는 이 연구들에 기반하고 지금까지 부분적인 번역들만이 소개되고 있는 쁘라마나비니슈짜야(Pramāṇaviniścaya)의 번역을 중심으로 다르마끼르띠가 언어인식의 효용성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르마끼르띠 에 의하면 잠재인상의 활성화에 의해 언어관습의 세계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언 어인식은 인간의 ‘의도’에 의해 촉발된다. 동시에 언어인식은 인과효력을 갖는 개별상과 간접적인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이 모두를 통해 인간은 목적을 달성하고 언어인식은 효용성을 갖게 된다.

 

2. 언어를 통해 인식하는 대상의 영역

샤끼야붓디(Śākyabuddhi ca. 660-720)가 ‘타자의 배제’(anyāpoha)를 세 종 류의 의미로 분류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첫 번째가 ‘배제된 개별상’ (vyāvṛttasvalakṣaṇa)이고 두 번째는 ‘순수한 타자의 배제’(anyavyāvṛttimātra) 이며 세 번째는 ‘개념지의 표상’(vikalpabuddhipratibhāsa)이다.1) 명확하게 다 다르마끼르띠(Dharmakīrti)의 언어인식 효용론 45 르마끼르띠의 관점으로 여겨지는 첫 번째 배제된 개별상은 언어의 직접적인 대 상은 아니지만 언어, 혹은 추리에 기반한 활동(vyavahāra)의 기초가 된다. 개별 상은 같은 종류로부터도 다른 종류로부터도 ‘구별화’, 혹은 ‘차별화’ 된 것이기 때문이다.2) 이 경우 개별상은 인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인과효력 (arthakriyāśakti)을 갖는다. 두 번째 순수한 타자의 배제(anyavyāvṛttimātra) 는 “이것은 항아리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ayaṃ ghaṭa eva, nānyaḥ)”라고 하는 지각판단에서 일어나고 다른 모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때의 단순부정 (pratisedhamātra)은 개념지이다. 세 번째는 개념지에서 일어나는 대상의 형상 (vikalpabuddhipratibhāsa)이다. 예를 들면 항아리의 구별된 인식 (tatpariccheda)은 동시에 항아리 아닌 것의 배제(atadvyavaccheda)이다.3)

 

     1) 石田尚敬, 2005. 87-88 참조. (Cf. Ishida, 2011)

     2) PV1 k.40: sarve bhāvāḥ svabhāvena svasvabhāvavyavasthiteḥ. svabhāvaparabhāvābhyāṃ yasmād vyāvṛttibhāginaḥ. 참조.

     3) Katsura, S., 2011. 247-251 참조. 

 

이와 같은 구분은 다르마끼르띠의 아뽀하론에 대한 샤끼야붓디의 이해라고 도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 혹은 언어를 통해 인식하는 대상의 영역에 따라 나눈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즉 다르마끼르띠는 타자의 배제를 개념지나 지각판단의 영역뿐만 아니라 개별상과의 관계에도 적용함으로 써 언어를 통한 인식과정의 중층구조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1) 언어표현이 가능한 영역

이 중에 배제된 개별상(vyāvṛttasvalakṣana)은 언어가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언어지의 직접적인 대상은 언제나 일반상, 즉 대상의 보편 성이다. 하나의 대상에만 있는 독특한 특성이 아니라 같은 종류의 많은 대상에 공통으로 있다고 가정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다시 말해 온전한 전체로서 하 나의 독특한 실재가 아니라 그 하나의 대상과 같은 종류의 다른 대상들에 공통 으로 나타난다고 여겨지는, 혹은 착각하는 부분적인 특성이 언어지의 대상이다. 언어는 어떤 대상을 한정해서 그 부분만을 가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다만 불교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언어대상의 실재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상을 직접적으로 지시함으로써 한정하지 않고 ‘그것 아닌 것의 배제’라는 이중부정의 방식을 통해 한정할 뿐이다. 여기에서 ‘타자의 배제’를 의미하는 불교 특유의 언 어철학, 아뽀하론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그러나 개별상은 그 자체로 유일한 것이고 다른 것과의 동일성이 없다. 다르 마끼르띠에 의하면 무엇보다 감관지와 같은 지각에는 언어지에 요구되는 한정 자와 피한정자 관계, 상기 등이 없기 때문이다. 한정자(viśeṣaṇa)와 피한정자(viśeṣya), [그 둘의] 관계(sambandha), 사회적인 [언어]계약(laukikī sthitiḥ)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결합하여, 그와 같이 [한정자에 의해 한정되는 대상을] 인식한다. 다른 방식으로는 [인식할 수] 없다.4) 예를 들면 '지팡이를 갖고 있는 사람' 등과 같다.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한 정하는 대상과 한정되는 대상, 그 둘의 관계, 사회적인 언어관습을 숙지하지 못 한다면 그것의 결합 또한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5) 여기에서 한정자는 지팡이, 피한정자는 사람, 사회적인 언어계약은 사전에 관습적으로 습득한 언어 지식이라고 한다면, 이 모두는 언어의 세계임이 틀림없다. 또한 한정자와 피한 정자의 ‘관계’는 ‘지팡이’라는 말과 ‘사람’이라는 말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나타 낸다. 예컨대 ‘지팡이가 아닌 것의 배제’와 ‘사람 아닌 것의 배제’는 각각 다른 것 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지팡이를 지닌 사람’이라고 두 지칭 대상에 관계성 을 부여한다면 한정자와 피한정자의 관계가 되어 ‘지팡이’도 ‘사람’도 같은 대상 을 지칭하게 된다.6)

 

       4) PVin1 k.7: viśeṣaṇaṃ viśeṣyaṃ ca sambandhaṃ laukikīṃ sthitim. gṛhītvā saṅkalayyaitat tathā pratyeti nānyathā. Cf. PV3, k.145

       5) PVin9,13-10,1: kiñcit kenacid viśiṣṭaṃ gṛhyamānaṃ viśeṣaṇaviśeṣyatatsambandhalokavyavasthāpratītau tatsaṅkalanena gṛhyate daṇḍyādivat. nānyathā. arthasambandhābhidhānavyavasthāparijñāne 'bhāvāt. 참 조 Cf. PV3, k.146a : yathā daṇḍini

      6) PVSV ad PV. k.14: apohyabhedād bhinnārthāḥ svārthabhedagatau jaḍāḥ, ekatrābhinnakāryatvād viśeṣaṇaviśeṣyatā. 참조.

 

물론 이 두 언어에 대한 사회적인 언어협약, 사전에 습득한 언어 지식이 전제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디그나가에 의하면 언어인식의 대상에 ‘타자의 배제’라고 하는 부정적 한정이 필요한 이유는 언어가 대상의 전체를 지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재하는 대상 은 무한한 측면으로 구성된 하나의 전체이자 독특한 것이다. 핫토리가 정확하게 지적한 대로 하나의 언어항목은 대상의 한 측면만을 다른 대상들과 구별한다. 예컨대 ‘푸른 연꽃’에서 ‘푸르지 않은 것의 배제’와 ‘연꽃 아닌 것의 배제’는 ‘푸른 연꽃’의 여러 측면 중 어느 부분으로부터 구별되는가에 따라 적용된 것이다. 즉 푸르지 않은 것이 아니면서 연꽃이 아닌 것이 아닌 동일한 대상을 지칭한다. 이는 여러 색의 연꽃을 푸른색으로만 한정한 것이고 이에 따라 푸름과 연꽃은 한정자-피한정자 관계(viśeṣaṇaviśeṣyabhāva)가 된다. 이에 대한 꾸마릴라 (Kumārila ca. 600-660)의 비판은 언어의 대상인 보편자(sāmānya)는 개별자 (vyakti)를 기체(ādhāra)로 한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 의 배제’라는 간접적인 방법만으로는 개별자를 기체로 갖는 언어의 대상, 보편 자를 구별할 수 없다. 예컨대, ‘소 아닌 것의 배제’와 ‘말 아닌 것의 배제’는 각각 ‘말’과 ‘소’만을 제외하고 동의어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체가 없는, 즉 실재하는 대상이 없는 한, 한정자 피한정자의 관계 또한 있을 수 없다.7) 다르마끼르띠는 이와 같은 언어인식의 작용이 개별상에까지 미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실제로 감관지에 [개념적 인식이 일어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감관지는] 대상의 힘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k.4d) 왜냐하면 대상의 힘에 의해 일어나는 [감관지]는 오직 [대상]의 형상 을 따르기 때문이다.8)

 

     7) Hattori, M., 2011. 138-140 (권서용,원철,박종식(역), 2019. 268-271) 참조.

     8) PVin7,8: na hi sendriyajñāne sambhavati. arthasya sāmarthyena samudbhavāt // 4 // tad dhy arthasāmarthyenotpadyamānaṃ tadrūpam evānukuryāt. 

 

지각의 대상인 개별상에 분별(kalpanā)과 착오(bhrānta)가 적용될 여지는 없 다.

지각은 언어표현을 갖는 것(abhilāpinī)으로 정의되는 분별이 없는 것이고 실재하는 대상의 힘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상의 힘으로 일어나 는 지각(감관지)은 오직 그 대상의 형상, 즉 개별상을 따른다. 결국 디그나가에 게도 다르마끼르띠에게도 실재하는 대상에 기반하는 것은 미망사 학파 꾸마릴 라의 생각처럼 언어인식, 혹은 개념지가 아니라 지각이다. 다르마끼르띠에게 보편개념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개별대상에 종 등을 결합 하는 분별(jātyādikalpanā)이고 둘째는 개별대상과 종 등의 관계를 결합하는 분 별(sambandhakalpanā)이며 셋째는 언어분별(śabdakalpanā)이다. 다르마끼르 띠는 이 중 언어분별만을 분별로 인정한다. 이는 디그나가가 분별을 ‘명칭이나 종 등을 결합하는 것 (PS1 k.3d: nāmajātyādiyojanā)’이라고 정의한 것과 구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그나가의 경우에도 한정요소(viśeṣaṇa)인 명칭 (nāman), 종(種, jāti), 속성(guṇa), 운동(kriyā), 실체(dravya)는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대상과 결합되는 것9)이다. 즉 대상을 명칭 등과 동일화해서 언 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10) 그러므로 디그나가에게도 결국 모든 분별은 언어 분별이라고 할 수 있다. 디그나가에게도 다르마끼르띠에게도 종이나 관계는 꾸 마릴라와 같은 실재론자들의 경우에서처럼 실재하는 것이 아닌 언어를 통해 인 식하는 대상의 영역에 있는 것이고 ‘다른 것의 배제’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보편 개념일 뿐이다. 그러나 감관지와 같은 지각에 이처럼 한정되는 대상을 ‘언어화’하는 과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종, 속성, 운동 등을 구별하고 이들이 한정하는 대상과 결합하 여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인식과정이 감관지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들 각각을 알지 못할 때 결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11) 언어가 인식하는 대상의 영역은 결국 분별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르마끼르띠에게 분별은 언어표현과 결합 하는 인식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므로 분별이 없는 것이라고 정의되는 지각에 언어인식이 개입할 여지는 없게 된다. 또한 다르마끼르띠에게 언어인식은 상기(기억)를 원인으로 한다. 어떤 것을 인식할 때 그것을 다른 것과 구별하고 그것들의 관계를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 인식은 언어를 통해 발생하는 언어지라고 할 수 있다. 언어계약의 상기를 원인으로 하고 [이전에] 경험된 것을 [현재의 대 상에] 결합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언어지]가 어떻게 전후라는 판단 (parāmarśa)을 결여하고 있는 안식(감관지)에 [있을 수 있겠는가].12)

 

      9) PSV1 2,10-12; Hattori, M., 1968. n.1.27 참조.

     10) 桂紹隆 1982. 84-85 참조. ; 戸崎宏正, 1979. 273-274 ; 233-234 참조. 이와 같 이 언어와의 관계 속에서만 대상을 한정하는 디그나가에 대해 미망사 (mīmāṃsā) 학파의 꾸마릴라 (Kumārila ca. 600-660)는 그러한 대상은 비존재이고 존재하지 않는 이상 한정요소와의 관계도 타자의 배제도 있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 보편실재 론자인 그에게 언어에 의해 표현되는 것은 개개의 일반상(svalakṣaṇa)에 실재하는 공통성, 즉 보편(sāmānya)이기 때문이다. (배경아, 2012. 167-168 참조. Cf. 服部 正明, 1973(上), 1975(下))

     11) PVin10,1-3: jātiguṇakriyāvatām etan na sambhavaty eva. rūpavivekasambandhayor apratibhāsanena ghaṭanāyogāt kṣīrodakavad atadvedini. 참조.

     12) PVin1, k.8: saṅketasmaraṇopāyaṃ dṛṣṭasaṅkalanātmakam. pūrvāparaparāmarśaśūnye tac cākṣuṣe katham. Cf. PV3 k.174:

 

현재 눈앞에 있는 대상을 보고 ‘이것은 그것이다’라고 할 때, 이 인식은 과거 에 지각했던 경험을 현재의 대상에 결합함으로써 일어난다. 이처럼 전후의 판단 (parāmarśa)에 기반해서 대상을 인식하는 언어지의 활동은 감관지와 같은 지각 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각은 가까이에 있는 대상의 힘으로 일어나므로 음미 /숙고(vicāra)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13)

 

       13) PVin10,7-8: na hīdam iyato vyāpārāt kartuṃ samartham, sannihitaviṣayabalenotpatter avicārakatvāt / 참조. 

 

음미한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기반 해서 일어나는 인식 작용이므로 대상이 가까이 있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다. 그 렇기 때문에 언어표현이 가능한 영역, 즉 언어가 인식하는 대상의 영역은 지각 의 대상인 개별상이 아니라 추리(개념지)의 대상인 일반상이다. 개별상은 다른 것과의 유사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언어표현이 가능하지 않다. 언어표현이란 디그나가 이래로 그것 아닌 것의 배제를 통해 구축되는 유사성 (sadṛśa)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것은 항아리이다’라는 인식에 나타나는 일반상 항아리는 실재하는 대상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상기(想起)를 통해 취사 선택되는 언어관습의 세계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를 통한 인식(śābda)은 언어관습에 의해 형성된 세계이다.

 

2) 언어관습의 세계: 부분과 전체

불교의 아뽀하론이 철저하게 언어관습의 세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부터 이 이론의 창시자인 디그나가에 의해 분명하게 표명되었다. 디그나가는 기 존 인도 철학 학파들의 보편범주론을 빌려 아뽀하론의 ‘배제’이론을 다음과 같 이 설명한다. 우선 최고 단계의 보편자는 인식대상(jñeya)이고, 그 하위 범주는 존재(sat)와 비존재(asat)이다. 이 중 존재는 다시 실체(dravya), 속성(guṇa), 운동(karman)이라는 하위범주로 나누어지고 이 중 실체는 다시 ‘지(地)로 된 것'(pārthiva), '수(水)로 된 것'(āpa) 등으로 나누어진다. 지(地)로 된 것은 다 시 나무(vṛkṣa), 항아리(ghaṭa) 등으로, 나무는 다시 '싱샤빠 나무'(Śiṃśapā), ' 빨라샤 나무'(Palāśā) 등으로, 싱샤빠 나무는 다시 '꽃이 핀 것'(puṣpita), '열매 가 열린 것'(phalita) 등으로 나누어진다. 카츠라에 의하면 디그나가는 이 범주 체계 속에서 하나의 보편자가 어떻게 다른 것을 배제하는지에 관한 몇 가지 규 칙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보편자 A는 보편자들의 위계에서 같은 등급에 속하는 보편자 B,C 등을 배제하고 더 높거나 낮은 등급에 있는 보편자들은 배제하지 않 는다. 이처럼 ‘타자의 배제’를 통해 디그나가는 인도 실재론자들과 달리, 어떤 형이상학적 정당화도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가 언어 기호를 사용하는 이유는 오 로지 일반적인 언어 관습(lokavyavahāra)에 따르기 때문이다.14) 이는 디그나 가가 언어의 지시 대상에 실재성이 없다는 불교의 일반적인 학설을 견지하면서 인도의 언어철학에서 대두될 수밖에 없는 보편실재론을 비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보편자의 실재성을 부정하면서 언어가 어떻게 자신의 대상을 지칭하는 가를 불교의 입장에서 성공적으로 밝혔다고 할 수 있다. 바수반두는 어떤 대상이 정신적으로 분석되거나 물질적으로 나누어질 때, 그 것이 더 이상 인식되지 않으면 실재하는 존재(paramārthasat 勝義有)라고 할 수 없고 단지 개념적 존재(saṃvṛtisat 世俗有)일 뿐이라고 한다.15) 또한 불교 의 관점에서 모든 것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성 소멸(pratītyasamutpanna)하 는 것이고 원자가 찰나적(kṣaṇika)으로 집합하는 연속체(saṃtāna)에 부과된 개념일 뿐이다. 그러므로 디그나가의 관점에서 이와 같은 개별상과 구별되는 보 편자, 즉 언어의 대상으로서 ‘타자의 배제’는 실재성이 없다는 점에서 보편자의 근본적인 특성들, 즉 '유일성', '영원성', 그리고 '개별적 구성원 모두에 미치는 것' 등을 갖고 있다.16) 카츠라에 의하면 언어적 행위에 의해 전달되는 이 ‘타자 의 배제’ 즉 언어 기호의 의미는 일종의 보편자이고 이 경우 디그나가는 인도 의 미론에서 보편론자(jativādin)로 간주될 수도 있다. 인간 인식의 모든 단계, 인 식의 대상에서 시작해서 인간의 행위 혹은 비행위(pravṛtti, nivṛtti)를 이끌어 내는 판단에서 끝나는 아뽀하론은 인도보편론자들의 실재론을 우리의 언어관습 으로 대체한 것이기 때문이다.17)

 

      14) Katsura, S., 2011. 130-131 (권서용,원철,박종식(역), 2019. 256-257) 참조. 디 그나가 아뽀하론의 보편범주론에 대해서는 Katsura, S., 1979.를 참조하기 바람.

      15) AK6, k,4: yatra bhinne na tadbuddhir anyāpohe dhiyā ca tat, ghaṭāmbuvat saṃvṛtisat paramārthasad anyathā. 참조.

      16) PSV5, k.36d: jātidharmavyavasthiteḥ. ; Pind, O., 2009: “because the attributes of a general property are confined (jātidharmavyavasthiteḥ)” 참조.

      17) Katsura, S., 2011. 130-132 (권서용,원철,박종식(역), 2019. 256-258) 참조. 카 츠라는 이어서 아뽀하론이 인도실재론자들의 실체론을 언어관습으로 대치한 이유 에 대해 와타나베 사토시가 '미운오리 새끼의 공리’로 제안하는 ‘패턴 인식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다만 여기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바로 ‘부 분과 전체’의 문제이다.

디그나가 이래로 쁘라마나 전통에서 실재하는 것이란 완전히 독특한 개별적인 전체이다.

보편실재론자들이 유사한 종류의 실재에 공 통으로 내재해 있다고 여기는 부분적인 속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르마끼르띠 에 의하면 그 속성은 바로 ‘동일한 결과를 일으키지 않는 것의 배제’라는 부정적 인 방식을 통해 한정적이고 간접적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배제’ 를 통한 한정이 언어관습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르마 끼르띠가 말한 대로 한정하는 대상과 한정되는 대상, 그 둘의 관계, 사회적인 언 어관습에 의해 형성되는 보편상이 언어의 대상이 된다. 즉 언어는 실재의 영역 이 아니라 언어관습의 영역에서 ‘타자의 배제’라는 한정 방식으로 부분만을 지 칭하는 역할을 한다. 개별자 전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은 지각과 달리 언 어를 통한 인식은 언어관습에 기반해서 한정되는 부분만을 인식한다.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독재자 히틀러를 예로 들어 보자. 그는 동물애호 가였다고 알려져 있다. 1933년 현대적인 의미의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것도 히 틀러였다. 만일 누군가 '히틀러는 독재자이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 히틀러의 동물애호가 면모는 드러나지 않는다. 반대로 '히틀러는 동물애호가이다'라고 말 한다면 그 말에 수백만 명을 살해한 독재자라는 의미는 드러나지 않는다. 동일 한 히틀러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언어의 속성상 히 틀러의 한 측면만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말에 아뽀하의 논리적인 측면, 언어적인 관점만을 적용해 본다면 살인자로서 히틀러와 동물애호가로서 히틀러 는 같은 정도의 중요함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렇다면 히틀러라는 한 인간에 대 해 우리가 인식하는 '살인자'와 '동물애호가'라는 면모는 비등한 것이 되어 혼란 스럽게 되어 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 아뽀하론이 언어관습에 기반해서 작용한다 는 점을 적용해 본다면 사회 통념상 당연히 수백만 명의 '살인자'라는 쪽에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방점이 찍힌다. 바로 그런 점에서도 디그나가의 아뽀하론 이 언어관습에 기반한다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르마끼르띠의 경우는 어떨까. 만일 히틀러가 재판받았고 다르마 끼르띠가 판사였다면 '히틀러는 수백만 명을 살해한 독재자'라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실제로 사형을 당했을 것이다. 다르마끼르띠에게도 언어를 통한 인 식은 기존의 언어관습에 기반해서 일어난다. 이전에 경험했던 지식의 잠재인상 에 의해 현재의 대상을 판단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먼 저 작용해야 한다. 그 의도에 의해 언어관습의 취사선택이 이루어지고 결국 목 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에 옮겨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실질적인 행 동을 일으킬 수 있는, 즉 효력을 발생하게 할 수 있는 실재와의 인과관계가 필요 52 배 경 아 해지고 그것은 동일한 결과를 일으키지 않는 것의 배제라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3. 언어인식의 인과론적 기능

1) 동일한 결과를 갖지 않는 것의 배제

지각의 대상인 개별상(svalakṣana)은 인과효력을 갖기 때문에 인간의 목적을 달성시킬 힘이 있다. 하지만 언어의 대상인 ‘타자의 배제’가 여기에 적용되지 않 는다면 언어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일은 불가능한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서 샤키야붓디가 소개한 세 가지 아뽀하 중 다르마끼르띠의 견해로 알려 진 첫 번째 배제된 개별상(vyāvṛttasvalakṣana)은 인과관계를 통해 어떻게 언 어가 효용성을 획득하는지를 보여준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인식과 대상, 그 사이의 인식 과정은 모두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외계에 실재 하는 대상, 항아리는 자신의 형상을 지각(pratyakṣa)에 투사하거나, 물을 담는 등의 인과효력, 혹은 목적달성능력을(arthakriyāśakti) 갖는다. 여기에 착오 (bhrānti)나 의심 (saṃśaya)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없다면 지각에 투사된 항아 리의 형상은 ‘항아리’라는 지각적 판단(sāmvṛta, smārta, ekapratyavamarśa)을 일으키고 이 판단에 기반해서 개별적인 대상을 얻거나 회피하는 실천적 행위 (vyavahāra)를 이끌어 낸다. 다르못따라(Dharmottara ca. 740-800)에 의하면 언어지(śābda)는 이 개별상을 간접적 대상(adhyavaseya)으로, 일반상을 직접 적인 대상(grāhya)으로 갖는다.18)

 

     18) 위의 논문 125-127 (위의 (역), 248-251) 참조.

 

다시 말해 언어지의 직접적인 인식대상은 ‘타자의 배제’로 특징지어지는 보편개념이지만 이 보편개념은 배제된 개별상을 토대로 한다. 언어가 개별상 자체를 지칭하지는 못하지만 배제를 통해 실재하는 개별상인 것처럼 잘못 파악하기 때문이다. 특징적인 것은 다르마끼르띠에게 ‘타 자의 배제’란 ‘동일한 결과를 갖지 않는 것(atatkarya)의 배제’라는 점이다. 예컨 대 진통제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은 통증을 가라앉히는 ‘동일한 효과를 갖지 않 은 것으로부터 배제’된 것이다. 진통제라는 말에 상응하는 실재가 있는 것이 아 니라 통증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공통의 특징, 즉 보편개념이 진 통제라는 말에 기반한 인식(언어지)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언어의 대상, 즉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없는 것의 배제’는 통증을 가라앉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개별상을 ‘통증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배 제’함으로써 생겨난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배제된 개별상은 언어의 직접 적인 대상인 ‘배제’의 원인이 되고 언어지의 입장에서는 간접적인 대상이 된다. 다르마끼르띠는 이처럼 실재하는 대상에서부터 그 대상의 실질적인 효력을 이 끌어내기까지의 인식 과정을 인과관계로 설명함으로써 언어지가 무용하지 않다 는 것을 드러낸다. 즉 다르마끼르띠는 ‘동일한 결과를 갖지 않는 것의 배제’라는 방식을 통해 언어가 실재에 간접적으로 도달하고 인간의 목적을 달성시킬 수 있 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 결과가 동일(eka)하기 때문이라면 동일한 결과를 일으키 는 원인인 개별상을 어떻게 단독적이라고 하겠는가. 예를 들어 얼룩소도 검은 소 도 “이것은 소다”라는 판단이 일어나기 때문에 동일한 판단(ekapratyavamarśa) 의 원인이 되는 두 지각은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개별대상 들도 동일한 지각의 원인이기 때문에 서로 구분되지 않게 된다.19) 이는 기본적인 언어의 속성이 대상의 전체가 아니라 부분만을 지칭하는 데 원 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동일한 결과를 일으키지 않는 것’에서 동일한 결과 란 그 원인의 일부, 수많은 측면 중 한 부분이 동일하다는 의미이므로 그 외 나 머지 부분은 동일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진통 효과가 있는 풀의 경우, 풀에는 여러 가지 측면의 속성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통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지 않는 측면이 배제된 풀, 즉 통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의 측면에서만 공통성 이 있다. 이는 정확히 언어의 대상인 일반상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언어가 개별상을 지칭하는 일은 없다. 예컨 대 지각은 언어 표현되지 않는 것을 인식하고 언어를 통한 인식은 대상을 선명 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에 대상이 선명하게 나타난다고 해도 ‘이것 (언어 A’)은 이것(대상 A)의 표시자이다’라고 하는 경우, 그 언어의 대상 A가 언어와 결합하는 것이지 지각의 대상인 개별상이 언어와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듣는 것만으로 지각의 대상(개별상)을 선명하게 알 수는 없기 때문이 다.20)

 

    19) Hattori, M., 2011. 136-137 (권서용,원철,박종식(역), 2019. 265-266) 참조 ; Dunne, 2011. 95 참조 ; PVSV ad. PV k.109: ekapratyavamarśasya hetutvād dhīr abhedinī, ekadhīhetubhāvena vyaktīnām apy abhinnatā. 참조.

    20) PVin 1 k.15: śabdenāvyāpṛtākṣasya buddhāv apratibhāsanāt. arthasya dṛṣṭāv iva tad anirdeśyasya vedakam. PV3 k. 131: cakṣuṣo ’rthāvabhāse ’pi yaṃ paro ’syeti śaṃsati. sa eva yojyate śabdair na khalv indriyagocaraḥ. PV3 k. 132ab: avyāpṛtendriyasyānyavāṅmātreṇāvibhāvanāt. PVin 16,5f. : na hi sa śabdārthāḥ, yaḥ śābde na pratibhāsate. 참조. 

 

즉 언어는 개별상의 한 부분만을 ‘배제’라는 간접적인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독자적이고 유일한 개별상을 전체적으로 온전히 인식할 때만 인식 속에 선명히 나타나기 때문에 이 경우의 ‘배제된 개별상’의 모습은 선명하 지 못하고 개별상 자체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지(śābda)는 지각의 대상인 개별상을 지칭할 수 없고 지 각은 언어지의 대상인 일반상을 인식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르마끼르띠에 의하 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개별상과 간접적인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고 인 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대상이 언어를 본성으 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언어의 대상이 실재하는 대상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언어의 형상이 실재하는 대상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다면 대상의 형상으로부터도 대상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바라지 않는 결과가 되어 버 리기 때문이다.21) 말하자면 언어가 어떻게 개별상에 영향을 끼쳐 인간의 목적 을 달성하게 하는가의 문제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다르마끼르띠의 경우,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대상에서부터 언어지에 이르기까지의 인과관계에 의해 이루 어진다. 언어의 대상과 지각의 형상에는 각각 ‘타자의 배제’, 즉 ‘동일한 결과를 갖지 않는 것의 배제’가 적용된다. 틸레만스는 이를 다르마끼르띠의 상향식 아뽀하론이라고 규정한다. 디그나가 의 개념 중심 아뽀하론과 대비하여 개별상에서 지각으로 마지막에는 사고와 언 어로 이어지는 인과적 연쇄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다르마끼르띠 의 특징적인 아뽀하론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22)

 

    21) PVin1.7,10-8,1: na hy arthe śabdāḥ santi tadātmāno vā. yena tasmin pratibhāsamāne te ’pi pratibhāseran na cāyam arthāsaṃsparśī saṃvedanadharmaḥ. artheṣu tan niyojanāt. tato ’rthānām apratītiprasaṅgāt. 참조.

   22) Tillemans, T., 2011. 54-55 참조.

 

다만 다르마끼르띠의 아뽀하론을 대상인식에서 출발하는 틸레만스 식의 상향 식 아뽀하론으로만 규정하기에는 언어관습의 측면에서 디그나가의 아뽀하론을 계승하는 다르마끼르띠 언어철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 르마끼르띠가 경량부의 관점에서, 혹은 언어의 효용성 관점에서 대상인식의 측 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맞다.

다만 그는 지각판단의 단계에서 개별상이 있는 그대로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은 그 인식을 촉발하는 것이 외부에서 온것이 아니라 잠재인상이라고 하는 선행경험 인식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 명히 한다.

나아가 이 잠재인상을 활성화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 키기 위한 인간의 ‘의도’이다.

 

2) 의도된 언어의 지시대상: 목적달성

다르마끼르띠 또한 디그나가와 마찬가지로 보편개념과 언어관습의 관점에서 아뽀하론을 다루었고 언어인식이 발생하는 일차적인 원인을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잠재인상에 두었다. 다만 그는 언어인식의 인과효력을 위해 개별상과 의 간접적인 인과관계를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잠재인상에 의해 언어지가 일어나기 전에 의도된 대상을 지시하려 한다고 한 것은 특징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지각의 대상인 개별상은 대상과 감관의 접촉에 의 해 생성된 형상으로 이는 '잠재인상'(vāsanā)을 활성화하고 뒤이어 이 형상은 ‘다른 것의 배제’라는 측면에서 "이것이 그것이다"라는 재인식을 통해 최소한의 구조를 가지고 개념화된다. 다르마끼르띠는 우리 마음속에 갖고 있는 목적이 이 개념 형성을 유도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와 딸기는 서로 다른 맛을 내는 과일이지만 우리가 그 둘의 색에만 관심을 둔다면 색깔이라는 점에서 의 동일성으로 인해 그 차이를 무시하게 된다. 또한 우리가 '사과'와 '딸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특정의 언어 관습에 의존하는 것이다.23)

 

    23) Dunne, J., 2011. 92-98 참조. 56 배 경 아 

 

그렇다면 언어는 어떻게 개별상을 지시할 수 있는가. 틸레만스의 표현을 빌리 자면 어떻게 말할 수 없는 것을 인식하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우선 인간은 일반상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이 일반상은 실재이며 세계에 존재한다고 착각한 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착오가 아니라 사고, 언어, 그리고 개별대상 사이의 복잡한 인과성이다. 예를 들면 A는 개별대상들을 보고 그것들에 대한 형상 (ākāra)을 가진다. 이 형상들은 A의 마음에 훈습된 잠재인상으로 인해 ‘타자의 배제’를 수반하는 판단을 불러 일으킨다. 특수한 형상들이 모두 동일한 판단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같은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그것들은 동일한 인과적 힘 을 갖는 것으로 그룹화 될 수 있다. 이 아뽀하의 과정에서 특정 언어와 연결되는 것은 화자의 발화 의도(vivakṣā)에 의해 결정된다. A는 이러저러한 아뽀하를 표현하기 위해 특정 언어의 사용을 원하게 되고 결국 언어의 생성(발화)을 인과적으로 조건짓는 것은 바로 의도가 된다.24) 다르마끼르띠는 언어인식에서 ‘의도’의 중요성에 대해 ‘언어는 화자(話者)가 의도한 대상을 지시할 것이기 때문에 그 화자의 의도 또한 중요한 근거가 되어 야 한다’25)고 언급한다. 이처럼 인간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 혹은 언어를 통해 인식하려는 의도는 언어지의 중요한 토대이자 일차적인 원인이 된다. 그렇지만 이 의도가 언어표현을 만들어 내서 ‘배제’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대상을 지칭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대상을 지시할 때 대상을 언어 표현과 결합하기 위해 언어관습을 통해 이전에 이미 습득했던 지식을 상기한다.26) 화자의 의도가 잠 재인상을 활성화시켜 대상과 결합시키는 방법, 즉 이 인과관계의 본질적인 특성 은 긍정적 · 부정적 수반관계(anvayavyatireka)에 다름 아니다. 이는 어떤 대상 이 비지각(anupalabdhi)과 결합하여 지각되지 않을 때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때의 비지각 또한 원인으로 존재하거나 실재하는 것이 아 니다. 다만 존재’라고 하는 언어활동의 부정을 의미할 뿐이다. 예컨대 자식을 낳 지 않은 남자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27)

 

     24) Tillemans, T., 2011. 56-57 참조.

     25) PVin1, 3,7-8: vaktur abhipretaṃ tv arthaṃ sūcayeyur iti sa eva ca tathā pratipādyamāna āśrayo ‘stu. 참조.

     26) PVin 3,12: tatra viṣayadarśanena viṣayiṇo vṛttasambandhasya smaraṇāt. 참조.

     27) PVin 3,12-14:na hy anvayavyatirekābhyām anyo hetuphalayos tadbhāvaḥ. tathā yuktopalambham anupalabhamānā nāstīty āhuḥ. tannimittopadarśanenānupalabdher nāstīti vyavahāraḥ sādhyate mūḍhaṃ prati, jananakhyātyā pitṛtvavat. adṛśyānupalambhe ‘pi nimittābhāvāt sadvyavahārapratiṣedhaḥ, ajananakhyātyā ‘pitṛtvavat. 참조.

 

이처럼 ‘의도’는 언어인 식과정에서 중요한 원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의도에 의해 잠재인상이 활성 화해서 대상과 언어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잠재인상은 철저하게 언 어관습에 의한 것이고 인간의 의도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렇다고 잠재인상이 개별대상에 의해 각성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르마끼르 띠는 이 점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간다. 만일 어떤 사람이 개별상에 초점을 맞추어, 바로 가까이에 있는 대상이 내적 인 잠재인상을 각성시키고 언어의 상기는 이로 인해 생겨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다르마끼르띠는 다음과 같이 반박할 것이다. 말과 대상의 관계는 언어계약을 인 식하지 않는 경우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의도에 의해 대상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으므로 인간의 의도에 의해 정해지는 언어계약이 이루어질 때 언어의 표현대상이라는 본질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또한 만일 언어계약이 이루어질 때 인간의 의도에 의해 그 대상의 본질이 변한다면, 대상 은 언어와의 관계를 본질로 하기 때문에 언어계약을 인식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 들도 지각에 언어와 대상의 관계를 현현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사람에 따라 대 상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다르다면 대상은 본질이 확립되지 않게 되어 무자성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28)

 

     28) PVin 13,7-13: abhipatann evārthaḥ prabodhayaty āntaraṃ saṃskāram. tena smṛtiḥ, nārthadarśanād iti cet, na, tatsambandhasyāsvābhāvikatvāt, samayādarśane ‘bhāvāt. puruṣecchāto ‘rthānāṃ svabhāvāparāvṛtter na samayakālotpattiḥ svabhāvasya. parāvṛttau ca tasya tādātmyād anyasyāsamayadarśino ‘pi syāt. na hi pratipuruṣam arthānām ātmabhedaḥ, nairātmyaprasaṅgāt, ātmasthiter abhāvāt. 참조. 

 

그러므로 잠재인 상은 대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의도에 의해 각성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르마끼르띠의 아뽀하론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언어인식의 효용성 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동일한 결과를 갖지 않는 것의 배제’라고 인 과관계가 실재하는 대상에서 지각, 지각판단, 개념지 등에 이르기까지 작용함으 로써 언어인식이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인간의 ‘의도’가 잠재인상을 활성화하여 언어관습에 기반한 언어표현을 취사선택하고 ‘배제’라는 방식으로 대상과 결합하여 대상을 언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충족시킨다는 점이다. 두 가지 모두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행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길에서 사는 고양이를 ‘길고양이’라고 부른다. 길고양이에게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집에 사는 고양이의 상대개념으로 만 ‘길고양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사람들은 ‘길고양이’라고 불리는 그 동일한 고양이를 ‘동네고양이’라고 부른다. 그들에게 고양이는 보살펴 주어야 하는 친 근한 동물이고 마을의 쥐나 해충을 잡아주는 유익한 생물이다. 그래서 고양이에 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자 일부러 ‘동네고양이’라고 부른다. 또 어떤 사람 들은 마찬가지로 동일한 그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른다. 쓰레기를 뒤 지거나 마당에 널어놓았던 생선을 훔쳐 달아나기 때문에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 지 않던 사람들은 ‘도둑 고양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한 마리의 동일한 고양이가 사람의 의도에 따라 ‘길고양이’, ‘동네고양이’. ‘도둑고양이’로 불린다. 이 세 종 류의 언어표현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의 과거 경험, 즉 언어관습을 통해 표현되지만 그 표현은 고양이라고 하는 대상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부르는 사람 의 ‘의도’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이 의도가 과거의 경험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인상을 활성화해서 자신의 의도에 맞는 언어계약을 취사선택하게 한다. 다 르마끼르띠에 의하면, 우리는 바로 이 언어인식에 의해 간접적인 인과관계로 연 결된 대상(고양이)을 향해 실질적인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즉 길고양이나 동 네고양이로 인식하는 사람은 배고픈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나 캣대디가 될 수도 있을 테고 도둑고양이로 인식하는 사람은 파리채를 잡고 고양이를 내쫓 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4. 맺음말: 언어인식의 효용성

다르마끼르띠는 언어인식을 언어관습에 기반한 세계라고 보았던 디그나가의 견해를 계승하면서도 개별대상에서부터 언어인식을 통한 개념지에 이르기까지 의 인과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언어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하였 다. 다르마끼르띠도 디그나가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실재하는 것은 인과효 력을 갖는 개별상뿐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언어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개별상 을 지칭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개별상은 다른 것 과의 유사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언어표현이 가능하지 않다. 언어표현이란 디그 나가 이래로 그것 아닌 것의 배제를 통해 구축되는 유사성(sadṛśa)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디그나가의 경우, 이 ‘타자의 배제’는 언어관습으로 범주화되어 있는 세계에서의 배제이다.

즉 상기(想起)를 통해 구축되는 언어인식(śābda)은 언어관습에 기반해서 형성된 세계이다.

다르마끼르띠 또한 디그나가의 아뽀하론을 계승하지만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언어인식의 효용성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동일한 결과를 갖지 않는 것의 배제’라는 방식으로 실재하는 대상에서 지각, 지각판단, 개념지에 이르기 까지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통해 언어인식은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한 다는 점이다.

둘째는 잠재인상을 활성화하여 ‘타자의 배제’라는 방식으로 언어 표현을 대상과 결합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인간의 ‘의도’라는 점이다. 의도에 의 해 언어관습의 취사선택이 이루어지고 결국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에 착수 하게 된다. 다르마끼르띠는 경량부의 관점에서, 혹은 언어의 효용성 관점에서 대상인식의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는 동일한 결과를 갖지 않는 것의 배제’라는 인과관계를 통해 설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는 지각판단의 단계에서 개 별상이 있는 그대로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은 그 인식을 촉발하는 것이 외부 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잠재인상이라고 하는 선행경험인식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나아가 이 잠재인상을 활성화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려는 인간의 ‘의도’이다.

다르마끼르띠는 이처럼 대상과 ‘인식의 주관’ 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언어인식의 효용성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실 질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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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Dharmakīrti's Theory of the Utility of Language Recognition

Bae, Gyeong-ah(Geumgang Univ.)

Dharmakīrti tried to present an answer to the need for language by emphasizing the causal relationship between individual objects and conceptual cognition through language recognition while inheriting Dignāga's view that language recognition was a world based on language conventions. In conclusion, it can be said that Dharmakīrti emphasizes the utility of language recognition in two major ways. First, in the method of 'exclusion of things that do not have the same result' it is connected in a causal relationship from individual objects to perception and linguistic knowledge. Language recognition achieves its purpose through an indirect causal relationship with an individual image with a causal effect. Second, the primary cause of activating latent impressions and combining verbal expressions with objects in the way of ‘exclusion of others’ is human ‘intention’. The choice of linguistic customs is made by intention, and action is initiated to achieve the purpose. Dharmakīrti actively utilizes the aspect of object recognition and at the same time emphasizes the human intention to activate the latent impression. This is because the utility of language recognition to achieve the purpose is revealed.

Keywords: Dharmakīrti, apoha, śābda, vāsanā, atatkārya

 

2022년 08월 31일 접수      2022년 09월 14일 심사완료       2022년 09월 22일 게재확정

한 국 동 서 철 학 회 논 문 집 동서철학연구 제105호, 2022. 9. 

다르마끼르띠(Dharmakīrti)의 언어인식 효용론79) - 아뽀하(apoha)론을 중심으로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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