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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보천탄즉사-김종직

보천탄즉사(寶川灘卽事)-김종직(金宗直)

보천탄에서 있은 일-김종직

桃花浪高幾尺許(도화랑고기척허) : 복사꽃 뜬 물결 높이가 그 얼마인가

銀石沒項不知處(은석몰항부지처) : 목 잠긴 은빛 바위 있는 그곳을 모르겠다.

兩兩顱鶿失舊磯(양양로자실구기) : 짝지은 해오라기 옛 터전을 잃어버리고

啣魚却入菰蒲去(함어각입고포거) : 물고기 입에 물고 부들풀 속으로 가버린다.




제 1구를 보자
桃花浪高幾尺許(도화랑고기척허) : 복사꽃 뜬 물결 높이가 그 얼마인가

복사꽃은 봄에 피는 꽃이다.
따뜻한 땅기운과 훈훈한 바람에 피어나는 화려한 꽃으로
청춘 남녀의 피어오르는 사랑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
복사꽃 가지가 잠기도록 내린 비는 잔인하다.
이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내린 비는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는 곧 그칠 것이다.
다만 순간적인 피해가 염려되고 피지지 못한 어린 생명이
사라질지 모른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비인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복사꽃(桃花) 떠내려 간,
불어난 물의 높이(浪高)가 몇 척(幾尺許)인가를 묻고 있다.

여기서는 평화롭고 희망적인 상황에서, 뜻밖에 일어난 재난을 표현하고 있다

제 2구를 보자
銀石沒項不知處(은석몰항부지처) : 목 잠긴 은빛 바위 있는 그곳을 모르겠다.

갑자기 불어난 몸물은 놀랍게도 바위 위까지 잠기게 하였다.
그래서 언제나 우뚝한 희고 깨끗한 바위(銀石)의
잠긴 머리(沒項)가 있는 그곳(處)이 어디인지를 모르게 되었다(不知).
많은 비가 내리기 전의 바위는
주변 환경과 멋지게 어울리는 볼 만한 것이었다.
가끔씩은 사람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곳을 찾아보지만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뜻밖에 일어난 재앙의 정도가 아주 심한 것임을 표현하고 있다

제 3구를 보자
兩兩顱鶿失舊磯(양양로자실구기) : 짝지은 해오라기 옛 터전을 잃어버리고

이때 짝지은 해오라기(兩兩顱鶿)가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채고서는
그것을 먹을 안전한 장소로서 높은 바위 위를 찾았다.
그러나 바위는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불어난 비에 해오라기는 자신들의 삶의 옛 보금자리(舊磯)를 잃은(失) 것이다.

이 시는 실제의 상황을 핍절하게 묘사한 순수한 산수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옛 터를 잃었다(失舊磯)”에서 ‘잃었다(失)’는 표현은 상실감의 표현이다.
이 사실에서 해오라기는 시적 자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구절은 시적 자아가
발전의 시점에서 어려운 일을 당한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제 4구를 보자
啣魚却入菰蒲去(함어각입고포거) : 물고기 입에 물고 부들풀 속으로 가버린다.

물고기를 임에 잡아 문(啣魚) 해오라기는 흰 바위 위를 찾는 것은 포기하고(却)
그 역할을 대신할 새로운 것을 찾아, 부들풀 속(菰蒲)으로 들어가(入) 버렸다(去)는 것이다.
물고기는 해오라기의 식량이다. 식량은 생명을 유지함에 소중한 것이다.
소중한 획득한 식량을 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해오라기는 본능적으로 삶의 방어기제를 발동하여 부들 속으로 숨어든 것이다.

이를 비유적인 의미로 해석해보면,
시적 자아가 추구한 세계가 실행도중 외부의 환경의 변화로 좌절되었을 때,
시적 자아는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환경을 찾아 현실의 삶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봄이므로 많이 내린 비는 결국은 얼마 후에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봄이 돌아와 삶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를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1,2,3,4구를 종합하면
사람은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심하여도 봄철에 내린 광풍과 소낙비 같아서
참고 노력을 계속하면, 빠른 시일 내에 어려움이 극복되고
다시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정신적 다짐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실제의 자연의 한 정경을 보고, 이를 정신적 상황과 대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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