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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요주파양정-최치원

요주파양정(饒州鄱陽亭)-최치원(崔致遠)

요주 파양정에서-최치원(崔致遠)

夕陽吟立思無窮(석양음립사무궁) : 석양에 읊조리며 서있으니 생각은 끝없고

萬古江山一望中(만고강산일망중) : 영원한 강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구나

太守憂民疏宴樂(태수우민소연악) : 태수가 백성 염려하여 잔치를 즐겨하지 않으니

滿江風月屬漁翁(만강풍월속어옹) : 강에 가득한 저 바람과 달이 늙은 어부 차지로다



1, 2구를 보자
夕陽吟立思無窮(석양음립사무궁) : 석양에 읊조리며 서있으니 생각은 끝없고
萬古江山一望中(만고강산일망중) : 영원한 강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구나

산문적 의미는,
“해 질 무렵(夕陽) 시를 읊으며 서 있으니(吟立)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思無窮).
오랜 세월(萬古) 그대로 있어온 강산(江山)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一望中).”이다.

여기서 우리는
2구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1구의 전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얻는다.
물론, 다른 관점으로
작가가 의식하지 않았지만, 1구의 상황에 처해있으니까,
그 결과로 2구의 현상이 나타났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왜, 그러한가
해지는 저녁은 낮의 끝이고 밤의 시작이다.
어떤 의미에서, 지나간 하루의 생활을 반성하기 좋을 시간이다.
이러한 때,
작가는 인간의 내면 의식과 감정을 다룬 시를 읊고 있다.
시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된 생각의 단서를 재공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자신의 생활을 떠올리고
그것을 인생의 본질과 관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오늘 있은 생활잡사에서,
최근의 일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나
또는 전부터 작가의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
여러 갈등과 같은 심각한 이야기가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모색의 결과
작가는 평소에 갖지 못한 넓은 시야와
수용적인 마음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평소에서는 눈앞의 현실만이 보이던 작가에게
오늘은 만고강산(萬古江山)이 눈앞에 들어온 것이다.
강산도 그냥 강과 산이 아니라, 만고강산이라고 했다.
평소의 단순히 배경으로서, 도구로서의 사물이 아니라
영원히 있어오면서 인간과 함께 한
소중한 존재로서의 역사성까지 갖춘 강과 산인 것이다.
자신과 주변 사물도 모두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존재로,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확대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연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댓가를 지불해야한다.
그러한 인식을 갖기 위한 사람들은 최소한
1구의 분위기를 의식적으로 찾아야하고, 분위기를 즐겨야만
2구의 사실들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1, 2구는
3,4 구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논리 장치다.

3, 4구를 보자
太守憂民疏宴樂(태수우민소연악) : 태수가 백성 염려하여 잔치를 즐겨하지 않으니
滿江風月屬漁翁(만강풍월속어옹) : 강에 가득한 저 바람과 달이 늙은 어부 차지로다

산문적 의미는,
“태수(太守)가 백성을 근심하여(憂民)해야한다.
만약 태수가 잔치와 음악의 모임(宴樂) 횟수를 줄여주면(疏),
백성들은 각자의 생업에만 열중할 수 있다.
그래야만 고기 잡는 늙은 어부(漁翁)도 강에 나가 편히 고기잡이를 할 수 있다.
강에 가득한(滿江) 바람과 달(風月)을 늙은 어부가 편히 즐길 수 있다(屬).”이다.

옛날 중국의 지방관은
임금을 대신해서 지방을 통치했다.
그러나 권력이 분리되지 않아, 지금보다 더 강한 행정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이 태수 한 사람의 통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만큼 중앙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것은 방대한 영토에 비해, 교통과 통신의 불편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방관에 의한 가렴주구가 쉽게 일어나고, 그 사실이 덮혀질 수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백성들은 훌륭한 지방관을 맞기를 열망하였다.
지방관인 태수가 그 욕심을 줄여,
잔치와 음악의 여흥 행사를 조금만 줄인다면,
백성들이 생활에 열중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관리로서의 의무감과 책임감 그리고 철학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개인의 생활의 반성을 통해서
넓은 시야와 역사의식을 각성한 작가처럼
관리들도 지도자로서의 각성을 통해서,
백성이 평화롭게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나라 과거에 합격하지 않으면,
고향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와
청운의 꿈을 간직하고,
먼 이국땅에 유학 온 최치원의 당시의 의식 상황을 고려할 때,
작품에 표현된 내용은 최치원의 당시 의식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꿈도 크고 능력도 있는, 최치원의 관리로서의 꿈은
당나라에서는, 외국인이라는 신분적 제약이 있었고
귀국 후 신라에서는, 골품제에 의한 신분적 제약 때문에 좌절되고 말았다.
이러한 그의 좌절이 문학작품으로 분출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이 시는
관료 되기를 희망하는 작가가
<인간적 자각에 기초한 백성을 위하는 관료정신>을 가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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