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月溪)-남효온(南孝溫)
월계 골짝을
건너며-남효온(南孝溫)
水北石山霜後樹(수북석산상후수) : 물 건너 북쪽 돌산, 서리 내린
나무들
水南茅店午時鷄(수남모점오시계) : 물 건너 남쪽 허름한 주점, 한낮 닭 울음소리
蹇驪古棧斜風勁(건려고잔사풍경)
: 바람 거친 낡은 사다리길, 발 저는 노새
細雨蕭蕭過月溪(세우소소과월계) : 부슬부슬 가랑비 맞으며 월계를
지나간다.
작가
남효온(1454~1492)은 조선 중기 문신으로 자는 백공(伯恭), 호는 추강(秋江)이다. 본관은 의령(宜寧)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김종직 문하에서 촉망받던 제자였다. 1478년(성종 9) 성종에게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의 산소인 소릉을 회복시키기를 주장했으나, 임사홍,
정창손의 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생을 유랑하다가 39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문집으로 추강집이 있다.
1,2 구를
보자
水北石山霜後樹(수북석산상후수) : 물 건너 북쪽 돌산, 서리 내린 나무들
水南茅店午時鷄(수남모점오시계) : 물 건너 남쪽 허름한
주점, 한낮 닭 울음소리
산문적 의미는
“물 건너 북쪽(水北)에는 돌산(石山)이 있고, 돌산에는 서리 맞은(霜後) 나무들(樹)이
있다
물 건너 남쪽(水南)에는 초가집(茅店)이 보이는데, 때는 오시(午時)라 닭(鷄) 우는 소리 들려온다.”이다.
서정적
자아는 월계 계곡을 건너고 있다
계곡에는 아찔한 사다리 길이 걸려있다.
그 좁고 불안한 길을 노새와 같이 걷고 있다.
아마도
그는 노새를 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걷고 있는 길이 좁고 흔들릴 뿐 아니라,
계곡에 걸친 사다리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다리 길이 어느 정도로 험한가에 따라
작가가 노새를 타고 느릿느릿 건너고 있을 수도 있다
계곡 건너 북쪽에는
돌산이 있고,
돌산에는 서리 맞은 나무도 보인다.
계곡 건너 남쪽으로는 초가집이 보이고,
초가집 마당에는 한낮의 닭 울음소리
들린다.
빨리 이 불안한 사다리 길을 건너서
한낮의 따뜻한 마당에서 닭이 울고 있는 한가한 마을로
작가는 빨리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는
계곡과 서리 내린 차가운 산으로 둘러싸인 험한 산길을
작가가 혼자 노새를 몰고 지나고 있는
정경과
지나가 오후의 한가한 시간, 닭 울음소리 들리는 인가를
발견하고, 그 곳을 따뜻하게 느낀 작가의 소회가 그려져 있다
3,4 구를 보자
蹇驪古棧斜風勁(건려고잔사풍경) : 바람 거친 낡은 사다리길, 발 저는
노새
細雨蕭蕭過月溪(세우소소과월계) : 부슬부슬 가랑비 맞으며 월계를 지나간다.
산문적 의미는
“오래된 낡은 사다리
길(古棧)을, 너무 오래 걸어서 발 저는 노새(蹇驪)가 걷고 있다. 사다리 길(古棧)에는 거센(勁) 바람(風)이 비껴(斜) 불고 있다.
보슬비(細雨)마저 소슬히(蕭蕭) 내린 사다리 길을 걸어 월계 계곡(月溪)을 지나고 있다(過).”이다.
여기서는
험산 계곡을
걷는 작가의 어려운 상황이 묘사된다.
작가가 건너고 있는 계곡의 사다리 길은 좁기도 하거니와
너무 오래되어 삐걱거리고 흔들린다는
것이다
작가의 마음에 불안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말은 오래 걸어서, 이제 다리를 절고
사다리
길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쳐서 다리가 흔들리고
을씨년스럽게 가을비까지 내린 것이다.
보슬보슬 무심코 내린 가을비는 다리를 미끄럽게
한다.
미끄러워진 다리는 시적 자아에게는
갑자기 생긴 눈앞의 재앙인 것이다
자칫 잘못 딛기라도 한다면
미끄러져 계곡
흐르는 물에
굴러 떨어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한 상황에서
작가는 이곳을 벗어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며 사다리 길을 건너고 있다는 뜻이다
잠시 쉬어갈 따뜻하고 평화로운 곳
햇볕이 따사로운 뜰에서 한가하게 닭이 우는
사람 사는 정겨운 마을을 마음에 그리면서
계곡 길을 건너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여기서
서정적 자아가 처한
어려운 상황과 불안한 내면이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서리 내린 험한 계곡을
가을비 내린 미끄러운 사다리 길을
한 필의 노새에
의지하고 건너고 있는 불안한 처지인 것이다
또한 이 시는
작자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벼슬에서 물러나 전국을 떠돌다가
39세의 나이로 요절한 생애를 감안해 볼 때,
작가의 낙망한 현실 생활의 처지가
우의적으로 형상화 된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