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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증좌소산인-박지원

증좌소산인(贈左蘇山人)-박지원(朴趾源)

좌소산인에게-박지원(朴趾源)

我見世之人(아견세지인) : 이 세상 사람들 살펴보니
譽人文章者(예인문장자) : 남의 문장을 칭찬하는 사람은
文必擬兩漢(문필의양한) : 문장은 꼭 양한을 본떴다 하고
詩則盛唐也(시칙성당야) : 시는 꼭 성당을 본떴다 한다
曰似已非眞(왈사이비진) : 비슷하다는 말은 벌써 참이 아니라는 뜻
漢唐豈有且(한당기유차) : 한당이 어찌 다시 있을 수 있을까
東俗喜例套(동속희예투) : 우리나라 습속은 옛날 투를 즐겨
無怪其言野(무괴기언야) : 당연하게 여기는구나, 촌스러운 그 말을
聽者都不覺(청자도불각) : 듣는 자는 도무지 깨닫지 못해
無人顔發赭(무인안발자) :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하나 없다
騃骨喜湧頰(애골희용협) : 못난 사람은 기쁨이 뺨에 솟아올라
涎垂噱而哆(연수갹이치) : 입을 벌려 웃어 대며 침을 흘리고
黠皮乍撝謙(힐피사휘겸) : 약은 사람은 갑자기 겸양을 발휘하고
逡巡若避舍(준순약피사) : 삼십 리나 넘게 피하는 척하고
餒髥驚目瞠(뇌염경목당) : 허한 놈은 두 눈이 놀라 휘둥그러져
不熱汗如瀉(불열한여사) : 덥지 않은데도 땀 쏟아지고
懦肉健慕羨(나육건모선) : 약골은 굉장히도 부러워하여
聞名若蘅若(문명약형약) : 이름만 들어도 향기 나는 듯한다
忮肚公然怒(기두공연노) : 심술꾸러기는 공공연히 노기를 띠어
輒思奮拳打(첩사분권타) : 주먹 불끈 후려치길 생각만 한다
我亦聞此譽(아역문차예) : 내 또한 이와 같은 기림을 듣고
初聞面欲剮(초문면욕과) : 처음 들을 땐 낯가죽이 에이는 듯했는데
再聞還絶倒(재문환절도) : 두 번째 듣고 나니 도리어 포복절도라
數日酸腰髁(수일산요과) : 여러 날 허리 무릎 시큰하였다
盛傳益無味(성전익무미) : 이름이 알려질수록 더욱 흥미 없어
還似蠟札飷(환사납찰飷) : 밀 조각을 씹은 듯이 도리어 맛이 없더라
因冒誠不可(인모성불가) : 그대로 베껴서는 진정 안 될 말
久若病風傻(구약병풍사) : 오래 되면 마치 발광하여 바보가 된 듯하다
回語忮克兒(회어기극아) : 심술쟁이를 돌아보며 얘기하노니
伎倆且姑舍(기량차고사) : 잔재주 따위는 우선 버리게
靜聽我所言(정청아소언) : 조용히 내가 한 말 들어 보면
爾腹應坦奲(이복응탄차) : 네 마음 응당 너그러워질 것이다
摸擬安足妒(모의안족투) : 흉내쯤이야 어찌 질투할 것 있나
不見羞自惹(불견수자야) : 스스로 끌어내다니 무안하지 않나
學步還匍匐(학보환포복) : 걸음을 배우려다가 도리어 기고
效嚬徒醜䰩(효빈도추䰩) : 찌푸림을 본받으면 단지 추할 뿐
始知畵桂樹(시지화계수) : 이제 알리라, 그려 놓은 계수나무
不如生梧檟(불여생오가) : 생생한 오동만 못하다는 걸을
抵掌驚楚國(저장경초국) : 손뼉 치며 초나라를 놀라게 해도
乃是衣冠假(내시의관가) : 마침내는 의관을 빌린 것이며
靑靑陵陂麥(청청능피맥) : 푸르고 푸른 언덕의 보리를 노래한 것은
口珠暗批撦(구주암비차) : 입속의 구슬을 몰래 빼내기 위함이리라
不思膓肚俗(불사장두속) : 제 속이 속된 줄은 생각 안 하고
强覓筆硯雅(강멱필연아) : 아름다운 붓 벼루만 애써 찾는구나
點竄六經字(점찬육경자) : 육경의 글자로만 점철하는 건
譬如鼠依社(비여서의사) : 비하자면 사당에 의탁한 쥐와 꼭 같다
掇拾訓詁語(철습훈고어) : 훈고의 어휘를 주워 모으면
陋儒口盡啞(누유구진아) : 못난 선비들 입이 다 벙어리 된다
太常列飣餖(태상열정두) : 태상이 제물을 벌여 놓으니
臭餒雜鮑鮓(취뇌잡포자) : 절인 생선과 젓갈 섞여 썩은 냄새 진동하고
夏畦忘疎略(하휴망소략) : 여름철 농사꾼이 허술한 차림 잊고
倉卒飾緌銙(창졸식유과) : 창졸간에 갓끈과 띠쇠로 겉치장한 셈이라
卽事有眞趣(즉사유진취) : 눈앞에 참된 흥취 들어 있는데
何必遠古抯(하필원고저) : 하필이면 먼 옛것을 취해야 할까
漢唐非今世(한당비금세) : 한당은 지금 세상 아닐 뿐더러
風謠異諸夏(풍요이제하) : 우리 민요 중국과 다르다
班馬若再起(반마약재기) : 반고나 사마천이 다시 태어나도
決不學班馬(결불학반마) : 반고나 사마천을 모방 아니 할 것이다
新字雖難刱(신자수난창) : 새 글자는 창조하기 어렵더라도
我臆宜盡寫(아억의진사) : 내 생각은 마땅히 다 써야 할 것이다
奈何拘古法(내하구고법) : 어찌하여 옛 법식에 구속이 되어
刦刦類係把(겁겁류계파) : 허겁지겁 붙잡고 매달린 듯 하나
莫謂今時近(막위금시근) : 지금 때가 천하다 이르지 마라
應高千載下(응고천재하) : 천년 뒤에 비한다면 당연히 고귀하리라
孫吳人皆讀(손오인개독) : 손자와 오자의 병서 사람이 모두 읽지만
背水知者寡(배수지자과) : 배수진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다
趣人所不居(취인소불거) : 남들이 사 거하지 않은 곳에 달려감은
獨有陽翟賈(독유양적가) : 오직 저 여불위란 큰 장사치뿐이었다
而我病陰虛(이아병음허) : 이 몸은 음귀가 허해 병이 깊어져
四年疼跗踝(사년동부과) : 사 년째 다리가 쑤시고 아팠다
逢君寂寞濱(봉군적막빈) : 적막한 물가에서 그대를 만나니
靜若秋閨姹(정약추규차) : 가을철 쓸쓸한 규방의 미인마냥 얌전하다
解頤匡鼎來(해이광정래) : 웃음을 자아내는 광형이 방금 온 듯
幾夜剪燈灺(기야전등사) : 몇 밤이나 등잔 심지 돋우었던가
論文若執契(논문약집계) : 글 평론 약속한 듯 꼭 들어맞으니
雙眸炯把斝(쌍모형파가) : 두 눈을 빛내며 술잔을 잡는다
一朝利膈壅(일조이격옹) : 하루아침에 막힌 가슴 내려가니
滿口嚼薑葰(만구작강준) : 입에 가득 매운 생강 씹은 맛이어라
平生數掬淚(평생수국루) : 평생에 숨겨 둔 두어 줌 눈물
裹向秋天灑(과향추천쇄) : 싸 두었다 가을 하늘에다 뿌린다
梓人雖司斲(재인수사착) : 목수가 나무 깎길 맡았지마는
未曾斥鐵冶(미증척철야) : 대장장이를 배척한 일이 없었다
圬者自操鏝(오자자조만) : 미장이는 스스로 쇠흙손 잡고
蓋匠自治瓦(개장자치와) : 기와장이는 제 스스로 기와 만든다
彼雖不同道(피수불동도) : 그들이 방법 같지 않지만
所期成大厦(소기성대하) : 목적은 큰 집을 짓자는 것이다
悻悻人不附(행행인불부) : 저만 옳다 하면 남이 붙지 않고
潔潔難受嘏(결결난수하) : 지나치게 고결하면 복을 못 받는다
願君守玄牝(원군수현빈) : 그대는 아무쪼록 현빈을 지키고
願君服氣姐(원군복기저) : 아무쪼록 기저를 장복하게나
願君努壯年(원군노장년) : 부디 한창 젊을 적에 노력한다면
專門正東閜(전문정동하) : 전문이 바로 동쪽으로 활짝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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