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酒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 (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此中有眞意 (차중유진의)
欲辨已忘言 (욕변이망언)
짚 엮어 초가 세워 이 외진 곳에 사노라니,,
말 울음과 수레의 소란조차 들리지 않네,,
자네에게 묻노니 그대는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멀어지니 이곳조차 가물해지는가,,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서,,
고요히 남산(南山)을 바라보자니,,
산중에 비추인 저녁노을이라 저리도 아름다운데,,
저 이름모를 새들도 서로 짝지어 돌아가네,,
이런 풍경에 세상이치 들어 있으니,,
말로 표현하고자 하나 이미 말조차 잊어버렸네,, (陶淵明)
앞서 누가 시제(詩題)가 음주(飮酒)인데 술 얘기가 아니더라고 했으나,,
어딜 봐도 술 얘기이다,,
술을 마시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고독이 진할 것이며,,
그 외로움을 원망하는데 어찌 저리도 순수할까,,
그 취기(醉氣) 어린 두 눈으로 본 후에야 비로소 세상 이치가 저렇듯 자연에 순응하는 바인줄 아니,,
바로 저 절구(絶句)야말로 취한 후 읊조리는 주정이 아니겠는가,,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초가를 지어 인가 몇편있는 자그마한 마을에 살다보니,,
한낮에 바삐 다니는 마차도 보이지않고 고요함이 오히려 귀청 아프게 할때도 빈번한 듯하다,,
사연이야 모르나 저 적막한 곳에 자리잡아 살다보면,,
대자연의 묵직한 숨소리가 태풍처럼 거세게 귀를 울릴때도 있으니,,
차라리 고요하다는 말이 소란스럽기조차 하다,,
이런 곳에서 누구에게 푸념을 할까,,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이니,,
바로 내 마음이 저 멀리 외져 있으니 내가 사는 이곳도 구석 한편에 감춰진 듯,,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서,,
담담히 남산(南山)을 바라보니,,
그 향기 베옷에 스미어,,
붉은 노을에 물들여진 산을 바라봄이 어찌 산을 봄이겠는가,,
저 하늘에 새들도 서로가 짝을 지어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 품에 스민 국화향(菊花香)만을 품은채 홀로 돌아서는 내 모습이,,
애써 무릎을 치며 세상의 순리가 다름아닌가,,
하며 씁쓸히 미소지으며 돌아서는 저 이의 취기어린 눈에 맷힌 것이,,
어찌 눈물이라 아니할까,,
여지없이 흐르는 거대한 자연을 보고,,
다만 흐르는 피에 술을 섞어,,
목에까지 메이는 수없는 말들이,,
차마 말로 다하지 못하여 그저 애써 웃으며 돌아서는 저 노인이,,
바로 도연명(陶淵明)이로구나,,
비록,,
酒 字를 쓰지 않아도,,
저 오십 글자 하나하나에 술로 적시어 놓은 채,,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노을에 눈을 비추인 저 신선이야말로,,
영락없는 도연명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