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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농암집서-김창흡

農巖集序(농암집서)-金昌翕(김창흡)

我仲氏農巖先生旣沒之踰年(아중씨농암선생기몰지유년) : 나의 중씨(仲氏) 농암 선생(農巖先生)이 별세한 이듬해에
門人金時佐等(문인금시좌등) : 문인 김시좌(金時佐) 등이
裒輯其遺文(부집기유문) : 선생의 유문(遺文)을 수집ㆍ선별하고
略有刊汰編次(략유간태편차) : 편차를 정하여
爲三十餘卷(위삼십여권) : 30여 권으로 묶었다.
將以印行于世(장이인행우세) : 그러고는 인쇄하여 세상에 간행하기에 앞서
謂昌翕合有一語(위창흡합유일어) : 나 창협에게 한마디 말로
以著卷尾(이저권미) : 서문을 써 달라고 부탁하였다.
嗚呼(오호) : 아,
先生之蘊(선생지온) : 선생의 온축한 학문이
其高大遠密(기고대원밀) : 높고 크고 심원하고 정밀하여
匪斯集可盡(비사집가진) : 이 문집으로 다 드러낼 수 없는 것이다.
若余鹵莽(약여로망) : 나처럼 학문이 깊지 못한 사람은
於斯集猶未之究(어사집유미지구) : 이 문집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其何以有所發揮哉(기하이유소발휘재) : 선생의 진면모를 어떻게 다 드러낼 수 있겠는가.
然竊念在昆季中(연절념재곤계중) :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형제들 중에
論其齒比而周旋者廣(론기치비이주선자광) : 선생과 가장 나이가 비슷하고 많은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은
則惟昌翕爲然(즉유창흡위연) : 바로 나였다.
粤自左提右挈(월자좌제우설) : 부모님이 좌우에서 손잡고 이끌어 주시던 어린 시절부터
以至長大且老(이지장대차로) : 장성하여 어른이 되고 또 노년에 이르기까지,
其間同案而連業(기간동안이련업) : 나는 선생과 한 밥상에서 밥을 먹고 선생에게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하였다.
若藏修之爲某所(약장수지위모소) : 그 과정에서 나는 선생이 학업에 전념했던 장소는 어디이며,
呻佔之爲某書(신점지위모서) : 선생이 즐겨 읽고 읊조렸던 글은 어떤 글인지를
旣皆歷歷矣(기개력력의) : 낱낱이 보아 왔다.
亦其追踵步驟(역기추종보취) : 그리고 선생은 학문의 순서를 차근차근 밟아
從淺入深(종천입심) : 천근한 데서 심오한 경지로 들어가서는
穿歷乎文苑理藪者(천력호문원리수자) : 뛰어난 문학서와 철학서를 두루 섭렵하였는데,
終始覩其難窮(종시도기난궁) : 나는 그 과정에서 도저히 따라잡기 어려운 선생의 높은 경지를 보아 왔다.
則以是爲述(즉이시위술) : 이러한 내용으로 서문을 쓰는 것도
其亦可乎(기역가호) : 괜찮지 않을까 한다.
先生生而朗悟(선생생이랑오) : 선생은 총기를 타고나
慧解絶倫(혜해절륜) : 지혜가 남달랐는데,
甫踰髫齔(보유초츤) : 겨우 일여덟 살을 지나면서부터
已能潛心竹素(이능잠심죽소) : 서책에 마음을 쏟았는데
忘寢與食(망침여식) : 침식을 잊을 정도였다
家人或失所在(가인혹실소재) : 때로는 집안사람이 선생을 한참 찾다가
搜得於几閣僻奧(수득어궤각벽오) : 책장 한구석에서 발견하기도 하였는데,
則兀然手一編也(즉올연수일편야) : 그럴 때면 선생은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고요히 앉아 있곤 하였다.
出而端坐(출이단좌) : 이윽고 서고에서 나와 단정히 앉아
咿唔之聲(이오지성) : 글을 읽으면 그 소리가
若裂金石(약렬금석) : 마치 금석(金石)을 쪼개듯 낭랑하였고
其高下往復(기고하왕복) : 높고 낮게 반복되는 음조가
妙有韻折(묘유운절) : 오묘한 가락을 이루었다.
婦孺聳聽(부유용청) : 그리하여 무지한 아녀자와 아이들도
以當韶匀(이당소균) : 그 소리에 반하여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 것처럼 귀를 기울일 정도였다.
其中進士(기중진사) : 선생이 진사시에 입격한 것은
未弱冠也(미약관야) : 약관(弱冠)이 되기 전이었다.
是時(시시) : 그 당시
朝野淸平(조야청평) : 조야(朝野)는 태평하고
門戶華赫(문호화혁) : 가문은 번성하였으니,
先生之意(선생지의) : 선생의 마음이
若將乘運高蹈(약장승운고도) : 시운을 타고
大鋪鴻藻(대포홍조) : 두각을 드러내어
以應一世黼黻笙簧之需(이응일세보불생황지수) : 유감없이 문장솜씨를 발휘함으로써 예악 정치의 시대적 요청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優優乎沛有餘地(우우호패유여지) :
吾則以淵(오칙이연) : 그래서 나는 저 옛날 자연(子淵)과 자운(子雲)주D▴001이 문장으로 나라를 빛냈던 그와 같은 업적을 선생에게 기대하였다.
雲華國之業(운화국지업) :
擬先生也(의선생야) :
及至乙卯以後(급지을묘이후) : 그러나 을묘년(1675, 숙종1) 이후로
世途與家運(세도여가운) : 선생은 날로 험해지는 세상과 기울어져 가는 가운(家運)으로 인해
日入於艱(일입어간) : 매우 불우하였다.
大牢騷矣(대뢰소의) :
流離南北(류리남북) : 선생은 남북으로 떠돌며
備經佗傺(비경타제) : 온갖 역경을 다 겪었는데,
則先生之跡(칙선생지적) : 당시 선생의 자취는
散在於月出(산재어월출) : 월출산(月出山)과
寶蓋之間(보개지간) : 보개산(寶蓋山) 부근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而稍稍斂華就實(이초초렴화취실) : 이때 선생은 부화(浮華)한 문장을 차츰 거두고 실질적인 학문을 추구하여
味其無味(미기무미) : 특별한 맛이 없는 담박한 것을 즐겼다.
其用力乎紛羅箋註(기용력호분라전주) : 경전의 복잡다단한 주석을 연구,
莫不綜櫛其絲毛(막불종즐기사모) : 세세한 부분까지 빠짐없이 종합 정리하고
解剝其肯綮(해박기긍계) : 중요한 핵심을 낱낱이 분석하였는데,
儼然朱黃(엄연주황) :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엄밀한 교감(校勘)과
積有箚錄(적유차록) : 정정(訂正)이 쌓여 책자가 되었다.
吾又以馬鄭專門之學(오우이마정전문지학) : 그래서 나는 또 마융(馬融)과 정현(鄭玄)이 이루었던 것과 같은 훈고학의 성취를
待先生也(대선생야) : 선생에게 기대하였다.
自是而立朝論思(자시이립조론사) : 그 뒤에 선생은 조정에 논사(論思)의 직임으로 있었는데,
其見於金華之筵者多矣(기견어금화지연자다의) : 그 당시 경연석상에서 종종 두각을 드러내어
隱然儒林間望隆而地崇矣(은연유림간망륭이지숭의) : 은연중에 유림에서의 명망과 지위가 높아졌다.
則嗚呼(즉오호) : 아, 그러나 마
遭己巳之禍(조기사지화) : 침 기사환국(己巳換局)이 터지고 말았다.
白雲樹屋(백운수옥) : 선생은 이때 백운산(白雲山)에 들어가 집을 짓고 살며
始以農巖爲號(시이농암위호) : 농암(農巖)이라는 호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身之旣廢(신지기폐) : 임금에게 버림받고 은거하는 몸으로,
道亦日損矣(도역일손의) : 세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날로 줄어들었다.
隱求初志(은구초지) : 그리하여 처음 품었던 뜻을 단단히 지켜
惟濂洛關閩是程(유렴락관민시정) : 오직 염(濂)ㆍ낙(洛)ㆍ관(關)ㆍ민(閩)의 학문만을 추구하였다.
先生之所以安身立命(선생지소이안신립명) : 선생이 천명에 순응하여 참된 본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蓋以是終焉(개이시종언) : 이러한 자세를 끝까지 견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竊嘗論學(절상론학) : 학문에 대해 논하자면,
於三代以後(어삼대이후) : 하(夏)ㆍ은(殷)ㆍ주(周) 삼대(三代) 이후에는
其等有三(기등유삼) : 그 등급을 셋으로 대별할 수 있으니,
文章也(문장야) : 문장(文章)ㆍ
訓詁也(훈고야) : 훈고(訓詁)ㆍ
儒者之學也(유자지학야) : 유자(儒者)의 학문이 그것이다.
伊川先生(이천선생) : 이천 선생(伊川先生)까지만 해도
嘗以此語學者(상이차어학자) : 생도들에게 이 점을 말해 주어
勉其務本(면기무본) : 근본에 힘쓰도록 권면하였다.
然自朱子猶不能直造其約(연자주자유불능직조기약) : 그런데 주자(朱子)는 유자의 학문으로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紛然用心於楚辭古詩兵禪等書者(분연용심어초사고시병선등서자) : 초사(楚辭)ㆍ고시(古詩)ㆍ병서(兵書)ㆍ선서(禪書) 등에 어지럽게 마음을 썼는데,
自其少年習氣(자기소년습기) : 이는 소년시절의 습관에 의한 것이었다.
旋覺其差而損去也(선각기차이손거야) : 그러나 곧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탈피해 나갔다.
然則苟非自誠明者(연즉구비자성명자) : 이와 같은 주자의 실례로 볼 때, 성인의 자질을 타고나 처음부터 사리에 밝은 자가 아니라면
鮮能免此(선능면차) : 이러한 습관에 빠지는 것은 면할 수 없다 하겠다.
卽先生之終始博約(즉선생지종시박약) : 선생의 학문이 외연(外延)을 확장했다가 유자의 학문으로 수렴되면서
大略有三變(대략유삼변) : 대략 세 번의 변화를 겪었던 것도
亦非可諱者也(역비가휘자야) :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然先生之所以爲先生(연선생지소이위선생) : 그러나 선생의 고유한 특성은
簡易而已矣(간역이이의) : 오직 간결 평이함뿐이었다.
自其一心印出而散於云爲者(자기일심인출이산어운위자) : 선생은 그 진리를 체득한 마음에서 발로하여 말과 행동으로 표출된 일들이
無適而不隣於明通公溥(무적이불린어명통공부) : 어느 것 하나 툭 트이고 공정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故其於纘言(고기어찬언) : 그러므로 글을 지을 때에는
不能爲蹈襲尋撦(불능위도습심차) : 옛사람의 글을 답습하거나 표절하지 않은 결과
則純乎己出而已(칙순호기출이이) : 모든 글이 독창적이었고,
其於釋經(기어석경) : 경전을 해석할 때에는
不能爲穿鑿牽强則怡然理順而已(불능위천착견강칙이연리순이이) : 천착하거나 견강부회하지 않은 결과 논리가 순하였다.
過此而存誠致知(과차이존성치지) : 한 단계 더 나아가 참된 본성을 보존하고 사물의 이치를 두루 깨치는
造乎深密(조호심밀) : 심오한 경지에 나아간 것도
要亦爲一味簡易而已(요역위일미간역이이) : 요컨대 오직 간결 평이함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覽斯集者(람사집자) : 이 문집을 보는 사람이
雖欲初晩之別(수욕초만지별) : 초년과 만년의 작품을 구별하여
而粹駁是揀(이수박시간) : 순수한 도(道)와 잡박한 문(文)으로 분간하려 아무리 애를 쓴다 하더라도,
其如泯然一色焉何哉(기여민연일색언하재) : 모든 글이 한결같은 것을 어찌하겠는가.
詩曰(시왈) : 《시경(詩經)》에
威儀棣棣(위의체체) : “의젓한 몸가짐 빈틈이 없어,
不可選也(불가선야) : 무엇이 훌륭하다 꼽을 수 없네.”라고 하였다.
夫旣不可選矣(부기불가선의) : 따로 꼽을 수가 없으니,
又何文與道之異論乎(우하문여도지이론호) : 또 어찌 문(文)과 도(道)를 분리하여 논할 수 있겠는가.
文有未至(문유미지) : 불완전한 문(文)은
亦非所謂道也(역비소위도야) : 도(道)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夫爲文之術(부위문지술) : 문(文)을 짓는 방법에는
凡有三要(범유삼요) : 세 가지 요체가 있으니,
理不可不精確(리불가불정확) : 첫째, 이치가 정밀하고 분명하지 않으면 안 되고,
氣不可不昌大(기불가불창대) : 둘째, 기운이 왕성하지 않으면 안 되고,
詞不可不煥爛(사불가불환란) : 셋째, 언어 구사가 무르익지 않으면 안 된다.
今轅飾而人庸(금원식이인용) : 수레가 아름답게 꾸며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詞之喩也(사지유야) : 무르익은 언어 구사와 같고,
水大而物浮(수대이물부) : 물이 깊어 물건이 뜰 수 있는 것은
氣之謂也(기지위야) : 왕성한 기운과 같다.
二者之形(이자지형) : 이 두 가지는 형상은
其精明純粹者之攸載乎六經尙矣(기정명순수자지유재호륙경상의) : 오래전부터 깨끗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육경(六經)에 실려 있었다.
固純乎一理者也(고순호일리자야) : 육경은 순전히 이치를 밝힌 글인데도,
然浩然兩間之塞(연호연량간지새) : 천지에 충만한 왕성한 기운과
燦然三光之麗(찬연삼광지려) :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찬란한 아름다움까지
具在其中(구재기중) : 이처럼 모두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則髣髴有三者之可名焉(칙방불유삼자지가명언) : 그렇다면 육경에서는 이 세 가지 요체를 모두 지목해 낼 수 있다 하겠다.
降自八代(강자팔대) : 그러나 팔대(八代) 이후로는
天下之文(천하지문) : 천하의 문(文)이
裂矣(렬의) : 분해되어
不合不該(불합불해) : 세 가지 요체를 두루 갖추지 못하였으니,
罕覩夫彬彬大雅(한도부빈빈대아) :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룬 위대한 문(文)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故詞人之文(고사인지문) : 그러므로 문장가의 문은
專騖乎馳騁粉澤(전무호치빙분택) : 유창함과 수사적인 기교만 추구하고, 경
經生之文(경생지문) : 학자의 문은
偏滯夫蒼鹵樸遬(편체부창로박칙) : 진지함과 질박함에만 비중을 두었다.
所謂儒者之立言(소위유자지립언) : 그리고 이른바 유자(儒者)의 문(文) 중에,
則僭如續經(칙참여속경) : 《속경(續經)》처럼 참람되고 《
贗如法言者(안여법언자) : 법언(法言)》처럼 거짓된 것은
俳優偎儡(배우외뢰) : 순전히 남에게 보이기 위해 주관 없이 지어진 것으로
質文俱喪(질문구상) : 그 내용과 형식이 모두 잘못되었으니,
斷乎爲六經之賊耳(단호위륙경지적이) : 단연코 육경을 해친 것이라 할 수 있다.
昌黎(창려) : 창려(昌黎 한유(韓愈))는
文而儒者也(문이유자야) : 문장가이면서 유자이라
氣則昌矣(기칙창의) : 기운이 왕성하고
詞則煥矣(사칙환의) : 언어 구사가 무르익었다.
然原道師說(연원도사설) : 그러나 〈원도(原道)〉와 〈사설(師說)〉 같은 작품은
欲其多而不可得者也(욕기다이불가득자야) : 많이 지으려 했으나 겨우 몇 편에 불과하였고
毛穎送窮(모영송궁) : 〈모영전(毛穎傳)〉과 〈송궁문(送窮文)〉 같은 작품은
欲其删而不可存者也(욕기산이불가존자야) :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
至以孟子之宏博(지이맹자지굉박) : 심지어 크고 넓은 규모의 맹자(孟子)를
降伍乎相如(강오호상여) : 깎아내려 사마상여(司馬相如)와 동렬에 세우고
于頔之渾噩(우적지혼악) : 흐리멍덩한 우적(于頔)의 문장을 추켜세워
上配於六經(상배어륙경) : 육경에 비기기까지 하였으니,
甚矣(심의) : 심하다 하겠다.
其諂諛浮浪(기첨유부랑) : 이처럼 무리하게 아첨하고 실없었던 그에 대해
幾乎無理(기호무리) : 얼마나 무리한가
以是而謂周情孔思(이시이위주정공사) : 주공(周公)의 마음과 공자의 생각을 지녀
以是而謂日光玉潔(이시이위일광옥결) : 태양처럼 빛나고 옥처럼 깨끗하다는 둥 칭송을 하다니,
嗚呼殆矣(오호태의) : 아, 참으로 황당하다.
歐陽(구양) : 구양수(歐陽脩)는
淺者耳(천자이) : 수준이 낮긴 해도
純則有之(순칙유지) :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다.
若以夫六一華暢之辭(약이부륙일화창지사) : 아름답고 조리 있는 그의 문장에
融橫渠玄奧之理(융횡거현오지리) : 횡거(橫渠 장재(張載))의 심오한 이치를 융합하면
亦可以無憾矣(역가이무감의) : 유감이 없을 텐데,
而惜乎其湊會之難邂逅(이석호기주회지난해후) : 애석하게도 이 두 가지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을 만나 보기란 쉽지 않다.
而有先生焉(이유선생언) : 그러나 선생은
言固有大而非誇者(언고유대이비과자) : 바로 그러한 것을 완비한 경우이다.
愚竊以是自信也(우절이시자신야) : 실로 지나치게 말해도 과장되지 않은 말이 있는 법인데,
抑先生之難及(억선생지난급) : 선생에 대한 나의 이 평가가 그러한 경우라고 자부한다.
亦有三焉(역유삼언) : 선생은 또 뛰어난 점이 세 가지가 있다.
夫言天下之至賾(부언천하지지색) : 첫째, 천하의 지극한 이치를 말하려면
則詞費而理隱者有矣(즉사비이리은자유의) : 말만 많아지고 이치를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獨能簡潔以闡之(독능간결이천지) : 선생은 간결한 말로 그 이치를 다 드러내었다.
折衆口之淆亂(절중구지효란) : 둘째, 어지러운 중론(衆論)을 꺾으려면
則氣激而論拗者有矣(즉기격이론요자유의) : 말투가 격해지고 논리가 빗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獨能和易以暢之(독능화역이창지) : 선생은 부드러운 말투로 막힘없는 논리를 폈다.
到長辭之垂畢(도장사지수필) : 셋째, 긴 문장을 끝맺을 즈음이면
則節遽而音促者有矣(즉절거이음촉자유의) : 말의 흐름이 급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獨能整暇以收之(독능정가이수지) : 선생은 신중하고 여유롭게 마무리를 지었다.
試看夫於其晻翳也(시간부어기엄예야) : 선생의 글을 보면, 숨어 있던 이치가
而氷壺秋月之瑩焉(이빙호추월지형언) : 가을달처럼 환히 빛나고,
於其掊擊也(어기부격야) : 이견(異見)에 대한 논박이
而和風慶雲之會焉(이화풍경운지회언) :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於其急滾也(어기급곤야) : 긴 문장의 말미에
而行采齊鳴和鸞之節焉(이행채제명화란지절언) : 조화로운 음악이 울리는 듯하다.
韓子所謂昭晰者無疑(한자소위소석자무의) : 한자(韓子)의 “이치를 환히 알면 문장도 논리가 분명하고,
優游者有餘(우유자유여) : 성품이 느긋하면 문장도 여유롭다.”는 말도 선
猶有未盡贊者乎(유유미진찬자호) : 생의 문장을 찬미하기에 미진하다 할 것이다.
蓋天地間(개천지간) : 천지간에는
固自有順氣中聲(고자유순기중성) : 실로 순한 기운과 조화로운 소리가
不乖不雜(불괴불잡) : 사리에 어긋나거나 잡된 것이 섞이지 않아
與人心相流通者(여인심상류통자) : 사람의 마음과 통하는 점이 있다
自然成象而入律(자연성상이입률) : 그것은 저절로 형상과 음률을 이루는데,
一涉作爲(일섭작위) : 조금이라도 작위(作爲)를 가하면
輒間隔以失之矣(첩간격이실지의) : 곧 그 기운과 소리에서 멀어져 그러한 형상과 음률을 잃어버리게 된다.
得之自我先生久矣(득지자아선생구의) : 그런데 선생은 이미 오래전에 그러한 글을 써내었으니,
夫文與道二而於是乎一矣(부문여도이이어시호일의) : 본디 별개인 문(文)과 도(道)가 선생의 글에서는 일체가 되었다.
況在今衰季偏邦(황재금쇠계편방) : 더구나 지금과 같은 말세에, 그것도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乃能備三要而集三難(내능비삼요이집삼난) : 문(文)을 짓는 세 가지 요체를 모두 갖추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 가지 뛰어난 점을 한 몸에 지녔으니,
尤爲其難(우위기난) :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卽末而推其本(즉말이추기본) : 선생의 글을 가지고 선생의 인품을 추론해 보면,
其和順英華之符也歟(기화순영화지부야여) : 온화하고 순리로운 성품이 내면에 쌓여 아름다운 광채가 밖으로 드러난다는 말이 진실임을 알 수 있다.
嗚呼(오호) : 아,
三洲承誨之夕(삼주승회지석) : 내가 삼주(三洲)에서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던 저녁이면,
屢見其蹙然攢眉曰(루견기축연찬미왈) : 선생은 종종 잔뜩 미간을 모으고,
文人惡業(문인악업) : “문인(文人)의 악업(惡業)이
無時可了(무시가료) : 끝날 때가 없구나.
恐妨我晩年讀易(공방아만년독역) : 《역경(易經)》을 읽는 내 만년 공부에 해로울 텐데.”라고 말하곤 하였다.
斯可見返約工夫(사가견반약공부) : 여기에서, 내실을 추구하는 선생의 공부가
向晦愈密而默而成之(향회유밀이묵이성지) : 노년으로 갈수록 한층 더 면밀해졌고 묵묵히 실천하여 성취한 것은
存乎德行(존호덕행) : 덕행이 있어서였으며,
殆將六十化而不止也(태장륙십화이불지야) : 나이 예순을 앞두고도 꾸준한 변화를 멈추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此又門人之不可不與聞者(차우문인지불가불여문자) : 이 점도 문인(門人)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기에
故並以爲述(고병이위술) : 아울러 서술하였다.
崇禎紀元後八十二年己丑九月(숭정기원후팔십이년기축구월) : 숭정(崇禎) 기원후 82년 기축(1709, 숙종35) 9월에
弟昌翕(제창흡) : 아우 창흡(昌翕)이
謹述(근술) : 삼가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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