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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이야기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권송택.한양대

들어가는 말
아마 음악역사상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처럼 ‘유머(humor)가 넘친다’, ‘위트(wit)
있다’, ‘아이러니(irony)하다’는 말을 자주 들은 음악가는 없을 것이다. 그의 음악에서 풍기는
재치, 장난스러움, 유쾌함 때문일 것이다. 하이든 음악에 나타나는 이러한 희극성은 그의 희
극 오페라뿐만 아니라 교향곡, 실내악과 같은 기악음악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기악음악
에서 희극성을 알아차리기란 막연하지만, 그의 음악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협화와 불협화 혹
은 f 와 p 의 갑작스러운 대조, 그리고 음악 양식, 토픽, 성부짜임새 등에 있어서의 극단적인
대비, 또는 거짓 재현과 같은 이성적인 속임수가 그의 유머를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음악학자 하슬러(Bellamy Hosler)는 음악에서 이러한 대조의 미학은 18세기에 본격적으
로 발달하기 시작한 이탈리아 기악음악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작곡가들은 이 새로
운 장르에 특이한 것, 놀라운 것, 갑작스러운 대비 효과 등을 실험하며 청중에게 다가섰다고
하였다.1) 칸타빌레의 성악선율과 전혀 다른 이러한 음악적 언어가 작곡가들이 가사로부터
해방된 기악음악에서 누리는 자유였다. 당대 비평가들은 이러한 기악음악을 가볍고, 산만하
고, 응집력이 없다고 비난했지만, 이에 영향을 받은 독일음악은 오히려 여러 종류의 대조성
을 만들어내고 이를 융합하는 응집력, 즉 다양성 안에서의 통일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크반


* 이 논문은 2009년 한양대학교 일반연구비 지원으로 연구되었음(HY-2009-G).
1) Bellamy Hosler, Changing Aesthetic Views of Instrumental Music in 18th Century Germany (UMI Research Press,
198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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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Johann Joachim Quantz 1697-1773)는 음악이 주는 즐거움은 일관성이나 응집성이 아니
라 오히려 다양성이라고 하며, 다양성에 'Abwechselung'이란 용어를, 여러 음악적 요소들의
혼합 혹은 대비에 ‘Vermischung'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그 중요성에 대해 논했다.2) 그는 이
러한 대비와 다양성이 주의를 환기시키고 감정을 분명하게 나타내 청자에게 감동을 준다고
하였다.
기악음악에서 청자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샤이베(Johann Adolph
Scheibe 1708-1776), 마테존(Johann Mattheson 1681-1764), 레오폴트 모차르트(Leopold
Mozart 1719-1787), 크반츠, C. P. E. 바흐(Carl Philip Emanuel Bach 1714-1788)가 모두 한
소리로 언급했던 ‘청자의 기대를 생각하며 연주하는 즐거움’이다.3) 음악은 시간적 예술이기
때문에 청자의 예상과 달리 주제가 제자리에 나오지 않을 때나 나올 곳이 아닌 곳에 나왔을
때나 혹은 많이 변형되었을 때, 또는 화성이 우리의 귀가 예상한 진행을 벗어날 때, 감정이
표현되며 그들의 영혼을 움직인다고 하였다. 즉 음악에서 예기치 않은 것이 등장하면 그것이
단지 지루함을 없앨 뿐만 아니라 청자의 지성이나 영혼을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기악음악에서 어떤 것이 단지 귀를 간질이고 웃음을 선사하는 요소이고, 어떤 것이 주
의를 환기시켜 감동을 주고 영혼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인지의 경계를 분명하게 그을 수는 없
겠지만, 하이든이 이러한 요소들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여 음악적 유머를 만들어내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음악은 같은 시간적 예술 장르인 문학과 자주 비교되어 설명되며, 이 두 장르의 희극성 또
한 같은 시각에서 자주 비교된다. 여기에서 음악과 비교할 수 있는 문학의 희극성도 단지 글
을 읽고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희극성 뿐만 아니라 독자의 지성을 자극하여 영혼을 움직이는
함축적인 희극성까지 포함한다. 하이든 당대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그의 희극성은 동시대
영국문학가였던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 1713-1768)의 소설과 자주 비교되어왔다.4)


2) Johann Joachim Quantz, Versuch einer Anweisung die Flöte traversière zu spielen , facsimile ed., ed. Hans-peter
Schmitz (Beverly Hills, California, 1953), Chapter 18, 2. Hosler, Changing Aesthetic Views , 17-18에서 재인용.
3) Johann Adloph Scheibe, Der cristische Musicus, 2nd ed. (Leipzig, 1745), 622-624; Johann Mattheson, Der
vollkommene Capellmeister (Hamburg, 1739), 2. 4. 31; Leopold Mozart, Versuch einer gründlichen Violinschule,
facsimile ed. (Vienna, 1922), 200; Quantz, Versuch , 15. 5, 15. 11, 15. 18; Carl Philip Emanuel Bach, Versuch über die
wahre Art das Clavier zu spielen (Berlin, 1759), 123, 127. Hosler, Changing Aesthetic Views, 20-21에서 재인용.
4) 하이든과 스턴의 작품에 대한 비교 연구는 음악학자 에반 반즈와 하워드 어빙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반즈의 논문에서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41


본 논문에서는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의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는 스턴과
하이든의 희극성에 대해 알아보고, 하이든의 작품에 나타나는 희극성은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어떻게 다양하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작품에 나타나는 기법들을 찾아 그의 희극성이
어떻게 음악적 아이러니를 이끌어내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하이든의 유머는 그의 많은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겠지만, 청자의 기대에 어긋나는 놀람으
로부터 창출되는 희극성은 청중이 그 게임에 참여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청자
와 연주자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성립되는 실내악이 이러한 희극성을 전달하기에 알맞은 매
체였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음악의 예를 현악사중주에서,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하이든 음악의 양식적 분류에 있어서 중요한 기점으로 여기는 현악사중주 Op.
33에서 찾아보았다.5) 이 현악사중주는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치 궁에 고용되어 있었으면서도
외부 출판과 판매를 허가받은 첫 번째 작품이기 때문에 주문 없이 자유롭게 작곡되었으며,
동시에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소비자와의 교감을 고의적으로 염두에 둔 작품이기 때문이
다.6)


본론
1. 하이든과 스턴의 희극성
①익살과 하이코미디
하이든 이전 독일음악에 나타나는 희극성은 대부분 음악 외적인 것에 제한되어 혹은 이와 연
관지어 나타났다. 작곡가들은 음악의 엄격한 규칙들을 고수하였기 때문에 음악 자체만으로


는 하이든 당대 평론가들이 스턴과 하이든을 비교한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하고 있다. Mark Evan Bonds, "Haydn,
Laurence Sterne, and the Origins of Musical Irony," Journal of the American Musicological Society 44 (1991), 57-91:
Howard Irving, "Haydn and Laurence Sterne: Similarities in Eighteenth-Century Literary and Musical Wit," Current
Musicology 40 (1985), 34-49.
5) James Webster, "The Chronology of Haydn's String Quartet," The Musical Quarterly 61/1 (1975), 17-46.
6) Gretchen A. Wheelock, "Engaging Strategies in Haydn's Op. 33 String Quartets," Eighteenth-Century Studies 25
(1991), 11; Daniel Heartz, Haydn, Mozart and the Viennese School 1740-1780 (New York: W. W. Norton, 1995),
4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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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작곡기법에서 벗어나 관습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1807년에 쓴 글에서 미카엘리
스(Christian Friedrich Michaelis 1770-1834)는 이것을 뛰어넘은 첫 작곡가로 하이든을 꼽았
다.
이전 시기의 작곡가들에게서 유머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엄격한 규칙성을 깨려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상력 또한 관습의 벽을 넘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하지 못하였다..... 대조적으로 우
리 당대 새로운 음악의 큰 부분은 유머적인 것이다. 여기에 대가인 하이든 이래로 이러한 경향이 확립되
었으며, 특히 독창적인 그의 교향곡과 현악사중주에서 그러한 면모가 뛰어나다.7)
미카엘리스는 하이든 외에 C. P. E. 바흐도 유머적인 스타일로 작곡을 했다고 인정하면서,
그래도 전체 작품에 응집성 있게 유머를 사용한 작곡가는 하이든이며 하이든은 동시대의 수
많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하이든의 유머는 그의 오페라와 기악음악
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지만, 미카엘리스가 하이든의 유머를 거론하기 위한 장르
로 꼽은 것은 교향곡과 현악사중주이다. 그 이유는 단지 청자의 기분전환을 위한 가벼운 오
락물로 작곡된 디베르티멘토와 달리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는 보다 진지하게 작곡된다는 점
이다. 그에 따르면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는 청자가 음악을 듣고 자기 안의 감정적 반응을
끌어내게 하는 진지한 장르라는 것이다. 또한 미카엘리스가 유머러스한 음악을 “재치 있으
며, 활기 있고 익살스러운 성격을 띤 음악이거나, 혹은 개인적인 성격이 배어있는 보다 진지
한 음악”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반즈(Mark Evan Bonds)는 그가 다른 비평가들과 달리 하
이든 음악에 나타나는 가벼운 유머와 하이코미디(high comedy)를 구분하는 한 단계 높은 미
학적 시각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고 지적하였다.8) 1782년 익명의 비평문에서는 하이든을
동시대 문학가 스턴과 비교하면서 하이든의 희극성을 익살과 하이코미디로 양분한다.
재담가 요릭9)과 같이 음악적인 농담은 진부한 익살이 아니라 하이코미디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음


7) Christian Friedrich Michaelis, "Über das Humoristische oder Launige in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Allgemeine
musikalische Zeitung 9/46 (1807), 728-729. Bonds, "Haydn, Laurence Sterne," 79에 인용된 영문을 번역하여 재인용.
8) Bonds, "Haydn, Laurence Sterne," 79-80.
9) 로렌스 스턴의 소설 주인공 이름이며, 당대 평론가들은 스턴의 작품에 대해 거론할 때 스턴 대신 이 이름을 사용하였던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43


악에서 행하기는 지독히 어렵다. 하이든이 [음악적으로] 농담하고 있어도 그것을 알아차리기조차 힘들다
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이든의 작품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양식, 혹은 시기가 있다. 그의 초기 작품에서 하이든은 종종 크게
웃어버리지만, 후기 작품에서 그는 단지 미소 짓는다. 이것은 나이가 사람을 원숙하게 한다는 근거로 쉽
게 설명될 수 있다.10)
위의 인용문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동시대 비평가가 유머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지독
히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하이든의 음악적 경향을 낭만적 아이러니 문학으로 당대 유
명했던 스턴의 소설 경향과 비교했다는 점, 그리고 하이든의 음악에 나타나는 희극성을 작곡
시기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언급된 “진부한 익살”과 “하이코미
디” 사이의 차이점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모호하다. 오랜 전통을 가진 문학에서도 그러한데
하물며 가사 없는 기악음악에서 이 두 종류를 구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든이 농담을 하고 있어도 그것을 알아차리기 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진부한 익살”과 “하이코미디”는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음악
에 나타나는 “진부한 익살”과 “하이코미디”는 어떻게 식별할 수 있는가 이다. 반즈는 위의 인
용문으로부터 스턴의 소설적 경향을 하이든의 음악 기법과 비교하면서 하이코미디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였다. 우선 “진부한 익살”과 미카엘리스의 “크게 웃는 젊은 하이든”, 그리고
“하이코미디”와 “단지 미소 짓는 원숙한 하이든”을 연관시킨다.11) 그는 줄처(Johann Georg
Sulzer 1720-1779)의 “하이코미디란 비극과의 경계에 있는 것, 또는 희극성과 비극성을 동시
에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12) 이를 스턴의 특징적인 소설 기법을 통해 설명한
다.
만큼 요릭은 낭만적 아이러니 문학을 상징하는 표상이었다.


10) "Hayden (in Salzburg)," Musikalischer Almanach auf das Jahr 1782, 19-20. Bonds, "Haydn, Laurence Sterne," 59-60에
인용된 영문을 번역하여 재인용.
11) Bonds, "Haydn, Laurence Sterne," 61.
12) Johann Georg Sulzer, Allgemeine Theorie der schönen Künste , 2nd ed. (1792-94; reprint, Hildesheim: Georg Olms,
1967-70), vol. 1, 485. Bonds, "Haydn, Laurence Sterne," 60에서 인용한 문장을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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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스턴의 낭만적 아이러니
스턴의 대표적인 작품은 『트리스트람 섄디』(Tristram Shandy, 1760-1767)와 『감성여행』
(A Sentimental Journey, 1798)이다. 이중 『트리스트람 섄디』는 트리스트람이 서로 다른
시기에 일어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에 놓고 여기에 여담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된
다. 에피소드 간의 시기적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학자들의 논쟁과 이야기 속의 이야
기들, 여러 주제를 갖는 수많은 여담이 포함된다. 스턴은 이러한 복잡한 이야기들을 전개하
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조작된 기법을 통해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는 갑작스럽게 화
제를 전환하기도 하고,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묘사와 같은 축소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
고,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너무 자세히 묘사하는 확대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스턴이 조작된 기법으로 독자의 주의를 끄는 예들 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트리스트람 탄생
의 배경을 들 수 있다.13) 트리스트람의 아버지 월터는 그가 잉태되던 날 밤 “이성적인 존재”
를 세상에 탄생시키고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아내가 뜬금없이 시계의 태엽을 감았
느냐는 질문을 하여, 월터는 집중력을 잃어버린 가운데 트리스트람이 잉태된다. 화자인 트리
스트람은 이러한 상황 때문에 자신이 정상적인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했고 비정상적으로 살
아간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축소 기법을 사용하여 트리스트람을 만들어낸 정자의 이야기
로 넘어간다. 정자는 아버지 월터의 극미인(homunculus)으로서 애니멀 스피리트(animal
spirit)의 호위를 받으며 자궁에 들어가기로 예정되어있는데, 이 호위인들이 어머니의 질문에
놀라 어린 극미인을 버리고 달아나버리는 바람에 극미인은 홀로 자궁으로 들어가는 험한 여
정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월터는 트리스트람이 팽이를 똑바로 못 돌리고 비스듬히 돌릴
때마다, 잉태될 때 받은 정신적인 상처로 자신의 아들이 비정상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눈물짓
는다. 스턴의 기법은 아주 사소한 일이 개인을, 또는 역사를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것과 이와
대조적으로 축소기법을 통해 세상을 한 차원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통해 아무리 큰일도 별
거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글로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축소기법의 예로 트리스트람의 삼촌 토비 이야기를 들 수 있다.14) 토비는 전쟁터에서 부


13) 김일영, 『로렌스 스턴: 트리스트람 섄디 편』, 영미소설 해설총서 1 (서울: 현대문화사, 2005), 34.
14) 김일영, 『로렌스 스턴: 트리스트람 섄디 편』, 276-277.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45


상을 입은 은퇴한 군인인데 자신 집의 잔디밭에 모형전쟁놀이를 설치해 놓고 거기에만 열중
하며 살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세계는 모두 모형이며 그 안에서 작은 세상이 펼쳐진다. 이
전쟁놀이는 유치한 아이들 장난 같지만, 인류의 전쟁도 이와 다르지 않은 사건일 수도 있다
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토비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인형들의 사랑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
개된다.
잔인한 부모와 운명에 의해 서로 헤어진 두 명의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
아만더스-- 그 남자
아만다--그녀
서로의 행방을 모르며
그는--동쪽
그녀는--서쪽
........................
그들은 서로의 팔에 달려들며 너무 기뻐서 죽어버렸네.15)
이 사랑의 이야기는 안타깝게 헤어진 두 연인의 이야기이지만 너무 간단히 끝나버려서 아
무도 이 비극적인 사랑을 동정하거나 애처로워하지 않는다. 독자는 이러한 이야기에 자신을
이입시킬 틈이 없이 제삼자로서 사건을 마치 사진 몇 커트를 보듯 관조하게 된다. 이 사랑이
야기는 비극적이라기보다 오히려 희극적인 팬터마임을 보는 느낌과 같다.16)
하이든과 동시대의 평론가들이 스턴과 하이든의 작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것은 이
들의 작품이 공통적으로 인위적인 기법을 통해 감상자의 주의를 끄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두 사람은 인위적으로 조작된 기법으로 기존의 관습에서 탈피하며, 그 결과 자신
들이 창조한 세계를 독자나 청자가 관조하게 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앞에서 살
펴본 『트리스트람 섄디』 중 트리스트람의 탄생이야기는 “이성적인 존재”를 탄생시키고자
했던 아버지의 오랜 숙원이 생뚱맞은 어머니의 질문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는 웃지 못 할
코미디이며, 토비의 모형세계 속 사랑이야기는 너무나도 비극적인 사랑이 밑도 끝도 없이 죽
음으로 끝나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이다. 이러한 유머는 세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15) 김일영, 『로렌스 스턴: 트리스트람 섄디 편』, 277.
16) 김일영, 『로렌스 스턴: 트리스트람 섄디 편』, 27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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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아이러니란 ‘어떠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리스트람 섄디』에 나타나는 아이러니는 이 전통적인 개념의 아이러니
에서 한 단계 올라가 작품 안의 인위적인 기법이 주의를 끌어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하
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며 이것을 문학에서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라 부른다.17)
그러므로 이 기법이 감상자의 주의를 끌고 궁금증을 유발한다면 작가와 작품, 또 감상자 사
이에 거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18)
장 파울(Jean Paul Richter 1763-1825)은 이러한 종류의 유머가 전후 문맥을 모두 무산시
켜버린다 하여 ‘무효화 유머’(annihilating humor)라 불렀다. 무효화 유머는 독자가 작품을
읽어 내려가다가 범상치 않은 돌발적 상황 때문에 맥이 끊기며 “어,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시키려는 거지?” 하고 작품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관조하게 만든다. 물론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장 파울은 스턴의 소설에 나타나는 무효화 유머를 하이
든의 음악에 적용하여 이야기하였다.
예를 들어 스턴은 어떤 현상에 대해 길고 끈질기게 반복하여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들 중 어느 한 단어
도 진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난다.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한 회의의 표현이기도 한 무효화 유머의 대담성과 유사한 것을 하이든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다. 갑자기 먼 조로 전조하는 것을 통해 모든 관계조성 영역을 무효화시키는 것, 피아니시모와
포르테시모, 프레스토와 안단테 사이의 소용돌이가 그것이다.19)


17) Bonds, "Haydn, Laurence Sterne," 67-68.
18) 본래 아이러니(irony)란 반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실제와 반대되는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며,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자신은 무식한 체하면서 사람들의 아는 체하는 가면을 문답법으로 폭로한 에이로네이아(eirōneía)에서 유래하였다. 아
이러니는 근대의 일반적 해석으로 언어적 아이러니(verbal irony), 극적 아이러니(dramatic irony), 상황적 아이러니
(situational irony)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언어적 아이러니는 의도와 반대로 표현하는 것이며, 극적 아이러니는 극중 내
용에 대해 청중이 배우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경우(『오이디푸스 왕』)에 생긴다. 또한 상황적 아이러니는 의도한 바와 전
혀 다른 결과가 발생(축구의 자살골)하는 것이며, 이 아이러니의 한 종류인 우주적 아이러니(cosmic irony)는 인간의 욕
망과 거친 세상의 현실과의 괴리로부터(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나오는 것이다. 『트리스트람 섄디』의 낭만적
아이러니는 작가와 작품, 그리고 독자가 모두 거리를 두고 관습에서 벗어나는 아이러니 방법을 관조하는 것이므로 극적
아이러니와 상황적 아이러니, 또는 현실세계를 비판하는 우주적 아이러니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며, 여기에 특히 작가의
일시적인 지략이 크게 발휘되고 작용하는 아이러니로서 낭만적 아이러니라 불린다. Wikipedia "irony"; Answers.com
"romantic irony," from Oxford Dictionary of Literary Terms. [2010년 1월 6일 접속]
19) Jean Paul Richter, Vorschule der Ästhetik, in Werke , series 1, ed. Norbert Miller (Munich: Carl Hanser, 1963), vol. 5,
131. Bonds, "Haydn, Laurence Sterne," 63에서 인용한 영문을 번역하여 재인용.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47


장 파울은 스턴의 작품에 나오는 판타지를 이 세상 회의에 대한 무효화 유머와 연관시켰
고, 또 그것을 하이든의 유머와 연관시켰다. 하이든의 음악을 들을 때 갑작스러운 먼 조로의
이동이나 다이내믹의 변화는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적이고 관습적으로 진행
한다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어, 이게 뭐지?”하고 우리를 흠칫하게 만든다는 것
이다. 그 다음에 청자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다음을 예상
하게 된다. 이때 우리의 미학적 경험이 극대화되면서 작품에 거리감을 두고 관조하게 되며,
다음에 나올 것에 대한 기대와 상상은 무한대로 펼쳐진다.20) 이것은 회화를 통해서도 설명
될 수 있다.
17세기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의 유명한 그림 《시녀들》
(Las meninas 1656)은 여러 가지 면에서 회화의 통념을 깬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펠리페 4
세 부부, 황녀 마르가리타, 시녀들, 애완견 외에 벨라스케스 자신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할 왕과 왕비는 그림 뒤편의 거울 속 반영으로 희미하게 나타난다.
금발과 화려한 의상 차림의 어린 황녀는 그림의 가운데에서 명암의 차이로 눈을 끌긴 하지만
왼편에 서 있는 천장 가까이까지 닿는 거대한 캔버스, 황녀보다 몸집이 더 큰 시녀들, 그리고
개에 둘러싸여 주의가 분산된다. 더군다나 캔버스의 뒷모습은 화가가 도대체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화가가 그리는 것이 왕과 왕비의 초상이라면 그들은 그림
의 앞쪽, 즉 감상자 쪽에 서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거울에 비친 것일까? 아니면 왕과 왕비가
화실을 잠시 방문한 것이 거울에 비친 것인가? 또한 그림의 뒤쪽에는 문과 계단이 있어 빛과
함께 뒤쪽 저편 공간에 대한 호기심도 자극한다. 황녀와 시녀들의 눈의 각도는 어쩌면 그림
의 전면에 거울이 있고 이 그림 전체가 거울의 반영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이 그림의 거울, 캔버스, 뒷문과 계단, 눈초리, 화가 자신 등 많은 요소들이 우리가 그림을 그
냥 감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성과 감각을 동원하도록 부추긴다. 감상자는 ‘도대
체 화가가 표현하려는 것, 심지어 그리려는 주체는 무엇일까’로부터 시작하여 한편의 판타지
를 쏟아놓게 된다.


20) Bonds, "Haydn, Laurence Sterne," 63.
48 서양음악학 제14-1호


그림 1: 벨라스케스 《시녀들》


스턴과 벨라스케스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기법들을 종합해 보면 관습으로부터
벗어난 사건이나 일탈이 감상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이것이 감상자의 호기심을 발동시켜
판타지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감상자가 작품을 그저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의 입장에 서서 작품을 반추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기법은 『트리스트람 섄디』에
서처럼 주인공의 이야기가 계속 다른 에피소드에 의해 주의가 분산되거나 그 안의 사랑이야
기처럼 비극인 동시에 희극성을 내포할 수도 있고,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처럼 왕이나 왕비
혹은 황녀보다 화가 자신이나 그 외 다른 요소들이 더 부각될 수 있는 기울어가는 국운을 반
영하는 회의적인 시각을 함축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감상자에게 한 차원 위에서 작품을 내
려다 볼 수 있는 관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관습을 벗어난 작가의 유머와 타자인 감상
자의 판타지가 결합한다면 이것이 하이코미디이고 동시에 낭만적 아이러니가 되는 것이다.
물론 문학과 회화에 나타나는 아이러니를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문학은 시간적 예
술이고 회화는 공간적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시간적 예술인 음악과 문학에서
희극성이나 아이러니를 비교할 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평가기준이 존재할 것이다.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49


③음악의 아이러니
문학은 시간적인 예술이므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형식이 존재한다. 문학에서와 마찬가지
로 음악에서도 형식이 작품을 이끌어나간다. 독자나 청자는 관습적인 형식에 의거하여 책을
읽고 음악을 듣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난다면 곧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 이유는 그림
을 감상할 때와 달리 시간적 예술일 경우, 관습에서 벗어나는 요소가 나오면 동시에 독자나
청자는 “다음에 무엇이 올까”에 대해 예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도 “뒤쪽 저편 공간에 무엇이 있을까”, 혹은 “캔버스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하는 생각을
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상상에 불과하다. 시간예술인 음악과 문학에서는 상상이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의도대로 어떠한 형태로든 실현되기 때문에 예상과 일치하는, 혹은 예상
을 뒤엎는 결과가 초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당하게 등장해야 할 교향곡의 도입주제가
으뜸조성조차 안정되게 확립하지 못하고 악구구조도 그 전형에서 벗어난 채로 진행한다면,
청자는 기대에 어긋난 상황에 대해 당황하게 되고 다음 진행을 궁금해 하고 예상할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주제의 반복이 또다시 처음과 마찬가지라면 청자는 또 조성의 확립과 안정된
주제 진술을 기다릴 것이다. 작곡가는 이것을 얼마든지 연장시키거나 마무리 짓거나 전혀 다
른 또 다른 세계로 이동할 것이며, 청자는 이를 계속 쫓아가게 될 것이다.
반즈는 작곡가가 청자의 “이러이러하게 전개될 것이다”라는 기대에 어긋나는 상황을 만들
어내는 것을 청자의 ‘미학적 환상’(aesthetic illusion)이 작곡가의 인위적인 기법으로 인해 깨
지는 것이라 하였고, 이 때문에 청자가 음악을 그냥 들리는 대로 따라 듣지 않고 다음 전개에
대해 숙고하게 되는 것을 청자와 작품 사이에 생기는 ‘아이러니한 거리감’(ironic distance)이
라고 하였다.21) 이 ‘아이러니한 거리감’은 『트리스트람 섄디』의 탄생 과정처럼 청자의 예
상을 뒤엎고 미적 경험의 폭을 넓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하는 판타지를 열어주며,
작곡가의 인위적인 기법까지도 읽어내려는 주의력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자는
작품에 거리감을 두고 상상력을 발동시켜 관조하게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작곡가는
작품에 거리감을 두고 관조하는 청자를 또 한 차원 위에서 내려다보고, 그들이 자신의 기법
을 알아차리도록 유도하여 더 큰 감정적, 지성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때 작곡가는


21) Bonds, "Haydn, Laurence Sterne," 57-58.
50 서양음악학 제14-1호


또 한 번의 반전을 감행하여 관조하는 청자를 미궁에 빠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작품과
청자, 또 작곡가가 모두 거리감을 갖고 상호 관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에서의 희극성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순간적이고 부파적인 익살 이외
에 예상한 진행과 다른 진행을 하여 작곡가가 청자를 속이는 데서 비롯되는 하이코미디까지
를 포함한다. 이것은 단지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곡가가 청자를 속인다는 것은 청자
를 예상하기 어려운 작품 전개에 참여시키기 위함이다. 동참하여 작곡가의 의도를 알아차리
고 그 조작을 함께 즐기자는 것이다.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불완전함을 만들어내는 규칙의 반
전을 청자가 유쾌한 느낌으로 또는 진지하게 관조할 때 작곡가의 하이코미디는 문학에서 논
하는 낭만적 아이러니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황스러운 예상 밖의 사건들은 청
자의 지성, 응집력, 효과적인 표현을 요구하는 미학적 관념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
다. 그러므로 하이든 음악의 예상 밖의 사건들, 즉 그의 음악에 자주 나타나는 급격한 효과의
변화, 먼 조로의 전조, 템포나 다이내믹 등의 대조적인 병렬, 갑작스러운 악구의 중단과 삽입
은 장 파울이 언급한 무효화 유머로서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놀라움이나 웃음거리를 선사하
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후문맥을 무시한 상황 때문에 청자가 새로운 작품의 구조나
응집성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갖게 되는 아이러니를 조성한다. 이러한 무효화 유머는 형식이
나 장르의 관습으로부터의 탈피나 반전을 감행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22)


2. 관습으로부터의 탈피
관습으로부터의 탈피 혹은 반전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관습적인 형
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둘째는 관습적인 장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관습적인 형식
으로부터 탈피하는 한 가지 예는 소나타형식의 전형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이 형식이 주로
사용되는 교향곡이나 실내악곡의 1악장에서 찾아보기 쉽다. 소나타형식에서 발전부와 재현


22) Bernard Harrison, Haydn: The 'Paris' Symphonie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81-88. 해리슨은
하이든의 《파리 교향곡》 중 제83번을 가지고 형식과 장르의 관습을 허무는 하이든의 아이러니에 대해 설명하였다.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51


부의 역할이 서로 바뀐다거나(교향곡 제89번 1악장), 발전부가 시작한지 몇 마디 후에 으뜸
조에서 제1주제가 다시 등장하는 것(교향곡 제46번 1악장) 등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관습적인 장르로부터 벗어나는 예는 미뉴에트 악장에서 찾을 수 있다. 규칙적인 3박자와 대
칭적인 악구구조를 전형으로 하는 미뉴에트라는 춤곡 장르의 악장에서 하이든은 리듬의 변
이, 혹은 불규칙적이고 비대칭적인 악구 구성 등을 자주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로 인해 이미
청자에게 각인되어있는 미뉴에트의 관습 허물기가 시작되고 음악적 아이러니가 탄생하는 것
이다.


① 장르의 해체
먼저 관습적인 장르로부터 벗어나는 음악의 예를 미뉴에트 악장에서 살펴보겠다. 미뉴에트
악장은 관습적인 춤곡의 틀을 유지한 채 교향곡이나 실내악의 한 악장을 차지하였지만, 그러
한 이유로 하이든은 더욱 의도적으로 미뉴에트 악장에서 관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가 미뉴에트에서 이 춤과 연관되어 기대되는 모든 요소들로부터 탈피하기 위하여 사용하
는 불규칙적인 리듬과 악구구조, 약박과 강박의 혼돈, 다이내믹의 대비, 갑작스러운 휴지, 종
지의 연장 등은 당혹감을 주지만, 미뉴에트와 트리오로 구성되는 이 악장의 다 카포 형식 때
문에 정도 이상의 혼란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미뉴에트 부분에서 일어난 혼란은 안정된 양식
의 트리오와 대비되면서 어느 정도의 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의 미뉴에트 악장은 예
기치 않은 방해, 중단, 혼란으로 언제 규칙적인 박자와 악구가 흐트러지고 파괴될지 모르는
기교로 포장되어있어 춤곡 장르라는 음악의 관습에는 위배되지만, 이러한 인위적인 기법은
청자를 작품 전개에 참여시키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하다.
윌럭(Gretchen A. Wheelock)은 하이든 미뉴에트의 특징과 새로운 면모에 대해 언급하였
는데23) 그중 아이러니 기법과 연관된 세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카논 미뉴에
트로 모방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종류는 겹쳐지는 모방기법에 의해 악구 분할이 분명치
않아 화성이나 조성구조도 미뉴에트의 전형과 다르게 불분명하다. 둘째는 궁정풍과 전원풍


23) Gretchen A.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Contexts of Musical Wit and Humor (New York:
Schirmer Books, 1992), 64-89.
52 서양음악학 제14-1호


이 혼합된 미뉴에트이다. 하이든은 원래 궁정풍이었던 미뉴에트에 민요풍을 곁들여 사용하
였다. 특히 그의 교향곡 미뉴에트 악장에서 이러한 면모가 잘 드러나는데, 궁정풍 미뉴에트
와 다르게 매우 빠른 템포, 강박 악센트, 도약이 많은 선율, 전원풍의 지속음 페달 등을 사용
하였다.24) 셋째는 갑작스러운 중단(interruption), 무질서, 지체가 주를 이루는 미뉴에트이
다. 이 종류는 시간의 연속성을 깨뜨리며, 잦은 지연과 연장 때문에 시간이 허비되지만 이러
한 유머에 대한 보상으로 하이든은 청자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데 성공한다.
현악사중주 Op.33에는 “스케르초”(Gli scherzi)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 이것은 하이든이
미뉴에트 악장의 이름을 스케르초로 바꿨기 때문일 것이다. 이 현악사중주들의 새로운 면모
를 보여주기 위해서이겠지만,25) 이전의 미뉴에트와 크게 다른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
나 여섯 개의 사중주 스케르초 중에서 네 악장이 미뉴에트 템포에 걸맞지 않게 빠른 알레그
로로 지시된 점은 분명히 이전 미뉴에트로부터의 결별을 암시한다. Op. 33 제5번 G장조의
스케르초는 하이든이 미뉴에트 악장에서 시도한 관습으로부터의 철저한 탈피를 생생하게 보
여주는 예로서, 이 점은 누구에게나 감지 가능하고, 더 속속들이 참여하면 할수록 더 깊은 하
이든의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Op. 33 이전의 현악사중주에서도 미뉴에트라는 장르의 관습을 깨뜨리는 잦은 리듬의 변
이, 불규칙한 악구분할의 기법들이 사용되었지만, Op. 33 제5번 미뉴에트 악장의 예는 새로
이 붙인 ‘스케르초’라는 타이틀을 감안하더라도 가히 충격적이다. 이 10마디 길이의 주제(악
보에 R로 표기)는 헤미올라, 강박과 약박의 교차, 여덟 번째 마디의 갑작스러운 휴지, 불완전
정격종지를 통해 미뉴에트의 전형에 대한 온갖 일탈을 시도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주
제가 다시 재현되는 마디17부터 하이든은 첫 주제 진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일탈을 시도
한다. 주제에서 반복되는 음형인 ♩♫는 점점 리듬이 확장되어 박을 깨뜨리고, 마디21부터


24) 하이든 교향곡의 미뉴에트 악장을 예로 들면서 음악학자 로에는 미뉴에트 악장에 어울리지 않게 다성음악 양식이 사용
된 것, 또 이 우아한 춤곡 양식에 하류계층의 독일춤(Deutsche Tanz)이나 전원풍의 양식이 사용된 것을 ‘토픽의 불협
화’(topical dissonance)라 하였다. 그는 미뉴에트와 다성음악 양식의 결합이 초래하는 토픽의 불협화가 미뉴에트를 상
류(high style) 음악으로부터 숭고한 양식(exalted style)으로 토픽의 성격을 전환시키는 반면, 미뉴에트와 하류계급의 독
일춤과의 결합은 미뉴에트를 상류계급의 춤 양식으로부터 낮은 계급으로 끌어내린다고 하였다. 그는 이렇게 고의적으
로 장르의 해체를 시도한 하이든의 미뉴에트를 ‘아이러니적’이라 하였다. Melanie Lowe, "Falling from Grace: Irony and
Expressive Enrichment in Haydn's Symphonic Minuets," The Journal of Musicology 19 (2002), 171-221 참조.
25) 하이든은 여섯 개의 현악사중주로 구성된 Op. 33에 대해 지금까지의 곡과 완전히 다른 “새롭고 특별한 작품”이라고 홍
보하였다. Wheelock, "Engaging Strategies," 11.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53


헤미올라와 알라 조파가 동시에 적용되어 박자 감각은 완전히 파괴된다. 마디32에서 주제가
다시 재현될 때에는 못갖춘마디가 아닌 강박에서 f 로 선율이 시작한다.


악보 1: Op. 33/5/3악장 마디 1-3326)


26)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112의 ┏┓표기를 인용하였음.
54 서양음악학 제14-1호


이 스케르초는 하이든이 미뉴에트 악장에서 시도했던 관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여
러 기법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곡의 10마디 도입 주제를 들었을 때 청자는 “이 악구가 어
디로 가려는 거지?”라는 질문보다는 “이게 미뉴에트 맞아?”라는 질문을 우선 떠올릴 것이다.
미뉴에트라는 장르가 갖는 관습으로부터의 탈피는 곡이 전개되면서 청자가 그 과정에 참여
하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청자에게 각인된 미뉴에트 전형의 해체에서 이미 시작되는 것이
다. 그러므로 이 악장에 사용된 리듬과 박자의 변이, 불규칙적인 악구, sf 와 p 의 대비 등은
놀라움과 동시에 청자의 주의를 끌어 지성과 감정을 끌어낸다. 즉 이는 놀라움과 웃음을 주
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미뉴에트라는 장르의 관습을 허무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
에 청자가 새롭게 작품의 구조나 응집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낭만적
아이러니를 조성하는 것이다.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55
②소나타형식의 해체
미뉴에트와 다르게 관습적인 음악 형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는 소나타형식으로 쓰인 1
악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조성의 대비, 주제 간의 대비에 큰 비중을 두면서 발전된 소나
타형식은 고전시대를 대표하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소나타형식은 미뉴에트나 다
카포 아리아, 혹은 프랑스 서곡처럼 완전한 형식의 전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푸가처
럼, 규정화된 패턴보다는 작곡 과정에 있어서 균형의 비례나 방향성에 대한 커다란 틀을 제
시할 뿐이다.27) 따라서 소나타 형식은 모순적이다. 왜냐하면 작품에는 항상 이 형식의 정형
화된 틀과 이에 위배되는 요소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28) 오히려 정형화된 틀에 위배되는
모순적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 한 작품의 고유한 특징을 알아차리는 열쇠이며 곡을 이해하
는 묘미이다.29) 반즈는 형식을 바라보는 이러한 두 가지 시각을 각각 규범이나 관습에 “일치
하는”(conformational) 시각과 새로이 “생성되는”(generative) 시각으로 구분하였다. 예를 들
어 일치하는 시각은 소나타형식으로 작곡된 모든 곡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최소한의 공
통분모이며, 생성되는 시각은 작곡가가 개개의 작품에 고유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만들어내
는 과정에서 새로이 구축되는 요소들을 일컫는다.30) 이때 어디까지가 형식의 공통분모에 일
치하는 요소이며 어디서부터가 생성되는 요소인지, 다시 말하면 어떤 요소가 소나타형식에
부합하는지 또는 위배되는지를 가려내는 것은 청자의 몫이다. 그러므로 청자에게는 형식의
관습에 대한 예비지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소나타형식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형식으로 쓰인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의 작품을 분석
할 때에도 이러한 두 시각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하이든에게서는 이것이 작품의 본질로 작
용한다. ‘일치하는 요소’에 반하는 ‘생성되는 요소’를 가려내는 것이 그의 음악의 특징을 이루
27) Charles Rosen, The Classical Style: Haydn, Mozart, Beethoven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1972), 30.
28) Daniel K. Chua, Absolute Music and the Construction of Meaning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210.
29) 음악형식을 바라보는 이러한 두 가지 시각에 대한 논의는 Mark Evan Bonds, Wordless Rhetoric: Musical Form and the
Metaphor of the Oratio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1)의 제1장 The Paradox of Musical Form,
13-52를 참조.
30) Bonds, Wordless Rhetoric , 13-14.
56 서양음악학 제14-1호
는 유머를, 또는 청자의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아이러니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하이
든의 음악에서 나타나는 형식에 위배되는 대표적인 예가 거짓 재현부(false recapitulation)
일 것이다. 하이든은 거짓 재현을 너무 많이 사용하여 거짓 재현 안에서 또 다시 그 특징을
분류해야 할 정도이다.31) 평범하고 일상적인 거짓 재현으로는 더 이상 청자의 주의를 끌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규범적인 소나타형식의 일탈 혹은 이성적인 속임수로부터 하이든
은 청자의 주의를 끌어들였으며, 그들이 작품 안에 함께 참여하여 작곡가의 의도를 알아차리
도록 유도하였다.
형식의 해체를 위한 기법 중에 가장 알아차리기 쉬운 것은 주제, 특히 소나타형식에서 주
제의 규범에 대한 기대가 어긋날 때일 것이다. “새”(The Bird)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현악사
중주 Op. 33 제3번 C장조의 1악장은 물론 소나타형식으로 쓰였지만 주제부는 그 전형에서
많이 벗어난다. 이 악장은 하이든의 많은 소나타형식 악장처럼 제2주제가 나오지 않으며 주
제의 동기들이 경과구나 종결구에서도 변형, 발전되어 사용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악장
이다.
31) Mark Evan Bonds, "Haydn's False Recapitulations and the Perception of Sonata Form in the Eighteenth Century,"
(Ph. D. diss., Harvard University, 1988).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57
악보 2: Op. 33/3/1악장 마디1-18
58 서양음악학 제14-1호
이 악절은 6+6+6 마디구조로 되어있다.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의 C-E 트레몰로 베이스로
시작하여 제1바이올린에서 장식음을 사용하는 새소리 모방 선율이 나오며, 첼로에서는 으뜸
화음의 아르페지오가 연주된다. 이 주제는 반 마디의 휴지를 거쳐 다시 반복되는데 이때에는
D-F의 트레몰로 베이스가 나와 D단조로 이동한다. 다음 6마디는 D-Bb 트레몰로 베이스를
통해 G단조로 옮겨가며, 이것이 장단조 혼용을 통해 다시 C장조의 경과구를 이끈다. 유사한
악구가 세 번 반복되어 나오지만 이 6마디 악구는 어디에서 분절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없다. 6마디 악구는 트레몰로 베이스 음형의 3마디와 화려 양식(brilliant style)의 3마디로 구
분된다. 이것은 3마디의 크레셴도와 3마디의 디크레셴도 다이내믹으로 대칭을 이룬다. 또한
뒤 3마디의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화려 양식의 하행선율은 첼로의 상행 아르페지오로 대응된
다. 이러한 구조는 고전시대의 균형의 미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동시에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는 요소들이 등장한다.
선율이 시작하는 것은 둘째 마디부터이며 뒤따르는 마디4-6의 화려 양식 선율은 분절이
불분명하고,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둘째 박 sf 는 알라 조파를 부추긴다. 이 악구는 한 마
디의 1(도입부)+4(주제)+1(에코)로 볼 수도 있고, 1+2+3의 구조로도 볼 수 있다. 여섯 째 마
디가 되어서야 화성적으로 C장조가 확립되고 악구도 완성되는 듯하지만 사실 이 6마디 동안
짧은 경과적인 V를 제외하고는 I의 연장이어서 화성적 움직임이 거의 동반되지 않는다.32)
그러나 강약의 개념이 약화된 트레몰로 베이스로 시작하는 이 악구는 긴 음으로부터 짧은 음
으로의 점진적인 진행과 후반부에 나타나는 불규칙한 악구 분절과 알라 조파 때문에 긴장이
쌓인다. 균형 잡힌 악구를 예상했던 주제에서 이와 같은 이변은 청자에게 주제 악구의 분할
이나 박의 기준에서 오는 혼돈을 가져온다. 이 주제 악구의 끝에 오는 두 박자의 휴지는 다음
에 무엇이 어떻게 나올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마디7의 트레몰로 베이스는 다시 리듬
에 있어서 안정감을 회복하는 듯하지만 갑자기 D단조에서 나오는 주제는 같은 긴장고조, 여
전한 미해결감, 그리고 휴지로 또 다시 당혹감을 주며, 청자로 하여금 세 번째 나올 악구에
대해 상상하게 한다. 세 번째 악구는 두 번째 악구와 마찬가지로 제2바이올린에서 D음(옥타
브 아래)으로 시작하지만 3도 위의 음인 F음과의 트레몰로가 아닌 3도 아래 음과의 D-Bb 트
32) Rosen, The Classical Style , 65-67.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59
레몰로를 연주한다. 갑작스러운 전조 방법은 소나타형식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새로이 “생성
되는” 요소이며, 이러한 갑작스러운 전조를 악장 도입의 주제 진술 에 사용한 것은 베토벤 발
트슈타인 소나타의 주제 진술과 비견할 만하다. 또 이 악구는 마치 고전시기의 균형 잡힌 악
구구조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베토벤의 주제보다 더 모호한 악구구조로 청자를
교란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악장은 제2조성영역인 G장조로 이동할 때 소나타형식의
전형적인 전조과정을 거친다.
반면 현악사중주 Op. 33 제1번 B단조 1악장은 전조과정 없이 제2조성영역으로 옮겨가는
예이다. 이 악장도 역시 제2주제가 안 나오며, 소나타형식에서 주제의 대비 없이 조성의 대
비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경우는 하이든의 소나타형식에서 흔하게 발견되지만, 이 현악사
중주의 특이한 점은 으뜸조성과 대비되는 제2조성영역으로 건너갈 때 전조과정이 생략되었
다는 점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 현악사중주의 주제이다. 이 주제는 못갖춘마디 형태의
한 마디 길이 선율 단편으로 이루어졌으며, 악구도 불규칙적이고, 조성도 불분명하다. 바이
올린에서 주제가 도입될 때의 조성은 D장조의 I6화음이지만 마디2에서 A#이 나와 B단조를
암시한다. 마디3에서 이 단편적인 주제가 첼로에서 나오며, 비올라의 A#과 첼로의 A음이 교
차되어 불협화를 이룬다. 결국 여기에서도 D장조와 B단조가 겹쳐져 으뜸조성인 B단조를 완
전히 확립하지 못하고 마디4에서 거짓종지를 한다. 한 박자 반의 휴지 후 비올라-제2바이올
린-제1바이올린의 순서로 모방진행이 나오며 제1바이올린과 첼로에서 다시 주제가 등장하
지만, 역시 거짓종지 한다. 마디9에서 같은 순서의 모방진행이 다시 나오며 마디11에서 드디
어 B단조의 완전종지가 나온다. 그러므로 악구구조는 4+4+3의 11마디구조를 이룬다. 다음
악보 3에서 마디1-8은 B단조와 D장조가 병행하여 으뜸조성이 불분명하며, 마디4와 마디8에
서는 B단조에서의 거짓종지, 마디10-11에서 N6-V-i의 완전종지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이 곡의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는 약강격(iambic) 주제는 마디11에서
악구의 겹침으로 형태를 바꿔 첫 박부터 시작하는 강약격(trochaic)의 경과부 주제로 이어진
다.
60 서양음악학 제14-1호
악보 3: Op. 33/1/1악장 제시부 주제 마디1-12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61
경과부는 강약격의 비교적 규칙적인 2+2 마디구조로 시작되지만 마디17 직전의 못갖춘마
디로 시작하는 악구는 pp 와 함께 다시 약강격의 악구로 바뀐다. 마디17의 선율 단편은 B단
조에서 V로 반종지하며 페르마타와 함께 모든 성부가 휴지한다. 이후 B단조의 관계장조인
D장조에서 제1주제가 다시 나온다. 이 경과부는 강약격의 새로운 점음표 음형 주제를 내보
이며(악보 3의 마디12) 두 마디씩의 동형진행으로 조성영역을 옮겨 다니지만 결국 원조의 V
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제2조성영역으로 가는 방향성 있는 전조 과정은 완전히 생략되어 경
과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원조의 V에서 반종지한 악구는 갑작스러운 휴지 후에 제2조성
에서 주제가 다시 진술된다. 이때 주목할 점은 마디18에서 다시 나오는 첫 주제의 음도가 첫
진술과 같고 다만 첼로의 D 지속음 때문에 관계 장조로 이동되었다는 점이다. B단조 악장의
첫 주제 도입에 A음이 올림표 없이 등장했던 이유로 이 주제 선율은 제2주제영역인 D장조에
서 들릴 때 더 안정되고 익숙하게 들리는 것이다.
악보 4: Op. 33/1/1악장 제시부 마디 15-19
로젠은 이 악장을 음악적 언어로 성취한 응집성의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33) 그는 이 악장
을 C. P. E. 바흐의 같은 조 건반소나타와 비교하면서, 하이든의 화성적 함축성에 대한 타고
난 감각을 지적하였다. 바흐의 B단조 소나타에서는 D장조로 주제가 시작되기는 하지만 곧
B단조로 진행하여, 조성이 명백하게 도입되어야 하는 주제 진술의 규범을 그 도입에서만 살
33) Rosen, The Classical Style , 114-116.
62 서양음악학 제14-1호
짝 일탈하는 데에 그치는 반면, 하이든의 B단조 현악사중주는 주제 도입부의 B단조와 D장
조의 병행을 통한 조성적 모호함이 이 곡의 조성적 구조를 암시한다는 것이다. B단조 악장의
첫 주제 도입에서부터 이미 관계 장조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경과부에서 전조과정이 생략되
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이든의 이 경과부는 제2조성으로 가는 소나타형식
경과부의 전조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첫 주제 진술에서 이미 D장조가 암시되었고 제
2조성영역에서 주제가 나올 때에는 같은 음도의 선율이 베이스 성부만을 새로 갖추어 나오
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전조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점이 이 곡의 조성구
조에 응집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 악장을 자세히 감상한 청자들은 첫 주제 진술에 있어
서의 모호한 조성과 종지의 연장, 불규칙한 악구구조, 약강격과 강약격의 교차, 갑작스러운
휴지, 그리고 같은 음도로 구성된 주제의 반복이 다른 조성(관계 장조)에서 들리는 점 때문에
당황하여 앞으로 나올 곡의 흐름을 예상하고 주의하게 될 것이다.
형식의 해체에서 논할 수 있는 또 다른 악장은 Op. 33 제4번 Bb단조의 1악장이다. 이 곡의
제1주제는 V의 제3전위(V42)로 시작한다. 이 부분의 첼로 성부는 마디2-7 동안 딸림음과 으
뜸음 F-Bb을 반복한다. 따라서 조성적으로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화성적 리듬이 너무 빨
리 진행하고 여러 번 반복되므로 무게 있는 종지감은 느낄 수 없다. V-I의 완전종지 진행이
음역, 박, 악구, 다이내믹 등에서 다양한 변형을 취하며 방향성 없이 재차 등장하기 때문이
다. 더군다나 마디7 이후에 이어지는 악구는 종지를 향한 움직임이지만 F-F-Bb, 혹은
F-F-Bb/F-F-D의 두 개의 3음 음형으로 구성된 베이스 진행은 sf, f, p 로 대조되며 장난치듯
반복되면서 정격종지를 지연시킨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각 악구 마지막에 나오는 F-F-D가
항상 화음 없는 유니슨으로, 또한 p 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디11-13에서 f 로 나오
는 F-F-Bb의 화성진행이 주는 종지감은 p 로 나오는 F-F-D의 유니슨에서 무산되는 것을 반복
한다. 마치 장 파울이 스턴의 작품에 대해 “끈질기게 반복하여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들 중
어느 한 단어도 진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나는” 기법을 음악언어로 나타낸 듯하다.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63
악보 5: Op. 33/4/1악장 제시부 마디1-16
64 서양음악학 제14-1호
악보 5의 마디12-13에 걸쳐 나오는 마지막 F-F-D는 다른 악기 없이 첼로의 독백으로 낮은
음역에서, 역시 p 로 나오며 휴지한다. 이 휴지에서 청자는 “이제 원조를 확립시키는 무게 있
는 정격종지가 한 번 나올 때가 되었는데” 하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휴지 후에 나오는 화음
은 바이올린의 F#음과 함께 G단조의 viio이다. 즉 원조의 시원한 정격종지 없이 반복되는 3음
음형과 함께 우리는 어느 새 경과구로 들어와 있으며, 마디13 휴지 앞의 D음은 G단조의 딸
림음으로 이 악장의 제2조성영역인 F장조로 가기 위하여 준비된 V/V의 기능을 가진 중요한
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이든은 F-F-D를 p 와 화성 없는 유니슨으로 위장하여 그 기능을
숨겼다.34) 지루하게 반복되는 F-F-Bb/F-F-D에서 청자는 음의 기능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
지 못하고 급변하는 다이내믹과 성부 짜임새(화성적인 짜임새와 유니슨)의 대비에 그만 정
신 줄을 놓아버린다.
이 악장에서는 도입 주제와 이 3음 음형이 주를 이루어 곡을 이끌어나간다. 3음 음형은 스
타카토로 첫 바이올린 주제를 받쳐주던 네 개의 8분음표로부터 나온 것이며, 이것은 발전부
에서 더욱 많이 사용된다. 재현부로 가기 위한 재경과구에서 원조로 가기 위한 전조는 거짓
재현하는 두 번의 도입주제까지 포함하여 이루어진다. 마디47에서 G단조의 V는 주제와 함
께 거짓종지 형태로 VI로 진행하여 Eb장조로 옮겨가서 휴지한다. 마디50에서는 다시 Eb장조
의 vi 관계영역인 C단조로 옮겨간다. C단조의 으뜸화음은 3음 생략된 7화음을 거쳐 원조인
Bb장조의 V/V로 기능하여 으뜸조의 주제 재현을 준비한다.
34) Rosen, The Classical Style , 97-98.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65
악보 6: Op. 33/4/1악장 재경과구 마디 47-52
또한 이 악장의 마지막 종결구 다음에 도입 주제와 3음 음형의 경과구는 다시 한 번 압축
되어 등장한다. 여기에서도 F-F-Bb/F-F-D 음형이 첼로에서 반복되지만, F-F-Bb 베이스 음형
과 함께 이 악장은 종결한다. 악장 초입에 나왔던 F-F-D의 해결감 없는 하행 제스처는 결국
F-F-Bb로 종결하지만, 그 끈질긴 반복과 지연에 대한 보상은 마치 트리스트람의 토비 삼촌
모형세계에 나오는 사랑이야기처럼 너무 허무하게 끝난다.
66 서양음악학 제14-1호
악보 7: Op. 33/4/1악장 마지막 5마디
살펴본 바와 같이 하이든의 형식 해체 기법은 형식이나 구조의 흐름을 벗어난 갑작스러운
중단에 의한 것이 주를 이룬다. 앞에 언급한 악장들에 나타나는 하이든의 중단 기법을 정리
해 보면, 첫째로 Op. 33 제3번 “새”의 1악장은 여섯 마디씩으로 구성된 주제 악구가 두 박자
반의 휴지를 두고 두 번 더 등장하며, 휴지로 인한 중단은 주제 악구가 아무런 연결구 없이
다른 조성영역에서 다시 나오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로 Op. 33 제1번 1악장은 주제가
으뜸조인 B단조와 관계조인 D장조의 이중조성을 띠는 대신 전조과정이 완전히 생략된다.
이때 동형진행을 하는 경과구가 나오긴 하지만 다른 조성으로 이동하지 않고 으뜸조인 B단
조의 V에서 멈추며, 페르마타와 함께 휴지한다. 이 휴지 역시 곡을 중단시키고, 전조과정 없
이 다음 마디에서 제2조성영역으로 진입한다. 셋째로 Op. 33 제4번 1악장은 끊임없이 반복
되던 베이스 음형이 첼로의 단독 연주와 함께 휴지하며 주제부의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2조성을 준비하는 경과구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장 파울이 하이든의 ‘무효화 아이러니’라 일컬은 급격한 효과의 변화, 먼 조로의
전조, 갑작스러운 전조, 템포나 다이내믹의 대조적인 병렬 등의 기법은 형식의 관습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중단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며 휴지를 동반한다. 하이든 음악에 나타나는 갑작
스러운 휴지부와 마찬가지로 앞뒤 문맥과 관계없는 악구의 삽입 역시 새로운 악구의 등장으
로 급격한 반전 효과를 노리는 하이든의 중단 기법이다. 악구 삽입에 의한 중단 기법을 보여
주는 예로 현악사중주 Op. 33 제5번 G장조의 1악장을 들 수 있다. 이 악장은 전형적인 소나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67
타형식에 준하여 작곡되었지만, 주제가 도입되기 이전에 등장하는 두 마디가 호기심을 일으
킨다. 이 두 마디는 G장조의 V-I로 도입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도입부는 재현부 시작 전
에도 등장하고 악장의 맨 마지막에도 나오므로 도입부라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다. 윌럭은 이
현악사중주가 아르타리아(Artaria) 본에 첫 번째로 수록된 사중주이고, 하이든 자신이 Op.
33에서 시도하였다는 “새로운 시도”가 그 첫 곡에서 이러한 기법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난다
고 하였다.35)
악보 8: Op. 33/5/1악장 마디 1-10
Artaria Pleyel
1. G Major 1. B Minor
2. Eb Major 2. Eb Major
3. B Minor 3. C Major
4. C Major 4. Bb Major
5. D Major 5. G Major
6. Bb Major 6. D Major
35) 음악학자 윌럭은 이 도입 두 마디를 현악사중주 Op. 33의 본래 순서와 함께 논하였다. 이 현악사중주의 최초 인쇄본은
1781년 아르타리아(Artaria)에서 출판된 것인데, 이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순서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순서는 1801-2년에 출판된 플레옐(Pleyel) 본을 따른 것이며 호보켄(Hoboken) 넘버도 이에 따른 것이다. 윌럭은 아르타
리아 본이 하이든의 본래 의도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아르타리아 본의 맨 첫 곡 첫 악장의 ‘새로운 시도’
에 대해 강조하였다.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98.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228n.
68 서양음악학 제14-1호
이 악장에서 E단조로 끝맺는 발전부와 재현부를 잇는 재경과구는 순차하행하는 선율과 함
께 임시방편으로 진행하여 제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다. 또한 마디175-179는 앞뒤로
긴 휴지부를 가지고 있어 경과구의 역할이 연결되지 않고 중단된다. 두 마디 휴지 후 마디1-2
에 나왔던 도입 두 마디가 재현된다. 제시부의 도입에 나오는 두 마디는 겹세로줄과 되돌이
표로 반복되고 제시부 주제와 분리되어있는 반면, 재현부의 이 두 마디는 휴지로 재경과구와
분리되고 주제와는 그대로 연결된다. 재경과구에서 주저하며 소극적으로 나왔던 V65는 두
마디 휴지 후 이 도입 두 마디에 의해 근음위치의 V-I로 진행하여 비로소 으뜸조가 확립된다.
즉 이 두 마디는 재경과구의 부실했던 기능을 휴지 후에 겨우 완결시켜 주는 듯하기도 하지
만, 동시에 주제의 재현으로 이어져 끝남과 동시에 시작하는 이중 역할을 맡는다.
악보 9: Op.33/5/1악장 재경과구와 재현부 시작부분 마디166-85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69
이 두 마디는 악장의 마지막 종결구 뒤에도 두 번 등장한다. 종결구는 이 두 마디의 점음표
음형을 사용하는 모방기법으로 진행되어 종지를 완결시키는 종결구의 화성적 기능을 수행하
기에는 약하다. 다음에 나오는 도입 두 마디의 출현은 이 점을 보완하는 듯 V-I를 완결시켜
주기는 하지만, 한 번 더 반복될 때에는 화성이 없이 유니슨으로 선율만 나와서 오히려 종지
감이 줄어든다. 이것은 마치 악장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도입부로 들린다. 아마 청자는 이
두 마디 후에 이어지는 휴지 동안 악장의 주제를 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이든이 악장을
시작할 때 첫 두 마디를 왜 써 넣었을까하는 청자의 의문은 연주자들이 완전히 음악을 멈추
기까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악보 10: Op.33/5/1악장 290-끝
70 서양음악학 제14-1호
마치 마쇼(Guillaume de Machaut 1300(?)-1377)의 역행카논 롱도 “나의 시작은 나의 끝이
요, 나의 끝은 나의 시작이로다”와 같은 구조와 기법을 하이든은 다른 방법으로 우리에게 경
험시켜주는 것이다.36) 역행카논은 논리적으로 ‘시작과 끝’을 병렬하기에 완전한 방법이지만
음악을 끝까지 듣고 난 후에도 다성음악에서 이것을 감지하기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
러나 하이든은 악장에 단지 이 두 마디를 세 번 삽입함으로써 “시작은 곧 끝, 끝은 곧 시작”의
은유를 통쾌하게 실현한다.
③반복형식의 해체
이러한 악구의 삽입을 통한 중단 기법은 1악장이나 미뉴에트 악장뿐만 아니라 마지막 악장
에서도 그 예를 자주 찾을 수 있다. 그 이유는 하이든이 Op. 33의 피날레에서 이전에 작곡된
현악사중주 Op. 20에 비하여 오히려 가벼운 피날레를 추구하였기 때문이다.37) Op. 20의 피
날레가 소나타형식을 취한다거나 보다 진지한 푸가 양식을 택한 데 반해, Op. 33의 피날레
는 단순하고 가벼운 주제의 론도나 변주곡 형식을 취했다. 그러므로 Op. 33의 피날레는 1악
장과 매우 대조적으로 론도나 변주곡처럼 반복되는 형식을 사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하이든
은 오히려 반복에 대한 기대와 지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또한 Op. 33의 피날레는 성부
짜임새에 있어서도 보다 화성적으로 매우 단순한데, 하이든의 이러한 변모는 오히려 선율의
복잡한 악구구조나 동기의 발전적 기법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반복
형식으로 작곡된 Op. 33의 피날레악장에서 중단 기법, 특히 악구 삽입을 통한 중단 기법은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Op. 33 제3번 C장조의 피날레는 2/4박자의 론도 프레스토로 오페라 부파를 연상시키는
익살스러운 악장이다. 음악학자 토비(Donald Francis Tovey 1875-1940)는 이 악장을 “하이
든의 가장 코믹한 예 중의 하나”로 들었다.38) 이 론도 주제는 균형 잡히고 규칙적인 8마디 악
구이지만 종지가 닫혀있지 않고 열린 채로 딸림조 영역에서 반복된다. 악구는 단순하고 규칙
36)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98-99에서도 마쇼의 이 론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37) Wheelock, "Engaging Strategies in Haydn's Op.33," 4-5.
38) Donald Francis Tovey, “Haydn, Franz Joseph 1732-1809," in Cobbett's Cyclopedic Survey of Chamber Music , ed.
Walter W. Cobbett, 2 vols, 2d ed.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63), 539.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107에서 재인용.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71
적인 반면 화성적으로는 열려있어 잦은 전조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는다. 예상대로 에피소
드 부분 B에서는 동형진행으로 가볍게 A단조-E단조의 먼 조로 전조된다.
악보 11: Op. 33/3/4악장 론도 주제(A)
이 악장의 형식은 A-B-A'-A-B-A-종결구로 구성되는 론도 형식이며, 마지막 종결구에서 악
구 삽입에 의한 중단 기법이 사용되었다. 이 악구의 삽입은 앞서 나온 경과구로부터 그 원안
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경과구는 마디63-71인데, 두 바이올린과 비올라/첼로가 두 성부씩
짝을 지어 론도 주제 첫 마디의 3도 하행선율을 서로 모방한다. 모방 후 마디71에서 모든 성
부가 휴지하고 마디72에서 론도 주제 A가 재현된다. 이 삽입 악구는 G장조로 끝맺는 부분 A'
와 C장조의 론도 주제 A의 연결구 역할을 한다. 그러나 G장조에서 C장조로의 전조는 특별
한 과정이 없이도 가능한 관계조이므로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3도 하행 선율의 모방악구는
경과구의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악곡에 중단의 효과가 있다. 마디71의 한 마디 휴지는 이러
한 중단의 효과를 한층 강화한다.
72 서양음악학 제14-1호
악보 12: Op. 33/3/4악장의 첫째 경과구 마디63-71
예기치 않은 악구의 삽입은 마지막 종결부 직전에 등장한다. 이 부분은 모든 성부의 휴지
후에 나오는 단순한 모방 악구인데, 론도 주제를 다성음악 기법으로 패러디한 것이다. 이 삽
입 악구는 앞서 나온 악구의 단순한 동기 놀이를 모방과 전위의 대위기법으로 전환시킨 것으
로 마치 진지한 대위법을 조롱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 삽입 악구는 앞과 뒤에 휴지를
동반하며 대위기법으로 주의를 끌어, 청자는 악곡의 단절을 더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악보13: Op. 33/3/4악장 마디147-57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73
악구 삽입을 통한 하이든의 중단 기법이 사용된 또 하나의 예는 그 유명한 Op. 33 제2번
Eb장조 “농담”(The Joke)의 피날레이다. 이 프레스토 론도 피날레의 주제는 6/8박자 지그이
며, 단순한 호모포닉 짜임새의 균형 잡힌 4+4 마디구조로 되어있다. 게다가 화성 또한 첫 두
마디에서 I-V-I의 단호한 진행으로 시작하여 마디7-8의 ii-V-I로 분명한 조성을 가지므로, 이
주제는 기억하기 쉬우며 반복에 의해 청자의 귀에 더욱 깊이 새겨진다.
악보 14: Op. 33/2/4악장 론도 주제
형식은 A-B-A-C-A-B-A-C'-A로 표기할 수 있으며, 조성구조도 C부분에서 관계조인 Ab장조
로 이동했다가 C'에서는 다시 원조인 Eb장조로 돌아오는 단순한 구조이다. 그러나 마지막 A
부분으로 돌아올 때 하이든의 조크는 시작된다.39)
39) 하이든의 “농담” 현악사중주는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한 바 있다. Rosen, The Classical Style, 90-91; Donald Francis
Tovey, "Haydn's Chamber Music," in The Main Stream of Music and Other Essay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49), 52;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10-13; George Edwards, "The Nonsense of an Ending:
Closure in Haydn's String Quartets," Musical Quarterly 75/3 (1991), 237-240.
74 서양음악학 제14-1호
악보 15: Op. 33/2/4악장 마지막 부분 마디136-끝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75
8마디의 주제가 온전히 다 진술된 다음에 예상하지 않았던 악구가 삽입된다. 이 악구는
2/4박자의 아다지오로 박자와 템포, 갑작스러운 f 와 p 의 대비, 또한 테누토 지시로 지그 주
제와 완전히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곡을 중단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더욱 혼돈스
러운 것은 박자, 템포, 다이내믹, 성격, 성부 짜임새에서 전혀 이질적인 이 악구가 어딘지 모
르게 친근하게 들린다는 점이다. 이 악구는 론도 주제의 마지막 4마디 선율윤곽의 리듬을 달
리하여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40) 전혀 새로운 악구로 이해되다가 그것이 앞의
악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면 청자는 더욱 혼돈스러울 것이다. 갑자기 닥친 일이
라 이 악구의 비정상적인 출현을 실감하지 못한 청자도 뒤이어 나오는 친근한 프레스토 론도
주제 때문에 이 아다지오 악구로 인한 악곡의 중단을 강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등장하는 변형된 주제는 친근한 재료이기에 더욱 청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주제는 중간에
한 마디씩의 휴지를 갖고 두 마디씩 단편적으로 끊겨 나온다. 게다가 주제의 다섯, 여섯 째
마디는 앞선 단편적 악구와 리듬운을 맞추기 위해 뒤 부분의 선율이 생략되기도 한다. 이러
한 주제의 진행은 충분한 종지 연장의 효과를 내며 종지하는 것 같지만 곡은 또 다시 계속된
다. 이 단편적인 악구 사이의 휴지는 청자에게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전개될까?”하는 생
각할 공간을 제공한다. 청자는 한시도 주의를 흩뜨리지 못할 것이다. 주제의 단편적인 진술
후에 3마디의 휴지(앞뒤의 쉼표를 포함시키면 4마디가 넘는)는 청자가 곡이 끝났다고 생각
하기에 충분한 빌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pp 로 주제의 첫 두 마디가 다시 연주된다. 청자가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하고 직감하는 순간 곡은 끝나버린다. 이 두 마디는 선율적으로는 열
려있어 다음에 올 것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이 주제의 I-V-I 화성진행 때문에 화성적으로는 곡
을 마치는 데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이 악장의 조크는 단지 앞에 나온 주제의 첫 부분이 다시 나오는 것으로 끝과 시작을 겹치
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작곡가의 의도를 청자가 헤아리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자가 다음
에 올 것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할 시간을 너무 길게, 자주 제공하여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있다. 아마 성급한 청자는 페르마타와 휴지로 거듭 이어지는 이 부분에서 몇 번은 박수를 쳤
거나 적어도 그러한 시도를 했을 것이다. 또한 맨 마지막의 pp 로 나오는 주제 첫 두 마디를
40)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11-12.
76 서양음악학 제14-1호
듣고는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고 다음 마디를 기다릴 것이다. 이러한 기법은 작곡가의 트릭
에 청자가 함께 참여하여 규칙의 반전을 유쾌하게 즐기는 것을 넘어서서 연주가가 작곡가와
공범이 되어 청중을 속이는 게임이 될 것이다.
다음 현악사중주 Op. 33 제4번 4악장은 주제에 이미 나타나는 하이든의 위트가 어떻게 아
이러니로 발전하는가를 알 수 있는 예이다. 이 피날레의 주제를 들으면 무엇이 하이든의 위
트인지 누구나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악보 16: Op. 33/4/4악장 마디1-8
이 악장은 2/4박자의 론도 변주곡 형식이며 4+4 마디구조의 단순하고 평범한 주제를 갖고
진행한다. 그러나 이 8마디의 주제가 채 끝나기 전에 “어! 이게 뭐지?”하는 질문과 함께 “하이
든답네”하고 웃음 짓게 된다. 그 이유는 마디5-6에 나오는 옥타브 이상의 도약진행 때문이
다. 이것은 고전시기 현악사중주에서, 더군다나 작품의 주요 주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도
약진행으로 청자가 기대하는 ‘미학적 환상’을 깨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시점에서 청자
가 웃음 짓는 것은 하이든풍의 위트와 유머를 지각한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도약진행이 단지
순간적인 웃음거리로 끝나지 않고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반복되는 론도 주제가 똑같이
나올 것인지 다른 형태로 나올 것인지, 다른 형태로 나온다면 어떻게 변형될 것인지를 궁금
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작곡가가 청자로 하여금 작품에 ‘아이러니한 거리감’을 두고 앞으로
나올 것에 대한 예상을 부추기며, 곡이 진행하는 내내 그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예상대로 이
주제는 곡이 진행하는 동안 여러 형태로, 특히 옥타브 도약이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하면서 변
형되어 나타난다. 마치 트리스트람의 탄생 과정 중에 끼어든 어머니의 뜬금없는 질문 때문에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77
아버지의 집중력이 흩어져 그의 삶 전체가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듯이, 마디5-6의 갑작스러운
도약 진행은 악장 전체에 개입한다. 다음은 마지막 종결부에서 재현되는 론도 주제의 모습이
다.
악보 17: Op. 33/4/4악장 마디182-끝
78 서양음악학 제14-1호
마디182에서 시작하는 론도 주제의 형체는 괴상하게 일그러져 있다. 옥타브 이상의 도약
진행이 극단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주제가 두 번째로 나오는 마디191에서는 도약진행이
수그러들고 다시 주제의 본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번 진술은 그 여섯 째 마디에서 중
단하고 모든 성부가 휴지한다. 휴지 후 여섯 번째 마디 음형이 단편적으로 반복된다. 또 다시
모든 성부가 멈추었다가 이 리듬이 확장되고 옥타브 이상 도약하며 pp 로 나온다. 또 음악이
멈추고 이번에는 이 음형의 마지막 두 음만이 울린다. 이 음형의 화음은 으뜸조인 Bb의 vii이
므로 단편적인 악구들의 삽입은 종지를 계속 연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단편적인 악구는
“농담” 현악사중주의 종결구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옥타브 도약 동기를 사용한 악구들의
단편적인 삽입으로 역시 곡의 흐름은 중단된다. 이 단편들의 리듬과 도약 음정의 확장, 또 이
들 악구 사이의 휴지는 청자를 현혹시켜 곡의 흐름을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마디206에서 마
지막으로 주제가 변형되어 재현될 때 “드디어 돌아왔구나!”하고 안도하는 순간, 부파를 연상
시키는 너무나 단순한 화성적 짜임새로 변해버린 주제 때문에, 또 그것이 pp 의 피치카토로
나오기 때문에 다시 당황하게 된다. 이러한 재현을 예상한 청자는 아마 한 명도 없었을 것이
다. “아하! 역시 하이든이야”하고 웃음 짓는 순간, 원래 주제 8마디가 나오지만, 8마디 째에 I
의 기본위치가 아닌 I6으로 종지하고 또 한 마디가 추가되어 9마디 째에서 완전히 종지한다.
아마 마지막 주제 8마디가 연주되었을 때 청중은 곡의 종결을 예상하고 박수치려고 손을 올
렸다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V-I에 당황할 것이다. 하이든은 또 다시 청자의 뒤통수를 가볍
게 치고 달아나는 것이다.
윌럭은 이 종결부도 하이든 현악사중주 Op. 33의 본래 순서와 함께 논하였다. Op. 33의
아르타리아 본에서 맨 마지막 곡인 이 Bb장조 현악사중주를 Op. 33 전체 사중주들의 마지막
종결로 간주한다. 이 종결부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새롭고 특별한” 작품 모음집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는 것이다.41)
41) Wheelock, Haydn's Ingenious Jesting with Art, 109-110.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79
나가는 말
18세기 이탈리아 기악음악은 가사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대비, 갑작스러운 대조와
같은 급변하는 음악언어로 청중의 주의를 끌었다. 이 음악언어는 역시 18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하였던 오페라 부파의 영향에 힘입어 기악음악에 희극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하였다. 이
러한 영향권 내에 있는 하이든의 음악에 자주 나타나는 급변하는 f 와 p, 박자와 템포, 성부
짜임새, 분위기, 토픽, 양식의 대비는 그의 음악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동시에 그의 음악을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음악에 비교해 ‘장난스러운’, ‘익살맞은’, 심지어
‘어린애 같은’, ‘유치한’ 음악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하이든의
음악언어를 당대 문학과 비교하여 살펴보면 하이든이 이러한 언어를 왜 그렇게 즐겨 사용하
였는지, 또 이것이 그의 작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심증을 얻을 수 있다. 하
이든은 작품 진행에 갑작스러운 대비와 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청자를 작품에 참여시
켰으며, 청자로 하여금 이러한 기법들을 해독하여 자신의 음악언어를 읽어내도록 의도하였
다. 그러므로 하이든의 이러한 음악언어는 단지 순간적으로 위트나 유머를 자아내는 희극성
에 머물지 않고 웃음 그 뒷면을 파헤치는 하이코미디이며, 이것은 보다 근본적으로 작품의
구조에 작용하는 요소인 것이다. 이것이 당대 문학에서 주목받던 낭만적 아이러니와 함께 논
의되었던 하이든의 음악적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다.
하이든이 기악음악에서 청자의 주의를 끌고자 시도했던 대비와 대조의 다양한 기법들은
갑작스러운 휴지, 전후 상황과 무관한 악구 삽입, 혹은 어떤 동기나 악구의 끈질긴 반복으로
인한 지연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문학적 용어를 빌어 무효화 아이러니라 할 수 있으며
곡을 중단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의 아이러니는 장르와 형식의 정전으로부터의 탈피를 통해
청자에게는 앞으로 나올 것에 대한 예상과 기대를 포함한 지적인 놀이의 시작을 유도하여 작
품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하고, 작곡가는 이 모든 것을 한 차원 위에서 총괄하게 만들어준
다. 결과적으로 하이든 기악작품은 1악장에서 소나타형식의 해체, 미뉴에트 악장에서 장르
의 해체, 피날레에서 연속성이나 반복성의 해체를 주도하며 청자를 깊이 작품에 끌어들였으
며, 이것이 그를 동시대 작곡가들과 구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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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 | 하이코미디(high comedy)
| 아이러니(irony) |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 | 트리스트람 섄디(Tristram Shandy)
| 미학적 환상(aesthetic illusion) | 아이러니한 거리감(ironic distance) | 하이든 현악사중주
Op. 33(Haydn's String Quartet Op. 33) | 미뉴에트(minuet)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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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서양음악학 제14-1호
Abstract
Haydn's Musical Irony
Kwon, songtaik
Haydn's witty and humorous effect in his music has often been compared to that of the
contemporary English novelist Laurence Sterne, for they both used the very artificialities
to call attention of their readers or listeners. The artificialities of Haydn consisted of
sudden contrasts in effects, styles, topics and affects, as well as rational deceptions which
led to compositional surprises, and such techniques attract the listener's participation to
the work. His musical languages freed his works from conventions in form or genre by
refusing normal definitions and created Haydn's musical irony which has consistently
been compared to Sterne's 'romantic irony.'
The paper discusses what artificialities Haydn used and how he made irony out of
them by referring to his String Quartets Op. 33. This paper classifies them into three
distinct categories: ②the subversion of sonata form in the first movements; ①negation of
fixed genre type in the minuet movements; ③and the deviation of repeated formal
conventions in the finales.
The most frequently applied techniques were ‘interruptions,’ which annihilate the
progress by using sudden insertion of the contrasted passage, modulation to the remote
keys, strange and inappropriate juxtapositions. The immediate interruption caused by
suddenly appeared pauses provided listeners the time to expect what follows next as
well as to draw the whole picture of a piece through composer's intention.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83
하이든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적 아이러니
하이든 음악의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효과는 그와 동시대 영국 소설가인 로렌스 스턴과 자
주 비교되어 왔다. 이들 모두 독자나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인위적인 작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하이든의 인위적인 기법들은 청자를 놀라게 하는 효과, 양식, 토픽, 감정의 갑작스
러운 대조와 이성적인 속임수로 구성되며, 이것은 청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음
악언어는 정해진 규범을 포기하는 것에 의해 형식이나 장르의 관습으로부터 탈피하였고, 이
것이 스턴의 ‘낭만적 아이러니’와 끊임없이 비교되어 온 하이든의 음악적 아이러니를 탄생시
켰다.
본 논문에서는 하이든이 어떠한 인위적인 기법들을 가지고 어떻게 그의 음악적 아이러니
를 만들어내는지 현악사중주 Op. 33을 통해 살펴보았다. 이 기법들은 첫째 1악장에서 소나
타형식을 해체시키기 위한 것, 둘째 장르를 해체시키는 미뉴에트 악장에 나타나는 것, 셋째
는 반복적인 형식을 해체시키는 피날레 악장에 사용된 것의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예로 든
악장들에서 가장 자주 사용된 기법들은 ‘중단’에 관한 기법들인데, 그것은 대조적인 악구의
삽입, 먼 조로의 전조, 이상하고 서로 어울리지 않은 것들의 병렬이며, 직접적으로 갑작스러
운 중단을 가져오는 휴지는 청자에게 다음에 올 것, 더 나아가 작품 전체에 대한 작곡가의 의
도를 예상하는 시간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