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庸의 《笑傲江湖》, 《鹿鼎記》와영화 <笑傲江湖>(1991), <鹿鼎記>(1992)를 중심으로>
< 目 次 >
1. 들어가는 말
2. 서사의 변형과 충실함의 상호텍스트성
2.1 서사의 변형을 통한 각색
2.2 서사의 충실함을 통한 각색
3. 상호텍스트성을 통해본 金庸의 소설과 영화
3.1 시각화된 문자텍스트
3.2 각색자의 주관적인 독서경험
3.3 주제의식의 표현
4. 나가는 말
1. 들어가는 말
문학작품의 영화화는 현대 문예현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학술
적인 검토 또한 중국은 물론 국내 학계에서도 주요한 연구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고대로부터 ‘俠文化’라는 강한 대중성을 지닌 문화요소가 있었고, 일찍부터 이를 소
설과 詩歌 등 문학작품을 통해 표현해 왔다. 그리고 영화장르가 중국에 소개되고 창작되면
서 오래지않아 俠客과 俠義精神 등 俠文化의 문화요소들은 영화를 통해 표현되기 시작했다.
1928년 제작된 무협영화의 시작으로 일컬어지는 <火燒紅蓮寺>(張石川) 또한 平江不肖生의
《江湖奇俠傳》을 각색한 영화였던 것을 보더라도 무협영화는 탄생 초기부터 무협소설과 긴
밀한 연관관계를 지니고 출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협영화의 무협소설에 대한 의존
은 새로운 장르를 막 개척한 무협영화가 독립적으로 영화의 소재와 서사를 만들어내기에는
경험과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고, 자연스럽게 기존에 이미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던 무협소설에 기탁하여 소재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무협영화는 중국영화를 대표하는 장르 가운데 하나로 발전하였는데, 영화평론가 陳
墨의 말을 빌리자면 무협영화는 武가 있고, 俠이 있는 영화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俠과
武는 곧 중국 전통의 무공과 독특한 격투 형식, 그리고 중국 고유의 俠義精神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 전통의 俠義精神을 체현하고 있는 협객을 소재로 하여 제작된 영화가 무협영
화라 할 수 있다.1) 곧 무협영화는 중국 전통의 俠文化를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고,
이에 소재를 제공하는 주요한 장르가 바로 무협소설이라 할 수 있다.
무협소설과 무협영화는 상호텍스트성2)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문자텍스트를 영상화라는
재창조 과정을 거친 것으로 양자는 문자와 영상이라는 전달 매체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
다. 문자매체를 원작으로 한 영상물의 영상화 방식에 대해서 가브리엘 자이츠(Gabriel
Seitz)는 세 가지 방식으로 분류하였다. 먼저 영화화되는 초기단계부터 현재까지 가장 자주
수용되는 형태인 순수하게 원작의 소재만을 전용하는 것이 있겠고, 다음으로 줄거리의 진행
과 인물의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려는 것이 있겠다. 세 번째로 영상
매체의 특성에 맞게 원작을 재해석하여 수용하는 것인데, 이러한 재해석의 수용에서는 원작
의 일부 내용과 인물이 생략될 수도 있고, 또 내용의 의미가 바뀌거나 특성이 바뀔 수도 있
고 또한 줄거리와 동기들이 숨겨지거나 조작되기도 하며 강조점이 변화 될 수 있다.3) 이렇
1) 陳墨, 《刀光俠影蒙太奇 - 中國武俠電影論》, 北京: 中國電影出版社, 1996年, 10쪽 참조.
2) 상호텍스트성이란 “하나의 개별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를 인용하거나 이를 풍자하고, 다른 말 또는
표현으로 바꾸어 쓰거나 번역하고, 후속편을 이어 쓰거나 각색하고, 패러디하거나 회화하는 것이
다.”(빅토르 츠메가치, 류영종 외 옮김, 《현대문학의 근본 개념사전》, 서울: 솔, 1996년, 212쪽.)
3) 황민선, <출판물과 출판물을 원작으로 하는 영상물의 매체 특성 비교연구>, 《한국출판학회연구》
제48호, 2005년, 375쪽 참조.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81
게 소설에서 영화로의 전이가 시도될 수 있는 근본적인 요인은 양자가 모두 서사라는 동일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말하자면 소설의 영화화는 문자텍스트로
표현된 서사를 장르의 특성에 맞게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金庸의 무협소설은 20세기 중엽 중화권에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면서 독서되기 시작
했고, 이와 더불어 비교적 일찍부터 영화로 제작되었다. 金庸의 무협소설이 중국 전통의 俠
文化를 표현하면서 아울러 폭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金庸의 소설이 영상화되
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고 하겠다. 金庸 무협소설의 영화화는 대체로 5⋅60년대 峨嵋影業公
司 등에 의해 粵語로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7⋅80년대 邵氏兄弟有限公司가 주도하여 제작
한 것을 거쳐 90년대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영화로 제작 시도되고 있다.4) 각색된 작품들
또한 지역과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는데, 그 가운데 필자가 주목한 것은 90년대
새로운 형식의 무협영화의 시도라 하겠는데, 특수촬영 기법을 무협영화에 도입하여 SF무협
영화를 제작하였다는 것이다. 新무협영화는 지나치게 시각적 효과만 추구한 나머지 장르 발
전의 한계를 보이긴 했지만, 이후 이어지는 무협영화에서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新무협영화
의 영화적 기법을 운용하고 있다. 때문에 新무협영화는 중국 무협영화 형식의 발전에 주요
한 전환기라 할 수 있겠고, 본 연구 또한 이점에 기인하여 新무협영화의 작품을 연구대상으
로 하였다.5)
金庸의 무협소설에 대한 연구는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반해 그의 소설의 영상화에 대한 문제는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6) 본고
4) 金庸의 무협소설은 《白馬嘯西風》, 《越女劍》 등 단편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영화로 제작되
었다. 峨嵋影片公司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射雕英雄傳>(1958, 胡鵬)을 시작으로 <碧血劍>(1958,
李晨風), <神雕俠侶>(1960, 李化), <書劍恩仇錄>(1960, 李晨風), <鴛鴦刀>(1961, 李化), <雪山飛
狐>(1964, 李化)와 豪華影片公司에서 제작한 <倚天屠龍記>(1963, 張瑛) 등이 있다. 90년대 新무
협영화로는 <笑傲江湖>(1990, 胡金銼), <鹿鼎記>(1992, 王晶), <鹿鼎記之神龍教>(1992, 王晶),
<笑傲江湖之東方不敗>(1992, 程小東), <東方不敗之風雲再起>(1993, 程小東), <倚天屠龍記之魔
教教主>(1993, 王晶), <新碧血劍>(1993, 張靖海), <新天龍八部之天山童姥>(1994, 錢永強), <飛
狐外傳>(1993, 潘文傑), <射雕英雄傳之東邪西毒>(1994, 王家衛) 등이 있다.
5) 중국 무협영화는 크게 60년대까지 胡金銓과 張徹 등이 주도했던 정통무협영화의 시기와 7⋅80년
대 李小龍과 成龍 등이 연기한 쿵푸무협영화의 시기와 90년대 徐克과 程小東 등이 주도한 新무협
영화의 시기를 거쳐 2000년대 張藝謀 등의 블록버스터 무협영화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笑傲
江湖>(1990)를 시작으로 한 “新무협영화”는 주요 작품으로 <新龍門客棧>(1992, 李惠民), <笑傲江
湖Ⅱ東方不敗>(1992, 程小東), <絶代雙驕>(1992, 曾志偉), <鹿鼎記>(1992, 向華盛, 蕭若元), <白
髮魔女傳>(1993, 于仁泰) 등등이 있다.
6) 주요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吳東暉는 소설과 영화는 서사성을 지닌 예술장르라는
전제아래 《笑傲江湖》의 각색된 영화들은 소설의 익숙한 서사와 인물들을 새롭게 형상화하여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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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을 전하고 있다고 하였다.(<從題材遷移到視域融合 - 探析《笑傲江湖》系列電影的修辭觀照>, 《福
建廣播電視大學學報》 第1期 總第73期, 2009年.) 또 李小傑는 金庸을 비롯한 古龍, 司馬翎, 馬榮
成, 黃易 등의 현대무협소설 작품의 영화와 드라마 각색 현황을 정리하였다. 하지만 텍스트에 대
한 세세한 분석이 진행되지는 않았고 각 작가들의 개략적인 특성을 언급하는 단계에 그치고 있
다.(<論武俠小說的視覺化>, 《湖南工業職業技術學院學報》 第8卷 第6期, 2008年 12月.) 王宜文은
홍콩 영화 속에서 金庸 무협소설의 각색 영화의 유형과 시기별 특성을 언급하면서 특히 1990년대
<笑傲江湖>의 등장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新무협영화가 시작되었고, 이후 새로운 볼거리
를 중시하는 장르의 상업성이 강조되면서 더불어 원작의 俠義精神 등은 홀시되는 경향으로 발전
하였다고 하였다.(<香港電影中金庸小說改編的類型及流變>, 《電影新作》 第04期, 2007年.) 王宜文
의 논의는 시기별 작품의 개략적인 특성을 개괄하는 것에 그치고 있지만, 본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90년대를 전후한 新무협영화의 조류 속에서 金庸 무협소설의 각색 영화의 발전과정을 살펴
보는데 주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張玉霞와 王瑞光 역시 다양한 독자층을 지니고 있는 金庸
의 무협소설은 영화제작의 매력적인 대상이 된 것이며, 상업적인 목적과 더불어 이를 통해 중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방식이 되었다고 하였다.(<多贏的文化產業選擇: 金庸武俠小說的電影改編>,
《電影文學》 第20期, 2009年.) 宋永忠은 《金庸影視作品的審美特徵分析》에서 90년대 이래 각색된
金庸 무협소설의 영상작품들을 대상으로 인물과 서사 등 주요 특징들을 논의하였다. 특히 이들
영상 작품들은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여 대중화와 통속화를 추구하였다고 하였다.(東北師範大
學, 2008년, 碩士.) 吳惇 역시 《從筆墨到光影: 論武俠小說《笑傲江湖》1990年代以來的影視改編》
에서 90년대 新무협영화의 시작이라 일컬어지는 <笑傲江湖>를 기준으로 하여 이후 진행된 홍콩
과 대륙의 金庸 각색 무협영상을 각 지역별 판본에 맞추어 분류 분석하였다.(暨南大學, 2006年
碩士.) 陳霞는 무협영화를 통해 표현된 민족문화정신에 대해서 논의하였는데, 주로 중국 무공의
묘사와 협의정신의 표현에 대해 분석하였다. 비록 문학작품과의 상호 비교를 통해 논의가 진행되
지는 않았지만, 본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무공의 시각적 표현을 분석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다.
(《論武俠電影中的民族文化精神》, 東南大學, 2006年, 碩士.) 또 王萍은 “誤讀”의 이론을 가지고 金
庸 무협소설의 각색 영상작품들을 분석하였는데, 시장의 수요와 각색자의 문화적 소양, 생활방식
등 각종 요인들에 의해 원작을 이해하는 방향이 달라져 각기 다른 판본들이 출현하고 있다고 하
였다.(《誤讀與文化立場》, 南京師範大學, 2004年, 碩士.) 賈磊磊는 《武舞神話: 中國武俠電影及其
文化精神》에서 중국 무협영화의 특징들을 고찰하였는데, 중국의 무협영화는 무협문학을 원형으
로 하면서 그 가운데 춤과 같이 표현된 중국 무술에 대한 묘사와 인물의 俠義精神을 담고 있는
것이라 하고 있다.(南京師範大學, 2007年, 博士.)
각색 드라마에 대한 연구도 있는데, 徐詩喬는 《武俠經典的鏡語再現》에서 중국중앙방송(CCTV)를
통해서 방영된 <笑傲江湖> 판본을 중심으로 원작의 서사와 인물, 주제의식의 계승여부와 재창조
에 대해서 분석하였다.(中國傳媒大學, 2008년, 碩士.) 趙秀穎는 최근 대륙에서 방영된 金庸소설
의 각색 드라마를 TV의 사회적 공능과 시청자의 시각에서 원작과의 상호텍스트성을 살펴보았
다.(《金庸武俠小說和改編電視劇的承襲與疏離》, 河北大學, 2004年, 碩士.) 김동명은 周聖馳라는
배우 개인이 지닌 이미지(페르소나)를 르네 지라르의 모방과 폭력 이론에 근거하여 金庸의 무협
소설과 周聖馳 영화의 상호텍스트성을 논의하였는데, 주로 周聖馳 영화에서의 무협서사 구조에
대해 분석하였다. 원작 텍스트의 각색과 영화화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소설과 영화에서 묘사된 韋小寶의 형상을 통해 현대 홍콩인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고 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金庸과 周聖馳의 상호텍스트성을 통한 反武俠性 연구》, 고려대학교, 2009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83
에서는 소설 《笑傲江湖》, 《鹿鼎記》와 90년대 새로운 형식의 무협영화를 선도한 <笑傲江
湖>(1991)와 <鹿鼎記>(1992)7)를 중심으로 무협소설이 영상화되는 과정에서 원작 소설의
서사와 주제 등이 어떻게 계승 혹은 재창조되는지를 검토하여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
텍스트성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서사의 변형과 충실함의 상호텍스트성
장르의 특성상 무협소설은 읽기 위한 것이며, 무협영화는 보기 위한 것이지만, 양자는 모
두 武와 俠이 묘사되는 江湖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통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金庸의
무협소설은 다양한 인물구성과 중국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소설의 배경인 강호를 비롯하여
각 장면과 사건들 또한 복잡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설정되어 있다. 때문에 金庸 무협소설의
영화제작에서 원작의 복잡하고 다양한 서사와 인물들의 성격을 영화의 제한된 화면과 시간
에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장르의 특성
상 영화에서는 원작의 주요한 사건이나 혹은 인물을 중심으로 서사를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
는 것인데, 金庸의 무협소설을 영화로 제작하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겠다. 하나는
원작의 가장 정채로운 부분을 채택하여 각색하는 것이 있겠고, 다른 하나는 원작의 주제와
인물 등을 바탕으로 하여 임의대로 각색하는 것이 있겠다.
2.1 서사의 변형을 통한 각색
소설 《笑傲江湖》는 무공비급인 辟邪劍譜8)를 둘러싼 강호인들 간의 각종 암투와 함께 正
년, 석사.)
7) 원작소설은 《金庸作品集》(北京: 三聯書店, 1999年)을 저본으로 하고 각색 영화는 1990년 胡金
銓, 徐克이 감독한 <笑傲江湖>와 <鹿鼎記>(1992, 向華盛, 蕭若元)를 중심으로 한다. 東方不敗의
형상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笑傲江湖>의 후속작인 <笑傲江湖之東方不敗>(1992, 程小東), <東方
不敗之風雲再起>(1993, 程小東)도 참고로 할 것이다. 한편 홍콩에서는 1992년 <鹿鼎記>와 <鹿鼎
記 II - 神龍敎>로 개봉되었지만, 국내에서는 <鹿鼎記Ⅱ>에 <鹿鼎記>를 소개하는 축약본을 담아
소개되었다. 두 편은 서사가 서로 이어져있어 <鹿鼎記>와 <鹿鼎記 II - 神龍敎>를 함께 논의의 대
상으로 하였다.
8) 《笑傲江湖》에서 辟邪劍譜와 東方不敗가 익힌 葵花寶典은 원래 황실 환관의 무공이었다가 무공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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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邪가 대립하는 서사구조로 되어 있다. 이들 갈등은 모두 권력쟁탈이라는 동일한 목적의
식으로 귀결되고 있고, 비급쟁탈과 권력투쟁이라는 두 축의 서사는 서로 분리되지 않고 유
기적으로 관계되어 있다. 갈등의 시작인 福威鏢局의 멸문의 재난은 무공비급인 辟邪劍譜를
탈취하기 위한 욕망으로 비롯된 것이었으며, 岳不群을 비롯한 余滄海, 木高峰 등 강호인들
의 등장을 이끌어 내는 작용을 한다. 무공비급 탈취의 궁극적인 목적 또한 비급의 무공을
가지고 강호의 일인자가 되고자하는 권력쟁탈에 대한 욕망이 동시에 내재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편협한 선악관의 존재 또한 갈등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劉正風 일가의 비극이 이로
인해 초래되었고, 日月神敎와 五嶽劍派가 正과 邪로 대립하며 주요한 갈등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正의 진영인 五嶽劍派의 문파간 내부 갈등이 있는가 하면 華山派 또한
劍氣宗 간의 내부 갈등이 묘사되고 있으며, 邪의 진영 또한 東方不敗와 任我行의 日月神敎
내부의 갈등 구조가 동시에 묘사되고 있다. 무공비급을 둘러싼 갈등과 마찬가지로 正邪 갈
등의 근본적인 원인 또한 권력쟁탈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위해 표현되고 있다. 때문에 《笑傲
江湖》는 강호세계의 권력투쟁의 실상을 묘사하는 것을 통해 중국 역사 어느 시대건 있어왔
던 삼천년 정치투쟁의 실상을 풍자하고자 했던 창작의도가 있었다고 하겠고,9) 작품에 명확
한 시대배경도 제시되지 않았던 이유 또한 이에 기인한다.
소설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는 또 다른 주요한 서사로는 강호의 은원을 뒤로하고 떠나려는
은사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劉正風과 曲洋이 그러했고, 江南四友와 風淸揚을
비롯하여 令狐沖과 任盈盈 등이 이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강호에 있으면,
몸은 자기 마음대로 못한다(人在江湖, 身不由己)’는 말처럼 물러나 은거하려고 해도 강호의
현실은 마음먹은 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令狐沖과 任盈盈이 그들의 이상을 실
현했을 뿐 風淸揚은 문파에 들어가지 못하고 유랑하였고, 劉正風과 曲洋, 그리고 江南四友
등은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것 같이 권력쟁탈에 대한 욕망을 지닌 강호인들은 은사들
의 이상의 실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다분히 정치적인 성격을 담고 있는 원작의 복잡한 서사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온
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서사의 변형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먼저 영화 <笑傲江湖>는
무공비급인 葵花寶典을 사건의 중심에 두고 이를 둘러싼 강호인들의 갈등을 주된 서사로
급이 소림사로 흘러들어간 이후 사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양자는 원래 같은 성격의 무공이다.
각색 영화에서는 葵花寶典만 묘사된다.(《笑傲江湖》 제30회, 1165-1177쪽 참조)
9) 이 소설은 소설 속의 일부 인물들을 통해 중국 삼천여 년 이래로 정치 생활 중의 일부 보편적
현상을 그려내고자 한 것이다.(這部小説通過書中一些人物, 企圖刻劃中國三千多年來政治生活中
的若干普遍現象. 金庸, 《笑傲江湖》<後記>, 1597쪽)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85
묘사하고 있다. 원작의 비급쟁탈의 서사와 맥락을 같이하긴 하지만, 무공비급 쟁탈이 권력
투쟁과 더불어 正邪 대립 구도의 서사와 관련되었던 원작의 서사와는 달리 영화에서는 비급
쟁탈을 위한 강호인들의 갈등으로 서사가 한정되어 묘사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영
화의 질서로 각색된 서사구조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시대배경을 明代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작에서 명확한 시대 설정을 하지 않은 것은 순수한 강호
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 역사에 있어왔던 권력투쟁에 대한 현실을 이야기하려했던 작가의
창작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明代라는 한 시대로 국한시켰고, 갈등의 원인
또한 권력 쟁탈이 아닌 비급쟁탈로 한정시켰다. 林震南의 福威鏢局은 은퇴한 환관의 염색공
장으로 설정되었고, 葵花寶典은 林家의 가전 무공이 아닌 황실에서 훔쳐낸 것이 되었다. 그
래서 이를 되찾기 위해서 황실 환관 집단인 東廠과 歐陽全 등의 인물들이 추가적으로 설정
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원작에서 사건의 발단이 되는 靑城派에 의한 福威鏢局의 멸문은
이들 황실 인물들로 대체되어졌다.
주요 문파의 성격의 변화 또한 진행되었는데, 먼저 五嶽劍派의 합병에 관한 서사는 원작
에서 주요한 서사를 담당하였던 권력투쟁의 서사가 생략되어졌고, 맹주인 左冷禪은 東廠의
명을 받아 葵花寶典을 찾는 관부의 앞잡이로 묘사되고 있다. 또 邪의 진영을 대표하는 日月
神敎는 원작에서 五嶽劍派와 대치하며 正邪의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
파였다. 하지만 각색 영화에서 日月神敎는 五毒敎와 결합된 소수민족[苗族] 집단으로 묘사
되어 원작에서 권력투쟁의 갈등의 한 축을 형성하였던 역할은 없어졌고, 심지어 令狐沖을
도와 관부에 대항하는 형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笑傲江湖>에서는 서사의 변화 재창조 이외에도 인물의 성격 또한 변형을 추구하고 있다.
먼저 원작에서 令狐沖은 술을 즐기며 강호의 법도와 正邪의 선악관에 구애받지 않는 소탈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강호의 비정한 권력다툼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심지어
음란한 행위를 일삼기도 하였고, 正邪 양진영에서 모두 적대시하였던 田伯光과도 교제하였
다. 또 桃谷六仙을 비롯한 任我行 등 邪魔外道의 인물들과도 거리낌 없이 교류하였다. 令狐
沖의 이러한 성격은 은사의 이야기로 권력다툼의 비정함을 풍자한 《笑傲江湖》의 주제의식
을 표현하고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 묘사된 令狐沖
은 단지 소탈한 성격 정도만 이어질 뿐 원작의 주제의식을 드러낼 만한 성격은 돌출되고
있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나는 華山派가 아니니 당신과 결투할 수 있소!”10)라고 사부 岳不
群에게 검을 겨누기까지 하는데, 원작에서 항시 공경하는 태도로 華山派와 사부를 대하였던
10) 令狐沖: (拔劍站起)我不是華山派了. 我跟你打!(<笑傲江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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令狐沖의 성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인물 가운데 東方不敗의 형상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원작에서 東方不
敗는 葵花寶典의 무공과 문파내의 권력투쟁 등과 관련이 되긴 하지만, 주요 갈등과 서사를
이끌고 있는 형상으로 묘사되진 않는다고 할 수 있다. 東方不敗는 시종 긴장을 제공하는 요
인으로만 존재하며 작품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다가 후반부(제31회)가 되어서야 작품에 등
장하는 정도이다. 원작에서 東方不敗는 화려하게 꾸며진 규방에서 들려온 음성은 “소리는
가늘고 날카로웠으며, 목청은 거칠었다.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하여 사람들은 한번
듣고는 모골이 쭈뼛쭈뼛 서는 것을 금치 못하였다”11)라고 묘사되며 등장하고 있는데, 이미
葵花寶典 무공의 영향으로 性의 변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비
록 東方不敗는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등장하며 任我行과 日月神敎 내부 권력다툼의 갈등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이들의 분쟁은 빠르게 진압되어지며 비중 있게 묘사가 진행되진 않았
다. <笑傲江湖>에서도 東方不敗에 관한 서사는 후반부에 令狐沖과 東廠과의 혼전 속에서 歐
陽全이 葵花寶典을 훔쳐 달아나는 마지막 장면에까지 줄곧 드러나지 않으며 묘사되지 않았
다. 하지만 후속작 <東方不敗>와 <風雲再起>로 오면서 葵花寶典의 무공을 연마한 東方不敗
는 서사의 중심이 된다. 東方不敗는 원작에서와 같이 시종 권력을 추구하는 형상으로 묘사
되긴 하지만, 미모의 여배우[林靑霞]가 분장하여 외형은 물론 음성 또한 완전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심지어 東方不敗가 중상을 입고 절벽으로 떨어질 때 구하려는 令狐沖에게
지난밤 함께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까지 하면서 절벽으로 추락하였다.12) 이때의 東方不敗는 이미 男性과 女性 사이에 있는 불
완전한 존재가 아닌 완전한 여성으로 묘사되었다고 할 수 있다. 東方不敗의 여성화로 인해
원작에서의 令狐沖과 岳靈珊, 그리고 任盈盈으로 이어지는 연정구도의 서사는 각색 영화에
서 東方不敗와 令狐沖과의 연정의 형식으로 전이되어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인물 가운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악한 본성을 숨기고 正人君子 행세를
하였던 岳不群은 권력욕과 인간의 추한 본성을 드러내는 소설의 주제의식과 직접적으로 관
련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風淸揚을 통해 岳不群의 욕망을 숨긴 似而非 군자
의 형상이 잠시 언급되었을 뿐 인물의 행위를 통해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또
원작에서 林平之는 辟邪劍譜의 주요 계승자이면서 멸문의 재난에 대한 복수라는 분명한 강
11) 聲音尖鋭, 嗓子卻粗, 似是男子, 又似女子, 令人一聴之下, 不由得寒毛直豎.(《笑傲江湖》 제31회,
1218쪽)
12) 令狐沖: 我只是要問你, 那天晚上跟我在一起的是不是你? 東方不敗: 哼, 我不會告訴你, 我要你記
得我, 讓你後悔一輩子!(<笑傲江湖之東方不敗>)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87
호에서의 존재 이유를 지녔던 형상으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등장과 동시에 살해
되면서 그의 역할이 극히 단순하게 처리되었고, 華山 문하로 들어가는 이후의 일련의 행보
는 東廠의 歐陽全으로 대체되어 버린다. 林平之의 역할에 대한 비중의 축소는 원작에서 주
요한 서사를 형성하였던 令狐沖과 任盈盈, 그리고 林平之와 岳靈珊 간의 연정구도가 근본적
으로 성립될 여지가 없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笑傲江湖》 원작 소설과 영화의 주요 서사와 인물들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영화는
시각적 효과를 위한 영화적 장치로 원작의 주요 서사를 재구성했다고 할 수 있겠고, 특히
후속작으로 오면 인물의 명칭과 간단한 성격 정도만 이어질 뿐 원작 서사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있다. 곧 원작의 권력투쟁과 비급쟁탈의 복잡한 갈등관계를 형성한 다층적인
서사구조를 비급쟁탈이라는 단층적인 서사구조로 표현하고 있다. 또 원작의 주제를 표현한
권력투쟁의 추악한 모습은 무공 비급인 葵花寶典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정하여 순수한 강호
의 이야기로 재구성되었고, 동시에 권력투쟁의 비정함을 피해 인성의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은사에 관한 서사는 축소 생략되었다. 원작의 정치풍자와 권력투쟁의 비정함이 영화를 통해
일부 표현되긴 하였지만, 새로운 인물과 서사가 추가되면서 영화의 전체적인 정조는 강호의
음험함과 권력다툼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기조에서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남녀 간의 연정 등
인간 감정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이하였다고 볼 수 있다.
2.2 서사의 충실함을 통한 각색
《鹿鼎記》는 淸나라 초 康熙 연간을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요 서사와 갈등은 韋小
寶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韋小寶를 중심으로 하여 康熙의 淸나라 조정과 反淸復明의
목적을 지닌 陳近南의 天地會와의 대립이 주된 갈등구조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가운데는
각기 鰲拜와 吳三桂, 그리고 神龍敎와 淸 조정 내부의 크고 작은 갈등구조가 동시에 설정되
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의 절필작이기도 한 《鹿鼎記》는 金庸의 이전의 무협소설들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곧 무협소설에 역사소설의 특징을 담고 있는 형식인데, 역
사 사실에 근거한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주요 서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심인물
인 韋小寶는 여색과 돈만 밝히는 인물로 일반적 의미의 무협소설의 중심인물이라 할 만한
무공은 물론 협의정신도 지니지 않은 다소 낯선 형상으로 묘사되고 있다.13) 《鹿鼎記》에는
13)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이 소설을 위작이라고까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고, ‘反武俠小說’이라
평하기까지 한다.(《鹿鼎記》 <後記>, 2005쪽. / 《鹿鼎記》에 대해서 일부 연구자들은 무공을 알지
288 / 中國小說論叢 (第 40 輯)
분명 기존의 무협소설과 같이 협의정신을 지닌 陳近南을 비롯한 강호의 영웅들이 묘사되긴
하지만, 정작 사건의 해결은 韋小寶의 임기응변과 각종 비열한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
다. 이러한 서사는 기존의 무협소설에 존재해 온 보편적인 영웅관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영웅에 대한 서사와 反英雄에 대한 서사가 공존하는 가운데 결국 反英雄을 통해
기존의 강호 영웅이라 일컬어졌던 이들을 풍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영화에서도 원작에서와 같이 漢族 진영을 대표하는 天地會와 만주족 진영의 淸나라 황실
간의 민족대립의 갈등구도가 주요한 서사 구조라 할 수 있다. 원작에서와 같이 갈등의 중심
에 위치한 인물은 韋小寶였고, 그는 자의반타의반 天地會에 가입하게 되었고, 또 황궁까지
들어가게 된다. 天地會에서 그에게 부여한 임무는 反淸復明이었고, 편협한 민족관을 의미하
는 反淸復明의 구호는 주요 사건과 갈등을 이끄는 요인이 된다. 그렇지만 정작 서사의 중심
에 있는 韋小寶는 강호인들이 대의라 여기는 혁명구호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도리어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과 명예를 추구하는데 몰두한다. 일반적인 협객의 기준으로 보자면 韋
小寶는 분명 협객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부 陳近南이 淸왕조에
대항하는 이유를 단지 자신의 일생의 신념이라 하는 것에 비해 韋小寶는 민족분쟁에서 결국
고통 받는 것은 백성들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韋小寶: 康熙가 재위한 이후 사해가 평정되었고, 더욱이 오배가 죽고 난 이후 더
더욱 나라는 태평하고 평안하여 백성들은 모두 잘 먹고 잘 입고 있는데, 왜 굳이
그를 뒤엎어야하는가요?14)
漢族 중심의 혁명구호인 反淸復明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며, 동시에 자민족 중심의 협소한
민족관을 지니고 투쟁만 일삼는 강호영웅에 대한 풍자인 것이기도 하다. 강호의 분쟁을 해
결하고 안정된 상태를 추구하는 “爲國爲民”의 이념이 협의 강호행보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백성의 입장에서 무의미한 민족 분쟁을 거부하는 韋小寶의 형상에서 도리어 爲國爲民의 俠
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영화에서 韋小寶는 四十二章經의 비밀을 밝혀내
못하고 비열한 수단으로 목적을 쟁취하는 주인공 韋小寶의 인물형상은 전통의 협객의 형상을
묘사하는 무협소설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하고 있다.(陳墨, 《浪漫之旅: 金庸小說神游》, 上海三聯
書店, 2000年, 354쪽. 彌建立, <論金庸武俠小說正邪人物之“反”敍事模式>, 《社科縱橫》 第25卷 1
期, 2010年. 呂進⋅韓雲波, <金庸“反武俠”與武俠小說的文類命運>, 《文藝研究》 02期, 2002年. 羅
麒, <論《鹿鼎記》的“反武俠”特徵>, 《江漢論壇》 07期, 2009年.)
14) 小寶: “自從康熙登位之後, 四海升平, 尤其是鼇拜死了以後, 更加是國泰民安, 老百姓都吃得好穿
得好, 為甚麼還要推翻他呢?”(<鹿鼎記>)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89
고 淸朝와 康熙를 몰아낼 수 있는 龍壁 앞에 섰지만, 마지막 순간에 지금 천하 백성들이 평
온한데 굳이 龍壁을 파괴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시행에 옮기지 않고 강호를 떠나는 것을
선택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鹿鼎記》를 통해 金庸은 漢族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편협한 민족주의를
해체하고 중화민족을 동일한 시각으로 대하는 廣義의 민족관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만주족 황제인 康熙의 총명함을 부각시켰고, 백성과 국가의 안위를 고려하는 성군의
형상을 강조하여 묘사하였다. 특히 韋小寶의 신세에 관한 언급에서 작가의 이러한 창작의도
가 잘 표현되고 있다.
“漢人은 당연히 있고, 만주의 벼슬아치도 있었으며, 또 몽고의 무관도 있었다.”,
“당시에 回族 사람도 있었는데, 종종 나를 찾아왔지. 그의 용모는 매우 준수했는데,
나는 종종 소보 너의 코가 잘생긴 것이 그를 좀 닮았다고 생각했었지.”, “그 티베트
의 라마는 침대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불경을 외웠지. 한편으로는 불경을 외우면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나를 쳐다보았지. 너의 눈동자가 헤죽거리는 것은 정말
그 라마를 같다니까!”15)
자신의 생부가 누구냐는 韋小寶의 질문에 어머니 韋春芳은 당시 자신은 용모도 아름다웠
고, 찾는 손님도 많았다고 전제하면서 아들의 생부를 다양한 민족의 가능성으로 열어두고
있다. 이는 韋小寶에 중화민족 전체의 이미지를 담고자 한 작가의 의도적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영화 <鹿鼎記>에서는 대체로 원작의 주된 서사와 인물의 성격을 계승하고 있지만, 역시
원작의 방대한 역사 사건과 인물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올 수는 없는 것이고 변화된 서사소
의 존재는 불가피한 것이라 하겠다. 먼저 韋小寶의 출신성분과 관련된 문제는 反淸復明의
실행과 관련된 민족 간의 갈등 구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서사소라 할 수 있다.
원작에서 그의 출신성분은 순수 한족이 아닌 복잡한 민족성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러한 韋小寶의 형상을 통해 작가는 기존에 강호의 세계에 있어왔던 狹義의 민족관을 벗어
나 廣義의 민족관으로 발전한 중화민족 전체를 대표하는 형상을 담고자했다. 하지만 영화에
서는 韋小寶의 어머니 韋春芳은 누이 韋春花로 묘사되면서 그의 출신성분에 관한 문제가
15) 韋春芳道: “漢人自然有, 滿洲官兒也有, 還有蒙古的武官呢.”, “那時候有個回子, 常來找我, 他相貌
很俊, 我心裡常説, 我家小寶的鼻子生得好, 有點兒像他.”, “那個西蔵喇嘛, 上床之前一定要念經,
一面念經, 眼珠子就骨溜溜的瞧著我. 你一雙眼睛賊忒嘻嘻的, 真像那個喇嘛!”(《鹿鼎記》 제50회,
1995쪽)
290 / 中國小說論叢 (第 40 輯)
부각될 친족관계의 구성조건을 약화시켰다. 이로 인해 韋小寶가 天地會에 가입하고 反淸復
明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황궁에 들어가고, 또 청조를 무너뜨릴 龍壁 앞에서 마지막 순간
시행에 옮기지 않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묘사된 주제의식의 표현에 대한 호소력이 약화되었
다고 볼 수 있다.
또 원작을 두고 反무협소설이라는 평이 있었던 것은 영웅에 대한 풍자와 더불어 주요 인
물인 韋小寶가 협의정신은 물론 무공조차 익히지 않았다는 것인데, 영화에서 韋小寶는 비록
뜻하지 않게 神龍敎主의 무공을 전수받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고강한 무공을 지니게 되었
다. 게다가 전수받은 무공은 숙적 馮錫範을 처단하고 강호의 갈등을 해소하게 되는 결정적
인 行俠 도구가 되고 있다.
한편 원작에서 天地會와 대립하면서 갈등의 한 축을 형성하였던 康熙는 韋小寶와 더불어
서사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康熙는 天地會와 대립하면서 韋小寶를 제어하
는 가운데 정적들을 제거하고, 淸나라 초 국내외의 불안 요인을 정리하여 제국의 발전 기반
을 다진 영명한 소년황제로 묘사되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 묘사된 康熙는 국가와 백
성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총명한 성군의 형상은 거의 부각되지 않았고, 단지 韋小寶의 조연
으로 특별한 능력과 안목도 드러나지 않은 평범한 청년황제로 묘사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상과 같이 《鹿鼎記》는 영화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시공의 제한을 받는 영화장르의 특성
상 재창조의 작업을 거칠 수밖에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원작의 풍자와 해학의 정조를 유지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무의미한 민족분쟁을 반대하는 주제의식 등 주요한 서사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는 가운데 텍스트를 재생산하였다고 할 수 있다.
3. 상호텍스트성을 통해본 金庸의 소설과 영화
3.1 시각화된 문자텍스트
무협소설과 무협영화는 모두 독자와 관객이라는 소비자의 기호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장
르의 공통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무협소설이 무협영화로 각색되는 것은 문자텍스트로 상상
되었던 강호세계의 각종 구성요소들을 영상을 통해 시각화된 텍스트로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강호세계의 구성요소들은 다양한 자연의 풍경을 비롯하여 민간의 각종 풍속과 강호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91
법규 등을 시각화된 텍스트로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인데, 그 가운데 특히 무협 장르를 대하
는 대중의 기호가 집중되어 있는 것은 바로 무공에 대한 묘사라 할 수 있다. 무협소설에서
문자로 표현된 각양각색의 무공에 대한 묘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무협영화의 흥행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金庸의 무협소설 가운데 예를 들어보면, 먼저 《笑傲江湖》에서의 검으로 천하
의 무공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절세무공인 獨孤九劍을 들어볼 수 있겠다.
살아 있는 것을 배우고 살아 있게 펼치는 것은 제 일보에 지나지 않는다. 손을
쓸 때 초식이 없다면, 진정한 고수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너는 각 초식이
한 덩어리가 되면 적이 깨뜨릴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반쯤밖에
못 맞춘 것이다. 한 덩어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초식이 없어야 한다. 너의 검초가
제아무리 한 덩어리가 되었다 할지라도 흔적이 있기만 하면 적은 그 틈을 노리고
공격해 올 것이다. 그러나 만약 네가 근본적으로 초식이 없다면, 적이 어떻게 너의
초식을 깨뜨릴 수 있겠느냐?16)
風淸揚이 令狐沖에게 獨孤九劍의 무공의 요지를 전수해 주는 장면인데, 근본적으로 초식
이 존재하지 않다면 깨뜨릴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논리로 ‘무초가 유초를 이긴다(無招勝有
招)’는 것이다. 總訣式을 비롯하여 각 무공에 대적하는 破劍式, 破刀式, 破槍式, 破鞭式, 破
索式, 破掌式, 破箭式, 破氣式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獨孤九劍은 특히 작가의 무공 묘사에
대한 사상이 잘 표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무협소설에서 언급되는
무공의 대다수가 그러하듯이 묘사된 무공은 문화적 가공을 거친 추상적 의미만을 담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실체가 묘사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 《鹿
鼎記》에서 묘사된 化骨綿掌은 “세간에 化骨綿掌이라는 무공이 있는데, 化骨綿掌을 맞고 난
후 그 사람의 온몸에는 조금도 이상한 증상이 없다가 반년이 지나고 나서야 사체의 골격이
비로소 서서히 부러지고 찢어진다고 합니다.”17)라고 무공의 위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化
骨綿掌은 神龍敎의 비전 무공으로만 알려져 있고 海大富가 이에 대적하는 무공을 완성했다
고는 하지만, 결국 작품을 통해서 무공의 구체적인 형상은 묘사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金庸
16) 活學活使, 只是第一步. 要做到出手無招, 那才眞是踏入了高手的境界. 你說‘各招渾成, 敵人便無法
可破’, 這句話還只說對了一小半. 不是‘渾成’, 而是根本無招. 你的劍招使得再渾成, 只要有跡可尋,
敵人便有隙可乘. 但如你根本幷無招式, 敵人如何來破你的招式?(《笑傲江湖》, 제10회, 372쪽)
17) 世間有這樣一門化骨綿掌, 打中人後, 那人全身沒半點異狀, 要過得一年半載之後, 屍體的骨骼才
慢慢的折斷碎裂.(《鹿鼎記》, 제6회, 217쪽)
292 / 中國小說論叢 (第 40 輯)
의 무협소설에 묘사된 百花錯拳, 唐詩劍法, 黯然銷魂掌, 神行百變, 乾坤大挪移, 吸星大法,
凌波微步, 降龍十八掌 등과 같은 대부분의 무공들은 모두 고대 경전과 詩詞를 등을 참고하
여 창조된 것으로 문자로 읽혀지기 위한 무공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雅化작업’을 거친
무공의 초식들은 독자들이 작품의 텍스트를 통해서 문화를 감상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체를 파악하고 고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겠다.18)
하지만 영화는 이렇게 雅化작업을 거친 문자텍스트의 추상적인 무공을 어느 정도 구체화
할 수 있다. <笑傲江湖>에서 風淸揚은 비록 盪劍式、 浪劍式、 落劍式、 撩劍式 등과 같이 무공
의 초식의 명칭이 변화되긴 했지만, 令狐沖에게 獨孤九劍을 전수하였고, 이어서 東廠의 강
호인들을 상대로 빠르고 위력적인 獨孤九劍을 실체를 펼쳐 보였다. 또 무공의 시전자가 가
짜 태후에서 海大富로 각색되긴 했지만, 小桂子에게 化骨綿掌이 시전되었고, 시신이 물로
변하는 무공의 실체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특수촬영 기법을 영화 제작에 도입하여 SF무
협영화를 제작한 新무협영화는 바로 무협영화의 ‘시각적 효과’의 극대화를 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무공에 대한 묘사에 일반적 의미의 무술보다는 특수촬영의 현대적인 영화적
기법을 운용하여 시각적 효과를 배가하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문자텍스트를 통해 상상되
었던 무공의 형상과 반드시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여주기 위한 영화장르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작가가 설정한 문자 텍스트의 상상력의 범주를 시각화된 텍스트로
표현하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3.2 각색자의 주관적인 독서경험
무협소설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제작자는 주관적인 독서 경험에 의거하여 원작 텍스트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서사의 변형과 재창조와는 달리 일정부분 각색자의 주관적인 상상력
을 첨가할 수도 있게 된다. 곧 원작을 독서하며 소홀히 했던 부분이나 중시되지 않은 장면에
대한 상상력인데, 무공을 비롯한 각종 장면과 풍경, 바둑, 그림 등에 대한 각색자의 상상을
말한다. 앞서 살펴본 논의의 대상들 가운데 東方不敗의 형상화를 주목할 수 있겠다. 원작에
서 東方不敗가 익힌 무공은 葵花寶典이었는데, 東方不敗 뿐만 아니라 岳不群과 林平之 등도
모두 스스로 거세하고 난 후 辟邪劍譜(葵花寶典)의 무공을 익혔다. 岳不群과 林平之가 무공
을 익히고 심신의 변화가 진행되는 서사가 있는 반면 東方不敗가 상승무공을 습득하고 변화
18) 우강식, <문화적 공유점을 통해 본 中國現代武俠小說>, 《중국소설논총》 24집, 2006년, 358-359
쪽 참조.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93
되는 과정에 대한 서사는 원작에서 간략하게 처리되었거나 감추어져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원작에서 東方不敗는 이미 葵花寶典의 무공의 영향으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요
상한 형상으로 등장하여 性의 변화가 진행된다는 일부 암시만 있었을 뿐 분명하게 묘사되진
않았다. 더군다나 등장과 동시에 권력다툼에서 희생되며 서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각색
영화에서 東方不敗는 죽음으로 서사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서사의 중심인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음성과 외모는 물론 令狐沖에 남녀 간의 연정까지 드러내
는 완전하게 여성화된 형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葵花寶典의 무공을 익힌 이
후 여성화 되어가는 東方不敗의 형상은 원작에서 감추어진 부분 혹은 소홀히 다루어졌던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각색 영화에서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주목하여 서사를 진행하
였는데, 이는 각색자의 주관적인 독서경험의 상상력에 의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3.3 주제의식의 표현
각색 영화는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하였거나 혹은 원작을 재해석 또는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인데,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 또한 원전의 의미를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
는가 하면 문학 향유 방식의 현대적 의미로 변용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아울러 존재
하고 있는 상황이다.19)
먼저 <笑傲江湖>는 원작의 다양한 사건 가운데 葵花寶典를 차지하기 위한 강호인들의 암
투라는 원작의 주요 소재만을 취하여 서사를 재창조하였다. 강호의 분쟁을 해결하고 俠義를
실천하는 俠의 이야기 보다는 장르의 특성에 맞게 武의 요소를 강조한 무공의 시각화를 통
해 강호 세계를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순수한 강호의 이야기를 묘사하는 가운데 권력
다툼의 각종 추악한 양상을 풍자한 것이 원작의 주된 서사라면 영화에서는 갈등의 중심을
葵花寶典으로 한정하고 이를 둘러싼 강호인들의 분쟁을 묘사하였고, 후속작으로 오면서 새
로운 모습으로 형상화된 東方不敗를 중심으로 서사를 진행하였다. 東方不敗는 일정 부분 권
력을 추구하는 형상을 지니긴 하지만, 남녀 간의 연정과 같은 성의 정체성의 문제가 부각되
어 묘사되었다고 하겠다. 또 葵花寶典은 단지 갈등의 소재만 제공하였을 뿐 권력쟁탈과 관
련된 주제의식의 표현과는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고는 할 수 없고, 岳不群의 권력쟁탈의
19) 申芝言, <소설의 영화화에 나타나는 이야기 변형 고찰-<色⋅戒>를 중심으로>, 《中語中文學論集》
제60호, 2010년./ 전흥남, <소설의 영화화 과정과 그 의미에 관한 고찰(考察)-소설 《남도사람》
과 영화 <서편제>를 중심으로>, 《국어문학》 제36집,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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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또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각색 과정에서 비록 원작의 권력투쟁의 비정함에 대한
풍자의 격조를 약화하였지만, 新무협영화 감독들의 새로운 영상의 시도와 더불어 특정 인물
의 형상화를 통해 金庸이 설정한 범위를 넘어 변형된 시각과 주제의식을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鹿鼎記》에는 민족성분이 불분명한 韋小寶와 더불어 성군의 형상을 지닌 이민족 황제 康
熙를 창조하여 외래 민족의 통치라는 홍콩의 현실아래 민족화합의 정치적 해결방안을 찾고
자 했다.20) 각색 영화 <鹿鼎記>에서도 일부 인물의 형상과 서사에 변화가 있긴 했지만, 민
족화합과 국가주의를 강조한 원작의 주제의식은 계승하고 있다고 하겠다. 비록 康熙를 통해
중화주의와 민족화합의 주제의식이 표현되진 않았지만, 불완전한 정치현실에 놓여있는 홍
콩인들의 자화상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하는 韋小寶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한편 주권반환을 목전에 둔 90년대 홍콩 사회가 직면한 사회 정치적인 상황 또한 각색
영화의 서사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대륙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홍콩인들의 국내외 정치 상황에서 《笑傲江湖》의 권력쟁탈의 비정함을 통해 정치풍자를 표
현한 것과 《鹿鼎記》의 민족화합의 주제의식이 각색 영화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
에 대한 문제이다. 결국 대륙의 정치투쟁을 풍자했다고 비판받기도 했던 《笑傲江湖》는 영화
화 과정에서 권력투쟁의 서사는 약화 혹은 생략되었다고 하겠고, 비급쟁탈의 순수한 강호의
서사만으로 각색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비해 《鹿鼎記》에서 표현한 영웅에 대한 풍자
와 민족화합의 광의의 민족주의는 대륙의 요구사항과 부합하는 것으로 주제의식의 변화에
대한 각색이 크게 요구되지 않았을 것이다.
4. 나가는 말
이상과 같이 金庸의 무협소설과 각색 영화를 중심으로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
트성을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笑傲江湖>가 재창조에 방점을 둔 각색이라면, <鹿鼎記>는
충실함에 방점을 둔 각색이라 할 수 있다. <笑傲江湖>와 후속작들에서는 葵花寶典과 東方不
敗를 중심으로 원작의 서사를 재구성하면서 특정 사건과 인물을 서사의 중심에 놓았기 때문
에 원작이 표현하고 있는 주제의식과 인물의 성격은 영화를 통해 충실하게 재현되기보다는
20) 陳碩, 《經典制造 - 金庸硏究的文化政治》, 桂林: 廣西師範大學出版社, 2004年, 156쪽, 馬國明의
글 재인용.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95
새롭게 재창조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鹿鼎記>는 일부 서사의 변형이 있긴 했지
만, 주요 인물의 성격과 주제를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하는 가운데 각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살펴본 바에 의하면 金庸의 무협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원작의 가장 精彩로운 부분을 채택하여 각색하는 것이 있겠고, 다른 하
나는 원작의 주제와 인물 등을 바탕으로 하여 임의대로 각색하는 것이 있겠다. 그렇지만 어
떻게 각색을 하든지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독자와 관중을 만족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설을 영화화하는 작업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때문
에 원작과 영상물 간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도 영상물의 경우 새로운 시도이며 창작이기 때
문에 원작을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로 이야기를 전개해도 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원작
주제의 변질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있다. 영상화된 작품들은 엄연히 독립된 작품으
로 마땅히 각색의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재해석과 변형의 한계선에 대한 개
념정립 또한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21)
무협소설과 무협영화는 모두 독자와 관객이라는 소비자의 기호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장
르의 특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新무협영화는 특히 문자로 표현된 무공 텍스트를 현대적인
영화적 기법을 운용하여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 각색 과정에서 제작자는 주관
적인 독서 경험에 의거하여 원작 텍스트를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자연히 주관적인 상상력
을 첨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공을 비롯한 각종 장면과 풍경, 바둑, 그림 등에 대한 각색자
의 상상인데, 원작을 독서하며 소홀히 했던 부분이나 중시되지 않은 장면에 대한 상상력이
그것이다. 일부에선 武의 요소만 중시하고 俠을 중시하지 않으며 주제의식을 충분히 담지
않는 것에 대한 한계가 지적되긴 하지만, 무협영화 장르의 발전이 이러한 시도에 의해 발전
했다는 성과 또한 간과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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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文提要>
这项研究是以金庸的武侠小说和改编电影为中心考察武侠小说和武侠电影的互文性的。
电影体裁介绍了中国之后, 早就通过电影开始表现出中国形成不久的侠客和侠义精神等侠文
化的因素。 关于武侠电影依赖于武侠小说的说法, 是刚刚开创新体裁的武侠电影作为独立的电影
素材和叙事方面的经验不足的原因。 因此武侠电影寄托于现在已经确保具有广泛读者的武侠小说
之中寻找电影的叙事素材。
把金庸的武侠小说改编成电影的大致有两种。 一种是采用原作中最精彩的部分加以改编, 另
一种是以原作作品的主题和人物为基础任意加以改编。 武侠小说和武侠电影都是以关注读者和观
众的消费者的爱好为创作目的的体裁特性。 特别是用文字表现出的中国武功运用了现代电影的手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의 상호텍스트성과 미학적 변화에 관한 고찰 / 299
法表现出视觉化的武功。 改编过程中制片人根据主观的阅读经验理解原创作品, 在特定的场面或
人物的描写中自然有可能加入改编者的主观的想象力。 就是阅读原创作品时, 对于不被重视或忽
视的场面加以主观的想象力描写出新的场面和人物。 这里除了武功的描写以外, 还有对于围棋,
画儿等各种场面和风景的描写也可以加入改编者的想象力。
關鍵詞: 金庸, 武侠小说, 武侠电影, 互文性, 改编, 视觉化, 武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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