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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문병란 -낮술

아무도 만나고싶은 사람이 없는 날

아무일도 하고싶은 일이 없는 날

나는 혼자서 낮술을 마신다.

꽃마저 피다가 심심해서

제 흥에 취해 하르르 시드는 날

꽃 사이 몰래 숨어 잠든 바람아

너마저 이파리 한 잎 흔들 힘이 없니?

어디선가 산퀑이 길게 울고

햇살 눈부시어 사무치는 날

혼자서 사랑하다 혼자서 미치는

그리움보다 먼저 취하는 고독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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