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박인걸
고갯길을 넘을 때면
지절거리는 산새들소리가
궁벽(窮僻)한 초망(草莽)에서
청아하게 귓전을 울렸네라.
숲 사이로 하늘은 맑고
휘젓는 바람은 반가운데
인적 드문 산길에는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붙었네라.
부여된 운명일지라도
사절하지 않고 받아드리면
불에 달군 쇠붙이처럼
몸과 마음이 굳세어 지더라.
적막한 그 고갯길을
목적도 지향도 없이 걸었어도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나 되는 경로(徑路)였네라.
여물지 않은 정강이뼈로
힘겹게 넘어야 했던 영로(嶺路)는
꿈속에서 간혹 넘을 때면
아직도 양손에 땀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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