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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기업집중이 ICT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21.12.31)/고동환 外.KISDI.NKIS

전 세계적으로 소수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는 기업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업집중 현상은 시장경쟁의 둔화,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투자 및 혁신 활동의 감소 등 다양한 거시경제적 문제와 연계가 되어 있다. 특히, 최근 플랫폼 기업의 성장으로 이와 같은 부정적 우려가 크게 확산하고 있 다. 그러나 한편, 충분한 경쟁 속에 나타나는 기업집중 현상은 효율적인 기업으로 자원이동을 촉진함으로써 오히려 생산성 제고의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어서 기업집중과 거시경제의 관계는 실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요국의 저성장 기조 속에 우리나라도 경제성장률이 점차 둔화하여 2020년대 에는 1% 수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국내 ICT 산업의 경 우 상위 20개 기업의 규모가 전체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집중도가 매우 높 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데이터 경제의 확산으로 기업집중의 강화가 예견 되는 만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집중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통계청의 「기업활동조사」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산업별 기 업집중 현황을 진단하고, 기업집중과 거시경제 간의 관계를 생산성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ICT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자 하였다.

 

3. 연구의 구성 및 범위 기업집중 현상이 거시경제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집중의 원인에 따라 긍 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집중의 특정한 파급경로에 따 른 거시경제적 영향은 여러 가정을 통해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나, 그 영향이 실제로 양의 효과를 나타내는지,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것은 분석의 범위와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실증적인 영역이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의 기업 수준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산업별로 기업집중 현황을 진단한 후 기업집 중과 생산성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 제1장 서론에서는 본 연구의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하였고, 제2장은 기업집중과 거시경제에 관한 이론적/실증적 연구를 검토하여 기업집중에 관한 stylized fact 를 점검하고 기업집중이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파급경로를 식별하였다. 제3장에서는 통계청의 「기업활동조사」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기업집중 현상을 다각도로 진단하였다. 먼저 상위기업의 매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CR(Concentration Ratio) 지수와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그리고 허핀달-허쉬만 지수 (Herfindal-Hershman Index, HHI)를 산출하여 산업별 기업집중의 차이와 시 계열적 추이를 관찰하였다. 또한, 매출액 기준의 기업집중은 가용자원의 집중을 초래하고, 나머지 기업의 혁신 활동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 활동에 대한 기업집중 현황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혁신 활동의 투입요소로서 연구개발투자 와 그 산출물로서의 특허, 그리고 지식재산권(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포함) 을 기준으로 같은 지표들을 산출하였다. 더불어, 기업집중은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한계기업의 퇴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기업의 진입과 퇴출 률을 중심으로 시장의 역동성을 점검하였다. 제4장에서는 생산성과 기업집중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전 단계로, 「기업활 동조사」의 원자료를 활용하여 총요소생산성과 노동생산성을 추정하였다. 총요소 생산성을 추정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나 본 연구에서는 준모수추정(Semi- 요약문 13 parametric Estimation)방법을 활용하였으며, Ackerberg et al. (2015)를 비롯 하여 Wooldridge (2009), Levinshon and Petrin (2003), Olley and Pakes (1996 방법론을 함께 검토하였다. 추정된 기업별 총요소생산성은 다시 매출액, 부가가치, 상용근로자 수, 총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가중평균하여 상위 수준 (KSIC-2digit 산업별 생산성, ICT 산업과 비 ICT 산업의 생산성, 그리고 거시경 제 생산성)의 집계값을 산출하였다. 다음으로 거시경제 생산성에 대한 기업집중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속성별로 생산성 증가율 기여분을 분해하였다. 이때 고려한 속성은 ICT 산업 여부, 상위기 업 여부, 그리고 존속 여부(진입, 퇴출, 존속) 세 가지이다. 존속 여부에 따른 생산 성 분해는 Melitz and Polanec (2015)의 방법론을 활용하였고, 다른 속성에 따 른 분해는 해당 그룹별 효과와 그룹의 구성 효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제5장에서는 생산성과 기업집중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KSIC2digit 수준의 산업별 데이터를 구축하고 패널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산업별 생 산성은 총종사자 수와 매출액으로 가중평균하여 산출된 값을 활용하였으며, 그 결 과를 제4장의 생산성 분해의 결과와 비교함으로써 강건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제6장은 결론으로 요약과 시사점을 정리하였다.

 

4. 연구 내용 및 결과 통계청의 「기업활동조사」의 원자료를 바탕으로 매출액 기준 기업집중지표를 산 출하고 시계열 추이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기업집중은 전체적으로는(economywide) 2010년을 기점으로 하향하는 추세로 전환되었으나, ICT 제조업의 기업집 중은 오히려 지속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혁신 활동 측면에서 살펴본 기업 집중은 투입과 산출에서 그 추이가 다르게 나타났는데, 연구개발투자액의 기업집 중은 강화되고 있으나 특허나 지식재산권과 같은 혁신 산출지표에 대해서는 기업 집중이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의 역동성 측면에서 기업의 진입과 퇴출, 연 14 기본연구 21-07 구개발활동 기업 수의 변화 등을 관찰한 결과 최근 들어 진입률은 감소하고 퇴출 율이 증가하면서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 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관찰하였다. 종합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업집중 현상은 ICT 제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 며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혁신 활동 및 산업의 역동성 측면에서는 ICT 산업과 비 ICT산업의 큰 차이를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제4장에서는 산업별로 생산함수를 추정함으로써 개별기업 수준의 생산성을 산 출하고 이의 가중평균으로 산업별 혹은 거시경제 수준의 생산성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생산성은(구체적인 추정방법과 가중의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기존 문헌과 유사하게 최근 들어 생산성 증가율이 크게 둔화하거나 하락 하고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상위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의 총요소생산성 격 차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체로 2009년을 기점으로 하향 추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며, 노동생산성 격차는(상위기업의 기준에 따라 그 시점이 다르게 나타나지 만) 최근 들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총요소생산성 측면에서는 상 위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으나 노동생산성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은 상위기업의 자본집적도가 상대적으로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 이전 ICT 제조업은 총요소생산성과 노동생산성이 타 제조업에 비해 더 낮고 증가 속도도 더디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제조업의 총요소생산성 이 정체 혹은 감소하는 반면, ICT 제조업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이다. ICT 서비 스업은 반대로 총요소생산성이 2006년 이후 서서히 감소하다가 2010년 이후에 는 정체된 반면, 타 서비스업의 총요소생산성은 2006년 수준이거나 소폭 증가하 였다. 본 보고서는 또한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거시경제 생산성의 증가율을 2006년부터 2010년, 2006년부터 2015년, 그리고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세 개의 구간에 대해 그룹별 기여로 분해하였다. 먼저, Melitz and Polanec (2015)을 따라 우리나라 거시경제 생산성 증가율을 분해한 결과, 총요소생산성과 노동생산성 모두에 대해 존속기업의 평균적인 생산 성 증가(Within-firm component)에 의한 부분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요약문 15 존속기업 간 재분배(Between-firm component)는 2015년까지는 거시경제 생 산성 증가를 저해하거나 미미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집중으로 인한 각 기업의 시장점유율 변화가 자원의 비효율적 재분배를 초래했을 가능성, 즉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감소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상위기업과 나머지 기업의 거시경제 생산성 증가율에 대한 기여를 분석한 결과, 대체로 상위기업의 기여도가 2006년을 기준으로 2010년, 2015년, 2019년 각 년도까지의 누적된 세 구간에 걸쳐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위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의 재분배에 의한 생산성 증대 효과는 각 집단의 생산성 증대 효과 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상위 기업 내에서는 진입기업과 퇴출기업의 영향이 매우 적게 나타났는데, 이는 신규 진입기업이 상위기업이 되는 경우나 상위기업이 「기업활동조사」에서 빠지는 경우 가 매우 드물어 직관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상위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존속기 업의 평균 생산성 하락이 뚜렷하며, 상대적으로 존속기업 간 재분배 효과가 강화 되고 있다. ICT 산업과 비ICT 산업의 거시경제 생산성 증가율에 대한 기여를 분석한 결과, ICT 제조업과 ICT 서비스업 모두 2010년 이후 거시경제 생산성 증가율에 대한 기여가 그 이전에 비해 감소하였다. 타 산업과 비교할 때, ICT 제조업은 타 제조 업에 비해 세 배에 가깝게 더 많이 기여하고 있으나, ICT 서비스업은 특히 총요 소생산성에서 타 서비스 산업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ICT 제조업의 생산성 증가는 상위기업이 주도하면서 점점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노동생산성에서는 나 머지 기업의 기여율에 비해 수십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ICT 서비스업 역시 상위기업의 기여가 나머지 기업의 기여에 비해 큰 것은 사실이나 제조업에서의 차이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Ackerberg et al. (2015)를 따라 추정된 생 산성을 분해한 결과에 따르면 ICT 서비스업의 생산성 증가율에는 상위기업으로 의 경제력 집중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개별기업의 생산성을 총종사자 수로 가중평균하여 산 16 기본연구 21-07 업별 생산성을 도출하고 산업별 기업집중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총요소생산성과 기업집중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 것 으로 나타났다. 고정효과 모형에 따르면, 특히 ICT 제조업의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CR10 지수가 1% 증가할 때 총요소생산성은 2.56% 증 가하여 타 산업에 비해 기업집중의 총요소생산성 탄력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 났으나, ICT 서비스업의 탄력도는 0.22에 불과하여 다섯 개 산업군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의 경우는 오히려 전기(t-1기)의 집중도가 모 든 모형에서 총요소생산성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음의 관계를 나타내, 혁신 활동 의 결과가 상위기업에 집중될수록 즉, 상위기업 지식의 나머지 기업으로의 확산이 저해될수록, 평균적으로 해당 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편, 노동생산성은 총요소생산성과 다르게 ICT 제조업에 대해서만 기업집중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양의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CR10 지수에 대한 노동생산성 탄력도는 0.84로 총요소생산성 에 비해 작아 비탄력적이지만 양의 효과가 있다. 고정효과 모형에 따르면, 지식재 산권 지니계수에 대한 노동생산성 탄력도는 –2.83으로 매우 강한 음의 효과가 있 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모든 모형에 일관되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값을 갖 지는 않았으나, 총요소생산성에 대한 분석결과와 마찬가지로 매출액의 기업집중 은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반면 혁신 활동의 산출로 볼 수 있는 지식재산권의 집중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매출액의 기업집중은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야기하지만, 이를 통해 혁신 활동이 집중된다면 그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5. 정책적 활용 내용 본 연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집중 현상은 ICT 제조업에서만 뚜렷하게 강화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최근 들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인 다. 또한, 거시경제 생산성 증가율 분해와 패널회귀분석 결과는 일관되게 매출액 기준의 기업집중은 생산성 제고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같 은 생산성 제고 효과 역시 ICT 제조업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며, 산업 간 차이 가 크게 나타났다. 따라서 기업집중 현상에 대응하는 정책 방향을 모색할 때 두 가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기업집중이 평균적으로는 생산성 제고에 긍정적 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둘째는 기업집중의 수준과 기업집중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모두 산업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점이나 공정경쟁에 대한 이슈와 같은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집중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생산성 제고 효과가 있음을 감안할 때, 기업집중 현상에 대응한 정책이 규제 중심으로만 이루어진다면 거시경제 생산성 증가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 야 한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속해 있는 ICT 서비스업의 경우 기업집중의 생산성 제고 효과는 약하고 혁신 활동 산출물 집중의 생산성 저해 효과는 강하게 나타나 고 있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독점 이슈를 세밀하게 진단할 필요 가 있다.

 

6. 기대효과 본 연구의 결과는 기업 수준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업집중에 관한 다양한 지표 를 산출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업집중 현황을 국가 단위와 산업 단위에서 분 석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거시경제 생산성 증가율 분해와 패널회귀분석 결과는 기존 문헌 18 기본연구 21-07 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분석의 수준과 범위에 따라 기업집중의 거시경제적 효과 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향후 많은 후속 연구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연구+21-0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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