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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AI/받은 글

책 파는 아마존이 어떻게 전쟁에 동원되었나 —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이라고 하면 누구나 온라인에서 책을 팔며,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회사를 떠올린다. 그 아마존이 이란 공습 한복판에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존이 전쟁에 활용된다는 건 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6년 2월 28일 새벽, 미군은 24시간 동안 이란 영토 1,000개 지점을 정밀 타격했다. 하메네이를 비롯한 지도부 48명이 동시에 사망했다.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Epic Fury)'. 사람들이 놀란 것은 폭격의 정밀함이 아니라 속도였다. 분석가 수천 명이 몇 주를 매달려야 완성할 표적 목록을, AI는 몇 시간 만에 만들어 냈다. 폭탄보다 먼저 알고리즘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알고리즘은 누가 만들고 누가 운영하는가. 그리고 이 알고리즘의 구조는 왜 우리에게도 시급한 문제인가.


이란 공습의 보이지 않는 손- 팔란티어, 엔트로픽, 그리고 아마존

"미국이 첨단 기술로 이겼다"라고 뭉뚱그린 기사 한 줄을 풀어 보면, 그 뒤에는 팔란티어, 앤트로픽, 그리고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의 세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들이 하는 일과 그 관계는 상당히 복잡해서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 관계를 하나의 도서관으로 비유하면 쉽지는 않지만 그나마 조금은 이해될 수 있다.
도서관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일반 열람실이 있고, 그 안쪽에 귀중본 서고가 있고, 가장 깊숙이 국가 기밀을 보관하는 금고형 서고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도서관 자체가 아마존이고, 그 책을 정확히 찾아 가져오는 사서가 팔란티어이며, 책을 읽고 답을 내놓는 천재가 앤트로픽의 클로드다. 이 셋이 톱니처럼 맞물려야 작전이 굴러갈 수 있다.
그러면 각 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풀어 보자.


아마존(Amazon) — 미 국방부의 폐쇄형 데이터 보관소

아마존은 책과 물건을 팔던 회사였지만, 언젠가부터 '데이터를 보관하는 일'에서 더 큰 사업을 일으켰다. 그 사업을 AWS(Amazon Web Services)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한국 정부의 일부 행정 시스템조차 모두 AWS의 서버 위에서 돌아간다. 아마존은 이미 전자상거래보다 데이터를 보관하고 관리·운영하는 클라우드(Cloud) 서비스 회사가 되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구분해야 할 점이 있는데, AWS는 '서비스의 이름'이고, 그 서비스를 떠받치는 실체는 세계 곳곳에 흩어진 거대한 데이터센터다. 콘크리트와 강철로 된 건물 안에 수만 대의 서버 컴퓨터가 들어 있고, 냉각 장치와 전력 설비가 그것을 식히고 먹인다. 발전소가 없으면 전기가 없듯이,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AWS라는 서비스도 가능할 수 없다.
이번 작전에서 아마존이 맡은 일은 이 AWS 가운데에서도 가장 깊은 영역에 있다. '임팩트 레벨 6(Impact Level 6)'으로 불리는 미 국방부 전용 클라우드는, 일반 기업이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최고 등급의 기밀만을 다루는 폐쇄망이다. 위성사진, 통신 감청, 드론 영상, 첩보 보고서가 모두 이 안에 보관된다. 책 팔던 회사가 이제는 인류 최고 수위의 비밀 데이터를 보관·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데이터 보관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란의 보복이 증명했다. 이란은 미국 본토 대신 UAE와 바레인의 AWS 데이터센터를 드론으로 직접 때렸다. 노린 것은 'AWS라는 서비스'가 아니라 'AWS가 서 있는 건물' 그 자체였다. 서비스를 죽이려면 건물을 부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란티어(Palantir) — 정보를 한 화면에 묶어 주는 데이터 회사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는 2003년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세운 데이터 분석 회사다. CIA가 초기 투자자로 들어온 것으로 유명하고, 9·11 이후 미국 정보기관의 대테러 추적, 오사마 빈 라덴 추적 등에 자사 플랫폼이 쓰였다고 알려져 있다. 회사 이름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천리안 수정구 '팔란티르'에서 따왔다. 멀리 흩어진 정보를 한 화면에서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이번 작전에서 팔란티어가 맡은 도구의 이름은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이다. 전장에는 위성사진, 통신 감청, 드론 영상, 센서 신호가 동시에 쏟아진다. 형식도 출처도 시간대도 어긋난다. 메이븐은 이 어지러운 자료에 분류와 색인을 자동으로 붙이고, 서로 다른 정보를 하나의 화면 위에서 연결해 보여 준다. 사령관이 "이란 서북부 핵시설 부근에서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에 움직인 차량을 모두 보여 달라"고 묻는다. 메이븐은 그 자료를 즉시 화면에 올려놓는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얹힌 도구가 팔란티어의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다. 2023년에 나온 팔란티어의 또 다른 주력 상품으로, 사용자가 일상 언어로 던진 질문을 데이터 질의로 옮겨 주는 자연어 통역 계층이다. 클로드 같은 외부의 거대 언어모델을 군의 폐쇄망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시키는 다리 역할도 함께 맡는다. 메이븐과 AIP가 결합되어, 사령관은 컴퓨터 코드 한 줄 모르고도 일상 언어로 군사 자료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추정컨대 군 분석가 수천 명이 몇 주를 매달려야 했을 일을 이번 작전에서 24시간 만에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메이븐이 그만큼 빠르고 정확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Anthropic) — 메이븐 안에서 추론을 담당하는 AI

메이븐이 자료를 펼쳐 놓아도, 그 자료를 실제로 읽고 추론해 결론을 내리는 별도의 두뇌가 필요하다.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 앤트로픽(Anthropic)의 AI '클로드(Claude)'다. 앤트로픽은 오픈AI 출신 다리오 아모데이 남매가 2021년에 세운 AI 회사로, 안전성과 정렬(safety & alignment)을 가장 큰 간판으로 내건 곳이다.
「워싱턴 포스트」와 「와이어드」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서 클로드는 표적 추천, 좌표 생성, 우선순위 결정, 전투 시뮬레이션까지 수행했다. 가령 메이븐이 정리해 둔 방공망 가동 패턴 자료를 클로드가 읽고, "이란의 방공망은 새벽 3시에 가장 약하다. 다음 표적은 이곳이다. 이 표적의 합법성은 전쟁법 어느 조항에 근거한다"라는 결론을 분 단위로 내놓는다. 분석가가 며칠 걸려 내놓을 판단이 클로드에서는 즉답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작전 개시 하루 전, 트럼프 행정부가 갑자기 앤트로픽을 '공급망 리스크(supply chain risk)'로 지정해 정부의 모든 부처에 사용 중단을 명령하고, 대신 오픈AI에 기밀망 접근권을 열어 주는 등 대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앤트로픽이 자사 AI를 '자율 살상무기'와 '대규모 국내 감시'에 쓰지 못하도록 사용 약관에 명시적으로 금지해 왔다는 사실이다. 미 국방부는 클로드를 "모든 합법적 목적(all lawful purposes)"으로 사용하길 원했지만, 앤트로픽은 2억 달러 계약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부했다. 펜타곤 입장에서는 실리콘밸리 한 회사의 약관이 군의 손발을 묶는 일로 보였다.
다른 하나는 정치다. 앤트로픽이 민주당 인사들과 가깝다는 이유로 트럼프 측은 이 회사를 '극좌 워크 기업'이라 불러 왔고, 국방장관 헤그세스는 "미국 군인은 선출되지 않은 실리콘밸리 이념가의 인질이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공급망 리스크'라는 꼬리표는 원래 화웨이 같은 적대국 기업에만 붙이던 낙인이었다. 미국 회사가 이런 낙인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날 새벽,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클로드 사용을 재개했다. 정치적으로는 쫓아낸 회사였지만, 군사적으로는 손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클로드는 이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 깊숙이 결합되어 있었고, 임팩트 레벨 6 폐쇄망에서 검증을 마친 유일한 대형 언어모델이었다. 오픈AI도, 구글도, 일론 머스크의 xAI도 그 자리를 즉시 메울 수 없었다. 미 국방부는 결국 6개월의 '단계적 철수' 기간을 선언했다. 정치는 한 회사를 내치고 싶어 했지만, 전쟁에서는 앤트로픽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다.

보관, 정리, 추론 - 그리고 
이 세 회사가 한 일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아마존은 미 국방부의 가장 깊은 데이터 금고를 운영하고, 팔란티어는 그 안의 자료를 한 화면 위에 묶어 주고,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그 자료를 읽어 답을 낸다. 셋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미국의 21세기 전쟁은 수행하기 어렵다. 이번 작전에서 24시간 만에 1,000개 표적이 정밀 타격된 것은 단지 무기가 정확해서가 아니다. 데이터의 보관, 정리, 추론이 한 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 층의 사슬은 미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어떤 정부 기관에서 AI 민원 응대 시스템을 굴리려 해도, 어떤 기업이 AI 고객 서비스를 깔려 해도, 이와 같은 세 가지 기능의 연결 층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보관하는 클라우드, 그 데이터를 정리하는 통합 시스템, 그리고 그 위에서 추론하는 언어모델. 한 층이라도 끊기면 서비스 자체가 멈춘다.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며칠간 카카오톡이 멈춘 사건이 작은 예고편이었다.

데이터가 무기가 되고 권력이 되는 시대 -
문제는 이 세 가지의 기능이 대부분 다른 회사라는 점이다. 한 회사가 이 셋을 다 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자본력,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술력, 거대 언어모델을 학습시키는 연산력 — 이 셋은 서로 너무 다른 종류의 능력이다. 그리고 한 가지라도 외국 회사에 기대고 있다면, 그 나라는 그만큼의 주권을 그 회사의 손에 맡긴 셈이다. 미군이 앤트로픽을 정치적으로 내치고도 군사적으로 손을 놓지 못한 상황은 남의 일만이 아니다. 곧 우리 모두의 자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장면의 예고편이다.
엄청나 보이는 무기 뒤에서 진짜 일을 하는 것은 데이터를 누가 더 잘 보관하고, 누가 더 잘 정리하고, 누가 더 잘 읽고 판단하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회사 이름이 낯설고 그 기능이 어렵더라도, 이 세 개의 사슬은 이미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 사슬의 한 끝은 —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 우리 일상에도 깊이 들어와 있다. 그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통찰, 우리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