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29억원에 팔았는데, 그 과정에서 근저당·딱지·물딱지 등 숱한 논쟁거리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설명하기 바쁘고,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공격하기 바쁩니다.
# 뭐가 문제일까요? 근저당, 딱지·물딱지는 대체 뭘까요? 더스쿠프가 '경제를 잘 모르는(경알못)' 독자를 위해 '경알못 경제학카페'를 준비했습니다. '대통령이 판 집, 근저당 잡힌 집, 딱지 붙은 집'입니다.
일반적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하면 '아파트 매매 절차'가 끝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아파트를 매매한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을 상대로 '근저당'을 설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존 집주인이 아파트를 새 집주인에게 팔면서 '해당 아파트'를 담보로 잡은 겁니다.
경알못에겐 쉽지 않은 내용일지 모릅니다.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 근저당이 뭐기에 =
근저당根抵當의 사전적 뜻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빚을 고려해 담보를 설정하는 저당입니다. 특정 채무만 담보하는 일반 저당과 달리 근저당은 반복적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채무에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저당을 잡을 경우엔 이자·연체료·지연손해금 등을 계산해 최고액을 잡는데, 일반적으로 1.2~1.3배 수준입니다. 빌린 돈이 1억원이라면, 채권 최고액은 1억2000~1억3000만원이란 겁니다. 근저당이라는 게 미래에 발생할 빚이니 '못 갚을 때'를 대비한 예방책이라고 이해하면 쉽니다.
이쯤에서 이 대통령 이야기로 돌아와볼까요? 이 대통령은 아파트를 팔면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 규모의 근저당을 잡았습니다.
다시 말해, 이 대통령의 아파트를 매수한 김씨 부부는 매매대금 29억원 중 일부만 지급하고, 잔금의 납부 시점을 늦춘 겁니다. 실제로 매수인은 10월 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잔금을 받아 근저당을 해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떤가요? 문제가 보이시나요?
글쎄요. 어쨌거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근저당이란 '사금융'을 활용해 부동산 규제를 우회하는 편법을 사용했다고 비판합니다.
현행 제도상 매매가격이 25억원을 넘는 집은 대출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한데, 대통령이 17억7000만원만큼의 혜택을 줬다는 겁니다.
더구나 대통령은 근저당을 잡으면서 '이자'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니, 매수인 입장에선 '땡큐'임에 틀림없네요. 잔금이 없었다면 어디선가 돈을 빌려야 하는데, 그만큼을 대출 받기 어려운 데다, 이자까지 '공짜'니까요.
꼬집을 점은 또 있습니다. 이런 거래는 이재명 정부가 강도 높게 비판해온 '레버리지(leverage) 투자'의 전형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레버리지란 빌린 돈을 지렛대처럼 활용해 더 큰 규모로 투자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차입투자借入投資입니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려볼까요? 아파트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근저당'을 설정하는 건 사실 흔한 일입니다.
그래서 국힘의 주장처럼 대통령이 '사금융'을 활용했다는 지적은 너무 나간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도높게 시행해온 데다, 레버리지 투자를 '죄악시'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칫 나는 괜찮지만 너는 안 된다로 비칠 여지가 있으니까요.
하나씩 살펴볼까요?
이 대통령이 매각한 분당 양지마을 금호1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7월 말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맡을 사업시행사를 선정하고 있다는 건데, 이 절차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사업 시행자 지정·고시' 이후엔 조합원의 지위를 양도할 수 없습니다(원칙).
이 고시 이후 소유권을 이전 받은 이는 분양권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 분양권을 현장에선 '딱지'라는 은어로 부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1가구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는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이후에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통령 부부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1998년 아파트를 매입한 이 대통령의 보유 기간은 28년이나 됩니다.
문제는 김혜경 여사입니다. 이 대통령은 2018년 11월 이 아파트의 명의를 김혜경 여사와 공동으로 변경했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삼으면 김 여사의 보유기간은 10년이 채 안 됩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 부부가 7월까지 아파트를 팔지 못하면 '분양권'이 사라집니다. 이를 현장에선 '딱지가 힘을 잃었다'는 의미로 물딱지란 표현을 씁니다.
이 대통령이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전에 소유권 이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근저당까지 설정해준 게 아니냐고 비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약간 복잡하신가요? 부연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아파트를 팔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자신이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평생 보유해온 아파트를 시장에 내놨습니다. '재건축 때문에 못 팔겠다'고 하면 아무 문제 없었을지 몰라도 대통령 입장에선 불가능한 일이었죠.
무조건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재건축의 절차인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걸렸고, 하필이면 그게 7월까지였다는 겁니다.
만약 7월까지 팔지 못하면 '분양권'이 사라져(물딱지) 아파트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대통령 부부로선 진퇴양난이었을 겁니다.[※ 참고: 물딱지는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했지만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지 못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못 받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매물을 뜻하는 은어입니다. 물딱지가 되면 재건축 프리미엄이 사라져 거래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딱지'도 살리고, 아파트의 제 가치도 인정받기 위해 7월 매매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청와대는 "매수인의 분양권을 인정해주기 위해 7월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아파트를 판 대통령이든, 아파트를 산 매수인이든 딱지의 가치를 의식했다는 겁니다.
■ 대통령 손익계산서 =
그렇다면 대통령은 아파트를 팔면서 손해를 본 걸까요? 이득을 취한 걸까요?
1주택자였던 대통령이 아파트를 팔지 않았다면 더 큰 '재건축 수혜'를 누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시종일관 '부동산 불로소득'을 비판해 왔으니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긴 힘듭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도 아닙니다.
청와대는 주변 시세보다 1억원 낮은 29억원에 집을 팔았다고 밝혔지만, 이 주장은 논쟁이 필요합니다.
29억원은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7월 최고가 25억7000만원보다 3억30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이니까요.
참고로 한성숙 국무총리는 20년간 보유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151㎡)를 지난 5월 시세보다 4억~8억원 낮은 가격에 처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말은 대통령을 둘러싼 근저당·딱지·물딱지 논란과 맞물리면서 논쟁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때마침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도 오늘 열립니다.
아마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난 집을 팔았고, 이제 무주택자다"고 선언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중은 좀 더 친절한 설명과 해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연 대통령은 오늘 어떤 말을 남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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