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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유승무/중앙승가대)

 

이 글의 목적은 한편으로는 한국 불교의 학문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승가학
풍이 사회학의 한계를 보완 내지는 극복하는 데 어느 정도 함의를 가질 것인
가를 밝혀 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불교의 현대화 과제에 부응하면서 향
후 승가학풍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우리는 사회학의 성과를 여
하히 수용할 것인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한국 불교계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승가학풍을 나름대로 정의함으로써 그 특성을 도출
해 보고, 이어서 사회학의 한계를 지적한 다음 승가학풍이 사회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어떤 함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하고, 마지막으로
는 향후 승가학풍의 발전을 위해 사회학의 연구 성과를 여하히 수용할 것인가
를 논의했다. 이 글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승가학풍은 불교를 전하고 승가를 육성하는 데 적합한 불교학이다. 이러한
승가학은 교의敎義, 선지禪旨, 수증修證, 교화敎化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의 3
가지 교육 과정이 행위 주체의 완성과 관련되는 학문 내용이라면 후자는 사회
의 완성을 위한 것이다. 결국 승가학은 사회의 완성과 개인의 완성을 이루기
위하여 교의, 선지, 수증, 교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승가학은 신앙과
학문의 결합성, ‘교의학’과 ‘선지학’의 동시적 추구, 학문과 실천의 통합성이
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승가학은 첫째 근대 과학(사회
학)에서 배제되는 과학 이전의 문제를 다룰 수 있으며, 둘째 언어 이전의 실상
을 이해하는 방법을 지니고 있으며, 셋째, 자신의 완성과 사회의 완성을 위한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학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가학은 본질적인 한계를 내장하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
해서는 사회학의 학문적 성과를 적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학 방
법론의 성과는 승가학 발전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이 승가
학과 사회학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데 다소의 함의를 갖기를 기대한다.
핵심 단어: 승가학, 교의, 선지, 수증, 교화, 과학
114 동양사회사상

 

Ⅰ. 서 론
근대 이후 서구의 제국주의적 팽창과 함께 서구 학문이 점차 제3세계
로 유입되기 시작하여 마침내 오늘날에는 제3세계의 전통적 학문 세계를
무너뜨리고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경우 일제 시대와
미 군정기를 거치면서 민족 고유의 학문 전통은 단절되고 그 자리를 서
구의 근대 학문이 대신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서구 근
대 학문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서구에서 들려오는 ‘인문학의 위
기’니 ‘사회학의 위기’니 하는 말들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1)
일찍이 사회학자 베버는 합리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현대 문명이 비
인간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비관적 예견을 한 바 있다.2)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이나 제도에 팽배해 있는 비인간화 현상은
근대성․합리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도 서구 근대 학문의 토대이자 근대성 및 합
리성의 요체인 이성중심성에 대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또한 최근의 환
경 위기는 서구 근대 학문의 또 하나의 축이자 근대성의 상징인 과학중
심주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
정에서 사회 발전의 걸림돌처럼 치부했던 공동체 사상이나 공동체 문화
를 다시 찾기 시작하고 있다(강대기, 2001). 이는 합리성의 사회철학적 기
초이자 서구 사회과학에서 기본 단위로 설정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 및
개인주의에 대한 반작용이다.3) 결국 오늘날 현대 사회에 있어서 근대성
및 합리성의 세 기둥인 이성주의, 개인주의, 그리고 과학주의4)가 모두 심

 


1) 물론학자마다이‘위기’라는말을조금씩다르게사용하기는하지만(김재범, 2001), 최근포스
트모더니즘과 함께 재연된 위기 논쟁은 근대성 및 합리성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
2)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전성우(1996) 참조.
3) 불교에도 조예가 깊은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벨라(R. N. Bellah)는 현대 미국 사회에서 개인
주의가 초래한 가치부재와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적․공적 응집, 공동선
추구를 통한 소외감 극복, 자아실현 등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이영찬, 2001).
4)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영찬(2001)을 참고할 수 있다.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115

 

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뿌리에서 탄생한 서구 근대
학문이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현실은 학계로 하여금 서구 근대 학문을 성찰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을
요구하고 있다.5) 이는 이 글에서 한국 불교 출가수행자의 전통적 학문
풍토를 검토하고자 하는 하나의 이유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오늘날 한국 불교계의 학문적 과제와 직결되어 있
다. 일제 시대 이후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 한국 불교는 동시에 사
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발전의 지체를 경험하고 있
다. 한마디로 오늘날 한국 불교의 시대적 과제는 정체성의 확립과 현대
화이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 한국 불교는 한편으로는 한국 불교의 정체
성을 유지해 나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변화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다. 학계에도 한국 불교의 고유한 학문적 정체성에 기초하여 새로운
사회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학문을 창조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 불교가 독창적인 학문적 정
체성을 나름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국 불교의 전통 속
에서 학문적 정체성의 ‘본보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원효의 학문 방법
은 그 ‘본’이다.6) 그리고 지눌의 학문 방법을 비롯하여 교종과 선종의 통
합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나 깨달음과 수행간의 관계를 둘러싼 돈오돈
수―돈오점수 논쟁 등은 또한 좋은 ‘보기’이다. 비록 오늘날 한국 불교학
이 서구의 근대 학문을 비주체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7) 그것이 곧 한국 불교 승가의 학문 풍토(이

 

5) 최근 우리 학계의 동양학에 대한 관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6) 조동일도 ‘우리 학문의 길’을 개척한 가장 대표적인 학자로 원효를 꼽고 있으며, 이진오(1999)
는 원효야말로 주체적인 학문 방법을 개발하여 세계 시장에 역수출한 최초의 학자이자 지금
까지도유일한학자일것이라고평하고있다. 물론이들은각각원효의학문방법에대해서도
자세하게 논하고 있다.
7) 심재관(2001)은 이를 식민주의로 비유하며 신랄하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
116 동양사회사상

 

하 ‘승가학풍’이라 칭함)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서구 근대 학문의 비주체적 수용 경향은 출가수행자의 학문 세계인 승가
학풍에서 야기되었다기보다는 근대적 학문 활동을 추구하고 있는 불교
학 일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 불교의 승가는 아직까지도 전
통 강원이나 선원을 중심으로 전통적 학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제
서야 근대 학문의 성과를 여하히 수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
다.8)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결국 우리가 해명해야 할 과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근대성 비판이라는 보편적 요구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
로서, 과연 승가학풍이 서구 근대 학문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어느 정도
함의를 가질 것인가를 밝혀 보는 것이다. 둘째는, 향후 승가학풍의 발전
과정 속에서 근대 학문의 수용 문제를 논의해 보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서는 근대 학문의 수용 문제를 사회학에 한정하여 논의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한국 불교계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승가
학풍을 나름대로 정의함으로써 그 특성을 도출해 보고, 이어서 서구 근
대 학문의 한계를 지적한 다음, 승가학풍이 서구의 근대 학문, 특히 사회
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어떤 함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
하고, 마지막으로는 향후 승가학풍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서구 근대 학
문, 특히 사회학의 연구 성과를 여하히 수용하여 활용할 것인가를 논의
해 보고자 한다.

 


Ⅱ. 승가학풍의 정의

 

종범(2001)은 불교를 전하고 승가를 육성하는 데 적합한 불교학을 ‘승

 

8) 이러한 고민의 흔적을 우리는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승가교육 세미나 및 토론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필자도 최근 졸고(2000)에서 승가교육 프로그램을 유형하여 분석함으로
서 이러한 고민을 체계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117

 

가학’이라 명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불교를 전한다’ 함은 중생을 모두
제도한다(사회의 완성)는 교화의 의미이고 ‘승가를 육성한다’ 함은 제도된
중생을 교육한다(개인의 완성)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교화되어야 교육
이 이루어지고 역으로 교육이 되어야 교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교화와 교
육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여기에서 ‘승가를 육성하는데
적합하다’ 함은 승가학의 교육 과정(curriculum)이 출가수행자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교의敎義, 선지禪旨, 수증修證, 교화敎化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이다. 교의, 선지, 수증이 개인의 완성을 위한 교육 과정이라면 교화는 사
회의 완성을 위한 교육 내용이다. 결국 승가학은 사회의 완성과 개인의
완성을 이루기 위하여 교의, 선지, 수증, 교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편, 같은 글에서 종범은 승가학의 학문 문화를 ‘승가학풍’으로 정의
하고 있다. 또한 그는 “근․현대 불교학의 업적을 효율적으로 응용하고
전통 불교학의 학풍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이 시대의 승가 교육에 적합
한 학문 풍토를 조성하는 과정”이 곧 ‘승가학풍’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승가학풍은 승가학의 교육 과정 각각에 ‘전통 불교학의
계승’과 ‘근․현대 불교학적 성과의 효율적 응용’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 가는 과정이다. 바로 이러한 두 가지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
문에, 우리는 앞에서 두 가지 과제로 제시했듯이 승가학풍의 보편적 학
문으로서의 가능성과 사회과학의 수용 및 활용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
기도 하다.
한편, 이러한 승가학풍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무
엇보다도 가장 큰 특성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신앙과 학문의 통합성
이다. 기독교적 권위로부터의 독립에서 근대 학문의 입지를 마련한 서구
근대 학문이 학문과 신앙의 철저한 분리를 전제로 하고 있고 여기에서
이미 삶의 총체성과 학문이 분리되기 시작하는 반면에, 그 자체로 완전
성을 지닌 불성의 인정에 기초한 승가학풍은 신앙이 곧 학문의 기초이고
118 동양사회사상

 

따라서 삶과 학문은 분리되지 않는다.9) 승가학풍의 두 번째 특성은 선종
과 교종의 관계를 둘러싼 논의 전통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승가학
풍은 ‘교의학’과 ‘선지학’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언어의 세계와 언어 이
전의 세계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특성은 학문과 실
천의 결합성이다. ‘수증학’이 개인적 실천과 관련된다면 ‘교화학’은 사회
적 실천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승가학풍은 서구의 근대 학문을 성찰할 수
있는 의의를 지니지만,10) 동시에 다음과 같은 제한성을 지니고 있다. 첫
째, 승가학풍은 엄격하게는 승가공동체와 같은 조건 속에서만 가능하다
는 적용상의 제한성을 갖고 있다. 특히 선지와 수증이 승가학풍의 요체
라는 점을 고려하면, 승가학풍은 신분상으로 수증의 조건을 구비한 출가
수행자에게 적합한 학풍이다.11) 둘째, 승가학풍의 대부분의 내용, 즉 교
의, 선지, 수증이 개인의 완성에 대한 관심으로 지향되어 있기 때문에 그
만큼 인간의 외적 조건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하
는 효과를 갖는다.12) 게다가 사회 구조나 사회 환경 등 외적 조건이 인간
의 삶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문제조차 궁극적으로 마음
의 문제나 수행의 문제로 환원시킴으로써, 삶의 객관적 조건을 이해하고
개선․개혁하는 데 직접적으로 공헌하지 못하는 한계를 낳게 된다.
이상으로 우리는 승가학풍을 나름대로 정의하고 그 특징과 제한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승가학풍은 오늘날의 학문 현실 속에서 어
떠한 의의를 지닐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여기에서는

 

9) 종범(2000)은 불교학은佛에대한신앙이 그기초임을강조하고 있는 바, 그 문맥을보면승가
학풍도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김성철(2001)은 인문학적 불교학을 예로 들어 신앙
과 학문의 분리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어 참고할 수 있다.
10)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뒤에서 다루게 될 제4장의 논의를 참고하기 바란다.
11) 물론 수행의 의미를 인간의 일상 생활로 확대하여 광의로 해석하는 주장들도 있지만(박세일,
2001), 승가학풍에서 수행이란 출가수행자의 수행에 한정된 협의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12) 불교철학자인심재룡(2001)은, 불교적관점에입각하여사회변혁조차도개인의변혁이우선적
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119

 

승가학풍을 사회학과 연관시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우
리는 승가학풍이 근대 학문, 특히 사회학의 위기 성찰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고, 또 역으로 사회학은 승가학풍의 발전에 어떻게 수용될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해 볼 것이다.

 

Ⅲ. 사회학의 성찰

 

1. 근대 과학과 삶 및 종교의 위기

 

오늘날 우리는 매순간 ‘위기’를 경험하면서 생활한다. 이미 오래 전에
자연이 인간에게 자연이 위기의 신호를 보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안심할 만한 수준의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13) 인간 생활의 사회적
관계에서는 타자에 대한 경계와 감시의 비용을 점점 더 많이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은 모든 사람의 일상에서 발생
하고 있으며,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신의 풍조만 팽배해 가고 있다.14) 심
지어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인은 사적이고 이기적인 이해 관심에 민감하
게 반응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정작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자지향적
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15)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현실적 차원에서만 끝
나지 않고 그러한 위기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학문, 특히 인문사
회과학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문학의 위기, 사회과학의 위기,
나아가 ‘지식 사회의 위기’16)라는 말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13) 1970년 환경 문제에 대한 각성의 계기를 만들어 준 로마클럽보고서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자연은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산업화의 시작은 곧 자연의 위기의 시작이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인류는 자연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
고 있다.
14) 위험사회라는 책의저자인사회학자베커를최근하버마스나 기든스와더불어 가장영향력
있는 학자로 만들게 된 이유도, 지식사회학적 측면에서 진단한다면 그 책의 탁월성뿐만 아니
라 이러한 위기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15) 일찍이사회학자인데이비드리즈만은현대인의퍼스낼리티가타자지향형으로바뀌고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한 바 있다.
120 동양사회사상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 세계와 학문, 특히 인문사회과학의 세계
를 관통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과 관련하여, 우리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
고 있는 시대정신이자 생활 세계와 학문 세계의 공통 분모인 과학정신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17) 지금까지 현대인들은 과학이야말
로 사물이나 현상의 규칙성을 발견하고 미래의 예측가능성을 증가시켜
줌으로써 인간의 위기 해결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해 왔다.18) 그리고 그것은 과학 시대의 신화가 되어 오늘날의 시
대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분석지향성을 지닌 근대 과
학19)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까지를 포함한 삶의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변
화나 장기간에 걸친 역사적 추세를 지속적으로 바꿀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를 예측하기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20) 실제로도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동시에 위기의 삶을 경험하고 있다. 자
동차가 발명된 이후 우리의 보행 문화에서 위기는 급증하였고 부자유는
오히려 증대되었다.
정직하게 말한다면, 과학과 위기는 비례 관계에 놓여 있다. 과학이 발

 

16) 물론 최근 한국 사회의 각종 언론에서는 이 말을 단순한 인기하락 및 특정 학과의 존폐 문제
의차원에서사용하고있지만, 그러한현상이발생하는근본적인원인도궁극적으로는이러한
학문의 본질적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17) 주지하듯이, 한때마르크스는현대사회의본질적인모순을자본주의체제에서발견하고그것
의 해결을 통해 인간해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소련이나 동구권의 환경
문제가 증언하듯이, 마르크스가 제안하고 있는 이상사회인 사회주의 사회조차도 과학의 발달
로 인한 삶의 총체적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오늘날 현대 사회의 위기의 본
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 체제의 차원을 넘어서서 자연과 과학의 차원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18) 심지어 과학주의자들은과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조차도 과학의 발달로 해결할 수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기술주의적 접근 방법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19) 근대과학의 이러한 성향은 근대과학의 아버지 격인 데카르트의 과학철학의 요체이기도 하다.
20) 조동일은, 데카르트의학문방법론중대상을세부적인것으로나누고단순한문제에서복잡한
문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법이 전체를 인식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
친 낙관이라고 비판하고, 그 근거로 부분에 대한 이해의 총합은 전체에 대한 이해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제시하고 있다(1994). 이러한 주장은 삶과 역사에 대한 우리의 해석과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121

 

전할수록 우리의 삶의 위기는 증대하고 있다.21)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근대 사회의 자기모순, 즉 근대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근대성 내지 합리
성의 위기를 절감하며, 이러한 합리성의 위기를 합리성 패러다임으로 이
해하고 설명해야 하는 서구 근대 학문의 패러독스를 읽어낼 수 있다.22)
게다가, 비록 비본질적인 문제라 할지라도, 권력욕과 자본의 증식 욕구에
굴복하기 쉬운 과학자의 현실적인 운명조차도 위기를 심화시키는 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도 어렵다.23)
문제는 이러한 근대 과학의 특성이 인간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 위기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종교
와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근대 세계의 시대정신인 과학정신은 과학의
절대화를 낳게 되고 이러한 과학의 종교화는 종교의 과학화 및 종교의
상대화를 가져온다. 결국 과학은 스스로를 제어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제
어 장치마저도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모순을 낳는다. 결국 과학의 종교화
는 과학 자신의 위기를 낳을 뿐만 아니라 신앙의 문제를 배제하도록 강
요함으로써 종교의 위기를 부르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
킨다.
이렇게 본다면, 근대 학문 그 자체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탈출
구를 모색하는 일은 오늘날 서구 근대 학문의 과제이다. 게다가 한국 사
회과학의 경우 또 다른 특수한 과제를 안고 있다.

 

21)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각종 반문화(counter-culture) 운동이나 반문명 사건이 발생하는 본질적 이
유이기도 하다.
22)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서구 학계에서도 서구 근대 학문을 떠받치고 있는 근대성 비판이 니체에
서부터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23) 자본과권력은과학의위력을활용하여자신의의지를관철시키고, 과학의권력화와자본화는
과학자와그들의학문마저도위기로몰아간다. 일찍이앨빈굴드너(Alvin W. Gouldner)는그의
저서에서 이러한 점을 잘 지적한 바 있다(굴드너, 1981).
122 동양사회사상

 

2. 한국 사회학의 과제

 

앞서 언급했듯이 오늘날 사회학은 근대적 의미의 과학성을 추구하는
한 근대 과학의 한계를 이미 내장할 수밖에 없다. 수입 학문으로 특징지
어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학의 주류(main stream) 또한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수입 학문으로서의 한국 사회학은 또 다른한계를 내장하고 있다.
한국 사회학의 특수한 한계는 바로 서구 학문의 배후가정(background
assumption)24)과 우리 사회의 문화현실 간의 간극이나 불일치에서 발생한
다. 실제로 서구 근대 학문의 배후가정은 기독교적 인간관 및 세계관이
다.25) 다시 말하면 서구의 학문적 전통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사상의 영
향을 받아 인간의 내적 완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삶의 외적 조건의 개선26)
에 관심을 집중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근대 학문마저도 기독교를
의식한 나머지 인간의 이성을 진리 파악의 중심으로 설정하였던 것이
다.27)
그 결과, 오늘날 한국 사회의 학문 세계는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문제
점을 안게 되었다.
첫째는 학문의 식민지성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근대
학문은 민족 고유의 학문 전통을 단절시킬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서구
의 학문 방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흐
름이 학문적 권위의 상징으로 부상함에 따라 서구 학문은 확대 재생산되

 

24) 앨빈굴드너(Alvin W. Gouldner)는이개념을사용하여현대사회학의위기를진단한바있으며,
홍승표(1998)도이 개념을 사용하여유교 사상에 나타난인간관에 기초한 사회사상의개발이
필요함을 주장한 바 있다.
25) 필자(2001)는 이미 기독교와동양 사상사이의 배후가정의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한 사회문제론
적 접근 방법의 차이를 자세하게 제시한 바 있다.
26) 인간을신의피조물로보는기독교의인간관에따르면, 인간은본질적으로불완전한존재이고
때라서 삶의 외적조건의개선을통해 삶의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인간
을 불성을 가진 존재로 보는 불교적 인간관과 그에 기반한 수행 강조의 문화와는 다르다.
27) 그결과종교적진리나신앙및신념의문제는―실제로는인간의삶에결정적인의미를지니
는요임임에도불구하고― 인간을탐구하는학문의영역에서마저도배제되고말았을뿐만아
니라 그것이 학문 활동의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123

 

고 있는 반면에 민족 고유의 학문 전통은 뿌리째 뽑히고 있다.
둘째는 학문의 무기력성이다. 학문 특히 사회학의 정당성은 그것이 우
리의 사회적 삶의 경험―그것을 현실 혹은 사회적 실재라고 부를 수도
있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얼마나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 고유의 학문 전통을 대신하고 있는
서구의 근대 학문은 그 자체의 한계28)와 문화적 유관적합성의 문제29)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의 문화적 현실이 요구하는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
하고 있다.
셋째는 학문의 실천성의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사회학의 궁극적 목
적은 우리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에 기여하기 위해서 학문은 인
간의 외적 조건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삶의 조건을 개선한 이후에도 남
는 문제 곧 인간 삶의 주체이자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 자신의 완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물질적 풍요의 조건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는 것은 삶의 조건 이외에 또 다른 인간적
문제가 남아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사회학은
자신의 소임所任을 삶의 조건에 대한 이해나 설명 혹은 그 개선 및 비판
에 한정함으로써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일찍이 황성모는 사회과학의 주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의 토착화란 ‘화’라는 보편성을 강조하든 ‘토착’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
든 모두 무의미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황성모, 1984). 이는 사회과학에 있
어서 수입 학문의 토착화의 실패를 지적하고 있음은 물론 주체적 학문의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수입 학문 토착화의 선행 조건임을 암시하고 있다.

 


28) 이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자세하게 논의할 것이다.
29) 일찍이 강신표(1984)는 우리 문화의 대대적 문화 문법을 활용하여 문화적 유관적합성을 지닌
이론모형을제시한바있으며, 김경동(1988)은주역의원리에기초하여노사관계를설명함으
로써주역의원리가한국의노사관계를설명하는데어느정도적합성을가지고있다고주장
한 바 있다.
124 동양사회사상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주체적 학문의 토양을 여하히 만들어 가느냐
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동일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조동일,
1994).
학문을 수입해서 본뜨려 하지 말고 스스로 생산하는 주역이 되어, 선진국을
앞질러 나가 세계 학문의 방향을 바꾸어놓는 것이 마땅한 과업인 줄 알아야
비로소 타개책이 생긴다. 학문의 수입업자나 하청업자 노릇을 하면서 행세하
려고 하지 말고, 요즈음 유행하는 문자로 국제경쟁력을 가진 자기 상표의 제
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생각이 깨인 다른 모든 나라에서 함께 채택하고
있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노선이다.
결국 오늘날 우리 사회에 있어서 최대의 학문적 과제는 국제경쟁력을
지닌 우리 상표의 상품을 창조해 내는 일이다. 한국 사회과학에 있어서
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학계의 경우 제1세대인 황성모 이래
최근 한국사회학회의 분과학회인 동양사회사상학회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학의 주류를 반성하고 한국 역사와 문화 전통을 반영하는 독창적인
우리의 사회학을 창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만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과학을 배제할 수 없다면,
그리고 승가공동체가 세속 사회와 상호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 승가학풍
은 불가피하게 사회학과 만나야 한다. 게다가 승가공동체가 사회 변화에
나름대로 대응해 나감에 따라, 이미 오늘날 승가학풍 속에 사회학이 편
입되어 있다. 이제 승가학풍은 사회학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아래에서 우리는 승가학풍이 사회학의 한계를 극복
하는 데 어떠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으며, 역으로 사회학은 승가학풍의
발전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125

 

Ⅳ. 승가학풍과 사회학의 상생

 

1.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의미

 

사회학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
에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보는 관점은 사회학의 요체이다. 이와 관련하
여 기존의 사회학은 크게 네 가지 시각을 발전시켜 왔다. 사회명목론적
관점, 사회실재론적 관점, 상호작용론적 관점, 그리고 갈등론적 관점 등
이 그것이다. 이는 인간과 사회를 실체화하고 그러한 실체를 이론원적
대립 관계로 파악할 때, 그 대립자를 관계짓는 네 가지 형식이다.
그러나 불교는 모든 존재를 실체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
를 보편적 일원론(연기 사상)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게다가 불교의 또 다
른 근간은 바로 업 사상이다. 따라서 불교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과 사회
혹은 그 관계가 아니라, 연기 관계와 업의 관계이다. 게다가 불교에서 연
기 관계의 범주는 인간 사회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업도 신, 구, 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불교적 관점에 따르면, 사회학에서의 인간과
사회의 관계는 부분자와 전체자 사이의 상즉상입相卽相入이라는 화엄적
관계로 확대된다. 그리고 불교는 인드라망과 같은 연기적 세계의 맥락
속에서 무상한 인간을 이해한다. 이렇게 본다면 불교는 단순히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사회학적 시각의 한계를 넓혀 줄 수 있
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제2장에서 우리는 승가학풍의 특성으로 크게 신앙과 학문의 통합성,
교의학과 선지학의 동시적 추구, 학문과 실천의 결합성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이 근대 학문, 특히 사회학의 한계를 극복 내
지 보완하는 데 어떠한 함의를 지닐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첫째, 신앙과 학문의 통합성이라는특성이 가지는 함의를 논의해 보자.
중세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서구 근대 학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126 동양사회사상

 

과학주의이며, 사회학도 그 과학주의의 산물이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의
절대적 분리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전제로 하는 자연과학적 모델을 추
구함으로써 인간마저도 대상화하고 인간성마저도 객관화시켜 버리고, 그
리하여 마침내는 인간의 삶을 사물화할 뿐만 아니라 물질적 합리성에 의
해 판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 절대성의 체험(불성)이나 그것에 대
한 추구(마음닦기)는 학문에서 배제된다. 그러나 불성에 대한 믿음과, 무
지와 욕망의 극복은 과학 이전의 문제이다. 승가학은 이러한 과학 이전
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근대 학문의 과학성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기여
할 수 있다. 게다가 승가학은 과학적 대상에 대한 윤리를 설정함으로써
과학의 절대화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 교의학과 선지학의 동시적 추구가 가질 수 있는 함의를 논의해
보자. 주지하듯이 근대 서구 학문은 데카르트의 이성중심주의와 계몽주
의적 합리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감성의 문제를 포함한 이성
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는 불가지의 영역으로서 학문의 영역에서 철저
하게 배제된다. 반면에 교의학은 이성과 감성을 포함하여 모든 존재의
관계를 ‘불이不二’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또한 문자 문화가 이성중
심주의와 연관되어 있다면, 선지학은 언어 이전의 실상을 이해하고자 한
다. 이렇게 본다면 승가학풍은 근대 학문 특히 사회학의 한계를 보완하
는데 유용한 학문이다.
셋째, 삶과 학문 및 실천의 결합성이란 측면을 보자. 서구 근대 학문이
학문 종사자 자신의 내적 수양 여부를 경시하면서 그것의 개입을 배제함
으로써 학문과 도덕을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는 반면에, 수증 학풍에서는
도덕의 수준(수양의 정도)과 학문의 깊이가 비례 관계를 갖게 된다. 이러
한 승가학풍 속에서 학문 활동을 하는 학자는 학문적 지위와 도덕적 지
위의 불일치를 경험하지 않는다. 또한 서구 근대 학문에서 학문의 궁극
적 목표는 총체성의 일부, 즉 특정한 연구 대상의 진리 여부를 파악하는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127

 

데 있기 때문에 삶의 총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반면에, 승가학풍의 궁극
적 목적은 인간 자신의 완성과 사회의 완성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인간
의 삶 그 자체와 학문이 분리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승가학풍은 한국 사회학의 발전에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과학은 한국 사회의 공식적인 제도나 사물화
가능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적합한 학문이지만, 한국 사회의 문화적
전통이나 가치 및 신념 체계와 연관된 한국인의 일상 생활이나 인간 관
계를 이해하는 데는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
학의 문화적 유관적합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할 것도 없이, 불교
사상과 한국 전통 문화 속에서 형성된 승가학풍은 문화적 유관적합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승가학풍은 사회학이 한국의 문화 전통 및 사상을 이
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적 준거가 될
수 있다.

 

2. 사회학의 승가학적 의미

 

비록 우리가 사회학을 비롯하여 서구 근대 학문의 한계를 논의하였지
만, 그렇다고 그 학문적 성과가 모두 무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구
근대 학문은 그러한 한정된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특정한 학문
영역을 보다 잘 발달시킬 수도 있었다. 특히 사회학의 경우 우리 사회의
집합적 현상이나 제도를 보다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 사회도 서세동점이 시작된 이래로 서구로부터 많은 문물과 제도
를 받아들였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
는 대부분의 과학 기술 문명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정
치 제도나 경제 제도를 비롯하여 법률 제도나 교육 제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도는 근대 사회의 원리에 따라 작동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
불교조차도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제도를 차용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의
128 동양사회사상

 

과학 기술 문명을 활용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현실이 존재
하는 한,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유용성을 지니고
있는 한, 서구 근대 학문 특히 사회학은 학문적 정당성을 지닌다.
게다가 서구 근대 학문, 특히 사회학이 발전시켜 온 풍부한 학문적 도
구와 방법론들은, 그것을 적절하게 수용하여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승가
학풍의 발전에 상당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전통적 승가학풍이 삶의 외
적 조건과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도구와 방
법론을 풍부하게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학은 이러
한 방법론적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대
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자.
사회학에서 발전시켜 온 방법론은 크게 연구방법론과 실천방법론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다만 여기에서는 연구방법론에 한정하여 그 활용 방
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사회학의 연구 방법은 크게 메타이론적 차원,
이론적 차원, 조사방법론적 차원으로 구분하여 논의해 볼 수 있다.30)
첫째, 사회학 연구방법론에 있어서 메타이론적 차원은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의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런데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바
라보는 존재론적 논의와 가치론적 측면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어느 정
도 논의한 바 있다. 그리고 인식론적 문제와 관련해서도 승가학풍은 이
미 직관적 방법이나 해석학적 방법을 잘 발전시켜 오고 있다. 다만 승가
학풍의 중도적 방법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사회학의 실증주의적
인식 방법과 비판적 인식 방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회학 연구방법론에서 이론적 차원은 매우 다양하다. 왜냐하면
사회 현상의 총체적인 측면 중에서 최소한 하나의 변수와 다른 변수 사

 

30) 필자는 이미 졸고(1998)에서이에 대해자세하게 논의한바 있기에여기에서는 간략하게 논의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한국 불교 승가학풍의 사회학적 함의 129

 

이의 관계가 성립하기만 한다면 모두 이론적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
다. 반면에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한 승가학풍은 특정한 변수들 간의 특
화된 이론을 풍부하게 발전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구체적인 현상을 둘러
싼 몇몇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승가학풍은 개별 현상과 관련되는 사회학 이론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학 연구방법론에 있어서 조사방법론은 매우 전문적으
로 발전된 영역이다. 특히 사회 조사는 사회학 조사 방법의 매우 유용한
도구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물론 승가학풍은 체험이나 경험을 강
조하고 있기 때문에 추체험을 통한 공감적 이해의 방법을 잘 발전시켜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리학을 통해서는 문헌 연구 방법의 전통을 이
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방법만으로는 광범위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신
뢰성의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승
가학풍은 사회 조사 방법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상으로 우리는 승가학풍이 사회학 연구방법론을 여하히 활용할 것
인가를 논의해 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론의 활용은 수단적 의미 이
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연구 방법은 그 대상에 따
라 선택적으로만 활용될 수 있을 뿐이다.

 

Ⅴ. 결 론

 

그 동안 우리는 아무런 주체적 결단도 없이 서구 근대 학문의 꽁무니
만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우리의 종교 문화와 근대 학문 사이의 배후가
정의 상호불일치 문제나 혹은 서구 근대 학문의 문화적 유관적합성의 한
계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근대 학문의 위기는 우리에게 그러한
130 동양사회사상
태도에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나아갈 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학의 현실이다.
불교 문화, 즉 불교적 가치관이나 신념 체계가 한국인의 삶의 내적 의
미에 미치는 영향과 그 영향 아래 놓인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
는 비중을 생각할 때,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제도된 중생을 교육하기 위
한 학문의 풍토, 즉 승가학풍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승가학풍은
나 자신과 나를 넘어선 우리 모두에게 “학문이란 모름지기 인간의 행복
에 기여하고 나아가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승가학풍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기가 쉽
지 않다는 데 있다. 승가학풍의 현주소이다.
한국 사회학과 승가학풍은 이렇듯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혹은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학과 승가학풍은 상호 갈등과 충돌의 가
능성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욱
한 안개 때문에 앞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리고 천 길 낭떠러지가 우리
를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심정으로 첫
발을 내디딘 이유이다. 이 발걸음이 우리 학문의 정체성 회복과 창조적
발전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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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무는 한국정신문화 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사
회학박사를졸업하고현재중앙승가대학포교사회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최근
에는 종교학 중에서 특히 불교와 사회의 연관성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연구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반월공업공단 노동자 계급 형성과정 연구 , 불교
사회학 I, II , M. Wber의 대승불교 해석에 관한 연구 등 다수가 있다.
E-mail: lsm691@unitel.co.kr
외국문 요약 209
This theory of Confucian sociology are full of suggestions for modern sociology
which is described to be in 'poverty' and 'crisis'. The methodology of
Confucianism helps to overcome the duality of nature and reason, principle of
things and principle of men, fact and value, knowing and apprehension in
sociological knowledge. Theory of inequality gives a new perception of inequality
which results from personal resource of inequality, network of kinship, power
pattern of Confucianism. In addition, the theory of social change is suggestive for
the discussion about the confrontation and changes in functionalism and conflict
theory, and cyclical theory and evolutionary theory in modern sociology.
The Sociological Meaning of Sangha-hakpung(僧伽學風) in
Korea Buddhism
Lew, Seung-Mu, Jung-ang Sangha University
This study aims to identify the sociological implications of Sangha-hakpung(僧
伽學風), which is formed historically in the course of studying buddhism,
educating and training a number of monks have lived in Korean buddhism. The
result of this study is as follows.
Sangha-hakpung(僧伽學風) is a tradition of studying, learning, and training of
monks in Korean buddhism. At the same time, it is scientific features that is
taken naturally shaped in the course of succeeding the tradition and
accommodating the monk-education to educational circumstances of modern age.
This is made up by curriculums of Kyo-euy-hak(敎義學), Sun-ji-hak(禪旨學),
Su-jeung-hak(修證學)-these are curriculums aimed at attaining of enlightment of
210 동양사회사상
one's own-, and Kyo-hoa-hak(敎化學)-this purpose is the establishment of ideal
world(ideal society).
This natural features of Sangha-hakpung(僧伽學風) contains the inseparable
relation of religion and sciences, concurrently searching for Kyo-euy-hak(敎義學)
and Sun-ji-hak(禪旨學), and the unity of theory and practice. Thought these
essentially have the limitation of application to training monks, also it have the
several implications that may supplement the limits of sociology. its implications
is followed. First, while Sangha-hakpung(僧伽學風) includes the extingishment of
lust and desires and the conquest of ignorance through the experince of
buddha-nature) and mind control into scientific circle, sociology regards it as what
excluded. Even if this character of Sangha-hakpung(僧伽學風) may hinder the
development of science, it is possible for Sangha-hakpung(僧伽學風) to
supplement the limit of sociology as modern sciense. Second, Kyo-euy-hak(敎義學)
grasps the relations of all beings including reason and sensitivity in the
perspective of inter-dependency(緣起), Sun-ji-hak(禪旨學) is a science that tries to
understand the real state of affairs going beyond language. So, Sangha-hakpung
(僧伽學風) have a meaning to supplement the reason-centered science, the defect
of sociology as its characteristics that we have showen above. Third, sociology is
indifferent to the meditation and self-cultivation of sciologist or scholar, but
Sangha-hakpung(僧伽學風), which have a character of unity between theory and
practice, try to achieve its ultimate goal, namely attaining of enlightment and
establishing the ideal society.
However, Sangha-hakpung(僧伽學風) have a task to have to comply with
sociological studies. Especially, Sangha-hakpung(僧伽學風) have a need to
introduce the scientific tools, sociological concepts and method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