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이 그리스 본토의 전 지역에 수많은 폴리스를 형성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해가고 있던 시대에 그리스인의 사상적 교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호메로스(Homeros ; 기원전 118~684 경)의 『일리어드』(ilias) 및 『오디세이』(odysseia)의 두 시편과 헤시오도스(Hesiodos ; 기원전 850 경)의 『노동과 그날 그날』(Erga Kai Hemerai) 및 『신통기』(Theogonia)의 두 시편이다.
호메로스의 시는 씨족제 사회에 있어서 귀족계급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고 족장들의 영웅적 행동이나 그들의 웅장한 남자다운 정신에 대해 서술한 것이며, 헤시오도스의 『노동과 그날 그날』은 검소한 전원생활을 영위하는 농민계급의 의식을 반영하여 생산자의 근로정신은 고귀하다고 노래하고 있다. 『일리어드』나 『신통기』에 등장하는 신들의 생활이 사회적 색채가 매우 풍부하다는 것, 그 중에는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등은 그리스인의 민족정신의 특색을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페르시아 전쟁은 그리스인의 민족적 운명을 결정한 중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그리스 문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 직후 기원전 5세기 후반에 그리스 사회, 특히 아테네가 괄목할만한 변화와 발전을 구가하던 시기에 소위 소피스트(Sophist)들이 여러 지방에서 아테네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 기원전 481~411 경)를 비롯하여 고르기아스(Gorgias ; 기원전 483~375 경), 히피아스(Hippias ; 기원전 560~490 경), 프로디코스(Prodikos ; 기원전 5세기) 등과 같은 사람들이 학파를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상이나 활동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대는 그리스적 계몽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그리스 민족사상에 동요를 가져 온 시대였다. 폴리스가 생성한 때부터 또는 그 이전의 시대부터 전승되어 온 종교적ㆍ도덕적 사상을 무조건 받아들여 온 시민들 사이에 전통적 권위에 구속되지 않으려 하는 사고방식이 대두하게 되었으며, 소피스트들은 이와 같은 기회에 편승하여 새로운 지식을 전수할 수 있게 될 만큼 당시의 종교ㆍ도덕ㆍ법률 등에 관해 회의적이며 비판적인 언행이 유행하였다. 이것은 전통적인 권위에 구속되지 않고 협소한 폴리스 중심의 생활로부터 벗어나 살기를 열망하는 개인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법은 정의를 구현한다고 생각하는 전통적 사상에 대해 소피스트들 가운데에는 법이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든지, 법은 약자가 강자의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 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소피스트들은 "사람이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훌륭하게 되기 위한 덕"을 전수하는 것을 임무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여러 공공생활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변론술을 가르치는 데 치중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정신이 결여되었다. 이러한 소피스트의 태도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면서 진리탐구에 몰두하는 정신의 귀중함과 그 방법론을 가르치는 데 노력한 인물로 소크라테스(Socrates ; 기원전 470/469~399)를 들 수 있다. 그는 소피스트의 피상적인 비판적 견해에 대해 재비판을 가하고 올바른 개인적 자각의 입장에서 공공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도덕의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전통적 종교사상이나 도덕사상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자각적인 개인의 입장에서 보수적인 사회사상을 주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적이면서 보수적인 소크라테스의 사상가적 태도는 플라톤에 의해 충실히 계승되었다. 이에 반해 개인의 이성적 자각을 촉진하는 데 노력한 소크라테스의 일면은 소(小)소크라테스 학파라고 불리는 여러 파의 사람들에 의해 계승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키닉 학파(Cynics)는 부귀나 명예 등으로부터 해방된 자유ㆍ무욕의 생활태도가 도덕적이라고 주장하고 개별적ㆍ특수적 국가를 초월한 세계국가의 시민의 입장에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였다. 또 키레네 학파(Cyrenaics)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쾌락의 획득이라고 파악함으로써 후세의 에피쿠로스파 학설의 선구자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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