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 기원전 384~322)는 칼키디케 반도 동해안의 그리스인의 소식민도시 스타게이라(Stageira)에서 기원전 384년에 출생했다. 그 가문은 옛부터 의업(醫業)을 이어왔으며 그의 부친도 마케도니아의 시의(市醫)였다. 18세 때, 아테네에 가서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에 입학하여 약 20년간 수학했다. 플라톤의 사후 아쏘스(Assos)로 옮겨 3년간 강의를 한 후 뮤티레이네로 갔다. 기원전 342년 마케도니아와 필립포스 2세(Philippos Ⅱ ; 기원전 356~336)에게 초청되어 수도 페라에 가서 황태자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 기원전 356~323)의 스승이 되었으나, 황태자가 왕위를 계승하고 아시아로 원정을 간 후 아테네로 돌아가 류케이온이라고 불리는 학교를 창립하였다.
그곳에서 강의를 한 외에 많은 연구자료를 수집하고 저술에 종사했다. 기원전 335년 이래 12년간 많은 학생을 교육하였으나 알렉산드로스왕의 사망 후 아테네의 애국파의 사람들로부터 국교를 배반하고 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해 칼키스로 피신하고 나서 곧 기원전 322년에 병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초기 시절의 저술은 단편만이 남아 있고 후세에 전해진 것은 류케이온을 설립한 후 그가 강의한 원고뿐이다. 그의 사회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ka Nicomacheia 10권) 및 『정치학』(Politika 8권)의 두 저작을 들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사상으로부터 깊은 감화를 받아 철학적 연구를 시작했으나, 사색의 태도, 방법, 성과에 있어서 플라톤과 현저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사상면에서는 종교적 정열을 가지고 숭고한 신적 생활의 환경을 동경하며 가능한 한 그것과 밀접한 환경으로까지 인간의 생활을 향상시키려고 희구한 플라톤과는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어디까지나 현실세계의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플라톤이 풍부한 예술가적 상상력에 호소하여 이상 사회의 구조 및 거기에서의 인간생활의 양상을 묘사한 데 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태도는 현저하게 실증주의적, 경험주의적이며, 냉정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국가나 사회에 관한 현상을 관찰하고 기술하였다. 다만 그는 플라톤과 같이 어디까지나 그리스적 도시국가의 시민으로서의 입장에서 국가 및 사회의 이론을 규명하려는 것이었고, 그의 철학적 사색을 인도한 것은 그리스 시민적인 국가이상 또는 사회사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스승인 플라톤과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일부러 강조하기도 하였지만, 근본에 있어서 양자는 공동의 기반에 입각하여 합리주의적ㆍ보편주의적 국가이론, 사회이론을 구성하였다. 즉 그들은 공동으로 그리스 철학의 정통적이며 고전적인 사회사상을 형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의 여러 도시국가가 정상적인 발전을 하고 있던 시대에는 도시국가는 전시민의 공동생활을 포용하는 질서와 생명이 충만한 도덕적ㆍ정치적 사회였다고 생각된다.
플라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비참한 영향으로 아테네에 암울한 그림자가 던져진 시대에 살면서 과거의 아테네에서 활발하였던 공공생활의 모습을 추억하며 이상적 국가형태에 관해 논술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마케도니아의 무력적 압력에 의해 아테네를 위시하여 그리스 제도시국가의 정치적 독립이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폴리스 본위의 국가이론, 사회이론을 고수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적 사상은 세계를 영원에 있어서의 만유(萬有)의 발전 체계로서 이해하는 그의 역동적ㆍ목적론적 세계관에 의해 근본적으로 제약받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으로는 유기물과 무기물의 차이는 영혼의 유무에 있고, 형상인 영혼이 질료인 신체를 수단으로 유용하게 사용함으로서 유기체의 생활은 성립한다고 한다. 즉 영혼은 생물의 활동 원리로서 신체를 움직이는 힘인 동시에 그 목적 원리인 의미를 갖는다. 생물의 일종인 인간에 대해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견되지만, 인간 영혼의 특색은 식물적 및 동물적 기능 외에 이성적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점에 있다.
모든 것이 각자의 특성에 따라 완전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그것에 있어서의 목적, 즉 선이다. 모든 생물의 존재 목적은 그 영혼의 활동의 완성에 있기 때문에 인간의 존재 목적은 인간에 특유한 영혼의 활동, 즉 이성적 활동의 완성이다. 인간이 영위하는 여러 가지 활동은 각각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그들 모두에게 보편적인 궁극의 목적은 이성적 활동을 전반적으로 완성하는 것과 이에 따라 얻게 되는 행복이며, 이와 같은 최고 목적, 즉 지고선의 실현에 적합한 정신적 능력을 덕이라고 한다. 이성적 활동을 이론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듯이 덕에도 사유능력에 관한 이지적 덕과 감정 및 욕구에 관한 실천적 덕의 2종류가 있고, 전자는 후자보다도 한층 우수한 덕이다.
후자, 즉 윤리적인 덕은 감정 및 욕구의 능력이 이성적 식견에 의해 통제되고, 과잉 또는 결핍이라는 양극단에 빠지는 일 없이 중립을 유지함으로써 성립한다. 이러한 영혼의 원만한 활동이 지속되는 상태, 즉 덕의 실현에 적합한 성격을 획득하는 것은 연습과 관행에 의해 달성된다. 실천적 덕에 관한 이론, 다시 말해서 도덕철학의 이론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수용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 덕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세밀히 논술하고 있는 것은 정의에 관한 것이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이 자기의 소질을 충분히 발전시켜서 행복이 충만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모든 행위의 궁극 목적으로 보았으며,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는 개인이 사회적ㆍ국가적 생활을 통해서 자기의 존재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인 개인의 성격의 본질 및 그 형성방법에 관해 논술했으나, 『정치학』에서는 현실의 국가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성립시키는 제원리가 어떤 것인가에 관해 논술하는 동시에 어떠한 국가조직, 어떠한 사회제도가 개인의 도덕적 성격의 형성 및 도덕적 목적의 실현을 위해 가장 유용한가에 관한 고찰을 시도했다.
국가의 개념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시민, 영토 및 통치조직의 3요소를 사용한 것은 이미 플라톤이 시도하였던 것인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더욱 자세히 국가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본질을 규명함에 있어 주체적 요소, 즉 시민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많은 부분으로 구성된 전체와 같이 국가는 합성체이다" 라고 답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국가란 무엇인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이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고찰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시민'(Polites)이라는 말은 두 가지의 의미로 사용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시민이란 국가의 공무에 종사하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말하지만 국가의 공무에는 영속적인 것과 비영속적인 것의 두 종류가 있고 전자, 즉 민회에서의 입법 정책의 결정, 재판의 임무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엄밀한 의미에서의 시민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에 있어서의 공공문제의 결정에 참여하고 법률의 적용을 감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시민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시민의 가족이나 국가의 영역 내에 거주하는 이방인 등은 엄밀한 의미에서 시민이라고 볼 수 없다.
그에 따르면 합성체는 지배적 요소와 피지배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의 조성의 근거인 것이며, 생물의 경우뿐만 아니라 무생물의 합성체에서도 그와 같은 이원성이 발견되지만 유기적 합성체에서는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동물은 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지고 영혼은 이성과 욕정으로 이루어지며 가족은 남편과 부인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국가도 역시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불평등한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지배자인 전자, 즉 정부는 국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의 공무에 종사하는 시민, 다시 말해서 능동적 시민만을 국가의 구성 요소로 지적한 것은 국가가 그 자체 특유한 목적을 향해 활동하는 동적ㆍ유기적 전체라고 보는 견해에 근거한 것이지만, 그는 이러한 여러 시민의 집합이 그대로 국가를 형성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는 정부에 의해 지배되면서 공공적ㆍ정치적 활동을 하는 많은 시민으로 이루어진 전체이며, 구성부분인 개개의 시민은 순서대로 교체됨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법리적ㆍ정치적 관점에서 국가의 전체성을 규정하는 외에 국가가 자족성을 갖춘 전체라는 것을 역설하고, 시민 생활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는 노동 종사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또 이들은 시민으로서 공공적ㆍ정치적 임무에 종사할 수 있는 자격이 없거나 또는 자격이 있어도 이러한 임무에 종사할 시간이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이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들을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국가에서 최고의 지배 권력을 장악한 자가 하나인가, 소수인가, 다수인가에 따라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형태를 여러 종류로 분류하고 또 이와 같은 지위를 차지한 자가 시민의 공동이익을 목표로 지배를 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정치형태를 구분한 후에, 여러 가지 정치형태의 장ㆍ단점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어떠한 정치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논술하고 있다. 이때 그는 "지배자의 통치 작용을 이성의 요구에 적합한 방법으로 행할 수 있게 하는 정치 형태가 이상적이다" 라는 평가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 생활의 전체가 이성의 지도에 의해 질서화됨으로써 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이 전개된다는 플라톤의 근본 사상을 그대로 계승했으며, 개인의 경우에 일체의 실천적 활동의 유일 최고의 목적인 행복이 이성에 적합한 생활 방식에 의해 실현되는 것처럼, 국가의 경우에도 그 유일 최고의 목적은 국가 생활의 전체가 적합한 방식으로 질서화됨으로써 실현된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의 실천적 활동이 형상과 질료를 포함하는 동적ㆍ발전적 과정이지만 감각, 욕망, 기동력과 같은 비합리적 요소는 그 질료를 이루는 것이고 형상으로서의 이성이 이들 요소를 지배함으로써 실천적 활동이 성립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천적 활동의 비합리적 요소는 무조건 이성의 지배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 사이에는 항상 모순, 충돌이 일어나기 쉬운데, 이것을 극복함으로써 정신은 발전하고 완성되어가는 것이며, 덕이란 이러한 이성적 생활의 실현을 위해 이바지하는 정신의 능력인 것이다. 덕은 지속적인 정신 훈련에 의해 함양되며, 사람들이 덕을 발휘해서 합리적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법에 의한 생활의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국가 생활을 영위하는 동물이지만 국가 생활에 참가하는 것은 법의 규율 하에 생활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에 의해 정신의 이성적 발전은 가능하게 되고 행복의 실현으로 인도되기 때문에 국가 생활을 통해서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우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여러 가지 덕을 함양하고 이성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부, 건강, 명예 등과 같은 외적 제조건, 특히 여러 가지 물질적 수단이 주어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들 외적 제조건의 획득도 역시 국가 생활에 참가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에는 노예제가 문제시되고 자연법에 어긋나는 제도라고 하는 사상이 상당히 있었지만, 그는 이것을 변호하기 위해 여러 철학적 원리를 연구하였다. 이것에 의하면 자연은 모든 활동의 성립에 있어서 권위와 복종의 결합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선천적으로 열성인 것같이 자연은 노예를 노동을 위해 사역되기에 적합한 체격의 소유자로 만들고 있다. 노예는 산 도구이며 독립의 의지를 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유인과 노예와의 차별은 법률에 의해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법에 따라 행해졌다. 이와 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는 비그리스적인 제민족을 야만시하는 그리스인의 민족적 편견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인이면서 노예로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 및 아이의 공유 및 사유재산의 부정을 이상국가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로 본 플라톤의 견해에 대해 엄격한 비판을 가하면서, 그와 같은 공동생활의 체제는 결코 플라톤이 생각하는 것처럼 완전한 공공정신의 발휘에 의한 조화로운 국가 생활의 실현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단조롭고 활기가 없는 상태로 빠뜨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가족제도 및 사유재산제도를 변호하고 있다.
그도 역시 이상적 국가 형태에 관해 논술하고 있으나 그것은 가족제도, 사유재산제도 및 노예제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플라톤의 주장과는 방향을 달리하고 있지만, 생산적 노동에서 해방된 상층계급만이 공공적ㆍ정치적 생활에 종사한다는 점에서는 플라톤과 일치하고 있다. 이상적 국가 형태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의 독창적인 특징은 중산계급이 전시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만이 최선의 국가라는 주장이다.
실천적인 덕의 본질은 과잉 및 결핍의 양극단을 피해서 중용을 유지하는 데 있으며 우수한 입법자는 전부 중산계급출신자인 것처럼 부자 또는 극빈의 어느 쪽도 아닌 적당한 재산을 소유한 사람들은 대개 이성적 원리에 따르는 경향을 갖고 있으며, 또 중산계급을 기초로 해서 정치가 행해질 때는 격렬한 투쟁이 배제되고 혁명이나 폭동이 발생할 우려가 적으며 사회 질서의 안정성이 크다는 것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주요한 기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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