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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에이 시브럴/ 김사인

몸은 하나고 맘은 바쁘고 
마음 바쁜데 일은 안되고 
일은 안되는데 전화는 와쌓고 
땀은 흐르고 배는 고프고 
배는 굴풋한데 입 다실 건 마땅찮고 
그런데 그런데 테레비에서 
<내 남자의 여자>는 재방송하고 
그러다보니 깜북 졸았나 
한번 감았다 떴는데 날이 저물고 
아무것도 못한 채 날은 저물고 

바로 이때 나직하게 해보십지 
'에이 시브럴--' 
양말 벗어 팽개치듯 '에이 시브럴--' 
자갈밭 막 굴러온 개털 인생처럼 
다소 고독하게 가래침 돋워 
입도 개운합지 '에이 시브럴--' 
갓댐에 염병에 ㅈ에 ㅆ, 쓸 만한 말들이야 줄을 섰지만 
그래도 그중 인간미가 있기로는 
나직하게 피리 부는 '에이 시브럴--' 
(존재의 초월이랄까 무슨 대해방 비슷한 게 거기 좀 있다니깐) 
얼토당토않은 '에이 시브럴--' 

마감 날은 닥쳤고 이런 것도 글이 되나 
크게는 못하고 입안으로 읊조리는 
'에이 시브럴--

  

-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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