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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탱자는, 탱자가 아닙니다/장옥관

 탱자는탱자가 아닙니다

 탱자처럼 올라붙은 불알 가진 수캐가 아닙니다 꽃 핀 암캐 항문이나 쫓는 수캐가 아닙니다

 갓 피어난 채송화 꽃밭을 휘저으며 나비를 쫓다가도

 눈동자에 뭉게구름을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비록 늘 굶주렸지만 이웃의 후한 대접에는 밭고랑에 숨은 쥐 잡아 현관문 앞에 갖다놓는 염치도 있었지요

 장맛비에 허적이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는 그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앞산의 능선이 완만한 것은 그 개의 등이 굽었기 때문이며 그의 등이 굽은 것은 사무침 때문입니다

 탱자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이불 호청을 빨다가 구름에게 손등을 깨물린 날

 마을 산을 오르는 이웃들 따라 올라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던 거죠 주머니에 든 돈과 입은 옷으로 대문을 나서서 몇 년째 돌아오지 않는 제 주인처럼

 사무침이 구름을 피우고 사무침이 방금 다렸던 와이셔츠를 다시 다리게 만듭니다 한번 흩어진 구름은

 왜 다시 뭉쳐지지 않을까요

 한번 지나간 물소리는 왜 다시 돌아오지 못 할까요 

 푸른 가시마다 총총한 흰 꽃,

 탱자울타리에 탱자가 올해에도 걸어와 매달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