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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오형엽/고려대)


1. 문제 제기
2. 연쇄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 -「그 방을 생각하며」
3. 병렬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 -「꽃잎 2」
4. 점층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 -「풀」
5. 맺음말


<국문초록>
이 글은 김수영 시의 연 구성 차원에서 형성되는 ‘변주’의 ‘언술 구조’로서
‘교차 융합적 대구’를 ‘미적 효과와 기능’ 면에서 분석하여 ‘구조화 원리’를
고찰하고자 한다.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는 부분적 표현의 영역에
서 나타나는 ‘반복’의 언술 구조인 ‘단어의 회기’, ‘구 ․ 절의 회기’, ‘문장의
회기’뿐만 아니라, 시상 전개 과정에 따르는 연 구성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주’의 언술 구조인 ‘병렬-대비적 대구’, ‘연쇄-점층적 대구’, ‘왕복-점층적
대구’ 등을 수렴하고 종합하면서 언술 구조의 중핵을 차지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수영의 시에서 ‘교차 융합적 대구’는 「그 방을 생각하며」, 「꽃잎
2」, 「풀」 등에서 나타난다.
「그 방을 생각하며」는 A(1연)-B(2연)-C(3연)-D(4연)-E(5연)로 전개하는

‘연쇄적 구도’를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는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가 A, C, D 등에서 회기하
고, “∼라 ∼라 ∼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가 A, B 등에서 변주하면서
의미를 ‘접속’하고 정서를 ‘누적’하는 ‘연쇄적 대구’를 형성하므로, 구성
요소들이 ‘매개적 접속’을 통해 ‘단계적 전개’를 보여주면서 ‘인접적 구도’를
가진다. C는 이러한 구도에 A와 B에 제시된 ‘양극’의 ‘대립’을 ‘교차’하고
‘융합’하며 비약적으로 ‘종합’하면서 ‘변증법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를 개입하므로, ‘이원성의 종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 「꽃
잎 2」는 A(1연), B(2연), C(3연) 등의 ‘병렬적 대구’를 D(4연), E(5연) 등에서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는 A, B, C,
D, E 등 각 연마다 동일한 구문 형식 및 단어들을 연속 회기하면서 의미를
‘확대’하고 정서를 확산’하는 ‘병렬적 대구’를 형성하므로, 구성 요소들이
‘수평적 첨가’를 통해 ‘상호 연대’하면서 ‘등가적 구도’를 가진다. D는 이러
한 구도에 “노란” “꽃”의 등장을 통해 “꽃을 찾기” 이전의 상태를 무효화할
것을 요청하면서, 이항 대립을 상호 ‘교차’하고 ‘융합’하며 비약적으로 ‘종
합’하면서 ‘변증법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를 개입하므로, ‘이
원성의 종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 「풀」은 A(1연)-B(2연)-C(3연)
로 전개하는 ‘점층적 대구’를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는 A-B-C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문장 및 단어의 회기를
통해 의미를 ‘강조’하면서 정서를 ‘강화’하는 ‘점층적 대구’를 형성하므로,
구성 요소들을 토대로 점차 단계적으로 ‘고양’하면서 ‘상승적 구도’를 가진
다. C는 이러한 구도에 ‘내면 구조’와 ‘표면 구조’를 길항하면서 “풀”의
주체성과 “바람”의 탈주체성을 상호 ‘융합’하며 비약적으로 ‘종합’하면서
‘변증법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를 개입하므로, ‘이원성의 종
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
김수영은 시적 생애 전체를 통해 순수시와 참여시, 모더니즘 시와 리얼
리즘 시, 시의 예술성과 시의 현실성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려 했는데,
시적 주제의 측면에서 이러한 종합이 순수와 참여, 첨단과 정지, 해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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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탈주체와 주체 사이의 간극을 자신의 몸(시)으로 메우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면, 시적 언술의 측면에서는 ‘반복’과 ‘변주’의 언술 구조를 중심으
로 형상화되고, 그 중에서도 특히 ‘교차 융합적 대구’의 차원으로 가장
선명히 형상화된다.


주제어: 언술 구조, 반복, 변주, 회기, 대구, 미적 효과와 기능, 구조화
원리, 교차 융합적 대구, 김수영


1. 문제 제기
김수영(金洙暎, 1921∼1968)의 시는 그가 활동했던 당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재음미되고 재해석되어 왔다. 그가 주로 활동했던
1950∼1960년대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참여시/순수시’라는 이분법적 대
립이 시인 ․ 비평가들의 사유 및 창조적 상상력의 기본 토대를 구성하던
시기였다. 김수영의 시는 이러한 시사적 좌표의 위상학에서 발생했으며,
그의 시 세계에 대한 해석 및 평가도 ‘참여시/순수시’라는 이분법적 대립
의 연장선에서 상호 평행선을 그으며 성과를 축적해 왔다. 김수영의 시를
참여시 계열의 대표적인 경우로 파악하거나, 참여시 계열의 김수영의 시
와 순수시 계열의 김춘수의 시를 대립 항으로 설정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일반적인 통념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통념을 전체적 조망의 차원에
서 인정한다 하더라도, 김수영의 시 세계에 대한 더 치밀하고 심층적인
해석 및 평가를 시도하여 시사적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수영 시에 대한 선행 연구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내용적 ․ 주제적 고찰로서 ‘사랑’, ‘자유’, ‘정직’, ‘설움’, ‘죽
음’, ‘양심’, ‘혁명’, ‘윤리’ 등을 중심으로 시 세계를 파악하려는 시도, 둘째,
형식적 ․ 기법적 고찰을 시도하여 시적 특성을 밝히려는 시도, 셋째, 시와
산문을 포괄적으로 검토하여 시적 특성 및 문학사적 의미를 규명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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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등이다. 한편 선행 연구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사항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첫째, 4. 19 등의 역사적 사건과 김수영 시의 시기
구분의 문제,1) 둘째, 김수영 시와 모더니즘의 관계2) 및 리얼리즘의 관
계,3) 셋째, 「눈」, 「폭포」, 「말」, 「꽃잎 1」, 「꽃잎 2」, 「풀」 등의 소위 무의
미시 혹은 난해 시의 해석 문제 등이다. 첫째 쟁점은 4. 19라는 역사적
사건을 기준으로 ‘전기 시/후기 시’로 구분하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
고 있다. 둘째 쟁점은 모더니즘에서 출발하여 참여시, 혹은 리얼리즘 시
로 전개했다는 일반적인 견해와, 모더니즘의 테두리 내에서 그것을 극복
하려 한 점에서 역사적 한계를 규명한 견해로 나누어진다. 이 두 쟁점과
셋째 쟁점인 무의미시 혹은 난해 시의 해석 문제 등은 앞서 언급한 첫째
연구 유형과 둘째 연구 유형을 보다 심층적으로 진행하여 김수영 시 세계
의 내용 및 형식적 특성들을 온전히 규명한 이후에 귀납적으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선행 연구의 성과들을 토대로 김수영 시에 나타나는 ‘변주’의
‘언술 구조’를 ‘미적 효과와 기능’ 면에서 세밀히 분석하여 ‘구조화 원리’
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 연구의 진행은 선행 연구의 중요한 쟁점들 중


1) 백낙청. 「김수영의 시 세계」, ?현대문학?, 1967. 8; 김현, 「자유와 꿈」, 앞의 글.
2) 김윤식, 「모더니티의 파탄과 초월」, ?심상?, 1974. 2; 이종대, 「김수영 시의 모더
니즘 연구」,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3; 김명인, 「김수영의 현대
성 인식에 대한 연구」, 인하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4; 진순애, 「한
국 현대시의 모더니티 연구」,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4; 최
미숙, 「한국 모더니즘 시의 글쓰기 방식에 대한 연구」,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7; 박윤우, 「1950년대 모더니즘 시의 부정성 연구」, 서울대학
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8; 박수연, 「김수영 시 연구」, 충남대학교 일반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9; 남진우, 「미적 근대성과 순간의 시학 연구」, 중앙대
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0; 김상환, ?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
민음사, 2000; 엄성원, 「한국 모더니즘 시의 근대성과 비유 연구」, 서강대학교 일
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1.
3) 염무웅, 「김수영론」, ?창작과 비평?, 1976 겨울; 백낙청, 「역사적 인간과 시적 인
간」, 앞의 책; 김재용, 「김수영 문학과 분단 극복의 현재성」, ?역사비평?, 1997
가을; 하정일, 「김수영, 근대성 그리고 민족문학」, ?실천문학?, 1998 봄; 정남영, 「바꾸는 일, 바뀌는 일 그리고 김수영의 시」, ?실천문학?, 1998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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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인 소위 무의미시 혹은 난해 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차원을 포함하
고 있다. 김수영 시의 언술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분적 표현의
영역에서 형성되는 ‘반복’으로서 ‘회기’와 시상 전개에 따르는 연 구성의
영역에서 형성되는 ‘변주’로서 ‘대구’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글은 텍스트
언어학의 ‘결속 구조’의 기법들과 ‘결속성’의 관점들을 참고하여 ‘반복’으
로서 ‘회기’와 ‘변주’로서 ‘대구’를 분석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김수영
시의 ‘변주’의 ‘언술 구조’를 ‘미적 효과와 기능’ 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김수영 시의 가장 기본적인 언술 구조는 ‘반복’이다. ‘반복’은 동일한
단어 ․ 구 ․ 절 ․ 문장 등을 되풀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동일한 것의 반복,
변형을 동반하는 반복, 차이를 동반하는 반복, 생략을 동반하는 반복 등
반복의 형태에 따라 여러 하위 유형들을 포함한다. 텍스트 언어학에서
‘반복’은 ‘회기(回起, recurrence)’의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회기’는 텍스트
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통사 구조, 즉 결속 구조를 강화하는 가장 기본적
인 요소이다. ‘결속 구조’는 단어들이 문법적인 형식과 규칙에 따라 상호
관련을 맺는 언어 체계로서, 구 ․ 절 ․ 문장 등을 조립하는 방식과 구와 절
상호 간, 문장들 상호 간의 의존 관계 등을 통해 구체화된다.4) 이 글에서
는 부분적 표현의 차원에서 형성되는 ‘회기’를 ‘반복’의 형태로 간주한다.
한편 ‘변주’는 시상 전개에 따르는 연 구성의 영역에서 ‘차이를 동반하는


4) ‘회기(回起: recurrence)’는 구성 요소나 패턴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고, ‘부분 회
기(partial recurrence)’는 이미 사용한 구성 요소들을 다른 품사나 부류(예를 들어,
명사에서 동사로)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병행 구문(竝行句文:
parallelism)’은 동일한 표층 구조를 반복하되 그 구조에 새로운 구성 요소를 넣어
사용하는 것이고, ‘환언(換言: paraphrase)’은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서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대용형(代用形: pro-forms)’은 독립적인 의미 내용이 없는 짧은
어사가 의미 내용을 수반하는 어사를 대치하는 것이고, ‘생략(ellipsis)’은 하나의
구조와 그 의미 내용을 반복하되 표층 표현의 일부를 빼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
다. ‘회기’는 시적 언술에 널리 사용하는 장치로서 완전 회기, 부분 회기, 병행 구
문, 환언, 대용형, 생략 등의 하위 유형을 포함한다. 회기와 결속 구조에 대한 설
명은 R. 보그랑드 ․ W. 드레슬러, ?담화 ․ 텍스트 언어학 입문창작과 비평?, 김태
옥 ․ 이현호 역, 양영각, 1991, 45-81쪽; 하인츠 파터, ?텍스트의 구조와 이해?, 이
성만 역, 배재대 출판부, 2006, 39-59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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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변주의 방식은 다양하지만, 김수영 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변주의 방식은 ‘대구(對句: antithesis)’라고 볼 수 있다. ‘대
구’는 비슷한 어조나 어세를 가진 것으로 짝 지은 둘 이상의 글귀를 구사
하는 방식을 의미하는데, 한시를 비롯한 시적 언술에 많이 활용된다.
‘대구’의 기법은 ‘병행 구문’의 기법과 유사한 원리를 가지고 연 구성의
영역에서 구사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대구’를 부분적 표현
의 영역인 ‘병행 구문’을 연 구성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개념으로 사용한
다. ‘병행 구문(竝行句文: parallelism)’은 각 단위별로 동일한 표층 구조를
반복하되 그 구조에 새로운 구성 요소를 넣는 방식을 의미하는데, ‘회기’
와 더불어 텍스트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통사 구조, 즉 결속 구조를 강화
하는 특성을 가진다.5) ‘대구’는 동일한 표층 구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회기’와 유사하지만, 새로운 구성 요소를 삽입한다는 점에서 ‘변주’의 방
식이 개입된다. 이때 ‘변주’의 방식으로 삽입하는 새로운 요소들은 ‘병렬’,
‘대비’, ‘대칭’, ‘연쇄’, ‘점층’, ‘순환’, ‘전환’, ‘왕복’, ‘확장’, ‘귀결’ 등 다양한
유형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구’의 유형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영의 시는 ‘변주’의 방식으로서 ‘대구’의 ‘단일 유형’보다 유형을 복
수적으로 결합하여 복합적 구도를 형성하는 ‘복합 유형’이 주로 나타난
다. 따라서 부분적 표현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반복’으로서 ‘회기’, 부분적
표현을 연 구성으로 연결하는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주’로서 ‘대구’, ‘대구’


5) 텍스트 언어학에서 ‘병행 구문’은 ‘결속 구조’를 강화하는 특성을 갖는데, 이 글
은 부분적 표현의 영역인 ‘병행 구문’을 시상 전개에 따르는 연 구성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대구(對句)’의 기법을 통해 ‘결속성’의 차원을 분석한다. 따라서 이 글
은 ‘병행 구문’과 ‘대구’를 매개로 표층 텍스트의 ‘결속 구조’에 대한 구문론적 연
구를 기저 텍스트 세계의 ‘결속성’에 대한 의미론적 연구로 연결시켜, ‘의의’의
‘연속성’, ‘활성화’, ‘연결 관계의 강도’ 등의 관점들을 고려하면서 분석하고자 한다.
병행 구문과 결속 구조에 대한 설명은 R. 보그랑드 ․ W. 드레슬러, 앞의 책, 45-81
쪽; 하인츠 파터, 앞의 책, 39-59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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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유형으로서 ‘복합 유형’의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김수영
시에 나타나는 ‘반복’과 ‘변주’의 언술 구조가 가지는 미적 효과와 기능
및 구조화 원리를 세밀히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영의 시에는 ‘변주’
의 ‘복합 유형’으로 ‘병렬-대비적 대구’, ‘연쇄-점층적 대구’, ‘왕복-점층적
대구’ 등이 나타나는데, 이들뿐만 아니라 특별히 ‘교차 융합적 대구’가 개
입된 복합 유형이 나타나는 점에서 독자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글은 김수영 시의 ‘언술 구조’를 연 구성 차원에서 형성되는 ‘변주’로서
‘교차 융합적 대구’에 초점을 맞추어 ‘미적 효과와 기능’을 분석하여 ‘구조
화 원리’를 고찰하고자 한다.


2. 연쇄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 - 「그 방을 생각하며」
김수영의 시에서 ‘변주’의 ‘복합 유형’으로서 ‘교차 융합적 대구’는 「그
방을 생각하며」, 「꽃잎 2」, 「풀」 등에서 나타난다. 이 장에서는 ‘변주’의
‘복합 유형’으로서 ‘연쇄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가 결합하는 경우로
「그 방을 생각하며」를 고찰하기로 한다.
A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②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B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
②‘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C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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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D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E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 「그 방을 생각하며」6) (1960. 10. 30) 전문


이 시의 전체적 구도는 A(1연) ‒ B(2연) ‒ C(3연) ‒ D(4연) ‒ E(5연)로 전개하
는 ‘연쇄적 대구’를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라는 문장의 ‘회기’, ②“∼라
∼라 ∼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라는 구의 ‘병행 구문’ 등이 언술
구조의 근간을 형성한다. ①은 A와 C에서 회기하고 D에서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으로 변형하며, ②는 A와 B에서 변주하면서
전체적 연 구성을 연쇄적이고 교차적인 언술 구조로 만든다. 한편 부분적
인 영역에서는 B에서 ㉠“노래”라는 단어를 ‘회기’하고, C에서 ㉡“가벼움”
과 ㉢“재산”이라는 단어를 ‘회기’하며, D에서 ㉠“노래” 및 ㉡“가벼움” 등
을 다시 ‘회기’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언술 구조를 고려하면서 의미 맥락을 살펴보자. A에서 “방”은
혁명을 진행하는 공간인데,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6) 김수영, ?김수영 전집-1 시?, 민음사, 2003, 205-206쪽. 이하 김수영 시의 인용은 이
책에 의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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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문장은 혁명이 실패한 후 공간을 이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도 그 방에는 “싸우라는 말”, 즉 혁명을 위해 투쟁하라는 요청이 남
아 있다. B에서 ㉠“노래”는 혁명의 희열을 상징하는 것인데, 화자는 그것
을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하라는 말”,
즉 혁명을 수행하라는 요청이 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렸다고 자책한다. A에 이어 B에서 ②“∼라
∼라 ∼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라는 ‘병행 구문’을 통해 혁명에 대
한 요청이 상존함을 표현하지만, ㉠“노래”의 망각을 통해 혁명의 희열이
사라졌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C에서 화자는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라는 문장을 회기하면서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
기―”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혁명의 퇴색과 관련시킨다.
그러나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라는 문장으로 혁명의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을 재산으로 삼는 사유의 전환을 시도한다. 여기서
“실망”을 ㉢“재산”으로 전환시키는 사유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나 역
사일지도 모르는/이 가벼움”이라는 구절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실마
리를 제공한다. “실망”과 ㉢“재산” 사이의 큰 간격을 메우는 것은 ㉡“가벼
움”을 매개로 얻어지는 “역사”인데, 그것은 과거와 현재 사이의 ‘시간(時
間)’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시간에 대한 각성을 통해 화자는 혁명의
실패에서 기인하는 “실망의 가벼움”을 자신의 “재산”으로 삼는 비약을
시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는 A, B, C 등을 상호 ‘연쇄’적으로 연결하면서 A와 B에
제시된 ‘양극’을 C에서 ‘교차’하고 ‘융합’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양극
이 상호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대비와 조화의 이중적 관계 망을 형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돌파하는 이러한 언술 구조를 ‘교차 융합적 대구’라고 부
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D-E는 ①을 변형한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이라는 절을 회기한 후, “방”과 “낙서”와 “기대”를 잃고
㉠“노래”와 ㉡“가벼움”마저 상실해도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이유 없
이 풍성하다”라는 표현을 통해 이러한 ‘교차 융합’적 각성을 재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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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시는 전체적으로 ‘연쇄적 대구’를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통해 ‘시간에 대한 인식’에서 얻어지는 각성의 차원을 보여
준다.
‘연쇄적 대구’는 구성 요소들이 ‘매개적 접속’을 통해 ‘단계적 전개’를
보여주면서 ‘인접적 구도’를 형성한다. 한편 ‘교차 융합’의 언술 구조는
양극을 상호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대비와 조화’의 이중적 관계 망을
형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돌파’하므로, 의미를 비약적으로 ‘종합’하거나
정서를 ‘집중’하는 미적 효과와 기능을 가진다. 따라서 ‘교차 융합적 대구’
는 양극의 ‘대립’을 ‘교차’하고 ‘융합’하면서 비약적으로 ‘종합’하는 ‘변증
법적 구도’를 형성한다. 인용 시는 ①이 A, C, D 등에서 회기하고, ②가
A, B 등에서 변주하면서 의미를 ‘접속’하고 정서를 ‘누적’하는 ‘연쇄적 대
구’를 형성하므로, 구성 요소들이 ‘매개적 접속’을 통해 ‘단계적 전개’를
보여주면서 ‘인접적 구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C는 이러한 구도에 A와
B에 제시된 ‘양극’의 ‘대립’을 ‘교차’하고 ‘융합’하며 비약적으로 ‘종합’하면
서 ‘변증법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를 개입하므로, ‘이원성의
종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장 ①의 ‘회기’, 구 ②의 ‘병행 구문’ 등에서 “혁명”-“방”-“말”-“어둠”-
“노래”의 계열과 “잊어 버”림-“실망”-“가벼움”의 계열은 각각 ‘암시에 의
한 대체’로서 ‘생략’과 ‘결여’와 ‘욕망의 이동’을 통해 전개하므로, 프로이
트적 전위, 라캉적 환유, 들뢰즈적 전치 등의 개념과 연관할 수 있다. 이
두 이미지 계열은 상호 대립적 구도를 형성하는데, “역사”라는 ‘시간적
인식’은 양극을 상호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대비와 조화’의 이중적 관계
망을 형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돌파’하여 “재산”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라
는 문장은 ‘양극’의 ‘대립’을 ‘교차’하고 ‘융합’하면서 비약적인 ‘종합’과 ‘집
중’을 형성하는 ‘교차 융합적 대구’를 개입시킨다. 이때 양극을 이루는 두
이미지 계열의 특성인 전위, 환유, 전치 등은 상호 ‘교차’하고 ‘융합’하면
서 비약적인 ‘종합’에 도달하여 더 중층적인 의미를 획득하면서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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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압축, 라캉적 은유, 들뢰즈적 위장 등의 개념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
다. 한편 ①“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라는 문장의 ‘회기’,
②“∼라 ∼라 ∼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라는 구의 ‘병행 구문’ 등은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를 동반하는 반복’을 형성하므로 들뢰
즈의 ‘리트로넬로’ 개념과 연관할 수 있으며, 베르그손이나 들뢰즈가 말
한 ‘정신적 반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들뢰즈에 의하면, ‘정
신적 반복’은 공존하는 상이한 수준에서 일어나는 전체의 반복으로서 옷
입은 반복이고 공존하는 반복이며 잠재적 반복이고 수직적 반복이다.


3. 병렬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 ‒ 「꽃잎 2」
이 장에서는 ‘변주’의 ‘복합 유형’으로서 ‘병렬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가 결합하는 경우로 「꽃잎 2」를 고찰하기로 한다.
A ①㉠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①㉠꽃을 주세요 뜻밖의 일을 ㉡위해서
①㉠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
B ②㉢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②㉢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 가는 ㉠꽃을
②㉢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 가는 소란을
C ③㉢노란 ㉠꽃을 받으세요 원수를 지우기 ㉡위해서
③㉢노란 ㉠꽃을 받으세요 우리가 아닌 것을 ㉡위해서
③㉢노란 ㉠꽃을 받으세요 거룩한 우연을 ㉡위해서
D ④㉠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④㉠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434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3 No. 2


㉠꽃의 소음이 바로 들어오게
④㉠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다시 비뚤어지게
E 내 ⑤말을 믿으세요 ㉢노란 ㉠꽃을
못 보는 ⑤㉣글자를 믿으세요 ㉢노란 ㉠꽃을
떨리는 ⑤㉣글자를 믿으세요 ㉢노란 ㉠꽃을
영원히 떨리면서 빼먹은 모든 ⑤㉠꽃잎을 믿으세요
보기 싫은 ㉢노란 ㉠꽃을
- 「꽃잎 2」 (1967. 5. 7) 전문


이 시의 전체적 구도는 A(1연), B(2연), C(3연) 등의 ‘병렬적 대구’를 D(4
연), E(5연) 등에서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는 주로 ①“꽃을 주세요”, ②“노란 꽃을 주세요”, ③“노란 꽃을 받으
세요”, ④“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⑤“∼을 믿으세요” 등 구
의 ‘회기’ 및 ‘병행 구문’을 구사하고, 여기에 ㉠“꽃”, ㉡“위해서”, ㉢“노란”,
㉣“글자” 등 단어의 ‘회기’를 개입한다. 특이한 점은 A, B, C, D 등 각
연마다 ①, ②, ③, ④ 등의 동일한 구문 형식을 3회씩 연속 회기하고,
E에서 ⑤의 ‘병행 구문’을 4회 연속 회기하는 단순한 ‘병렬적 대구’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개입하는 ㉠, ㉡, ㉢, ㉣ 등의 단어들을
포함해 구의 회기 및 병행 구문 속에 삽입하는 “주세요”, “받으세요”, “잊
어버리세요”, “믿으세요” 등의 서술어들도 각 연마다 동일한 구문 형식
속에 연속 회기하는 단순한 ‘병렬적 대구’를 보여준다.
이러한 언술 구조와 결부된 의미 맥락을 고찰할 때, 두 가지 관점의
고찰을 결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A, B, C, D, E 등으로 전개하
는 과정에서 각 연마다 회기하는 구나 단어의 변화 양상을 고찰하는 것이
고, 둘째는 각 연에서 회기하는 구나 단어 이외에 예외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하는 것이다. 첫째 관점은 ①“꽃을 주세요”,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 435


②“노란 꽃을 주세요”, ③“노란 꽃을 받으세요”, ④“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⑤“∼을 믿으세요” 등의 구들이 전개하는 과정을 ㉠“꽃”,
㉡“위해서”, ㉢“노란”, ㉣“글자” 등 단어들의 전개와 함께 의미 맥락을 찾
는 방식이고, 둘째 관점은 A에서 “고뇌”, “뜻밖의 일”, “다른 시간”, B에서
“금이 간”, “하얘져 가는”, “넓어져가는 소란”, C에서 “원수를 지우기”, “우
리가 아닌 것”, “거룩한 우연”, D에서 “글자”, “소음”, E에서 “말” 등이 가
진 의미 맥락을 찾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을 결합하면서 작품 해석
을 시도해 보자.
A의 ㉠“꽃”이 ‘자유’, ‘생명’, ‘진실’ 등의 상징이라면, ①“꽃을 주세요”라
는 문장은 화자가 현재 상황에 부재하는 ‘자유’, ‘생명’, ‘진실’ 등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이고, “뜻밖의 일을 위
해서”이며,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인 것은, ‘자유’, ‘생명’, ‘진실’
등의 실현이 고뇌를 경유하여 얻어지는 의도치 않은 결과이며 다른 시간
에 대한 기대를 동반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B의 ②“노란 꽃을 주세요”에
서 ㉢“노란”은 “금이 간”, “하얘져 가는” 등의 표현으로 미루어 ‘자유’, ‘생
명’, ‘진실’ 등이 훼손되고 퇴색되는 과정이나 상태라고 짐작할 수 있다.
“넓어져가는 소란”이라는 표현은 “노란 꽃”의 수용을 “소란”의 확대라고
부연하는 것이다. C의 ③“노란 꽃을 받으세요”는 B의 ②“노란 꽃을 주세
요”의 반대 상황을 제시하여 시적 화자와 청자의 위상 및 역할을 바꿈으
로써, B의 ‘받음’과 C의 ‘줌’을 상호 교차하고 충돌시켜 융합한다. 따라서
이 차원은 “노란 꽃”을 받고 주고 상호 작용을 통해 그 상황을 전면화하
는 것이다. 이때 C의 “원수를 지우”는 것, “우리가 아닌 것”, “거룩한 우
연” 등은 A의 “우리의 고뇌”, “아까와는 다른 시간”, “뜻밖의 일” 등과
상응하는 위상을 가진다. 결국 “노란 꽃”을 받고 주는 행위는 ‘자유’, ‘생
명’, ‘진실’ 등이 훼손되고 퇴색되는 과정이나 상태를 극복하고 “소란”의
확대를 통해 “원수”를 극복하는 “고뇌”를 거쳐 “우연”과 “다른 시간”을
도입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란” ㉠“꽃”은 그것이 내포하는 “소란”, “우연”, “다른 시간”


436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3 No. 2


등을 통해 ‘자유’, ‘생명’, ‘진실’ 등이 훼손되고 퇴색되는 과정이나 상태를
극복하고 다시 ㉠“꽃”의 원상을 회복하는 힘을 제공한다. D에서 ④“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라는 문장은 “소란”, “우연”, “다른 시간”
등의 도입을 의미하는 ㉢“노란” ㉠“꽃”의 등장을 통해 “꽃을 찾기” 이전
의 상태를 무효화할 것을 요청한다. 이 요청은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인데, ㉣“글자”는 ㉠“꽃”이 가진 ‘자유’, ‘생명’, ‘진실’ 등의
내용이 언어적 형식으로 외현된 것이다.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라는 절은 “꽃의 소음이 바로 들어오게”,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등의 절로 연결되면서 구문상 대등한 위상을 가지므로, “소란”과 동궤에
있는 “소음”은 “꽃”의 “글자”, 즉 ‘자유’, ‘생명’, ‘진실’ 등의 언어적 형식을
정립하는 것과 혼란시키는 것의 대립을 상호 중재한다. 이처럼 D는 A,
B, C 등을 첨가하는 과정에 ‘교차 융합적 대구’의 언술 구조를 개입하여
양극을 상호 교차하고 충돌시키면서 융합한다. 그 연장선에서 E의 ⑤“~
을 믿으세요”라는 구의 병행 구문이 가능해진다. “말”이 ㉣“글자”와 유사
한 의미라면, “꽃”의 언어적 형식인 “글자”가 “못 보”고 “떨리는” 상태에
있는 것은 ㉢“노란”의 양태와 유사하다. 결국 이러한 것들을 “믿으세요”
라고 말하는 화자는 ㉢“노란” ㉠“꽃”이 “보기 싫은” 것이지만, 그것이 내
포하는 “소란”, “소음”, “우연”, “다른 시간” 등으로 인해 진정한 “꽃”의
가치에 도달하는 힘을 제공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병렬적 대구’는 구성 요소들이 ‘수평적 나열’을 통해 독립성을 유지한
채 ‘상호 병존’하거나 ‘수평적 첨가’를 통해 ‘상호 연대’하면서 ‘등가적 구
도’를 형성한다. 한편 ‘교차 융합적 대구’는 양극의 ‘대립’을 ‘교차’하고 ‘융
합’하면서 비약적으로 ‘종합’하는 ‘변증법적 구도’를 형성한다. 인용 시는
A, B, C, D, E 등 각 연마다 동일한 구문 형식 및 단어들을 연속 회기하면
서 의미를 ‘확대’하고 정서를 확산’하는 ‘병렬적 대구’를 형성하므로, 구성
요소들이 ‘수평적 첨가’를 통해 ‘상호 연대’하면서 ‘등가적 구도’를 보여준
다고 볼 수 있다. D는 이러한 구도에 ㉢“노란” ㉠“꽃”의 등장을 통해
“꽃을 찾기” 이전의 상태를 무효화할 것을 요청하면서, 이항 대립을 상호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 437


‘교차’하고 ‘융합’하며 비약적으로 ‘종합’하면서 ‘변증법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를 개입하므로, ‘이원성의 종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각 연에서 회기하는 구나 단어 이외에 예외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에
주목하면, A의 “고뇌”, “뜻밖의 일”, “다른 시간”, B의 “금이 간”, “하얘져
가는”, “넓어져가는 소란”, C의 “원수를 지우기”, “우리가 아닌 것”, “거룩
한 우연”, D의 “글자”, “소음”, E의 “말” 등은 각 연마다 병렬된 이미지들
이 각각 ‘암시에 의한 대체’로서 ‘생략’과 ‘결여’와 ‘욕망의 이동’을 통해
전개하므로, 프로이트적 전위, 라캉적 환유, 들뢰즈적 전치 등의 개념과
연관할 수 있다. 이 이미지들은 모두 ㉠“꽃” 혹은 ㉢“노란” ㉠“꽃”의 이미
지로 수렴되고 집중되므로, 각 연의 이미지 계열들은 전위, 환유, 전치
등을 껴안고 중층적으로 형성되는 프로이트적 압축, 라캉적 은유, 들뢰즈
적 위장 등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각 연마다 회기하는 구나 단어에
주목하면, “주세요”와 “받으세요”의 이항 대립을 교차하고 융합하여 “잊
어버리세요”를 형성하고, 그 연장선에서 “믿으세요”를 도출하므로, 양쪽
의 전위, 환유, 전치 등을 상충시켜 ‘의미화 연쇄’에서 ‘기표의 대체’를 통
해 비약적 종합을 형성하므로, 전위, 환유, 전치 등을 껴안고 중층적으로
형성되는 프로이트적 압축, 라캉적 은유, 들뢰즈적 위장 등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이 시에 등장하는 구의 ‘회기’ 및 ‘병행 구문’, ‘단어
의 회기’ 등은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를 동반하는 반복’을 형
성하므로 들뢰즈의 ‘리트로넬로’ 개념과 연관할 수 있으며, 베르그손이나
들뢰즈가 말한 ‘정신적 반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 점층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 ‒ 「풀」
이 장에서는 ‘변주’의 ‘복합 유형’으로서 ‘점층적 대구’와 ‘교차 융합적
대구’가 결합하는 경우로 「풀」을 분석하기로 한다.
438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3 No. 2
A ①㉠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B ①㉠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C 날이 흐리고 ①㉠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①㉠풀뿌리가 ㉡눕는다
-「풀」(1968. 5. 29) 전문
이 시의 전체적 구도는 A(1연)-B(2연)-C(3연)로 전개하는 ‘점층적 대구’를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는 주로 ‘문장
의 회기’로서 ①“풀이 눕는다”, ‘단어의 회기’로서 ㉠“풀”, ㉢“바람(동픙)”
등의 명사, ㉡“눕는다”, ㉨“일어난다”, ㉣“울었다”, “웃는다” 등의 동사, ㉥
“보다(도)”라는 조사, ㉤“더”, ㉦“빨리”, ㉩“늦게”, ㉧“먼저” 등의 부사 등을
회기한다. 작품 해석의 관건이 되는 것은 ㉠“풀”과 ㉢“바람”의 정체 및
관계성인데, 이와 더불어 ㉡“눕는다”와 ㉨“일어난다”, ㉣“울었다”와 “웃
는다” 등의 상관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해명하는 데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 439
㉥“보다(도)”, ㉤“더” ㉦“빨리”, ㉩“늦게”, ㉧“먼저” 등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표면 구조’와 ‘내면 구조’로 구성되며, 두 구조가
모순을 안은 채 결합되어 있다. ‘표면 구조’는 ㉠“풀”과 ㉢“바람”의 ‘대립
관계’에 근거하는데, 이 두 명사의 대립은 ㉡“눕는다”와 ㉨“일어난다”, ㉣
“울었다”와 “웃는다”를 ‘대립 관계’로 파악하는 것과 연결된다. 이때 ㉠
“풀”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주체를 상징하고, ㉢“바람”은 그것을 억압
하거나 공격하는 외부의 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
“눕는다”와 ㉣“울었다”는 수동적 상처받음을 상징하고, ㉨“일어난다”와
“웃는다”는 능동적 극복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한 언술 차원의 근거로서 B와 C에 총 7회 연속 회기하는 ㉥“보다(도)”
라는 비교격 조사와 A와 B에 3회 회기하는 ㉤“더”라는 강세 부사를 들
수 있다. 이 두 단어는 비교 대상을 상호 대결시키고 경쟁시키는 의미
망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표면 구조’에 대한 해석은 기존의 일반적 해석
과 상통하는데, 이 관점은 ㉠“풀”을 민중으로 해석하고 ㉢“바람”을 민중
을 억압하는 정치 세력으로 파악하는 알레고리적 해석과 연관하면서 참
여시적 성격을 강조하는 경향과도 연결된다.
지금까지 「풀」은 이러한 ‘표면 구조’를 중심으로 해석되어 왔지만, ‘내
면 구조’를 함께 살펴야 이 시가 주는 은밀한 공감을 해명할 수 있다.
‘내면 구조’는 ㉠“풀”과 ㉢“바람”의 ‘호응 관계’에 근거하는데, 이때 ㉠“풀”
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의 주체이자 수혜자를 상징하고, ㉡“바람”은
“풀”에게 물기와 운동성을 제공하는 다른 세계의 힘이자 시혜자를 상징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한 언술 차원의 근거로서 A에 등장
하는 “나부껴”라는 동사를 들 수 있다. 이 단어는 외부의 힘에 의해 움직
이는 주체의 체험으로서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나 유희적 뉘앙스를 드러
내기 때문이다. ㉠“풀”은 ‘물기’가 있어야 잘 자라고 ㉢“바람”에 흔들려야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는데, 스스로 물기를 만들거나 운동할 수 없으
므로 “비를 몰아오는 동풍”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와 “동풍”은
440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3 No. 2
“풀”의 생명 유지와 성장에 도움이 되는 ‘물기’와 ‘운동성’을 제공한다. 이
‘호응 관계’는 ㉡“눕는다”와 ㉨“일어난다”, ㉣“울었다”와 “웃는다”를 하나
의 연속적 진행과정으로 파악하는 것과 연결된다. “풀”은 운동성의 측면
에서 누워야 일어날 수 있고, 물기를 흡수하는 측면에서 울어야 웃을 수
있다. 요약하면, “비”와 ㉢“바람”의 작용 없이는 풀의 누움과 일어섬, 울
음과 웃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풀”은 ㉢“바람”이 지닌 탈자아의 힘
과 잠재력으로부터 역동성과 생명력의 동력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내면
구조’에 대한 해명은 ㉠“풀”을 ‘주체’의 ‘필연적(의식적) 이성’으로 파악하
고, ㉢“바람”을 다른 세계에서 오는 ‘탈주체’의 ‘우연적(무의식적) 잠재력’
으로 파악하는 새로운 해석과 관련된다.
그런데 이 시의 정체를 규명하는 핵심은 ‘표면 구조’와 ‘내면 구조’가
상호 모순을 안은 채 결합되어 있다는 데 있다. 이 모순은 김수영의 시가
자체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모순인데, 따라서 이 모순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김수영 시 전체의 비밀을 파악하는 실마리가 된다. ‘표면 구조’의
해석은 주로 참여시 혹은 리얼리즘 시의 관점과 연관되고, ‘내면 구조’의
해석은 주로 순수시 혹은 모더니즘 시의 관점과 연관된다. ‘참여시/순수
시’의 이분법이 횡행하던 1950∼1960년대의 시단에서, 이 양극의 모순을
내포한 채 그것을 하나의 몸(시)에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려 한 것이 김수
영의 시적 추구였고, 이 추구가 응축되어 마지막 작품인「풀」에 녹아들
었다. 따라서 김수영은 전기의 모더니즘 시에서 후기의 리얼리즘 시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시적 생애 전체를 통해 순수시와 참여시, 모더니즘
시와 리얼리즘 시, 시의 예술성과 시의 현실성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려
했다. 김수영 시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화 원리인 ‘양극의 모순과 변증법
적 종합’은 반복과 변주의 언술 구조의 차원에서 ‘교차 융합적 대구’의
형태를 통해 대표적으로 형상화된다.
인용 시는 기본적으로 A-B-C로 전개하는 ‘점층적 대구’를 형성하는데,
‘교차 융합적 대구’는 A-B-C의 전개 과정에서 C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A
는 ㉠“풀”이 ㉢“동풍”에 의해 “눕고” “울었”고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 441
로 진행하는 모습을 통해, ‘표면 구조’와 ‘내면 구조’가 길항하면서 ‘내면
구조’에 더 큰 비중이 실리는 양상을 제시한다. ㉠“풀”과 ㉢“동풍”의 ‘호응
관계’에 기초하면서, ㉠“풀”의 주체성은 ㉢“동풍”의 탈주체성에 의해 수
동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 상황은 ㉣“울었다”, ㉡“누었다” 등의
과거시제가 보여주듯 과거와 현재 사이의 시간대에 놓여 있다. B는 ㉠
“풀”이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더 빨리 울고” “먼저 일어”나는 모
습을 통해 ‘표면 구조’와 ‘내면 구조’가 길항하면서 ‘표면 구조’에 더 큰
비중이 실리는 양상을 제시한다. ㉠“풀”과 ㉢“동풍”의 ‘대립 관계’에 기초
하면서, ㉠“풀”의 주체성이 ㉢“바람”의 탈주체성을 밀어내며 능동적으로
주도권을 찾는 것이다. 이 상황은 ㉡“눕는다”, ㉨“일어난다” 등의 현재시
제가 보여주듯 현재의 시간에 놓여 있다. ‘내면 구조’에서 ‘표면 구조’로의
비중 전이는 언술 구조의 측면에서는 3회 연속 회기하는 ㉥“보다(도)”라
는 비교격 조사, 2회 회기하는 ㉤“더”라는 강세 부사뿐만 아니라 ㉦“빨
리”, ㉧“먼저” 등의 부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시간의 속성상 ㉦“빨
리”는 ‘속도’와 관련하고 ㉧“먼저”는 ‘순서’와 관련하는데, A에서 ‘호응 관
계’에 의해 “동풍”에 의해 “눕고” “울었”던 “풀”은 외부적 동력인 ‘탈주체
성’ 혹은 ‘우연적(무의식적) 잠재력’을 흡수하지만, B에서 ‘대립 관계’로
전환하여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더 빨리 울고” “먼저 일어”나는 모
습을 통해 현재적 시간 속에서 ‘필연적(의식적) 이성’을 회복하면서 ‘주체
성’을 강화해 나간다.
C는 ㉠“풀”이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먼저 일어나고” “늦게 울어도”
“먼저 웃는” 모습을 통해 ‘내면 구조’와 ‘표면 구조’가 길항하면서 팽팽히
맞서는 양상을 제시한다. 여기서 ㉠“풀”의 주체성과 ㉢“바람”의 탈주체성
은 상호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융합’한다. ‘내면 구조’와 ‘표면 구조’의
길항은 언술 구조의 측면에서는 4회 연속 회기하는 ㉥“보다”라는 비교격
조사와 ⓓ“늦게”, ⓔ“먼저” 등의 부사가 동시에 공존하는 양상으로 나타
난다. 시간의 속성상 ‘순서’와 관련하는 ㉩“늦게”와 ㉧“먼저”는 대립 개념
인데, 이 두 부사가 상호 번갈아 ‘교차’하면서 ‘융합’하는 지점을 형성하는
442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3 No. 2
것이다. A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바람”의 탈주체성과 B에서 큰 비
중을 차지했던 ㉠“풀”의 주체성이 C에서 상호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융
합’하는 것이다. 이처럼 C는 ㉠“풀”이 상징하는 ‘주체성’ 혹은 ‘필연적(의
식적) 이성’과 ㉢“바람”이 상징하는 ‘탈주체성’ 혹은 ‘우연적(무의식적) 잠
재력’이라는 양극을 상호 ‘교차’하고 ‘충돌’시켜 ‘융합’하는 양상을 ‘교차
융합적 대구’의 언술 구조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점층적 대구’는 구성 요소들을 점진적으로 겹쳐 가면서 강하게 하거
나, 크게 하거나, 높게 하여 절정에 이르게 하므로, 의미를 ‘강조’하거나
정서를 ‘강화’하면서 ‘상승적 구도’를 형성한다. 한편 ‘교차 융합적 대구’는
양극의 ‘대립’을 ‘교차’하고 ‘융합’하면서 비약적으로 ‘종합’하는 ‘변증법적
구도’를 형성한다. 인용 시는 A-B-C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문장 및 단어의
회기를 통해 의미를 ‘강조’하면서 정서를 ‘강화’하는 ‘점층적 대구’를 형성
하므로, 구성 요소들을 토대로 점차 단계적으로 ‘고양’하면서 ‘상승적 구
도’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C는 이러한 구도에 ‘내면 구조’와 ‘표면 구
조’를 길항하면서 ㉠“풀”의 주체성과 ㉢“바람”의 탈주체성을 상호 ‘교차’
하고 ‘융합’하며 비약적으로 ‘종합’하면서 ‘변증법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를 개입하므로, ‘이원성의 종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
한다고 볼 수 있다.
‘내면 구조’에 더 큰 비중이 실리는 A에서 ㉠“풀”은 ㉢“바람”과 ‘호응
관계’를 형성하여 ㉡“눕”고 ㉣“울”지만, ‘표면 구조’에 더 큰 비중이 실리
는 B에서 ㉠“풀”은 ㉢“바람”과 ‘대립 관계’를 형성하며 ㉡“눕는다”와 ㉨
“일어난다”, ㉦“빨리”와 ㉧“먼저” 등의 대립적 양극들을 파생시킨다. ‘내
면 구조’와 ‘내면 구조’가 팽팽히 맞서는 C에서 ㉠“풀”의 주체성과 ㉢“바
람”의 탈주체성은 상호 ‘교차’하고 ‘충돌’하여 ‘융합’하면서 대립적 양극들
을 비약적으로 ‘종합’하고 ‘집중’시킨다. 따라서 이 시의 일련의 이미지들
은 프로이트적 압축과 전위, 라캉적 은유와 환유, 들뢰즈적 위장과 전치
가 상충하고 융합하면서 형성되는 중층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이미지들은 ‘내면 구조’와 ‘표면 구조’, ㉠“풀”의 주체성과 ㉢“바람”의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 443
탈주체성 등을 비롯한 대립적 양극들을 ‘교차’하고 ‘융합’하면서 비약적인
종합과 집중을 형성하는 ‘교차 융합적 대구’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시에 등장하는 문장 및 단어의 ‘회기’는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
니라 ‘차이를 동반하는 반복’을 형성하므로 들뢰즈의 ‘리트로넬로’ 개념과
연관할 수 있으며, 베르그손이나 들뢰즈가 말한 ‘정신적 반복’에 해당한
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 맺음말
이 글은 「그 방을 생각하며」, 「꽃잎 2」, 「풀」 등의 김수영 시에 나타나
는 ‘변주’의 ‘언술 구조’를 ‘미적 효과와 기능’ 면에서 세밀히 분석하여 ‘구
조화 원리’를 고찰하고자 했다. 이 글은 텍스트 언어학의 ‘결속 구조’의
기법들과 ‘결속성’의 관점들을 참고하여 반복으로서 ‘회기’와 ‘변주’로서
‘대구’를 분석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김수영 시의 ‘변주’의 ‘언술
구조’로서 ‘교차 융합적 대구’에 초점을 맞추어 미적 효과와 기능을 분석
했다.
김수영 시에서 ‘교차 융합적 대구’는 「그 방을 생각하며」, 「꽃잎 2」,
「풀」 등에서 나타난다. 「그 방을 생각하며」는 A(1연)-B(2연)-C(3연)-D(4
연)-E(5연)로 전개하는 ‘연쇄적 구도’를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
술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는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가 A, C, D 등에서 회기하고, “∼라 ∼라 ∼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
가 A, B 등에서 변주하면서 의미를 ‘접속’하고 정서를 ‘누적’하는 ‘연쇄적
대구’를 형성하므로, 구성 요소들이 ‘매개적 접속’을 통해 ‘단계적 전개’를
보여주면서 ‘인접적 구도’를 가진다. C는 이러한 구도에 A와 B에 제시된
‘양극’의 ‘대립’을 ‘교차’하고 ‘융합’하며 비약적으로 ‘종합’하면서 ‘변증법
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를 개입하므로, ‘이원성의 종합’이라
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 “혁명”-“방”-“말”-“어둠”-“노래”의 계열과 “잊
어 버”림-“실망”-“가벼움”의 계열은 각각 프로이트적 전위, 라캉적 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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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적 전치 등의 개념과 연관할 수 있는데, 두 이미지 계열의 특성인
전위, 환유, 전치 등은 상호 ‘교차’하고 ‘융합’하면서 비약적인 ‘종합’에 도
달하여 더 중층적인 프로이트적 압축, 라캉적 은유, 들뢰즈적 위장 등의
개념을 형성한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의 ‘회기’, “∼
라 ∼라 ∼라는 말이/헛소리처럼 아직도”의 ‘병행 구문’ 등은 들뢰즈의
‘리트로넬로’ 개념과 연관할 수 있으며, 베르그손이나 들뢰즈가 말한 ‘정
신적 반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꽃잎 2」는 A(1연), B(2연), C(3연) 등의 ‘병렬적 대구’를 D(4연), E(5연)
등에서 ‘교차 융합적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는
A, B, C, D, E 등 각 연마다 동일한 구문 형식 및 단어들을 연속 회기하면
서 의미를 ‘확대’하고 정서를 확산’하는 ‘병렬적 대구’를 형성하므로, 구
성 요소들이 ‘수평적 첨가’를 통해 ‘상호 연대’하면서 ‘등가적 구도’를 가
진다. D는 이러한 구도에 “노란” “꽃”의 등장을 통해 “꽃을 찾기” 이전의
상태를 무효화할 것을 요청하면서, 이항 대립을 상호 ‘교차’하고 ‘융합’하
며 비약적으로 ‘종합’하면서 ‘변증법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
를 개입하므로, ‘이원성의 종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 각 연에
서 예외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에 주목하면, A, B, C, D, E 등 각 연의 이미
지들은 모두 “꽃” 혹은 “노란” “꽃”의 이미지로 수렴되고 집중되므로, 각
연의 이미지 계열들은 전위, 환유, 전치 등을 껴안고 중층적으로 형성되
는 프로이트적 압축, 라캉적 은유, 들뢰즈적 위장 등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각 연마다 회기하는 구나 단어에 주목하면, “주세요”와 “받으세
요”의 이항 대립을 교차하고 융합하여 “잊어버리세요”를 형성하고, 그 연
장선에서 “믿으세요”를 도출하므로, 양쪽의 전위, 환유, 전치 등을 껴안고
중층적으로 형성되는 프로이트적 압축, 라캉적 은유, 들뢰즈적 위장 등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구의 ‘회기’ 및 ‘병행 구문’,
‘단어의 회기’ 등은 들뢰즈의 ‘리트로넬로’ 개념과 연관할 수 있으며, 베르
그손이나 들뢰즈가 말한 ‘정신적 반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풀」은 A(1연)-B(2연)-C(3연)로 전개하는 ‘점층적 대구’를 ‘교차 융합적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 445
대구’로 연결하는 언술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는 A-B-C로 전개하는 과정
에서 문장 및 단어의 회기를 통해 의미를 ‘강조’하면서 정서를 ‘강화’하는
‘점층적 대구’를 형성하므로, 구성 요소들을 토대로 점차 단계적으로 ‘고
양’하면서 ‘상승적 구도’를 가진다. C는 이러한 구도에 ‘내면 구조’와 ‘표면
구조’를 길항하면서 “풀”의 주체성과 “바람”의 탈주체성을 상호 ‘융합’하
며 비약적으로 ‘종합’하면서 ‘변증법적 구도’를 가지는 ‘교차 융합적 대구’
를 개입하므로, ‘이원성의 종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 ‘내면 구
조’에 더 큰 비중이 실리는 A에서 “풀”은 “바람”과 ‘호응 관계’를 형성하여
“눕”고 “울”지만, ‘표면 구조’에 더 큰 비중이 실리는 B에서 “풀”은 “바람”
과 ‘대립 관계’를 형성하며 “눕는다”와 “일어난다”, “빨리”와 “먼저” 등의
대립적 양극들을 파생시킨다. ‘내면 구조’와 ‘내면 구조’가 팽팽히 맞서는
C에서 “풀”의 주체성과 “바람”의 탈주체성은 상호 ‘교차’하고 ‘충돌’하여
‘융합’하면서 대립적 양극들을 비약적으로 ‘종합’하고 ‘집중’시킨다. 따라
서 이 시의 일련의 이미지들은 프로이트적 압축과 전위, 라캉적 은유와
환유, 들뢰즈적 위장과 전치가 상충하고 융합하면서 형성되는 중층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문장 및 단어의 ‘회기’는 들뢰
즈의 ‘리트로넬로’ 개념과 연관할 수 있으며, 베르그손이나 들뢰즈가 말
한 ‘정신적 반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김수영은 시적 생애 전체를 통해 순수시와 참여시, 모더니즘 시와 리얼
리즘 시, 시의 예술성과 시의 현실성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려 했는데,
시적 주제의 측면에서 이러한 종합이 순수와 참여, 첨단과 정지, 해탈과
풍자, 탈주체와 주체 사이의 간극을 자신의 몸(시)으로 메우려는 노력으
로 나타난다면, 시적 언술의 측면에서는 ‘반복’과 ‘변주’의 언술 구조를
중심으로 형상화되고, 그 중에서도 특히 ‘교차 융합적 대구’의 차원으로
가장 선명히 형상화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김수영 시의 ‘교
차 융합적 대구’는 반복의 언술 구조로서 ‘단어의 회기’, ‘구 ․ 절의 회기’,
‘문장의 회기’뿐만 아니라 변주의 언술 구조로서 ‘병렬 ‒ 대비적 대구’, ‘연
쇄-점층적 대구’, ‘왕복 ‒ 점층적 대구’ 등을 수렴하고 종합하면서 언술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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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중핵을 차지하고, ‘이원성의 종합’이라는 구조화 원리를 형성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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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의 교차 융합적 대구 연구 449
<Abstract>
A Study of Crossover Convergence Antithesis in Kim
Soo-young’s Poetry
Oh, Hyung-yup
(Korea University)
This writing wishes to analyze discourse structure of ‘crossover convergence
antithesis’ of Kim Soo-young’s poetry focusing on ‘aesthetic effect and function’
and investigates ‘structurizing principle’. The most representative discourse
structure of ‘variation’ is ‘antithesis’ in Kim Soo-young’s poetry. ‘Antithesis’
is used to similar concept with ‘parallelism’, method that repeats equal surface
structure by each unit but is inserted new component in the structure. ‘Parallel
antithesis’, ‘round-trip antithesis’, ‘chain antithesis’ appears frequently in Kim
Soo-young’s poetry. And ‘crossover convergence antithesis’ is very important
antithesis in Kim Soo-young’s poetry. We can find ‘crossover convergence
antithesis’ on “The Thinking about the Room”, “Petal 2”, “Grass” in Kim
Soo-young’s poetry.
“The Thinking about the Room” show discourse structure of ‘chain antithesis’
and ‘crossover convergence antithesis’ that is spreaded by A(1 stanza)-B(2
stanza)-C(3 stanza)-D(4 stanza)-E(5 stanza). This poem is connecting A, B, C
by the chain antithesis, and show that both poles is presented to A and B
crosses and converges mutually in C. “Petal 2” show discourse structure of
‘parallel antithesis’ and ‘crossover convergence antithesis’ that is spreaded by
A(1 stanza)-B(2 stanza)-C(3 stanza)-D(4 stanza)-E(5 stanza). “Yellow flower”
that it contain ‘disturbance’, ‘accidental’, ‘other time’ offers force that recovers
‘freedom’, ‘being’, ‘truth’ as original state of ‘flower’ again. D intercross and
450 Comparative Korean Studies Vol. 23 No.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