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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서주석 ‘가을이 춤을 춘다’

(서주석 님)

어두운 풀섶
파란 옷 훌훌 벗어 던지는 가을
그의 등줄기 타고 풀빛 음악이 흐른다

강변의 풀들이 일어나 가슴을 부벼댄다
귀뚜라미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가을이 춤을 춘다 룸바춤을 춘다

춤사위 높고 깊어질수록
가을의 알몸 하늘거리고
근육과 핏줄의 율동 붉어진다
찌르르 찌르르 찌르르....

나도 물이 올라 물가로 간다
가로등 불빛 수줍어 고개 돌리고
붉은 노을이 물에 잠긴다

수면 위에 떠오른 가을의 넥타이
귀뚜라미 빛이다
귀뚜라미가 웃는다
가을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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