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目 次 〉
Ⅰ. 들어가며
Ⅱ. 본론
1. 江湖의 의미
2. 俠의 의지와 현실
3. 俠의 은거의 사상적 배경과 발전
Ⅲ. 맺음말
Ⅰ. 들어가며
“成人들의 童話”, 곧 武俠小說을 이르는 말이다. 武俠小說은 武와 俠을 위주로 하여 사건을 진
행하는 小說을 이르고 소설의 배경을 “江湖”라 한다. 강호는 무협소설 속에 俠客들이 刀劍과 무
공을 지니고 俠義精神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목적을 수행해나가는 허구의 문학공간이라 하겠
다. 俠客은 강호라는 문화 배경을 통해서 존재하고 또 협객이 그 속을 행보하고 있을 때 강호는
비로소 완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무협소설에서 그려진 강호는 각종 모순과 은원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분쟁과 살육이 끊이지
않는 안정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그렇지만 강호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중국인들은
강호를 통해 그들의 이상세계에 대한 희망을 기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강호는 중국인
들이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이상적인 生活情景, 人間關係, 道德法則 등에 대한 일종의 상상속의
기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실과 괴리된 체 존재하는 이상향, 곧 유토피아 세계를 지향하는
정신문화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협은 강호를 통해서 살아가지만, 개인의 개성과 인성을 강조한 현대무협소설에서 협은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본고는 이러한 점에 문제의 초점을 맞추어 강호가 주는 의미적
해석과 함께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충돌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런바 문화정신이란 어떤 기질
을 통해 형성되어 지는 것이며, 또 협은 왜 강호를 떠나고자 하며 그들의 행위는 어떻게 해석해
야 하는지, 이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는 힘들지만 또한 한번쯤 고민해볼 만한 가치
가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전제 아래서 본고는 대륙과 대만 등지를 비롯하여 화교문화권
에서 폭넓게 환영받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金庸 무협소설을 중심으로 강호세계의 유토피아
세계에 대한 이상과 충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Ⅱ. 본론
1. 江湖의 의미
무협소설에서 협객들의 활동공간이 되는 “江湖”는 본래 ?史記·貨殖列傳?에 나오는 “이에 조각
배를 타고 江湖에 떠다니네(乃乘扁舟浮于江湖)”라는 范蠡의 말에 보이는 것처럼 처음에는 단순
히 長江과 洞庭湖등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지리 명사였다. 그러나 江湖의 의미는 후대로 오면서
그 의미가 점차 확대되었는데, 강호는 봉건통치자와 서로 대응하는 일종의 민간세력이 있는 곳
으로 조정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을 지니는 것으로 발전한다. 唐代의 豪
俠 소설 ?紅線傳?에는 “某는 전생에 본래 남자였는데, 江湖에 있을 때 神農의 醫藥冊을 읽고 세
인들의 재난을 구했다(某前世本男子, 歷江湖間, 讀神農藥書, 救世人災患.)”라고 하는 것에서 江
湖는 이미 俠客들의 활동 배경으로 성립됨을 볼 수 있다. 江湖의 개념은 宋·元 話本 소설을 거쳐
明·淸 公案俠義 소설로 오면서 세속과 대비되는 고유한 영역을 가진 의미를 지니게 된다.
江湖가 하나의 상징 색채를 지닌 허구의 문학 세계로 변화 발전하면서 강호에서 생활하는 협
객은 현실 생활과 격리된 독립적인 세계, 강호에서 하늘을 대신해 道를 행하고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강호는 보통의 지리명사에서 출발하여 이후 당 전기, 송·원 화본, 명·청
협의 소설을 거치면서 점차 본래의 의미에서 파생되고 확대되어 결국은 무협소설이라는 장르
속에서 협이 거닐면서 俠義를 행하는 특정한 공간으로 인식되어졌다. 협은 강호라는 이런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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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경 속에서 비로소 그들의 격정적이고 낭만적이며 활발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강호는 협객들에게 속한 것이며, 혹은 바꾸어 말해서 협객은 단지 강호 속에
서만이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2) 강호와 협은 어느 한쪽이 없이 홀로 존재하기 어려운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이라 하겠다. 강호는 무협소설이라는 이러한 문학 장르 속에서 독립적으로 존재
하는 세계이며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낸 세속의 예법을 초월한 허구의 세계인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張德亮은 俠의 정신은 중국의 오랜 봉건 통치 지배 하에서 일반 백성들은 항상 괴롭힘과 불평
등한 대우를 받았고, 때문에 심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의지하고 기탁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
어진 것이라고 하였다.3) 다시 말해서, 봉건체제하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핍박 받아온 서민 계층
들의 의지하고 기탁하는 마음이 협을 존재하게 한 것이라 하겠다. 또 陳山은 ?中國武俠史?에서
“서구의 기사문화는 일종의 상층사회의 귀족문화인 것이고, 일본의 무사문화는 상·하층사회의
중간 단계에 속하는 精髓文化이다. 그러나 중국의 무협은 거리와 마을에서 활약하고 초야에 몸
을 숨기는 하층 대중문화의 산물이다”4)라고 중국의 협사와 서양의 기사 그리고 일본의 무사,
세 가지 계층에 대해서 비교분석하였다. 진산의 언급처럼 협은 일반 서민 계층을 대표하고 있으
며, 풍부한 전통 문화정신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라 하겠다. 그리고 그들이 거
니는 거리와 마을, 초야는 무협소설 속에서 “江湖”라고 명명된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공간
으로 자리한다. 강호는 외형적으로 少林, 武當, 丐幇, 華山 등 각종 문파를 포함하고 있는 또 하나
의 사회적 구조를 지니면서, 내면적으로 민족 정서를 담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2. 俠의 의지와 현실
김용은 그의 소설에서 기본적으로 ?射雕英雄傳?의 郭靖과 ?天龍八部?의 蕭峰을 통해 지향했
던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것이 협의 큰 것이다(爲國爲民, 俠之大者)”는 협객의 형상을 긍정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요시 한 것은 개인의 자유와 낭만을 추구하고
그 속에서 인성을 찾고자 하는 협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호는 낭만과 격정이 충만
한 곳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목적을 위해 무공을 겨루고 그로 인해 분쟁이 끊이지 않는 비정한
곳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협은 국가와 민족의 위기 혹은 강호 분규를 해결할 목적을 지니거나
또는 개인적인 은원을 해결할 목적을 지니고 강호를 행보한다. 이 과정에서 협은 피와 복수로
연출되어 지는 인성의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강호인들은 그 가운데서 항상 그들이 꿈꾸어오는
2) 陳平原, ?千古文人俠客夢?(北京: 人民文學出版社, 1992年), 130쪽.
3) 上海通俗文學硏究所編, 陳必祥主編, ?通俗文學槪論?(杭州: 杭州大學出版社, 1991年), 59쪽 참조.
4) 陳山, ?中國武俠史?(上海: 三聯書店, 1992年),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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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의 세계를 그리워하게 되고 그 이상향의 세계에서 마음껏 거닐고자 하는 희망을 품게 된
다. 그렇다면 비정한 현실의 제거는 협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협은
이상과 현실의 모순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天龍八部?에서 蕭峰은 부모를 죽인 원수들을 찾아 강호 전역을 누빈다. 소봉은 원수라고 여
기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는 것은 직접 목격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雁門關에 이르게 된다.
그가 안문관에 이르게 되었을 무렵 그의 내면세계는 중대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곧 강호
의 온갖 恩怨榮辱에 대해 점차 염증을 느끼게 되고 일체가 무의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소봉은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소모에게 오늘과 같은 날이 있다니 이제는 다시 개방
의 방주가 되라고 하는 것은 물론 설사 나보고 대 송나라의 황제가 되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만두겠소. 아주, 우리는 이제 信陽으로 馬부인을 찾아 가도록 합시다. 그녀가
말을 하던 말을 하지 않던 이것은 우리가 최후로 찾고자 하는 한 사람이니 한 마디만
물어 본 이후 우리는 새외로 나가 사냥이나 하며 양들을 키우도록 합시다.”5)
인용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봉은 한편으론 부모의 원수를 찾아 강호를 주유하면서 다른 한
편으론 끊임없이 강호세계를 벗어나 새외에 살면서 사냥하고 양들을 키우고자하는 바램을 토로
한다. 강호의 현실에 대한 환멸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는 협에게 강호에서의 모든 恩怨榮辱을 단
절할 것을 전제한다. 새외는 강호 밖의 세계라 할 수 있겠지만, 세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소봉은 왜 강호를 떠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 필자는 이상세계에 대한 협의 모순적 심
리상태의 표현이라 보았다. 말하자면, 강호는 국법의 제재와 구속을 받지 않는 협의 이상세계로
표면적으론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강조하고 추구하는 세계라 하겠지만, 강호는 아울러 각종 강
호규범과 은원관계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강호에 있으면, 몸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人在江湖, 身不由己)”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협은 내적인 자유 속에 외형의 구속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강호의 이러한 이중성은 소봉의 경우와 같이 협의 모순된 심리상태를 형성하
게 되는 주요한 요인이라 하겠다.
앞에서 우리는 강호와 강호를 벗어난 두개의 이상세계를 두고 고뇌하는 협객의 모습을 살펴보
았었다. 宋偉傑은 “김용소설에서 묘사된 강호의 유토피아정신은 협객 본연의 拯救者와 隱逸者,
두 가지 신분의 통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위험에 직면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강호를 새로이
정비하고자 하는 유토피아를 향한 충동과 사건을 해결하고 난 뒤 몸을 돌려 표연히 그 행방을
5) 蕭峰大聲道: “蕭某得有今日, 別說要我重當丐幇幇主, 就是叫我做大宋皇帝, 我也不幹. 阿朱, 這就到信陽找馬
夫人去, 她肯說也罷, 不肯說也罷, 這是咱們最後要找的一個人了. 一句話問過, 咱們便到塞外打獵放羊去也!”
(金庸, ?天龍八部?(北京: 三聯書店), 1999年, 9月(이하 김용 작품 원문 인용에 따른 출판사와 시기는 생
략하겠음), 제21회, 8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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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게 떠나는 어렴풋한 모습, 곧 批判과 救贖, 隱居와 逃遁의 형상이 뒤섞인 것이다”6)라고
하였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불안정한 강호세계는 협객의 拯救精神을 갈망한다. 그러나 강호가
표면적으로 안정의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이들은 다시금 회의를 느끼고 강호를 떠나 은거하고
자 하는 욕망을 보인다. 이러한 협객의 성향을 “江湖精神”이라 할 수 있겠고, 김용은 그의 작품
속에서 강호정신을 통해 협객의 인격과 성격을 완성하고자 하였다.
중요한 것은 협은 강호를 통해서, 그리고 강호는 협이 존재하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싱그러운
생명력이 발휘되어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협의 인생은 강호를 행보하면서 정의를 펼치는 것
에 있지만, 강호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고 도리어 공허함만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협은 이상과
현실의 각종 모순 속에서 고뇌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이라 하겠다. 김용은 협의 이러한
모순적인 심리상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바 있다.
무협소설에서 정의를 펼치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만약 정의가 펼쳐지지 않는다
면, 독자들은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낄 것이고, 도덕적인 의의도 매우 떨어진다 하겠다.
무협소설에서 정의가 펼쳐지는 것은 마치 추리소설에서 사건이 해결되어지는 것과 마
찬가지로 이는 무협소설의 기초인 것이다. …… 나는 인생이 영원이 아름답고 원만한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최후에 결국 원만하게 되었다하더라도 망연한 느
낌은 불가피한 것이라 본다. 모든 목표가 실현되었지만 여전히 공허한 것이라 하겠
다.7)
정의를 펼치는 것은 협의 공인된 도덕신념이요, 강호 도덕규범이라 하겠다. 그러나 정의가 펼
쳐진 이후에 느껴지는 감회는 어떤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아니라 실증과 실망에서 비롯된 공허함
이었다. 협이 은거를 결심하게 되는 주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전자가 무협소설
에서 협이 강호에 존재하는 이유라면, 후자는 협이 강호를 떠나 은거하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
?書劍恩仇錄?에서 陳家洛은 개인의 힘으로 대세를 돌이킬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함을 느꼈고 게다
가 사랑하는 사람 香香公主가 자기 때문에 자살하는 일을 겪고 비통한 마음으로 서역으로 돌아
가 은거하였다. ?碧血劍?에서 袁承志는 李自成이 李巖을 핍박하여 자살하게 만들자 침통한 마음
으로 공을 세워 세상에 이름을 드높이고자 하는 의지에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고 靑靑과 수하
들을 데리고 섬으로 은거하였다. 또 ?射雕英雄傳?에서 곽정은 어머니와 사랑하는 사람 黃龍이
6) 宋偉傑, ?從娛樂性爲到烏托邦衝動―金庸小說再解讀?(南京: 江蘇人民出版社), 1999年, 81쪽.
7) 武俠小說中正義伸張是必要的, 如果正義不伸張, 讀者覺得不過癮, 道德意味也太差了, 武俠小說中正義伸張就
好像偵探小說中破案一樣, 這是它的基礎. …… 我覺得人生永遠美滿似乎不太可能, 就算最後圓滿, 茫然的感
覺也在所難免, 一切目的都達到了, 還是很空虛的. 王力行, 「新辟文學一戶牖 ― 訪金庸談武俠·文學與報業」, ?金庸茶館?(三)(北京: 中國友誼出版公司), 1998年, 227-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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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으로 인하여 죽었다고 생각하였고, 또 믿고 따르든 사부 江南七怪와 洪七公이 모두 죽거나
커다란 조난을 당하는 사건을 경험하고 점차 강호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분쟁의 현실에 회의를
품게 되었다. 그래서 곽정은 “무공을 익히는 것은 사람을 때리고 죽이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나의 지난 이십 년 동안의 생활은 모조리 잘못된 것이란 말인가? 한눈팔지 않고 부지런히 고생
하며 배운 결과가 결국 다른 사람을 해치자는 것이란 말인가?”8)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
고, 결국 華山論劍이 끝나자 황용을 데리고 桃花島로 들어가 은거하게 된다.9) ?神雕俠侶?에서
楊過는 본래 강호의 분규와 은원에 얽매이기를 거부하였고 줄곧 개인의 자유와 개성의 해방을
추구하였다. 그는 결국 강호의 사건이 해결되자 미련 없이 小龍女를 데리고 古墓로 돌아가 은거
한다. 또 ?連城訣?에서 狄雲은 사부 戚長發을 포함한 많은 강호인사들이 보물을 탈취하기 위해
서 서로 암투를 벌이고 해치는 강호의 현실을 대하고 자신의 힘으로 이들을 구제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도대체 왜 이렇게 싸워야 하나? 설령 재물에 눈이 멀었다하더라도 이렇게
미친 것처럼 할 수는 없는 거야!”10)라는 실망에 찬 한마디 말을 던지고 雪谷으로 돌아가 은거하
였다. ?越女劍?에서 范蠡는 “우리 서민의 옷을 갈아입고 당신과 나 배를 타고 太湖에 가서 다시
는 돌아오지 맙시다”11)라고 말하고 西施의 손을 잡고 은거하였다. 심지어 ?鹿鼎記?에서 일정한
강호의 규칙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강호와 황궁을 오가던 韋小寶 조차 康熙와 天地會 즉,
만주족과 한족 두 민족 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 어찌할 수없는 상황에 처하고 결국 “이 어르신도
더 못하겠다. 벼슬도 하지 않고, 반란도 일으키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 어르신은 무엇을 해야 하
지?”12)라고 한마디 던지고 양주로 은거하였다.
물론, 曲洋, 劉正風, 江南四友 등과 같이 개인의 취향 때문에 강호를 떠나는 것을 선택한 경우
가 있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강호의 세태에 실망과 비통한 마음이라 할 수 있겠다.
김용 작품 속에 강호인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형태의 의식구조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하나
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것이 협의 큰 것이다(爲國爲民, 俠之大者)”라는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入世” 의지라 하겠는데, 협은 이를 바탕으로 강호에서 정의를 펼치고 이상향을 건설하고자 한
다. 다른 하나는 강호에 뛰어든 이후 날이 갈수록 그들의 이상은 점점 무너지고, 스스로의 자유
자재한 개성의 해방에 대한 요구도 강호의 현실 앞에 억압받고 속박되어 버린다. 그래서 결국
협은 어찌할 수없는 절망감에 빠지고 그래서 강호를 떠나고자하는 경향을 띤다. 중요한 것은 이
런 두 가지 의식 형태는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언제나 함께 존재하는데, 시종 한데 엇섞여 있
8) 學武是爲了打人殺人, 看來我過去二十年全都錯了, 我勤勤懇懇的苦學苦練, 到頭來只有害人.(?射雕英雄傳?,
제39회, 1376쪽)
9) 곽정은 후에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직면하자 다시 강호에 나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였다. 그러나 ?射雕英雄傳?에서 그는 강호의 세태에 염증을 느끼고 은거하게 된다.
10) 爲什麽會這樣? 就算是財迷心竅, 也不該這麽發瘋?(?連城訣?, 제12회, 386쪽)
11) 咱們換上庶民的衣衫, 我和你到太湖划船去, 再也不回來了.(?越女劍?, ?俠客行?, 652쪽)
12) 老子不幹了! 一不做官, 二不造反, 那麽老子去幹甚麽?(?鹿鼎記?, 제50회, 19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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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분명하게 어느 한쪽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가슴속에 존재하고 있는 “협
의 인류에 대한 동정, 정의에 대한 집착과 추구, 악의 세력에 대한 영원히 굴복하지 않는 투쟁
그리고 협의 질박함과 진솔함, 정감 있고 성실한 기질과 사사로움이 없고 고상하며 나라와 민족
을 위하는 그들의 정서는 중국민족이 영원히 갈망하고 추구하는 것이다”13)와 같은 협에 대한
높은 가치부여, 다시 말하면 중국인의 민족정서가 협을 강호에 존재하게 하는 이유라면, 개성과
인성을 강조한 작가의 의지는 협이 강호를 떠날 수 있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강호가 협객들의 생존과 활동의 근본이 되는 공간이고 동시에 낭만과 격정이 충만
한 이상세계의 공간이라면 작가는 왜 협객들을 이런 그들의 이상향에서 떠나 은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며, 협에 있어 이상세계 건설이라는 커다란 꿈을 실현하기에 강호는 모순
만을 제공하고 있는 공간이었나 하는 것이다. 북경대학의 嚴家炎은 “그(김용)는 소설을 창작하
면서 먼저 유가사상을 먼저 탐색할 필요가 있었고, 다시 도가사상을 탐색하고, 또 불가사상을,
그리고 그 뒤에 시민문화와 세속문화를 탐색한 뒤 마지막으로 허무와 절망으로 향하였다”14)라
고 하였다. 곧 엄이 지적한 것처럼 김용이 그려낸 협은 儒·彿·道 그리고 민간문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전통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결국 허무와 절망으로 향하는 협의 결말 또한
어느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질 수 없는 것이다. 곧 협의 은거는 “궁하면 홀로 그 몸을 잘 다스
리고, 통달하면 천하를 두루 잘 다스리게 한다”15)는 유가사상의 단편적인 해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비추어보면 佛․道사상의 “出世”사상에 더 근접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협의 이러한 성격을 두고 陳山은 “협과 유라는 두 가지 문화정신, ‘俠義型’
과 ‘隱士型’의 두 가지 형태의 인격은 마치 스펙트럼의 양극처럼 그들 서로간의 대립과 융합을
이루어 복잡하게 엇섞여 있는 가운데 뚜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國民性’을 형성하였다”16)라고
하였다. 협의 은일사상은 유가사상의 기초아래 발전하여 불가와 도가사상의 영향을 받아 표현되
어진 것이라 하겠다. 말하자면, 협에겐 한편으론 유가의 인류와 사회에 대한 인정과 책임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론 莊禪의 개인의 내면의 세계에 대한 성찰은 정신적인 고뇌
에서 탈출을 도와 협에게 안팎으로의 곤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주요한 것은 김용은 협에
게 강호에 정의를 실현한다는 “爲國爲民, 俠之大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
개성과 인성을 중시하여 현실에서 오는 고뇌의 출로를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천하
의 걱정을 근심하고 나중에 천하의 즐거움을 향수하고자 하는 곽정과 소봉 같은 사람들은 비록
강호를 떠나 은거하기를 갈망하였지만, 끝내 완전하게 그 의지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고, 이에
13) 武占江·常建平, 「傳統文化的現代價値擧隅從金庸小說中的人物楊過談起」, ?西安電子科技大學學報?, 2001
年, 第1期.
14) 嚴家炎, ?金庸小說論稿?(北京: 北京大學出版社), 1999年, 163쪽.
15) 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孟子·盡心上?)
16) 陳山, ?中國武俠史?(上海: 上海三聯書店), 1992年,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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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해 구속되기를 거부하고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추구하고자 한 양과와 영호충 등은 “笑傲江湖”
의 자유자재한 경계를 실현할 수 있었고, 자유롭게 강호의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컨대, 김용의 작품 속에 그려진 강호의 세계는 평화로운 상태가 아닌 늘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한다. 거칠고 위태로운 강호세계에서 각종 恩怨榮辱에 얽매인 협은 그들이 추구하는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도리어 자기의 인생이 크나큰 비통함과 곤혹감에 빠져들
게 됨을 경험하게 된다. 진가락이 서역으로 돌아가고, 원승지가 섬으로 들어가고, 적운이 雪谷으
로 들어가는 것처럼 어쩌면 “영웅이 사악한 무리에 승리를 거두는 것은 작가의 정의에 대한 신
념을 표현한 것이지만, 물욕이 만연한 강호세계와 온통 혼란하게 엇섞인 감정세계를 직면한 영
웅의 은거는 필연적인 것이었다.”17) 협은 강호에서 그들의 정의를 실현하고 강호의 각종 분규와
은원을 해결하였지만, 이상세계는 실현되지 않았으며 또 “笑傲江湖”의 자유자재한 경계도 이루
어지지 못하였다. 정의를 실현한 이후 느끼는 공허함은 협객들이 계속 강호에 존재할 근거를 앗
아간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협객은 이로부터 또 다른 이상향을 꿈꾸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3. 俠의 은거의 사상적 배경과 발전
東晉 말엽 혼탁한 세태에 염증을 느낀 陶淵明은 “오랜 세월 새장 속에 갇혀 있다가, 다시금
자연 속으로 되돌아옴을 얻었네”18)라고 노래하며 자연으로 돌아와 은거하였다. “새장”이 예교와
은원관계에 얽혀 개인의 자유가 제약받는 세속을 의미한다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세속의
속박을 벗어나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는 고대 유가들의 處世法과 연관 지어 생각
해볼 수 있겠는데, 孟子는 일찍이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어지러우면 물러나는 것이 백이이다”라
고 하였고, 또 이르길 “옛 사람들은 뜻을 얻으면 은택을 백성에게 더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몸을
수양하여 세상에 드러내니, 궁하면 홀로 그 몸을 잘 다스리고, 통달하면 천하를 두루 잘 다스리
게 한다”19)라고 하였다. 곧 盛世를 만나면 세상에 나와 관리가 되어 백성을 다스리고, 난세를
만나면 물러나 은거한다는 것이다. 즉, 고대 중국 사대부계층은 상황에 따라 “入世”와 “出世” 두
가지 행위 방식이 결정되는 이중적인 처세법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伯夷, 叔齊, 屈原, 竹林七賢, 陶淵明 등과 같은 인사들은 한때 세상에 나왔었지만
그들이 접한 정치상황이 부패하고 세상의 이치와 도리가 문란해한 각종 모순들에 대해서 무한한
염증을 느끼고 은거하게 된 것이다.
17) 鮑曉東, 「金庸武俠小說程式的文化意蘊」, ?咸寧師專學報?, 2001年, 第5期.
18) 久在樊籠裏, 復得反自然.(陶淵明, 「歸園田居」)
19) 治則進, 亂則退, 伯夷也.(?孟子·公孫丑上?) 古之人, 得志, 澤加於民, 不得志, 修身見於世. 窮則獨善其身, 達
則兼善天下.(?孟子·盡心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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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庸 武俠小說의 江湖, 그 이상과 충돌(禹康植) / 219 ????????????????????????????????????????????????????????????????????????????????????????????????????
문제는 얼핏 보면, 시대의 반항아 같은 은자들이 세상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통치계
급과 민간을 막론하고 모두 그들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
라 역대 통치 계급들은 그들의 존재와 사상을 단순히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찬양하
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로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은사들은 비록 통치 계급과 협조하지는 않지
만, 그들과 공개적으로 대적하지도 않았다. 또 고대 은사들은 당시의 시대가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통치계급은 은사들을 찬양함
으로써 그들의 부패 상황을 희석할 필요가 있었고 나아가 그들의 정신과 생활을 찬양하기에 이
르게 된다.20) 이는 중국 고대 상층 사회에 만연한 심각한 이중성을 지닌 처세술과 신념을 표현하
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은사의 개념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비롯한 모든 것을 버리고 몸을 숨기는 그런 단순한 개념
으로 이해할 없는 것으로, 그들은 은거하는 가운데 유토피아와 같은 자신만의 어떤 이상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그들의 숭고한 사상을 표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高建新은 “은자들은
그들만의 확고한 도덕적 신념과 맑고 깨끗한 개인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어, 오랜 세월 맑고 깨끗
한 곳에 한가롭게 살면서 心性을 수양하고 간교한 마음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끊임없이 自我
를 개선한다”21)라고 하였다. 은사들은 일종의 지고한 도덕표준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때문
에 중국 전통문화정신 가운데 그들의 이러한 은일사상을 찬양하고 후인들은 최소한 그들의 고아
한 정신만이라도 따르려고 노력하는 전통이 있게 된 것이다. 곧 중국 전통문화정신 가운데 한편
으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능력을 발휘할 것을 격려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론 공을 세운 뒤 세
상의 영화를 뒤로하고 은거하는 것을 찬양하는 것이 모두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김용은 ?笑傲江湖? 「後記」를 통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 관념은 사람들이 “배워서 훌륭하게 되면, 벼슬을 하라”는 것을 권장하
고 있다. 또 孔子처럼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굳이 그것을 하려는 것”을 배우게 한다.
그러나 隱士에 대해서는 또한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즉 그들을 깨끗하고 고고
하다고 여긴다. 隱士가 사회에 대해서 결코 어떤 적극적인 공헌을 하지는 않지만, 그
들의 행위는 권력이나 이득을 다투는 무리들과는 확연히 달라 또 다른 유형을 제공하
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은 매우 너그럽
다고 하겠는데, 단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착한 사람으로 인정해 준다.22)
20) 王曉岩·李長新編著, ?隱士傳奇?(瀋陽: 遼寧人民出版社), 1997年, 3-5쪽 참조.
21) 高建新, 「陶淵明隱居及其思想再評價」, ?內蒙古社會科學?, 2001年, 第5期.
22) 中國的傳統觀念, 是鼓勵人“學而優則仕”, 學孔子那樣“知其不可而爲之”, 但對隱士也有極高的評價, 認爲他
們淸高. 隱士對社會幷無積極貢獻, 然而他們的行爲和爭權奪利之徒截然不同, 提供了另一種範例. 中國人在
道德上對人要求很寬, 只消不是損害旁人, 就算是好人了.(?笑傲江湖·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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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 ?中國小說論叢?(第21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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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세계는 그들의 이상세계 건설을 실현하고자 개개인이 통일된 질서를 유지하고 나아가 희
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개인의 이상과 이러한 사회 발전의 경계와 그 추구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을 때, 협객들은 강호세계에서 명리를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강호를 떠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다. 곧 무협소설 속에서 협객은 강호를 떠돌면서 협을 행하고 정의를 받드는 동시에 강호
를 떠나 자유자재하는 경계가 실현됨을 갈망한다. 낭만적이고 구속되길 거부하는 그들의 본질에
서 우러난 이러한 심리 상태는 중국 고대 은사들의 사상과 개성이 협객들을 통해서 그리고 강호
라는 배경을 통해 묻어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명리를 추구하지 않는 은사들의 성격
이 무협소설 속에서 협이 정의를 행하고 의를 받드는 것은 단지 강호에 대한 의무에 의해서 그렇
게 하는 것일 뿐이고, 사건을 해결한 이후에는 곧바로 종적을 감추고 멀리 떠나 어떤 명리를 얻
으려고 하지 않는 것은 전통의 관념에 기인한 것이라 하겠다. 중국 무협소설 속에서 隱逸派는
이렇게 형성된 것이라 하겠다.23)
우리는 협의 은거의 유형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마음먹은 대로 은거를 실현하거나
혹은 은거하고자 하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 주동적인 형태와 또 어떤 좌절을 겪고 난 이후에
어쩔 수없이 피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은거 등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겠고,24) 다른 한편
으론 공을 세우고 은혜를 베풀고 나서 수혜자의 보답을 피해 세상 밖으로 은거하거나 혹은 큰
원한을 갚고 난 이후 친속에 대한 한없는 정을 억누르지 못해서 협은 은거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25) 김용의 작품 가운데 ?笑傲江湖?는 순수한 강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正과 邪로
구분된 문파간의 갈등이 있는 반면 강호의 낭만과 이상이 비교적 잘 표현된 작품이라 하겠다.
그 대표적인 예로 劉正風과 曲洋에 얽힌 일화를 들 수 있겠는데, 이른바 강호에서 正派라고 하는
衡山派의 유정풍과 魔敎라고 인식되는 日月神敎의 곡양, 두 사람이 서로의 음악에 대한 사랑에
서 출발하여 둘만의 깊은 우정을 쌓게 되고 세상에서 자기를 알아주는 이는 상대밖에 없다고
여기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피비린내 나는 강호를 떠나 자신들만의 음악의 세계에 몰두하고
자 하게 되지만, 강호의 현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과 일가족의 생명을 희생하면서
까지 이를 실행에 옮기려고 하였다. 은자들의 노래 “笑傲江湖”의 曲譜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었
고, 작가는 이들의 이루지 못한 이상을 令狐沖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였다. 김용은 이에 대해 소
설의 「後記」에서 그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사람이 강호에 있으면, 몸은 자기 마음대로 못한다’고 하니 물러나 은거하려고 해
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劉正風은 예술의 자유를 추구하고 허물없이 막역한 우정을
중시하여 金盆洗手하고자 하였다. 江南四友도 孤山에 이름을 묻고 거문고, 바둑, 글씨,
23) 鳳錄生, 「唐五代仙俠小說的風格特徵」, ?河北師範大學學報?, 2000年, 第3期 참조.
24) 송위걸, 같은 책, 80-94쪽 참조.
25) 鄭春元, ?俠客史?(上海: 上海文藝出版社), 1999年, 255-25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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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庸 武俠小說의 江湖, 그 이상과 충돌(禹康植) / 221 ????????????????????????????????????????????????????????????????????????????????????????????????????
그림 등의 즐거움을 누리려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들의 소망을 실현하지 못했
고 결국 죽었다. 권력 투쟁이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郭靖과 같이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달려가 그것이 이루기 힘들 줄 알면서도 하려고 하는 大俠은
도덕적으로 더욱 큰 긍정을 받아야 한다. 令狐沖은 大俠이 아니고 陶潛과 같이 자유
와 개성의 해방을 추구한 隱士이다. 風淸揚은 의기소침하고 부끄러움으로 은거한 것
이다. 영호충은 천부적으로 구속받기를 거부하는 성격이었다. 黑木崖 위에 楊蓮亭이나
任我行이 대권을 쥐고 있든 곁에 있는 사람이 한 번 웃어도 죽일 수 있어 그 오만함
이 더할 나위 없는 것이었다. “笑傲江湖”의 자유자재는 영호충과 같은 사람들이 추구
하는 목표인 것이다.26)
이를 통해 정리해보면, 유정풍과 같이 은거하고자하나 외부적 요소로 인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 유형이 있겠고, 영호충과 같이 인생에 대한 자유자재의 경계를 실현한 유형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 “강호의 풍파가 험악하다(江湖風波險惡)”는 것은 강호의 본질이라 하
겠고, 김용이 그려낸 강호의 세계도 역시 문파와 정적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크고 작은
원한들이 고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상을 지니고 있다. 주요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체현한 협과
자유자재하고자 하는 그들의 본성은 본질적인 충돌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몸은 그들
만의 이상세계라 여기는 강호에 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고 그래서 마음은 또 다른 이상향
을 꿈꾸게 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협은 개인의 자유와 인성의 확보된, 강호와 세속의 규범
이 미치지 않는 그들만의 또 다른 이상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人在江湖, 身不由已”,
곧 강호에는 강호 나름대로 규칙이 존재한다. 이는 자유롭고자 하는 협의 성격과는 크게 모순이
될 수도 있었으며 협에게 커다란 구속이 될 수 있었다. 主體精神과 客觀現實 사이에 심각한 모순
이 발생할 때, 佛·道家의 “避世”와 “出世” 사상은 이상을 상실한 협의 마음과 영혼에 신선한 숨결
을 제공하는 것이다. 강호인들은 비록 몸은 강호에 있지만 마음이 지향하는 것은 언제나 자유로
운 인생경계인 것이었다. 超然自適, 淸淨無爲한 생활경계의 추구, 곧 “이러한 성격은 바로 중국
고대 名士들의 전형적인 성격인 것이다. 魏晉 이래 장자 사상이 유행하면서 이렇게 개성의 발전
을 추구하며 세속의 생각과 물건으로 그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 한때 시대사조가 되었었
다.”27) 필자는 김용의 무협소설에서 강호세계는 협에게 만족스럽게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자재
26) ‘人在江湖, 身不由己’, 要退隱也不是容易的事. 劉正風追求藝術上的自由, 重視莫逆于心的友誼, 想金盆洗手;
梅莊四友盼望在孤山隱姓埋名, 享受琴棋書畵的樂趣; 他們都無法做到, 卒以身殉, 因爲權力鬪爭不容許. 對於
郭靖那樣捨身赴難, 知其不可而爲之的大俠, 在道德上當有更大的肯定. 令狐沖不是大俠, 是陶潛那樣追求自
由和個性解放的隱士. 風淸揚是心灰意懶·慚愧懊喪而退隱. 令狐沖却是天生的不受羈勒. 在黑木崖上, 不論是
楊蓮亭或任我行掌握大權, 旁人隨便笑一笑都會引來殺身之禍, 傲慢更加不可. ‘笑傲江湖’的自由自在, 是令狐
沖這類人物所追求的目標.(?笑傲江湖·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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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 ?中國小說論叢?(第21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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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이상적인 세계를 실현해주지 못하였고, 강호는 사실상 끊임없이 충돌과 분쟁이 발생하는 비
정상적인 세계로 그려진다고 본다. 협객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강호의 현실을 대면하여 다른 선
택의 여지가 없었으며, 은거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으며 대안으로 제시된 출로라 하겠다. 여
기에서의 은거는 어떤 수혜자에 대한 보답을 피한다는 의미는 약하며, 순수하게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위해서 실천되어짐이 강하다고 하겠다.
역대 중국에서는 어두운 정치상황에 직면하여 직접 이에 격렬하게 항거하기 보다는 비교적
소극적으로 대처하고자 하였다. 隱逸思想은 이렇게 “홀로 자신의 몸을 깨끗이 한다”는 중국 전
통문화정신의 구체적인 표현이라 하겠고, 강호에서 생존하는 협사들 또한 모두 전통문화의 薰陶
를 받아 창조되어진 인물들인 것이라 하겠다. 때문에 주인공들은 비록 강호의 현실에 많은 불만
을 품고는 있지만, 또한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반역을 꾀하는 정신은 부족하다. 말하자면 소극적
인 반항과 함께 비교적 온화한 태도로 강호의 현실에 대응하고 있다고 하겠다. 협의 은일사상은
전통의 儒·佛·道사상이 융합 발전된 것이라 하겠다. 김용의 무협소설은 유가사상을 중심사상으
로 하고 불가와 도가 사상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강호세계에 유토피아 세계를
구현하는 것은 협이 추구하는 최고의 이상인 것이지만, “兼齊天下”의 소망을 잃어버린 이후 협
이 선택한 은거는 또 다른 의미의 무릉도원의 색채를 띤 유토피아의 이상인 것이라 할 수 있겠
다. 김용 작품속의 강호세계에서 협객의 “出世”와 “入世”에 관한 처세는 이렇게 평행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전통의 “入世”와 “隱逸” 관념은 흔히 동일인의 심리상태에 동시에 존재하여 줄거리 전개에 기
묘한 전환을 가져오는 작용을 한다. 설령 이미 강호를 떠나 은거하는 世外高人이라 할지라도 그
가 있었던 강호세계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였거나 혹은 심각한 모순이 발생하였다면, 이들 세
외고인들은 권토중래하여 강호의 문제와 모순을 해결하는 주요한 역량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
면, ?倚天屠龍記?에서 소림사의 渡厄, 渡劫, 渡難, 세 고승은 강호에서 지위와 항렬, 무공 등이
매우 높으면서 평소에는 소림사의 깊숙한 곳에서 수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진 바가 없었다. 그
러나 천하 영웅들이 소림사에서 謝遜을 처벌하기 위해 “屠獅大會”를 개최하게 되고, 이때 그들
은 사손을 구금하여 지키고 張無忌를 싸워 물리치는 책임을 지고 다시금 세상에 나온다. 여기에
서 그들은 더 이상 은사의 신분이 아니며, 강호의 사건에 직접 개입하고 모순을 해결하려는 강호
인의 신분인 것이라 하겠다. ?射雕英雄傳?에서 곽정은 비록 강호를 떠나 은거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그래서 ?神雕俠侶?에서 일시적으로 그의 이러한 형상이 묘사되지만, 결국 “爲國爲民, 俠
之大者”의 성격을 지닌 그에게 국가와 민족의 위기는 더 이상 은거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한 것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요컨대 협의 강호에 대한 이상과 현실은 전통의 은일사상의 영향을 받아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27) 武占江·常建平, 「金庸小說中的文化人格」, ?西安電子科技大學學報?, 2001年, 第1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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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庸 武俠小說의 江湖, 그 이상과 충돌(禹康植) / 223 ????????????????????????????????????????????????????????????????????????????????????????????????????
진다. 강호는 협에게 결코 꿈과 이상을 온전히 실현시켜주지 못하고 나아가 더 많은 것으로 구속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겠다. 그래서 협은 끊임없이 그 속에서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협은 어쩌면 탄생과 동시에 은거를 지향하고 있는 존재였을 것이다.
Ⅲ. 맺음말
무협소설에서 강호는 무협 인사들이 협의를 행하며 거니는 허구의 문학 공간이면서 동시에
문화 체계를 내포하고 있는 개념인 것이다. 현실 계급 사회에서 미쳐 실현할 수 없는 이상을 강
호라는 허구의 세계에 기탁하여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김용의 무협소설에 그려진 강호세계 역
시 정치와 세속에서 떨어진 곳으로 무협인사들의 “世外桃源”, 곧 이상향이었다. 김용은 전기적인
수법을 운용한 인물의 묘사는 이야기 줄거리 전개의 곡절과 기이함을 구성하였고 이는 기이함을
추구하는 독자들의 심리와 부합하는 것이었다. 또 인물이 강호에서 최종적으로 공명을 드높이고
애정을 성취하는 결말은 전통 관념에서 보편적으로 규정한 세상에 나아가 처세하는 공을 세우는
것과 강호질서를 재건하는 入世觀念을 완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동시에 이러한 모든 사업이 완
결되어진 이후, 여전히 갈등이 충만한 강호세계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결국 강호를 떠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끝으로 강호라는 또 하나의 이상세계 즉 유토피아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협소설에서 추구
하는 주요한 목표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문제는 강호는 본질적으로 위험하고 위태로운 요소들
이 산재한 비정상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김용의 작품 속의 강호인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이상과 현실의 충돌에서 오는 모순적인 심리 상태를 나타내게
된다. 강호인사들은 무공을 익히고 강호를 거닐면서 각종 강호 분규와 충돌을 해결하여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강호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고 이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할 수없는
감개한 심정을 느끼게 된다. 정의는 영영 실현되어지지 않는 것인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러
한 강호세계의 현실에 그들은 고뇌할 수밖에 없고 남을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이를 통해 강호인들의 독특한 성격과 인생에 대한 고뇌가
표현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고찰은 협문화가 지닌 문화 사상적 방면에 초점을 맞추어 김용의 무협세계에
체현된 중국 전통문화정신의 단편적인 면을 살펴보았다. 동양의 전통문화는 사회를 개조하는데
근본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곧 사회도덕을 완전하게 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김용의 무협세계는
이러한 문화에 대한 해석이라 할 수 있고, 그가 창조한 강호세계는 비록 현실세계에서 존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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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 ������中國小說論叢?(第21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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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희박한 것이지만, 표현되어진 문화적 의의는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
겠다.
< 參 考 文 獻 >
高建新, 「陶淵明隱居及其思想再評價」, ?內蒙古社會科學?, 2001年, 第5期.
鳳錄生, 「唐五代仙俠小說的風格特徵」, ?河北師範大學學報?, 2000年, 第3期.
陳必祥主編, ?通俗文學槪論?(杭州: 杭州大學出版社), 1991年.
陳山, ?中國武俠史?(上海: 上海三聯書店), 1992年.
陳平原, ?千古文人俠客夢?(北京: 人民文學出版社), 1992年.
王曉岩·李長新, ?隱士傳奇?(瀋陽: 遼寧人民出版社), 1997年.
金庸, ?金庸作品集?(北京: 三聯書店), 1999年.
三毛·翁靈文等著, ?金庸茶館?三(北京: 中國友誼出版公司), 1998年.
武占江·常建平, 「金庸小說中的文化人格」, ?西安電子科技大學學報?, 2001年第1期.
嚴家炎, ?金庸小說論稿?(北京: 北京大學出版社), 1999年.
陳山, ?中國武俠史?(上海: 上海三聯書店), 1992年.
鮑曉東, 「金庸武俠小說程式的文化意蘊」, ?咸寧師專學報?, 2001年第5期.
宋偉傑, ?從娛樂行爲到烏托邦衝動―金庸小說再解讀?(南京: 江蘇人民出版社), 1999年.
鄭春元, ?俠客史?(上海: 上海文藝出版社), 1999年.
< 中 文 提 要 >
建立江湖這樣一個法外的世界,或稱為桃源般的世界是武俠小說追求的目標之一。但是江湖本质
上包含着许多险恶的因素和非正常的状态,金庸笔下的江湖人士面对这种情况下常常表现出一定程度
上的矛盾的心态。江湖人士學武行走江湖,解決各種江湖糾紛和衝突來实现正義,同時面對現實他们
又会產生一種無可奈何的感慨,對於這個紛爭不斷的江湖世界,他们究竟是选择留下,還是置身事
外。筆者認為金庸筆下,在險惡的江湖中糾纏於種種恩怨榮辱的江湖人,不但不能實現他们所追求的
個人的自由,反而陷入給自己的人生帶来了許多悲痛和尷尬的世界。尽管俠客已實現了正義,解決了
江湖糾紛、恩怨,可是卻沒有實現笑傲江湖的自由自在的目標。实现正义後带来的空虚感,使侠客们
感觉失去了继续存在于江湖的理由,这也是他们选择退出江湖归隐的原因。因此,侠的隐逸思想融合
了儒释道的中国传统文化精神。在中国面对黑暗的政治情况下,人们并不是直接对抗,而是比较消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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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庸 武俠小說의 江湖, 그 이상과 충돌(禹康植) / 225 ????????????????????????????????????????????????????????????????????????????????????????????????????
地对持。隐逸思想是以“独善其身”为主的中国传统文化精神的具体表现。江湖中的侠士毕竟都是受传
统文化熏陶长大的人物,虽然对于现实有许多不满,但是又缺乏彻底的造反精神,还是较为温和的态
度。金庸不仅是儒家思想的拥护者,思想當中也交杂了佛道影响,能实现“大同”世界固然是最高理
想,但當这种“兼齐天下”的愿望失落後,归隐也是一种带有桃源色彩的乌托邦想象,出世與入世在金
庸笔下由此得到了平衡。
중심어: 武俠小說 江湖 俠客 金庸 烏托邦 隱逸思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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