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次>
Ⅰ. 들어가는 말
Ⅱ. 江湖의 정의
Ⅲ. 金庸 무협소설의 江湖 배경
1. 대범위의 강호: 名山
2. 소범위의 강호: 山洞, 絶壁, 幽谷
Ⅳ. 강호규범
1. 근간이 되는 관념: 義
2. 위계질서 유지: 輩分
3. 개별문파의 규율: 門規
Ⅴ. 나가는 말
1)
Ⅰ. 들어가는 말
무협소설은 행위의 주체가 되는 강호인과 그들의 행위 수단이 되는 무
공,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는 배경인 「江湖」로 구성된 문학 장르이다. 그
가운데 강호는 무협소설에서 협객들이 俠義精神을 바탕으로 하여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도검과 무공을 사용하여 이루어지는 일체의 행위에 배
경이 되는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강호인들의 활동공간이며,
서사가 진행되는 공간인 강호는 지리적 영역을 의미하는 사전적 의미와
함께 다양한 상징적 의미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협을
이야기할 때 제도권의 영역 밖에서 자유로운 개성을 추구하는 성격을 지
니고 있다고 한다. 같은 의미에서 이들이 살아가는 강호 역시 협의 성격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이상을 추구하는 또 하나의 사회구조를 형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陳山은 ≪中國武俠史≫에서 기사와 무사, 그리고 협사를 비교
하면서 “서구의 기사문화는 상층사회의 귀족문화인 것이고, 일본의 무사문
화는 상・하층사회의 중간 단계에 있는 文化라 할 수 있지만, 중국의 협은
거리와 마을에서 활약하고 초야에 몸을 숨기는 대중문화의 산물이다”1)라
고 하였다. 곧 중국의 협은 일반 백성과 더불어 존재해왔다고 할 수 있으
며, 그들이 거닐었던 거리와 마을, 그리고 초야 등은 모두 무협소설이라는
문학 장르에서 「江湖」라는 배경으로 불려진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名
山, 大川, 幽谷 등 강호라는 이름으로 묘사된 협이 생활하는 구체적인 공
간들이 제도권 밖에서 무질서한 혼돈의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강호는 이 세계에서 생성된 각종 관념과 규범들을 가지고 이곳에서 생활
하는 강호인들의 행위를 제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고의 서술은 강호가 지닌 이러한 상징적 의미에 주목하여 시작하였는
데, 공간적 개념의 강호의 상징적 의미와 함께 그 가운데 존재하는 각종
강호규범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주요 논의의 대상은 20세기 중국문단
에서 폭넓은 독자층을 지니고 독서되어 온 金庸의 무협소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Ⅱ. 江湖의 정의
무협소설에서 협객들의 활동공간이 되는 「江湖」는 본래 “이에 조각배를
타고 江湖에 떠다니네”2)라는 范蠡의 말을 비롯하여 ≪莊子≫에서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사는 것만 못하다”3)고 한 것처럼 처음에는 단순히
長江과 洞庭湖 등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보통 지리명사였다. 하지만 이러
1) 陳山, ≪中國武俠史≫, 上海: 三聯書店, 1992, 302쪽 참조.
2) 乃乘扁舟浮于江湖.(≪史記・貨殖列傳≫)
3) 不如相忘於江湖.(楊柳橋 撰, ≪莊子譯詁≫, 上海古籍出版社, 1991, 114쪽)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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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호의 의미는 唐代 傳奇소설 <紅線傳>에서 “某는 전생에 본래 남자였
는데, 江湖에 있을 때, 神農의 醫藥冊을 읽고 세상 사람들의 재난을 구했
습니다”4)라고 하는 것처럼 강호는 이미 의미를 확장하여 보통 지리명사의
개념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제도권 영역 밖의 추상적 공간을 지칭하는 개
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강호의 의미는 唐 傳奇, 宋元 話本, 明淸
俠義 소설 등을 거치면서 특정지역을 지칭하는 보통 지리명사의 의미는
거의 없어지고 대신 廟堂과 江山 등 일반 사회와 대비되는 협객들이 살아
가는 특정한 공간으로 인식되어졌다. 이렇게 의미가 확대된 강호는 은사들
이 거주하는 장소로 이야기되기도 하였고, 혹은 사방각지로 떠돌면서 기예
를 팔며 생활하거나, 약을 팔거나 점을 보는 등의 방식으로 삶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을 지칭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강호는 봉건통치자와
서로 대응하는 민간세력이 있는 곳으로 조정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으
로 존재하는 의미를 지니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5) 무협소설에서 강
호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林崗은 아래와 같이 언급하였다.
무협소설 작가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인해 “강호”라는 이 전매특허는 이
미 무협소설 작가들에 의해 전용되어 허구의 무협 세계의 전용명사가 되었
다. 모든 황량한 사막, 산악, 절벽, 험준한 고개, 험난한 여울, 밀림, 주막,
고찰과 도관 등등은 모두 이 허구 세계의 지역부호이며, 凶僧, 殺手, 음란
한 도적, 劍客, 女俠, 무림고수 등은 이 허구세계의 등장인물들이며, 재물
을 약탈하고, 색을 탐하고, 흉수를 쫓고, 복수하고, 武功秘笈을 찾아다니고,
무공을 수련하며, 대도를 깨우치는 것 등은 모두 이 허구 세계에서 발생하
는 사건이 된다. 이 세 가지가 모여 하나로 통일되는 것이 바로 무협소설
의 강호인 것이다.6)
4) 某前世本男子, 歷江湖間, 讀神農藥書, 救世人災患.(袁郊, <紅線>)(작자미상, ≪劍 俠傳≫, 商務印書館, 中華民國25年(1936) 6月, 40쪽.)
5) ≪辭海≫, 上海: 上海辭書出版社, 2000, 1059쪽 참조, 劉延武 編著, ≪中國江
湖隱語辭典≫, 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03, 1-4쪽 참조.
6) 林崗, <江湖・奇俠・武功 - 武俠小說史上的金庸>, ≪金庸小說與二十世紀中國文
學≫, 香港: 明河社出版有限公司, 2000, 122쪽. 陳平原은 무협소설에서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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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에서 협객들이 거닐고 이야기가 발생하기만 한다면, 소설에서
묘사되어지는 각종 배경은 강호라 할 수 있는 것이며, 이곳에서 발생한 사
건과 인물들은 모두 강호를 구성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호는 협객들에게 속한 것이며, 혹은 바꾸어 말해서 협객은 단지 강호
속에서만이 생활할 수 있다”7)고 한 것처럼 강호와 협은 어느 한쪽이 없는
가운데 홀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한 관계를 지닌 다고 할 수 있다. 이렇
게 강호는 보통 지리명사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무협소설이라는 문학 장르
속에서 독립적 의미를 지니는 개념으로 발전한 것으로, 결국 작가가 상상
력을 발휘하여 만들어낸 허구의 문학공간인 것이다.
Ⅲ. 金庸 무협소설의 江湖 배경
金庸의 무협소설 역시 강호를 배경으로 하여 발생한 각종 이야기들을
묘사한 것인데, 소설에서 묘사된 강호는 거의 중국 대륙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그려지고 있다. 無錫의 杏子林, 太
湖의 歸雲山莊, 姑蘇 燕子塢의 參合莊과 曼陀山莊, 長江의 飛魚幇, 江南四
友의 西湖 梅莊 등 강과 호수를 비롯하여, 回族 거주지 新彊과 내몽고의
사막과 초원, 각 지역의 명산, 北京, 杭州, 洛陽, 大理, 揚州, 嘉興 등의 도
시들과 각종 산동과 유곡, 절벽 심지어 황궁까지 묘사되고 있다. 본고에서
는 그 가운데 개성적인 의미를 지닌 강호 배경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
고자 한다.
는 대배경이라 할 수 있으며, 절벽과 산동, 평원, 사원과 도관 등은 주요한 협 의 생활공간이라 하였다.(陳平原, ≪千古文人俠客夢≫, 北京: 人民文學出版社,
1992, 152쪽 참조.)
7) 陳平原, 앞의 책, 130쪽.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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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범위의 강호: 名山
金庸의 소설에서 묘사된 명산은 嵩山, 泰山, 恒山, 衡山 그리고 華山 등
五嶽을 비롯하여 天山, 武當山, 峨眉山, 無量山, 靑城山, 五臺山 등등 중국
의 거의 대부분의 명산들이 묘사되고 있다.8) 일반적으로 대범위의 강호배
경인 명산들은 사원과 도관을 비롯한 각종 문파, 山洞과 絶壁, 幽谷 등 소
범위의 강호배경들을 포함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강호인들이 성
장하거나 혹은 무예를 연마하는 장소로 설정되며, 또 명산에는 강호를 구
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승려와 도사, 그리고 이들로 구성된 문
파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五嶽에 본거지를 둔
「五嶽劍派」가 있겠는데, 이들 다섯 문파는 日月神敎와 강호의 패권을 두
고 경쟁하였다. 이들은 正과 邪 혹은 문파 간에 각종 음모와 분쟁을 야기
하며 ≪笑傲江湖≫ 전체 서사의 전개를 이끈다고 할 수 있다. 또 ≪倚天
屠龍記≫에서 무당산은 무당파가 자리한 곳으로 이곳은 張三豊의 백세 생
일 잔칫날 강호인들이 올라와 張翠山에게 謝遜의 행방을 밝히라고 요구하
였고, 이로 인해 張翠山이 죽는 등 주요사건의 발단이 된다. 심지어 ≪天
龍八部≫의 嵩山에 자리한 소림사에서는 직접 영웅첩을 발송하여 강호인
들을 嵩山으로 불러들이고, 강호의 분쟁에 직접 나서기도 하였다. 이처럼
명산에 위치한 사원과 도관을 비롯한 문파들은 참선하는 수도의 장소가
아닌 일정한 영역과 세력을 지닌 강호 세계의 일원으로 그려진 것이다.
명산에 대한 묘사 가운데 華山에 대한 묘사는 주목할 만한데, 이곳은
華山派가 있는 곳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射雕英雄傳≫에서 무림비급인
≪九陰眞經≫을 차지하기 위해서 東邪, 西毒 南帝, 北丐 그리고 中神通
8) 대범위의 강호배경으로 명산 이외에도 주요 강과 도시 등도 있겠는데, 본고에 서는 명산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또 명산에는 사원과 도관, 산동과 절벽 등 소범위의 강호배경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본고는 배경이 존재하는 전체적 의 미로 대범위를 살펴보고, 이어 소범위의 구체적인 상징적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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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으로 불리는 다섯 고수들이 論劍을 벌인 곳으로 묘사된다. 華山 정산에
서 비급을 차지하기 위해 누구의 무공이 천하제일인지를 가리기 위해 칠
일동안 서로 무공을 겨루었다. 論劍 이후 東邪 黃藥師는 그의 문하제자들
을 내쫓게 되었고, 周伯通은 桃花島에 구금되는 처지가 되었으며, 南帝 段
智興은 황제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여 승려가 되는 등의 서사의 발생은
모두 華山論劍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뒤 소설의 후반부에 黃藥師, 歐陽
鋒, 段智興, 洪七公, 周伯通, 裘千仞, 郭靖 등의 강호의 고수들이 다시 華
山 정상에 모여 論劍을 벌이기도 하였고, ≪神雕俠侶≫에서도 실제 무공
을 겨루지는 않았지만, 楊過를 비롯한 郭靖, 周伯通, 黃藥師 등의 고수들
이 華山에서 論劍을 벌였다.9) 이렇게 강호에서 華山은 일반적인 개념의
보통 명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곧 무공에 일정한 자격이 있어 이 華
山論劍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 진정한 世外高人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
이었다. 華山 정상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은 곧 武林正史에 들어선다
는 상징적인 의식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10)
2. 소범위의 강호: 山洞, 絶壁, 幽谷
명산이 대범위의 강호 배경이라면, 그 가운데 존재하는 산동과 절벽, 유
곡 등은 소범위의 강호라 할 수 있다. 무협소설에서 어떠한 공간이 묘사되
던지 강호인들이 그곳에 거닐고 생활한다면, 강호의 공간으로 변할 수 있
다. 하지만 작가가 특별한 의지를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러한 공간
들은 강호의 주요한 구성요소로 그려지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무협
소설에서 이러한 배경들이 출현하게 되면, 독자들은 곧이어 이곳과 연분이
닿은 협객이 절세무공을 얻게 된다든지, 혹은 이곳에 감추어진 무공비급과
보물이 발견되기도 하는 등 중대한 사건이 이곳을 중심으로 발생할 것을
9) ≪射雕英雄傳≫, 40회 <華山論劍>, ≪神雕俠侶≫, 40회 <華山之巓>.
10) 陳墨, ≪英華之咀: 金庸四部佳作回評≫, 上海: 三聯書店, 2002, 101쪽 참조.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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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받게 된다.
우선 이러한 배경들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선택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쉽게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지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이다. 강호인들은 이곳에 몸을 숨기는 장소로 사용하거나, 혹은 외부세계
와 단절된 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장소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곳들은 “단지 그 명성만 들을 뿐 그 실제 정경은 보지 못하며, 어
떤 곳은 신선이 사는 것 같은 세외도원인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사악한 마
도들이 본색을 숨기고 웅거하는 곳도 있다”11)는 것처럼 외부세계와 차단
된 독립적인 세계의 구축이 용이한 곳이라 하겠다. 그래서 ≪雪山飛狐≫
의 주요 서사의 배경이 되는 遼東의 雪山같은 곳은 “능력이 제아무리 고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를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가파른 봉우리의 정
상에서 과연 사람이 거주할 수 있단 말인가?”12)라고 하며 쉽게 근접할 수
없는 강호 배경에 대해 경외감마저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의 폐쇄성
으로 인해 강호 배경의 구체적인 내력을 알지 못하는 강호인들은 자연스
럽게 강호 배경에 대해 경외감마저 갖게 되고, 이 또한 서사의 긴장을 유
지하고 흥취를 더하게 하는 소설적 안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산동, 절벽, 유곡 등은 강호인
들이 몸을 숨기고 방해받지 않고 무공을 연마하는 장소로 선택되어진다.
≪射雕英雄傳≫에서 몽고 초원 위에 있는 절벽은 郭靖이 全眞敎의 馬鈺과
인연을 맺게 되는 장소로 설정되는데, 郭靖은 스승들 몰래 이곳에서 뜻하
지 않게 全眞敎의 도가 내공을 전수받게 된다. 이 강호 배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서사는 郭靖이 이후 강호를 행보할 때 상승무공을 습득할 수 있
는 기본 요건이 되는 것으로 작가가 강호 배경을 통해 의식적으로 안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天龍八部≫에서도 段譽는 도망가다가 無量山 無量
11) 陳墨, ≪新武俠之趣≫, 上海: 學林出版社, 1998, 113쪽.
12) 本領高强之人就算能爬得上去, 可是在這陡峰的絶頂之上, 難道還會有人居住不
成?(金庸, ≪金庸作品集≫, ≪雪山飛狐≫, 31쪽, 北京: 三聯書店, 1999. 이하
金庸 작품의 원문 인용에 따른 出版地・社・年은 생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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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壁의 석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 있던 逍遙派의 北冥神功과
凌波微步의 무공을 습득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段譽는 석실에 있던 玉美
人像을 보고 이에 미혹되었고, 그가 이후 강호에서 미인상과 닮은 王語嫣
을 따라다니게 된다는 이유를 설정한 것이기도 하다. 無量玉壁의 석실 또
한 段譽에게 강호 행보의 목적과 필요한 무공의 기본 조건을 안배한 것이
라 할 수 있다. 또 ≪笑傲江湖≫의 思過崖는 令狐沖이 風淸揚에게 獨孤九
劍을 전수를 받아 연마하는 장소로 설정된다. 令狐沖은 이로 인해 이후의
강호여정에 많은 곡절을 겪게 되는데, 곧 사부를 비롯한 동문들에게 의심
을 받아 문파에서 쫓겨나게 되며, 사랑하는 여인에게마저 버림받는 처지가
된다. 이처럼 思過崖라는 강호 배경은 令狐沖의 강호 행보에 전환점이 되
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射雕英雄傳≫에서 周伯通이 黃藥師에게 십오 년간 갇혀있었던
桃花島의 석동은 郭靖이 周伯通과 인연을 맺게 되는 곳이면서 雙手互搏과
九陰眞經의 무공을 습득한 곳으로 묘사되었으며, ≪倚天屠龍記≫에서 光
明頂의 산동은 張無忌가 明敎의 무공인 乾坤大挪移를 익힌 곳으로 설정되
었다. 또 ≪神雕俠侶≫에서 楊過가 古墓派의 무공을 익힌 活死人墓와 神
에게 의 검술을 배운 석동 등등이 있다 이런 강호배경들은 이 . 獨孤九劍 鵰
곳을 거쳐 간 강호인의 무공의 완성과 서사의 반전을 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강호 배경의 등장은 서사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과 함께 관련된 인물의 강호행보의 운명을 결정짓기
까지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金庸은 강호 배경의 상징적 의미에 관한 묘사
와 더불어 소설의 주제의식까지 강호 배경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
이다. 예를 들면, ≪天龍八部≫에서 묘사된 안문관의 절벽은 蕭峰의 출생
에 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강호 배경으로 주요 사건의 발단이 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점은 앞에서 언급한 다른 강호 배경과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곳이 갖는 보다 중요한 의미는 이곳을 경계로
하여 강호의 은원의 고리를 끊는 상징적인 장소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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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朱가 말했다) “강호에서 칼끝에서 지내는 생애는 생각해보면, 당신도
싫증을 느끼고 계실 것 같아요. 차라리 안문관 밖으로 나가서 사냥하고 가
축 기르면서 중원 무림의 은원과 영욕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다시는 상관하
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蕭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렇게 칼끝에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생활에 나도 정말 싫증을 느끼오. 새외의 초원에서
말 달리며 매사냥하고, 개를 풀어 토끼를 쫓게 하든가하면서, 이제부터 얽
매이는데 없고 아무 근심걱정 없이 지낸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소. 阿朱,
내가 새외에서 살게 된다면 그대는 나를 보러 오겠소?”13)
안문관의 절벽은 蕭峰 개인에게는 문파에서 쫓겨나 강호를 떠돌게 만들
었던 공간이었고, 다른 강호인들에게는 민족 간의 분쟁을 있게 한 곳이었
다. 하지만 강호를 떠돌던 협객은 자신에게 시련을 주었던 안문관의 절벽
으로 되돌아와서 이 강호 배경을 마주하고는 도리어 강호 밖의 세계를 그
리게 된다. 이처럼 안문관의 절벽은 강호인들이 살아가는 「江湖」와 이를
벗어난 「江山」 사이를 결정짓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묘사되었고,
더불어 민족 분쟁의 고리를 끊고 “만물은 모두 한가지며, 중생은 평등하
다”14)는 소설의 주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한 無量玉壁은 이 옥벽에 비친 劍影을 보기 위해 문파를 東・北・西로
나뉘어 오년마다 劍湖宮 앞에서 검술을 겨루게 만든 곳이다. 심지어 직접
옥벽에 비치는 劍影을 본 사람은 밤낮으로 산 정산에 올라 옥벽을 주시하
며 배회하다가 병들어 죽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강호인들이 신비하게 떠받
들던 무량산 옥벽의 劍影은 실은 無崖子와 李秋水가 석실 안에 동거하면
서 함께 무예를 연마하던 형상이 비춰진 것이었다. 또 ≪神雕俠侶≫에서
楊過와 小龍女가 이별과 만남을 거듭한 곳인 絶情谷과 斷腸崖는 본래 公
13) (阿朱道)“江湖上刀頭上的生涯, 想來你也過得厭了, 不如便到雁門關外去打獵放
牧, 中原武林的恩怨榮辱, 從此再也別理會了.” 蕭峰歎了口氣, 說道: “這些刀頭
上掙命的勾當, 我的確過得厭了. 在塞外草原中馳馬放鷹, 縱犬逐兎, 從此無牽無
掛, 當眞開心得多. 阿朱, 我在塞外, 你來瞧我不瞧?”(≪天龍八部≫, 제21회,
825쪽)
14) 萬物一般, 衆生平等.(≪天龍八部≫, 제21회, 8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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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止와 裘千尺, 두 사람이 혼인하고 사랑을 나누던 곳이었다. 하지만 훗날
이 유곡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의리를 상실한 채 시기와 질투만 가득한
장소로 변모하였는데, 公孫止와 裘千尺의 여식 公孫綠萼도 정 때문에 죽
음을 맞고, 또 실연으로 인해 강호에 풍파를 일으켰던 李莫愁 또한 여기
에서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楊過와 小龍女의 고사가 시작되는 곳인
≪神雕俠侶≫의 活死人墓 또한 본래 각기 全眞敎와 古墓派를 창건한 王重
陽과 林朝英, 두 사람이 무공을 연마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
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사람은 도사가 되고 한사람은 동굴에서 우울하
게 생을 마친 곳이었다.
이처럼 산동, 절벽, 유곡 등은 외부 사람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는 지형
적 특성을 지닌 장소들이기 때문에 작가는 이런 은밀한 공간을 선택하여
협객들에게 강호에서 잠시 벗어나 무공 연마에 몰두할 수 있는 장소를 제
공한다고 할 수 있다.15) 때문에 이러한 강호 배경은 小龍女나 楊過를 비
롯한 段譽 등의 묘사에서 보는 것처럼 강호인들이 최후를 맞는 사건의 종
결이나 결말을 맺는 곳으로 묘사되기 보다는 이러한 강호 배경의 출현을
통해 협객에게 상승무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잠시 소설의 서사에서 벗어나지만 이내 다시 돌아온다
는 암시와 함께 서사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곧 사
건의 종결이 아니라 사건의 진전과 긴장감 유지를 위해서 이곳에서 서사
를 잠시 중단하는 것이라 하겠다.16)
15) 陳平原, 앞의 책, 152쪽 참조.
16) ≪天龍八部≫에서의 안문관의 절벽과 같이 민족 간의 갈등 속에 진퇴양난에
처한 蕭峰, 그리고 그를 사랑한 阿紫, 阿紫를 사랑한 游坦之, 이들 세 사람이 이루지 못한 희망을 품을 채 마지막으로 선택한 장소로 묘사되는 것은 예외적
설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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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강호규범
일반적으로 강호는 자유로운 개성을 추구하는 강호인들이 생활하는 공
강으로 현실 세계와는 분리되어 존재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편으
로 보면 강호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데, 韓非子가 “협은 무력으로 금함을 범한다”17)라고 지적한 것은 바로 제
도권에 순응하지 않는 협의 기질에 따른 것이며, 협은 제도권 영역 밖에서
강호라는 공간을 만들어 생활한다고 하겠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협의 성
격이 제도권 영역 밖에서 자유로운 개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들이 살아
가는 강호가 무질서한 세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라에는
국법이 있듯이 강호에도 마찬가지로 이곳의 질서를 유지하는 강호의 규범
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행보하는 협은 자유롭고 구속됨이 없
는 것 같이 보일 수 있지만, 강호에서 협의를 행하고, 은원을 갚거나 혹은
무공을 겨룰 때 모두 강호에 존재하는 일정한 약속과 규정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약속과 규정을 「강호예법」 혹은 「강호처세법」이라 할 수
있는데, 강호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강호규범은 강호 구성원 개개
인의 행위에 대한 구속과 관리규범이라 할 수 있다. 강호규범은 전체 강호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고, 나아가 강호에서 살아가
는 약하고 작은 세력에 대한 보호의 의미도 함께 갖는다고 할 수 있다.
1. 근간이 되는 관념: 義
강호규범의 근간이 되는 관념은 「義」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줄곧
義의 개념을 중시하여왔는데, 義는 信義, 忠義, 敎義, 節義 등의 관념으로
표현되어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편적인 윤리 도덕관념의 핵심이 된
다. 강호에서도 “義는 俠이 아니면 세워질 수 없으며, 俠은 義가 아니면
17) 俠以武犯禁.(≪韓非子・五蠹≫)
12 中國語文學 第67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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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18)라는 것처럼 義를 통해서 협의 기질과 도덕성
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義는 협과 병칭되며 그들의 일체 행위의 준칙이
되는 관념이 된다. 이처럼 무협소설에서 義는 협을 완성하는 핵심정신이라
하겠으며, 義의 실천 여부를 통해서 강호인의 도덕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溫瑞安은 이를 “俠義情操”라 하면서 “무협소설이 무협이 될 수 있
는 까닭은 바로 이러한 尙義, 重義, 道義, 俠義, 捨生取義, 朋友之義, 兄弟
之義가 있기 때문인 것이고, 이 ‘義’ 자는 바로 ‘俠’ 자의 요지가 되는 것
이다. 무릇 불의한 것, 곧 의롭지 못하고, 의리를 저버리거나 배신하는 것
은 바로 협사들이 맞서 싸우는 ‘의가 없는 무리들’인 것이다”19)라고 하였
다. 이처럼 강호인들은 강호라는 공간 속에서 義를 매개로 하여 그들의 관
계를 결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金庸 또한 義를 강호세계의 근간이 되는 사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심
지어 강호의 규범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던 ≪鹿鼎記≫의 韋小寶까
지 義에 관한 묘사가 이어지고 있다. 韋小寶는 天地會를 소탕하라는 康熙
의 명을 받고 義를 가지고 불가함을 역설하고 있다.
韋小寶가 말했다. “황상, 그들이 황상을 해치려고 하는 것을 저는 목숨
을 걸고 반대하고 막았습니다. 소신이 황상을 대한 것은 의리를 중시한 것
이었습니다. 황상께서 가서 그들을 잡으려고 하는데, 소신은 그 가운데 낀
격이니, 처세하기가 어렵습니다. 단지 황상께 아량을 베풀어달라고 빌 수밖
에 없는데, 이 또한 의리를 다하는 것입니다.”20)
이에 대해 작가 또한 “韋小寶는 의기를 중시하였는데, 그것은 좋은 인
18) 義非俠不立, 俠非義不成.(董誥 編,≪全唐文≫, <豪俠論>, 上海: 上海古籍出版
社, 1990, 3224쪽)
19) 溫瑞安, <談笑傲江湖>, ≪金庸茶館≫(6), 北京: 中國友誼出版公司, 1998, 15쪽.
20) 韋小寶道: “皇上, 他們要來害你, 我拼命阻擋, 奴才對你是講義氣的. 皇上要去拿
他們, 奴才夾在中間, 難以做人, 只好向你求情, 那也是講義氣.”(≪鹿鼎記≫, 제
43회, 1684쪽)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13
145
품과 덕성인 것이다”21)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이고 있다. 이는 일부
제기된 韋小寶와 ≪鹿鼎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22)를 무마하기 위한 작
가의 의도가 없진 않지만, 이렇게 非俠의 인물을 통해서까지 義를 언급한
것은 만약 강호에서 약속한 말을 저버리거나, 신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강
호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게 될 것이며, 멸시를 받게 된다는 것을 강조
한 것이다. 그래서 張召重, 歐陽鋒, 裘千仞, 木高峰 등은 비록 고강한 무
공을 지니고 있어 “무림의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서 꺼리고 두려워하는 것
은 있겠지만, 아무도 진심으로 그들에 대해서 존경하는 마음을 갖지는 않
는”23) 것은 모두 신의를 중시하지 않았던 그들의 행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강호규범의 근간이 되는 義의 구체적인 표현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겠지
만, 金庸은 “체면과 의리”24)를 중시하는 것이 강호인들의 본질적인 습성
이라 하였다. ≪俠客行≫에서 阿綉가 강호 물정을 전혀 모르는 石破天에
게 강호를 행보할 때의 처세법을 설명하는 것에 잘 표현되고 있다.
(阿綉가 말했다.) “만약 오라버니가 이미 이기게 되었을 때, 이 일 초식
(旁敲側擊)을 펼쳐 보세요. 이렇게 동으로 베고 서로 찌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현란함에 눈부심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라버니가 뒤로
두 걸음 물러선 다음 무기를 거둔다면, 설령 주위에 보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누가 이기고 졌는지 알지 못할 거예요. 적에게 체면을 세워주면,
원한도 적게 맺게 되는 거예요. 만약 오라버니가 다시 한 마디 형식적인
21) 韋小寶重視義氣, 那是好的品德.(≪鹿鼎記・後記≫, 2006쪽)
22) 일부 연구자들은 ≪鹿鼎記≫에 대해서 무공은 물론 협의정신도 없는 韋小寶의
인물형상이 전통의 무협소설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하면서, ‘反武俠小說’이라 하고 있다.(≪鹿鼎記・後記≫, 2005쪽.) (陳墨, ≪浪漫之旅: 金庸小說神游≫, 上
海三聯書店, 2000, 354쪽. 韓雲波, <“反武俠”與百年武俠小說的文學史思考>, ≪山西大學學報≫ 2004年 01期 참조)
23) 武林中人對他忌憚畏懼則有之, 却無人眞的對他有甚麽尊敬之意.(≪笑傲江湖≫,
제4회, 149쪽)
24) 江湖上最講究面子和義氣.(≪飛狐外傳・後記≫, 7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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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말인 예를 들면, ‘귀하의 검법이 절묘하여 불초가 탄복해마지 않소이다. 오
늘은 승부를 내기 어려우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서로 친구로 사귀는 것이
어떻겠소?’라는 말을 해보세요. 상대방은 오라버니가 일부러 양보한 것을
알고 또 자기의 체면을 상하지 않게 했기에 분명 오라버니와 친구가 될 거
예요.”25)
일반적으로 강호에서 친구를 만들거나 혹은 원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것
은 무공을 겨루어 승패로 인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상대방의 체
면을 세워주지 않거나 의리를 상하게 했을 때 성립된다는 것이다. 또 ≪笑
傲江湖≫에서 華山派의 岳靈珊이 嵩山派의 左冷禪과 무공을 겨루면서 사
용한 무공은 嵩山派의 “萬岳朝宗” 초식이었는데, 이는 嵩山派에서 후배가
선배와 무공을 겨룰 때 시작하는 초식으로 선배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
고 있는 초식이었다. 岳靈珊의 초식을 본 左冷禪은 “이 초식을 사용한 것
을 봐서라도 내 너를 너무 망신당하도록 하지는 않겠다.”26)라고하며 강하
게 공격하지 않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이처럼 강호
인들에게 체면과 의리는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고, 무공을
겨루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은 강호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거나 의리를 중시하지 않
는 행위는 원한 관계를 맺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2. 위계질서 유지: 輩分
강호인들은 강호에서 어떤 구체적인 문파에 귀속되어 있거나, 혹은 혈
25) 道: “如果你已經勝了, 不妨便使這一招, 這般東砍西斫, 旁人不免眼花繚亂, 你到
後來又退後兩步, 再收回兵刃, 就算旁邊有人瞧著, 也不知誰勝誰敗. 給敵人留了
面子, 就少結了冤家. 要是你再說上一兩句場面話, 比如說: ‘閣下劍法精妙, 在下
佩服得緊. 今日難分勝敗, 就此罷手, 大家交個朋友如何?’ 這一來, 對方知道你故
意容讓, 却又不傷他面子, 多半便會和你做朋友了.”(≪俠客行≫, 제10회, 279쪽)
26) 看在這一招份上, 我不讓你太過出醜便了.(≪笑傲江湖≫, 제34회, 1321쪽. ≪倚
天屠龍記≫, 제20회에서도 같은 의미로 萬岳朝宗 초식이 묘사되고 있다.)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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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적으로 어떤 가문의 내력을 갖고 강호에서 생활한다. 곧 강호에서 살아
가는 사람들은 독립적인 개체로 홀로 강호를 행보하거나 존재하진 않는다
고 할 수 있다. 강호의 이러한 특성은 조직의 상하관계를 규정하는 강호의
「輩分」이라는 개념을 생성한다. 일반사회의 항렬과 같은 개념의 輩分은
강호인의 행위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며, 나아가 강호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 輩分은 강호에서 일반적으로 ≪天龍八部≫의
소림사 승려들처럼 玄慈, 慧輪, 虛竹 등 “玄慧虛空” 자를 항렬로 사용해서
이름을 부른다거나, 혹은 ≪笑傲江湖≫의 恒山派에서 定静, 定逸 등 定 자
항렬에 이어 제자들이 儀琳, 儀清 등 儀 자 항렬을 사용하는 것같이 문파의
위계질서를 나타내며 구체적인 사람의 호칭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어진다.
≪鹿鼎記≫에서 韋小寶가 출가한 이후의 상황을 살펴보자.
晦聰 선사가 말했다. “사제, 본사에는 승려들이 많은데, 현재 ‘대각관회,
징정화엄(大覺觀晦, 澄淨華嚴)’, 여덟 자를 항렬로 하고 있네. 나의 스승인
觀證禪師는 이미 28년 전에 원적을 하셨네. 절에 있는 澄 자 항렬의 뭇 승
려들은 모두 그대의 사질이 되는 것이라네.” 바로 그때 뭇 승려들이 차례
대로 나아와 인사를 올렸다. 그 가운데 澄心, 澄光, 澄通 등은 모두 그와
상당한 교분이 있는 사이였다. 韋小寶는 백발이 성성한 澄 자 항렬의 노화
상들이 모두 자기를 사숙으로 부르고, 淨 자 항렬 속에도 역시 나이가 많
은 승려가 적지 않았는데, 도리어 자신을 사숙조라 부르는 것을 보고 오히
려 재미있어 했다. 곧 華 자 항렬의 승려들도 가운데도 3, 40세는 되는 승
려가 있었는데, 인사 올릴 때 뜻밖에도 太師叔祖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韋
小寶는 그만 참을 수 없어 ‘하하’하고 크게 웃었다.27)
27) 晦聰禪師道: “師弟, 本寺僧衆, 眼下以‘大覺觀晦, 澄淨華嚴’八字排行. 本師觀證
禪師, 已于二十八年前圓寂, 寺中澄字輩諸僧, 都是你的師侄.” 當下群僧順次上
前參見, 其中澄心・澄光・澄通等都是跟他頗有交情的. 韋小寶見到一個個白鬚髮
銀的澄字輩老和尙都稱自己爲師叔, 淨字輩也不有少和尙年紀已老, 竟稱自己爲
師叔祖, 倒也有趣, 卽是華字輩的衆僧, 也有三四十歲的, 參拜之時竟然口稱太師 叔祖, 忍不住哈哈大笑.(≪鹿鼎記≫, 제22회, 843-8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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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을 통해 보듯이 강호에는 무슨 글자를 항렬로 사용하는 가에 따
라 소속된 문파에서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가 결정된다. 같은 의미에서
≪神雕俠侶≫에서 사제관계를 맺은 楊過와 小龍女가 서로 결혼하려고 하
자 모든 강호인들이 반대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 또한 신분과 지위가 결정
된 사제관계의 형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金庸 무협소설에서 묘사된 강호는 중국 전역의 명산대천을 비롯하여 심
지어 황궁과 관리의 세계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정과 강호는
서로 상대방의 영역을 간섭하거나 침범하지 않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金庸은 范蠡를 비롯한 李自成, 康熙, 乾隆 등 역사인물들을
작품에 직접 등장시켜 조정과 강호, 곧 역사와 허구의 두 영역이 공유되게
묘사하기도 하였다. ≪書劍恩仇錄≫과 ≪鹿鼎記≫의 淸朝 황궁에 대한 묘
사가 그러하며, ≪射雕英雄傳≫에서 宋, 金, 蒙古의 조정에 대한 묘사와
≪天龍八部≫의 大理와 大遼의 황실에 대한 묘사, 그리고 ≪越女劍≫의
나라 조정에 관한 묘사 등이 그것이다 주목할 것은 비록 강호가 조정의 . 越
영역 밖에 있는 독립적인 성격의 공간이라고 하지만, 무협소설에서 일단
이곳에 강호인들의 발자취가 닿게 된다면, 이러한 황궁과 조정도 강호세계
를 구성하는 요소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강호에 발을 들인 조정의
인사들은 반드시 강호의 규범을 가지고 사건을 처리한다는 것을 볼 수 있
다. ≪天龍八部≫에서 保定帝는 억류되어 있는 段譽를 구하기 위해 段正
淳 등과 함께 萬劫谷을 찾아갔는데, 이들을 맞이한 雲中鶴은 “天南의 段
家 장문인 段老師께서 도착하셨소이다!”28)라고 하였다. 保定帝에게 “황제
폐하”라는 칭호 대신 “장문인”이라는 강호인의 호칭을 사용하며 강호인의
신분으로 맞이한 것이다. 保定帝 또한 어림군을 이끌고 萬劫谷을 정벌할
수도 있었겠지만, 강호에 나와서 강호의 규범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자 했
다. 이처럼 황실의 사람들이 강호에 나온 이상 강호인의 신분으로 일을 처
리해야하며 발 디딘 곳은 바로 강호의 일부라는 것이다. 金庸의 소설 가운
28) 天南段家掌門人段老師到.(≪天龍八部≫, 제9회, 314쪽)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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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鹿鼎記≫는 특히 많은 편폭을 가지고 淸나라 황실과 역사 사실, 그
리고 역사인물을 묘사하여 역사소설 같은 성격을 지니게 하였다. 하지만
주요한 것은 풍자와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조정의 사회를 묘사하고 있
다는 것인데, 묘사된 황궁은 ≪四十二章經≫이라는 비급을 탈취하기 위해
海大富, 가짜태후 毛東珠 등 강호인들이 무공을 겨루는 강호의 세계의 일
부분으로 묘사된 것이었다. 비슷한 의미로 ≪射雕英雄傳≫과 ≪神雕俠侶≫
에서의 南帝 段智興은 一燈大師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東邪, 西毒, 北丐
등과 병칭되는 강호인인 것이지, 일국의 황제의 신분이 아니었던 것도 같
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3. 개별문파의 규율: 門規
앞서 언급한 체면과 의리는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을 지닌 강호 규
범이라 할 수 있다. 강호에는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문파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각 문파들은 보편적 의미의 강호규범 외에도 자신들만의 門規를
만들어 이를 통해 문파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俠客行≫
의 雪山派에는 “제삼조, 무공을 모르는 사람을 상해하지 말며, 제사조, 무
고한 사람을 상해하지 말라”29)는 門規가 있으며, 華山派에도 칠조 문규가
있는데, “본 파의 첫 번째 계율은 본 파의 사부를 기만하거나 웃어른을 존
경하지 않는 것, 두 번째, 강함을 믿고 약한 자를 못살게 굴거나 함부로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 세 번째, 간음하고 색을 밝히며, 부녀자를
여자를 희롱하는 것, 네 번째, 동문 간에 질투하고 서로 죽고 죽이는 것,
다섯 번째, 이익을 보고는 의리를 저버리는 것과 재물을 훔치는 것, 여섯
째는 교만 방자하여 동료들에게 죄를 짓는 것, 일곱 번째, 도적들과 함부
로 사귀거나 요사한 무리들과 결탁을 하는 것”30)이 그것이다. 또 恒山派
29) 第三條, 不得傷害不會武功之人; 第四條, 不得傷害無辜.(≪俠客行≫, 제17회,
514쪽)
30) 本派首戒欺師滅祖, 不敬尊長. 二戒恃强欺弱, 擅傷無辜. 三戒姦淫好色, 調戱婦
18 中國語文學 第67輯
150
에도 “첫째 계율은 윗사람을 업신여기고 거역하는 것, 둘째, 동문끼리 서
로 싸우는 것, 셋째, 무고한 사람은 해치지는 것, 넷째, 몸가짐이 바르지
못함, 다섯째, 사악한 무리들과 사귀는 것”31)의 다섯 가지 계율이 있다.
이렇게 묘사된 각 문파의 門規를 살펴보면, 비록 서로 다른 형식으로 표현
되고 있지만, 기본정신은 큰 맥락에서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
다. 곧 전통의 협의 정신인 약자를 돕고 악인을 제거하며, 무고한 자를 상
해하지 않는 정신을 골간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호 문파의 門規
는 소속 문파의 구성원에게는 현실사회의 법률에 상당하는 효력을 지닌다.
만약 문규를 위반하였다면, “가벼울 때는 귀를 자르고 곤장 때리며, 무거
울 때는 머리를 자르고 산산이 찢어 죽인다”32)는 형벌을 받게 된다고 하
는 것처럼 감히 위반할 수없는 권력과 위엄을 지닌 강호 규범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門規들은 문파내부를 결속하고 단속하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
라, 문하의 제자들이 강호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중
요한 기준이 된다.
Ⅴ. 나가는 말
이상과 같이 무협소설의 강호 배경과 상징적 의미를 金庸의 무협소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무협소설에서 「강호」라는 곳은 강호인들의 활동공간이며, 서사가 진행되
는 공간이다. 강호는 지리적 배경을 의미하는 사전적 의미와 함께 다양한
문화적 의미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강호는 특정지역을
지칭하는 보통 지리명사의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영역을 확대했고 무
女. 四戒同門嫉妬, 自相殘殺. 五戒見利忘義, 偸竊財物. 六戒驕傲自大, 得罪同 道. 七戒濫交匪類, 勾結妖邪.(≪笑傲江湖≫, 제7회, 279쪽)
31) 一戒犯上忤逆, 二戒同門相殘, 三戒妄殺無辜, 四戒持身不正, 五戒結交奸邪.(≪笑 傲江湖≫, 제29회, 1149쪽)
32) 輕則割耳, 責打, 重則大解八塊, 斷首分屍.(≪鹿鼎記≫, 제8회, 287쪽)
무협소설에 金庸 나타난 江湖의 유형과 특징에 관한 고찰(禹康植)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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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설에서 강호인들이 생활하고 사건이 발생하는 어떠한 지리적 영역이
든지 모두 강호의 영역으로 이야기되어질 수 있다. 이때 작가는 특별한 의
미를 지닌 공간을 선택하게 되는데, 명산을 비롯한 산동, 절벽, 유곡 등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작가에 의해 선택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게 된
다. 그 가운데 산동과 절벽, 유곡 등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절경으로
쉽게 다른 사람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적은 장소들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런 은밀한 공간을 선택하여 협객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무공 연마에 몰두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강호 배경의 등장은 사
건 발생과 관련해서 우연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개연성을 아울러 지닌 공
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배경에서 생성되는 서사는 줄거리 전개
와 사건의 전환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데, 무협소설에서 무공을
겨루는 장면의 훌륭함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강호배경의 절묘한 안배 또한
독자들의 흥취를 유발한다고 할 수 있다.
강호는 상징적 색채를 지닌 허구의 문학 세계로 나라에는 국법이 있듯
이 강호에도 마찬가지로 강호의 규범이 존재하고 있다. 강호를 행보하는
강호인들은 자유롭고 구속됨이 없는 것 같이 보일 수 있지만, 강호에서 협
의를 행하거나 은원을 갚거나 혹은 무공을 겨룰 때 모두 강호에서 존재하
는 일정한 약속과 규정에 제약을 받고 있다. 강호는 義를 근간으로 한 보
편적인 규범을 비롯한 개별 문파의 門規를 바탕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
는데, 이는 강호인들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감히 거스를 수 없는 규범들이
라 하겠다.
끝으로 본고에서 살펴본 강호의 유형과 특성이 金庸의 강호세계, 나아
가 전체 무협소설의 강호의 모습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다. 본고는 강호
세계가 지닌 보편적인 상징적 의미에 근거하여 살펴본 것인데, 미처 세세
하게 다루지 못한 주요 도시를 비롯한 강과 호수, 사원과 도관 등의 강호
배경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요구된다.
20 中國語文學 第67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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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surveys Jianghu as spatial meaning focused on ideal
characteristic which Jianghu has. And it surveys a lot of Jianghu rules
that exist in it. Knight -errant novel is a literature genre which is
constructed with Jianghu people who is a main agent of act, martial
arts which are ways of their act, and Jianghu which is a background of
incident progress. Especially, Jianghu is a place not only with various
cultural meanings but also with lexical meaning which means geographical
meaning. Jianghu is a field of activity of Jianghu people and a place
where Narrative progresses. Jianghu in Jin Yong’s martial arts novels is
depicted widely enough to cover the entire China. Cave, cliffs, and
secluded valleys as well as famous mountains are chosen by writers from
geographical characteristics and are given a special meaning. Especially,
cave, cliffs, and secluded valleys are scarcely visited and are beautiful
places where other people can't find our easily. So writers can provide
such remote places where a chivalrous person practices his martial arts
without any interruption. Jianghu has its own rules as a nation has its
rules. Although chivalrous persons in Jianghu seem to be free and they
can live without any restraint, they do favor and spite and they keep a
kind of promise and regulation. Based on these things, they can sustain
22 中國語文學 第67輯
154
orders in Jianghu.
Key Words:金庸(Jin Yong), 江湖(Jianghu), 강호규범(Jianghu rules),
무협소설(Martial Arts Novels), 협객(a chivalrous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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