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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단풍 숲속을 가며 / 오 세 영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옆을 보면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 산 어스름 숲속을 간다. 

붉게 물든 단풍 속을 호올로 간다. 

산은 산으로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로 말하는데 

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하루 해는 

설키만 하다. 

찬 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화려하게 천자만홍 터뜨리는데 

무어라 말씀하셨나. 

어느덧 하얗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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