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옆을 보면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 산 어스름 숲속을 간다. 붉게 물든 단풍 속을 호올로 간다. 산은 산으로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로 말하는데 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하루 해는 설키만 하다. 찬 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화려하게 천자만홍 터뜨리는데 무어라 말씀하셨나. 어느덧 하얗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
시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