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햇볕 좋은 날 놀러가고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가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꽁지만하다
소한 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래 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없는 것들이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았다 겨울 빨래는 말라간다
삶도 때로 그러하리
언젠가는 저 겨울빨래처럼 뼈를 세우기도 풀리어 날리다가
언 몸의 세상을 감싸주는 따뜻한 품안이 되기도 하리라
처마끝 양철지붕 골마다 고드름이 반짝인다
지난 늦가을 잘 여물고 그중 실하게 생긴
늙은 호박들 이 집 저 집 드리고 나머지
자투리들 슬슬 유통기한을 알린다
여기저기 짓물러간다
내 몸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호박을 자른다
보글보글 호박죽 익어간다
늙은 사내 하나 산골에 앉아 호박죽을 끓인다
문밖은 여전히 또 눈보라
처마끝 풍경소리 나 여기 바람부는 문밖 매달려있다고
징징거린다
'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복 -슬퍼할 수 없는 것 (0) | 2019.01.17 |
---|---|
문정희 ‘겨울 사랑’ (0) | 2019.01.14 |
이성부 -신년기원 (0) | 2019.01.12 |
아침같이 새로워라-피천득 새해 (0) | 2019.01.10 |
정채봉 -첫마음 (0) | 2019.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