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필자는 지금껏 한국의 사회철학 및 사회윤리학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공동체주의의 실체적 진상(眞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신
보수주의의 철학적 정당화 논리로서의 기능과 역할의 수행’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공동체주의가 지닌 ‘치명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폭로하고 철학적으로 논증
하여 확인해 보여주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공동체주의는 ‘수구 반동적 정치 이 데
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를 이념적으로 옹호하거나 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이론적’ 차원과 ‘현실적’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확증해 보임
으로써 애초의 문제 설정이 타당한 것이었음을 나름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한 확인 및 논증 작업은 1) 유사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전일적 지배의
허용 및 수용, 2) 유사 전체주의 사회의 도래에 대한 희구, 3) 강자 본위의 부(不)
정의한 비인간적인 사회체제의 구현 논리, 4) 신보수주의의 유사 전체주의적 속성
의 은폐 및 오인, 5) 위계적이며 통제적인 비민주적 권위주의 체제로의 회귀(回歸)
등 대략 5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탐구 작업이 갖는 ‘사회 철학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1) 공동체주의에 관
한 ‘새로운 해석의 판본’을 제시해 봄으로써 공동체주의의 실체를 둘러싸고 보다
진전된 철학적 논의와 담론을 활성화할 계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2) 주로
*사회와 철학 제29집
‘이론적’ 차원에서 공동체주의를 연구해 온 실천철학계의 논의 풍토가, 보다 현실
연관적인 ‘실천적’ 차원에서 탐구하고 논의하는 분위기로 변모해 나갈 필요성을 환
기시키는데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사회에 구축되어 있는 보수/
진보 간 이념적 대결 구도가 한층 더 왜곡된 방식으로 재구조화되는데 ‘공동체주의’
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 줌과 동시에 그에 대한 이념적 방비책을 시급
히 마련할 필요성이 있음을 알리는데 나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4) 한반도에서
초래될 수 있는 전쟁과 같은 위기적 급변 사태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대응책의 모
색과 관련해 유의미한 메시지와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5) 공동체주
의를 비롯한 주요 ‘현대 미국사회철학 유형’들의 실체와 특성을, 우리 사회와 우리
의 삶에 미칠 영향과 연계하여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볼 현실적 이유와 근거를 미력
하나마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주제분류: 사회철학, 정치철학
주 요 어: 공동체주의, 신보수주의, 현대 자유주의, 정치 이데올로기, 강한 보수
주의, 이념적 친화성, 내적 연관성, 정당화 논리, 뉴라이트, 공동체 자
유주의
1. 들어가는 말
공동체주의는 ‘현대 자유주의’1 )에 대한 비판적 철학 사조로 등장하였다.
공동체주의가 자유주의를 주된 비판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은, 개인의 권
리와 자율성을 그가 속한 공동체와 공동선보다 우선시하는 자유주의야말
로, 개인적 실존의 근본 토대를 이루는 공동체의 존립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다. 특히 자유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이루는 개인주의가 ‘개인 이기주의’로 변질되면서, 개인들 간의 파편화가
1 ) 여기서 언급된 현대 자유주의는 ‘수정 자유주의’ 혹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에
방점을 둔 자유주의를 가리킨다.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심화되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소속감이 급속히 결여되며 공적 사안에 대
한 참여의식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급기야 개인적 이익의 관철을 위한 반
(反)사회적 일탈 행위마저 용인되는 ‘공동체적 위기상황’의 도래를, 현대
자유주의에 대해 집중적인 공격을 가하게 된 실제적인 이유로 들고 있다.
이처럼 현대 사회가 처한 ‘공동체의 존립 위기’에 대한 우려에서 촉발된,
자유주의에 대한 공동체주의적 비판적 입론은 오늘의 사회적 실태를 고려
할 때, 현실적 시의성과 이론적 설득력, 아울러 규범적 타당성까지 두루 갖
추고 있다. 나아가 공동체주의의 다양한 논의 성과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동체 유형’에 관해 개진된 대안적 입론들 역시 이전에 비해 한층 더 규
범적으로 안정적이며 견고한, ‘공동선과 시민적 덕이 변증법적으로 결합된’
공동체 유형을 구축하고자 시도하는 등 다분히 ‘급진적인’ 실천철학적 내
용과 의도를 담고 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러한 철학적 성과와 의의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주의는 적지 않
은 한계를 또한 드러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의 미국적―아울러 한국
적―이념 지형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은, ‘신보수주의
(N eo co n servatism )’와 밀접히 관련되어 노정하고 있는 중대한 난점들이다.
가령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의 가치나 권위에 대한 개별 구성원들의 순응과
복종을 중시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유사 전체주의’ 사회를 옹호해버리는
강한 보수주의적 속성을 내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속성과 지향성은
순전히 이론적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실천적 차원에서 실제 삶의 현
장에 지속적으로 심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에 따라 오늘날 미국
사회 전역을 비합리적이며 선동적인, 동시에 강자 중심의 부정의한 사회로
내몰고 있는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2 )를 한층 더 이념적으로
2 ) 오늘날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념체계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는 신보수
주의는, 레이건 및 부시 정부에서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그 역할을 실제로 수행
한 바 있다. 비록 오바마 정권의 등장에 따라, 정권적 차원에서 통치 이데올로기
로서의 권좌는 잠시 내주었지만, 여전히 미 의회의 상하 양원을 신보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등 그 실제적 영향력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와 철학 제29집
강화하고 옹호하며 심지어 정당화하는 역할을 공동체주의는 수행하고 있
다. 이런 연유로 강한 보수적 속성을 비롯한 공동체주의의 주요 특성들의
실체적 본질을 제대로 통찰하기 위한 보다 치밀한 독해와 세심한 고찰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신보수주의가 미치는 파급 효과는, 발전적 혁신적 방
향으로 사회가 전개되어 나가도록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의 훼손
과 반동적 역사 전개, 민주주의 퇴행화(退行化)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귀착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아직껏 실체적 본질이 제대로 규
명되지 못한, 공동체주의의 몇몇 부정적인 특성들이 자리하여 신보수주의
와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실천철학 분야에서 이제껏 이
루어진, 공동체주의에 관한 철학적 논의나 탐구들의 경우, 신보수주의와 관
련지어 공동체주의의 부정적 속성과 본질, 기능과 역할을 철학적으로 연구
하는 작업은 소홀이 다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탓에, 공동체주의에
관한 기존의 실천철학적 연구나 해명은 대체로 ‘순수’ 학술적 차원에서 자
유주의의 한계와 난점을 보완하거나 넘어설 수 있는 상호 수렴적 입론이나
대안적 입론의 확보 가능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루어져 왔다. 그에 따라
한국사회의 현실과 관련하여,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 각각의 한계를 보완
하고 강점을 상호 결합하여 정립코자 한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혹은 ‘공
동체주의적 자유주의’의 모델을 구축하는 작업에서도, 공동체주의에 내재된
강한 보수주의적 속성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역사 퇴행적이며 민주주의
역행적인 사태 등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비판적 논변이 개진되고 있지 못
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이 글은 지금껏 한국의 실천철
학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공동체주의의 실체적 진상(眞
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신보수주의의 철학적 정당화 논리로서의
기능과 역할의 수행’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공동체주의가 지닌 ‘치
명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폭로하고 철학적으로 논증하여 확인시켜 보여주
는 데 그 일차적 목표를 두고 있다.3 ) 그러한 작업은, 신보수주의와 공동체
3 ) 필자는 이미 「신보수주의의 철학적 기초」(2010)라는 논문을 통해 ‘자유지상주의’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주의 사이의 ‘이념적 사상적 친화성’과 ‘밀접한 내적 연관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나갈 것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 글을 기획하게 된 동기를 몇 가지 나열해 봄
으로써 이 글에 담긴 ‘문제의식’의 일단을 다소나마 드러내 보려 한다. 우
선, 다소 과장되게 표현해서, 오늘의 한반도를 살아가는 한민족 공동체 구
성원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신보수주의와 공동체주의 양자 간의 긴
밀한 내적 연관성 및 이념적 친화성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
적 자각이다. 레이건과 부시 정권을 거치면서 정책적으로 현실에 구현된
신보수주의는 ‘민주주의의 전파를 위해 적극적인 대외 개입정책을 펼쳐야
한다’4 )는 명분하에 북한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선제적 예방전쟁’도 감행
할 수 있다는 초강경 군사 및 외교정책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우리의 입
장과 처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이러한 미국의 신보수주의
적 강공 정책은 ‘한반도의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보수주
의와 그것의 정당화 논리로 기능하는 공동체주의의 실상에 관한 보다 정교
한 철학적 탐구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둘째, 신보수주의에 의해 촉발된 미국사회의 전면적 보수화의 흐름은 미
국 내 ‘시민계급’으로 하여금, 미국적 가치와 전통은 절대적으로 정당하다
는 ‘도덕적 우월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 같은 대중주의적 정서에 경도되
게끔 유인하여 제대로 된 이성적 판단을 수행할 수 없는 사태로 몰아갔다
는 점에서 ‘통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에 대해 갖게 되는 심각한
규범적 우려감이 또한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였다. 가령 미국 내 신보수주
의적 지배세력이, 정치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부 구성원들의 시
와 ‘공동체주의’가 신보수주의의 철학적 기초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
하고 그에 대한 비판적 논의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다만 그 작업에서는, 문제
제기와 그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대략적인 수준에서 그 윤곽을 살피는데 치중하
여 이루어졌다면, 이 글에서는 공동체주의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신보수주의
의 철학적 정당화 논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다 엄밀하고 구체적으로 확
인하고 논증해 보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비판적 검토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4 ) 마상윤, 「미국 신보수주의의 역사적 배경」(2005), 85쪽.
사회와 철학 제29집
선과 관심을 외부로 돌리게 하는 전술적 책략으로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경우에, 그것을 막아내고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 세력은 건전한 비
판의식과 이성적 판단 능력을 지닌 ‘미국 내 시민세력’이다. 한데 신보수주
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전면적 우경화란 곧 그러한 세력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끝으로, 진보와 보수 간의 ‘뒤틀린’ 이념적 대결구도가 고착화되어 있는
오늘의 한국적 현실에서 아직껏 그 영향력이 잔존해 있는 소위 ‘한국적 신
보수주의 유형’으로서의 ‘뉴라이트(N ew R righ t)’ 진영이 내놓은, 그들의 이
데올로기적 사상체계라 할 ‘공동체 자유주의(C o m m u n itarian L ib eralism )’의
실상과 그것이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제대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반성
적 인식도 한 몫 거들었다. 현 시점에서 뉴라이트와 공동체 자유주의는, 한
국사회를 보다 혁신적인 발전 방향으로 나가게끔 기여하기 보다는, 반대로
강자 친화적이며 민주주의 역행적인 사회체제로 재편되어 나가도록 하는데
적극 작용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런 한에서, 뉴라이트와 공동체
자유주의의 내용과 형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보수주와 공동체
주의의 본질에 관한 비판적 검토 작업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2. 문제적 대상: 수구 반동적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
1) 신보수주의의 주요 이론 구성적 입론들
‘구보수주의(Paleo co n servatism )’ 즉 ‘전통 보수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자
유 보장을 중시하여 개인적 이해관계의 영역에 정부의 관여와 간섭을 최소
화하는 방안으로서, ‘최소 국가’ 및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주된 원리로
채택한 ‘고전적 자유주의’에 기초한 주류 보수주의 사상이다. 이에 반해 고
전적 자유주의의 이념을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자체의 이론적 토대로 재구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성하되, 그것과는 질적으로 상이한 다양한 이념적 입론들을 ‘선별적으로’
수용하여,5 ) 고전적 자유주의의 사상적 핵심과 상호 변증법적으로 결합하여
구축한 새로운 보수주의의 유형이 다름 아닌 ‘신보수주의’이다.
본래 보수주의는 ‘자생적 이념체계’의 구축보다는 ‘상황적 대응 이념체
계’로서의 역할에 주력해 왔다. 그런 점에서 보수주의에 관한 명료한 의미
규정이나 확정적인 개념적 윤곽 설정은 사실상 힘겨운 난제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어 왔다. 외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보수주의 이념체계 역시 수시로
자체 내 주장의 초점을 변경해 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과정의 내
적 통합성을 견지하기 힘들게 하는 다양한 이념적 입론들이 보수주의 체계
내부로 지속적으로 침윤해 들어와 자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보수주의
의 경우도 이 점에서 ‘동일한’ 행로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즉 하나의
논리 정연한 내적 정합성과 통일성을 겸비한 이념체계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보다는, 그 개념의 외연이 수시로 바뀌고 그 의미와 내용 또한 지속적
으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이루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
이고 있다. 곧 전형적인 상황적 대응 이념체계, 보다 구체적으로 ‘가변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6 )
실제로 건국 이래 미국사회의 중심적인 이념적 사조로서 군림해 온 고
전적 자유주의에 ‘도덕적 종교적 전통주의’라는 매우 이질적인 사상적 흐
름이 보태지고 상호 연계되어 지금의 신보수주의의 이념적 기반이 구축되
었다.7 ) 그에 따라 신보수주의 내에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핵심 토대를 이루
는 개인주의적 구성 요소들이, 그것과는 대립되는 공동체주의적 내용 및
요소들과 서로 혼재되어 결합된 상태로 자리하고 있다. 일례로 개인들 간
5 ) 신보수주의의 그 같은 선별적 수용에는 ‘공화주의적 덕 전통(R epublican Virtue
Tradition)’이 그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한 전통이 일관되게 중시하는
것은 ‘자유’와 ‘공동체’이다. 이 점에서 신보수주의는 이미 공동체주의와 긴밀한
내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난다. 낭궁곤, 「미국 신보수주의의 정의와 정
치적 의의」(2005), 26쪽.
6 ) 장의관, 「미국 신보수주의의 이론적 구성과 한계」(2008), 168쪽 및 179쪽 참조.
7 ) 김교환, 「미국의 신보수주의」(2001), 25- 27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의 이해관계로 점철된 시민사회나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경계하고 거
대 국가의 출현을 우려하는 전통 보수주의의 특성은 본질상 절대적 개인주
의와 자유방임 시장, 최소 국가를 기본 축으로 한 자유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것이다. 한데 과도한 개인주의적 방종과 이기주의의 확산을 염려하고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사회의 규범적 문란으로 인해 공동체 윤리와 종교적
도덕성의 쇠퇴와 추락을 우려하는 전통주의, 즉 ‘권위주의적 보수주의’8 )가
그러한 자유지상주의에 접맥되어 작금의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토대를 형성
하고 있는 것이다.9 )
이처럼 신보수주의 내에서 고전적 자유주의와 전통주의라는 이질적인
사상적 입론들 간의 접목은, 상호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최소 국가관’과
‘강한 국가관’ 사이에 정합적인 논리적 결합을 시도하는 대목에서도 드러
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빈번히 발생하는 개인들의 규범적 일탈 현상은
본질상 거대 국가가 추진해온 사회복지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1 0 ) 본래
작은 정부에 머물러 있던 미국의 (연방) 정부는, 빈곤층을 돕는다는 명분하
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기반으로 한 사회보장 제도 및 정책을 추진하는 과
정에서 스스로를 ‘거대 정부’로 탈바꿈하였다. 한데 그 결과로 주어진 것
은, 외적 도움 없이 성실히 살고자 애쓰던 개인들을 나태와 게으름에 빠지
게 하고 노동의욕을 감퇴시키며 복지수당을 노름에 탕진하게 하는 등 사회
전반에 만연된 도덕적 문란과 공동체적 가치관의 붕괴라는 총체적인 윤리
적 위기 상황이었다. 동시에 복지정책을 위해 감행된 소득의 강제적 이전
에 따른, 재산권을 비롯한 개인적 기본권이 유린되는 비민주적 사태 또한
광범위하게 야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적 사태를 극복하여 본래의 미국적 가치관이 제대
로 살아 있는 사회로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 제도 및 정책 그리고
그것의 추동체로서의 거대 국가가 해체되어야만 하는데, 그러한 과제의 성
8 ) 전통주의는 권위주의적 보수주의라고 불리기도 한다. N . Johnson, T he W elfare
State in Transition (1987), 180쪽 참조.
9 ) 선우현, 「신보수주의의 철학적 기초」(2010b), 261- 262쪽 참조.
1 0 ) 장의관(2008), 176쪽; 김교환(2001), 19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공적인 완수를 위해서는 ‘작지만 강한’ 정부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는 것
이 신보수주의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의 논리적 및 실제적 정당
화를 위해, 신보수주의는 작은 국가를 내세우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그 접
점을 마련하기 어려운 전통주의를 수용하고, 그것에 의거하여 ‘강한 적극적
인 국가론’을 개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한데 건국이념에 합치하는 사회
질서의 회복을 위해 요청된 ‘강한 국가’는, 사적영역에의 개입을 통해 경제
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개인적 기본권을 훼손하는 ‘거대국가’로부터 시장
의 논리를 보호하고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작은 국가’와 모순되
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 보완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이 신보수주의의
핵심 논리이다.1 1 )
신보수주의의 핵심적인 이론 구성적 입론으로서 자유지상주의와 전통주
의 외에 하나 더 주목할 것은 바로 ‘반공주의’이다. 물론 이 때의 반공주의
는 이전의 전통 보수주의의 반공주의와는 다른, 보다 ‘공세적이며 개입적
인’ 성격이 강한 반공주의이다. 흥미로운 것은 반공주의의 그 성격 변천 과
정에서도, 거대 국가론에 대한 거부감이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곧 그러한 거부논리는 반공주의와 결부되어 전개되었던 미국의 대외 정책
이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신보수주의의 이념적 지향성에 부합하는 방식으
로 변화와 수정을 거치게 되었던 것이다.
본래 초기의 신보수주의는 대외정책에 있어서 ‘불간섭주의’를 견지하고
있었다. 그 주된 이유는 2차 대전 이후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세력 증대
에 맞선 반공주의적 대외 개입주의는 결국 미국 연방 정부의 국방 예산 증
대와 정치적 군사적 입지의 강화로 표출되는 ‘국가 권력의 거대화’를 의
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1 2 ) 하지만 뉴딜 체제 이후 50년대 초반에 이르
기까지의 반공정책이 너무나 유약한 탓에 공산주의라는 ‘악’에 의해 미국
이라는 ‘선’이 심각하게 위협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본 신보수주의 내
1 1 ) 선우현(2010b), 262-263쪽 참조.
1 2 ) 권용립, 「현대 미국의 미시변동을 논함: ‘신보수주의’의 제도와 역사적 성격」
(1993), 303쪽.
사회와 철학 제29집
강경파들에 의해 주도된, 도덕주의에 기초한 이념 공세 등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개입적’ 대외정책과 ‘공격적’ 반공주의 노선으로 변경하게 되었
다. 여기에는 ‘대외 불간섭주의적 반공주의’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수세에 몰
리게 된 냉전 구조적인 대외적 상황도 한 몫 거들었다. 이렇듯 거대 국가
의 역할에 강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던 신보수주의는 자체 내의 이념적 분
열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적 차원에서 작지만 강한 국가로의 전환을 꾀했
듯이, 국외적 측면에서도 ‘약한 거대 국가’ 대신, 강력한 반소 반공 정책을
대외 정책의 이념적 기조로 삼은 ‘강한 반공 국가’로 그 면모를 일신하기
에 이르렀던 것이다.1 3 )
이상에서 드러나듯이, 신보수주의는 겉으로는 서로 간에 부정합적인 다
양한 구성적 이론 틀들로 이루어진 ‘비체계적인’ 이념체계의 형태로 드러
난다. 하지만 신보수주의는 이를 그다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
려 그것이 변화하는 대내외적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념적 강
점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런 한에서, 이질적이거나 대립적인 다양한 사상적
조류와 입론을 포용해 상호 결합하고, 경우에 따라 일부는 다시 폐기하는
‘진화론적’ 이론 형성 과정을 거쳐 그 이념적 형태의 윤곽을 지속적으로
변경시켜 나가고 있는, 가변적 상황에 대응하는 신보수주의의 ‘신축적이며
가변적인’ 이념적 특성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2) 가변적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의 주요 특성들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토대를 이루는 주된 이론 구성적 입론은 ‘분석적
차원’에서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전통적 보수주의의 이념적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전적 자유주의(자유지상주의), 다른 하나는 도덕
적 종교적 전통주의(권위주의적 보수주의), 끝으로 강력한 대외 간섭적인
공세적 반공주의이다.
1 3 ) 김교환(2001), 15-16쪽; 권용립(1993), 303- 304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그렇다면 이 세 가지 핵심적 입론들은, 어떻게 신보수주의로 하여금 그
어떤 보수주의보다도 강력한 ‘수구 반동적’ 속성을 내장한 보수주의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도록 추동하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이는 그러한 입론들 각각이 추구하는 이념적 지향성을
살펴볼 경우 일정 정도 답해질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이념으로서 주된 기
능을 발휘하는 고전적 자유주의는, 기업과 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 조세
증대와 복지정책의 급진적 구현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며 공동체의 번영을 현저히 저하시킨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둘째,
공동체적 가치 및 사회윤리의 이념으로 작용하는 전통주의는 현대 자유주
의 문화의 세속성과 윤리적 타락을 고발하면서 그에 따른 전통적인 가족
관념과 남녀 역할론(論)의 해체, 공동체적 도덕 기풍의 몰락을 강하게 성토
한다. 끝으로, 대외정책 이념으로서의 호전적 반공주의는 냉전 시대에는 소
련을 대표로 한 ‘공산주의’라는 악과, 이어 탈냉전 시기에는 이란 같은 ‘독
재 국가’를 악의 축으로 상정하여 정의로운 전쟁을 통한 십자군적 징벌을
공공연히 주창하고 있다.1 4 ) 요컨대 고전적 자유주의는 기업과 강부자 위주
의 미국식 자본주의의 ‘수구적 보수성’을, 전통주의는 건국이념과 연관된
‘기독교적 도덕적 보수성’과 공동체 중심적인 ‘권위주의적 보수성’을, 패권
추구적 반공주의는 미국제일주의적 선민 민주주의라는 ‘극우적 보수성’을
각각 내장하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 상이한 구성적 입론들이 상호 접목되
어 현재와 같은 잠정적인 형태로 구축된 신보수주의는 이전의 그 어떤 보
수주의 유형보다 강력한 수구 반동적인 보수주의 지향성을 노정하고 있다
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데에는, 사회정의의 관점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시각 등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민주적인 인간사회의
구현을 위한 ‘규범적 조건’들에 비추어, 신보수주의는 확실히 이전에 비해
자유주의 및 민주주의의 발전적 전개 과정에 ‘역행하는’ 사회 퇴보적인 보
수주의 이념체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 4 ) 권용립(1993), 305-306쪽; 김교환(2001), 17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신보수주의의 주요 특성들 중, 무엇보다 강한
보수주의 지향성과 연결되어 실제 현실에 투영되어 작동하고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만 제시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신보수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반대하지
만, 시민들의 윤리의식을 강화 증진시키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
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본다. 가령 자본주의의 구현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
죄율 증가나 미혼모 증가 등의 도덕적 가치관과 관련된 문제는, 시민적 덕
의 함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바, 그 과제는 국가나 정부에 의해 수행되
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과도한 복지정책’이 근로와 노력 등의 가치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을 약화시키는 등 사회 전반에 만연된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 신보수주의의 기본 시각이다. 다만, 전통 보수주의가 복지정책의 ‘전
면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비해, 신보수주의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복지정책을 시행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셋째, 지금까지의 차별의 결과로 불리한 상태에 놓인 소수인종이나 사회
적 약자에 대해 특별히 배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수자 우대 조치
(affirm ative actio n )’ 등에 대해 신보수주의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
다. 신보수주의는 그에 대한 주된 논거로, 그것들은 능력 있는 사람에 대한
교육 기회의 박탈과 같은 ‘역차별적 상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
특히 미국적 가치관의 가장 중요한 항목인 ‘능력과 노력에 대한 인정이라
는 신조’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고 있다.
넷째, 신보수주의는 미국사회의 지배적인 규범적 가치들과 종교적 전통
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에 따라 지나친 문화
다원주의나 세속적 태도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파괴하게 된다고 우려
한다. 가령 성 개방은 이성 관계에 있어서 도덕적 가치관보다는 단지 성병
방지 등에 유의하는 안정성만을 강조함으로써 전통적인 건전한 가족 관계
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본다.
다섯째, 신보수주의에 의하면, 건강한 사회란 사회 구성원들이 ‘일련의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공유된 가치관’에 의해 전일적으로 통합된 사회이다. 반면 다양한 가치관과
생활 방식에 개방된 사회는 고립되고 일정한 행동 방향이 없는 개인만을
양산하게 되는바, 신보수주의는 이러한 시각에서 다양한 문화가 융성 공존
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1 5 )
끝으로, 신보수주의는 미국적 전통과 가치의 ‘절대적인 우월성’을 내세
워, 미국적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국제 평화를 이루고 민주적인
국제 사회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라고 강변한다. 그에 따라 이러한 ‘도덕적
우월주의’는 미국의 국제정치적 개입 전략에 적용되어, 상황에 따라서는 인
도적 개입이란 명분하에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미국적 가치와 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하고 현실화할 필요가 있음이 주창된다. 동시에 이는 그러한
책무가 미국에게 주어져 있다는 논리로 정당화된다.1 6 )
3. 현대 자유주의에 대한 ‘도전적 비판 입론’으로서의
공동체주의: 빛과 그림자
1) 일찍이 1 8세기, 공동체주의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에서 비롯된―자유
상실과 의미 상실로 대변되는―사회적 병리 현상은, 본래의 이상적인 공동
체 사회로 되돌림으로써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설파한 바 있
다.1 7 ) 그러던 중 197 0년대에 들어와 현대 자유주의의 철학적 옹호 논변으
로서 롤스(J. R aw ls)의 ‘정의론’의 정립을 계기로 현대 자유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다시금 비판의 포문을 열기에 이른다. 이 때 공동체주의가
1 5 ) 이상의 다섯 가지 특성들에 관해서는 신유섭, 「미국 신보수주의 사회 경제이념
의 구성과 주장」(2005), 162-163쪽, 165- 166쪽, 176- 177쪽 참조.
1 6 ) 안병진, 「미국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배경―레오 스트라우스를 중심으로」(2005),
113-119쪽; 김성한, 「미국 신보수주의 외교이념의 구성과 주장」, 199쪽 참조.
1 7 ) 박정순,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의 방법론적 쟁점」(1993), 34- 35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겨냥한 주된 비판의 과녁은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그가 속한 공동체의 가치보다 우선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공동
체의 존립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 맞추어져 있다. 이는 현
대 자유주의 사회의 실상을 고려할 때, ‘총론적 차원’에서 충분히 경청할
만한, 시의성과 설득력을 갖춘 유의미한 내용과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1 8 )
이러한 ‘우호적’ 시각에서 접근할 경우, 공동체주의의 철학적 의의는 무
엇보다 현대 자유주의가 노정하고 있는 병리적 실태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드러내 고발하는 ‘비판적 시대진단 입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에서
찾아질 수 있다.1 9 ) 이 점은 다양한 측면에서 자유주의에 가해지고 있는 비
판적 지적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가령 자아 정체성은 개인이 자율
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의 주장에 대해, 그것은 현실
에 존재하지 않는 ‘무연고적 자아관’에 입각한 ‘추상적’ 개인에 다름 아니
라고 공동체주의는 비판한다.2 0 ) 실제 개별 구성원들에 내재되어 있는 정체
성은, 그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도덕적 전통이나 문화적 맥락과의 연계 속
에서 획득 형성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비판적 지적에 대해, 자유
주의도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에 부여된 목적을 모두 거부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수긍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또한 공동체보다 그것에 속한 개인을 일차적으로 중시하는 자유주의의
‘개인의 선차성 테제’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단지 도구적 관계로
파악하고 있는바, 그에 따른 궁극적인 폐해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간다
는 공동체주의의 지적도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 공동체주의적 지적에 의하
면, 그러한 도구적 관점에 따라 개인들이 공동체의 가치나 공적 이익보다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경우, 공동선의 훼손과 공동체
존립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결과로 이어짐으로써 결국 개인의 이익마저
1 8 ) 황경식,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1993), 462-463쪽; 선우현(2010b), 270쪽 참조.
1 9 ) 이진우, 「자유의 한계 그리고 공동체주의」(1999), 52쪽 참조.
2 0 ) M . Sandel, L iberalism and the L im its of Justice (1982), 15-24쪽, 87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사태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2 1 )
시대 진단적 역할과 관련하여, 하나만 더 지적해 본다면, 정치적 결사체
나 공동체를 단지 수단적 가치만을 지닌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탓에 자유
주의는 정치적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적극적 참여와 헌신이 그의 삶의 있
어서 지니는 실존적 의미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자유주의는, 개인들이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삶을 가능케 하는, ‘대체 불가능한 구성적 요소’로서의 가족이나
지역 사회, 민족 국가 등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지나치게 가볍게 처리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2 2 )
다음으로, 주목해 봐야 할 공동체주의의 또 다른 철학적 의의를 든다면,
자유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해소하고 채우는 ‘보완적 사회체제 입론’으로
서 그 역할을 나름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시각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논쟁을 ‘대립적’ 구도에서
보는 대신, 상호 ‘보완적인’ 구도에서 파악하려는 시도와 관련된다. 이에
의하면, 자유주의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개인권’과 공동체주의가 최우선적
으로 내세우는 ‘공동선’은, 그 어느 것도 배제하거나 상호 대체할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도덕적 신념이자 가치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양자 간의
갈등 및 대립을 해소하고 넘어서야만 하는 바,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양자
를 정합적인 방식으로 통합시키는 방도 이외 다른 길은 없다는 것이다.2 3 )
이러한 맥락에서 공동체주의자들의 최대 공헌은 자유주의자들로 하여금 자
유주의에 대한 솔직한 자화상을 그리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되기도 한
다.2 4 ) 아울러 이 점에서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를 대체하기보다는 그 부
족분을 메우고 보충하여 완결된 형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완적
이념 체계로서 해석, 수용된다. 이는, ‘공동체주의는 민주주의적 관행이 확
2 1 ) A. M acIntyre, A fter V irtue (1984), 220쪽.
2 2 ) A. E. B uchanan, “A ssessing the C om m unitarian Critique of L iberalism ”(1989),
852-853쪽; 황경식(1993), 432쪽 참조.
2 3 ) 황경식, 「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인가?」(1999), 8-9쪽 참조.
2 4 ) 박정순(1999a), 36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립된 자유주의 전통 속에서 발전되어 왔다’는 댈리(M . D aly)의 진술에 의
해 뒷받침되고 있다.2 5 )
2) 우리는 공동체주의가 지닌 철학적 의의, 즉 그 빛을 ‘비판적 시대 진
단 입론’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보완적 사회체제 입론’으로서의 역할,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다.
하지만 공동체주의는 그처럼 ‘밝은 빛’을 내고 있지만, 반면 그에 상응하
는 ‘어두운 그림자’ 또한 드리우고 있다. 양자는 유사한 비율의 대칭적 모습
으로 자리하고 있기보다는, 밝음보다는 어두움이 한층 더 강하며 길게 드리
어져 있는 비대칭적인 양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 공동
체주의가 지닌 한계나 난점이 그것이 보여준 의의에 비해 한층 더 심각하
고 치명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그처럼 치명적인 공동체주의의
한계는 무엇인가? 두 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추어 공동체주의가 드리운 ‘길
고 매우 짙은 어두운 그림자’, 즉 결정적 한계를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그 하나는 비록 공동체주의가 자유주의의 한계와 난점을 제대로
규명하여 밝혀내기는 했지만, 자유주의를 넘어설 ‘새로운 사회질서 체제’의
이념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2 6 ) 가령 그 어떤 공동
체주의자도 다양한 공동체주의 입론들에서 제시되는 공동체 유형들에 대
해, 그것의 건립과 유지를 위한 조건이나 기제 등에 관한 그 어떤 직접적
인 설명도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그러한 공동체 유형들이 국가에 대해 맺
게 되는 관계에 관해서도 거의 논의하고 있지 않다.2 7 ) 이와 유사한 맥락에
서, 공동체주의는 자신의 역량을 자유주의에 대한 공격에 치중하여 과도히
소진한 탓에, 정작 자유주의를 대체할 대안적 사회체제의 유형을 구체적으
로 치밀하게 구성하여 제시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데에는 거의 무관심한 상
태로 있다는 다분히 조소적인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2 8 )
2 5 ) M . D aly, “Introduction”(1994), xiii쪽.
2 6 ) 이진우(1999), 96쪽.
2 7 ) 박정순, 「공동체주의 정의관의 본질과 한계」(1999b), 287쪽; H . N . H irsh, “The
Threnody of Liberalism ”(1986), 433쪽.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사실 특정 이론체계의 문제점과 한계를 들추어내어 폭로하고 공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비록 현상적으로는 다소간 어설
픈 이론체계처럼 보일지라도, 하나의 고유한 ‘자생적 이론체계’를 정립하여
제시하는 일은 실로 지난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한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도전적 비판 입론’으로서의 공동체주의는, 충분히 수긍하고 인정할만
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평가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유주의를 대
체할 자격 조건을 갖춘 ‘대안적 이론체계’로서 자신을, 그 단초적인 형태라
도 드러내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공동체주의 스스로 ‘결정적인’ 한
계를 노정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또 다른 공동체주의의 결정적인 한계는 수구 반동적 성향의 정치 이데 올
로기인 신보수주의를 철학적으로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논리체계로서 그 역
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이다. 이 점은 이 글의 주된 비판적 검토의 대
상으로서, 다음 장에서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고찰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신보수주의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비판적 논구
작업을 공동체주의와 관련지어 수행하게 된 계기만 간략히 언급해 보려한다.
먼저,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철학적 토대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
한 검토 작업을 진행해 나가던 도정에서, 신보수주의가 주된 대결 상대로
삼고 있는 현대 자유주의에 대해 제기하는 비판적 논변들의 주요 내용과,
공동체주의에서 개진되는 주요 내용 간의 ‘합치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본
격적으로 양자 간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다음으로, 신보수주의와 공동체주의 양자가 설정한 주된 비판적 공격의
대상이 동일한 현대 자유주의라는 사실, 그리고 공동체주의가 제기하는 비판
적 논변 속에 담긴 ‘정치적 함의’가, 비록 신보수주의 만큼 수구 반동적인 성
향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신보수주의와 마찬가지로 ‘강한’
보수주의적 특성을 노정하고 있다는 나름의 주관적 확신이, 이처럼 신보수주
의와 관련지어 공동체주의에 대해 비판적 논구 작업을 시도하게끔 이끌었다.
2 8 ) D . H erzog, “Som e questions for Republicans”(1986), 473쪽; 박정순(1999a), 30
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4. 공동체주의의 한계: 신보수주의의 옹호 및
정당화 논리로서의 기능과 역할
1) 공동체주의와 신보수주의 간 긴밀한 내적 연관성 및
이념적 친화성
공동체주의의 주된 공격 대상과 신보수주의가 논쟁적 대결을 벌이는 주
된 대상은, 같은 현대 자유주의이다. 이는 자유주의의 한계에 대한 양자의
인식이나 문제제기 방식, 혹은 비판의 준거 등에 있어서 서로 일치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목이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당연히 이러한
‘추정’은 실제 검토 과정을 통해 ‘확증’되는 경우에라야 ‘잠정적으로’ 타당
한 것으로 수용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이러한 가설적 추정들을 확
인해 보기 위한 비판적 분석 작업을 진행해 나가려고 한다. 이 때 초점은,
공동체주의와 신보수주의 양자 사이의 ‘이념적 사상적 친화성’과 ‘긴밀한
내적 연관성’에 맞추어질 것이다. 다만 모든 점들을 다 다룰 수는 없고, 대
략 다섯 가지 사항에 주안점이 두어질 것이다.
(1 ) ‘강한’ 보수주의적 특성의 공유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대부로 불리는 어빙 크리스톨(I. K risto l)은 신보수
주의를 ‘일군의 학자 및 지식인 집단이 자유주의에 대한 신념을 떨쳐나가
는 과정이자 동시에 보수주의적 관점을 넓혀나가는 운동’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2 9 )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신보수주의가 비판적 경쟁상대로 설정한 것이
‘진보(주의)적’ 입론이라 할 현대 자유주의라는 사실, 아울러 신보수주의는
근본적으로 ‘보수주의적’ 입론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크리스
톨의 이러한 언명이 말해주듯, 신보수주의는 이제껏 미국사회에 등장했던
2 9 ) I. Kristol, N eoconservatism : T he A utobiography of an Idea (1995), x쪽.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그 어떤 보수주의 유형보다 수구 반동적 보수성이 가일층 강화된 새로운
강력한 보수주의 형태로서 오늘날 미국사회의 중심적인 이념체계로 자리해
가고 있다.
신보수주의와 마찬가지로 현대 자유주의를 일차적인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공동체주의도 기본적으로 ‘아주 짙은’ 보수적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는 공동체주의 자체에 의해 ‘자인(自認)’된 것은 아니다. 그것
은 공동체주의의 공격에 대한 자유주의의 ‘반격’을 통해 폭로된 것이다. 이
중 주목되는 것은 공동체주의에 대한 ‘규범적 비판’인데 그 요지는 공동체
주의는 ‘독재주의와 전체주의, 권위주의와 보수주의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
이다.3 0 ) 실제로 공동체주의는 공동선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가능한 한
동질적인 사회를 건립코자 시도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완전주의적인’ 가
치를 강요하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통합을 감행하고자 한다. 그 결과,
다양한 사회적 차이성과 갈등적 요인들이 함부로 무시되고 소수자의 권리
와 자유가 억압되는 등 개인의 자율성과 다원주의적 관용이 훼손될 가능성
이 매우 높은 편이다.3 1 )
이러한 우려는 ‘완전주의’에 기대어 ‘가치통합론’을 주창하고 있는 맥킨
타이어(A . M acIn tyre)의 철학에서 확인된다. 동시에 그 현실적인 위험성의
징후 또한 엿볼 수 있다. 즉 그의 주장대로, 완전주의를 현실 사회에 구현
키 위해 국가가 중립적 태도를 버리고 주도적으로 나서, 특정 공동체적 가
치를 이상적인 것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제로 추구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가
치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그로부터 야기되는 문제점은 심각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구성원들의 의식을, 단일한 가치관으로 통일시켜
전일적인 가치통합을 이루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강력한 국가 권력이나
폭력적 수단이 수반된 강압적인 방식 외에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
문이다.3 2 )
3 0 ) 박정순(1999a), 32쪽.
3 1 ) A . G utm ann, “Com m unitarian Critics of Liberalism ”(1994), 94- 96쪽; H . N .
H irsh(1986), 424쪽; 박정순(1999a), 33쪽.
3 2 ) J. Raw ls, A T heory of Justice (1971), 327- 329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이렇듯 완전주의와 가치통합을 현실화하려는 공동체주의는, 사회통합과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 사
적인 삶을 유린할 뿐 아니라 나아가 공동체 자체를 ‘전체주의 체제’로 전
락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3 3 )
이와 관련해, 공동체주의의 내적인 본성으로 인해 강한 보수적 색채를
띨 뿐 아니라 심지어 전체주의마저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드워킨(R . D w o rk in ) 등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3 4 ) 이에 의하면,
공동체주의는 도덕적 가치를 합의를 통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
하는 ‘공동체적 가치’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한
데 이는 도덕적 가치들을 공동체에 내재하는 가치들에 종속시켜 버리는
‘보수적인’ 논리적 귀결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논리를 따
를 경우, 인도의 카스트 제도나 나치 독일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마저도, 그
것은 공동체에 내재하는 본래적 가치와 그에 기초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
유된 가치에 합치된 것이라는 논거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성을 노정하기 때문이다.3 5 )
샌델(M . San d el)에 의해 개진되는 공동체주의적 인간형에 관한 논변 또
한 강한 보수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삶의 방식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으며, 본질상 공동체의 근본선이
나 목적에 의해 구성되는 존재이다.3 6 ) 한데 이러한 시각은, 공동체적 가치
와 선, 목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비주체적인 체제 순응적인 존재’로 개
인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럴 경우, 기존 공동체나 사회체제
가 심각한 구조적 결함과 모순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도 개인들은 무반성적
인 자세를 견지한 채 공동체가 인도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끌려갈 가능
성이 매우 높다. 이런 측면에서도 공동체주의는 ‘체제 옹호적인 보수적 이
3 3 ) A. E . Buchanan(1989), 860쪽; 박정순(1993), 35쪽.
3 4 ) 서영조, 「공동체주의의 자유주의 비판」(1996), 148쪽.
3 5 ) R. D w orkin, R./ M . W alzer, “T o E ach H is O w n: A n E xchange on S pheres
of Justice”(1994), 112- 113쪽 참조.
3 6 ) S. M ulhall/A. S w ift, L iberals and C om m unitarians (1992), 50-55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념체계’로 귀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3 7 )
몇 가지 예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신보수주의 만큼 ‘유례없이 강한’ 보
수주의적 특성에까지 미치지는 못하지만, 공동체주의도 ‘만만찮게 강한’ 보
수주의적 속성을 내장하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공동체주의가 신보수주
의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양자 사이를 밀접하게 이어주는 ‘강한 보수주의 지향성’이라는
공통적인 ‘이념적 끈’은 보다 세밀한 비판적 검토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물
론 이러한 검토 작업에서 그 추론적 전제는 이미 밝혔듯이 공동체주의가
신보수주의의 철학적 옹호 및 정당화 논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그에 대한 확증 작업은 필수적인데, 이는 2)절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2 ) 변질된 개인주의에 관한 ‘비판 인식’ 및 공화주의에 관한 ‘대안적
수용 인식’의 공유
공동체주의 못지않게 신보수주의도 현대 자유주의에 대해 날선 비판의 예
봉을 휘두르고 있다.3 8 ) 신보수주의의 관점에서,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되어
나가는 오늘의 자유주의적 실태는, 대다수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
이 되어, 공동체에 대해 지녔던 헌신과 의무감이 실종되고 정치나 공적 사안
에 대한 무관심이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나가면서, 급기야 공동체의 목적과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는 총체적인 위기적 상황으로 다가온다.
신보수주의는 이렇듯 개인주의에 기초한 현대 자유주의는 궁극적으로
‘자기 파괴적 지향성’을 내장하고 있으며,3 9 )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공화
3 7 ) 선우현, 「미국사회에서 사회철학의 역할과 기능」(2010a), 16쪽.
3 8 ) 가령 크리스톨은, 신보수주의를 ‘현대 자유주의의 환상에서 깨어나면서 제기되
는 사상적 흐름’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I. Kristol, Reflections of a Neoconservative:
Looking B ack, L ooking Ahead (1983), 75-76쪽.
3 9 ) 이와 관련해 리거(G . Rieger)는, 개개인들의 파편화로 인해 개인들이 공적 영역
에서 벗어나 사적 공간에 함몰됨으로써 초래되는 소위 ‘행정 독재’ 현상이 공
동체 구성원들의 자유와 참여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에
사회와 철학 제29집
주의적 덕’ 혹은 ‘시민적 덕’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4 0 ) 시민적 덕
을 지닌 자율적인 개인들이 존재하는 바탕 위에서만 공동체의 존속은 말할
것도 없고 공동체의 발전적 번영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다.4 1 )
이러한 신보수주의의 현대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공동체주의
에 의해 개진되는 자유주의 비판 입론과 내용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그
런 점에서, 지나친 개인 이기주의에 경도된 현대 자유주의의 한계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대진단’으로서의 역할을 양자가 공히 수행하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양자 간의 이념적 합치는 이에 그치지 않는
다. 공동체주의 또한 자유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적 처방책의
마련을 위한 이념적 지반으로서 공화주의와 그에 기초한 공화주의적 덕의
개념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샌델은 미국의 이데올로기적 기원이 ‘공화주의’에 있음을 강조하면
서, 자유주의로 인해 초래된 위기 상황의 극복을 위해 필요한 가장 절박한
도덕적 정치적 기획은, 미국의 이념적 전통 안에 잠재해 있는 ‘시민적 공
화주의’의 발전 가능성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창한다.4 2 ) 그래서인지
샌델 본인은 자신을 공동체주의자로 간주하는 행태에 대해 반발하면서 자
신을 공화주의자라고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4 3 ) 일례로 개인을 공동체에 비
해 우선적인 것으로 중시하는 자유주의에 대한 샌델의 공동체주의적 비판
은, 공화주의와 자유주의 간의 대립적 구도와 거의 일치하는 방식으로 이
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럴 수밖에 없는 까닭은, 본래적으로 공화주의는 인
간을 ‘공동체적 존재’로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4 4 )
기초한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훼손하는 역설적 사태에 봉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G ünter Rieger, “W ieviel G em einsinn braucht die D em okratie?”
(1993), 309쪽; 서영조(1996), 135쪽 참조.
4 0 ) 이에 관해서는 I. K ristol, The N eoconservative Persuasion (2011), 64-76쪽 참조.
4 1 ) I. Kristol(1983), 89-93쪽.
4 2 ) M . Sandel, Public Philosophy: Essay on M orality in Poliitcs (2005), 155쪽.
4 3 ) 조승래, 「지금 왜 공화주의인가?」(2011), 13쪽.
4 4 ) 조승래, 「누가 자유주의를 두려워하랴?」(2009), 276쪽.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또 다른 공동체주의자 테일러(C . T aylo r)도,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중
심으로 자아 정체성의 본성과 원천을 해명하는 자신의 논변체계를 ‘공화주
의적 테제’4 5 )라 이름 붙이고 있는데서 드러나듯이, 자신의 이론전개를 위
한 중요한 근거적 토대로 공화주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왈쩌(M . W alzer) 역시 ‘신고전적 공화주의’의 부활이 현대 공동체주의적
정치에 대해 그 본질적 토대의 상당 부분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밝힘으로
써 공동체주의에 대한 공화주의의 사상적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점을 인정
하고 있다.4 6 )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보았던 맥킨타이어
역시, 공화주의에 기초한 ‘덕론’을 중심으로 자신의 사상을 개진한 대표적
인 공동체주의자이다. 그의 주저의 표제인 ‘덕의 상실’이 말해주듯이, 맥킨
타이어는 공화주의가 공동체주의에 미친 이념적 영향의 핵심이 ‘덕’ 개념
이었다는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확인해 준 철학자였다.4 7 )
이 같은 논의에서 드러나듯이 신보수주의와 공동체주의는, 한편으론 개
인주의에 기초한 현대 자유주의의 다양한 병리적 현상을 비롯한 위기적 상
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시대 진단적 입론으로 기능하고 있다. 다른 한
편, 양자는 개인주의와 그에 기초한 자유주의의 난점들을 해결하고 극복하
기 위한 대안적 이념체계의 구성을 위한 토대로서 공화주의와 그로부터 이
끌려 나오는 시민적 덕이나 시민적 연대(의식) 등의 개념에 주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공화주
의적 논변을 도입하여 구축된 신보수주와 공동체주의가 공히 현실 정치 무
대와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 ‘수구 반동’에 가까운 보수주의적 현실을 결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 5 ) C. T aylor, Philosophical A rgum ents (1997), 193-194쪽.
4 6 ) M . W alzer, “T he C om m unitarian Critique of Liberalism ”(1995), 67쪽.
4 7 ) 조승래(2011), 11-12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3 ) 도덕주의의 전면적 표방과 ‘미국 특수적인’ 도덕적 가치 및
신조의 중시
신보수주의 역사학자인 힘멜파브(G . H im m elfarb )는 ‘덕에 의해 제어되지
않은 절대적 자유는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언명을 통해, 현대 자유주의
체제 내에서의 개인의 자유도 ‘도덕(덕)’에 의해 규제될 필요가 있음을 역
설하고 있다.4 8 ) 또한 신보수주의를 지금과 같은 이념적 위상을 지닐 수 있
게끔 그 이론적 체계를 마련해 준 신보수주의 성직자 뉴하우스(R . J.
N eu h au s)는, 정치를 문화의 기능으로 파악하면서 그러한 문화의 심장에는
도덕이, 그리고 도덕의 심장에는 종교가 있다는 언급을 통해 다양한 정치
적 사회적 문제들의 본질과 기원이 도덕과 종교에 자리하고 있다고 단언
한다.4 9 )
이 같은 발언들에서 드러나듯이, 신보수주의자들은 현실의 정치적 현상
이나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 그 본질 및 원인을 도덕과 종교, 문화에서 발
견하고자 한다. 이는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 체계 내에서 도덕과 종교가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기에 크리스톨 또한 기
존의 ‘전통 보수주의’로부터 자신들이 속한 ‘신보수주의’를 구분지어 주는
차별성이, 도덕과 종교,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대목에 놓여 있다
고 본다.5 0 ) 이처럼 신보수주의는 도덕과 종교적 가치를 정치나 경제 등 사
회적 제 현상에 비해 우선적으로 중시하면서 도덕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데 도덕주의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요소들인 도덕과 종교, 문화 중에
서 신보수주의가 특히 중시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정치 공동체가 건립된 이
래 면면히 이어져 온 ‘미국 특수적인’ 도덕적 가치와 종교적 신조, 고유한
문화적 전통이다. 아울러 그에 대한 중시 태도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4 8 ) G . H im m elfarb, “O ne Very Sim ple Principle”(1993), 355쪽.
4 9 ) 오경택, 「미국 신보수주의 정치이념의 구성과 주장」(2005), 150쪽.
5 0 ) I. Kristol(2011), 190-192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관한 진단과 처방책을 개진하는 과정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일례로 신보수주의는 자본주의가 개인들로 하여금 과도한 탐욕을 야기
한다는 지적에 대해, 탐욕은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
라고 응수한다. 따라서 탐욕의 야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직과 근면, 책
임감 같은 미국적인 도덕적 덕(목)과 가치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기르도
록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5 1 )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발생하는
성적 퇴폐 산업의 융성과 같은 문제도, 사회구조의 혁신이 아닌, 개인들의
도덕적 가치관의 함양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5 2 )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도덕주의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가운데 미국적
가치와 신조, 전통을 중시 보존하려는 태도는 신보수주의의 강한 보수적
특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신보수주의가
급진적 자유주의에서 출발하여 변화무쌍한 이념적 전환 과정을 거쳐 ‘전례
없이 강한’ 보수주의 형태인 신보수주의에 도달한 이후, 진보주의나 전통
보수주의와 자신을 차별화하면서 제기한 다음과 같은 논변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즉 자유파나 보수파들은 이념, 도덕, 문화, 종교 등의 정치 사
회적 위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5 3 )
공동체주의도 신보수주의와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공동체에 의해 주어진
도덕적 가치와 덕(목), 전통 등을 강조하면서 강한 도덕주의적 입장을 표방
하고 있다. 가령 국가는 정책의 수립과 추진에 있어서 ‘도덕적 판단’을 회
피해선 안 된다는 샌델의 주장에서 엿볼 수 있듯이,5 4 ) 공동체주의자들은
도덕과 덕을 자신의 철학적 논변의 전면에 내세워 중시하는 등 도덕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처럼 과도하게 도덕을 중시하는 입장은, 샌델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문
제점을 조망하는 대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즉 샌델은 미국식 자본주
5 1 ) R .J. N euhaus, D oing W ell and D oing G ood (1992), 47쪽; 오경택(2005), 144쪽.
5 2 ) 신유섭(2005), 166쪽 참조.
5 3 ) 오경택(2005), 155쪽.
5 4 ) M . Sandel, Justice(2009), 215-217쪽;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2012),
302- 305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의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사회 구조적 차원의 모순이나 사회적
부정의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대신, ‘개인윤리’의 관점에서 지나친 개인주의
의 심화 및 확산으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본다. 그에 따라 그 해결책 또한
구성원들 간의 연대의식을 핵심으로 한 ‘공동체적 도덕’과 개인의 권리를
축소하는 ‘보수적 도덕주의’에서 마련하고자 한다.5 5 )
이러한 샌델의 도덕주의적 관점은,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에서 초래되는
다양한 문제들의 원인을, 불공정한 소득 분배와 같은 ‘경제적 부정의’에서
찾기보다는 자본주의를 영위해 나가는 도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인 도덕적
타락이나 윤리의식의 결여 등 ‘개인윤리’ 차원의 도덕적 요인에서 찾고자
하는 신보수주의의 관점과 합치한다.5 6 )
신보수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공유하는 이 같은 도덕주의적 태도는, 실천
의 측면에 열정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공동체주의자 에치오니(A . E zio n i)의
‘유연한 도덕적 문화’에 관한 논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에 의하면,
1950년대만 해도 미국사회는 강력하고 명료한 사회적 가치를 견지하고 있었
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시민권 운동 등으로 인해 미국사회에는 ‘도덕적
공백’이 초래되었으며, 이로 인해 ‘도덕적 상대주의’와 ‘과도한 개인주의’가
횡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빈 공간을 메우려는 조처에 주저했으며
새로운 도덕적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노력 또한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 이
러한 사태는 이후 ‘권위주의적 보수주의’가 나서 전통적인 도덕성으로의 복
귀를 추진하면서 서서히 메워져 나갔다. 하지만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강압적인 명령조의 ‘초보수주의적인’ 양태로 그러한 과제를 진척시켜 나감으
로써 적지 않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정신적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었다.5 7 )
에치오니에 의하면, 그러한 문제로 인해 새로운 공동체주의 사상가들이
나서게 되었다. 공동체주의는 이전의 강제적인 법집행 같은 방식을 지양하
고, ‘도덕적 사고방식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도덕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접
5 5 ) 염수균, 자유주의적 정의-샌델의 정의 담론 비판 (2012), 222쪽.
5 6 ) 신유섭(2005), 166-167쪽 참조.
5 7 ) A. E zioni, N ext: the road to the good society (2001), 21-22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근방식을 동원한다. 이를 에치오니는 ‘유연한 도덕성’ 혹은 ‘유연한 도덕적
문화’라 칭함으로써 기존의 전통주의의 경직된 도덕성과 차별화하고 있다.
곧 유연한 도덕적 문화란 ‘대화와 설득에 기초한 도덕적 문화’를 가리키는
바, 이것만이 공동체의 사회질서를 유지시켜 주며 이것을 바탕으로 해서만
‘좋은 사회’를 꿈꿀 수 있다고 에치오니는 주장한다.5 8 )
여기서 우리는 권위주의적 보수주의(전통주의)를 주된 구성적 입론의 하
나로 수용한 신보수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긴밀한 내적 연관성과 이념적
합치성을 다시금 확인케 된다. 물론 그 중심에는 공동체 도덕과 도덕적 가
치, 도덕적 문화를 중시하는 도덕주의적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그러
한 도덕적 가치들 중에서도 건국과 함께 미국이라는 정치 공동체에 의해
부여되었지만 현재는 현저히 약화되거나 혹은 잊혀져버린, 전통적인 고유
한 미국적 도덕 가치와 신조를 본래의 공동선에 부합하는 공동체적 가치
및 도덕으로 중시하는 태도에서 양자는 일치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하
지만 문제는 그러한 도덕주의적 태도가 미국사회의 현실에서는 ‘도덕적이
지 않은’ 상태로 결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양자의 그러한 도덕 중시적
태도가 실제에 있어서는 미국 사회를 보다 부정의하고 불공정한 상태로 내
모는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4 ) ‘가치 다원주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국가 주도의 ‘가치 통합적’
사회 구현 기획의 공유
신보수주의가 현대 자유주의와 대결적 구도를 형성하게 된 주요 요인들
중 하나는, 가치 다양성 및 문화 다원주의에 대한 우려와 거부이다. 주지하
다시피 현대 자유주의는 다양한 가치와 종교적 신념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상이한 이민자 집단이나 소수 인종들이 지닌 가
치 다원성 및 문화적 상대성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다.
반면 신보수주의는 미국사회의 지배적인 도덕적 신념과 문화는 유지되
5 8 ) A. E zioni(2001), 22- 26쪽.
사회와 철학 제29집
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한에서 과도한 가치 다양성의 만연, 다문화 현
상의 확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 보인다. 무엇보다 가치 다원주
의의 기초를 이루는, 개인의 ‘도덕적 판단력’을 불신한다. 해서 신보수주의
는, 가치 다원주의의 확산은 무원칙적인 ‘도덕적 상대주의’로 일탈될 위험
성이 높다고 본다.5 9 ) 그에 따라 신보수주의는 질서 정연한 사회 체제의 유
지를 위해서는 미국적 가치와 문화가 필수라는 인식 그 자체를 넘어 실제
적 방지책을 강구한다. 곧 미국적 가치와 문화를 바탕으로―정치공동체가
부여한―고차적인 ‘단일한’ 가치관에 의해 모든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하나
로 통합된 사회가 보다 이상적인 사회라는, 다분히 ‘유사(類似) 전체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사회상을 제안하기에 이른다.6 0 )
이러한 흐름은, 최근에 이르러 ‘국가 주도’의 도덕적 기준 설정을 요구하
고 추동시키려는 신보수주의 일각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표면화되고 있
다. 그 중 특히 독단적인 선악의 기준을 내세운 일부 극우적인 종교 분파
―가령 ‘기독교 연맹(C h ristian C o alitio n )’―가 신보수주의 세력의 비호 하
에 현실 정치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런 사태가 아닐 수
없다.6 1 )
자유주의의 가치 및 문화 다원주의적 상황에 관해서는, 기실 공동체주의
도 우려와 염려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통합적 공동체주의’에 속하는 맥킨
타이어와 샌델의 경우는,6 2 ) 그 같은 가치 다원주의 현실을 부정적이며 극
복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맥킨타이어의 관점에서, 가치 다원주의적 현실은,
자유주의를 포함하여 근대성 자체에 대한 비판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듯
5 9 ) 장의관(2008), 171쪽 참조.
6 0 ) 이 점에 관해서는 S. B. D rury, Leo Strauss and the A m erican R ight (1997),
112쪽 참조.
6 1 ) 이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이신철, 「미국 기독교 우파의 이념적 특징과 정치참
여」(2005), 265- 274쪽 참조.
6 2 ) 이는 같은 공동체주의자인 왈쩌의 견해이기도 하다. 이에 관해서는 왈쩌/박정
순, 「[특별 대담․미국 정치철학자 마이클 왈쩌 교수] 자유주의의 공동체주의적
보완과 다원적 평등사회로의 철학적 선도」(1999), 146- 147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이, 통약 불가능한 전제들과 상이한 대안적 신념체계들로 인해 도덕적 불
일치에 대한 그 어떤 합리적인 해결도 가능하지 않은, ‘가치상대주의적 무
질서’ 속에 놓인 ‘도덕적 위기 상황’에 다름 아니다.6 3 )
샌델 역시 이 같은 가치 다원주의적 현실을 놓고, 현대 자유주의가 흡사
‘가치 상대주의’에 근거하여 자신을 정당화하는 오류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고 비판한다.6 4 ) 그 만큼 샌델이 보기에, 자유주의가 용인하는 다문화주의
나 가치 다원주의적 현실은 도덕적으로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가치 상대주
의적인 위험 사태에 다름 아니다. 이는, 각자가 자유롭게 공동선을 선택하
고 결정하는 자유주의에서 살아가는 개별 구성원들은 킹(M . L . K in g) 목사
의 민권행진과 신나치주의자들의 행진, 둘 다를 똑같이 ‘허용하는’ 잘못을
저지를 것이라는 그의 우려의 목소리에서 곧바로 확인된다.6 5 )
이로부터 샌델은,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 수용하는 공동체적 가치에 의거
해 도덕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가치 보편적인’ 사회의 확보를 위해서는 정
치공동체로서의 국가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개별 구성원들의 가치
판단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의 목적은 시민의 덕,
즉 도덕적 탁월성을 길러내는 것이다. (…) 폴리스 즉 정치적 결사체는 가
장 고귀하고 포괄적인 가치(선)를 향해 있다. ‘명실상부한 폴리스라면 그
어떤 폴리스도 도덕적인 좋음(선)의 촉진이라는 목적에 기여해야 한다’.”6 6 )
이로부터 드러나듯이, 샌델은 국가나 정부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한 채
사회질서 유지와 같은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
으로 가치 있는 좋은 삶을 개인들에게 권장하는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렇듯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적 가치를 개인들에게 함양시켜 공동체 내
의 고차적인 삶의 방식으로 ‘통합적으로’ 고양시키고자 하는바, 그러한 역
6 3 ) A. M acIntyre(1984), 6-10쪽 참조.
6 4 ) M . Sandel, D em ocracy's D iscontent (1996), 8쪽; 이한(2012), 251- 252쪽 참조.
6 5 ) M . Sandel(1982), xiv xvi쪽 참조.
6 6 ) M . Sandel(1996), 7쪽.
사회와 철학 제29집
할을 수행할 주체를 정치공동체인 국가에 할당하고자 한다. 그럴 경우, 가
치중립성에 함몰되어 시민들의 덕(성)을 온전히 형성시키지 못함으로써 초
래되었던, ‘가치 상대주의적 무질서’와 ‘과도한 다문화주의의 만연’으로 요
약될, 자유주의의 가치론적 혼란상에서 벗어날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공동체주의는 전망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자유주의의 가치 다원적인 실태에 대한 공동체주의의
부정적 비판적 입장은 신보수주의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음을 다시
금 엿보게 된다. 특히 국가의 ‘위압적인’ 가치부여를 통해 전일적인 가치
통합적 사회를 추진하고자 하는 신보수주의와 완전주의에 기초한 국가 주
도의 가치통합을 실천적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공동체주의, 양자 사이에
밀접한 ‘이념적 가족 유사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케 된다. 당연히 그러
한 징표들은 공동체주의가 수구 반동적인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하거나 옹
호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5 ) 공동체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보수주의적 ‘시민적 덕’의 중시
신보수주의는 자신의 이론 구성적 토대를 이루는 전통주의의 관점에 의
거해, 현대 자유주의 체제의 위기적 실태의 주된 원인으로, 공동체의 실존
적 의미에 대한 인식의 결여,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의식의 감퇴, 정
치공동체에 대한 애국심의 결여를 꼽고 있다.6 7 ) 동시에 전통적으로 계승되
어 내려온 애국심과 충성, 헌신과 희생정신 같은 시민적 덕(목)들의 복원과
실행을 통해 작금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신보수주의는 단지 국내적 문제들의 타개를 위해 공동체적 이
익을 우선시 하는 덕들의 함양을 주창하는데 그치고 있지 않다. 곧 대내적
경계를 뛰어 넘어 미국의 대외적 외교 정책을 수립 추진함에 있어서 핵심
적인 도덕적 수단의 하나로 중시하는 데까지 나가고 있다. 요컨대 신보수
주의는 국내 정치와 국외 정치 간의 도덕적 기준의 일관성을 강조하면서
6 7 ) 선우현(2010b), 272-273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대외정책의 영역까지 도덕주의적 기치를 표출하고자 한다. 그에 대한 이유
로 신보수주의는 대외정책도 명확한 도덕적 목적과 기준을 수반할 경우에
만 그것의 대외적 정당성과 내적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미국의 국익
에 합치된다는 점을 제시한다.6 8 ) 이는 특히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 독재
국가들에 대한 외교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명료히 드러난다. 소위 ‘악의 축’
에 속하는 독재국가들에 대한 공세적 외교정책의 정당성이 미국적 민주주
의의 이식과 확산을 통한 독재체제의 타도라는 명분으로 확보되었기 때문
이다.
한데 이 과정에서 신보수주의는 자국민들에게 국가와 대외정책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전폭적인 지지를 요구하며, 그에 힘입어 무력적 수단까지
수반된 이른바 ‘도덕주의’에 기초한 일방적인 공세적 외교정책을 추진한다.
이 때 결정적인 문제는, 겉으로는 미국적 가치와 국익을 전면에 내세워 애
국적인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담보로 대외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모
습으로 비치지만, 분별없는 시민들의 ‘맹목적 애국주의’를 악용하여 미국
내 소수 지배세력의 기득권을 관철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인 경우가 허다하
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는 신보수주의 정권 하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일이다. 촘스키(N . C h o m sk y)는 이에 대해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6 9 )고 통
렬히 꾸짖고 있다.
공동체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시민적 덕, 특히 애국심이나 헌신, 충성 같
은 덕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있어서 공동체주의도 신보수주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가령 신보수주의자 크리스톨은, 애국주의는 건전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서 공적 제도 뿐 아니라 사적 제도를 통해서도 적극 권장되어야 한
다고 강변하고 있는바,7 0 ) 이에 상응하여 대표적 공동체주의자인 맥킨타이
어 역시 세계평화를 저해하는 비합리적인 감정적 양태로 간주되었던 애국
심을 ‘합리적인 덕(목)’으로 정당화하는 철학적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7 1 )
6 8 ) 장의관(2008), 177쪽; W . Kristol/ R. Kagan, “Tow ard a Neo-Reaganite Foreign
Policy”(1996), 27-28쪽 참조.
6 9 ) N . C hom sky, Profit over People: N eoliberalism and G lobal O rder (1999) 참조.
7 0 ) I. Kristol(2011), 192쪽.
사회와 철학 제29집
그러한 작업을 통해 맥킨타이어는 자유주의가 내세우는 ‘공평하게 적용되
는 (보편적) 원칙의 도덕’ 못지않게 ‘애국심의 (특수한) 도덕’ 또한 필수적
으로 요청되는 합리적인 윤리적 덕(목)임을 보여주고자 한다.7 2 )
맥킨타이어에 의하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공동
체적 존재’로서의 개인은, 한편으론 공동체 내 구성원들과의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그들과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적 가치와
전통, 문화에 의해 자아 정체성이 형성될 뿐 아니라, 나아가 공동체 내 삶
을 통해서만 행복에 이를 수 있는 존재이다. 동시에 그러한 삶의 도정을
거치면서 개별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공동체나 공동선에 대한 공동의 ‘충
성 의무’와 ‘추구 의무’를 지니게 된다.7 3 )
애국심은 바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체득되고 형성된, 자부심과 감사하는
마음에 기초한 애착의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맥킨타이어는 ‘특정 국적
(민족성)을 지닌 사람들만이 드러내 보이는, 특정 국가(민족)에 대한 일종
의 충성심’으로 정의하고 있다.7 4 ) 이러한 애국심 논변에서 특히 주목할 점
은, 맥킨타이어는 애국심을 국가(민족)가 지닌 특수한 상황과 맥락, 징표와
장점을 고려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국가(민족)에 대한 특별한 충직 내지 존
경임을 보여줌으로써, 무반성적인 맹목적 충성심으로서의 애국심과는 거리
를 두고자 한다는 점이다.
다만 유의미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맥킨타이어의 애국심 논변에는 여러
난점들이 존재한다. 가령 그러한 애국심이 현실에서 실제로 분별력 있는
‘합리적이며 선택적인 애국심’으로 발현될 수 있는가하는 점이 적지 않게
의심스럽다. 맹목적 애국심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애국심은 언제든지 ‘무차별적이고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전락할 가능
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7 5 )
7 1 ) A. G utm ann, “C om m unitarian Critics of Liberalism ”(1994), 89쪽.
7 2 ) A. M acIntyre, “Is Patriotism a V irtue?”(1994), 313-317쪽 참조.
7 3 ) 이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A. M acIntyre(1984), 146-164쪽 참조.
7 4 ) A. M acIntyre(1994), 308쪽.
7 5 ) 곽준혁,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과 비지배 평화원칙」(2003), 316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테일러는, 정치의 장(場)과 같은 공적 영역에로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시민적 자율’이 보장되지 않는 정치공동체는 애국심의 발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제시함으로써 맥킨타이어의 이론적 한계를 넘어서
는, 한 단계 진전된 애국심 논변을 개진하고 있다.7 6 ) 그의 공화주의적 관
점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들은 공적 영역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다른 구성
원들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게 되며, 그런 의존적인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다른 구성원들의 ‘인정’을 통해 자아 정체성과 소속감을 획득하게
되고, 자아실현을 이루게 된다. 동시에 구성원들 간의 상호 의존 및 상호
인정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들과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나아가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 자체를 공동체적 가
치로 수용함으로써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강한 ‘연대의식’
을 형성하게 된다. 이 때 그러한 연대의식을 한층 더 강화해 주면서 동시
에 운명 공동체, 즉 동포들(co m p atrio t)에 대한 개별 구성원의 헌신과 희생
을 이끌어내는 ‘동인적(動因的)’ 요소가 바로 애국심이다.7 7 ) 다만 그의 애
국심은 모든 구성원들(동포들)의 자율(자유)이 실제로 구현되는 한에서만
발휘되는 것으로서, 이런 의미에서 테일러식 애국심은 ‘우애의 측면과 이타
적 헌신의 측면이 상호 결합된’ 자유 구현의 기제라 할 수 있다.7 8 )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애국심은 공동체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이나
광신적인 애국심과는 구별된다. 즉 진정한 의미의 애국심이란 ‘참여적 자율
(p articip ato ry self- ru le)’과 같은 ‘시민적 자유’가 완전히 구현되는 그러한
정치 공동체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7 9 ) 이런 점에서, 비민주적 권위
주의 체제에서 ‘위로부터’ 구성원들에게 ‘강요된’ 맹목적 애국심은 ‘사이비’
애국심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테일러는 애국심을, 공적 이익을 앞세우고
시민적 자유의 실현을 지향하는 시민적 덕의 차원에서 새롭게 정립함으로
7 6 ) C. T aylor(1997), 199-200쪽.
7 7 ) C. Taylor, Philosophy and the hum an sciences(1999), 211- 229쪽; C. Taylor,
The Ethics of Authenticity (1995), 43- 53쪽; C . Taylor(1997), 187-198쪽 참조.
7 8 ) C. T aylor(1997), 188쪽, 199쪽.
7 9 ) C. T aylor(1997), 199쪽.
사회와 철학 제29집
써, 사적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현대 자
유주의의 문제점을 넘어설 대안적 실천 방안의 개념적 토대를 확보해 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애국심 논변 또한 중요한 난점을 지니고 있다. 가령 ‘공
화주의적 애국심’ 논변은 공동선과 시민적 자율성을 동등하게 중시하는 기
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적 가치가 개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경우,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애국심의
발휘를 강하게 요구할 경향성이 매우 짙기 때문이다.8 0 ) 이 또한 상세한 내
용은 아래서 살펴볼 것이다.
2) 수구 반동적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의 이념적 정당
화 논리 : 공동체주의의 치명적’ 한계
(1 ) 비주체적인 체제 순응적 존재로서의 공동체주의적 인간
: 유사(類似)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전일적 지배의 허용 및 수용
샌델 등에 의해 개진된 ‘공동체주의적 인간관’에 의하면, 개인은 기본적
으로 공동체의 근본 가치나 목적에 귀속된 존재로서, 그것들을 무반성적으
로 추종하는 다분히 ‘비주체적이며 체제 순응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그
런 연유로 기존 사회체제가 심각한 구조적 결함과 모순이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공동체주의적 인간은 대체로 현상 유지적인 무비판적인 자세를 견
지한 채, 공동체가 이끄는 대로 일방적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곧 공동
체주의적 인간은, 혁신적인 방향으로 공동체의 전개가 이루어져 나가도록
기여하기보다는, 반대로 심각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현 공동
체를 그대로 존속시키는 방향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위 하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주의는 체제 옹호적인 수구적 통치 이데올로기를 ‘직간
접적으로’ 옹호할 개연성이 크다.
8 0 ) 곽준혁(2003), 317-318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실제로 1 980년대 이후 정권적 차원에서 ‘통치 이데올로기’로 본격 작동
하기 시작한 신보수주의는, 표면적으로는 국익을 앞세운 가운데 지배계층
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주요 정책을 수립 추진해 나갔다. 그 결
과 양극화의 심화와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강자
중심의 사회체제로 몰아갔는바, 이 과정에서 공동체주의는―의도했든 아니
든―신보수주의의 기획 의도가 현실화되는데 적지 않게 기여하였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근본 목적은 개인의 이해관계에 우선하며, 개별 구성
원의 가치관과 정체성 또한 그것에 의해 규정된다는 공동체주의의 입론은,
미국 내 구성원들로 하여금 ‘국가 공동체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에 앞선다’
는, 통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의 선동적 주장을 정당한 것인 양
수용하게끔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일례로 신보수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격
렬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고유한 도덕적 가치와
신조에 부합할 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정당한 전쟁이라는
‘허구적’ 사실을, 마치 진실인 양 구성원들의 의식에 성공적으로 각인시켰
다.8 1 ) 동시에 통치 세력의 집단적 이익을 마치 국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인
양 오인(誤認)시켜 버림으로써 이라크 전쟁은 본질상 지배세력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유사 전체주의적 침략 전쟁’이었다는 사실 또한 구성원들
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였다. 그 결과, 소수 지배계급의 기득권을 지속적
으로 유지 강화할 수 있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강자 중심의 부정의한 사
회체제의 기반을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한데 신보수주의적 지배 세력에 의한 그 같은 일련의 통치 행위가 성공
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수구 반동적 정치 이데올로기서의 신보
수주의가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거기에는 신보수주의 혼자만의 단독적인 기능과 역할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공동체주의의 측면 지원과 역할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즉 그러한
통치 과정에서 신보수주의가 도덕적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불공정하
고 부정의한 사태를 연출함에 있어서, 공동체주의는 그것을 규범적 관점에
8 1 ) 앤서니 어노브, 「서문」(2004), 20- 44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서 비판적으로 폭로하거나 저지하기보다는, 오히려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
라 이념적으로 강화 내지 정당화하는 논리까지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이
런 점에서, 공동체주의는 신보수주의가 수구 반동적인 정치 이데올로기로
기능함에 있어서 그것을 허용하고 정당화하는 이념적 도구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중대한 철학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2 ) 반중립적 완전주의에 대한 공동체주의의 희구
: 유사 전체주의 사회의 도래에 대한 희구
샌델은 시민적 덕과 공동체주의적(혹은 공화주의적) 도덕의 중요성을 강
조하면서, 자유주의는 덕과 도덕의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8 2 ) 하지만 이는 샌델의 무지에서 비롯된
문제 제기라 할 수 있다. 롤스를 대표로 한 자유주의는 ‘옳음’의 관점에서
공동체 내의 다양한 도덕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아울러 ‘정의’를 ‘공정
하고 정의로운 도덕적 사회’의 자격 조건을 따지는 근본적인 윤리 원칙으
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샌델이 시비를 거는 자유주의의 중립적 입장이란 것도, ‘어떤 삶이 더
좋고 행복한가? ’의 문제는 구성원 각자의 인생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답해
질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숙고된
윤리적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른 한편, 자유주의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추구되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갈등하는 경우, ‘어느 것이 옳은가?’를 따
지는 도덕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 그것의 정당
성 여부를 판단한다. 즉 옳음의 차원에서 도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자유주의는 특정 가치관을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최상위
의 윤리적 규제 원칙’의 토대로 삼으려는 국가의 시도를 거부하고 ‘국가
중립성’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동체주의는 맥킨타이어 등을 중심으로 ‘반(反)중립적 완전주의’를
8 2 ) 염수균(2012), 180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개진하고 이를 현실에 관철시키고자 한다. 즉 상이한 개인적 목적에 따라
각자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 추구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다
양한 가치관과 인생관, 행복관을 단일한 특정 가치관으로 통일시키려는 것
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원될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 사적 삶을
침해할 뿐 아니라 공동체를 전체주의 체제로 전락시킬 치명적인 난점을 안
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화된 오늘의 사회상’에 반(反)하는 ‘비민주적
권위주의 체제’를 현실화하는데, 공동체주의가 유용한 이데올로기적 수단으
로 이용될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이러한 우려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신보수주의 정권이 국가 안보의
강화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구호 아래,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최고의
공적인 시민적 덕(목)으로 앞세워 ‘위기적 상황 앞에서의 거국적 일치단결’
을 호소해 나가는 과정에서 현실화되어 나타났다. 테러 집단과의 전쟁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론통일’을 정치적 공동체의 ‘최고선’으로 제시
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에 비판적 입장이나 상반된 견해를 제기
하는 개인 및 집단에 대해, 이를 국론분열을 꾀하고 미국의 고유한 도덕적
가치와 신조를 형해화해 버리는 ‘매국노적 악의 집단’으로 규정하여 정치
적으로 탄압하거나 사회적으로 추방시켜 버리는, 신보수주의 정권 하의 미
국사회의 실상이 이를 잘 말해준다.8 3 )
물론 공동체주의가 ‘직접’ 그와 같은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덕들의 체계를 ‘가치 통합적 윤리체계’
로 구성해 현실에 구현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의식을 전일적으로 통합시키려
는 공동체주의의 시도는,8 4 ) 극우적 통치 이데올로기가 성공적으로 그 기능
8 3 ) 선우현(2010a), 20쪽; W . B row n, “A m erican N ightm are: N eoliberalism ,
N eoconservatism , and D e- D em ocratization”(2006), 705-706쪽 참조.
8 4 ) S. Benhabib, S ituating the Self (1992), 11쪽 참조. 이와 관련하여, 맥킨타이어처
럼 ‘가치통합론’을 강력히 주창하는 공동체주의에 대해, 같은 공동체주의자인
바버는 ‘사이비 공동체주의’라고 비판한다. B. Barber, Strong D emocracy:
Participatory Politics for a N ew A ge (1984), 120쪽. 아울러 왈쩌/박정순(1999),
147쪽.
사회와 철학 제29집
을 발휘해 나감에 있어서 그것을 지원하고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십상이다. 앞의 사례는 이를 경험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
동체주의는―그것의 본래적인 이론 구성적 의도와는 별개로―미국사회를 유
사 전체주의 체제로 재편해 나가고자 시도하는 신보수주의를 이념적으로 정
당화하는 논리체계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3 ) 약자에게 박하고 강자에게 후한 ‘신성한’ 미국적 신조
: 강자 본위의 부(不)정의한 비인간적인 사회체제의 구현 논리
신보수주의가 지닌 반동적 보수성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대목 중의 하
나는, 지배계층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탓에 인종적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배려하기보단 오히려 그 처지를 악화시켜
계층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등 불공정하며 부정의한 ‘비인간적인’ 사회체
제로 정치 공동체를 재편시켜 나가고 있는 점이다. 물론 신보수주의는 그
러한 개악적인 결과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적어
도 ‘현상적으로는’ 건국 이래 전승되어 내려온 고유한 공동체적 가치와 신
조를 중시하고 그것을 구현하고 증대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
고 추진하는 등 소위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애
쓰는 것처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보수주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회적 약자계층이 보다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
경을 마련해 주는데 관심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그러한 맥
락에서 전통 보수주의와 달리 복지정책의 전면적 철폐를 주창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정책이 역차별이나 다른 개인 및 계층의 기
본권을 침해하는 한, 빈곤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기획된 복지정책의 수립 및 추진에 대해 신보수주의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
히 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반대 논리’는 최소 수혜자나 빈곤층에 가해
지는 차별을 완화하고 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의 다양한 조치
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령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배움의 기회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를 갖지 못한 빈곤층 자녀에게 특례 입학의 통로를 제공하려는 정책에 대
해, 신보수주의는 능력을 갖춘 개인에게 제공되어야 할 교육 기회를 박탈
하게 되는 등 역차별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핵심적인 미국적 가치인 ‘능력과 노력에 대한 인정과 보상’
이라는 도덕적 신조가 결정적으로 침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그
러한 정책의 실행에 제동을 걸며 거부한다.8 5 ) 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
조치’나 ‘적극적 우대 조치’ 등에 대해 신보수주의자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이 때 주목할 점은 그러한 신보수주의의 입장을 공동체주의가 철학적으
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샌델은 교육받을 기회와 관련된 사회정의
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대학 선발 시험에서 열악한 처지의 흑인 학생에
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소수자에 대한 적극적 우대 조치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즉 능력주의 관점에서, 입학 허가는 ‘우월한 자질’이나 노
력과 같은 ‘덕’에 보답하기 위해 수여된 영예라고 주장하면서,8 6 ) 수능 성적
외에 다른 요소를 입학 자격에 반영하는 것은 ‘개인이 노력을 기울인 만큼,
그 노력은 응분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도덕적 신조, 즉 ‘신성
한 미국적 믿음(sacred A m erica m yth )’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그러한 소수
자 우대 조치를 반대한다.8 7 )
자신을 공동체주의자로 규정하는 입장에 반발하면서, 스스로 ‘사회민주
주의자’ 혹은 ‘좌파’라고 강변하고 있는 왈쩌의 경우도8 8 ) 그와 같은 소수자
나 약자에 대한 우대 조치나 정책을 반대한다. 그에 따르면, 가령 공직(公
職)은 개인의 지식이나 재능, 공적 등에 근거하여 할당되는 것인 분배의
대상인 까닭에, 인종이나 성차 등을 고려하여 시행되는 역차별 조치나 공
직할당 제도 등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
8 5 ) 신유섭(2005), 177쪽 참조.
8 6 ) M . Sandel(2010), 174쪽; 마이클 샌델(2012), 244쪽.
8 7 ) M . Sandel(2005), 102쪽.
8 8 ) M . W alzer, The Spheres of Justice (1983), 318쪽; 왈쩌/박정순(1999), 141-169
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이다.8 9 ) 하지만 이러한 왈쩌의 견해는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구
현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나 사회 민주주의의 관점과는 배치되는
지극히 보수적인 입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한에서, 왈쩌의 이 같은 공동
체주의적 입론 역시 강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
수주의를 ‘측면에서’ 정당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9 0 )
(4 ) ‘시민적 애국심’으로 포장된 ‘맹목적 애국심’
: 신보수주의의 유사 전체주의적 속성의 은폐 및 오인
이미 밝힌 대로 신보수주의는 미국의 고유한 도덕적 가치와 신조 등을
복원 활용함으로써 오늘의 미국사회가 처한 규범적 혼란상과 공동체적 쇠
퇴를 저지하고 새롭게 재건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를 국내적 경계를 넘어
대외적 영역까지 확장 적용하는, 보다 적극적인 공세적 전략을 구사하고자
한다. 미국적 가치와 그에 기초한 민주주의 등 소위 ‘미국적인 것’들은, 국
제 사회에 존재하는 악의 무리들을 제거하여 국제적 정의와 민주주의를 구
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신보수주의는 현실적인
추동력으로서 막강한 군사력을 확보하고자 하며, 그 힘을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주창한다. 이 때 이러한 과제는
세계의 ‘정의의 사도(使徒)’로서 미국에게 부여된 신성한 책무이자 소명이
라는 논리로 정당화된다.9 1 ) 물론 신보수주의는 그러한 ‘신보수주의적 프로
젝트’의 현실적 구현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참여와
희생, 애국심과 충성의 덕(목)들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는 점을 누누이 역
설한다. 동시에 그러한 시민적 참여와 헌신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고도의 ‘수
사학적 전술’의 일환으로, 전통 보수주의나 현대 자유주의와 비교하여 자신
8 9 ) M . W alzer(1983), 148-154쪽 참조.
9 0 ) 이는 왈쩌의 ‘공동체주의적 방법론’과 ‘실질적인 사회 민주주의적 관점’ 사이의
‘비정합성’이라는 한계로서 지목되고 있다. 이에 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박정
순, 「마이클 왈쩌의 공동체주의」(1999c), 184-185쪽 참조.
9 1 ) 김성한(2005), 190-204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의 차별적 우위성이 소위 ‘미래지향적 비전’에 자리하고 있음을 지속적으
로 선전한다.9 2 )
하지만 반동적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가 내놓고 있는 그러
한 비전은, 참된 의미에서 ‘미래지향성’과 ‘진보적 특성’을 담고 있지 않다.
외관상으로는 미국적 가치와 전통이 지닌 도덕적 우월성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고 국가적 이익의 관철이란 명분을 내세워, 국가 공동체에 대한 자
발적인 헌신과 애국심에 기대어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도덕적으로 정당한 공세적인 대외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하
지만 여기까지다. 그 이면에는 본질상 도덕적 우월성과 국익을 빙자하여,
국내적으로는 소수 통치 세력의 기득권과 지배력을 강화 확대하려는 수구
반동적인 보수적 책략이 자리하고 있으며, 국외적으로는 유일적 초강국 미
국의 지배력을 확산 강화하려는 제국주의적 패권 추구의 전략이 중심에 놓
여 있다.
이 점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적 사례로, 제국주의 침략 전
쟁이었던 이라크 전쟁을 들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은, 부시 정부 시절 ‘호전
적 광신적 애국심’에 불타는 미국 내 다수 구성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등
에 업고 미국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소위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감행된 바 있다.9 3 ) 하지만 전후, 미 정부가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
량살상 무기의 다량 보유와 그에 따른 중동 평화의 위협’이라는 구실마저
도 그야말로 ‘석유 자원의 확보’와 ‘중동 지역에서의 제국주의적 패권 추
구’를 위한 거짓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9 4 )
하지만 개전 초기에 보여준 미국민들의 행태는, 정부의 부당한 전쟁 시
도에 제동을 걸거나 저항하는, 비판적 성찰 의식을 지닌 자율적인 시민구
성체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것은 국가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종
9 2 ) 장의관(2008), 180쪽 참조.
9 3 ) 2003년 3월 27일 개전 초기에《워싱턴포스트》와《AB C》가 미국인 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 가 전쟁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73% 가 이라크 전 지지를 밝혔다.《매일경제》(2003년 3월 30일자).
9 4 ) 선우현(2010a), 16-17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되고,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인 맹목적 애국주의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선동
적 국가주의에 휩쓸려 내몰리는 수구 반동적 성향의 수동적 대중 집단의
행태로 드러났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제국주의 침략 전쟁
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미국적 현실 속에서 ‘공동체주의자들이 개
진한 시민적 덕, 특히 애국심에 관한 철학적 논변들은 어떠한 기능과 역할
을 했을까? ’라는 물음과 관련하여, 공동체주의에 대해 대단히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공동체주의의 애국심 논변들이 거둔 성
과가 작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또한 그러한 논변이 국가주의적 이데올
로기를 합리화하고자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러한 논
변 구조 내에는 비자발적이고 분별없는 ‘광신적 애국심’을 ‘시민적 애국심’
으로 포장해 허용할 수 있는 여지를 강하게 남기고 있는 등 중대한 결함을
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맥킨타이어식의 논변에서 제시되는 애국심은, 국가에 대한 맹목적
인 충성과 결정적으로 구분되는 자율적이며 성찰적인 시민적 덕으로서의
애국심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가령 그의 애국심은 공동체의 보존을 위
해서는 구성원들의 목숨까지 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별 구성원들의 기
본권과 시민적 자유가 침해당할 수 있는 사태와 관련하여,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도덕적 원칙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다른 국가에 대
해 배타적인 공격성을 가질 경우, 개별 구성원의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거
나 방지할 원칙 또한 지니고 있지 못하다.9 5 )
테일러는 원칙적으로 시민적 자율성이 담보되지 않는 공동체에서는 애
9 5 ) 맥킨타이어는 국간 간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 국가 간에 타협을 모색하려는 자
와 자국 편에 서서 기꺼이 싸우고자 하는 자 중 후자만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주장한다. 이에 곰버그는 애국심은 본래 ‘인종주의’라고 일갈하면서, 맥킨타이
어식의 애국심은 배타적 민족주의로 귀결되거나 맹목적 애국주의로 전락할 위
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P. Gom berg, “Patriotism is like R acism ”(1990),
144-146쪽; 원준호, 「애국심의 대상, 요소, 현실성에 관한 숙고」(2003), 65-66
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국심이 발휘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적시함으로써 맥킨타이어식의 결정적
한계는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공동체 내에서 공동체 전체의 이익 및 가치
와 개별 구성원의 권리 및 자율성이 충돌할 경우, 그 우선성은 공동체적
가치나 목적에 주어져 있다는 점에서 개별 구성원의 자유와 자율성을 훼손
할 여지를 강하게 남기고 있다. 가령 ‘여성 할례’와 같은 여성 차별적인 관
습이 지배적인 문화로 통용되고 있는 공동체의 경우, 해당 공동체의 여성
들은 시민적 자유를 향유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 있다. 그런 한에서 시민적
애국심은 발휘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그러한 여성 차별적인 문화
도 자체 내에 고유한 내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준수되어야 한다
는 ‘공동체적 가치’의 요구로 인해, 애국심은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변질된
상태로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들에 의해 여전히 발휘되는 사태가 용인되고
있다.9 6 )
이상 대략적으로 검토해 본 바와 같이, 공동체주의에서 개진된 애국심에
관한 철학적 논변들은 논변 구조 내에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난점을 내장
하고 있는 탓에, 국가주의적 성향을 지닌 수구 반동적 지배 이데올로기와
조우 내지 결합할 경우, 그것을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이념적 도구로 전락
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경우, 보
수 반동적 이데올로기로서의 신보수주의의 기능과 작용 그리고 그 현실적
결과를 목도하면서, 우리는 신보수주의의 내면에 자리한 규범적 부당성과
반민주성, 유사 전체주의적 속성과 제국주의 침략성 등 그 실체적 본성들
을 은폐하거나 오인시키는데, 공동체주의의 다양한 논변들이 적지 않은 기
여와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글은 그것을 공동체주의의 ‘치
명적 한계’로 보고자 한다.
9 6 ) 선우현, 「다원주의는 사회적 진보의 징표인가?」(2003), 52- 55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5 ) 규제적 강요적 도덕성을 내장한 공동체주의적 ‘시민적 덕’
: 위계적이며 통제적인 비민주적 권위주의 체제로의 회귀(回歸)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자유주의의 사상적 토대인 개인주의가 변질 왜
곡되어 나가면서 초래된 미국사회의 총체적인 도덕적 난맥상과 관련하여,
신보수주의는 그 극복책을, 공동체적 가치와 공동선을 기반으로 하여 가정,
종교적 모임, 지역사회, 국가 등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헌신, 기여, 충직,
애국심과 같은 공동체주의적(또는 공화주의적) 시민적 덕의 복원과 확립을
통해 마련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러한 덕들의 집합체로서의 도덕적 규범 체계는, 본질상 ‘규제
적이고 강요적인’ 도덕성을 내장하고 있는 탓에 미국사회를 위계적이며 통
제적인 성격이 강한 비민주적인 권위주의 체제로 전락시켜 버리고 있다.
그에 따라 시민적 덕에 호소하여 정치 공동체로서의 국가의 권위에 대해
순응과 복종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나가면서, 그러한 권위에 복종
치 않거나 저항하는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응징과 불관용적 처사
가 공공연히 자행되기에 이른다. 이는 다시 국가나 정부의 비민주적인 독
선적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비판적 역량을 크게
위축시켜 버림으로써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연출되는 상황
으로 귀결되고 있다.9 7 ) 실제로 지난 부시 정권 시기에,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제정된 ‘애국법(P atrio t A ct)’은 테러와 범죄 수사의 편의를 위해 개인
의 기본권을 무차별적으로 제약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처럼 테러방지를
빙자하여 감시와 도청까지 허용되는 국가 통제적 상황과 그에 따른 빈번한
인권유린 사태, 그리고 법치의 실종과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 등 한 마디
로 ‘사회적 부정의가 일상화되고 있는 비민주적 권위주의 현실로의 회귀’
는,9 8 ) 신보수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지향성’에 부합하는 시민적 덕들로 구성
9 7 ) W . B row n, “Am erican N ightm are: N eoliberalism , N eoconservatism , and D e-
D em ocratization”(2006), 702쪽 참조.
9 8 ) 조성권, 「9.11테러이후 미국 대 테러정책의 변화에 대한 분석과 전망」(2003),
309쪽.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된 규범체계가 지닌 ‘수구적 보수성’9 9 )이 사회질서에 투영된 현실적 결과
물이라 할 것이다.
한데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공동선과 공동체적 덕을 중시하는 공화주의
정치철학이 미국의 공공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샌델의 ‘공화주의
적 덕론’을 떠올리게 된다. 신보수주의와 마찬가지로 샌델 또한 오늘의 미
국사회의 도덕적 혼란상을, 공동선에 기초한 공동체적 덕들, 특히 충성과
충직, 애국심 등의 덕(목)을 복원하고 강화함으로써 해소하고자 한다. 그에
따라 그는 자신의 공공철학에 대한 논변에서 가족이나 공동체, 국가에 대
한 애정과 충직, 애국심 등을 빈번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샌
델은 애국심과 충직과 같은 시민적 덕을 노예제도의 철폐와 같은 ‘보편적
정의의 요구’와 도덕적 딜레마를 이룰 수 있는 ‘보편적 도덕 원칙의 수준’
까지 격상시킴으로써 중대한 윤리적 난점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노예제나 신분제는 도덕적으로 정당한가의 여부를 따질 수 있
는 논의의 대상조차 될 자격이 없는, 그 자체로 ‘부당함’이 즉각적으로 판
별 가능한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비윤리적인 것들이다. 그런데 샌
델은 충직과 같은 덕을 그처럼 부당성이 즉각 판별되는 수준의 도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비록 노예제가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의 가족과 고향을 위해 노예해방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반기를 든 리(R . E . L ee) 장군의 행위에 대한 해명에서 엿
볼 수 있다. 거기서 샌델은 리 장군의 그처럼 고뇌에 찬 행위를 이해 차원
을 넘어 ‘존경할만한’ 도덕적 의미를 갖는 행위로 평가하고 있다.1 0 0 )
그러나 ‘보편적 정의’와 ‘상대적인 공동체적 덕’을 상호 동등한 지위에
놓고 비교론적으로 평가하는 샌델의 논변은, ‘진정한 정의’를 부정 파괴해
버리고 그 자리에 수단이나 도구의 지위를 갖는 ‘거짓된 정의’를 마치 참
된 정의인 양 강변하는 일종의 ‘도덕적 무정부주의’를 초래하고 있다. 왜냐
9 9 ) 이에 속하는 속성으로는 위계성, 서열성, 강요성, 규제성, 비민주성, 권위주의
지향성 등을 들 수 있다.
1 0 0 ) M . Sandel(2009), 236-237쪽; 마이클 샌델(2012), 329-330쪽.
사회와 철학 제29집
하면 그의 도덕관은, 마치 ‘언제 어디서나 정의롭게 행동할 필요는 없으며,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서라면 보편적 정의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도
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단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1 0 1 ) 이렇게
본다면, 샌델의 이른바 ‘시민적 덕론’은, 보편적 정의와 도덕의 지위를 상
대화해 버림으로써 궁극적으로 ‘힘의 논리’에 의해 그 도덕적 정당성 여부
가 판별되게끔 허용하는 도덕 상대주의 입론에 다름 아니다. 그런 한에서,
충성심 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 덕(목)의 복원과 활성화를 통해 윤리적
혼란을 넘어서겠다는 발상에는, 사실상 기득권 세력의 입장을 옹호하고 그
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사회체제를 위계적이며 부정의한 비민주
적인 권위주의적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강자 본위의 수구 보수적인 가치관
및 사회관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점을 진지하게 성찰
해 볼 경우, 샌델이 내놓은 공동체주의적 시민적 덕론이 신보수주의의 입
지와 입장을 ‘어떻게’ 강화하고 합리화하며 정당화하고 있는가를 나름 ‘충
분히’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5. 신보수주의의 한국적 변형태와
공동체주의 간의 상호 연관성
‘맺는 말’로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 간략하게 확인해 볼 사항이 하나 있
다. 그것은 바로 현재 한국사회의 이념 지형에 자리하고 있는 새로운 보수
유형이라 할 ‘뉴라이트’가 신보수주의 그리고 공동체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그러한 확인 작업은 ‘왜 이 글에서, 우리 현
실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단지 미국사회 내에 국한된 이념적 사안처럼
보였던 신보수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내적 연관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
루어 보고자 했는가?’에 대한 답변들 가운데 하나를 제시해 보는 과업이기
1 0 1 ) 염수균(2012), vi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뉴라이트는, 진보/보수 간 왜곡된 이념 대립구도가 구축되
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기존의 보수주의 및 보수 진영과의 차별화를 선언
하면서 소위 ‘한국형 신보수주의’를 표방하며 등장하였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보수 세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
함으로써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비록 조직적 차원에서의 활동 자
체가 뜸해지면서 지금은 사상적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 정도 약화되었지
만,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 내용을 임의적으로 변경하려는 ‘교과서포럼’
같은 뉴 라이트 계열의 극우적 보수 단체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등, 뉴라이트가 남긴 이념적 유산과 영향은 아직도 적지 않다 할 것
이다.1 0 2 )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이 글이 뉴라이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뉴라이트가 구 보수 진영의 반공주의나 권위주의의 난점
들, 동시에 진보라는 이름의 시대착오적 좌파 사상의 한계를 동시에 뛰어
넘어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국 사회
를 보다 불공정하고 부정의한 민주주의 퇴행적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적 시선이 그 하나이다.
둘째는, 첫 번째 이유와 관련된 것으로서, 비록 뉴라이트가 표면적으로
는 합리적 혹은 개방적 보수로서 자신을 칭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구 반
동적인 보수성을 본질적 특성으로 내장하고 있으며, 그런 한에서 뉴라이트
는 ‘미국 신보수주의의 한국적 변형태’로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1 0 3 )
세 번째 이유로는, 뉴라이트가 자신의 이념적 토대로 삼고자 하는 사상
체계는 ‘공동체 자유주의’인데, 이는 기존의 ‘공동체주의’를 그것이 지닌 보
수주의적 특성들을 중심으로 자유주의(의 보수적 속성들)와 상호 결합하여
재구성해 낸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이 점은 정치 이데올로기
1 0 2 ) 전재호, 「2000년대 한국 보수주의의 이념적 특성에 관한 연구: 뉴라이트를 중
심으로」(2014), 166-171쪽 참조.
1 0 3 ) 정상호,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뉴라이트에 대한 비교 연구」(2008), 185쪽
참조.
사회와 철학 제29집
로서의 신보수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체계의 역할을 공동체주의가 수행했
던 것처럼, 뉴라이트라는 ‘한국적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를 사상적으로 뒷
받침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공동체 자유주의의 핵심 특성들이 공동체주의
에서 차용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처럼 적시된 것이다.
마지막 이유와 관련해 좀 더 부연하면, 뉴라이트의 이론적 토대를 이루
는 사상체계로서의 공동체 자유주의를 기획하고 있는 박세일은, 공동체주
의를 ‘철학적 공동체주의’와 ‘정치적 공동체주의’로 구분한 후, 후자를 중심
으로 ‘정치적 자유주의’의 입론을 적절히 수용해 결합할 경우, 한국사회가
추구할만한 바람직한 공동체 이념, 즉 ‘공동체 자유주의’의 이념적 모델을
성공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 0 4 ) 하지만 그가 무반성적으로 수
용하고 있는, 에치오니와 갤스턴 등이 주도하는 정치적 공동체주의는 수구
보수적 특성을 내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미국의 신보수주의로 하여금
역사 퇴행적이며 민주주의 역행적인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작동케 하는데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는 입론이다.
이러한 사실은 정치적 공동체주의를 비롯한 공동체주의가 신보수주의의
핵심 구성적 입론의 하나인 권위주의적 보수주의(혹은 전통주의)와 이념적․
사상적으로 매우 친화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헤아려 볼 경우에, 충
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실상이 이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뉴라이트 진영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공동체 자
유주의 사상체계의 정립 기획과 그에 따른 공동체주의에 관한 새로운 이념
적 논쟁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 사회를 강부자 중심의 한층 더 부
정의한 수구 보수적인 사회체제로 재편해 나가기 위한 이론적 의도와 실천
적 구상을 간취하고 이를 폭로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상의 이유들을 종합해 볼 때, 오늘날 한국 사회의 이념 전선에 위치하
여 적지 않은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뉴라이트와 그것의 이론적
토대로서의 공동체 자유주의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도, 그것들
1 0 4 ) 이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박세일, 「공동체자유주의: 이념과 정책」(2008),
227- 235쪽 참조.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에게 이념적 정치적 측면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보수주의
와 그것의 정당화 논리체계로서 기능하는 공동체주의의 근본적 실체와 본
질적 특성에 관한 비판적 검토와 고찰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
케 된다.
6. 맺는 말
이제까지 우리는 현대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대진단’ 입론으로서의
공동체주의가 거둔 철학적 성과와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한계, 즉 공동
체주의의 ‘빛과 그림자’ 가운데 후자에 주안점을 두어 이를 비판적으로 살
펴보았다. 특히 오늘의 한반도 현실과 관련하여 주목해 봐야 할, 그럼에도
그 간 한국의 사회철학 및 사회윤리학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
았던 ‘신보수주의의 철학적 정당화 논리로서의 역할 수행’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공동체주의가 드리운 그림자의 실체를 비판적으로 폭로하
고, 이를 다시금 철학적으로 확인해 보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아울러 그에
대한 잠정적인 탐구 결과들은 이미 앞에서 나름 상세히 개진된 바 있다.
그런 만큼 여기서는, 공동체주의의 본질적 실체에 관해 비판적 해명을
시도해 본 이러한 철학적 작업과 그로부터 이끌려 나온 ‘잠정적인’ 탐구
성과들이 갖는 ‘사회철학적 의미와 의의’에 대해 짧게나마 언급해 봄으로
써 이 글의 결론 부분을 갈음하려고 한다.
우선, 신보수주의가 수구 반동적인 정치 이데올로기로 작용함에 있어서
공동체주의가 그것을 이념적으로 뒷받침하고 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적 해명을 통해, 한국 실천철학계에서 그간 제대로 다루어진
바 없는 공동체주의에 관한 ‘새로운 해석의 판본’을 제시해 봄으로써 공동
체주의의 실체를 둘러싸고 보다 진전된 철학적 논의와 담론을 활성화할 계
기를 미흡하나마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제껏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쟁’을 중심으로 주로 ‘이론적’
사회와 철학 제29집
차원에서 공동체주의를 연구해 온 실천철학계의 논의 풍토에 대한 자기비
판과 성찰을 촉구하고, 한층 더 현실 연관적인 ‘실천적’ 차원에서 탐구하고
논의하는 분위기로 새롭게 변모해 나갈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데 일
정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개진되고 있는 ‘공동체 자유주의’ 입론과 관
련하여, 그것을 이론적으로 틀 지어주고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는 데 원용되
고 있는 공동체주의의 실체를 비판적으로 규명해 보여줌으로써, 한국사회
에 구축되어 있는 보수/진보 간 이념적 대결 구도가 한층 더 왜곡된 방식
으로 재구조화되는데 공동체주의가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줌
과 동시에 그에 대한 이념적 사상적 방비책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성이 있
음을 알리는데 나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넷째, 신보수주의 정권 하의 미국이 대 한반도 정책을 수립 추진함에
있어서 그 최종적인 결정과 판단의 준거로 기능했던 신보수주의 이데올로
기를 철학적으로 합리화하는 주된 논리체계 중의 하나가 공동체주의라는
사실을 비판적으로 확인해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왜 미국과 미국의 대외
정책의 실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신보수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본질적
특성과 양자 간의 긴밀한 내적 연관성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 요구되는가? ’
에 대한 나름 설득력 있는 답변과 논거를 제공해 줌으로써, 만에 하나 한
반도에서 초래될 수 있는 전쟁과 같은 위기적 급변 사태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대응책의 모색과 관련해 유의미한 메시지와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신보수주의로 인한 미국사회의 전면적 우경화가 우리의 ‘실존적
삶’에 미칠 부정적 결과들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관련해, 공동체주의를 비
롯한 주요 ‘현대 미국 사회철학 유형’들의 실체와 특성을, 그것들이 우리
사회와 우리의 삶에 미칠 영향과 연계하여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볼 현실적
이유와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는 점도, 비록 소소하지만 본 연구 작업이
갖는 철학적 의의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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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주의의 그림자: 신보수주의의 정당화 논리(선우 현)
A Shadow of C o m m unitarianism : Justificatio n L ogics of
N eo co nservatism
Su n w o o , H yu n
【Abstract】
In this paper, I have revealed the fatal lim its of C om m unitarianism , w hich could
be one of the substantive truths of it, centered on the aspect that it plays a role
as justification logics of N eoconservatism , and then I have carried out the task to
dem onstrate and confirm them philosophically and em pirically.
Through this kind of a task, I have dem onstrated convincingly that the original
‘problem presentation’ is appropriate, by verifying the fact that Com m unitarianism
has been carrying on the role and function directly or indirectly to support and
justify ideologically N eoconservatism as reactionary conservative political ideology.
Such a w ork to confirm the validity of it has been accom plished focused on
five item s, that is 1) the perm ission of the w hole dom ination of quasi nationalistic
ideology, 2) the desire of the advent of quasi totalitarian society, 3) the realization
logics of unjust and inhumane social order intended for the strong, 4) the concealment
and m isunderstanding of quasi totalitarian attribute of N eoconservatism , 5) the
return into a controlled undem ocratic authoritarian regim e.
The social philosophical significances of this research are as follow. 1) By presenting
new version of interpretation on Com m unitarianism , this study w ill be contributed
to revitalizing the m ore advanced philosophical argum ents and discourses about the
substance of Com m unitarianism . 2) This w ork is expected to serve in som e degree
the basic change of the theory-biased atm osphere of philosophical argum ents in
K orean practical philosophy w orld w hich is called on to search and argue m ore
actively on the level of practice in relation w ith reality. 3) T his research w ill do
사회와 철학 제29집
m uch for letting all the people know the fact that Com m unitarinsim could be
m ade bad use of in distorting m ore negatively the perverted confrontation structure
betw een progressive and conservative in K orean society. 4) T his w ork of research
w ill be able to provide som e significant m essages and im plications in relation w ith
seeking after the theoretical․practical counter- m easures against the critical situation
of sudden change like a w ar in K orean peninsula. 5) This w ork w ill give som e
m eaningful practical reasons and grounds to reexam ine basically the real character
and original nature of the principal social philosophy types in A m erica, including
C om m unitarianism in connection w ith the actual influences on our existential lives
in Korean society.
Subject Spheres: social philosophy, political philosophy
Key Words: Communitarianism, Neoconservatism, contemporary Liberalism,
political ideology, strong conservatism, idealogical affinity, inner
correlation, justification logics, New Right, Communitarian Liber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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