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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이야기

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읽기/이도흠.한양대



1. 머리말
2. 표현의 부정의 부정, 인언견언(因言遺言)의 방편으로
서 석굴암본존불 읽기
3. 대상의 부정의 부정, 조론(醫굶)과 화쟁 연기론으로
용장골마애불 읽기
4. 미적체험의 부정의 부정, 유상유식론(有相唯識論)으로
신선암마애불 읽기
5. 종교와 일상의 아우름, 진속불이론(률倚不二論)으로
부처골 감실 부처 읽기
6. 맺음말


1. 머리말

불교는 언어와 형상은 물론 우주 삼라만상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이 철학의 입장에서 보면 예술이 설 자리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석굴과
사원, 불상과 탑, 탱화와 불교 공예품, 범패와 선시에 이트르기까지 동양
예술 가운데 압도적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이 불교예술이다. 이 모
순과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불교미학을 표방히는 책과 논문을 읽었지만
10 우리춤 연구 【제 4 집]
해갈이 되지 않았다. 필자가 과문한 탓이지만, 지엽적인 언급은 없지 않
았으나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글들을 만날 수 없었다. 이에 불교에서
예술로 형상화할 수 있는 철학적 근거가 있는지 , 있다면 그것이 타당성
을 갖는가에 대하여 「불교에서 예술적 형상화의 철학적 근거」란 논문을
발표하였다1)
이론이 실제와 변증법적 종합을 이루지 못하면 추상적 관념으로 그칠
뿐이다. 이에 이 논문에서는 (서양의) 미학이나 예술의 관점이 아니라,
이렇게 예술적 형상화를 허용하는 불교 논리의 실제로서 경주 남산과 석
굴암의 불상을 감상하고 이해승}는 방식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해 글
을 전개하그l자 한다.
2. 표현의 부정의 부정, 인언견언(因言遺言)의 방편으로서
석굴암본존불 읽기
예술작품은 표현을 전제로 한다. 말과 글만이 아니라 도상이나 구조도
진리의 표현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림이나 패션도 감성으로 느끼기도 하
지만 언어로 읽어서 해석하고 감상하기에 넓은 범위의 언어이다. 그런데
불교의 경우 말로 할 수 있다면, 말을 이용하여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
은 진리가 아니다. 진정한 사랑이 100이라면, 아무리 미시여구를 동원
하여 표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100에 이르지 못한다. 그렇듯 궁극적인
진리는 말을 벗어난 곳에 있다. 부처님의 말씀, 궁극적 진리는 너무도
깊어 우리의 이성이나 언어기호를 통하여 헤아릴 수 없기에 불가사의하
다. 부처님의 마음은 말을 떠난 곳에 있기에 불교는 언어도단(言語道斷)
1) 이도흠불교에서 예술적 형상화의 철학적 근거 J. 미학·예술학연구J). 한국미학예
술학회 .25집. (2007년 6월 30일 발행 예정임). 이 논문에서는 불상 읽기에 초점을
맞추었으므로 불경 텍스트를 통한 상세한 논증은 이 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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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원기 11
을 선언한다. 하지만 인간이 진리를 드러내고 전달하는 보편적인 방법
또한 말이다. 이 모순은 해결하는 길은 말을 방편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지붕에 올라가려면 사다리가 필요하고 언덕 너머에 이르려면 배를 타야
하듯, 언어를 방편으로 섬아 진리를 드러내되, 언어를 떠나 진리를 생각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말을 통해 말을 떠나 진리에 이르는 인언견언
(因言遺言)의 방편이다. 때문에 언어도단과 불립문자로 언어기호의 공성
(空性)을 부정만 할 것이 아니다. 언어기호가 세계의 실상 자체를 표현할
수는 없지만 중생이 세계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도록, 더 정확히 빨}여
중생이 존재를 세계 자체로 착각하고 있는 것을 깨우치도록 하는 방편은
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가 아무리 높이 띈다 하더라
도 우주에 이를 수 없지만 장대를 이용하면 더 높이 날아 우주에 좀 더
가까이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단, 장대를 이용한 뒤에는 장대를 놓아
야만 땅의 굴레를 넘어 잠시나마 비상할 수 있다.
이를 불교미술에 대입해 보자. 지상 최고의 장인이 지상 최고의 불상
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여실체를 드러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불
상을 부정하거나 파괴할 일이 아니다. 문어류의 상투적인 불상은 불법을
왜곡하지만, 의어류의 불상은 불법을 드러내는 ‘방편(方便)’이 될 수는 있
기 때문이다 2) 우리는 의어류의 불상을 통해 그 조형이 주는 아름다움
을 뛰어넘어 그 속에 담긴 진여실체를 깨달을 수 있다 3) 불상 등 불교
미술에서 형상에 치우쳐 감상하고 이해하는 것은 불교철학에 반하는 것
이다. 형상은 진여실체로 가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형상을
무시하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 형상 자체가 진여실체를 담고 있기 때문
2) 여기서 방편은 수단이나 임시방편을 의미하는 것。1 아니다. 방편에는 진여실싱이 전
제되어 있다. 對機說法과 應病與藥, 곧 석가모니처럼 온전히 깨달은 이가 병에 맞추
어 약을 주듯 중생의 근기에 적합하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다. 깨달음의 차원에서 보
면 방편이 곧진리이다.
3) 因言遺言論에 따른불교미학은“예술의 본질은작품안에서 존재자의 진리가스스로
를 정립하는 것이다. (Heidegger. 돼e ori.멍~n ofthe Work of Art. p.162.r이라
한 하이데거의 미학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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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우리춤 연구 【제 4 집】
이다.
석굴암 본존불 앞에 서면 외국인, 특히 불교를 접하지 못한 서양인조
차 핸지 모를 감동에 휩싸여 거의 무아의 경지에 오른 듯 아무 소리도
하지 않은 채 오랜 동안 서 있다. 주지하듯 이는 석가가 보리수 밑에서
무상정각등(無上正等覺)을 이루어 악마를 물리치고 항마촉지언을 한 모
습이다. 미술사적으로는 간다라 양식에 마투라양식, 굽타양식이 더해지
고 여기에 신라인의 창조적 불교 수용과 예술성이 더해져 최고 경지의
원융미(圓顧美)를 이루고 있다.
전실에서 반지름 12자의 원인 후실을 바라보면 본존불이 후실의 가운
데 자리하고 있다. 본존상의 높이는 좌대를 합쳐서 17자이다. 170센티
미터의 키를 가진 참배자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본존불은 대좌대와의 높
이 비례가 1 : 0.5로 위압샘라기보다는 당당하고 위엄 넘치는 미(美)
다 4) 언뜻 보기에도 상체와 하체, 열굴과 어깨의 크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를 과학적으로 측량한 요네다 미요지 〔米田美代治〕의 측
량에 의하면, 무릎과 무릎 사이는 8.8자, 어깨의 너비는 6.6자, 가슴너
비 4 .4자, 얼굴 폭 2.2자이며, 양 무릎 8.8자를 한 변으로 하는 정삼각
형을 그리면 꼭지점은 턱에 닿는다 5) 우견편단(右됩偏챔)의 착의를 하여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데, 어깨는 둥글고 가슴은 알맞게 넓고 살결이 고
와 부드러우면서도 당당하다. 허리는 잘록뼈 늘씬한 세련미를 더하고
가부좌를 튼 다리는 안정감 있게 바탕을 이룬다. 그 위로 항마촉지인을
한 팔은 좌우가 변화를 주면서 동작을 구성해 박진감과 역동감을 준다.
가사의 선은 어깨 왼 편에서 오른 편 가슴 아래 부분으로 만곡선을 그리
며 흘러내려 경쾌하면서도 원만한 곡선미를 더한다. 곧추 세운 등은 기
품 있는 자세를 형성하고 매초롬한 피부는 부드러운 건강미를 형성한다.
심리적으로 가장 평안한 여백을 형성하며 어깨 위 상호를 감싸고 있는
4) 文明大石麗魔佛像影刻의 樣式史的돼究J. 新羅藝術의 新昭究J1. 신라문화제
학술발표회논문집(서경문화사. 1985). 77쪽.
5) 米田美代治慶州石庫魔의 造形計劃J. 考古學'J1. 第10卷3號.1940年3月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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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읽기 13
두광(頭光)에서는 한없이 진리의 빛이 뿜어 나오져 하는 듯하다. 두광은
본존상과 분리되어 본당의 벽에 새겨졌는데 자세히 보면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다. 좌우는 224.2cm임에 반히여 상하는 228.2cm로 아래위가
긴 타원형이다. 실제는 타원이지만 참배객의 자리에서 보면 원형으로 보
인다. 이것은 시선의 원근을 고려하여 먼 것은 세밀히 새기고 가까운 것
은 드물게 새긴 것이다. 회화의 원소근대(遠小近大)의 원근법을 반대로
처리함으로써 시각 상 착각을 피하고자 한 것인 만큼 그 용의가 얼마나
주도하였나 하는 것을 능히 엿볼 수 있다 6)
다가가서 서면, 상호는 얼굴이 긴장감 있게 팽팽하면서도 부드럽다.
눈캡은 기운차면서도 맴시 있게 뻗어나갔고, 반쯤 뜬 눈은 살짝 치켜 올
라 적멸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얼굴 전체와 균형을 이루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맞춤한 코는 중앙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날렵하게 흘러내렸
고 꽉 다문 입은 엄숙하기만 한데 자세히 보면 살짝 미소를 띤듯하여 저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빈틈을 보게 한다. 오른팔은
기운차게 뻗어내려 대지를 가리키고 왼팔은 허리에서 틀어 안정감 있게
몸을 받치고 있다. 팔과 손가락, 발 모두 적당히 살이 올라 미끈하다. 더
욱 다가가 들여다보면 손톱과 마디 사이의 주름까지 새긴 정교함에 탄성
을 지르게 된다. 정녕 돌에 새긴 것인데 피가 돌고 기가 흐르는 듯하다.
차가운 돌에 새긴 것인데 사람 이상의 온기와 살결의 부드러움을 느끼게
하고 0.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필자를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감동시키는 부분은 살짝 들어 올린 새
끼손가락이다. 미소에 담긴 깨달음이 기를 타고 흐르다 여기에 이르러선
새끼손가락을 살포시 들어 올렸으리라. 진공묘유(률空妙有) ! 미묘한 그
들림이 전체 불상을 움직이게 하고, 불상을 돌이 아니라 정신이 작용하
고 있는 실체로 만든다. 그 순간 우리의 가슴에도 끊임없이 파문이 인다.
6) 리여성석굴암 강1과 사실주의 J , 성낙주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Jj(개마고원,
1999) , 79쪽,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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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우리춤 연구 【제 4 집】
깨달은 순간의 영원한 실존을 묘사해서일까. 기운이 넘치면서도 부드
럽고, 엄숙하면서도 자애롭다. 장엄하면서도 온화하다. 정녕 돌에 새긴
것인데 상대방을 온화하고 평안하게 하면서도 장엄한 깨달음의 세계로
깊이, 또 깊이 잠기게 한다. 이리 거룩하면서도 아름다운 불상이 또 있
을까. 다시 참배자의 위치에 서면 우리는 탐냄과 성댐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잠깐 진여실체를 만나게 된다.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모든 부처를 통업하는 것이 화엄의 부처관이
다. 석굴암을 보면 전실에 팔부신장(八部神將) 8구, 금가역시장(金剛力士
像) 2구, 사천왕상(四天王像) 4구가 있으며, 후실에 본존불을 가운데 놓
고 천부상(天홉總) 2구, 보살상 3구, 십대제Z냉(十代弟子像) 10구, 감실
좌상(醫室坐像) 10구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배열되어 있다. 분촌불 을
중심으로 범천, 제석천을 보살형으로 변형시키고 십일면관음보살을· 정면
관으로 중앙 본존 뒤에 바로 뒤에 배치하여 양}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
하고 있다. 회중(會樂)은 다만 회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요, 이미 언급
한 것처럼 석가여래가 지닌 뛰어난 속성과 방편을 구상화하여 석가를 장
엄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여러 상들에서 석가를 보고, 석가장에서 여
러 상들을 원어낼 수 있다. 즉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라는 일
즉다(一郞多)요 다즉일(多郞-一)인 불교의 원리를 석굴암은 나타내 보인
것이다 7) 우리는 석굴암을 통해 화엄의 진리의 한 자락을 스치듯 맛보
는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궁극적 진리를 알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는 더 더욱 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의어, 혹은 의어의 불상을 통해 그
것의 한 자락을 엿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진리의 본체의 지극한 한
부분이기에 깨달음이 곧 집착이 된다. 석굴암의 분촌널 을 방편으로 섬-o}
불법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지만, 그 깨달음조차 해체할 때 진여 실체
에 이른다.
7) 姜友判法空과 莊嚴.n(열화당, 2000) ,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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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교 철학으로 정주 지역 왈장 읽기 15
μ}진 1) 석굴앙 본존훌
3 대상의 부정의 부정, 조론(홉융) 과 화쟁 연기론으로
용장골 마애불읽기
예술은 대상올 바탕으로 한다 대상이 없으연 이에 대한 사유나 표현
이 없다 그런데 불교는 대상을 부정한다.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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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우리춤 연구 【제 4 집】
저것이 있어서 이것이 있다. 대상은 모두 지정이 없이 연기에 의해 이루
어진 것이기에 空이다. 삼라만상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대상은
찰나에 스쳐가는 것으로 동일성을 갖지 못하기에 공이다. 대상은 여러
요소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기에 존재한다 말할 수 없다. 대상은 미음에
따라 빚어진 것이기에 공이다.
그렇다고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존재가 연기의 관계 속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니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존재는 연기의 관계 속에서
가유(假有)이지만 사상(事象)을 형성하며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러니 현상계의 사물은 진실로 있다고도 할 수 없으며 완전히 없다고도
할수없다.
승조(慣輩: 378-414?) 의 조론(筆論)과 원효(元曉)의 화쟁 연기론을 응
용하면 예술적 형상화의 길이 열린다.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으므로 사
물은 공하지만 가유(假有)라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씨와 열매처럼
스스로는 자정이 없이 공하지만, 씨가 자신을 죽여 열매를 맺고 열매가
자신을 썩혀 씨를 만들듯 공이 생멸변화의 조건이 된다. 불상과 불탑은
수많은 인연이 겹쳐서 지금 내 앞에 실재하는 가유이다. 이를 실체로 착
각하는 순간 그 예술품들은 불법의 진리를 알리는 방편이 아니라 하나의
감상대상으로 전락한다. 그를 보며 주와 객, 형식과 내용, 진리와 허위,
미(美)와 추(醒)를 구별하는 것은 불법(佛法)의 예술행위가 아니다. 하지
만 양자를 연기론에 따라 구성하고 불일불이론처럼 하나가 공하다고 하
여 다른 하나를 드러내는 식으로 조성한다면, 감상하는 우리 또한 부진
공론에 따라 가유인 불상과 불탑을 통해 실유를 만나려 하고, 불일불이
론에 따라 이것을 공하다고 하여 저것을 감상하고 이해하며 저것을 공하
다고 히여 이것을 감상하고 이해한다면 불상과 불탑에서 부처를 만날 수
있으리라.
필자가 용장골 마애불상 앞에 서 있다고 치자. 경주 남산 용장골 마애
불상은 원융미와 질박함이 잘 어우러진 불상이다. 질박하면 미천하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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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원기 17
융미가 빼어나면 온화함과 평안함을 잃기 마련인데, 이 불상은 거룩하면
서도 소탈하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그시 감은 눈과 수려하게 흘
러내린 코, 미소 짓는 듯 아닌 듯한 입술, 이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귀
와 원만한 얼굴이다. 화강암 돌이 스치고 지나간 자취대로 새겨 화강암
의 결과 철분이 함유된 층의 붉은 띠가 그대로 부처님의 턱과 몸에 얼룩
무늬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 질박하기 때문일까? 정녕 돌에 새긴 것인데
상대방을 온화하고 평안하게 한다. 어깨와 가슴은 적당히 넓어 위엄이
있으면서도 둥그렇게 부드럽고, 가사와 승기지의 선은 수직으로, 대각선
으로 경쾌하게 흘러내리면서 수직의 장엄함을 대각선의 평안함이 받쳐주
며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광과 신광은 겹으로 두럽게 새겨져 입체
감이 있으면서도 전체 불상을 균형감 있게 받치고 있고, 겹으로 새겨진
연좌대는 적당히 V자 모양으로 다리를 파고들어 역동적이면서도 전체
불상을 안정감 있게 받치고 있다. 항마촉지 인을 한 손은 통통하게 살이
오르면서도 랩시가 있다. 일즉다(一郞多) 다즉일(多郞一). 코, 손가락 등
부분들은 전체와 완벽한 하나를 이루고 전체는 부분들을 압도하지도, 주
녹이 들게 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저것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저것은
이것의 미를 더욱 향상시킨다.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 예술의 진미는 자연을 끌어들여 자연조차 작품
의 한 부분으로 만드는 데 있다. 보름달이 떠오르면 이 불상은 동영상으
로 변한다. 이때 저것은 돌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돌 속에 있는 부처를
드러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교교한 달빛 따라 꽉 다문 것으로 보이던
입술은 가지가지 형상의 미소를 지아내고, 두광과 신광을 타고 오르다
가사의 선 따라 미끄러져선 구름에 이른 빛은 불상을 출렁이게 한다. 그
순간 바위 속에 숨었던 부처가 뛰쳐나와 달빛을 이루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춤을 추다가 무아경에 이르는 찰나, 부처와 보는 이는 정토에 이
른다. 정토에서 잠시 부처로 머물다가 중생을 외면할 수 없어 다시 내려
와 사람이 되고 돌부처가 된다. 무아경에 이르면 지나던 달도 멈추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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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우리충 연구 【재 4 집】
간도 정지한다 그 순간 구세는 하나가 된다
〈사진 2) 경주 남산 용장골 "1얘불
필자가 지금 용장골 부처 앞에 있는 그 순간은 인연에 따라 구세가 한
순간에 겹쳐진 때이다 과거의 과거는 예로부터 이 남산에 부처가 상주
하던 일이며, 과거의 현재는 신라 시대 어느 날 그 부처가 돌로 화한 일
이며‘ 과거의 미래는 이로 중생들이 돌을 통해 부처를 만나 해탈을 이루
는 어느 날이다 현재의 과거는 내가 부처 앞에서 신라인의 불심을 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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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읽기 19
리는 일이요, 현재의 현재는 용장골 부처 앞에서 무아경에 이르는 이 순
간이요, 현재의 미래는 오늘 부처를 만남에 따라 달라질 내일이다. 미래
의 과거는 멀리로는 부처가 남샌1 나투신 때로부터 오늘 이 순간을 비
롯뼈 미래의 어제에 이력까지의 순간이며, 미래의 현재는 이 불상
앞에서 다시 무아경에 이르는 바로 그 찰나며, 미래의 미래는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아우러져 다시 달라질 미래의 내일이다. 과거의 과거에서부
터 미래의 미래에 이력까지 구세를 부처님의 진리가 인연에 따라 회통
(會通)하고 있으니 이것이 십세(十世)이다.
이처럼 한 순간의 시간은 다른 시간들과 독립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
다. 지금 글을 쓰면서 잠깐 신라인의 불심을 떠올리고 그를 반추하듯 찰
나의 순간에도 무한한 시간이 겹쳐져 있다. 그리고 내일 이 장소에 다시
부처를 본다 하더라도 그것은 차이를 갖는다. 들뢰즈의 지적대로 모든
반복에 차이를 새겨 넣는 것이 시간이다. 시간은 기수적 (cardinal)이기를
멈추고 서수적 (ordinal)이 되며, 이것이 시간의 순수한 질서이다 8) 차이
를 갖지만 부처를 통해 깨닫는 진리로 인하여 하나로 통한다. 구세들은
서로 어울리면서도 뒤섞이지 않는다. 그러니 끝이 없는 무량겁이 곧 한
생각이요, 한 생각이 곧 무량겁이며, 구세, 십세가 서로 서로 부합하되
아무런 뒤섞임 없이 떨어져 따로 이루진 것이다.
4. 미적체험의 부정의 부정, 유상유식론(有相唯讓햄)으로
신선암 마애불 읽기
오온(五鏡)을 예술과 결부시키면 예술의 대상, 미적 감각, 미의식, 미
8) Gilles 않leuze. Dif1감'rence and Repetition. tr. Paul Patton{New York:
Colurnbia University Press. 1994).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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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우리춤 연구 【제 4 집】
적 가치 판단과 통한다. 불교에서 진여 실체에 이르려면 의식작용의 본
체〔心王〕가 객관의 대상〔萬有〕을 인식하는 정신작용〔心所〕을 오온(五
鏡)에서 벗어나 적멸(寂滅)의 경지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를 부정
한다는 것은 불교가 예술의 사유와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임을 의미한
다. 불교는 인간이 대상과 만나 이루어지는 미적 판단과 인식 , 가치를
모두 부정하고 마음의 본체에 이르고자 한다.
이에 반히여 유상유식론(有相唯識論)은 대상,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지
각을 행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유상유식론에 의하면 현상계와 대상은
진여와 구분되는 별개의 영역이다. 거울이 늘 있는 그자체대로 삼라만상
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 양상을 따라 담아내듯, 진여 실체는 변하지 않지
만 그 현상은 연을 따라 생멸하고 차별되고 유한하게 나타난다. 불변(不
變)의 입장에서 수연(隨緣)을 인정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부정하는 허무
주의에 빠진다. 수연에 현혹되어 불변을 보지 못하면 스스로 미혹뺨뀌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유상유식론의 입장에 서면, 우리 앞의 대상은
우리의 의식이 변하여 옮겨진 것이다. 인식하는 주체인 우리는 수연의
대상을 보고 그 대상을 지각하고 의식하고 파악하는 것이 불교 교리적으
로 타당성을 갖는다. 대상에 따라 정신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심소
(心所)이며, 정신작용을 미적으로 할 경우 심소가 바로 미적 체험이 된다.
유상유식론을 예술에 대입해 보자. 우리 앞에 있는 대상은 우리의 의
식이 변화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똑같은 달이라
하더라도 어떤 이는 그에서 ‘관음보살’이나 ‘해인삼매’를 읽어내고 이를
향가와 같은 예술작품으로 표현하지만, 바로 거기서 차창룡 같은 시인은
‘사사무애법계(事事無짧法界)’를 읽고 이를 「목탁 16-거미」와 같은 시로
형상화한다.
또 작품을 감상하는 입장에서 보면, 경주 남산의 신선암 마애불은 진
여에 이르려는 마음이 변화하여 불상이란 대상으로 현현한 것이다. 남산
의 깎아지른 바위 절벽을 파서 감실을 만들고 거기에 유희좌를 한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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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융상 읽기 21
음보살상이 있다 한 손에 꽃을 들고 한 손으로는 셜법인을 하고 있다
모든 중생의 고통을 다 껴안을 듯 온화하고 후덕한 어머니의 얼굴이다
지그시 뜬 눈으로 산과 속세를 내려다보고 있다 코는 콧방울이 제법 두
럽고 입술은 도톰하다 볼은 두두룩하여 원만하다 보관과 귀걸이, 구슬
목걸이 퉁 장신구는 화려합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셜법인올 한 손가락
은 알맞게 살이 올랐으면서도 랩시가 있다 통견으로 좌대에까지 흘러 내
린 천의의 곡선미는 압권이다 좌우가 다르면서도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무렇게나 자유롭고 활달하게 늘어진 것 같으면서도 오른발올 늘
어트린 오른 쪽은 조금 짧고 가부좌를 한 왼쪽은 길게 늘어트렸다 돌이
아니라 실제 천을 대핸 듯 양갑이 적절히 드러났고 질감이 부드럽다
발은 유회좌라 칭할 정도로 연한 모양대로 연좌대에 놓여있고 연좌대 아
래로 구릅 문양은 이 모든 것을 두리둥실 떠오르게 한다 세 겹으로 둘
러친 광배는 멋대로 앉은 불상에 균형과 안정감을 준다 한 10여 센티마
터나 왔을까? 그럽에도 불상의 업체감이 도드라진다
〈사진 3) 경주 남산 신션암 아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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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우리춤 연구 【제 4 집】
이 불상은 남샌1 있는 100여 개의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보름달빛
과 햇빛을 받는다. 보름달이 뜨면 『화엄경(華嚴經).!1 r 입법계품(入法界品)J
에서 선재동자가 만나 설법을 들었다는 수월관음(水月觀音)이 된다. 이
순간 53선지식이 말씀하신 화엄의 그 높고 깊은 진리들이 스쳐 지나간
다. 아침 햇빛이 비추면 이 부처는 서서히 돌 속에서 살아나 미소를 짓
고 지긋이 경주와 속세를 바라본다. 이 순간 “저 아름다운 연꽃이 높은
언덕에 피지 않는 것과 같이 반야의 바다를 완전히 갖추었어도 열반의
성에 머무르지 않으며,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는 것과 같이 모든 부처님
무량한 겁 동안 온갖 번뇌를 버리지 않고 세간을 구제한 뒤에 열반을 얻
으리 "9) 란 게송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를 보며 관세음보살이 여래가 됨
을 미루고 다시 보살 모습을 하고 중생을 구제하러 나선 진리를 깨닫
게된다.
그러니 감쟁}는 자는 그 불상에서 진여를 만난다. 불상은 인연을 따
라 생멸하고 유한하게 나타나는 대상에 불과하다. 그 형상에 현혹되면
不變의 진여를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진여에 치우쳐 수연(購象)과 의식
의 전변(轉蠻)에 의해 빚어진 불상이니 공하다고 하면 우리는 그에서 아
무것도얻지 못한다.
5. 종교와 일상의 아우름, 진속불이론(賣倚不二論)으로
부처골감실부처 읽기
예술은 역사적으로 종교를 모태로 하여 탄생했고 종교는 예술의 힘을
빌어서 더욱 심화될 수 있었다 10) 이런 배경과 맥락에도 불구하고, 예
9) 元曉r.金剛J. 卷中If'"韓佛全.JJ. 제 1책 .649-중: “具足般若海不住湮盤城如彼妙運
華高原非所出諸佛£量펴 不뚫諸煩,',‘짧 度世演後得如펌華所出를 원용함.
10) 조요한예술철학Jj(미술문화. 2003).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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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읽기 23
술이 신의 복속에서 벗어나 세속화히여 자율성과 자기 목적성을 가지고
예술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현대 예술이 시작되었다. 현대예
술은 신의 자리에 인간을, 성(聖)의 자리에 속(倚)을, 제의의 자리에 일
상을, 신앙의 자리에 상상을 대체하였다. 그럼에도 후까、E 믿던을 이야기
하는 21세기에도 종교예술은 창작되고 수용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영향
력을 행사하고 있다. 21세기 오늘날 종교예술에서, 종교의 성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우면 예술은 미적 자율성을 상실하고 궁극적 진리, 혹은 신
에 이르는 도구로 전락한다. 그렇다고 종교 예술에서 성스러운 세계를
걷어내면 그 예술은 아우라를 상실하고 일상의 미적 대상 내지 상품으로
떨어진다. 이 모순을 해결할 논리가 불교에 있는가.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대승(大乘)의 요체이다.
그러니 중생이 곧 부처요, 중생의 마음은 부처의 마음으로 본래 청정하
다. 그런데 청정한 하늘에 티끌이 끼어 그 하늘을 가리듯, 일체의 중생
이 무명(無明)으로 인하여 미혹에 휩싸이고 망심(흉心)을 품어 진여의 실
체를 보지 못하고 세계를 분별하여 보려 한다. 중생의 마음은 본래 하늘
처럼 청정하고 도리에 더러움이 없기에 중생은 경계를 지어 세계를 바라
보지 않는다. 다만 본래 청정한 하늘에 티끌이 끼어 더러운 것처럼 무명
에 휩씨여 욕계(欲界) , 색계(色界) , 유계(有界)의 3계란 경계를 지어 세계
의 실체를 바라보니 이 경계는 허망한 것이다. 유리창만 닦으면 하늘이
다시 청정함을 드러내듯, 무명만 없애면 본래 청정한 중생 속의 불성이
스스로 드러나니 그 먼지만 닦아내면 된다. 깨달음의 눈으로 보면〔圓成
實性J , 부처와중생, 깨달은자와깨닫지 못한자가둘이 아니요하나이
다. 우리 미천한 인간들이 속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끊임없이 수
행정진하여 완성된 인격〔률〕에 이를 수 있고 또 이에 이른 사람은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들을 이끌어야 비로소 깨달음이 완성될 수 있다.
경주 남산 부처골에 가면 작고 소박한 석굴이 있다. 야마모토 겐지(山
本講읍)라는 일본인 학생(현재는 일본 한난국제대학 국제관광학과 교수)이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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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우리충연구【재 4 집】
년대 초에 불쐐 매료가 되어 달밤에 침냥에 들어 불상과 함께 하룻밤
을 지냈다는 그 불상이다 !l) 높이 3.2미터. 너비 4.5미터의 바위가 세
모 꼴 흥을 이루고 있고 그 안에 불상이 있다 뭉륙한 코. 두툼한 입술,
지그시 갑은 눈을 둥그런 얼굴이 갑싸고 있다 자애로운 어머니나 할머
니를 연상시키는 상호다 소발(素향)을 하였고 육계(肉협)는 작아 없는
듯 있다 어깨는 직각을 이루고 상현좌(홉~座)를 하고 있다 삼도(三道)
는 없지만 육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필시 여래일 터인데 수인은 팔짱올
낀 모습이다. 박흥국의 지적대로 코와 입술이 마모되었을 뿐이고 원래
모습은 이것이 아닐 것이기에 지애로운 어머니로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
일 수 있다 12)
〈사진 4) 정주 남산 푸쳐골 잡실 부처
11) 박흥국 r.신라의 마옴 경주 냥산, (한킬아트. 2002) ‘ 26-27쪽
12) 같은책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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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읽기 25
하지만, 전체 자세나 팔쩡을 낀 수인, 작은 감실에 숨은 듯 자리한 형
상, 간단하게 처리한 가사의 주름, 연꽃 문양도 없이 단순한 곡선으로
처리된 좌대 등을 보면 질박함을 한껏 드러낸 불상이라 신라의 평범한
아주머니의 모습을 한 부처라 판단해도 좋다. 이 불상은 너무도 온화하
고 질박하여, 불상을 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움과
평안함을느낀다.
신라의 부처를 보면 처음엔 하늘에서 떨어지나 점점 땅에서 솟아난다.
신라인은 불교를 신라화하여 이 땅 신라가 바로 불국토라 생각하였다.
왕은 전륜왕, 화랑은 미륙의 화신이었다. 경주 남산이 수미산이요, 통해
변에 나타나는 신기루는 건달파성이었다. 그러니 불상도 차츰 신라인의
모습을 하였다. 부처골 감실 부처 또한 신라인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부
처이다.
삼국유사를 보면 부처가 걸인이나 미천한 신분의 사람으로 나타난 이
야기들이 전한다. 석가모니는 왜 걸인의 모습으로 신라에 내려오셨을까?
이와 같은 상상력이 가능한 것은 모든 이들이 부처님의 품격을 갖고 있
기에 자신을 갈고 닦으면 누구나 부처님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대승
의 진리를 신라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였기 때문이다. 신라인들
은 저 높고 눈부신 곳에서 불교를 끌어내려 속세의 삶 속에서 그것을 구
현하려고 하였다. 절에서만 불법을 따른 것이 아니었다. 농민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자비로 베풀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합
장을 하며 감사하였다. 일을 히면서도 관음보살님이 뿌리신 빛이 흙 알
갱이 사이사이에 묻어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집을 짓는 데서부터 나라
의 큰일에 이력까지 부처님의 뜻에 따라 하였다. 쟁기로 밭을 갈다 말
고 ‘나무아미타불’을 외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불
렀으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극락왕생을 빌었다 13)
이처럼 부처골 감실 불상 앞에 선 이들은 불교를 모르더라도 자연스레
13) 이도홈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푸른역사, 2000) , 133-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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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우리춤 연구 【제 4 집]
진속불이를 깨닫는다. 우리 주변에 흔한 아주머니가 갖는 질박함과 포근
함 속에 폭 안기다 보면 어느새 어머니 품이 되고 그것이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임을 새삼 느낀다. 그리 그 품에 빠져 인연을 거슬러 오
르다 보면 바로 그 어머니가 부처임을 깨닫게 된다. 이 부처 앞에 서면
이것이 과장이 아님을 느낀다. 이처럼 성스런 세계와 일상, 부처와 중생
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진리는 바로 대중들이 사는 일상에 있다. 대중
도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 부처가 된다. 대중도 저 질박한 불상에
서 진속불이를 깨달으면 부처가 된다. 일상은 성스러움에 비추어 그 속
에 담긴 진리를 드러내고 성스러운 것은 일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삶에서
이해되고 작용하는 진리가 된다.
이처럼 일상은 성스러움에 비추어 그 속에 담긴 진리를 드러내고 성스
러운 것은 일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삶에서 이해되고 작용하는 진리가 된
다. 불상(예술)은 불교(종교)의 성스러움을 통해 아우라를 담고 일상을 초
월하는 궁극적 진리를 드러내며, 불교(종교)는 불상(예술)을 통하여 궁극
적 진리를 대중의 일상의 삶에서 펄떡이는 구체적인 진리로 빛나게 한
다. 불상(예술)이 일상을 초월하기에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진리
의 빛을 모색하며, 일상의 진리로 반짝이기에 대중과 하나가 된다. (불
교와 불상, 종교와 예술, 성스러움과 일상의) 괴리는 예술의 역동성과
창조성이고 (양자의) 공감은 예술의 진정성과 구체성이다.
6. 맺음말
서양의 실체론으로 보면 딱정벌레 한 마리가 인간의 발에 밟혀 생명이
끊어지면 그것은 죽은 것이다. 하지만 개미가 그 폼뚱이와 더듬이와 다
리를 해체해선 가져가 여왕개미를 먹이면 여왕개미는 쑥쑥 개미 알을 낳
고 남은 껍질에도 수 억 마리의 미생물이 어디에선가 와 생명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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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읽기 27
를 펼친다. 그러니 불교의 사유로 보면, 딱정벌레는 죽은 것이 아니라
개미와 미생물로 변한 것이다. 이처럼 불교와 서양의 주류 철학은 사유
방식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분적으로 불교의 용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불상과 불교미술마저 서양의 미학과 시각으로 감상하고 비평하였
다. 이는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이다. 이제 불교의 논리에 따라 불교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하고 비평을 한 후 서양의 사유와 미학에 따른 읽
기를곁들여야하리라.
불교적 사유로 불교 예술작품을 한 번 읽어보지는 취지로 졸고를 작성
해 보았다. 언어로는 부처님의 마음에 다다들 수 없다. 그렇듯 언어와
사유만으로는 예술작품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 이를 수 없다. 이론은 예
술 작품을 가두는 족쇄이다. 창작의 면에서는 의도할수록 예술성에서 멀
어진다. 감상의 면에서는 아는 것과 이론에 의존할수록 작품이 가지고
있는 진미를 놓치게 마련이다. 일단 불교적 사유로 불교예술을 읽은 다
음에는 이에서 벗어나야 하리라. 깨달음이 곧 집착이란 선가의 말은 예
술작품의 감상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 논문투고일자 : 2007. 4. 30. / 심사밀자 : 2007. 5. 10. / 심사완료일자 :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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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우리춤 연구 【제 4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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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읽기 29
l 국문초훌 l
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원기
이도홈
불교는 언어와 형상은 물론 우주 삼라만상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이 철학의 입
장에서 보면 표현, 대상, 미적 체험 모돼l 대해 부정하기에 예술이 설 지리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동양예술 가운데 압도적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이 불교예술이다.
이 모순과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불교 철학 자체에서 미적 표현, 대상, 미적 체험을
긍정하는 논리를 찾는 작엽을 모색한 바 있다. 이 논판II서는 이의 실제로서 석굴암과
경주 남산의 불상을 이해하고 감싱하는 방안을 제짜과} 한다.
부처님의 마음은 말을 떠난 곳에 있기에 불교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을 선언한다.
하지만 인간이 진리를 드러내고 전달하는 보편적인 방법 또한 말이다. 이 모순을 해결
하는 길은 말을 방편으로 이용하되 말을 떠나 사유하는 인언견언(因言遺言)의 논리
다. 이처럼 우리가 궁극적 진리를 알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말이나 예술로 표현할 수
는 더 더욱 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석굴암 본존불을 통해 궁극적 진리의 한 자락을 엿
볼수는있다.
승조(f曾輩: 378~414?) 의 조론(製굶)과 원효(元曉)의 화쟁 연기론을 응용하면
대상을 긍정하고 예술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으
므로 사물은 공하지만 가유(假有)라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경주 남산 용장골 마
애불상은 코, 손가락 등 부분들은 전체와 완벽한 하나를 이루고 전체는 부분들을 압도
하지도, 주녹이 들게 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저것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저것은 이
것의 미를 더욱 향상시킨다. 필자가 지금 용장골 부처 앞에 있는 그 순간은 인연에 따
라 과거의 과거에서 미래의 미래에 이라까지 구세(九世)가 한 순간에 겹쳐진 때이
며 여기에 진리가 회통하고 있다.
불교는 인간이 대상과 만나 이루어지는 미적 판단과 인식, 가치를 모두 부정하고
마음의 본체에 이르고자 한다. 이에 반하여 유상유식론(有相唯購밟)은 대상,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을 행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거울이 늘 있는 그 자체대로 삼라만
상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 양상을 따라 담아내듯 진여 실체는 변하지 않지만 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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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우리춤 연구 【제 4 집]
은 인연을 따라 생멸하고 차별되고 유한하게 나타난다.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불은 인
연을 따라 생멸하고 유한하게 나타니는 대쐐 불과하다. 그 형쐐 현혹되면 불변(不
變)의 진여를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진여에 치우쳐 수연(隨緣)과 의식의 전변(轉變)
에 의해 빚어진 불싱써니 공하다고 하면 우리는 그에서 이무 것도 얻지 못한다.
부처와 중생, 깨달은 자와 깨닫지 못한 자가 둘이 아니요 하나이다. 우리 미천한 인
간들이 속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끊임없이 수행정진하여 완성된 인격〔률〕에 이
를 수 있고 또 이에 이른 사람은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들을 이끌어야 비로소 깨달음
이 완성될 수 있다. 경주 남산 부처골 감실 부처는 우리 주변의 아주머니 상이다. 우
리 주변에 흔한 아주머니가 갖는 질박함과 포근함 속에 폭 안기다 보면 어느새 어머니
품이 되고 그것이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임을 새삼 느낀다. 그리 그 품에 빠져
인연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바로 그 어머니가 부처임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일상은 성스러움에 비추어 그 속에 담긴 진리를 드러내고 성스러운 것은 일
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삶에서 이해되고 작용하는 진리가 된다. 불상(예술)은 불교(종
교)의 성스러움을 통해 아우라를 담고 일상을 초월하는 궁극적 진리를 드러내며, 불교
(종교)는 불상(예술)을 통히여 궁극적 진리를 대중의 일상의 삶에서 펄떡이는 구체적
인진리로빛나게 한다.
l 주제어 : 불교 예술 작품, 미적 체험, 인언견언(因言遺言) , 불일불이(不一不
二) , 유식학, 진속불이(률倚不二) , 석굴암본존불, 용장골마애불, 신
선암 마애불, 부처골 감실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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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으로 경주 지역 불상 읽기 31
I 1썼)stract I
Buddhist Philosophical Reading of Statues of Buddha
in Kyeongju
Lee, Do-Heum
&빼따m deny not αùy 131팽mge, φjαt, 따닙 beir핑 바t 짧oaes뼈디C 햄Jerience 뼈
않pression. 뻐~er, (JVi없h마따핑 뼈ori디es out ci oriental art v.urks are Bt뼈lùstart
v.urks. 1he way to solve 빠 contr때iαiα1 is to 생.;: for the 낭lOOry 야 logic that 빼rm
l따g펴ge, object, be뺑, aes야디C 햄Jerience 31념 gφlress~에 따 a뼈lùst mailto:뼈@빼1y.
L Witt,똥nst,잉n 앓y, ’'wbat: we 때lnot S야aka따lt we must 뼈ss over in silenc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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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es5 it, that is not truth. Ho~r, in light ci 버eory ci in-eon-gyeoηf뼈因言遺릅),
131핑uage CaIl be a ladder to rα:i, the way to the 내미nate truth. 1he St값ue of Bt뼈hain
&생벼-ternple CaIl be a way to Bt.빼뼈, 아 tru낭l
An φIject CaIlIlOt 않st. ~er, theory of 씨'-il-싫i(r얻ither 0않'-nor-tv.u) says, object in
relation to others is 밟st as a simulacra in the 않tv.uc빼핑 ci interrelationship. 1he st때Jf
of Bt.뼈ha carvir핑 an i.tmge 띠 때.;: in Yon잉앵 V왜ey is err뺑y, 배t it 생st as a simulaαa
and reveals ræaning to us.
In li양1t ci 바ory of la월때a-Vijñ밟irnãtrav젊irí: consciousness-only for 뺑ent object:
有根唯識, object 섭 a 뻐I핑 야j에 our consciousness is 며af\뺑 따넙 없n었õrrred. A rmn as
a subject ci conscious없s CaIl grasp φIject with interrel았ion ci others after 1∞빼핑 바R
st와ueof Bt뼈fua carving an i.tmge in Sir풍α1-[(낭ι
’The 잃αed31녕 산le profarte 앙 Iα tv.u in 산leOry ci ji.η'-sok.굉씨'-il어뼈ha 뼈 mar뻐I닝 압
not tv.u; 廣洛不二). Man in everyday life CaIl 뻐뾰 toward the 잃aed v.urld through the
statue of Buddha in 띠che in Bt파100 v;배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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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우리춤 연구 【제 4 집】
l 쩌\\u'd : &.빼뼈t art v.urk, aes此디C 짧rience, in-eon-gyeon-eon, 생it갱-i,
cαlSCÍ~y, jin-so.양빼-i, 남Ie Statue of &.뼈:lha in &x뺑며-ternple,
바 st따ue of&.뼈hacarv뱅 an 따Jage in rα:k in Yor맹따핑 v에ley,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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