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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김수영(1921년11월27일생) -1954년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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