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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박목월(1916.1.6 생) -귤

밤에 귤을 깐다.

겨울밤에 혼자 까는 귤.

나의 시가

귤나무에 열릴 순 없지만

앓는 어린 것의

입술을 축이려고

겨울밤 자정에 홀로 까는 귤.

우리말에는

가슴이 젖어오는 고독감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없지만

밤에 혼자 귤을 까는

한 인간의 고독감을 나타내는

말이 있을 수 없지만,

한밤에 향긋한 귤향기가 스민

한 인간의 가는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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