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一(기일) 欲作家書說苦辛(욕작가서설고신) 집에 보낼 편지를 씀에 괴로움을 말하고 싶어도 恐敎愁殺白頭親(공교수살백두친) 흰 머리 어버이를 근심시킬까 걱정하여 陰山積雪深千丈(음산적설심천장) 그늘진 산 쌓인 눈의 깊이가 천 장인데 却報今冬暖似春(각보금동난사춘) 도리어 금년 겨울을 봄처럼 따뜻하다 알리네 〈감상〉 이 시는 함경도 북평사라는 벼슬살이를 하고 있을 때, 집에 편지를 보내면서 지은 시이다. 집에 보낼 편지를 씀에 현재의 괴로움을 말하고 싶다. 북방에서의 벼슬살이가 추위를 비롯하여 쉽지 않다. 그래서 몸이 많이 야위었다. 지난해 집에서 보낸 편지와 겨울옷을 해를 넘겨서 받았는데, 집 식구는 남편이 변방에서 고생하느라 야윈 줄도 모르고 옷을 예전 입던 치수에 맞추어 보낸 까닭에 헐겁기 그지없다(「득가서(得家書)」 절새종군구미환(絶塞從軍久未還) 향서수도격년간(鄕書雖到隔年看) 가인불해정인수(家人不解征人瘦) 재출한의저구관(裁出寒衣抵舊寬)). 이러한 내용의 편지를 쓰고 싶은데, 늙으신 어버이를 근심시킬까 걱정하여 쓸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늘진 산에 쌓인 눈의 깊이가 천 길인데도, 도리어 ‘금년 겨울은 봄처럼 따뜻합니다.’라고 쓴다. 〈주석〉 〖寄〗 부치다 기, 〖愁殺(수살)〗 매우 근심하게 함(살(殺)은 깊은 정도를 표시함). 其二(기이) 塞遠山長道路難(새원산장도로난) 먼 변방 산은 길고 도로는 험하니 蕃人入洛歲應闌(번인입락세응란) 변방 사람 서울에 닿을 때면 해도 늦었겠지 春天寄信題秋日(춘천기신제추일) 봄날 보낸 편지에 가을 날짜 적은 것은 要遣家親作近看(요견가친작근간) 어버이에게 근래 보낸 편지로 여기시라 함이네 〈감상〉 먼 변방이라 산은 많고 도로는 험하니, 변방 사람이 편지를 가지고 서울에 닿을 때면 연말이 다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봄날 보낸 편지에 가을 날짜 적어 보낸 것은 부모님께서 근래 보낸 편지로 여기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외에도 『성소부부고』에는 이안눌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사람들이 자민의 시는 둔하여 드날리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그가 함흥에 있을 때에 지은 시에, ‘비 개자 관가의 버들 푸르게 늘어지니, 객지에서 처음 맞은 삼월 삼짇날이라네. 다 함께 고향 떠나 돌아가지 못한 신세, 가인은 「망강남」의 노래를 부르지 마소’는 청초(淸楚)하고 유려(流麗)하니 중국 사람들과의 차이가 어찌 많다 할 수 있겠는가 (人謂子敏詩鈍而不揚者(인위자민시둔이불양자) 非也(비야) 其在咸興作詩曰(기재함흥작시왈) 雨晴官柳綠毿毿(우청관류록삼삼) 客路初逢三月三(객로초봉삼월삼) 共是出關歸未得(공시출관귀미득) 佳人莫唱望江南(가인막창망강남) 淸楚流麗(청초류려) 去唐人奚遠哉(거당인해원재)).” 그리고 홍만종은 『소화시평』에서, “택당 이식(李植)이 하루는 동악 이안눌을 뵈러 갔는데(이식은 이안눌의 재종질(再從姪)이다), 마침 그 자리에 스님 두 분이 찾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는 정월 초닷새였고, 그전 사흘 동안 연이어 눈이 내렸다. 동악이 즉시 입으로, ‘봄날 닷새에 눈은 사흘 동안 내리고’라고 불렀다. 택당이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며 잠시 대구가 어떻게 놓일까 기다리고 있었더니, 동악이 또 ‘먼 손님 네 분에 스님이 두 분이로구나!’라 하였다. 대구가 지극히 묘하여 택당이 경탄하기를 마지않았다 (澤堂一日往拜東岳(택당일일왕배동악) 適有二緇徒來在(적유이치도래재) 時維正月之初五(시유정월지초오) 而前三日連雪(이전삼일연설) 東岳卽口占(동악즉구점) 春天五日雪三日(춘천오일설삼일) 澤堂睼視(택당제시) 姑俟其對句如何(고사기대구여하) 東岳又吟(동악우음) 遠客四仁僧二人(원객사인승이인) 儷偶極妙(여우극묘) 澤堂驚歎不已(택당경탄불이)).” 라 하여, 이안눌의 뛰어난 시재(詩才)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주석〉 〖蕃〗 울타리 번, 〖闌〗 늦다 란, 〖遣(견)〗 =사(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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