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수필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 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현 -겨울 편지  (0) 2020.02.11
정일근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0) 2020.02.10
도종환 -홍매화  (0) 2020.02.05
겨울 길을 간다/이해인  (0) 2020.02.05
이해인 -입춘 일기  (0) 202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