른 꽃대궁으로 대륙 구석구석 태양 닿는 곳마다, 조팝꽃을 벗으로 키우며 작은 꽃잎 하나와 살결 나눈 당신에게
조팝나무 이파리 사이로 안녕, 이라는 시간이 비워질 때 실핏줄 같은 뿌리로 안녕, 했지 그때 우리가 새겨진 구름도 움직이지 않았다네 모두 그늘로 들어가 깊이 누웠지
꿈으로 난 자주 하늘을 보았어
흐린 터키색이 매일매일 사라질 때마다 별사탕을 처방해주었거든
내가 처음 세상을 만난 건 배꼽을 통해서였다는데
왜 우린 서럽장 구석에서 책을 읽다가 이별했을까
쓰러지는 담벼락을 껴안고 기다림을 내려놓았는데
당신은 뭉클뭉클 벽면을 흝으며 하얗게 흔들리고 있었어
마른 침 삼키며 까슬한 가지로 써 내린 문장들
이제 그만 찾으라고, 아프지 말라고,
더흐드러지게 써내려갔다네
그 많은 문자가 작아질수록 미치게 피상적이라 생각했지 더 이상 당신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보호색을 준비하고 있었나 혹은 입술에서 기분을 보여주고 있었나 얼마나 더 숨어야 만날 수 있을까 감상적으로 일 년에 한 번씩 웃어주면서 화려한 말투로 질탕히 안부를 묻자
편지 쓴 날짜는 생략할께 건넬 때 당황스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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