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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라일락 그늘 아래서/오세영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읽지 못한 마지막 그/한 줄

 

-오세영 ‘라일락 그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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