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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과정신학 삼위일체론에 의한 ‘신학적 생태론’: 조셉 브락켄을 중심으로/홍태희.서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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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생태신학과 신학적 생태론

   1.1 생태론과 신학의 관계

   1.2 신학적 생태론의 의의

2. 조셉 브락켄의 삼위일체론

    2.1 과정형이상학적 존재 이해

    2.2 하느님 삼위일체의 존재 양식

3. 조셉 브락켄 삼위일체론의 생태론적 의미

     3.1 범재신론: 하느님과 세계의 생태적 관계

     3.2 삼위일체적 상호연결 구조

     3.3 피조물의 내재적 가치와 고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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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는 기어이 세계의 인간 활동을 급격히 위축시키며 팬데믹 상황을 만들고야 말았다. 산업화 이후 대두되기 시작한 환경 위기와 근대주의가 불러일으킨 효율적 사회에 대한 맹목적 추구는 물질과 정신 모두에서 피조물 전체가 함께 공존하는 세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이것은 곧 현대의 환 경과 생태적 위기란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되는 세계를 정신과 생명의 역동성을 간과한 채 인간 활동의 도구로만 바라본 결과라는 성찰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었다. 급기야 생태 계에 대한 억압은 인간을 향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고, 새로운 질병의 무차별적 확산과 함께 인간이 활동을 멈추어 설 수밖에 없는 급격한 관계와 자유의 제한을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경험하고 있다. 일찍이 교회는 그리스도교의 군주적 신관이 인간과 자연물의 관계 또한 지배와 종속의 관계로 이해하도록 이끎으로써 현실로 다가온 지구의 생태 위기에 그리스도교가 일조하여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1)

 

     1) 생태 위기의 그리스도교 책임론을 제기한 인물로 Lynn White가 널리 알려져 있다. Lynn White, “The Historical Roots of the Ecologic Crisis.”, Science, 155(1967), 1203-1207; 이유선 역,「생태계 위기 의 역사적 기원」,『과학사상』, 1(1992, 봄), 283-295. 

 

즉 세계의 모든 자연물에 대하여 인간이 위계적 우위를 갖고 자신의 목적에 따라 도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간중심주의의 정신적 기초를 그리스 도교가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 이야기를 포함한 성경에 관한 주석학적 결론은 인간중심주의가 결코 성경 적 주장이 아니며, 오히려 그리스도교의 창조론을 상실한 것이 생태 위기를 초래한 원인 이라는 반론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리스도교의 전통을 통하여 전승되는 가난과 정주 등 자연 친화적인 정신적 가치는 생태 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나아가야 할 삶의 양식에 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생태 위기의 맥락은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고 공존하는 새로 운 문명을 지향하게끔 하고 있으며, 생태론에 관한 다양한 담론과 함께 신학에서도 하느 님의 계시를 새롭게 해석할 과제가 주어졌다. 본고에서는 생태 위기의 맥락에서 응답하는 다양한 신학의 방법론 중에서, 위로부터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하느님에 관한 계시가 제시하는 ‘신학적 생태론’(theological ecology)2)에 관한 담론을 열어가 보고자하며, 모든 경험의 유기적 과정을 존재의 기초로 하는 과정신학의 삼위일체론을 통하여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셉 브락켄(Joseph Bracken, 1930~ )은 화이트헤드 유기체 철학의 배경에서 사회적 존재론을 통하여 범재신론으로서의 삼위일체론을 전개하였다. 과정형이상학의 틀 안에서 그는 하느님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관계의 구조로 세계 안에 살아있으며, 그것들의 공동체적 연결 구조가 일정한 질서를 갖고 상호주체성을 형성함으 로써 하나의 실체로 경험된다는 사회적 존재론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하느님의 내 재적 삼위일체의 관계로 확장하여 해석하였다. 그러한 연결 관계는 단순한 산술적 합의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상부구조를 창출하여 그 구성원들을 통합 조정하는 상호주체적 정 신이 생성되는 것으로 세 위격의 일치가 하나의 하느님으로 인식되는 근거가 된다. 세계의 모든 피조물 또한 하느님의 내재적 삼위일체의 존재 유비로서 그 상호연결의 공동체적 실체 안에서 각 개체가 고유 가치를 갖는 동시에 일정한 질서를 갖는다는 사유 를 통하여 하느님의 계시로부터 인식될 수 있는 ‘신학적 생태론’을 발견하고자 한다.

 

1. 생태신학과 신학적 생태론

2015년 프란치스코 교종은 유엔의 ‘기후변화회의’3)를 앞두고 지구의 환경과 생태 위기 에 관하여 교회가 최초로 반포한 회칙『찬미 받으소서』(Laudato Sĭ)4)를 발표하며 인류의 변화와 회심을 촉구하였다. 그 이전에 이미 교회는 1964년 바오로 6세 교종의 회칙『민 족들의 발전』5)을 통하여 인간 중심적 기술주의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적 접근을 넘어 인류 개개인 혹은 공동체의 생활 양식 변화를 이끌어 내는 ‘생태적 회개’6)라는 근본적이며 내적 변화를 촉구하였다.

 

      2) ‘생태 신학’(ecological theology)과 구별하는 의미의 개념으로서, 위로부터의 ‘신학적 생태 론’(Theological Ecology)에 접근하는 방식에 관한 논문으로는 Eugene R. Schlesinger, “A Trinitarian Basis for a ‘Theological Ecology’ in Light of Laudato Si”, Theologocal Studies, 79(2018), 339-355. 를 참고하였다.

     3) 2015 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Conference: 2015년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프랑스 파 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국제회의.

     4) 프란치스코 회칙, Laudato si,『찬미받으소서: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교황 회칙』,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2015). 이하 LS.

     5) 성 바오로 6세 회칙,『민족들의 발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67).

     6) LS 217-220.

 

이것은 현대의 생태 위기 상황은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정신적 이고 영성적인 문제라는 인식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비롯한 창조된 자 연 모두는 창조주인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일치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공동체적 존재 라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신앙의 측면에서 진정한 생태적 회개를 위한 첫걸음이자 그 기초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1 생태론과 신학의 관계

20세기에 들어서며 인간이 경험하게 된 생태 위기의 상황에 대한 반응은 우선 환경 파괴적 산업 문명을 정부의 규제나 기업 윤리 혹은 시민의식의 개선과 더욱 발전된 과학 기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노력을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환경 관리적 입장은 근본적 가치관의 변화 없이 상황의 미봉책만 제시할 뿐이라 는 비판을 받으며, 자연을 자연 자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생태중심적 담론에 의해7) 좀 더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는 생태론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담론은 심층생태론(Deep Ecology) 및 사회생태론(Social Ecology), 생태여성주의(Ecofeminism)의 형태로 나타났으 나, 자연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주체가 또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결국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8)

 

      7) 이러한 담론들은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가 1949년 발표한 그의 논픽션 고전인『모래군의 열두 달』A Sand County Almanac, 송명규 역, (서울: 따님, 2000)에서 제기한 ‘땅의 윤리’(Land Ethic)와, “산과 같이 사고하기”(Thinking like a mountain), (1966) 등에서 시작하여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1962년 출간한『침묵의 봄』Silent Spring, 김은령 역, (서울: 에코리브르, 2011) 등에서 환 경 운동의 실천적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8) 정선영,「왜 심층생태주의인가: 생태비평의 세 가지 근본주의 생태론 고찰」,『인문사회』, 21(2015), 380. 

 

한편 심층생태론이 가져온 철학적 관점은 생물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생의 원리를 추구하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인간의 역할을 축 소하는 생명평등주의(biospherical egalitarianism)로 나타났으며, 나아가 극단적으로는 반인 간주의적 경향에까지 도달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근본주의적 경향의 생태론은 인간은 자 신의 생명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것 이외에는 여타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물과 생 명의 풍부함을 훼손할 권리가 없음을 선언하며 인간의 간섭이란 불필요한 것이거나 해악 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정신적인 면에서 우주와 하느님을 동일시하 는 범신론 혹은 가이아(Gaia) 생명론 등으로 표현되곤 하였다.

신학에서 생태적 관점은 하느님의 피조물인 세계 만물이 모두 고유한 저마다의 내적 가치를 갖는다는 의식과 그 존재가 하느님의 내적 존재양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창조론으 로부터 출발한다. 세계의 모든 피조물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하느님을 계시하고 있으 므로 자연을 통하여 하느님을 알 수 있다는 아퀴나스 전통의 신학적 해석은 하느님과 세 계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지만, 그것은 생명평등주의와는 달리 존재에 관한 위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즉 피조물들은 각기 저마다 하느님과 고유한 관계 안에서 다양하게 하느님의 선성(善性)을 드러내는 내재적 가치를 갖고 있지만, 그것이 모든 피조 물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획일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이었다.9) 신 학의 이러한 측면은, 그리스도교 신학이 인간중심주의를 고착시켜 반생태적 정신의 배경 을 이루었다고 비판받는 근거가 되어 왔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자연물을 성스럽고 평등한 것으로 존중하여 그 자체에 신성을 부 여하는 방식의 생태론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그러한 인식을 주도하게 됨으로써 변형된 인 간중심주의적 방식이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생태론이란 피조물에 의하여 주도되는 것이 아닌, 세계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창조의 원천과 그 관계를 의식하 는 생태론으로 변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하느님이 자신을 드러내는 계시와 관련하여, 그 존재와 관계 방식으로부터 모든 자연물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방식의 가치와 관계성을 성찰하는 ‘신학적 생태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학적 생태론’이라고 하는 개념은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느님의 “영광” (Herrlichkeit)에 주목하였던 발타살(Hans Urs von Balthasar, 1905~1988)이 ‘신학적 미 학’(theological aesthetics)이라는 개념을 전개하였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발타살은 미적 감각을 통한 하느님 체험을 ‘신학적 미학’(theological aesthetics)으로 정의하며, 미학을 신학의 범주에서 전개하는 ‘미학적 신학’(aesthetic theology)의 개념과 구분하였다. ‘미학적 신학’은 미학을 세속적이고 철학적인 범주가 아니라 신학의 범주들에 서 행하는 미학을 의미하고, ‘신학적 미학’은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신학의 독창적 방법 들로부터 미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10)

 

      9) 조현철, "Interconnectedness and Intrinsic Value as Ecological Principles: An Appropriation of Karl Rahner's Evolutionary Christology", Theological Studies, 70(2009), 633.

     10) Hans Urs von Balthasar, The Glory of the Lord: A Theological Aesthetics, vol. 1, Seeing the Form, ed. Joseph Fession and John Riches, trans. Erasmo Levia-Merikakis, (San Francisco: Ignatius, 1982), 117.

 

발타살은 ‘존재의 유비’ 차원에서 아름다움을 존재(Being)와 선(the Good)이 수반되는 초월적 범주로 봄으로써 아름 다움과 계시를 연결하였다. 그러므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의 존재와 그 관계적 활동을 하느님 존재의 유비 적 관점에서 바라보아, 하느님의 내적 존재 방식 및 피조물과 관계하시는 방식이 드러내 는 생태론적 의미를 고찰하는 신학적 방법론을 ‘신학적 생태론’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 것은 사회 현상의 맥락에서 출발하여 신학적 해석을 수행하는 방법론을 통칭하는 ‘생태신 학’(Ecological Theology)과 구별하여 신앙의 근원이 되는 하느님 이해로부터 출발하는 위로부터의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1.2 신학적 생태론의 의의

생태중심 생태론과 신학적 생태론은 인간과 자연 어느 한쪽의 일방적 지배보다 상호 통합적인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같은 시각을 공유한다. 세계 안의 모든 생명 이 저마다의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으며, 다양성이 존중되고 상호 친교에 기초한 공동체 적 삶을 추구하면서, 위계적인 지배-종속의 관계를 반대한다는 점 또한 두 생태론이 공통 으로 갖고 있는 시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태위기의 단초가 되는 인간중심주의의 정신 적 태도를 극복하는 접근방식에 있어서, 생태중심 생태론은 자연 혹은 모든 생태계 구성 원의 평등성에 초점을 맞추어 전환하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신학적 생태론은 창조의 주 체이며 세계 안에 내재하여 소통하는 하느님에게로 향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신학적 생태론’은 환경 위기에 응답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모든 담론을 포함하는 넓 은 의미에서의 ‘생태 신학’에 속하는 한 범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구의 생태적 문 제를 포함하여 직면하고 있는 위기적 상황의 제반 현상에 관하여 신학의 범주인 윤리, 영 성, 사회 교리 등의 방법론에 의해 그 응답을 전개하는 ‘아래로부터’의 신학방법과 비교 하여, 성경에 근거한 하느님의 계시로부터 세계에 내재하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피조물과 의 관계를 성찰하는 ‘위로부터’의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모든 피조물의 생 태계를 통하여 드러나는 삼위일체적 하느님의 창조와 세계 내주에 관한 통찰에 근거하여 피조물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보살피는 방법에 영감을 줄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회의 관계적 원리를 제시할 수 있다. 창조주 하느님의 계시로부터 접근하는 위로부터의 방법은 우리가 환경과 생태문제에 응답하는 것이 곧 창조주이자 구원자인 하느님에 관한 신앙 행위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신앙의 실천과 생태적 실천은 서로 구분되는 별개의 활동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시에 응 답하는 동일한 신앙 행위라는 점에서, 삼위일체론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신학적 생태론 은 생태위기에 다양하게 응답하는 생태 신학이 신앙이 비롯되는 근본적 계시에 근거하도 록 하는 준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그리스도 신앙의 근본 계시인 삼위 일체론으로부터 하느님이 존재하며 활동하는 생태적 관계의 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근거 하여 인간이 자연과 피조물을 대하는 원리를 찾는 방법은 ‘신학적 생태론’의 핵심적 방법 론이 될 수 있다. 하느님과 세계를 구분하여 생각하던 전통 신학의 관점에서 탈피하고 있는 현대의 신학 체계들은 초기 교회 공동체가 인식하였던 구원 경륜의 하느님 관점과 연관하여 세계를 하 느님이 편재하여 활동하시는 장으로 인식한다. 또한 동시에 우주적 창조계에서 초월자를 인식하는 능력을 가진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인간의 위치에 관한 역할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의 생태 위기란 다양하게 전개되는 복합적이면서 상호 관계적 인 유기적 공동체의 문제라고 인식한다. 즉, 개인의 문제로 보거나, 혹은 사회구조적 문제 로 보거나, 혹은 순환적 자연 질서가 망가진 문제 등으로 단순화하는 것을 거부한다. 특히 세계와 함께하는 하느님을 설명하고자 하였던 삼위일체론의 공동체적 관점은 인 간으로 하여금 창조주를 의식하고 자신의 피조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하느님 안에서 모든 피조물과 일치되어 존재하는 자신의 위치를 경험하고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영성의 통합적 인식으로 이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론을 중심으로 하는 신학적 생태론은 하느님 의 존재방식이자 세계와의 관계 방식인 삼위일체의 계시로부터 세계의 관계방식에 관한 원리와 원형을 제시함으로써, 환경보존주의와 생태중심주의 그리고 우주생명론과 같은 범 신론이 갖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2. 조셉 브락켄의 삼위일체론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Alfread North Whitehead, 1861-1947)가 체계화를 시도하 였던 과정사상(Process Thought)은 존재의 개념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자적 개체로부터 관계적 합생(合生, concrescence)11)을 지속하는 창조 ‘과정’ 자체로 전환하였다.

 

     11) 화이트헤드가 관계적 생성의 원리로 설명한 ‘합생’이란 “다수의 사물들로 구성된 우주가 그 다자의 각항을 새로운 일자의 구조 속에 결정적으로 종속시킴으로써 개체적 통일성을 획득하게 되는 그런

 

과정 형이상학을 기반으로 한 과정신학은 모든 존재는 상호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으며 하느님 과 세계의 피조물과의 관계 또한 같은 패턴을 갖는다는 자연주의적 입장을 갖는다. 이러 한 과정신학을 배경으로 삼위일체론을 전개한 미국의 가톨릭 신학자인 조셉 브락켄은 변 형된 화이트헤드주의 관점의 사회적 존재론을 기반으로 삼위일체론을 전개하였다. 그는 구별되어 인식되는 위격의 독립성과 삼위일체로서의 일치에 관한 내재적 존재 방 식을 그의 사회적 존재론을 통하여 설명하면서, 세계의 모든 피조물의 개체적 고유 가치 와 상호연결성을 하느님의 지속적 창조 과정의 관계 안에 놓여있는 세계의 유기적 구조 로부터 설명하였다. 이러한 그의 과정사상적 삼위일체론을 ‘신학적 생태론’의 관점에서 살 펴보고자 한다.

 

2.1 과정형이상학적 존재 이해

과정사상에서 존재에 관한 질문은 그 존재의 생성(becoming)에 관한 질문과 같은 의 미를 갖는다.(PR 23/87) 즉 세계 안에서 경험의 주체인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 혹은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들은 매 순간 발생하는 타자와의 ‘합생’의 관계를 통하여 ‘느낌’(feeling)과 ‘파악’(prehension)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만족’(satisfaction)을 향하 여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존재는 소멸하지만 새로운 ‘자기초월체’(superject)가 또 다른 ‘현실적 존재’로서 살아있게 된다. 이처럼 지속해서 창조되는 과정 자체가 존재 에 관한 궁극적 형이상학의 원리가 된다는 것이 과정사상의 존재 이해이다.12)

 

      12) 회이트헤드는 이것을 “이접적(disjunctive)으로 주어진 존재들과는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존재를 창 출해 내는 이접에서 연접(conjunctive)으로의 전진”(PR 21/84)이라고 표현하였다.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Alfred North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 Corrected Edition, ed. David Ray Griffin and Donald W. Sherburne, (New York: The Free Press, 2013), 211;『과정과 실재: 유기체적 세계관의 구상』, 오영환 역, (서울: 민음사, 2003), 424. 이하 PR. 

 

이러한 ‘합생’의 과정에는 물리적 계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성을 통제하는 개념적 파악 또한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개념적 파악의 주체적 지향(PR 25/90)을 갖고 새로 운 창조를 거듭하는 현실적 존재는 ‘물질적 극’(physical polar)과 ‘정신적 극’(mental polar)이 통합된 계기로서 스스로 자기 초월의 주체가 된다. 즉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경 험적 계기의 존재는 각기 그 ‘극’의 강도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정신과 물질이 통합된 주체이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고유한 정신적 활동을 주체성의 근거로 봄으로써 다른 모든 자연물을 도구적 객체로 판단하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그 형이상학적 바탕에서부터 부정한다. 그렇지만 ‘현실적 존재’는 경험의 물방울과 같은 것이므로 우리가 감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존재의 실체적 단위는 아니다. 현실적 존재는 세계를 통하여 그들의 ‘복합 체’(nexus)로서 존재하며 ‘사회’(society)를 이루어 실체로서 경험된다. 브락켄은 화이트헤 드와 달리 현실적 계기들이 구조를 갖고 결합한 실재로서의 ‘사회’를 존재론적 단위로서 파악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보다 경험 가능한 실체적 접근을 하였다.13) 화이트헤드에게 ‘사회’란 단지 ‘현실적 존재’로부터 출발하여 그것들의 결합체로서 특 정한 질서를 갖는 파생적 개념이었다. 브락켄은 자연과학에서 흔히 경험되는 전기장, 자 기장 등의 ‘장’ 개념을 도입하여 특정한 공간 안에서 전체와 부분들이 서로에게 반응하고 영향을 받는 ‘장’으로서의 실체를 생각하였다. 그것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입자적 실체의 존재 개념과는 달리 사회적 심리적 현상까지 포괄하여 공동체적 존재로서의 ‘사회’를 의 미하는 것이다. 경험 계기들이 계승되고 지속되어지는 장소로서 사회적 실체는 그것들의 관계성이 특 정한 질서를 갖고 구조화됨으로써 보다 높은 차원의 사회가 그것을 구성하는 하부 사회 들과 연결되어 소통하는 구조를 갖는다. 브락켄은 특정한 ‘장’의 내부에서 다양한 경험 계기의 사회를 통합하기 위하여, 그 안의 무수히 많은 다양한 소사회를 협력하도록 하는 ‘우위(優位)-소사회’(dominant sub-society)가 형성되어 존재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이것은 다양한 소사회의 상호주체성을 갖는 소사회이다. 예를 들어 고등 동물에게 그 실체적 존재란 단지 세포들의 합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soul)이라는 의식적 활동이 그에 속해 있는 모든 장기와 기관을 통합하는 기 능을 한다. 낮은 단계의 생물과 무생물 역시 그 통합적 정신의 강도는 다를지라도 전체를 통합하는 어떤 행위자가 있음을 가정할 수 있다.14)

 

       13) Joseph Bracken, One in the Many, Grand Rapids (Michigan: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2001), 3. ‘실재’(reality)는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감각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모두 포함하며 ‘가상’의 반대 개념이다. ‘실체’는 술어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을 포함한 subsistent의 개 념으로 반대되는 개념은 ‘속성’이다. 감각 가능한 물질성을 포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14) David Ray Griffin, “Whitehead’s Philosophy and some General Notions of Physics and Biology”, in Mind in Nature: Essays on the Interface of Science and Philosophy, Ed. John B. Cobb & David Griffin, (University Press of America, 1977), 133.

 

이것은 다양한 소사회를 통합하는 상 호주체성을 갖는 사회이며, 우리가 실체로서 경험 가능한 사회적 실재의 핵심적 요소가된다고 보았다. 브락켄은 이러한 ‘장’의 내부에서 그것을 통합하여 조정하는 우위-소사회가 무수한 현 실적 계기로 이루어진 몸을 지배하여 의식을 행사함으로써 존재로서의 단위를 갖는다는 의미의 사회적 존재론을 주장하였다.15) 즉 ‘구조를 갖는 활동의 장’(Structured Field of Activities)으로서의 ‘사회’를 통하여 경험되는 실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변화하는 세계 안에서 독립적 연속성을 갖고 유지되는 전통적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실체와 유사하다. 그렇지만 브락켄의 사회적 실체 개념은 다양하게 존재하는 소사회가 끊임없는 합생의 과 정을 통하여 서로에게 속하기도 하고 때로는 높은 단계의 사회에 참여하기도 하므로, 독 립적이며 입자적인 실체 개념과는 달리 상호 관계적이며 과정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2.2 하느님 삼위일체의 존재 양식

삼위일체에 관한 신학 전통은 신앙을 매개로 한 그리스도인의 하느님 체험에서 비롯되 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경험하게 된 그리스도인이 그들의 하느님 경험을 세 위격의 인격적 특성으로 고백하며 신학적 서술의 과정을 거쳐 삼위일체론이 형성되었다. 이것은 세 위격을 고정된 실체 혹은 비인격적 원리의 하느님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살 아가며 만나게 되는 역동적 주체 즉 활동의 중심으로 경험하는 것이었다. 전통적 아퀴나스 신학에서 ‘자립하는 것으로서의 관계’ (relationem ut subsistentem)16) 라고 정의된 하느님 위격은 아버지, 아들, 영으로 경험되는 서로 다른 주체적 초점 혹은 활동의 중심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위격 각각은 인격적 자존성을 갖고 아 버지, 아들, 영으로서의 자신의 고유한 역할을 가질지라도 세 위격은 그 관계성 안에서 온전히 동일한 의지로 계시된다. 이에 관하여 브락켄은 위격의 자존성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한 분 하느님으로서 일치를 이루는 하느님을, 온전한 상호주체성을 갖고 있는 위격들의 상호 인격적 과정의 공동체라 고 설명하였다.17)

 

    15) Joseph Bracken, Trinity in Process: A Relational Theology of God, ed., Joseph A. Bracken-Marjorie Suchocki, (New York: The Continuum Publishing Company, 1997), 100.

   16) T I, q.29, a.4, corpus;『신학대전』제3권, 정의채 역, (서울: 바오로딸, 1999), 220.

    17) 이것은 동일한 사회적 삼위일체론이지만 위격들의 친교적 공동체로 파악한 몰트만과 헤리베르트 뮬렌(Heribert Mühlen, 1927-2006) 및 에버하르트 융엘(Eberhard Jüngel, 1934~ )의 삼위일체론과는 다른 차별성을 드러낸다. 브락켄은 몰트만과 뮬렌 및 융엘 등의 삼위일체론이 위격들의 구별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며 성령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일치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였다는 점에서, 진정한 일치를 설명하지 못한 삼신론이라고 비판하였다. Joseph Bracken, “Process Philosophy and Trinitarian Theology”, Process Studies, 8/4(1978, Winter), 218-220. 

 

그는 인격적으로 경험되는 하느님 위격을 화이트헤드적 용어로 ‘온전하게 실제적이면서 연속적이고 개별적으로 구조화 된 사회’라는 측면에서 세계 내 존재와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파악한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하느님 위격은 무한한 신적 특성에 의해 동일한 활동 장소 안에서 ‘경험의 범위와 깊이에서 무한한 의식을 가졌다’18) 는 점에서 유한한 계기의 세계 내 현실적 존재와는 구별된다. 브락켄은 세 위격이 공동으로 구성하는 하느님 활동의 장소를 ‘하느님 매트릭스’란 용 어로 설명하였다.19) 그곳은 하느님 본성으로서의 창조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곳으로, 유한 한 현실적 계기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많은 현실적 존재의 역동성에 의해 구성되어 지는 ‘활동의 장’(Field of Activities)20)이라고 할 수 있다. ‘장’은 실체로서의 의미를 갖 는 것으로서, 이곳에서 매 순간 하느님 위격들의 ‘의지를 가진 활동’이 작용하며 끊임없 는 창조가 지속되어 세 위격의 공동체적 생활 안으로 통합된다.21) 그리하여 그 안에서 세 위격은 각기 고유한 역할을 제외한 모든 것을 공유하며 일치된 한 분 하느님으로서 존재론적 결합을 구성한다.22) 하느님 창조 활동의 장으로서의 매트릭스는 현실 세계와 관련된 유한한 경험 계기들과 그에 관한 신적 의지가 역동적 관계 안에서 복합되어 이루 어지는 곳으로서 철저히 현실적인 실재라고 할 수 있다. 화이트헤드는 신과 세계와 관련되어 신의 본성을 ‘원초적 본성’과 ‘결과적 본성’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23)

 

       18) Bracken, Trinity in Process, 100.

       19) 홍태희, “조셉 브락켄의 사회적 삼위일체 모델 연구”,『신학과 철학』, 32(2018, 봄), 55-56.

       20) Joseph Bracken, “Creatio ex nihilo: A Field-Orientd Approach”, Dialog: A Journal of Theology, 44(2005, Fall), 248; “Pantheism: A Field-Oriented Approach”, in In Whom We Live and Move and Have Our Being: Panentheistic Reflections on God’s Presence in a Scientific World, ed. Philip Clayton-Arthur Peacocke and Grand Rapids, (Cambridge: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2004), 214-215; “Panentheism Process Perspective”, 103.

       21) Bracken, “Pantheism: A Field-Oriented Approach”, 212.

       22) Ibid., 215, 219.

       23) 화이트헤드는 신 또한 하나의 현실적 존재로서 동일한 위상을 갖게 된다고 보았다. 그것은 경험을 통 한 물리적 파악의 수용적 위상과 ‘원초적 본성’에 의한 개념적 파악의 반응성 위상,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통합되는 위상으로서 ‘결과적 본성’으로 이루어진다. 시간적 조건하에서 창조된 세계의 현실적 존재는 창조되자마자 소멸되어 다시 새롭게 생성되는 존재들의 여건이 되는 것으로 존재하지만, 그러나 신의 결과적 본성은 소멸하지 않고 ‘영원적’(everlasting)이라는 점에서 유한한 속성의 세계내 존재들과 구별된다. PR 346/654.

 

그리고 브락켄은 세 위격의 세계와의 관계를 화이트헤드의 신의 본성과 관련하여 이해하고자 하였다. 성부는 세계에 대하여 ‘최초의 지향’(initial aim, PR 244)을 통해 창조와 진선미의 원리를 제시하고, 성자는 육화를 통하여 약하고 유한한 물 질성을 취함과 동시에 피조물과 함께 성부의 의지에 응답한다. 그 과정에서 성부와 성자 의 일치는 온전한 현실태를 창출하며 세계가 향하는 방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성령은 세계와 하느님 사이의 모든 국면에서의 이러한 활동을 조화시키고 촉진한다. 브락켄의 용어로 설명하자면, 성부는 모든 세계 내 가능태의 실체적 근원(subsistent principle of potentiality)으로서 모든 유한한 계기에게 ‘최초의 지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성자는 세계 내 모든 잠정적인 현실태(provisional or current actuality)의 실체적 근 원으로 성부의 지향에 반응하여 단지 가능태에 불과한 것들을 현실화 한다. 성령은 궁극 적 현실태(ultimate actuality)의 실체적 근원으로 성부의 지향과 유한한 계기들과 함께 하 는 성자의 응답을 지속적으로 촉진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느님의 내적 존재 방식은 모 든 창조계로 전달되는 것이다.24) 브락켄의 삼위일체론은 ‘장’이론을 적용한 사회적 실체론을 통해서 하느님 세 위격이 존 재적 일치를 이루는 실존적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의 논의들처럼 내재와 경 륜을 구별하여 생각한다면, 그의 삼위일체론은 ‘우리를 위한 하느님’이라는 경륜적 방식의 인식보다, ‘하느님 자신으로서의 하느님’을 나타내는 내재적 방식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다. 그것은 내재에 관한 이해가 경륜을 이해하는 준거가 된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25) 이런 측면에서 브락켄은 하느님과 세계의 관계에 관한 경륜적 삼위일체가 하 느님 자신의 존재방식에 관한 내재적 삼위일체 안에 잠긴다(immersing)고 보았다.26)

 

       24) Bracken, Trinity in Process, 101-102.

       25) Joseph Bracken, “Trinity: Economic And Immanent”, Horizons, 25(1998, Spring), 21-22.

       26) Bracken, “Trinity: Economic And Immanent”, 7-22; 백충현,「삼위일체론에 대한 과정 신학의 반응 들」,『한국조직신학논총』, 27(2010), 178-184.

 

세계의 모든 현실적 계기가 세 위격의 활동을 통하여 끊임없이 하느님의 존재 안으로 소통되며 통합된다는 과정신학의 신론은 근본적으로 감동과 고통을 나누는 하느님으로 이 해한다. 세계의 모든 활동은 하느님의 내재적 생활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절 대적 전능자로서 불변하는 하느님과는 맞지 않으므로 하느님의 자유의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 그러나 하느님 위격이 활동하는 ‘매트릭스’는 유한한 속성의 세계 내 존재들에 비 하여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무한성을 속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과 세계 존재 들과의 소통은 하느님에게 영향을 주기보다 그 안으로 통합되어 잠긴다고 할 수 있다.

 

3. 조셉 브락켄 삼위일체론의 생태론적 의미

3.1 범재신론: 하느님과 세계의 생태적 관계

고전적 유신론(theism)이 하느님과 세계를 분리하여 이원적으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전 지전능한 절대적 심판자 개념의 신관을 제시하여 왔다면, 세계를 곧 하느님의 존재와 동 일한 것으로 인식하며 세계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은 없다고 보는 범신론(pantheism)으 로서의 신관도 오랫동안 존재하여 왔다. 특히 범신론은 자연 세계와의 일치를 강조하며 인간과 자연의 무차별성을 전제함으로써 현대의 생태중심주의 혹은 뉴에이지적 생태론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양 극단을 통합하여 이해하는 측면에서, 자존성과 무한성을 갖는 창조의 근원인 하느님이 유한한 실존적 한계를 갖는 세계를 포함하여 초월적으로 존재한다는 범 재신론(panentheism)이 존재한다. 초월적 하느님이 동시에 물질적 세계에 내재한다는 인식 은 육화 신앙을 바탕으로 인간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양한 초기 신앙으로부터 그리스도교 의 신관 안에 근본적으로 존재하여 왔다. 그러나, 헬레니즘화 및 로마 및 중세 유럽의 봉 건 시대를 지나오며 그리스도교의 대중적 신관은 공감하는 하느님보다 절대적 군주로서의 유신론이 득세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과정신학의 신관은 하느님의 존재방식 또한 세계의 현실태와의 상호 관계를 통하여 실 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세계와 소통하며 응답하는 하느님은, 절대적 군주로서 일방적이고 초자연적인 개입에 의한 방식이 아니라, 세계의 현실적 존재들과 끊임없는 관계적 구조에 의해 자율성과 인과성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활동하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세계를 향한 창조성과 신적 의지의 지향성을 제시하는 원초적 본성(Divine primordial nature)27)과, 세계의 모든 경험을 포함하여 영원성을 갖는 결과적 본성(Divine consequent nature)을 갖는다.

 

     27) 화이트헤드는 모든 현실적 존재가 ‘정신적인 극’과 ‘물리적인 극’을 갖는 것처럼 신 역시도 양극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았다. 즉 신의 정신적인 극은 ‘원초적 본성’(Divine primordial nature)을 갖고, 물 리적인 극은 ‘결과적 본성’(Divine consequent nature of God)을 갖는다. PR 653-654.

 

이러한 과정신학의 신관은 세계에 내재하여 활동하면서도 그 세계의 모든 합보다 더 큰 무한한 속성을 갖는 초월적 신이라는 범재신론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다. 브락켄은 이러한 범재신론적 하느님을 ‘하느님 매트릭스’(Divine Matrix)라는 개념으로 실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즉 ‘하느님 매트릭스’란 삼위일체의 내재적 관계 구조가 가장 상위의 구조를 형성하고, 미소한 아원자적 입자로부터 우주의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질서를 갖는 우주의 모든 과정이 그 하부 구조로서 존재하는 공동체적 시스템의 존재인 것이다.28) 창조세계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재적 사랑의 관계로부터 비롯되어 존 재가 창발되며,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 활동의 하부 구조로 존재한다. 세계의 모든 존재는 유한한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그 매트릭스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여 동일한 생명의 시 스템 안에 포함되는 구조를 갖는다. 그는 범재신론이라는 용어가 이러한 구조를 잘 설명 한다고 보았다.29) 하느님 세 위격의 내재적 구조에서 비롯되는 세계의 관계적 구조는, 삼위일체의 존재 양식이 하느님 매트릭스 안에서 세 위격과 세계 간의 관계를 통하여 끊임없이 지속적으 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 창조의 실체적 ‘장’인 하느님 매트릭스 안에 놓여 있는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 세 위격과 지속적인 전달과 수용의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주 체적 공감을 넓혀간다. 관계적 성격의 세 위격이 서로 다른 고유의 역할을 갖듯이 세계의 모든 피조물은 각기 인간 및 창조 세계 안에서 고유의 역할에 의해 상호간 그리고 하느 님과 소통한다. 그렇지만 하느님과 유한한 세계의 존재들 간의 소통과 공감은 세 위격의 무한한 신적 속성의 바다에 담김으로써 하느님의 완전성은 손상되지 않으며, 하느님의 지 향에 반응하는 세계는 그 의지에 따라 점진적으로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이러한 범재신론 신관은 하느님의 존재론적 초월성을 유지하면서, 세계의 모든 피조물을 하느님과의 최종적 일치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종말론적 신화(神化, Deificatio)30) 의 신성한 존재로 보는 생태론적 관점을 제시한다.

 

     28) Joseph Bracken, "Panentheism and the classical God-World Relationship: A System-Oriented Approach", American Journal of Theology & Philosophy 36,3(2015, 9), 208.

    29) Ibid., 224.

    30) 신화(神化, Deificatio):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인간이 구원으로 인도되는 길로서 육화한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역사적 현실안에서 일치하여 가는 것.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이 되었으며 승천함으로써 인간이 신이 되도록 하였다는 이 가르침은 동방 교회 비잔틴 신학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용어는 구원 경륜과 함께 언급되고 있다. 한국가톨릭대사전편찬위 원회,『한국가톨릭대사전』11, (한국교회사연구소, 1996), 5513 

 

매순간 발생하는 창조의 장으로서 하느님 매트릭스의 구조 안에는 피조물의 자연 법칙 과 선택적 의지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방식과 함께 하느님이 세계에 특정한 의지를 제시 하는 ‘위로부터’의 방식이 함께 존재한다. 이와 같은 상호적 구조는 관계성의 가치를 중 요하게 생각하는 생태론에서 획일적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대화와 소통에 개방적이어야 하는 생태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내재적 삼위일체를 궁극적으로 세계의 구원을 향한경륜의 바탕으로 파악하는 브락켄의 삼위일체론은 모든 피조물과 세계가 바로 하느님이 실재하는 신전이 된다는 신학적 생태론의 명제를 제시할 수 있다.

 

3.2 상호연결에 관한 삼위일체적 전망

일치에 관한 이해는 삼위일체론의 핵심을 이루어 왔던 논제이다. 세 위격으로 경험되 는 하느님을 어떻게 한 분 하느님으로 고백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다양하게 해석해 온 방식은 교회 전통을 통하여 많은 교의 논쟁을 가져왔었다. 그렇지만 삼위일체를 성공적으 로 이해할 수 있다면, 존재 유비 측면에서 세상의 모든 피조물은 개별적 독립성을 유지하 면서도 하나의 존재적 일치를 이루는 공동체로 존재한다는 이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 것은 곧 모든 피조물이 서로 연결된 존재로서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생태론적 사유를 가져올 수 있다.31) 구약의 하느님은 신약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성부로 드러나게 되었고 성부 와 성자는 세계의 지속적 구원을 위하여 성령을 파견한다. 세 위격의 일치는 동일한 본성 (homoousia)에 의하여 한 분 하느님을 이룬다는 것이 교회의 전통적인 하느님 계시에 관 한 설명이다. 그런데 그 일치의 방식에 관한 다양한 설명 중 세 위격이 상호 내재하는 관계로 표현되었던 ‘페리코레시스’(πϵριχώρησις)32)의 개념이 현대적 이해에 적합한 것으로 재등장하였다.

 

       31) 홍태희,『삼위일체론의 생태신학적 함의-칼 라너, 조셉 브락켄, 레오나르도 보프의 삼위일체론을 중심 으로』, 박사학위논문,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2020). 195-205.

      32) 하나가 타자 안에 완전히 존재하면서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이 온전한 동일체로 존재한다는 개 념으로서 위격들 사이의 관계적 친교를 설명한 용어인 그리스어 페리코레시스(πϵριχώρησις) 혹은 라틴어 키르쿠멘세시오(circuminséssĭo)는 그 단어 구조 자체가 상호내주(cohabitation), 상호공존 (coexistence), 상호침투(interpenetration)의 의미를 갖고 있다. 

 

페리코레시스의 연결 관계는 세 위격을 ‘공동체 사회에서 존재적 일치를 갖는 한 분 하느님’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회적 실체론의 기초를 제공한다. 그리고 브락켄이 ‘구조를 갖는 활동의 장’ 혹은 하느님 매트릭스로 설명한 사회적 실체론은, 그동안 불가해한 신비 로 돌림으로써 합리적 이해를 포기하였던 삼위일체를 구체적 실체를 갖는 하느님으로 이 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론이 된다. 브락켄의 주장은 구조를 갖는 공동체적 사회가 형성되면서 그 사회를 통합하여 지배하 는 정신성이 존재하게 되며, 그것이 그 하부 사회를 빠짐없이 포함하는 ‘상호주체적’(intersubjective) 정신으로서 존재적 일치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상호주체성’은 둘 이상의 주체성이 서로의 존재와 활동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 는 역동적 상호관계의 장소, 즉 지향적인 공통 기반이 필요하다. 그것은 둘 이상의 참여 자 사이에 계속되어 발생하는 관계적 교류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33) 즉 세 위격이 상 호 내주하는 페리코레시스적 관계는 그것을 통합하는 하나의 정신에 의하여 한 분 하느 님으로 인식된다. 같은 방식으로, 세계의 모든 개별 주체적 존재는 하느님 매트릭스 안에 존재하여 하느님의 신성을 공유하면서 상호주체성을 증가시켜간다. 종말론적 완성의 가능 태로서의 세계의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인간-피조물이 연결된 관계망 안에서 일정한 질서 를 갖는 구조로서 존재하며, 최종적으로 하느님의 삼위일체적 존재방식 안에 온전히 놓이 는 전망을 갖는다. 세계를 상호 연결의 관계로서 파악하는 것은 우주적 관점을 포함하도록 한다. 그리스 도의 육화는 인류의 구원뿐 아니라 물질이 신성을 갖게 되는 신화(Deificatio)의 출발점으 로 곧 물질적 세계인 우주 전체의 구원을 의미한다. 인간은 우주 전체를 꿰뚫어 갖게 되 는 정신적 인격에 의해 상호주체적으로 통일적인 자기-의식을 갖는 세계의 정신(Geist in Welt)34)으로서 역할을 갖는다.35)

 

       33) Joseph Bracken, "Intersubjectivity and the Coming of God", The Journal of Religion, 83.3(2003, 7), 397.

       34) 칼 라너(Karl Rahner) 또한 초월철학적 인간학 분석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육화가 가져다주는 물질성 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완성을 향하여 전진하고 있는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세 계 내 정신으로 제시하였다. Geist in Welt: zur Metaphysik der endlichen Erkenntnis bei Thomas von Aquin, (Munich: Kosel-Verlag, 1957); Spirit in the World, trans. by William Dych, (New York: Herder and Herder, 1969).

       35) 칼 라너(Karl Rahner), Grundkurs des Glaubens:『그리스도교 신앙 입문: 현대 가톨릭 신학 기초론』, 이봉우역, (왜관: 분도출판사, 1994), 251. 

 

하느님 매트릭스 안에서 인간은 고유의 인식 작용을 통 해 우주의 정신이 되어 인간과 자연을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로 인식하면서 자연을 우 주의 신체로 경험할 수 있다. 세계의 모든 피조물이 보편적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는 하느 님의 창조 활동을 의식하는 것은 일상의 생활로부터 창조주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는 관 상적 태도를 갖도록 한다. 이것은 현실의 생활 현장에서 마주치는 피조물 및 인간관계로 부터 생태적 의미를 발견하는 감수성으로 체화할 수 있다.

지구의 자연이 스스로 영적 생명력을 갖는다는 관점의 범신론적 생태주의는 창조주와의 관계가 배제되어 있으므로 모든 생태적 관계는 무차별적인 평등의 관계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생태계 안에서 어떤 존재도 연결되어진 전체에 대한 책임을 갖는 질서의 근거가 모호하다.

그러나 범재신론적 사유는 창조 질서의 근거와 그 존재의 공동체적 연결 구조 안에서 개별 존재들의 역할에 관한 고유한 가치와 전체를 향한 돌봄으로서의 책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책임있는 생태론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한 그 연결의 관계는 존재론적 일치를 이루는 우주적 전망을 갖는다.

 

3.3 피조물의 내재적 가치와 고유성

피조물을 하느님 존재의 유비로 본 아퀴나스 전통은 모든 피조물이 저마다 하느님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계시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물질세계가 결코 하느님과 유리되 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고백이며, 나아가 신성과 인성이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 루는 육화의 위격적 결합(unio hypostatica)이라는 교의적 명제는 세계 전체가 성스러운 것으로 신화되어가는 단초를 의미한다. 이에 대하여 브락켄의 삼위일체론은 매 순간 관계적 경험에 의하여 발생하는 새로운 현 실적 존재의 발생을 세 위격에 의하여 발생하는 창조성의 실현으로 보았다. 그것은 삼위의 활동이 감각적 물질세계를 향해 신적 의지를 제시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지 속적인 과정을 통하여 존재로서 현실화되는 것이다. 즉 창조와 구원은 특정한 사건이 아니 라 신의 본성이 세계에 실현되는 과정과 그것의 최종적 전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창조는 세계의 어떤 순간에서 발생하였던 특정한 계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무’로 부터 세계의 창조란 아무 것도 없던 곳에서의 창조가 아니라 ‘혼돈’에서 질서를 갖추는 의미로서의 창조이다. 창세기 1장의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 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창세 1,1-2)는 말씀은 혼돈 속에 있는 사건들에게서 정신성의 일종 인 개념에 의해 질서가 발생하여 창조를 이루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창조 의 개념은 하느님의 창조 행위가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역사적 시간을 통하여 계속 되고 있다는 관점을 갖도록 한다. 하느님과 피조물은 셀 수 없이 많은 관계적 교류에 의해 질서 를 실현하여 다양한 피조물을 발생하였으며, 그 창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세 위격은 고유한 역할을 갖고 세계와 존재방식을 나누면서, 피조물과 상호주체성을 갖는 초인격적 결정을 통해 질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무’로부터의 창조를 생성해 간다 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이 순간 세계의 모든 피조물은 최종적 신화의 가능태로서, 그리고 이미 하느님 매트릭스의 실체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고유한 내적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 피조물의 존재구조는 “위계적 질서를 갖는 현실태들의 소사회로 구성된 거대한 관계망”36) 안에 위치하는 것이다.

 

       36) Bracken, “Creatio Ex Nihilo”, 249.

 

이것은 하느님과 분리된 피조 물이란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 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28)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을 기억하게 한다. 자연을 관리하고 보존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환경보전주의 관점의 생태론은 생태계의 지배자로서의 인간중심적 관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며, 생태계 자체를 존재의 주체로 인식 하는 생태중심주의적 관점은 인간 또한 자연의 관계망의 하나로 환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세계를 초월적 창조주가 내재하며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연결망의 존재로 바라 보는 신학적 생태론은, 다양한 피조물의 고유성과 내재적 가치를 존중함과 동시에, 특히 우주 공동체적 세계에서 정신으로서의 역할을 갖는 인간의 윤리적 책임을 돌아보게 한다. 이것은 생태중심주의가 모든 자연적 존재의 평등한 권리와 가치를 주장함으로써 인간의 역할을 축소하여 생태계 안으로 함몰시키는 것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학 적 생태론은, 세계 안에서 무한한 하느님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시하는 다양한 피조물의 고유함과 상호연결성뿐 아니라 우주적 공동체 안에서 인간의 역할과 책임에 주목하도록 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나가기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예수를 경험하고 그를 그리스도로 고양한 그리스도인이 경 험한 하느님은 창조주로서의 하느님이며 물질로 육화한 하느님이자 언제나 세상에 은총을 전하시는 하느님이다. 역동적 주체로 경험된 이 세 인격을 완전히 일치하는 동일한 의지 를 갖는 한 분 하느님으로 고백하면서 삼위일체론이 그리스도교 고유의 신론이 되었다. 브락켄은 아버지, 아들, 영으로 경험되는 세 위격을 아우구스티누스식의 심리적 유비 (Psychological analogy)37)로 해석하여 관념화하기보다 온전한 실제적이며 개별적으로 구조화된 위격들의 사회적 유비(Social Analogy)38)로 파악하였다.

 

     37)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마음이 삼위일체 하느님의 형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아 인간의 마음을 통 하여 하느님에 관한 인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내면을 살펴 하느님의 흔적을 발견 할 것을 권고하는 심리적 유비를 전개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성경 말씀 에 따라, 인간 상호간의 사랑을 볼 때 바로 삼위일체를 보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즉 삼위일체의 모상을 ‘사랑하는 자’, ‘사랑 받는 자’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모상은 자기 안에서, 지성 자체가 자기를 사랑하고, 그 자체를 인식하며, [지성-인식-사랑]이 한 존재의 어떤 것이 되는 것이다. 이 셋은 서로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이지만 동일한 한 존재의 무엇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삼위일체의 유비로 보았다. 

   38)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 이해가 하나의 인격 주체성의 내부에서 발생되는 마음으로부터 하느님의 형상을 찾는 심리적 유비에 근거하는 것과 대비하여, 사회적 유비는 명확하게 자존적인 하느님 세 위격 각각의 주체성 간의 일치라는 개념을 갖는다. 이것은 세 위격의 관계성에 주목하여 하느님의 내재적 존재 방식이 ‘사회’라는 공동체적 형태로 살아가는 인간과 피조물에 대하여서도 그들 생활 방 식의 유비가 된다는 이해를 수반하는 것이다.

 

그는 세 위격이 각각의 고유한 역할을 갖고 무한한 신적 특성에 의해 공동으로 구성하 는 활동의 장소인 ‘하느님 매트릭스’를 형성한다고 설명하였다. 그 안에서 세계는 하느님 의 원초적 본성에 의해 매 순간 창조가 발생하고 하느님의 의지가 작용하며 다시 그 안 으로 통합된다. 성부는 모든 창조의 근원이자 지향을 제시하며, 성자는 세계의 모든 현실 적 실체로 하여금 성부의 의지를 향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성령은 완성된 궁극적 현실의 실체적 근원으로서 세계의 모든 피조물과 함께 성부의 지향과 성자의 응답을 촉진한다. 유한한 특성의 세계는 무한한 하느님 매트릭스 안에 잠겨있다. 신학적 생태론은 하느님의 삼위일체적 계시에 기초하여 생태계를 인간이나 생태계 자 체가 주체가 되는 관점을 지양하고 창조의 원천이자 주인이신 하느님의 생태적 존재방식 에 주목한다. 이것은 인간중심주의뿐 아니라 창조주가 빠진 생태중심으로 환원되기를 거 부하는 것이다. 또한 자연의 신비에 관한 범신론적 생태영성이 아니라 그로부터 초월적 하 느님을 관상할 수 있는 생태영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브락켄의 삼위일체론은 하느님이 세계를 포함하여 자신의 존재방식을 나누면서 세계의 모든 합보다 더 큰 무한한 속성을 갖는 초월적 하느님이라는 범재신론의 개념을 제시하 였다. 그러므로 세계 생태계의 연결 관계는 하느님의 삼위일체적 존재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하느님 매트릭스 안에서 하느님과 세계는 지배하고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끊임 없이 공감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주고받는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 는 다양한 공동체적 사회에 관한 생태적 운영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세 위격의 일치를 설명하는 브락켄의 사회적 존재론은 구성원의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그 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상호주체적 정신성을 일치의 원리로 본다. 이것은 우주적 세계를 종말론적 완성을 향하는 하나의 구원 공동체로 파악하면서도, 구성원 개체가 공동 체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온전함을 갖고 상호주체적 정신성을 공유하는 고유의 가치가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그 안에서 구성원들은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갖게 된다. 따라서 브락켄의 삼위일체론은, 인간이 생태 위기의 상황에서 자연에게 자리를 내어주 고 뒤로 물러나는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질서의 연결구조 안에서 모든 피조물의 구원을 향한 하느님의 의지를 발견하여 현실화되도록 하는, 인간 고유의 위치를 발견하는 ‘신학적 생태론’을 제시한다. 그것은 물질성을 취하신 하느님의 육화에 구원의 희망을 갖고, 세계의 모든 피조물을 하느님이 바라보시는 연민의 눈으로 껴안는 능동적인 태도를 불러일으킨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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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이천년 전 예수가 제시하였던 구원의 메시지는 이 시대의 생태 위기 상황에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을 향한 것으로 재해석 되어야한다. 조셉 브락켄은 세계를 유기적 연결 구조로 이루어진 공동체적 존재로 바라보는 과정형이상학을 기초로 하여 모든 존재 를 상호 주체적 정신을 포함하는 사회적 존재로 파악하였다. 그리고 삼위일체는 성부, 성 자, 성령이 각자의 역할에 의해 공동으로 구성하는 장인 창조의 매트릭스를 통해 이해하 고자 하였다. 세계의 모든 새로움이 창발하며 하느님의 의지가 전달되는 매트릭스를 통하 여 무한한 범위를 갖는 세 위격은 하나의 실체로 인식된다. 이러한 존재방식은 세계와 끊 임없이 소통하며 창조성을 제시하고 결과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지향하는 바를 점진적으로 완성해 간다는 범재신론의 전망을 제시한다. 세계의 사회 원리 가 하느님의 존재방식을 지향해야 한다는 관점은 신앙의 근원인 삼위일체의 계시로부터 ‘신학적 생태론’을 제시할 수 있다. 개별적 주체성을 존중하면서 상호 연결된 사회적 존 재로서의 일치를 지향하는 신학적 생태론은 우주의 피조계 안에서 정신이 되는 인간의 특별한 역할 또한 소중한 것으로 발견한다.

 

주제어 : 신학적 생태론, 조셉 브락켄, 삼위일체론, 생태신학, 과정신학 

 

 Abstract 

‘Theological Ecology’ based on Trinitarianism in Process Theology: Focusing on Joseph Bracken

Hong, Tae Hee

The message of salvation presented by Jesus two thousand years ago must be reinterpreted to be directed to all creatures on the earth in the ecological crisis of this age. Based on process metaphysics, which views the world as a communal existence composed of an organically connected structure, Joseph Bracken identified all beings as social beings that include an intersubjective spirit. And the Trinity is to be understood through the matrix of creation, the Father, the Son, and the Holy Spirit jointly constituted by their respective roles. The three Persons with the infinite scope are recognized as one substance through the Matrix which all novelty of the world emerges and the will of God is transmitted. This way of Trinity continuously communicates with the world, proposes creativity, and includes results, and shows the prospect of panentheism, that all creations gradually complete the purpose of God. The view that the social principles of the world should be oriented toward God's way of being can suggest a 'Theological Ecology' from the revelation of the Trinity, the source of faith. Theological Ecology, which aims for unity as interconnected social beings while respecting individual subjectivity, also finds the special role of human beings as spirit in the creation of the universe as valuable. Key Words : Theological Ecology, Trinity, Joseph Bracken, Process theology, Ecotheology 

 

신학과 철학 제39호

 투고일  2021년 09월 27일    수정일  2021년 10월 27일    게재 확정일 2021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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