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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저무는 꽃잎 ​/도종환

장 화려하게 피었을 때

그리하여 이제는 저무는 일만 남았을 때

추하지 않게 지는 일을

준비하는 꽃은 오히려 고요하다

화려한 빛깔과 향기를

다만 며칠이라도 더 붙들어두기 위해

조바심이 나서

머리채를 흔드는 꽃들도 많지만

아름다움 조금씩 저무는 날들이

생에 있어서는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아름다운 날에 대한 욕심 접는 만큼

꽃맺이 한 치씩 커오른다는 걸

아는 꽃들의 자태는

세월 앞에 오히려 담백하다

떨어진 꽃잎 하나

가만히 볼에 대어보는

봄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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