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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국방

이스라엘 하마스 휴전의 배경과 함의

<요 약>

   2025년 1월 19일 이스라엘 현지시각 11시 15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상이 발효되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가자 사태는 큰 피해를 남겼다.

이스라엘 국민 1,589명이 사망했고, 251명이 인질로 피랍되었다.

이스라엘의 응징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4만 6,645명, 부상자는 11만 명에 달한다. (가자지구 보건부 추산) 
   가자 사태는 역내로 확산, 이란까지 관여하는 지역 분쟁으로 고조되었다.

친(親)이란 무장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Hezbollah), 예멘의 후티(Houthis),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 등이 이스라엘을 압박했고, 이스라엘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확전 보복에 나섰다.

자칫 국제 전면전으로 치달아갈 위기가 고조되었다.

이와 함께 무력 충돌을 진정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수반되었다.

2023년 11월 21일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집트 그리고 카타르 등 3개국이 나선 오랜 중재가 사태 발발 15개월 만에 성사되며 분쟁은 일단 중단되었다. 

 

 

1. 휴전의 내용과 조건

 

3단계로 구성된 휴전의 조건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핵심은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이다.

먼저 1단계인 6주 (42일) 교전 중단 조건으로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33명을 풀어주고 이스라엘은 1차로 수감 중인 하마스 인사 735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인질 1인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의 비율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여군의 경우 1인 대비 팔레스타인 수감자 50명 비율) 현재 가자지구에 피랍된 이스라엘 인질 94명 중 35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9명의 생존 인질의 단계별 귀환이 이루어질 경우, 팔레스타인 수감자 1,000명에서 1,300명 내외가 석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는 합의대로 3명의 여성 인질을 먼저 이스라엘에 인계했고, 이에 따라 교전이 중단되었다.

교전 중단과 함께 매일 트럭 600대 분량의 긴급 인도주의 구호 지원이 재개된다.

또 하나의 핵심 사안은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 주둔 여부다.

중재국의 제안과 협상과정에서 그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한치도 물러날 수 없고 영구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군 없이는 휴전이 없음을 주장해왔다.

금번 휴전 1단계에서는 가자지구 중부 네자림 회랑(Netzarim Corridor) 철군을 이행하고, 논란이 되는 남부 이집트 접경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에서는 일부 철군 예정이다.

휴전 2단계는 1단계 발효일인 1월 19일로부터 16일째인 2월 4일경부터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1단계에서 2주간 이행된 인질과 수감자 교환 추이 및 이스라엘 군의 가자 지구 철군 이행 여부가 관건이다.

이때부터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군인 석방 및 이스라엘의 가자 완전 철수가 논의될 예정이다.

양 사안이 순조롭게 이행되었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영구 휴전 즉 종전을 선언하고 향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어지는 3단계는 가자지구 재건과 관련된 내용이다. 3대 중재국과 유엔(UN) 등은 공여국 그룹을 구성하여 기존 피해를 복구하고 평화로운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으로 회생시키는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상기 3단계 휴전안은 일종의 살라미식(Salami slicing tactics) 타결로 사실상 열린 안(案)이다. 단계별 이행 평가 이후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형태다.

따라서 1단계 이행을 전제로 다음 단계 합의안을 논의한다는 향후 일정은 불확실성이 높다.

그리고 이스라엘 내 보수진영의 시각에서는 더 불리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비율의 비등가성 문제가 제기됨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수감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하마스를 비롯한 핵심 무장 전사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가 가시화될 경우 하마스의 재결집 이후 제2, 제3의 기습을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2. 협상 수용의 배경

 

일단 휴전이 성사되고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나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단계별로 이행되어야 할 조건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협상 당사자 중 이스라엘의 내부 논쟁 변수가 주목된다.

하마스의 경우 지도부가 궤멸되고 가자 주민의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기에 사실상 중재국의 협상안을 이미 수용한 상태다.

관건은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합의여부였다.

사실상 이 협상안은 이미 1년 전부터 이집트가 초안을 잡고 미국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완성본을 만든 중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완강히 이 중재안을 거부해왔다. 중재안의 구체적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인질의 안전한 귀환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는 내외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연립 정부는 협상 대신 확전을 택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수용하고 합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자 사태 발발 이후 확전을 지속해 온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사실상 출구 전략을 찾기 어려웠다.

휴전을 최대한 미루며 전쟁을 끝내지 못한 채로 15개월을 끌어온 것이다.

전후 가자 통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 관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 생명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독직(瀆職) 부패 스캔들로 기소되어 있는 터라, 휴전을 하고 상황을 안정화시킬 경우 곧바로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적에게 기습을 허용하고 미증유의 피해를 입은 지도자이기에 전후 이에 관한 평가와 청문 절차가 진행되면 사법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했다.

이 상황에서의 휴전 및 연정 해체는 네타냐후의 정치적 종언을 의미했다.

지난 15개월간 중재국의 협상안을 거부하며 전쟁을 유지해 온 배경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출구전략은 미국 대선이었다.

즉 1기 행정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보여준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다시 복귀할 경우 네타냐후 정부는 회생할 수 있다는 판단과 연관된다.

일단 하마스와 친이란 무장집단에 대한 응징을 통해 이스라엘 내 보수진영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록 하마스의 공격을 허용했고, 개인적인 사법 리스크가 있음에도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부를 궤멸시키는 등 이스라엘의 대응 능력을 과시한 데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났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강력한 연대를 표명하며 복귀할 경우 네타냐후는 정치적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의 바람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첫 정상 축하 통화를 성사시키며 연대를 과시했다.

대선 국면에서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을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자신의 취임일 이전 가자 사태 휴전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가자 사태 휴전협상안은 이스라엘에게 불리하다는 평가가 우세함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휴전을 극렬히 반대해온 네타냐후 연립내각의 강경파 각료들은 저항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Bezalel Smotrich) 재무 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Gvir) 국가안보부 장관 등은 연정 탈퇴를 운위했다.

이 경우 네타냐후는 자칫 연립 정부가 붕괴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맞는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기존에 입장을 같이하던 강경파 각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휴전에 합의했다.

그만큼 미국 트럼프 변수가 더 컸던 것이다.

강경파 각료들은 일단 1단계 협상안 진행 여부를 보고 2 단계 협상 때 강력한 입장을 보이겠노라 말하며 한발 물러났다.

 

3. 미국의 관여

 

금번 휴전 협상 타결을 둘러싸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진영 간 입씨름이 있었다.

바이든 측에서는 이 안을 기획하고 1년 넘게 공을 들여 중재했기에 자신의 업적으로 규정했다.

반면 트럼프 측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협상안이 탄력을 받게 된 상황변수는 바로 자신의 당선이었음을 강조했다.

양측의 공적 다툼은 정치적 논쟁의 영역이다.

실제로는 양자 모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급물살을 탄 협상 중재과정에서 기존 바이든 정부의 백악관 중동담당관인 브렛 맥거크(Brett McGurk)와 트럼프 정부의 중동담당특사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의 조율과 협력이 협상 타결의 주요 요소로 알려졌다.

민주-공화 양 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설득과 압박은 네타냐후에게 부담이었다. 특히 트럼프 측의 입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양면 신호를 통해 회유와 압박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로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e)를 임명했다.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을 지지하고 정착촌 문제도 이스라엘 편을 드는 허커비를 대사로 지명하자 이스라엘 보수 강경파 인사들은 반색했다.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완전히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할 수 있다는 기대를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임명은 다소 특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직 경험이 일천한 부동산 사업가인 위트코프를 신속하게 중동특사로 지명하면서 사업 수완과 갈등 해결 능력을 상찬했다.

이는 백악관이 향후 이스라엘, 이란 문제 등 중동 쟁점을 다루어나갈 때, 일방적 편들기 혹은 일방적 적대정책 대신 거래와 협상에 중점을 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것이라 믿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위트코프 특사 및 트럼프의 사돈이자 아랍계인 마사드 불로스(Masad Boulos)의 중동문제 선임고문 지명 때문이다.

금번 협상 수용 과정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관례를 깨고 네타냐후 총리와 안식일에도 불구, 면담 일정을 잡아 협상 수용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취임 전 휴전 의지를 읽은 네타냐후가 내부 강경파 각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트럼프와 관계가 악화되어 수면 위로 드러날 경우 네타냐후의 정치 가도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유지하고, 사우디-이스라엘 수교를 성사시키기 위해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휴전 의지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큰 취임 선물을 안긴 셈이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신의 당선 이후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시리아 아사드(Bashar al-Assad) 정부의 붕괴, 그리고 가자 사태의 휴전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도출했다.

마이클 왈츠(Michael Waltz) 국가안보 보좌관 지명자는 이와 관련한 언급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수교를 적시하며 추진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란핵합의(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탈퇴,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 트럼프 평화구상 등 중동문제는 트럼프 1기 대외정책의 성공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금번 가자 휴전 협상 타결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에서도 중동 정책을 우선적으로 집중하여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4. 함의와 전망

 

중동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어온 가자 사태의 일단락은 역내 안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자지구 220만 주민들의 안전이 다시 담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휴전은 중요했다. 곧 재개될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최소한의 삶의 터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마스에게 억류되었던 이스라엘의 인질들의 귀환 역시 시급한 이슈였다.

불구대천의 원수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협상을 국제사회가 나서서 타결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향후 유사한 중동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도 도움이 되는 사례를 축적했다.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다시 한 번 미국의 힘을 시현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강력한 힘을 갖는 행위자의 부재가 불러오는 아노미 상태의 불안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높여가며 아브라함 협정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를 성사시킬 경우 역내 지정학적 불안 요인 감소에 기여할 것이다.

동시에 이란에 대한 압박을 통한 핵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진전이 될 수 있다.

선거 국면에서 사우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4년 임기 중 중반기 이후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 명암(明暗)이 있듯, 향후 이 사안에도 적지 않은 불안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일단 타결된 휴전안 자체가 미완(未完)이라는 한계가 있다. 휴전 1단계가 이행되는 가운데 돌발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1단계에서 석방해야 하는 735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190명은 15년 이상 장기복역 중인 중죄수라는 점, 그리고 그중 지도급 인사 25명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카리아 주베이디(Zakaria Zubeidi)와 타벳 마르다위[Tabet Mardawi, 서안지구 제닌(Jenin) 의 알 아크사 순교여단(Al-Aqsa Martyrs' Brigades) 고위간부, 2002년 벳샨(Beit She'an)의 리쿠드당사 공격 6명 사망)가 석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1996년 예루살렘 18번 버스노선에서 민간인 45명을 폭살하고 종신형 복역 중인 모함마드 아부와르다(Mohamad Abu Warda)가 출소하는 장면이 보도될 경우 이스라엘 내부의 반발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가자지구 내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이 얼마만큼 양보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만일 이스라엘 군의 필라델피 일부 점유나 완충지대 주둔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 내 국내여론에 따라 2단계 휴전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지도부가 입은 타격으로 인해 궤멸적으로 약화된 하마스는 시간을 두고 권토중래를 추구할 것이다.

특히 이란의 역내 영향력이 감소함에 따라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할 것이다.

최근 중재역할을 하며 부각된 카타르, 튀르키예 등 수니파 근본주의 지원국가에 기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가자에서 완전히 철군할 경우, 또 다른 국면의 하마스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핵심 인사 석방을 조건으로 자국민 인질들을 구출한다고 해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둔을 양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6주간의 1단계 휴전 기간 종료 후 교전은 언제든 재개될 수도 있다.

그만큼 취약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금번 휴전 협상 타결과정에서 보여주었듯 역내 안정화를 주도하며 중동평화 구축의 업적을 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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