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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숨밭 김경재의 성령 이해-『성령론』(1997) 강의를 중심으로-/전 철.한신大

Ⅰ. 들어가며

 

성령은 성부·성자와 더불어 삼위일체를 이루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유산이다(마 28:19; 고후 13:13; 요 14:16-17).

특히 하나님의 사역이 현재에 어떻게 현존하고 역사하는가를 고백함에 있어서 성령의 지위는 결정적이다.

그럼에도 20세기 신학은 전통적 성령론의 함의와 경계를 축 소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삼위일체론적 맥락에서 성령은 교부 시대 이래 고유한 위격으로 고백되었으나, 서방 교회의 역사 속에서 성령은 점차 성자 중심의 신학 전개와 교회 제도 속에 종속되는 길을 걸었다.

특히 근 대의 합리주의적 인식론이 더해져, 재현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법칙만을 진리의 준거로 삼으면서 재현 불가능한 종교적 체험은 주관의 영역으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성령의 사역은 교회 혹은 신자의 내면적 위로로 좁 혀졌고, 성령론은 조직신학 말미의 부속 항목으로 취급되는 일이 잦았다.

본 논문은 이러한 성령 이해의 신학사적 경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 고, 한국 문화신학의 관점에서 성령의 지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로서 숨 밭 김경재(金敬宰, 1940.3.6-2025.5.3)의 성령 이해를 조명한다.1)

숨밭은 20세기 한국 신학의 격랑 속에서 문화신학의 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변 형한 대표적 사상가이다.

그의 신학 여정에서 성령론은 해석학적이며 문 화신학적 매개 개념으로 매우 중요한 중심을 이룬다.

그의 문화신학은 인간의 경험, 이해, 해석을 둘러싼 해석학(Hermeneutics)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2)

 

    1)  숨밭 김경재는 1997년 3월부터 6월까지 “성령론” 세미나를 한신대학교 대학원에서 개설했다. 본  연구는 그가 진행한 강연과 세미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숨밭의 신학사상에서 성령론의 위치와 현 재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논의한다. 또한 이 자료를 바탕으로 그의 성령론이 근대 경험론 비판, 삼 위일체 신학, 문화신학의 방법론 사이에서 어떻게 매개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다룬다. 이 강연록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으나 본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김경재, 『성령론』 (오산: 한신대학교  대학원, 1997). 김경재, 『숨밭 김경재 신학 아키브』 (http://soombat.org). 

   2)  김경재, 『해석학과 종교신학』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4). Kyoung Jae Kim, Christianity and the Encounter of Asian Religions: Method of Correlation, Fusion of Horizons, and Paradigm Shifts in the Korean Grafting Process (Zoetermeer: Uitgeverij Boekencentrum, 1994).

 

특히 그는 근대의 경험 개념 축소가 신학의 인식 지평을 협 소화했다는 진단 아래, 성령의 현존과 사역을 체험, 사건, 공동체, 역사, 송영의 차원에서 다시 확장하여 재해석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적 신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하여 씨름 하였던 숨밭 김경재의 신학을 통하여 ‘성령’ 이해에 관한 문화신학적 해 석학의 새로운 토대를 제시하는 것에 있다.

이 논문은 근대의 경험 개념 과 그 신학적 함의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성령의 지위가 어떠한 방식 으로 축소되었는지 밝힌다(II). 그리고 숨밭의 강연 텍스트를 중심으로 현대 신학의 성령 이해에 대한 그의 해석과 비평, 그리고 그의 성령론을 분석한다(III).

마지막으로 숨밭의 성령 이해의 신학적 의의와 한계를 평 가하고, 문화신학의 관점에서 그의 성령 이해가 갖는 오늘날의 의미를 다룬다(IV). 

 

Ⅱ. 경험과 성령

 

1. 경험의 상실

 

근대 신학이 직면한 중대한 한계 가운데 하나는 ‘경험’(Erfahrung)의 상실이었다.

자연과학이 학문 세계의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정착하면서, 경험은 재현 가능성과 검증 가능성으로 환원되었다.

곧 반복 가능한 실 험 절차와 법칙 형성의 근거가 되는 관찰 자료만이 유효한 경험으로 승 인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가 순수이성 비판에서 제시한 인식 한계 설정과 과학적 합법칙성에 대한 신 뢰와 맞물리며3) 경험을 현상계 내부에서의 규칙성 포착으로 거의 동일시 하는 경향을 강화했다.

 

     3)  Immanuel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Riga: Johann Friedrich Hartknoch, 1781/1787). 

 

그 결과 근대 이후의 학문 체계는 경험을 주체와 대상의 상호 역동적 만남이나 역사적·언어적 해석의 지평에서 발생하는 의미 생성의 사건으 로 보기보다, 측정과 계산, 예측과 통제의 도구적 범주로 다루었다.

숨밭 또한 세계와 자연현상을 다루는 자연과학적 경험의 문법이 근대 문명의 경험에 대한 패러다임을 강력하게 추동했음을 지적한다.

그는 관찰-측 정-법칙화를 표준으로 삼는 이 자연과학적 해석의 문법이 생명의 몸을 지닌 주체의 직접성, 상징과 전통, 공동체적 식별이라는 경험을 상실케 하였다고 해석한다.

숨밭은 다음과 같이 진정한 경험의 상실을 진술한다.

 

우리말은 경험과 체험을 구별해서 쓴다. 체험은 내가 직접적으로 몸 을 가지고 경험한 것을 “체험했다”고 표현하지만 큰 구별은 없다. 경 험, 체험이 중요한 중심주제인데, 지난 3-400년 동안에 서구 유럽 문명의 여러 삶의 방식이 세계와 자연현상을 경험하는 그대로 서술하고 측정하고 법칙을 찾아서 재조정하는 과정을 밟아왔다.이는 자 연 세계를 인간이 파악하고 조율하는 경험론적인 토대에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잘못되어서 “진정한 경험”의 차원을 잊어버렸다.4)

 

     4)  김경재, 『성령론』 (1997), 2.

 

이러한 근대의 사유방식은 인간의 경험을 오직 계량화되고 반복 가 능한 사실로 환원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험”은 더 이상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고 의미를 발견하는 총체적 사건이 아니라, 실험실 안에서 동 일한 조건 아래 반복될 수 있는 관찰 자료로만 간주되었다.

경험은 수학 적 수치와 법칙적 정식화 속에서만 신뢰할 수 있는 지식으로 인정되었 고, 주관적·해석적 차원은 배제되었다.

그 결과 종교적 체험, 예술적 직 관, 윤리적 결단과 같은 반복 불가능한 사건들은 과학적 엄밀성의 기준 에 의해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낙인찍혔다.

이 과정에서 경험은 풍부한 현상학적·영적 차원을 상실하고, 실증주 의적 자료로만 남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인간은 원초적인 경험의 의미 와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를 숨밭은 ‘경험의 사유화’, ‘경험의 사물 화’로 표현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삶의 경험 그 자체를 왜곡하는 경험의 사물화의 경향을 신학 또한 그대로 밟아갔다는 것을 지적한다.

동물들은 의식이 있다.

그러나 자기가 자기를 의식할 수 있다는 사실 을 알지는 못한다.

자의식은 자연을 일단 대상화하고, 객관화하고, 법칙화하고, 실증화한다. 결국 자의식이 자연을 재편하면서 자연을 경험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을 그렇게 강조해도 결국 우리 가 경험하고 싶은 측면만을 경험하게 되어 있다.

인간은 무엇을 어떻 게 경험할 것인가에 대하여 스스로 제약하고 한정해 버린다.

그렇게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험의 철학 위에 서 있는 현대 문명의 인간이 진 정한 의미의 생 자체를 경험하고 사는가?

진정한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원초적인 경험을 우리는 다 잃어버렸다.

기쁨, 충만, 정열도 없 다.

경험의 사유화와 경험의 사물화가 현대문명 속에 역병처럼 퍼져 서 인간으로 하여금 실용성을 실현했지만 마침내 인간을 똑같이 복 제해 놓고서야 직성이 풀리는 자기도취적인 인간까지 되어버렸다.

인간 종족을 확대시키고 남기려는 본능 때문에 복제는 언젠가는 실 현될지도 모른다.

경험을 가장 중요시 하는 과학이 삶의 경험 그 자 체를 왜곡되게 초래하였다. 그 흐름에 신학도 답습하게 되었다.5)

반복할 수 없는 종교적 체험은 학문적 신뢰에서 배제되고 종교는 개 인 감정으로 축소되었다. 신학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 다.

계몽주의 이후 신학은 학문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교를 심리 적·윤리적 영역으로 한정하려 했으며, 그 결과 성령의 사건은 내면적 위 안이나 정서적 고양으로 축소되었다.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Friedrich Schleiermacher, 1768-1834)는 종교를 ‘절대의존감정’(Das schlechthinnige Abhängigkeitsgefühl)6)으로 정의함으로써 신앙 체험을 주관적 감정의 심 층으로 환원하였고, 이후 자유주의 신학은 종교를 도덕적 의식이나 사회 적 제도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반대로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는 이러한 흐름을 비판하면서도, 성령의 체험을 철저히 계시 의 영역에 종속시킴으로써 경험의 차원을 상대적으로 약화시켰다.7)

 

     5)  Ibid., 3.

     6)  Friedrich Schleiermacher, Der christliche Glaube (1821-1822). Band 1 (Berlin: Walter de Gruyter,  1984), 31.       7)  Karl Barth, Der Römerbrief (München: Chr. Kaiser Verlag, 1922), 10-15; Karl Barth, Kirchliche Dogmatik I/1: Die Lehre vom Wort Gottes (Zürich: Evangelischer Verlag, 1932), 3-20.

 

결국 근대 신학은 경험을 신학적 인식의 기초로 인정하지 못한 채, 한쪽에서 는 심리학적 환원으로, 다른 쪽에서는 계시의 절대적 타자성 속으로 몰 아넣는 이중의 한계에 갇히게 되었다.

신학의 영역에서도 경험은 점차 불확실한 기초로 간주되었고, 성령의 사건은 단순히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이나 정서적 위 로로 격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19세기 이후 신학은 학문적 정당성을 확 보하기 위해 객관적·합리적 방법론을 강조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험은 신뢰할 수 없는 주관적 요소로 치부되었다.

종교적 체험은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변부로 밀려났으며, 성령의 역사는 교리적 정식화나 제도적 권위 속에 갇히게 되었다.

그 결과 성령은 교회 안에서 단순히 성례전의 보증자나 윤리적 각성의 내면적 근거로 이해될 뿐, 인 간과 세계를 변혁하는 자유로운 하나님의 현존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2. 경험과 초월

 

숨밭은 종교적 체험을 둘러싼 이분화된 견해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다. 그는 성령의 사건을 내면적 심리 현상으로 축소하는 근대적 경향과, 반대로 개인적 주관주의에 갇히는 신비주의적 환원을 동시에 경계하였 다.

다시 말해, 한쪽에서는 경험이 학문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험이 검증 불가능한 개인적 체험으로만 남는 위험이 있었다.

숨밭은 이 양극단을 넘어서려 했다.

그는 경험을 성 령 이해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다시 복원하되, 그것을 단순히 개인의 주 관적 감정으로 축소하지 않고 공동체적·우주적 차원에서 재정립하고자 했다.8)

 

     8)  전 철, “화이트헤드 사건론의 신학적 함의,” 「신학사상」 146 (2009), 71-98. Chul Chun, Kreativität und Relativität der Welt beim frühen Whitehead: Alfred North Whiteheads frühe Naturphilosophie (1915-1922) - eine Rekonstruktion (Neukirchen-Vluyn: Neukirchener Verlag, 2010). 

 

그가 말하는 경험은 단순히 인간의 심리적 움직임이나 정서적 감흥 이 아니다. 그는 경험을 해석과 초월이 교차하는 사건으로 파악하였다. 인간은 언제나 해석을 통하여 세계를 경험한다. 신자가 예배 속에서 감 격을 느끼고 그것을 하나님의 임재라 명명할 때, 그는 이미 특정한 언어와 전통의 지평 속에서 사건을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경험은 해 석을 넘어서는 차원을 지닌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와 개념이 붙잡을 수 없거나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 다가온다.

경험이 원초적이고 충격적일 때는 경험의 의미를 반추하면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너무나 큰 충격은 그 뜻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보통 “아름답다”, “거룩하다” 처럼 무엇을 경험한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이해되고 그렇게 해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해되고 해석되면서 경험하는 것인가?

혹은 경험하는 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인가?

이에 관하여 해석학적으로 이해와 경험은 불가분리적인 관계에 있다 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위르겐 몰트만에 따르면 인간이 다 설명 해 버릴 수 없는 초월 차원의 경험이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9)

숨밭은 바로 이 초월적 차원에서 성령의 사건적 현존이 드러난다고 본다.

인간의 체험은 해석을 통하여 다가온다.

그러나 종교적 체험은 해 석을 넘어서는 초월의 차원을 지닌다.

바로 그 지점에서 성령의 현존이 우리를 하나님께 열어준다.

이처럼 종교적 체험의 이중 구조는 그것을 단순한 주관주의나 합리주의로 환원하지 않고, 성령의 현존을 드러내는 길을 열어준다.

숨밭이 특히 강조한 것은 구원 경험의 ‘사건화’이다. 구원 경험은 단 순히 과거의 지식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삶 속에서 다시 사건으로 일어나야 한다.10)

 

    9)  김경재, 『성령론』 (1997), 2.

   10)  Ibid.

구원 경험은 과거의 회상이나 지식의 전수가 아니라, 성령의 자유로운 현존 속에서 현재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설교의 본질 역시 여기에 있다.

설교자는 과거의 교리를 반복하 는 사람이 아니라, 성령 사건이 오늘의 자리에서 다시 발생하도록 중재 자이다.

교육 또한 축적된 신학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은 혜가 현재화되어 학습자가 사건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과정이다.

설교는 놀라운 구원 경험을 사건화해서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 설교 를 통하여 공동체의 구성원이 그 경험에 빨려 들어가고, 그 경험으로 존재가 새로워지는 것이다.

그 사건을 교회의 용어로는 “은혜받았다” 라고 한다.11)

숨밭의 이와 같은 경험 이해는 이해와 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해석 학(Hermeneutics)에 대한 관심과 씨름을 배경으로 한다.12)

빌헬름 딜타이 (Wilhelm Dilthey, 1833-1911)는 정신과학의 과제를 ‘체험’(Erlebnis)의 이해 로 보았다.13)

그의 해석학은 종교적 체험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의미화 시킬 수 있는 중요한 유산이다.

숨밭은 딜타이의 체험 개념을 초월성의 관점으로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려는 관심을 드러낸다.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집단 무의식과 원형의 차원에서 종교적 체험을 해석했다.14)

칼 융의 관점은 경험의 사건성을 구조적 보편성으로 담아내는 장점을 지닌다.

숨밭은 이들의 통찰을 수용하면서도, 역사학이 나 심리학의 범주로 포착될 수 없는 종교적 체험의 지위를 더욱 확보하 고자 하였다. 특히 그는 종교적인 경험이나 구원 경험이 성령의 자유로 운 현존 속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사건이라는 점을 주목하였다.

그에 의 하면 “종교적인 경험은 온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다.”15)

 

   11)  Ibid.

   12)  Hans-Georg Gadamer, Wahrheit und Method: Grundzüge einer philosophischen Hermeneutik  (Tübingen: Mohr Siebeck, 1975).

   13)  Wilhelm Dilthey, Einleitung in die Geisteswissenschaften: Versuch einer Grundlegung für das Studium der Gesellschaft und der Geschichte (Leipzig: Duncker & Humblot, 1883). Richard E.  Palmer, Hermeneutics: Interpretation Theory in Schleiermacher, Dilthey, Heidegger, and Gadam er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69), 84-123.

   14)  C. G. Jung, Psychologie und Religion (Zürich: Rascher, 1940).

   15)  김경재, 『성령론』 (1997), 3.

 

여기서 중요한 점은 종교적인 경험이 결코 사적 신비주의로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방언이나 환상과 같은 표징적 현상이 성령 체험의 절 대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에게 사랑과 정의, 공동체적 생명 증진 이 성령 체험의 진정한 표지인 것이다.

이 진술은 성령 체험의 공적 성격 을 보여준다. 성령의 사건은 개인의 내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와 사회 속에서 구체적 열매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경험의 진정성은 언제나 공동체적 식별을 통해 검증된다. 교회는 성령의 사건을 함께 해석하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사랑과 정의, 생명의 확장을 통해 경험이 성령의 사 건임을 분별한다.

숨밭의 이러한 관점은 경험과 체험을 신학의 근본 범주로 더욱 주요 하게 복권시킬 뿐 아니라, 설교와 교육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한다.

‘설교’ 는 단순한 교리 전달이 아니라 성령 사건을 현재화하는 행위이며, ‘교육’ 은 은혜의 현재적 사건을 해석하고 열어주는 과정이다.

따라서 교회 공 동체는 과거의 구원을 지식으로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사건 속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도록 부름을 받는다.

경험은 단순한 인식의 기초 가 아니라, 성령의 자유와 은혜가 현재적으로 작동하는 사건의 장이다.

숨밭의 경험론적 성령 이해는 현대 신학의 정신을 주요하게 담고 있 다.

   첫째, 그는 경험에 대한 근대적인 인식의 경계 안에 머무르지 않고 경험을 더욱 해방시켜 종교적 체험의 초월성을 복원한다.

   둘째, 경험을 사적 주관주의로부터 구해내 공동체적인 성격을 확보한다.

  셋째, 경험을 과거의 회상이나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성령의 사건으로 재규정한다.

  넷 째, 설교와 교육을 은혜 사건의 현재화로 전환시킨다.

  다섯째, 성령을 단 순한 심리적 위로자가 아니라 사건을 일으키는 인격적 현존으로 파악한 다.

이러한 이해는 성령론이 단순한 신학의 요소로 머무르지 않게 하며 오히려 교회와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는 중심 범주로 확대시킨다.

숨밭은 이 양극단을 넘어 경험을 해석과 초월의 이중 구조로 이해하 면서, 성령의 사건화를 통한 경험의 현재화를 강조하고자 하였다.

그는 경험을 성령의 자유로운 현존 속에서 공동체적으로 식별되는 사건으로  파악하였다.

그의 성령론에서 ‘경험’은 더 이상 주변적 범주가 아니라, 교 회와 세계를 변모하는 하나님의 영의 사건을 드러내는 핵심 범주이다.16)

 

     16)  Michael Welker, Gottes Geist: Theologie des Heiligen Geistes (Neukirchener: Neukirchener Verlag,  1992).

3. 경험과 사건

 

숨밭의 성령에 대한 해석에는 세 가지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다.

  첫 째, 성령은 교회 제도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자유로이 역사하 는 하나님의 영이다.

이는 성령이 특정한 제도적 울타리나 성례전의 틀 안에 가두어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교회가 성령의 활동을 독점하거나 통제하려는 순간, 성령은 이미 교회의 소유를 넘어서는 자유를 드러낸 다.

성령은 민중의 삶과 사회적 해방 운동 속에서, 생태계의 회복 과정과 자연의 생명력 안에서 역사한다.

숨밭은 교회가 성령의 통로일 수는 있 으나 성령을 배타적으로 점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성령론의 공 적 성격과 보편성을 회복하려 하였다.

   둘째, 성령은 인간의 주관적 경험을 넘어, 해석을 초월하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이는 경험이 단순히 개인의 감정이나 심리적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인간의 언어와 해석의 지평을 넘어 돌파 하는 사건임을 뜻한다.

인간은 언제나 전통과 언어의 틀 안에서 체험을 해석하지만, 성령의 사건은 그 틀을 흔들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따 라서 종교적 경험은 단순히 내면적 감정의 고양이 아니라, 초월의 차원 에서 하나님과 조우하는 사건이다.

숨밭은 이러한 경험의 이중 구조를 통해 성령의 현존을 설명하며, 성령론을 주관주의나 합리주의의 한계에 서부터 극복하고자 했다.

   셋째, 성령은 미래로부터 오는 종말론적 힘으로서, 개인과 교회와 피조 세계 전체를 변혁한다.

성령의 역사는 과거의 회상이나 현재의 보존 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미래를 열어젖히는 창조적 사건으로 나타난다.

종말은 단순히 내세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미래의 하나님 나라 가 미리 도래하는 사건이다.

성령은 억압된 공동체를 해방시키고, 교회 의 권위주의를 심판하며, 파괴된 자연을 새롭게 하는 생명의 영으로 작 용한다.

따라서 성령론은 개인의 구원과 영적 체험을 넘어, 역사적·우주 적·공간적 차원에서의 변혁과 희망을 선포하는 신학적 토대가 된다.

개혁파 교회는 항상 “성령이여 오시옵소서” 기도를 한다.

하나님의 임재, 현존을 강조하는 기도이다.

이는 성령을 하나님의 현존 사건으 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야훼의 숨결, 루아흐(ruach)는 공간적인 넓이 와 서로 통한다.

그래서 신적인 것은 인격과 힘 뿐만이 아니라 공간 으로 경험된다.17)

 

     17)  김경재, 『성령론』 (1997), 4. 

 

숨밭의 성령론은 단순한 교리적 정식화를 넘어, 현대 세계가 직면한 위기와 요청 속에서 그 위상이 새롭게 구성된다.

근대 이래 합리주의적 인식론이 종교적 체험을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몰아내고, 교회 제도와 교리 중심의 전통이 성령을 그리스도와 교회에 종속시켜온 상황은 한국 의 신학과 기독교의 문화에도 그대로 반복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는 위기 ― 생태 환경의 파괴, 기술문명의 급속한 발전, 사회적 불평등, 교회의 신뢰 상실 ― 는 단순한 제도적 개혁이나 교리적 재구성 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숨밭은 이러한 현실을 깊이 인식하며, 성령을 새 로운 차원에서 재해석한다.

특히 그는 경험과 사건, 삼위일체와 상호내주, 창조와 창발, 종말과 해방이라는 주제들을 서로 연결하며, 성령을 경험-삼위-종말의 축을 따 라 재구성한다.

그의 신학에서 경험은 단순히 개인의 주관적 상태가 아니라 공동체적·우주적 사건이며, 삼위일체는 성령의 고유성과 자유를 보 증하는 틀이며, 종말은 성령을 통해 현재화되는 하나님의 미래가 된다.

 

Ⅲ. 현대 신학의 성령

 

1. 성령과 계시: 슐라이어마허와 바르트

 

성령 이해에 있어서 숨밭의 관점은 현대신학의 주요 흐름에 대한 대 화와 비판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슐라이어마허에서 출발하여 바르트, 틸리히, 몰트만에 이르는 신학 논쟁의 지평을 깊이 인식하고 있 으며, 그 가운데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분명히 했다.18)

특히 그는 경험과 계시, 주관성과 객관성, 내재와 초월이라는 대립 구도 속에서 성령의 고 유성과 자유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일관되게 추구하였다.

숨밭은 슐라이어마허의 체험의 신학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슐라이 어마허 신학의 두 뿌리는 경건주의와 낭만주의이다. 숨밭의 경험의 신학 에는 슐라이어마허 이후 현대신학이 씨름하는 경험 개념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다.

19세기의 교부19)라 불리는 슐라이어마허는, 종 교를 이성이나 도덕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절대의존의 감정으로 규정하였 다.

 

    18)  Friedrich Schleiermacher, Der christliche Glaube 1821-1822, Band 1 (Berlin: Walter de Gruyter,  1984). Friedrich Schleiermacher, Über die Religion. Reden an die Gebildeten unter ihren Verdächtern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91). Paul Tillich, Systematic Theology III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3). Jürgen Moltmann, Gott in der Schöpfung: Ökolo gische Schöpfungslehre (München: Chr. Kaiser Verlag, 1985).

   19)  Markus Vinzent, Theologen. 185 Porträts von der Antike bis zur Gegenwart (Stuttgart: Metzler,  2004), 207.

 

이는 종교의 본질을 인간 내면의 경험 속에서 찾으려는 시도였으며,  근대적 자율성 속에서도 신앙의 근거를 지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신학을 인간학으로 전도할 위험을 낳았다. 종교는 하나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 관한 것으로 축소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르트는 바로 이 점을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그는 슐라이어마허가 종교를 인간 내면에 가두어버렸다고 보았으며, 따라서 하나님의 계시는 인간의 어떤 내적 감정에도 의존하지 않는 전적인 초월로 이해되어야 한 다고 주장하였다.

숨밭은 이러한 논쟁의 지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 는 슐라이어마허가 종교의 본질을 내면적 경험에서 찾으려 한 것은 당시 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인정한다. 동시에 그것이 낳을 수 있는 주관주의적 위험도 분명히 지적한다.

그것은 바르트의 슐라이어마허에 대한 비판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 칼 바르트의 신비주의적 입장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숨밭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칼 바르트는 성령론적인 신학을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비주의를 끝까지 의심했다.

인간으로서는 구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나님으 로부터 무조건적으로 오는 은혜를 받고 인간은 용납된다.

그러나 신 비 체험에서는 그 신비를 체험하는 자가 중요해진다.

바르트의 관점 에서는 신비주의의 입장에서 누군가가 바로 그 구원을 경험한다고 할 때, 그 안에 인간이 무엇을 해서 이루려는 동기가 숨어있다고 비 판할 수 있다.

즉 바르트의 관점에서는 신비주의마저도 은총을 거절 하는 교만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20)

 

    20)  김경재, 『성령론』 (1997), 2. 

 

바르트의 신학은 ‘계시의 객관성’과 ‘하나님의 자유’를 강조한다는 점 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경험을 신학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 을 단호히 거부하였다.

인간의 경험은 죄와 왜곡에 물들어 있으므로 신 뢰할 수 없으며, 따라서 신학은 오직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 바르트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인간 중심적 신학을 단절시키 고 하나님의 초월적 주권을 보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동시에 경험의 차원을 지나치게 배제함으로써, 성령의 우주적 자유와 신비를 협 소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숨밭은 평가한다.

즉 숨밭의 관점에서 슐라이어마허는 경험을 신학의 출발점으로 삼았 으나 주관주의의 위험을 낳았고, 바르트는 경험을 배격하며 하나님의 객 관적 계시를 강조했으나 성령의 자유와 우주적 사역을 축소했다는 것이 다.

숨밭은 자신의 성령론의 관점에서 바르트의 장단점을 분명히 인식한 다.

그는 바르트의 업적을 존중하면서도, 성령을 지나치게 그리스도 중 심의 틀에 가두어버린 것을 비판한다.

바르트에게서 성령은 그리스도의 계시를 보증하는 기능적 역할로 축소되었으며, 그 결과 성령의 독자적 위격성과 우주적 사역은 가려졌다.

숨밭은 바로 이 지점에서 성령론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보았다.

 

2. 성령의 사건: 틸리히와 몰트만

 

숨밭은 여기에서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의 해석을 주목한 다. 틸리히는 슐라이어마허의 절대의존감정을 단순한 감정 차원에서 해 석하지 않고, 존재 자체와의 관계에서 파악하였다.

절대의존감정은 인간 이 특정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무조건적이고 궁극적인 것 에 의해 규정된 인간 존재의 구조적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슐라이어마허의 주관주의를 교정하면서 경험의 존재론적 깊이를 드러내 려는 시도였다.21)

 

   21)  Paul Tillich, Systematic Theology I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51), 10-15; Paul Til lich, The Courage to B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52), 150. 

 

그러나 숨밭은 틸리히의 해석을 긍정하면서도,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경험을 단순히 존재론적 구조로만 규정할 경우, 경험의 사건성 이 축소될 위험을 보았다.

따라서 그는 성령의 자유로운 현존 속에서 경 험이 사건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절대의존은 단순한 구조 가 아니라, 성령의 사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험이라는 것이 다.

이로써 그는 경험의 구조와 사건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숨밭의 신학적 관심은 경험과 계시를 대립시키지 않고, 성령의 사건 속에서 통합하는 것이다.

그는 경험을 단순히 인간 내면의 자료로 삼지 않으면서도, 하나님의 계시가 인간 경험 속에서 사건으로 일어난다고 본 다.

이렇게 해서 그는 슐라이어마허의 주관주의와 바르트의 객관주의를 동시에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경험은 계시를 대체하지 않으며, 계시는 경험과 무관한 추상이 되지 않는다.

성령의 사건 속에서 계시는 경험을 통해 현재화되고, 경험은 계시의 사건으로 심화된다.

이러한 숨밭의 신학적 문제제기는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 1926-2024)의 신학적 관점과 연결된다.

급변하는 삶과 세계 앞에서 인류 는 좌절한다. 자연 전체가 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파괴되어 가고 있다. 교 회 안과 교회 밖 모두의 피조물들이 영의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삶 의 조건에서 오늘의 신학이 그리스도 중심적, 교회론적, 화해론적 메시 지 너머의 그 무엇인가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몰트만은 보았다.22)

몰 트만의 신학은 삼위일체적 구조 안에서의 신학이다.

하나님을 말하면 그 리스도를 말해야 하고 성령을 말해야 한다. 하나님 중심, 그리스도 중심, 성령 중심 가운데 하나를 배제하게 될 때 그것은 비그리스도교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23)

동시에 몰트만이 이해한 성령은 ‘화해와 창조의 영’이 다. 그리고 몰트만은 교회와 세계를 넘어선 우주적 차원에서 성령의 사 역을 강조한다.24)

 

   22)  김경재, 『성령론』 (1997), 2.

   23)  Ibid., 5.

   24)  Jürgen Moltmann, Der Geist des Lebens: Eine ganzheitliche Pneumatologie (München: Chr. Kai ser Verlag, 1991), 15-20. Jürgen Moltmann, Gott in der Schöpfung: Ökologische Schöpfungslehre  신 (München: Chr. Kaiser Verlag, 1985), 48-55.   

 

숨밭은 몰트만처럼 성령의 우주적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경험의 사건성을 더욱 깊이 부각시킨다.

성령은 교회의 전유물이 아 니라, 자연과 역사, 인류 전체의 미래를 여는 영인 것이다. 따라서 숨밭의 삼위일체적 성령 이해는 슐라이어마허와 바르트, 틸 리히와 몰트만을 잇는 대화 속에서 형성되고 심화된다.

그는 슐라이어마 허의 경험 강조를 받아들이되 주관주의를 넘어서고자 했고, 바르트의 계 시의 중심성을 존중하되 계시로 인한 경험 지평의 축소를 극복하고자 하 였다.

틸리히의 존재론적 통찰을 수용하되 사건성을 더하였고, 몰트만의 우주적 성령론을 이어받되 경험의 현재화를 강조했다.

그 결과 그의 성 령론은 경험과 계시, 주관과 객관, 내재와 초월을 통합하는 성령 이해를 지향하였다.

숨밭은 성령을 그리스도·교회에 종속된 기능으로 한정하지 않고, 삼 위일체의 상호내주 속에서 세계를 갱신케 하는 하나님의 창조적 영으로 이해한다.

성령은 경험을 사건화하고, 계시를 현재화하며, 공동체와 세 계를 갱신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관점은 경험과 계시, 주관성과 객관의 이분법을 넘어, 삼위일체 신학의 맥락 안에서 성령의 자유와 공 적 성격을 다시 모색하려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Ⅳ. 나가며

 

숨밭 김경재는 한국의 신학사적 맥락에서 해방 이후 토착화신학의 발아기(1950-60년대), 민중신학의 급진적 전환기(1970-80년대), 그리고 문화·해석학적 전회가 두드러진 패러다임 전환기(1990년대)를 관통하며 전개된 한국적 ‘문화신학’(cultural theology) 전통을 탄탄하게 형성시킨 그는 한신의 토착화와 문화신학적 유산과 서구신학의 방법론 (종교개혁 신학, 해석학, 자연의 신학)을 토대로, 민중신학이 제기한 역사·해 방의 문제의식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종교경험·상징·자연을 포괄하 는 넓은 의미의 문화 영역으로 신학의 지평을 확장하였다.

이러한 숨밭의 문화신학에서 성령론은 단지 교의학 말미의 부속 항 이 아니라, 경험(해석과 초월의 이중 구조), 삼위일체(상호내주), 종말론적 생 명(미래의 현재화)을 매개하는 구조적 관문으로 기능한다.

다시 말해 숨밭 의 작업은 한국 신학이 직면한 두 긴장 ― 민족·역사적 맥락에의 충실성 과 보편 교회 전통과의 교통 ― 을 성령 이해를 통해 조화시키려는 시도 이며, 동아시아적 상상력과 서구 신학적 엄밀성을 접목하여 한국적 문화 신학의 정합적 형태를 제시한다.

본 연구에서 다룬 숨밭의 성령론은 1997년, 그가 50대 후반에 접어 든 시기에 형성된 그의 성령 이해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이 시기는 초 기의 신론·기독론 연구와 1980년대 민중신학적 문제의식 이후, 해석학과 문화신학을 본격적으로 수용하면서 그의 신학적 사고가 성숙기에 도달하 는 국면이다.25)

 

    25)  참조: 김경재, 『문화신학 담론』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7). 김경재, 『그리스도교 신앙과 영 성』 (오산: 한신대학교 출판부, 1997). 김경재, 『숨밭 김경재의 이야기신학 - 영과 진리 안에서』 (서 울: 대한기독교서회, 1999). 

 

따라서 이 강의록은 그의 사상의 정점 가운데 하나를 보 여주지만, 동시에 초기 신학에서의 성령론적 사유(1980-1990)와 후기 신 학에서의 확대·심화(2000-2025)와의 통시적 연관을 온전히 아우르지는 못한다.

김경재 신학의 발생사적 궤적 속에서 성령 이해가 어떻게 변화· 발전하며, 특히 후기 저술에서 생명·우주·영성의 차원으로 확장되는지를 밝히는 일은 여전히 향후 연구 과제로 남는다.

이 점에서 이 시기에서의 숨밭의 성령론은 그 자체로 완결된 체계라기보다, 그의 신학적 여정의 한 지점이자 이후 전개를 비추는 하나의 분기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분명 숨밭의 성령론은 근대의 신학이 씨름하였던 삼위일체의 전통과 성령의 지위에 대한 대화 속에서 고유한 신학적 관점을 제시하였다.

그 의 성령 이해는 단순한 신학사적 주석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교회와 세계가 직면한 여러 삶과 문명과 환경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제안 한다는 점에서 신학사적 의의를 가진다.

무엇보다 숨밭은 경험의 신학을 성령론의 기초로 세웠다. 근대 합리주의가 경험을 재현 가능한 범주로 제한하고, 신학은 경험을 주관적 심리로 환원하거나 배제하는 양극단을 걸어왔다.

그러나 숨밭은 경험을 해석과 초월의 이중 구조 속에서 파악하였다.

성령은 경험의 범주 안에서 사건화 되며, 계시와 경험, 내재와 초월, 개 인과 공동체, 역사와 우주를 아우르는 신학적 지평 속에서 성령의 자유 로운 현존을 드러내려 하였다.

그러므로 경험은 단순한 내적 감정도 아 니고, 단순한 객관적 자료도 아니다.

그것은 성령의 자유로운 현존 속에 서 일어나는 사건이며, 교회 공동체는 이 사건 속에서 은혜를 다시 경험 한다.

이로써 그는 경험을 신학 전체를 재구성하는 범주로 끌어올렸다.

그에게 성령의 신학은 체험의 신학, 경험의 신학이다.

그의 성령론은 또한 삼위일체 신학 속에서 성령의 온전한 위격성과 자유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는 슐라이어마허의 경험 강조와 바르 트의 계시 중심을 동시에 수용하면서도, 양자의 협소함을 넘어서는 제3 의 길을 제시하였다. 성령은 인간의 내면에 갇히지도 않고, 그리스도의 그림자에 종속되지도 않는다.

성령은 삼위일체의 상호내주 속에서 온전 한 위격으로 현존하며, 경험과 계시를 사건 속에서 통합한다.

이러한 통 찰은 성령의 사역을 다시 삼위일체 신학의 중심으로 되돌리는 중요한 시 도이다.

그는 성령을 개인 구원에 한정하지 않고, 역사와 사회, 자연과 우주 전체를 변혁하는 힘으로 보았다. 성령은 미래로부터 다가와 현재를 심판 하고 변혁하는 종말론적 힘이다. 따라서 종말은 내세 신앙이 아니라 현 재의 삶 속에서 경험되는 사건이다.

그는 교회가 교권과 권력과 결탁할 때 성령의 자유가 억압된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그는 성령을 생명의 영 으로 이해하여, 생태 위기와 피조물 전체의 구원을 향한 신학적 근거를제시하였다.

숨밭의 성령론은 세 가지 차원의 문화신학적인 기여를 제공한다.

  첫 째, 그는 경험을 사건화 하여 성령론의 기초로 복권시킴으로써, 경험과 계시, 주관과 객관, 내재와 초월을 통합하는 새로운 신학적 길을 열었다.

  둘째, 그는 성령을 교회 제도에 가두지 않고, 세계와 역사, 피조물 전체 에 임재하는 자유의 영으로 이해함으로써, 성령론의 공적 성격과 우주적 차원을 확보했다.

   셋째, 그는 종말론적 성령 이해를 통해, 성령을 단순히 과거 구원의 보증자가 아니라 미래를 여는 변혁적 힘으로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숨밭의 성령론은 최종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가.

숨밭의 성령론은 성령의 사건을 통해 인간이 인간과 세계의 진정한 가치와 목적 을 헤아리는 것에 있다.

그의 성령론은 단순히 교리적 논쟁을 정리하거 나 전통을 계승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성령론은 성령의 사건 속 에서 인간이 참되고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이끄는 자유와 해방,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지향한다.

숨밭은 성령을 개인의 내면적 위안이나 교회의 제도적 권위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존재 전체와 피 조세계 전체를 하나님과의 참된 관계로 회복시키는 힘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의 성령론은 인간을 억압하는 왜곡된 신앙을 넘어,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자유롭게 서고, 공동체와 창조세계와 더불어 풍성히 살아 가도록 하는 길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점에서 숨밭의 성령론은 종 국적으로 “인간의 충만한 인간됨을 통한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역설적 진리를 조명하는 신학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그의 마지막 『성령론』 강의 (1997년 6월 10일)는 다음과 같다.

신학의 마지막이 뭐냐. 신학의 마지막 질문은 송영(頌榮, Doxology)의 문제로 귀착된다. 신앙의 궁극적 고백은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Soli Deo gloria)이라는 선언이다. 그러나 이 표현이 잘못 선포되고 왜곡될 때, 그것은 신앙적 마조키즘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즉 하 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인간은 무가치하고 비참해야 하며, 하나님만이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될 때, Soli Deo gloria 는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

인간의 비천함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방 식은 오히려 하나님을 독재자로 만들고, 신을 영화롭게 한다는 것을 잘못된 권위와 복종의 체계로 변질시킨다.

그러나 고대 교부들이 말 하듯, 하나님의 참된 영광은 인간을 깎아내려 무력하게 만드는 데 있 지 않다.

오히려 하나님은 피조물을 하나님의 형상에 합당하게 변화 시키고, 인간을 참된 존재로 세워주심으로써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 신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이라는 고백은, 인간이 모든 우상숭배 에서 해방되고, 인간다움을 온전히 누리며, 참된 행복을 경험하는 역 설적인 체험을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독교 안에 잘못 형성된 자기비하적 마조히즘적 전 통을 극복해야 한다.

기독교의 궁극적 위대성, 그리고 신학의 마지막 장은 독솔로지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신학은 인간을 행동주의, 업 적주의, 공로주의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며, 오히려 가장 인간다운 삶 과 축복을 누리도록 이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것은 인간성 을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하 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인간적 경험을 곧바로 신적 차원에 투영하는 “존재의 유비” (analogia entis)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관계의 유비”(analogia relationis) 차원에서, 인간의 부모 경험은 여전히 하나님의 신비를 비 추는 창으로 쓰일 수 있다.

칼 바르트는 사람들이 흔히 하나님을 인 간 아버지와 어머니의 경험에서 투사한다고 보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반대를 주장한다.

참되신 하나님만이 아버지이시며 어머니이시 고, 인간의 부모성은 그 신적 본질에서 분유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레네우스(Irenaeus, 130-202)가 말한 바와 같이, “온전히 살아 숨 쉬 는 인간이 곧 하나님의 영광”(Gloria enim Dei vivens homo, vita autem hominis visio Dei)이다.26)

 

부모가 자녀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자식이 부모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건강하고 행 복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창조주 하나님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인간 이 참되게 인간답게 살아갈 때, 그 삶 자체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 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길이다.27)

 

    26)  Irenaeus, Against Heresies V, 20, 2, trans. Dominic J. Unger, ACW 55 (New York: Paulist Press,  1992), 526.

    27)  김경재, 『성령론』 (1997), 21-22.

 

숨밭이 성령론 마지막 강연에서 송영을 강조한 것은 그의 성령 이해 전체가 지향하는 신학적 종착점이다.

그는 성령을 개인의 내면을 위로하 거나 교회의 제도를 정당화하는 영으로 보지 않고, 인간과 세계를 하나 님의 참된 영광에 이르게 하는 자유와 해방의 영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 에게 송영은 성령론이 도달하는 마지막 종점이다.

성령이 우리를 하나님 께로 열어주고, 인간을 참되게 인간답게 만드는 사건 자체가 하나님께 영광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잘못된 Soli Deo gloria의 전통, 곧 인간을 무가치한 존재로 낮 추고 신만을 전제 군주처럼 높이는 방식이야말로 왜곡된 송영이라고 지 적한다.

성령의 송영은 인간을 비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온 전히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자유와 행복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데 있 다.

다시 말해, 성령이 가져오는 찬미는 인간의 자기비하가 아니라, 인간 다움의 충만한 구현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숨밭에게 하나님의 영광은 인간이 하나님과 무한한 간극을 유지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인간이 참된 피조물로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데 있 다.

부모가 자녀에게서 바라는 것은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듯, 하나님께서도 인간이 참되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영 광으로 받으신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은 인간을 옥죄는 교리가 아니 라, 인간의 해방과 성숙을 가능케 하는 성령의 선포가 된다. 

숨밭의 성령론은 송영에 이르러 하나의 완결을 본다.

성령은 인간을 억압의 굴레에서 해방하고, 우상숭배와 비본질적 권위로부터 자유롭게 하며, 인간다움의 충만 속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

따라서 그의 성 령론은 경험과 삼위일체, 종말론의 신학적 논의를 넘어, 궁극적으로 송 영으로서의 신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이 마지막 강조는 성령론이 단순히 현재적 은혜 체험에 머물지 않고, 인간성과 신적 영광을 함께 드 러내는 자리로 신학을 인도한다는 점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최종적으로 숨밭의 성령론은 한국 신학의 맥락에서 경험, 삼위일체, 종말이라는 신학의 핵심 범주를 재구성하면서, 그것을 궁극적으로 송영 (Soli Deo gloria)의 지평으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분명하다.

그 는 성령을 단순히 교리적 부속 항목이 아니라, 인간과 공동체, 세계와 우 주 전체를 하나님과의 참된 관계로 열어주는 자유와 해방의 영으로 파악 하였다.

따라서 그의 성령론은 단순한 교의적 논쟁이나 서구 신학의 모 방을 넘어, 한국적 문화신학의 자리에서 인간의 충만한 인간됨을 통한 하나님의 영광을 증언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종교개혁의 전통, 해석학 의 전승, 한국의 문화와 영성적 통찰이 교차하는 지평에서 숨밭 김경재 의 성령 이해가 형성되었으며, 한국 신학의 새로운 길을 여는 중요한 신 학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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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초록

본 논문은 숨밭 김경재의 성령론 이해를 그가 진행하였던 1997년의 성령론 강의와 저술을 토대로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숨밭의 성령론은 전 통적 삼위일체론의 구도 속에서 경험, 상호내주(perichoresis), 종말론적 생명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신학적 사유를 전개한다. 그는 슐라이어마허의 신학적 내재주의와 바르트의 계시 중심 신학을 비 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경험을 단순히 주관적 사건이 아니라 공동체적·우 주적 차원에서 재해석한다. 특히 필리오케 논쟁, 성령의 교회적 유폐, 그 리스도 중심주의의 한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성령의 자유로운 활동과 우 주적 현존을 강조한다. 또한 몰트만의 종말론적 성령 이해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성령을 새로운 생명의 창발(emergence)과 해방의 원리로 파악 한다. 숨밭의 성령론은 성령을 교회의 제도적 범주 안에 가두지 않고, 역 사와 자연, 공동체와 개인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하 나님의 현존 사건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적 맥락에서 영성, 생명, 경험을 신학적으로 사유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며, 성령론이 단순 한 교의적 체계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차원으로 풍성하 게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제어 성령, 성령론, 삼위일체, 경험, 사건, 해석학, 문화신학, 한국신학, 숨밭 김경재 

 

Abhstract

T he Pneumatology of Kim Kyoung-Jae — Focusing on His Lecture (1997) on the Holy Spirit

Chul Chun (rofessor, Systematic Theology College of Theology Hanshin University)

This article undertakes an in-depth study of the pneumatology of Kim Kyoung-Jae (Soombat), focusing on his 1997 lecture series on the Holy Spirit as well as his related writings. Kim’s pneumatology develops along three central axes within the framework of classical Trinitarian theology: experience, perichoresis, and eschatological life. While critically engaging Schleiermacher’s theological immanentism and Barth’s revelation-centered theology, Kim reinterprets experience not merely as a subjective phenomenon but as an event of divine presence in communal and cosmic dimensions. In particular, his analysis of the f ilioque controversy, the ecclesial captivity of the Spirit, and the limitations of Christocentrism highlights the freedom and universality of the Spirit’s activity. Furthermore, drawing critically on Moltmann’s eschatological pneumatology, Kim conceives of the Spirit as the principle of emergence and liberation that generates new life. His pneumatology thus refuses to confine the Spirit within institutional boundaries of the church, instead understanding the Spirit as the event of God’s presence that continuously creates newness in history, nature, community, and personal existence. This perspective opens a new horizon for theological reflection on spirituality, life, and experience within the Korean context, demonstrating that pneumatology need not remain a merely doctrinal construct but may be richly expanded into Korea’s distinctive cultural and existential dimensions.

 

Key Word : (Holy Spirit, Pneumatology, Trinity, Experience, Event, Hermeneutics, Cultural Theology, Korea Theology, Soombat Kim Kyoung-Jae)

 

논문접수일: 2025년 9월 4일 논문수정일: 2025년 9월 28일 논문게재확정일: 2025년 9월 28일 

神學思想 210집 · 2025 가을

숨밭 김경재의 성령 이해 - 『성령론』(1997) 강의를 중심으로 (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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