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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바라봄과 구원― 불뱀 사건(민 21:4–9) 다시 읽기/이충열.삼육大

Ⅰ. 서론

 

민수기에는 여러 불평 사건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이유 없이 불평하 여 불의 벌을 받는 사건(민 11:1-3), ‘만나’가 질리다고 불평하여 메추라기 떼를 넘치도록 주셨으나 징벌을 받는 사건(민 11:4-34), 정탐꾼들의 보고 를 듣고 낙담하여 원망함으로써 40년을 광야에서 보내야 하는 징벌을 받 는 사건(민 13:25-14:45),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반역과 더불어 백성들 의 원망으로 인해 징벌을 받는 사건(민 16장), 광야에서 물이 없어 원망하 여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징벌을 받는 사건(민 20:2-13)이다.

본 논문에서 다룰 사건은 민수기에 기록된 마지막 불평 사건인 불뱀 사 건(민 21:4-9)이다.1)

 

   1)  박윤아, “민수기의 광야전승에 나타난 불평 사건 연구,” (석사 학위 논문, 협성대학교, 2017) 참조.  

 

불뱀 사건과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특히 불 뱀 사건은 종교사적 관점에 기반한 연구의 주요 대상으로 부각되어 왔으 며, 이에 따라 본문 해석의 지평 또한 다각도로 확장되었다.2)

불뱀 사건 에 등장하는 뱀의 의미를 해명하기 위한 시도로, 이스라엘 주변 고대 근 동 국가들의 뱀 전통과의 비교 연구도 다양한 방향에서 이뤄졌다.3)

그럼 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자료와의 연관성이나 제시된 단서만으로 불뱀 사 건에서 뱀 전통의 기원 및 발생 장소를 특정하는 문제는 여전히 학계 내 에서 상당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4)

웨낭(A. Wénin)은 민수기 불뱀 사건의 뱀과 창세기 3장의 인류 최초 범죄 사건에 등장하는 뱀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하여, 두 본문 간의 상호 텍스트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5)

또한 명사 사라프(śārāp̱)의 복수형 인 세라핌(s ́ᵉra ̄p̱ı̂m)은 민수기 21장 6절과 이사야 6장 2절, 6절에만 등장 하는데, 민수기에서는 불뱀을, 이사야에서는 하나님의 보좌 곁에 있는 천상 존재를 가리킨다.

학자들은 동일한 단어가 상이한 의미로 사용된 점에 주목하여, 두 존재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6)

 

     2)  H. H. Rowley, “Zadok and Nehushtan,”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58 (1939), 132-133

     3)  K. R. Joines, “The Bronze Serpent in the Israelite Cult,”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87/3 (1968),  245-256; M. Münnich, “The Cult of Bronze Serpents in Ancient Canaan and Isarel,” B. J.  Schwartz · A. Melamed · A. Shemesh (eds.), in Iggud: Selected Essays in Jewish Studies, vol. 1: The Bible and Its World, Rabbinic Literature and Jewish Law, and Jewish Thought (Jerusalem,  2008), 39-56.

    4)  조우현, “하느님의 사랍들과 모세의 구리 뱀: 구약성경 내 여러 본문들을 바탕으로 민수 21,4-9 다 시 읽기,” 「신학전망」 219 (2022/12), 100-101.

    5)  André Wénin, “Le Serpent De Nb 21,4-9 Et De Gn 3,1: Intertextualité Et élaboration Du Sens,” T.  Römer (ed.), The Books of Leviticus and Numbers, Bibliotheca Ephemeridum Theologicarum Lo vaniensum 215 (Peeters, 2008), 545-554; 몰몬경에서 놋뱀 이야기에 대한 언급은 고대 근동의 뱀  상징 및 도상, 또한 포로기 이전 이스라엘의 세라프 뱀(seraph-serpent) 전통과 깊은 공명을 이루고  있으며, 몰몬경의 놋뱀 상징 사용과 해석은 고대 이스라엘 전통의 실제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을  입증하는 논문은 다음을 참조하라. Neal Rappleye, “Serpents of Fire and Brass: A Contextual  Study of the Brazen Serpent Tradition in the Book of Mormon,” Interpreter: A Journal of Lat ter-day Saint Faith and Scholarship 50 (2022), 45-106.

   6)  G. B. Gray, A Critical and Exegetical Commentary on Numbers, The International Critical Com mentary (Edinburgh: T&T Clark, 1903), 277-278; Martin Noth/James D. Martin (tr.), Numbers,  Old Testament Library (SCM Press, 1968), 156-157; N. Amzallag, “The Origin and Evolution of  the Saraph Symbol,” Antiguo Oriente 13 (2015), 99-113 참조.

 

이러한 연구들은 언어적 유사성에 기반하여 창의적인 해석을 제시하였으나, 성경 본문이 지니는 고유한 의미를 간과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예를 들 어, 창세기 3장에 등장하는 뱀은 인류를 유혹하는 존재로 묘사되며, 이사야 6장의 스랍은 하나님의 보좌를 섬기는 천상적 존재로 등장하기 때 문에, 불뱀 사건과는 어원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과 신학적 맥 락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은 제한적이다.

불뱀 사건(민 21:4-9)은 다른 불평 이야기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으며 여러가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전과 다르게 왜 백성은 원망의 대상에 모세와 더불어 ‘하나님/야훼’를 포함하는가?

야훼는 모세의 중재 가 없이 왜 즉각적으로 심판을 내리시는가?

야훼가 모세에게 ‘사라프’(불 [뱀])를 만들라고 했는데, 모세는 어떻게 놋으로 뱀을 만들었는가?

야훼 는 치유책으로 왜 뱀을 제거하거나 기적을 베풀지 않으셨는가?

뱀의 독 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왜 뱀의 형상을 사용하였고 그것을 ‘보면’ 산 다고 말씀하셨는가?

‘보면 산다’는 말이 두 번 언급되는데(민 21:8, 9), 각 각 사용된 히브리어 원어가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산 자에 대한 기록(민 21:9b)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논문은 선행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앞서 제기된 의문점 들을 중심에 두고 민수기 21장 4-9절에 기록된 불뱀 사건을 문학적·공 시적 해석 방법으로 분석함으로써,7) 그 신학적 의미를 규명하는 데 목적 이 있다.

 

     7)  많은 학자들은 민수기 21장 4–9절을 민수기 내 ‘이집트 향수 모티프’(Egypt nostalgia motif)를 담은  본문들과 함께 유배 이후 시기의 상당히 후대에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T. Römer, “Egypt Nos talgia in Exodus 14-Numbers 21,” C. Frevel · T. Pola · A. Schart (eds.), in Torah and the Book of Numbers (Tübingen: Mohr Siebeck, 2013), 82-83; C. Nihan, “La mort de Moїse (Nb 20, 1-13; 20,  22-29; 27, 12-23) et l’édition finale du libre des Nombres,” in Les dernières rédactions du Pentate que, de l’Hexateuque et de l’Ennéateuque, a cura di T. Römer, K. Schmid (Leuven: Peeters, 2007),  145-182 참조. 

 

먼저 불뱀 사건을 역사적·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불뱀 사건 의 전후 문맥과 민수기 내 불평 사건들과의 비교를 통해 사건의 심각성 과 배경을 고찰하며, 문학적 구조 분석을 통해 본문의 내러티브 전개를 체계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특히, 놋뱀의 재료와 상징성, ‘바라봄’의 히브리어 표현 차이, 집단적 구원에서 개인적 선택으로의 전환 등 본문 내 세 부 요소를 심층적으로 고찰할 것이며, 또한 놋뱀을 통한 치유 방식, ‘바 라봄’의 의미, 그리고 산 자에 대한 기록이 지니는 신학적 함의를 논증하 고자 한다.

 

Ⅱ. 불뱀 사건의 역사적·문학적 배경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기적적인 방법으로 애굽 땅에서 불 러내셔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약속하셨다.

하늘에서 만나를 공급하시고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그들을 보호하시고 때를 따라 물을 공급하시면서 광야 길로 인도하셨다.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 을 체결하시고, 출애굽 후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가나안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가데스 바네아까지 그들을 인도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열 정탐꾼의 말을 듣고 하나님께 불신을 드러냄으로써 약속된 가나안 땅 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 죽을 것을 선고받고 광야로 다시 내몰리게 되었다.

가데스 바네아 사건 이후부터 가데스(민 20:1)에8) 도착하기까지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민수기에 생략되었다. 가데 스에 도착해서 미리암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가나안 땅에 들어가 기까지의 이야기가 민수기 20장 1절부터 21장 35절에 기록되었다.9)

 

    8)  일부 학자들간에 민수기 20장 1절의 가데스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민수기 20장 1절에  언급된 가데스와 민수기 14장의 가데스 바네아를 동일한 지명으로 보고, 일부는 그 둘을 다르게  보아 민수기 20장 1절의 가데스를 가데스 므리바로 부르며 구별하려고 한다. Gordon J. Wenham,  Numbers: An Introduction and Commentary, TOTC 4 (Downers Grove: InterVarsity Press, 1981),  168.

    9)  출애굽기와 민수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여행하는 여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여행은 애굽부터 시내산까지(출 12:29-19:25), 두 번째 여행은 시내산에서 가데스 바네 아까지(민 10:11-14:45), 마지막 여행은 본문에 소개된 가데스에서 모압 평지까지(민 20:1-21:35)이 다. Dennis R. Cole, Numbers: An Exegetical and Theological Exposition of Holy Scripture, NAC  3b (B&H Publishing Group, 2000), 319. 

 

광야에 들어선지 약 40여 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 이스라엘 백성 은 가나안의 접경 가까이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 안 땅으로 직접 진입하는 대신, 에돔 왕의 통행 거절로 인해 에돔 국경을 우회하며 거친 광야의 ‘홍해 길’을 따라 이동해야 했다.

이러한 역사적 맥 락 속에서 이른바 ‘불뱀 사건’이 발생하였다.

불뱀 사건의 인접한 문맥을 통해서 역사적인 배경과 그 배경이 이 사 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불뱀 사건의 심각성을 푸는 실마리의 일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먼저 여행 경로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불뱀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민수기 33장 2절에 따르면 광야의 모든 여정은 “여호와의 명령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떤 길을 가든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불뱀 사건 이후에 나오는 민수기 21장 10-13절을 보면 “떠나 … 진 을 쳤고”가 반복해서 나온다.

본문인 21장 4절에서 “호르 산에서 출발하 여”라고 말하지만 어디에서 진쳤다는 말은 없고, 불뱀 사건이 끝난 다음 에 “이스라엘 자손이 그곳을 떠나”(10절)게 되었으나 어디서 “떠나 오봇 에 진을 쳤”는지가 나오지 않는다.

이를 이해하려면 광야 여정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는 민수기 33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수기 33장 40절은 21장 1-3절에 언급된 아랏과의 싸움을 말하고 있다. 21장 4, 10절에 이스라엘 백성이 호르산에서 발행하여 오봇에 진 친다는 말은 33장 41-43절에 해당한다.

전자에는 없지만 후자에는 그 사이 여정을 기록해 놓고 있다. “호르산에서 발행하여 살모나에 진쳤고 살모나에서 발행하여 부논에 진쳤고 보논에서 발행하여 오봇에 진쳤 고”(민 33:41-43).

민수기 21장 4-9절의 본문은 “호르 산에서 출발하여 홍해 길을 따라 에돔 땅을 우회하려 하”다가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구체 적인 지점을 알 수는 없지만, 그 여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데스에 이르렀을 때, 모세의 누이 미리암이 사망 하였다(민 20:1).

이어서 백성은 물이 없다고 불평하였고, 이에 대한 모세 와 아론의 불신앙적 대응으로 인해 그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리 라는 하나님의 선고를 받았다(민 20:2–13).

이후 이스라엘은 가데스를 떠 나 호르산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아론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죽음을 맞 이한다(민 20:22–29).10)

하나님은 아론이 죽어야 할 이유를 다시 한번 밝 히시며, 아론의 제사장직을 엘르아살에게 승계시키는 절차를 명하신다.

즉 아론의 옷을 벗겨 엘르아살에게 입히고, 아론은 산 위에서 죽게 되는 것이다(민 20:24–28).

민수기 20장 29절은 온 이스라엘이 아론의 죽음을 보고 30일을 애 곡하였다고 전한다.

이는 아론의 죽음이 은밀한 사건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중대한 사건임을 시사한다.

백성은 아 론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의 심판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목도했을 것이다.

출애굽 이후 핵심적 인물인 미리암과 아론의 연이은 죽음은, 가 데스 바네아 사건에서 하나님께 반역했던 첫 세대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 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게 될 것이라는 선고가 성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 13–14장 참조).

아론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첫 세대 백성은 자신 들의 운명도 동일할 것이라는 자각 속에 슬퍼했을 것이며, 2세대 역시 이러한 광경을 보며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입장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에돔 땅을 통과하는 것을 거부당했 으므로(민 20:14-21) “에돔 변방에 있는 호르산으로부터 남쪽으로 아카바 만 북쪽 끝에 있는 엘랏을 향해 갔다.”11)

 

    10)  민수기 33장 18절에 따르면 아론이 죽은 때는 제40년 5월 1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수기 20장 1 절의 정월은 제40년 1월일 가능성이 높다. 

    11)  존 윌튼 · 빅터 매튜스 · 마크 샤발리스 · 크레이그 키너, 『IVP 성경배경주석』 (서울: IVP, 2010),  223. 

 

가나안 땅으로 가려면 북쪽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오히려 더 멀어지는 남쪽으로, 즉 에돔을 돌아가는 것 이다.

가나안을 등지고 가는 것으로 인하여 마음이 상한 것은 당연한 일 이다(민 21:4).

아론의 죽음이 주는 불길한 인상은 메마른 광야의 험난한 여정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었을 것이며, 이는 이스라엘 백성의 낙담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아론의 죽음에서 오는 공포와 광야 길에서 오는 불 안감은 “어찌하여 …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는고”(민 21:5)라는 말을 하도록 충동질 했을 것이다.

 

Ⅲ. 불뱀 사건의 본문 구조와 내러티브 분석

 

1. 불뱀 사건의 문학적 구조

 

불뱀 사건(민 21:4-9)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12)

 

    12)  참조 Cole, Numbers, 347. 민수기의 거시적 구조는 다음을 참조하라. 김재구, “민수기의 거시구 조에 대한 재조명,” 「구약논단」 23/1 (2017/3), 41-73.

A. 4절: 역사적인 배경

B. 5절: 백성의 죄 C. 6절: 야훼의 즉각적인 심판

D. 7a절: 백성의 회개

E. 7b절: 모세의 중보 기도

F. 8-9절: 야훼의 반응과 그분의 구원의 역사

 

위의 것은 간단한 개요이며, 본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해 볼 수 있다.

 

A. 4절: 사건의 역사적인 배경

B. 주제: 불뱀으로 많은 사람이 죽음. 

a. 5절: 백성이 모세와 하나님에게 불평하여 말함.

d. 6a절: 야훼가 불뱀을 보내심.

e. 6b절: 많은 백성이 죽음

C. 주제: 불뱀에서 치유의 길이 열림.

a’. 7 ab절: 백성이 모세와 야훼에게 죄를 고백하고, 뱀이 제 거되도록 요청함.

b’. 7 b절: 모세의 중보 기도.

c’. 8절: 야훼가 모세에게 말함.

d’. 9a절: 모세가 놋뱀을 만듦.

e’. 9b절: 살길이 열림.

 

A는 불뱀 사건의 역사적인 배경을 제공하고 B와 C는 이 사건의 전 반부와 후반부를 구성한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B와 C는 대구를 이루는 데, 서로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차이를 이룬다.

특이한 사항은 후반부 에는 b’와 c’가 있지만, 전반부에는 그 둘이 빠졌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세 번의 담화, 곧 B에서는 한 번, C에서는 두 번 등장한다.

이 담화에서 도 B, C에서 백성의 담화가 나오지만, 야훼의 담화는 C에서만 있다.

B에 모세의 중보 기도와 야훼의 담화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야훼가 즉각적으 로 심판을 내렸기 때문이며 이는 백성의 심각한 죄로 인해 초래되었다고 보인다.

 

2. 백성의 죄와 하나님의 심판(민 21:5-6)

 

1)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원망하되”(민 21:5aα)

 

이스라엘 백성의 죄는 무엇이었는가?

왜 아무런 예고도 없고, 모세 가 중간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각적인 처벌이 내렸는가?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원망하되”의 원어는 “바예다베르 하암 벌로힘 우버모세”(wayḏabbēr hāām bēʾlōhîm u ̂ḇᵉmo ̄šê)이며, 직역하면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대항하여 말하였다”이다.

민수기 내에서 ‘다바 르’(dāb ̱ar)라는 동사는 모세를 주어로 취하는 몇 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나님을 주어로 취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백성이 주어로 등장하여 하나 님을 대항하여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불평하거나 원망할 때 항상 그 대상은 ‘모세’(출 15:24; 출 17:2, 3; cf. 12:1)이거나 아니면 ‘모세와 아론’(출 16:2; 민 14:2; 16:3; 20:2)이었다. 하지만 불뱀 사건에서는 원망과 불평의 대상은 ‘하나님과 모세’이다. 동일한 내용이 민수기 21장 7절에도 반복된다.

불뱀으로 많은 사람 이 죽어가자 백성들이 모세에게 달려와 자신들이 ‘여호와와 당신[모세]’(7 절)을 “원망”하였다(대항하여 말하였다)고 고백하면서 도움을 구한다.13) 하 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을 그분의 대표자로 보내셨기에 그들을 대항하여 말하는 것이 하나님을 대항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나, 불뱀 사건에서는 그 직접적인 원망의 대상에 하나님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론이 죽었기 때문에 아론을 원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전과 같 이 모세에게만 원망의 말을 하면 되는데, 왜 여기에 원망의 대상에 ‘하나 님’까지도 포함하고 있을까?

민수기 21장 5절에서의 ‘다바르 버(dāḇar bᵉ)’라는 표현은 민수기 12 장 1절에도 발견된다.

아론과 미리암은 모세를 “비방하여,” 즉 ‘대항하여 말하’였기 때문에, 미리암이 문둥병에 걸리게 되었다.14)

 

    13)  민수기 21장 7절에는 동일한 내용에 ‘엘로힘’이 아니라 ‘야훼’라는 다른 표현을 썼다. ‘엘로힘’은 5 절에만 사용되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야훼’라는 표현을 쓴다(참조, 김은규, “‘야웨’와 ‘엘로힘’의 종 교간 대화 - 구약의 오경과 예언서를 중심으로,” 「신학사상」 131 (2005/겨울), 57-90; Noth, Num bers, 156).

    14)  Cole, Numbers, 347.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대항하여 말하는 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스라 엘 백성이 출애굽 후 홍해를 건넌 다음에 “여호와와 그의 종 모세를 믿” 은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출 14:31).15)

 

   15)  Jacob, Milgrom, Numbers (Ba-Midbar): The Traditional Hebrew Text with the New JPS Transla tion (Jewish Publishing Society, 1990), 173.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야훼를 대항하여 말하는 것은 그들의 불만이 극도에 달했고 심각한 반역죄를 범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참조, 출 21:17; 레 24:15).

또한 가나안 땅을 멀리 남겨 두지 않은 이 지점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전의 가데스 바네아 사건을 생각하면서 그때와 동일하게 광야로 다시 내몰리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이 극도에 달하여 심지어 하나님에게까지 원망의 소리를 하게 되었 는지도 모른다.

 

2) 불평의 내용(민 21:5)

 

이스라엘 백성은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도다”라고 불평했다(민 21:5). 실제로 광야에는 먹을 것과 물이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광야 생활 자체가 기적의 연속이었다.

그러므로 이 불평이 암시하는 것은 무 엇인가?

출애굽기 16장의 만나 이야기를 보면, 백성이 광야에서 배고파 죽을 것이라고 불평했을 때 모세는 하나님께서 만나를 주실 것을 약속하 면서 그들의 원망이 야훼를 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16:3, 8).

그다음 장 17장에는 물에 대한 불평이 나오는데, 그런 불평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부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17:7).

즉 광야 여행에서 먹고 마시는 것 에 대한 불평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존재까지도 부정하 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온 이후로 그들은 여러 문제로 하나님 께 불평을 쏟아 놓았다.

출애굽 이후,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추 격하던 바로의 군대 앞에서 바다를 가르시는 기적을 통해 그들을 안전하 게 인도하셨으며, 뒤따르던 애굽의 군대는 그 물속에서 전멸하게 되었다 (출 14장).

광야를 행진하는 동안 이스라엘이 이방 민족의 침략을 받을 때, 하나님은 그들에게 이를 능히 이길 힘을 주셨다(출 17:13; 민 21:3). 물 로 인하여 불평을 했을 때 물을 주셨다(출 15:22; 민 20:10).

먹을 것으로 인하여 불평을 했을 때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주셨고, 또한 그들이 원한 메추라기 고기도 주셨다(출 16:12-13; 민 11:31). 어떤 때는 구체적인 요구 가 있었고,16) 어떤 때는 불평만을 하여도 자신들의 요구가 수락되었다.17)

민수기의 불뱀 사건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다시 광야로 여행해야 한 다는 것으로 마음이 상하였고, 에돔의 푸른 초장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 라 먹을 것과 물이 없는 광야로 가야 했다.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광야 에서 그들에게 먹을 것과 물을 공급하셨음에도 그들은 다시 광야로 여행 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이 하찮은18) 음식을 싫어하노라”(민 21:5)는 표현은, 이스라엘 백성 이 광야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받았던 만나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는 단순 히 더 나은 음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 러내는 행위로 해석된다.

 

     16)  구체적인 요구는 주로 물과 관련하여 이뤄졌다(출 15:24 17:2).

     17)  먹을 것으로 불평할 때는 먹을 것을 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보다는 불평만 나열한다. 출 16:3; 민 11:4-7 참조; 최종원, “소위 “불평” 이야기의 문맥 안에 있는 예언자적 현상에 관한 연구 - 민수기  11장에 나타나는 역사적인 상황화를 중심으로,” 「구약논단」 22/3 (2016/9), 118-121).

    18) CDCH, 396. 

 

본문의 특징은 구체적인 요청 없이 불평만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불평을 쏟아낸 결과로 즉각적인 징벌이 임했던 민수기 11장 1–3절의 사건과 유사한 양 상을 보인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향해 이유 없는 불평을 늘어놓고 대적하는 모습은 하나님의 즉각적인 심판을 초래한 결정적 요 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

 

3) 하나님의 즉각적인 심판(민 21:6)

 

하나님께서는 바로 ‘불뱀’(hannᵉḥāšim has ́s ́ᵉrāp̱im)을 보내셨다(민21:6). 보통의 경우는 모세가 어떤 말을 하거나 아니면 어떤 행동을 취한 후에, 처벌이 이뤄졌다.

이를 테면, 황소 우상 숭배 사건(출 32장), 고라의 반역 사건(민 16장) 등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모세가 중 재의 말을 하거나 어떠한 행동을 취할 여지도 없이, 하나님의 심판이 지 체 없이 즉각적으로 실행되었다.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이 여행하는 광야 는 안전한 곳이 아니라 불뱀과 전갈이 많은 곳이었다(신 8:15).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불뱀을 보내셨다기 보다는 하나님의 보호의 손길이 거두어져 불뱀이 이스라엘 진영으로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19)

이 사건에서 묘사된 뱀의 종류는 정확하지 않지만,20) 아마도 “사막 불살모사의 일종일 것이다.

이것들의 ‘사나운’ 혹은 ‘재빠른’ 성질은 코브 라와 관련되어 있거나 먹이를 덥썩 물 때의 재빠른 탄력성”과 연관이 있 으므로 그 독은 치명적이었을 것이다.21)

일부 학자들은 “불뱀”은 문자적 인 의미로는 ‘불타는 뱀’이므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은 그 독성이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나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22)

 

     19)  히브리 성경에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거두워져서 심판이 임하는 것과 하나님이 직접 재앙을 보 내신 것을 굳이 구별하지 않는다. 즉 두 경우 모두 하나님의 심판과 형벌로 봐야 한다.

    20)  민수기 21장 8절에서 하나님께서 만들라고 명하신 뱀은 ‘나하쉬 사라프’(nāḥāš śārāp)가 아니라  ‘사라프’(śārap[burner])로 지칭된다. 애슐리(Timothy R. Ashley)는 8절 본문의 ‘뱀’이라는 표현을  ‘사라프’의 정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첨가된 설명으로 해석하며, 따라서 이 뱀의 본래  명칭은 ‘사라프’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The Book of Numbers, NICOT (Grand Rapids: Ee rdmans, 1993), 404. 그러나 해당 뱀의 정확한 종류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이에 대한 해석은 본 문의 용어에 근거한 추정에 불과하다.

   21)  존 윌튼 · 빅터 매튜스 · 마크 샤발리스 · 크레이그 키너, 『IVP 성경배경주석』, 223 (cf. 45).

   22)  카일 · 델리취/김만풍 옮김, 『민수기』 구약주석 4 (서울: 기독교문화사, 1983), 208; D. Olson,  Numbers, Interpretation: a Bible Commentary for Teaching and Preaching (Louisville: Westmin ster John Knox Press, 1996), 135; Wenham, Numbers, 176.

 

오히려 ‘불뱀’은 심판의 문맥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레위기 10장 에서 나답과 아비후는 야훼께서 명하지 아니하신 다른 불을 담아 분향하 다가 야훼로부터 나온 불에 의해 심판을 받았다.

민수기 11장 1절에서는 백성이 악한 말로 원망하자 야훼께서 불을 보내어 그들을 심판하셨다.

또한 민수기 16장에서는 고라, 다단, 아비람과 함께 반역한 이백오십 명이 야훼로부터 나온 불에 의해 심판을 받는다(민 16:35).

이러한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민수기 21장에 등장하는 ‘불뱀’에서 ‘불’이라는 표현은 하나 님의 심판적 속성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3. 백성의 회개와 요청(민 21:7)

 

1) 뱀을 제거하지 않으심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서 보내신 불뱀으로 인해 죽어가자, 그들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모세에게 중재를 요청하였다.

이는 광야 여정 가운데 백성들이 명시적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를 표현한 두 번째 사례로, 전체 출애굽 여정 속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이례적인 반 응으로 평가될 수 있다.23)

백성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 뱀 들을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소서”(민 21:7).24)

‘떠나게 하소서’의 원어는 ‘야세르’(yāsēr)이며 어근은 ‘수르’(sûr)이다.

기본적인 뜻은 “(한 사람이 가 고자 했던 길에서) 벗어나다” 또한 “떠나다, 버리다”라는 뜻도 있고, 히필 형(사역 능동)에서는 주로 “제거하다”(remove, to do away with)라는 뜻으로 쓰인다.25)

 

    23)  첫 번째 경우는 민수기 14장 40절에 나온다. 13, 14장의 전후 배경은 가나안 땅에 열두 정탐꾼을  보냈지만, 이 중 열 명은 부정적인 보고의 영향을 받아 백성은 불평하고 하나님에 대한 불신을 드 러낸다. 결국 광야에서 죽을 것이라는 선고가 내려진 후에 백성은 범죄 하였다고 고백한다. 하지 만 그렇게 죄를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나안과 싸우지 말라는 모세의 명령을 어기고 싸움에  나가서 크게 패하게 된다. 이는 백성의 고백이 진정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Ol son, Numbers, 135). 24)  백성은 모세에게 그가 중재자로서 하나님께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해야 할지를 말했지만, “모세 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고만 나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도했는지 나오지 않는다(민  21:7b). 25)  S. Schwertner, TLOT, 2:796.

 

이 단어는 흥미롭게도 애굽에 내린 열 재앙 중에서 살아있는 생물로 인한 재앙인 개구리(출 8:8, 11), 파리(출 8:29, 31), 메뚜기(출 10:17) 와 관련되어 사용되었으며, 바로 왕은 이것들을 떠나게(sûr) 해 달라고 모세에게 요청했다.

그에 대해 모세는 하나님께 간구하고, 그 결과로 개 구리는 다 죽고(출8:13-14), 파리는 다 떠나고(출 8:31), 강력한 서풍으로 메뚜기를 홍해에 몰아 넣으셔서 메뚜기는 하나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출 10:19).

모세는 바로가 구한 것을 놓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고, 하나님은 응답하셔서 재앙의 원인이 사라졌다.

그러나 불뱀 사건은 다르다.

백성은 생물인 뱀이 제거되고 사라지기 를 원했지만, 모세의 중보 기도로 그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당연히 애굽에서 경험한 것처럼(1세대) 혹은 애굽에서 일어난 일들을 들었기 때문에(2세대) 그들을 괴롭히는 생물이 제거되기를 기대했 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른 대책을 세워주셨다. 그렇다면 그렇게 한 의도는 무엇일까?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뱀을 제거하지 않으시고 뱀을 만들어서 그것을 보는 자가 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민 21:8).

왜 하나님 께서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셨는지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2) 진정으로 제거되어야 할 것

 

이스라엘 백성은 뱀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기보다는 그들 마음속에 있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과 불평, 그리고 길로 인하여 상한 마음을 제거 해 달라고 기도했어야 했다.

실제로 ‘수르’(sûr)는 야곱이 벧엘에서 이방 신을 ‘제거해서 버리라’고 했을 때 사용한 단어이고(창 35:2), 시내산에서 황소 우상을 섬기는 것을 놓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이 신속하게 그 분의 명령을 ‘떠났다’고 했을 때도 사용되었다(출 32:8).

또한 레위기에서 반복적으로 제물을 하나님께 드릴 때 그 속 내장을 제거하고 버리는 데 도 사용하였고(레 1:16; 3:4, etc.), 신명기에서 하나님을 떠나지 말라거나 이방신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의미로도 자주 사용되었다(신 4:9; 5:32, etc).

이런 용례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진정으로 제거해야 할 것은 뱀이라 기보다는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내뱉은 그들의 불평과 불신의 태도였다.26)

 

    26)  빅터 해밀턴/강성열 · 박철현 옮김, 『오경 개론』 (서울: 크리스천다이제스트, 2007), 452. 

 

하나님께서는 그 원인을 제거하시고자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구원책을 내놓으셨다.

 

4. 야훼의 반응과 그분의 구원의 역사(민 21:8-9)

 

민수기 21장 8-9절에 놋뱀을 통한 구원의 역사가 펼쳐진다.27) 8절 은 야훼가 모세에게 하신 말씀이며, 9절은 모세가 들은 말씀을 실행하여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 보여준다.

 

    27)  열왕기하 18장 4절에서 히스기야 왕이 여러 우상을 쳐부수었는데 그중 모세가 만든 놋뱀, 곧 “느 후스단”도 포함되었다고 언급한다. 민수기 21장의 놋뱀과 열왕기하에 등장하는 느후스단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대략적으로 세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전통적인 견해는 민수기 21장의 이야기 가 먼저 있었고, 나중에 이스라엘 백성이 놋뱀의 의미를 오용하여 뱀을 숭배하기까지 이르렀고,  결국 히스기야는 이를 없앴다는 것이다. 두 번째 견해는 오경을 포로 후기의 작품으로 보는 학자 들의 주장인데, 열왕기하 18장 4절에 일어난 일을 설명하려고 민수기 21장의 사건이 창조되었다 고 주장한다. 모세의 작품이 우상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그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하였기 때문에, 구리 뱀이 구원의 도구로 기능했던 사건을 서사적 형태로 재구성하여 제시할 필 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견해는 민수기 21장의 사건을 모세의 시대로 보지만 히스기야 시 대의 사건을 설명하려고 기원전 9/8세기의 형식으로 기록했다고 주장한다. Ashley, Numbers,  403; 필립 J. 붓드/박신배 옮김, 『민수기』 WBC (서울: 솔로몬, 2004), 392, 393; Noth, Numbers,  156, 157 참조. 

 

8절 후반부의 내용은 9절의 후반부에서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는 만들어진 뱀을 쳐다봐야 산다는 것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8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께서 불뱀을 만들라고 하셨는데, ‘뱀’에게 물린 자라고 하지 않고 단순히 “물린 자마다”고 언급하고 있단.

또한 ‘불뱀’을 보면 산다고 하지 않고 인칭대명 사를 사용하여 “그것을 보면 살리라”고 하였다.

이와 다르게 9절에는 “물 린 자”가 ‘뱀’에게 물렸다고 구체적으로 말하며 앞서 놋뱀을 언급하였는 데도 인칭대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다시 놋뱀을 언급하여 “놋뱀을 쳐다본 즉 살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놋뱀이 9절에 두 번 사용된 것은 그것을 강 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독으로 죽이고 있는 광야의 불뱀을 잡아서 장대에 매달라고 요구하지 않으셨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도 있 었다.

모세가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어 바로 앞에서 기적을 행하였듯이 불뱀을 하나 잡아서 장대에 높이 달면 되지 않는가?

그 대신에 하나님께 서는 그 불뱀과 같은 것을 만들라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왜 놋(구리)뱀인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만들라고 하신 것은 ‘사라프’(s ́ārāp̱, 불[뱀])였지 만,28) 모세가 만든 것은 ‘너하쉬 너호쉐트’(nᵉḥas ̌ nᵉḥo ̄šet ̱, 놋뱀)였다.

본문 은 그냥 뱀이라고 하지 않고 두 번이나 ‘놋뱀’을 언급한다(민 21:9).

왜 하 나님의 명령은 모세가 만든 것과 차이가 나는가? 모든 성소 기구들은 하 나님의 명령에 따라 제작되었으며, 제작 시 사용될 재료에 대해서도 구 체적인 지시가 주어졌다.

그러나 본 사건의 경우, 모세에게 사용되어야 할 재료에 대한 명시적인 지시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들 과 차이를 보인다.

이는 본문의 신학적 의미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요소 로 작용할 수 있다.

모세는 명시적인 재료 지시가 결여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가장 적절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을 주체적으로 모색 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29)

 

     28)  Ashley, Numbers, 404 참조.

     29)  조우현, “하느님의 사랍들과 모세의 구리 뱀: 구약성경 내 여러 본문들을 바탕으로 민수 21,4-9  다시 읽기,” 99 참조. 조우현은 불뱀 사건을 창세기 3장의 뱀과 이사야 6장의 스랍과의 비교 연구 를 통하여, 심판의 기능을 하고 있는 불뱀은 입이 부정한 이사야가 스랍 천사들에 의해 죽음을 마 주하는 것과 상응하고, 치유의 기능을 하고 있는 놋뱀은 부정했던 이사야가 스랍 천사들을 통해  정화되는 것과 상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bid., 118-119. 비록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문자 그 대로 수행하지 않았지만, 모세의 작품인 놋뱀이 하나님이 명하신 불뱀에 “신학적으로 상응하고  있고” 또한 “구원의 효과를 전달하는 매개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Ibid., 119.

 

이는 당시 모세의 역할이 단순한 전달자를 넘어, 하나님의 의도를 신중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중재자의 기능을 수 행했음을 시사한다. 밀그롬은 모세가 불뱀을 놋이라는 재료로 만든 이유를 놋이야말로 ‘사라프’가 의미하는 불의 색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해 주기 때문에 금 (zāhāb ̱)이나 은(kesep̱)이 아니라 놋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30)

웬 함(Gordon J. Wenham)은 구약에서 정결 예식을 통해서 놋뱀을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의 예를 들고 있다.

여인이 유출병으로 인해서 피를 흘리면 이것은 그녀를 부정하게 만들지만(레 15:19), 한 사람 이 죄를 범하여 드린 희생 동물의 피는 그 사람을 거룩하게 하고 정결하 게 한다(레 4장).

또한 죽은 암송아지의 재는 죽은 사람과 접촉하여 부정 하게 된 사람을 정결하게 한다(민 19:1-22). 여기서 알 수 있는 원칙은 제 의적인 관점에서 부정하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이 반대로 정결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31)

앞서 설명하였듯이 불뱀의 ‘불’이 심판의 의미가 담겨져 있고, 놋이 라는 재료로 불뱀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광야 성막에서 놋을 재료로 만든 성막 기구를 살펴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번제단은 온 전히 놋으로 입혀졌으며, 그에 부속된 모든 기구들, 즉 숯 가락, 불 옮기 는 그릇, 갈고리, 재를 담는 그릇 등 모두 놋으로 제작되었다(출 27:2–4). 또한 제사장이 제사 집행에 앞서 손과 발을 씻는 정결 의식의 도구인 물 두멍 역시 놋으로 만들어졌다(출 30:18).

놋으로 제작된 번제단은 희생 제사의 신학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구 현하는 상징물로 기능한다.

번제단에서는 죄인이 가져온 제물(흠 없는 양 이나 염소)위에 안수함으로써 그 죄가 제물에게 전가된다(레 1:4).32)

 

    30)  Milgrom, Numbers, 174. 또한 놋의 원어인 ‘너호쉐트’(nᵉḥōšeṯ)와 뱀의 원어인 ‘너하쉬’(nᵉḥaš)의  발음이 비슷하여, 모음 부호를 떼어 버리면 두 단어 모두 공통적으로 n-ḥ-š 이기 때문에 언어유 희(paronomasia) 현상을 보게 된다. Ibid.   

   31)  Wenham, Numbers, 177.

   32)  김경열,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 성전과 거룩한 백성』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6), 101-109. 

 

이어 제물은 불에 의해 완전히 소각되며, 이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 제 물에게 임함으로써 죄인이 살아남는 구원의 원리를 표현한다.

이와 같이 번제단은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제의적 공간  이며, 그 재료로서의 놋은 불과 관련된 정결과 심판의 상징성을 효과적 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구조는 불뱀 사건과도 신학적으로 연결되는데, 하나님은 불뱀을 통해 죄에 대한 심판을 행하셨고, 동시에 놋으로 만든 뱀을 세워 그것을 바라보는 자에게 치유를 베푸셨다.

놋으로 제작된 물 두멍은 여성들이 사용하던 놋거울을 녹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출 38:8).

물두멍이 거울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은 이 기 구가 단순한 정결 도구를 넘어, 제사장으로 하여금 제의 집행에 앞서 자 신의 존재와 상태를 인식하게 하는 자기 성찰의 장소였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물두멍은 제사장이 제단이나 성소에 나아가기 전 손과 발을 씻는 장소로 규정되었으며(출 30:17–21), 이는 정결 의식의 출발점으로 기능했 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징 구조는 불뱀 사건과도 유사한 신학적 틀 을 보여주는데, 하나님은 불뱀의 재앙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죄된 상태를 자각하게 하셨고(자기 인식),33) 놋뱀을 바라보는 행 위를 통해 그들을 치유하셨다(정결과 회복).

 

    33)  게인(Roy Gane)은 블레셋 사람들이 법궤를 빼앗아 왔을 때, 독한 종기가 생겨 이 문제를 해결하 려고 법궤를 돌려보내면서 악한 종기 모양을 같이 보낸 사건(삼상 5-6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 술하였다. 놋뱀 사건은 “벌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블레셋 사람들 의 모델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그러므로 놋뱀 형상을 마주하는 것은 곧 자신의 죄와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것이다. 이는 영적인 의미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그 말로 표현되지 않은  고백 하나면 생명을 얻기에 충분하다.” Roy Gane, The NIV Application Commentary: Leviticus, Numbers (Grand Rapids, Michigan: Zondervan, 2004), 680. 

 

놋으로 제작된 번제단과 물두 멍은 놋뱀과 상호 연관된 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장대 위에 달라”(민 21:9)

 

놋뱀을 장대 위에 달아야 할 것은 두 번 언급되고 있다(민 21:8-9). ‘장대’는 히브리어로 ‘네쓰’(nēs)이며, 보통 높이 들리워진 ‘깃발, 표, 등 등’(banner, flag, sign)을 뜻한다.

이 단어는 ‘여호와 닛시’(여호와는 나의 깃 발)라는 말에 사용되었다(출 17:15). 광야 여행 중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모 세가 계속 손을 들고 있어서 승리한 후 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여호와 닛 시’라고 했는데, 모세가 산꼭대기에서 계속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은 깃발 의 모습과 흡사하였을 것이다.

또한 이 단어는 이사야에서 높이 세워진 깃발로 사용되었다(사 5:26; 30:17).34

 

   34)  이사야 11장 10절(cf. 52:13)은 메시아 구절인데, 이새의 뿌리가 온 세상의 기호(나쓰)가 되어 온  민족이 그에게로 돌아올 것을 예언하고 있다. 이는 예수님께서 자신이 땅에서 들려질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연상시킨다(요 3:14; 8:28; 12:32).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이스 라엘 진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장대에 놋뱀을 달았 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에서 아무에게도 핑곗거리를 주 지 않음을 암시한다.

 

3)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민 21:8, 9)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불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달아라 물린 자마 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민 21:8)라는 지시를 주셨다.

이집트에서는 산 자 나 죽은 자나 “이따금 자신들을 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뱀 모양의 부 적을 차고 다녔다.”35)

또한 고대 근동에서 뱀은 주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 진 신으로 묘사되거나 풍요(다산)의 신 숭배와 관련을 맺는 것으로 이해 했다.36)

하지만 이것으로 민수기 21장의 사건을 설명할 수 없는데, 이는 하나님 외의 다른 것을 섬기는 것을 금하고 있으며(출 20:3-5) 창세기 3 장의 서술에 따라 뱀이 인류에게 죄를 유입시킨 존재로 이해되기 때문이 다.37)

 

    35)  존 윌튼 · 빅터 매튜스 · 마크 샤발리스 · 크레이그 키너, 『IVP 성경배경주석』, 223. 고대 이집트 에서 뱀은 신적 존재를 상징했으며 다양한 맥락에서 숭배 또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장 석정, “뱀의 이적 재고,” 「신학사상」 121 (2003/여름), 220.

    36)  Lowell K. Handy, “Serpent, Bronze,” ABD, 5:1117; Olson, Numbers, 137. 종교사적으로 고대  근동 전통의 뱀과 불뱀 사건에서의 뱀과의 유사성이 존재하나 근본적인 차이는 단순히 ‘보는 행 위’를 통해 치유를 받았다는 기록은 고대 근동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B. U. Schipper,  “Die »eherne Schlange«: ZurReligionsgeschichte und Theologie von Num 21,4-9,” Zeitschrift fürdie Alttestamentliche Wissenschaft 121 (2009), 369-387.

    37)  Walter C. Kaiser, Jr., The Messiah in the Old Testament, Studies in Old Testament Biblical The ology (Grand Rapids: Zondervan, 1995), 38-39.

 

민수기 21장의 사건은 뱀이 무는 것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아니 라, 이미 물린 자가 놋뱀을 바라봄으로써 생명을 얻는 구조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 사건을 이집트적 배경에 근거하여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쳐다보면 살 수 있다는 말은 두 번 언급되고 있다(민 21:8, 9). 뱀에게 물려서 죽어가고 있는데, 자신들을 쏜 뱀을 보면 살 수 있다는 것을 누가 이성적으로 믿을 수 있을까? 이성과 논리로서 납득할 수 없는 명령이다. 그렇기에 놋뱀 자체에 어떤 효력이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 께서 명령하셨기 때문에 그 말씀을 믿고 순종하는 자에게 치유가 베풀어 지는 것이었다.38) 실제로 그들의 광야 생활 자체가 이성과 논리로서 납 득하기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만나가 내리고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그들을 더위와 추위로부터 보호하며 때를 따라서 광야에서 물을 공급받 는 것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뱀을 제거하는 대신에, 뱀을 여전히 놔두시고, 뱀에게 물린자가 믿음과 순종의 공과를 배우기를 원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한글 성경에는 ‘보면’(8절), ‘쳐다본즉’(9절)이라고 번역되어 같은 단어 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히브리어로는 다른 두 개의 단어가 사용되 었다. 8절에 사용된 ‘라아’(rāʾāh)는 ‘보다’(to see)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물리적 시각 혹은 육체의 눈을 통한 시각적 경험을 가리킨다.39) 9절에서 는 ‘나바트’(nāḇaṭ)의 히필형인 ‘히비트’(hibbı̂ṭ)가 사용되었다. ‘나바트’의 히필형이 ‘엘’(ʾel)과 같이 사용될 때 ‘눈여겨보다, 주목하다, 주의를 기울 이다’(regard, pay attention to)를 뜻한다.40) 이렇게 다른 단어를 사용한 것은 ‘본다’라는 의미에 뭔가를 더 강조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뱀의 독으 로 죽어가는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들의 두 눈으로 높이 들리워진 놋뱀을 38)  이는 나아만 장군이 치유받는 과정과 흡사하다. 물이 얼마나 깨끗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이 성과 논리로서 설명할 수 없었다. 나아만 장군은 하나님께서 엘리사를 통해 말씀하신 대로 순종 하여 요단강에서 일곱 번 씻었을 때 악성 피부병에서 치유함을 받았다(왕하 5장). 39)  D. Vetter, TLOT, 3:1178. 40) BDB, 613; CDCH, 256. 히브리 성경을 보면 라아가 항상 물리적 시각을 가리키고 나바트는 항상  영적인 시각을 가리킨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Ashley,  Numbers, 407, n. 24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히브리어 단어(라아와 나바트)를 사용한  것에는 단지 보는 행위를 넘어서 주목하려는 의지와 태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충열 | 바라봄과 구원 ‐ 불뱀 사건(민 21:4–9) 다시 읽기 119 바라봐야겠지만(rāʾāh), 더 나아가 집중해서 그 놋뱀을 주목하여 볼 필요 도 있었던 것이다(nāḇat).41) 백성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뱀의 형상을 본뜬 놋뱀을 바라보는 것이 생명을 얻게 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일견 역설 적으로 보인다. 웬함은 제의적인 관점에서 ‘그것을(놋뱀)을 보면 살리라’ 를 해석했다.42) 희생 제물을 가지고 오는 사람은 반드시 그 제물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야 했다(레위기 1-4장). 또한 정결 예식, 곧 문둥 환자를 정 결케 하는 예식이나(레위기 14장) 죽은 자를 접촉하여 생긴 부정을 제하기 위한 정결 예식에서(민수기 19장) 정결하게 해 주는 액체를 당사자에게 반 드시 뿌려야 했다. 육체적인 접촉이 반드시 필요했고 그것 없이는 희생 제물과 정결 예식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놋뱀의 경우에는 육체적 인 접촉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모세에게 그 뱀을 보면 산다고 하셨다. 즉 8, 9절에서 두 번이나 강조해서 “보면 살리라”고 말했는데, 여기서의 접촉은 시각적인 접촉이었다는 것이다. 비록 모든 사람이 놋뱀 을 직접 접촉할 수 없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볼 수는 있었다.43) 시각적 접촉의 행위는 타인이 대리하여 수행할 수 없 41)  Ashley, Numbers, 403 참조. 탈굼은 포로 후기 시대에 팔레스타인의 일상어가 된 아람어로 히브 리어 성경을 번역한 것이며 요나단 탈굼은 랍비들의 주석, 해석이 많이 첨가된 번역본이다. 요나 단 탈굼은 다음과 같이 이 구절을 번역해 놓고 있다. J. W. Etheridge (tr.), The Targums of Jona than Ben Uzziel on the Pentateuch: With the Fragments of the Jerusalem Targum from the Chaldee (London: Longman, Green, Longman, and Roberts, 1862); http://targum.info/pj/pjn  um19-22.htm, 2025.4.25. “그의 마음이 주님의 말씀의 이름에 열중할 때, 그는 살았다(예루살렘.  … 하늘에 계신 그의 (하나님) 아버지께 그의 얼굴이 기도로 올려지고, 그가 놋뱀을 바라보았고, 그는  살았다.)” 이 번역본은 본문에 나타난 ‘그것(놋뱀)을 보면’이라는 구절을 생략한 채, 해당 표현의  의미를 해석하여 번역하였다. 외경인 지혜서 16장 5-14절에도 불뱀 사건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스라엘 백성이 구원을 받은 것은 “그들이 바라본 짐승 때문이 아니라 … 구원자이신 주님 때문”(7 절)이며, “만물을 고쳐주시는 주님의 말씀”(12절)이라고 언급한다. 지혜서도 성경 본문의 ‘그것 (놋뱀)을 보면’을 마치 잘못 기록된 것처럼 취급하고, 본문의 의미를 교훈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요나단 탈굼과 지혜서에서 히브리 성경에서 말하는 “그것(놋뱀)을 보면”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신 학적으로 해석하였지만,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순종하는 것이 핵심임을 보여주 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42)  Wenham, Numbers, 177, 178. 43)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사건을 설명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 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4, 15). 죄인은 예수님을  120 神學思想 210집 · 2025 가을 는 개인적 차원의 응답이기 때문에, 놋뱀을 통한 치유와 구원은 철저히 개인적인 성격을 지닌다.44) 결국 동일한 뱀이 심판의 역할과 구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45) 앞서도 언급했지만, 뱀 자체에 심판의 능력과 구원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뱀을 심판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선택하신 주체는 하 나님이시고, 뱀을 만들어서 구원의 역할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다. 그 렇다면 무엇에 따라서 이 역할이 달라지는가? 결국 이는 백성의 상태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신과 불평의 마음에 있을 때는 뱀이 심판의 역할을 수행하여 뱀의 독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그 놋뱀을 쳐다보면 나음을 입는다는 것이다. 4) 산 자에 대한 기록(민 21:9b)이 의미하는 바는? 민수기 21장 8절에서 야훼가 모세에게 한 말씀과 9절에서 모세가 한 말을 히브리어 본문으으로 비교할 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육체적으로 접촉할 수 없지만, 그분을 믿음으로 바라볼 수는 있다. 또한 뱀이 죄와 심판을 상징 하였듯이 예수님이 우리 대신에 죄가 되셔서 심판과 저주를 받으셨다(고후 5:21; 갈 3:13). 광야에 서 놋뱀을 바라보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치유를 경험했던 이스라엘 백성 들은, 장차 십자가에 들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바라보며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의 구원 을 체험할 자들을 예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44)  물론 가족이나 친구들이 도와가면서 놋뱀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쳐다보는 데 도움을  받을지라도 각 개인이 주목하여 보아야 했던 사실은 변함이 없다.  45)  강승일은 프레지어의 동종주술의 원리, 곧 “어떤 문제의 근원과 유사한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 다는 유사성의 원리”에 근거하여 놋뱀 사건을 설명하면 이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다. 강승일, “구약성서와 인류학 - 프레이저의 공감주술에서 더글라스의 거룩함의 개념까지,” 「구 약논단」 21 (2015/6), 185-186; 이원규, “주술과 종교,” 「신학사상」 37 (1982/여름), 360-378 참조.  이외에도 성경에는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블레셋 사람들이 하나님의 궤를 빼앗아 가져왔을 때,  하나님은 독한 종기의 재앙을 보내시자, 이를 해결하려고 법궤를 돌려보내면서 독한 종기의 모 양으로 만든 것을 같이 보냈다(삼상 5-6장). 여기서도 동종주술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Ibid., 188-189. 또한 뱀의 독은 죽음을 줄 수도 있지만, 치유약으로도 쓰이고 있는데, 이 점 은 성경에서 하나님이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신다는 관념(삼상 2:6, 신 32:39 등)과 연결되기 도 하다. Jean Louis Ska, “Nombres 21,4-9: un serpent d’airain et un tissu d’enigmes,” Scripta Biblica 15 (2015), 18-19. 그러나 놋뱀을 동종주술이나 뱀의 독의 성분으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 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놋으로 만든 뱀을 세워 그것을 바라보는 자에게 치유를 베푸신 주체는 야 훼이시기 때문이다. 이충열 | 바라봄과 구원 ‐ 불뱀 사건(민 21:4–9) 다시 읽기 121 Num 21:8b ׃י ָ חָ ו וֹתֹא האָ ָ רְ ו ךְוּשָׁנּ ַ ה־ל ָכּ הָי ָ הְ ו Num 21:9b ׃י ָ חָ ו ת ֶשֹׁחְנּ ַ ה שַׁ חְנ־ל ֶ א טי ִבּ ִ הְ ו שׁי ִ א־תֶ א שָׁ חָנּ ַ ה ךְ ַשָׁנ־ם ִ א הָי ָ הְ ו 민 21:8b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 민 21:9b “…뱀에게 물린 자가 놋뱀을 쳐다본즉 모두 살더라” 민수기 21장 8b절과 9b절에서 쳐다보는 주체와 살게 되는 주체에 대 해 분리형 인칭대명사를 쓰지 않고 각각 사용된 동사가 3인칭 단수이기 때문에 ‘그’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를 살려 8b, 9b절을 각각 번역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민수기 21:8b절 “물린 모든 자, 그가 그것을 볼것이고(rāʾāh), 그가 살 것이다(ḥāy)” 민수기 21:9b절 “만약 뱀이 그를 물었다면, 그리고 그가 놋뱀을 보았 다면(hibbı̂ṭ),46) 그가 살아났다(h ̣āy)” 민수기 21장 8b절과 9b절에서 주목할 점은 ‘쳐다보는 자’와 ‘살게 되 는 자’가 모두 단수형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46)  민수기 21장 9절의 경우 “하부 조건이 조건 속에 삽입”된 경우로서, ‘만약 그가 놋뱀을 보았다면’ 은 ‘만약 뱀이 그를 물었다면’의 하부 조건으로 나오고 있다. 폴 주옹 · 타까미추 무라오까/김정우  옮김, 『주옹-무라오까 성서 히브리어 문법』 (서울: 기혼, 2012), 689(§167 e).

 

이 표현은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이 집단적 구성이 아니라 개별적 응답에 달려 있음을 강조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광야에서의 대부분의 기적은 이스라엘 공 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베풀어졌다.

예컨대 홍해를 건너는 사건이나, 만 나와 메추라기, 반석에서 물이 나는 사건 등은 공동체적 필요에 대한 하 나님의 일방적 응답이었다.

그러나 불뱀 사건의 경우 모세의 중보를 통 해 이스라엘 백성 모두에게 일방적으로 기적이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장대 위의 놋뱀을 직접 쳐다보는 선택을 해야만 그 효력을 경 험할 수 있었다.

이는 불뱀 사건이 공동체 중심의 구원 서술에서 개인 응 답 중심의 구원 서술로 전환되는 독특한 예임을 시사한다.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민 21:8b)의 시제는 미래형이다.

야훼가 모세에게 가르쳐 준 방법대로 사람들이 만들어진 뱀을 쳐다보면 산다는 것이기에 당연히 미래형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의 히브리어 본문을 보면 두 개의 동사가 쓰였는데, 둘 다 ‘바브’와 결합된 완료 동사(wᵉrāʾāh, wāḥāy)이기 때문에 바브 전환법이 적용되어 미완료가 된다.47)

대부분의 한글 번역본은 미래형으로 해석하였다.48)

민수기 21장 9b절은 ‘임’(ʾim, 만약…이라면[if])49)이라는 단어가 사용되 어 조건절과 귀결절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8b절과 차이가 있 다. 한글 번역본에서는 ‘임’을 반영하여 번역하지 못했으나,50) 여러 영어 번역본 중 ESV의 예를 든다면 “그리고 만약 뱀이 어떤 사람을 물었다면” (And if a serpent bit anyone)이라고 번역하여 히브리어 원문을 잘 반영하 였다.51)

‘임’이 있는 조건절에서 사용된 동사 ‘나샤크’(nās ̌aḵ)는 완료형으 로 과거 시제로 번역되었으로, 귀결절도 과거형으로 해석해야 한다.52)

조건절 뒤에 나오는 귀결절에서 완료 동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행동으 로서 미래 시제로, 혹은 이미 완성된 행동으로서 과거 시제로, 혹은 반복 표현의 완료로서 과거 시점을 가리킨다.53)

 

     47)  와인그린/윤상문 옮김, 『고전 히브리어 문법』 (서울: 도서출판 한글, 1999), 125-129.

    48)  『개역한글』, 『개역개정』, 『바른성경』, 『새번역』, 『한글 KJV』, 『우리말성경』, 『가톨릭성경』.

    49) CDCH, 22.

    50)  『개역한글』, 『개역개정』, 『새번역』. 전치사 ‘임’이 완료형과 함께 사용될 때 시간 접속사(when)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으므로(GKC, §164 d), 일부 영어 번역본(DRB, NCV, NIV, Tyn)에서는 그렇 게 번역했다. 

    51)  ASV, KJV, NASB, RSV, YLT, etc.           

    52)  “If the serpent bites anyone, and he looks to the bronze serpent, he will live.” Bill T. Arnold,  John H. Choi, A Guide to Biblical Hebrew Syntax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 169. 이 책 의 저자들이 민수기 21장 9b절의 조건절을 현재 시제로, 그리고 귀결절에서 ‘살았음‘을 미래시제  번역한 것으로 실수로 보인다. Bruce K. Waltke · Michael P. O’Connor, An Introduction to Bib lical Hebrew Syntax (Winona Lake, Ind.: Eisenbrauns, 1990), 521, 522, 637(cf. 526, 527); GKC, § 159 n 참조.

     53)  GKC, §159 n, o; GKC, §112 gg, §164 d 참조. 게제니우스는 민수기 21장 9절과 더불어 창세기 38 장 9절도 귀결절에서 ‘바브’와 결합된 완료 동사가 반복 표현의 완료로서 과거 시제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Ibid. 창세기 38장 9절은 오난의 이야기로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후손이 되지 않을 것을  알고, 형수와 성관계를 가지면(‘임’+완료 동사) 땅에 설정하였다(‘바브’+완료 동사). 전후 문맥상 오 난의 행위는 한 두 번의 경우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난은 여러 번의 성관계가 있을 때 마다 땅에 설정한 것이다. 민수기 21장 9절의 경우 ‘누구든지 놋뱀을 쳐다보면 살았다’라는 반복 된 역사적 사실을 나타내는 완료형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폴 주옹 · 타까미추 무라오까/김 정우 옮김, 『주옹-무라오까 성서 히브리어 문법』, 689-690(§167 g). 

 

대부분의 번역본은 9b절의 귀결절을 이미 일어난 과거 시제나54) 아니면 반복해서 일어난 일로서의 과 거 시제로 번역했다.55)

민수기 전체를 놓고 볼 때, 하나님께서 보내신 재앙 이후 ‘살았음’을 긍정적으로 서술하는 본문은 불뱀 사건이 유일하다.

민수기 11장에서는 불평으로 인한 불의 징벌이나, 만나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된 하나님의 진노가 서술되지만, 이 재앙 이후의 생존자에 대한 언급은 존재하지 않 는다.

민수기 16장의 고라의 반역 사건에서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해 죽은 자의 수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나(민 16:35, 49), 산 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민수기 25장의 바알브올 사건에서도 하나 님께서 보내신 전염병으로 인해 죽은 자의 수는 명시적으로 제시되었지 만(민 25:9), 생존자에 대한 진술은 없다.56)

 

    54)  『개역한글』, 『개역개정』, 『새번역』, ASV, GNT, JPS Tanakh (1985), KJV, NASB, NRSV, NIV,  etc; Jackie A. Naudé, NIDOTTE, 3:8. 

   55)  『현대인의 성경』, HCSB, LEB, NRS.

   56)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본문은 신명기 4장 3-4절이다. 이 구절은 민수기 25장에서 발생한 바 알브올 사건 이후, 모세가 그 재앙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명시적으로 지칭한 예로 볼 수 있다. 또 한 민수기 본문이 생략한 생존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후속 모세 설교에서 보완한 사례로 해석 될 수 있다. 

 

요약하면 민수기 전체에서 하 나님의 재앙 이후 “살았다”고 하는 긍정적 생존 진술은 오직 민수기 21장 의 불뱀 사건(민 21:9)에 한정되어 있다.

민수기 21장 9b절은 “놋뱀을 보는 자마다 누구나 살았다”는 개별 사 례적 진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구절은 ‘산 자에 대한 구체적 기록’으 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문은 전형적인 조건-결과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서 사용된 동사 ‘바하이’(wāḥāy, ‘살았다’)는 결과적 사실을 진 술하는 데 그치며, 집단적 통계나 생존자 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생존 사건이 있었음을 서술하는 수준이며, 생존 인원의 규모에 대한 기록은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수기 21장 9b절은 ‘누가 살았는가’보다는 ‘어떻게 살았는가’에 주목하는 본문으로 이해된다.

이러 한 구조는 신학적으로 ‘산 자’라는 개념이 단순한 물리적 생존을 넘어서, 하나님께서 제공하신 치유 수단에 ‘믿음으로 응답한 자’를 가리키는 것임 을 시사한다.

 

Ⅳ. 결론

민수기 21장 4–9절에 기록된 불뱀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이 에돔을 우회하여 이동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 그 배경에는 미리암과 아론의 죽음으로 인한 공동체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더불어 가는 길마저 가 나안을 등지고 돌아가는 여정이었기에, 백성들 안에 쌓여 있던 불신과 불평의 정서가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정서는 결국 모세뿐 아니라 하 나님을 향한 노골적인 불평으로 표출되며, 먹을 것과 마실 것에 대한 불 만을 통해 신적 섭리를 부정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특히 하나님까지 불 평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하나님의 존재와 주권에 대한 부정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즉각적인 심판은 그 심각성 을 반영한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거두어지자 불뱀이 진영 안으로 들어 와 많은 백성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백성이 단순히 모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 를 인정하며 회개의 태도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세에게 중보 기도를 요청하면서, 동시에 뱀을 제거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러나 진 정으로 제거되어야 했던 것은 불뱀 자체가 아니라, 백성들 가운데 깊이 자리 잡고 있던 불신과 불평의 마음이었다.

이러한 목적 아래 하나님은  불뱀을 단순히 제거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뱀의 형상을 장대에 달아 높 이 들게 하시고, 물린 자가 그것을 바라보면 살게 하시는 처방을 내리신 다(민 21:8).

뱀에게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뱀을 바라보라는 명령은 이성과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처방으로 보이지만, 이는 하나 님의 명령에 대한 순종하는 믿음을 요구하는 상징적 행위였다.

모세가 놋으로 뱀을 만든 것은 단순한 재료 선택이 아니라 놋이 지닌 죄와 심판 의 상징성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죄를 인식하게 하 고, 회개와 믿음을 통한 순종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신학적 의도 가 담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놋뱀을 ‘보는’ 행위는 단순한 시각적 응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신뢰와 순종의 결단을 요구하는 상 징적 행위로 이해되므로, 이 치유 사건은 집단적인 구원이 아니라 개인 적인 믿음의 응답에 따른 결과였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민수기에서 하나님의 재앙 이후 ‘살았다’는 긍정적 진술은 오직 불뱀 사건(21:9b)에 한정되며, 그조차도 생존자 수가 아닌 개별적 구원 사건을 묘사한다.

이 는 ‘산 자’ 개념이 물리적 생존이 아니라 하나님의 치유에 믿음으로 응답 한 자를 의미함을 시사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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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초록

 

본 연구는 불뱀 사건(민 21:4–9)을 문학적·공시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그 신학적 의미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본문의 문학적 구조 분석을 통해, 사건의 전개가 불평-심판-회개-중보-구원이라는 순차적 내러티브 구 조를 따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본문의 내러티브 전개, 히브리어 어휘 분석, 그리고 놋(구리)의 상징성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바탕으로, 기 존 연구를 보완하며 해석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불뱀 사건은 민수기 내 다른 불평 사건들과 달리 하나님이 직접 원망의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죄의 심각성이 한층 강조되며, 모세의 중재 없이 즉각적인 심판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특징을 지닌다. 백성이 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뱀이 제거되지 않은 이유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단순히 외적 현상이 아닌, 백성의 내면에 자리한 불평과 불신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모세가 불뱀을 놋으로 제작한 이유는 놋이라는 재료가 지닌 제의적·상징적 의미(정결, 심판, 구원)를 통해 해석할 수 있다. 놋뱀을 ‘보는’ 행위는 단순한 시각적 응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대 한 신뢰와 순종의 결단을 요구하는 상징적 행위로 이해된다. 이는 놋뱀 을 통한 치유의 메커니즘이 집단적 구원에서 개인적 선택과 응답의 차원 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또한 민수기에서 하나님의 재앙 이후 생존을 긍정적으로 서술한 유일한 본문인 21장 9b절은 생존자 수를 기록하기보 다, 하나님의 치유 방식에 믿음으로 응답한 개인의 행위를 통해 ‘산 자’ 개념을 신학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제어 민수기 21:4-9, 불뱀 사건, 놋뱀, 문학적 구조, 상징, 개인적 믿음 

 

Abstract

Vision and Redemption — A Theological Reappraisal of the Fiery Serpent Incident (Num 21:4-9)

Choong-Ryeol Lee (Assistant Professor, Old Testament Studies Department of Theology Sahmyook University)

This study examines the fiery serpent incident in Numbers 21:4–9 from a literary-synchronic perspective to elucidate its theological import. A structural analysis of the narrative reveals a sequential progression of murmuring judgment–repentance–intercession–salvation that is unique within the wilderness rebellion traditions. Furthermore, drawing upon a comprehensive analysis of the narrative progression, Hebrew lexical usage, and the symbolic significance of bronze, this study aims to augment existing scholarship and expand the interpretive horizons of the text. T he analysis reveals that the fiery serpent episode possesses distinctive features that set it apart from other murmuring narratives in the book of Numbers. Uniquely, God is explicitly named as the object of the people’s complaint, thereby underscoring the heightened severity of their sin. Moreover, divine judgment is executed immediately, without the customary intercessory role of Moses. The serpent is not removed even after the people’s repentance, indicating that what required removal was not merely external symptoms, but the very murmuring and unbelief embedded within the hearts of the people. Moses’ use of bronze in crafting the serpent can be interpreted through the ritual and symbolic meanings associated with the material, namely purification, judgment, and salvation. The act of “looking” upon the bronze serpent is not to be understood as a passive visual gesture, but rather as a symbolic action demanding trust in and obedient response to the word of God. This suggests that the healing mechanism mediated through the bronze serpent signals a shift from collective deliverance to an individual decision of faith. Furthermore, Numbers 21:9b, uniquely among the plague narratives in the book, does not record the number of survivors, but rather reveals a theological expansion of the concept of ‘the living’ as those who respond in faith to God’s provision of healing.

 

Key Word (Numbers 21:4-9, The Fiery Serpent Episode, Bronze Serpent, Literary Structure, Symbolism, Personal Faith)

 

 

 

논문접수일: 2025년 5월 21일 논문수정일: 2025년 6월 4일 논문게재확정일: 2025년 9월 20일 

神學思想 210집 · 2025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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